진루안의 얼굴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김태상이 뜻밖에도 자신의 연회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자신이 사전에 그에게 통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먼저 온 것이다.김태상은 만면에 웃음기가 가득한 채 룸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의 곁는 대략 50세가량의 한 중년 여자가 그의 곁을 따르고 있었다. 아주 고급스럽고 우아한 메이크업에 푸른색 원피스는 장공주의 기질을 띠고 있었다.물론 그녀는 바로 용국의 장공주이자 국왕 조의의 친여동생인 조혜연이다.‘조혜연과 김태상 이 부부가 오늘 뜻밖에도 럭셔리하게 차려 입고 내 주연에 참석했어.’ 이는 진루안이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기에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나는 그들을 접대하지 않을 수 없어.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든 나는 반드시 충분히 존중해 주어야 해. 심지어 이번 강연성의 일이 그들의 아들 김일재와 관계가 있더라도, 나는 반드시 예의를 다해야 해.’“태상 아저씨, 숙모님, 어서 앉으세요!”미소가 가득한 채 김태상과 조혜연의 앞으로 간 진루안은 두 사람을 자리에 앉게 권했다.진루안은 김태상과는 많이 왕래했기에 비교적 익숙했다.‘이 장공주 조혜연은 내가 백무소 사부님의 뒤를 따르고 있을 때, 일찍이 몇 번 본 적이 있어. 다만 그때는 모두 스승님이 주인공이었고, 나는 들러리와 졸개에 불과했지.’‘뒤에 내가 조금씩 용국의 조정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후에는, 나와 조혜연은 아무런 교집합도 없었기에 서로의 관계도 전혀 간섭하는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이번에 김태상이 직접 왔을 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조혜연도 데려왔으니, 이 목적은 틀림없이 간단하지 않을 거야.’‘그러나 어쨌든 두 귀한 손님이 내가 마련한 이 술자리에 온 이상, 나는 충분히 존중하면서 예의를 갖추어야 해.’김태상의 얼굴은 거의 모든 용국 사람들은 똑똑히 알고 있다. TV와 언론 매체에서 늘 보는 거물로, 여러가지 발언과 각종 행사에 참석해도 거의 빠지는 적이 없었다.3
‘이 부부 두 사람이 직접 와서 진루안의 주연에 참석하다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이것은 진루안을 압박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해서 빨리 경주를 떠나서 상도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일까?’지금 머리가 멍해진 강연성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김태상 부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의 여비서도 지금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이곳의 사람들 모두 거물이라서, 사장도 건드릴 수 없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개 작은 비서인 그녀는 더 말할 것도 없다.“당신이 강연성 씨죠?”의자에 앉은 김태상은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서, 테이블 앞에 있는 강연성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김태상의 질문을 듣자마자 강연성은 얼른 고개를 들어 김태상을 바라보고 대답했다.“김 재상님 안녕하세요. 제가 강연성입니다. 이스트&웨스트항공의 회장입니다.”“응, 당신은 소개할 필요 없어요, 나는 당신을 알아요.”“20살 되던 해에 군부에서 제대한 후부터 창업 생각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실제 산업부터 시작해서 10년 동안 수백억 원의 자본을 갖게 되었어요. 그 후 오래된 민항기업을 인수해서 이스트&웨스트항공으로 개명했어요. 이때부터 강연성 당신은 대붕이 날개를 펴는 것처럼 9만 리를 곧장 올라갔어요.”“불과 20년의 시간 동안, 이스트&웨스트항공을 용국의의 4위권 민항그룹 중의 하나로 발전시켰어요.”“이것이 바로 당신 강연성의 실력이자 당신의 능력이 구현한 바입니다. 또한 이스트&웨스트항공도 최소 30만 명의 취업 문제를 해결했습니다.”“이 점에 대해서 나 김태상은 오늘 용국 정사당을 대표해서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김태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무척 갑작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강연성은 완전히 멍청해졌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혀 몰라서 무의식적으로 진루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진루안은 웃음을 띤 얼굴로 김태상을 향해 말했다.“태상 아저씨의 그 말은 강 회장님을 너무 추켜세우는 거 아니예요? 그는
강연성은 비록 약간 멍해졌지만, 바보도 아니라서 곧 이 속의 깊은 함의를 알게 되였다. 그래서 그는 얼른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무슨 뜻인지 알고 싶었다.그 자신에게는 조혜연과 김태상 부부 두 사람이 직접 와서 그에게 술을 곁들여 사과한 것은 이미 극치였다.특히 김태상이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김일재도 절대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했기에, 이는 강연성을 더욱 만족시켰다.그러나 그의 만족은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결정권을 진루안에게 넘겨주었다. 진루안이야말로 지금 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인 것이다.‘심지어 마음을 찌르는 말을 하자면, 김태상 부부는 완전히 진루안의 체면을 생각해서 직접 술자리에 왔고, 내게 술을 권하면서 사과했어.’‘그렇지 않으면, 내가 단지 목이 터져라 내 주장만 외치고 머리에 억울하다는 두 글자를 쓰고 자살해도, 위의 관심을 끌지 못할 거야.’김태상 일가를 더욱 신경 쓰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비록 사업가지만 10조 원대의 몸값에 그룹의 수입은 백조 원대에 달한다.그러나 여전히 자격과 지위가 부족했다.오직 진루안만, 오직 진루안만이 김태상 부부 두 사람이 표면상으로는 해야 할 말을 하고 뒤에서 손을 쓰지 않게 할 수 있는 이런 능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진루안의 마음이 얼마나 모진 사람인지 얼마나 단호하게 손을 쓰는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양쪽이 모두 다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동시에 진정으로 김태상 부부 두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오게 한 이유는 진루안이 이번에 용국을 위해 세운 공로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동려원이라는 전 세계 최고의 무기 전문가이자 과학자를 구했으니, 용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누구든지 다 알 수 있다.동려원 자체의 공헌뿐만 아니라, 동려원이 이후에 시작할 과학 연구 프로젝트, 무기 연구 개발, 심지어 일부 제자들의 양성까지도 포함하고 있다.이런 명교수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우수한 과학자가 될 것이다.이렇
“어, 모두 거기에 있어?”진루안이 어떻게 반응할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때, 룸의 바깥에 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정정에 그리고 잘 손질된 구두가 보였다.양사림이 문 앞에 나타나자, 정도헌 세 사람은 즉시 일어섰다.강연성도 문을 보고는 바로 만면에 놀라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과연 진 선생님은 대단해. 뜻밖에도 건성 정사당의 한 무리를 모두 초대했어. 이렇게 되면, 이스트&웨스트항공의 위기도 아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던 강연성이 즉시 진루안을 보았지만, 진루안은 단지 미소를 띤 채 앉아서 양사림의 출현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양사림의 한 마디가 룸 안의 분위기를 좀 살아나게 했다. 룸 안으로 들어온 양사림은 진루안을 놀리려고 하다가, 진루안의 옆에 있는 김태상과 조혜연을 보자 갑자기 안색이 굳어져서 김태상을 향해 다가갔다.김태상도 웃는 얼굴로 양사림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양사림은 얼른 손을 들어 김태상의 손을 잡았다.“김 대신님, 어떻게 오셨습니까?”“진루안이 당신을 초대했습니까? 당신이 오실 줄 알았으면 내가 벌써 왔을 텐데요, 당신을 오래 기다리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양사림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먼저 말을 했다. 그다지 많이 아부하는 말투는 아니지만, 듣기에는 편안했다.양사림은 비록 3급의 대신이지만 2급대신의 대우를 받고 있다. 재상 김태상과도 한 계단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 한 계단을 오르기는 아주 어렵다.한쪽 다리를 내딛을 수 있다면 양사림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양사림을 마주한 김태상은 더 많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하하, 양 대신, 오랫동안 못 봤는데. 괜찮아 보이네.”“언제 경도로 가게 되면, 그때 내가 한 번 초대할게?”김태상의 웃음 소리가 나오자 양사림은 바로 얼굴이 붉어지면서 대답했다.“곧 됩니다. 이제 보름 안에 갈 겁니다.”“그래, 그때 내가 축하해 줄게.”“사람이 늙으면 신혼의 기쁨도, 시험에 합격도
‘내가 전해강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전해강을 도와주지 않았기에 당연히 간접적으로 양사림을 돕게 되었고, 양사림의 승리와 전해강의 패배를 초래했어.’“고마워하지 마세요, 양 대신님이 다음 단계에 더 적합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어떤 말들은 너무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없지요.” 진루안은 미소를 지으며 양사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양사림은 딩연히 진루안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가 대신이 되면 적어도 마지노선을 준수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많은 일들은 하지 않을 거야.’‘그러나 전해강은 이전에 남의 이름을 도용했어. 과거 성적을 바꿔치기해서 그 권세 있는 부잣집 자녀들의 이름을 올려주었고, 그들을 위해 주관자가 되었고, 그들의 백그라운드 배경이 되어서 그들과 한패가 되었어.’이런 전해강은 진루안은 보고 싶지 않았다. ‘용국의 국민들에게 무익하고 이롭지 않기에, 전해강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양사림은 이 도리를 알고 있었다. 결코 진루안이 일부러 그를 도와준 것이 아니다. 진루안은 단지 국민의 곁에 서서 이 일을 대했을 뿐이다.“됐어요, 모두 그만 앉읍시다.” 김태상은 만면에 웃음을 띤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색할 필요가 없다고 표시했다.그는 옆에 있는 조혜연을 보고 웃으면서 양사림을 소개했다.“여보, 이 분이 바로 양상연 대신의 동생인 양사림 대신이야.”남편의 소개를 들은 조혜연이 손을 내밀어 양사림과 악수했다.양사림은 당연히 감히 태만하지 못했다. 그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졌다.“진루안, 너는 아직 내게 술을 따르지 않았어.” 몸을 돌린 김태상은 이 순간에도 계속 웃는 얼굴로 진루안을 바라보며 물었다.진루안은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들어 김태상을 바라보자, 김태상이 기대에 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양사림은 옆에서 먼저 멍해졌다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진루안, 빨리 태상 형님에게 한 잔 따라드려. 태상 형님은 아무리 마셔도 취
강연성조차도 놀란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이미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그도 왜 진루안이 김태상이 방출한 선의를 거절했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도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진루안이 감히 거절했으니, 당연히 거절할 이유와 담력이 있다는 것만 알았다.조혜연의 표정은 한순간에 무너져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장공주인 내가 직접 이곳에 와서 사죄하는데, 그래도 부족하다는 거야?’‘이 조그마한 진루안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정말 그가 지금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처럼,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진루안은 당연히 조혜연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현실적으로 조혜연 같은 공주는 연장을 해도 의미가 없다.‘황실의 여자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용국이 창립된 초기부터 태조가 정한 규칙으로 누구도 파괴할 수 없었다.조혜연은 화를 낸다 해도 진루안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진루안이 유일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김태상의 마음과 태도였다. 결국 그는 선임 재상이자 부마이며, 더욱이 왕작의 자격까지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진루안은 설사 해석한다 해도 조혜연이 아니라 김태상에게 하는 것이다.“어? 귀를 씻고 좀 공손하게 들어야겠어.” 김태상의 표정도 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왜 진루안이 승낙하지 않았는지 확실히 그 이유를 설명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아무렇게나 말한다고 넘어가는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다.그의 신분과 지위가 모두 여기에 놓여 있는데, 만약 그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면, 오늘은 누구도 좋게 넘길 수 없을 것이다.술자리의 분위기는 이미 매우 싸늘해졌다. 이때는 양사림조차도 감히 한마디도 더 말하지 못했다. 이른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그가 새우는 아니지만 고래도 아니기에, 그래도 이런 일에는 발을 들여 놓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정도헌, 성태윤과 심경도 세 사람은 모두 입을 꼭
진루안의 태도가 이렇게 단호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룸에 있던 이 대신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진루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진루안이 한 말을 들은 그들은, 이미 이 순간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단지 한마디로 총결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김태상과 조혜연을 마주한 진루안이 뜻밖에도 여전히 이런 강경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역시 진루안이야. 과연 새로 봉해진 군왕다워.’김태상은 지금 표정은 오히려 처음처럼 그렇게 많이 일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미 진루안의 뜻을 이해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한평생 어린 세대의 일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아들 김일재를 위해서 사정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김일재가 과연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쳤는지, 발언권은 김태상 그에게 있지 않고 김일재 자신에게 있어.’‘이른바 자신이 한 일은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했어. 이 일은 김일재가 한 일이니, 김태상이 그를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김일재 자신이 나서서 직면하게 해야 해.’이렇게 하면 강연성의 체면을 더욱 세워준다는 것을 진루안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방법은 강연성에게 거대한 번거로움을 가져올 것이고, 또 이런 번거로움은 앞으로도 있을 거야.’‘만약 김일재가 이어서도 여전히 이스트&웨스트항공을 난처하게 한다면, 그럼 강연성은 반항할 마음조차 없어.’‘왜? 김태상과 조혜연이 직접 사과했기 때문에, 만약 김일재에게 계속 따진다면 김태상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거야.’‘그러나 이렇게 되면 김일재는 더욱 방자해져서 거리낌없이 이스트&웨스트항공을 업신여기게 될 거야. 심지어 결국에는 정말 이스트&웨스트항공을 병합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어.’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진루안은 반드시 이 압력을 자신에게 두고 강연성에게 어려운 문제를 남겨두지 말아야 했다.의자에 앉은 채 묵묵부답인 김태상은 수시로 고개를 들어 진루안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대단히 복잡한 기색을 담고 있
‘그러나 조혜연이 그래도 사리를 모른다면, 나는 장공주인지 아닌지 상관하지 않을 거야.’또한 조혜연이 작은 일을 크게 과장했다는 말은 아주 정확했다. 그는 확실히 이렇게 했다. ‘조의가 조혜연을 너무 감내하기 어렵게 하지만 않으면,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처리해도 된다고 이미 말했어.’‘국왕이 이렇게 말했으니, 나는 당연히 조의를 실망시키지는 않겠어.’김태상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루안의 뜻을 알고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무례해서는 안 돼.”“우리는 갑시다.”김태상은 불쾌한 표정으로 한 번 소리쳤지만 너무 심하게 욕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조혜연은 용국의 장공주라서, 그도 자신의 아내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조혜연은 여전히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 진루안을 노려보았고, 통쾌하게 욕은 하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김태상은 감히 그녀를 계속 여기에 있게 할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진루안은 조혜연을 철저히 창피하게 만들어서 내려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그렇다면 조혜연에게는 손실이 더 크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김태상은 조혜연을 룸에서 끌어냈고, 두 사람은 바로 블루베이 호텔을 떠났다.그들이 여기에 온 목적이 달성하지 못했으니, 굳이 있을 필요도 없었다.‘진루안은 결국 이스트&웨스트항공의 배후에 있는 큰 인물이야. 만약 진루안이 승낙하지 않고 강연성 회장의 담력을 키워 준다면, 그도 사사로이 내 사과를 승낙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이렇게 생각한 김태상은 자기의 아들에 대해 더욱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은 정말 지나쳤어. 이미 사업에서는 금기인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아마도 김태상은 자신의 아들의 안목으로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아들이 이스트&웨스트항공의 배경을 모르고, 강연성을 만만한 상대로 보고 주무르려 했다는 거야.’지금 쇠칼날을 쥐게 되자, 김일재는 비로소 당황했다.진루안은 당연히 이 쇠칼날이다. 김일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