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콰트의 독이 온몸을 갉아먹으며,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에 정신이 아득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온몸의 고통을 참고,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고통으로 인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하하, 엄마, 저 여자 곧 죽겠죠? 진짜 꼴좋네요!” 조경하의 아들이 손가락질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옆에 서 있던 내 남편, 아니 내게 칼을 꽂은 배신자, 남우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아들. 저 여자는 우리 집을 차지한 채 나가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죽어야 해.” 그 순간, 아이는 바닥에서 돌을 주워들더니 나를 향해 미친 듯 던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커다란 붉은 벽돌까지 집어 내 머리에 내리쳤다. “나쁜 여자! 죽어버려! 나쁜 여자!” 아이가 던진 돌과 벽돌이 나를 덮쳤고, 나는 온몸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독이 내 장기를 갉아먹으며 점점 더 큰 고통이 몰려왔다. 피가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그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내 비참한 모습을 구경했다. 조경하는 아이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말했다. “우리 아들, 이걸로 저 여자 좀 더 찔러봐. 이제부터 너도 배짱을 키워야지. 그래야 밖에서 괴롭힘 안 당하지. 가서 찔러, 엄마가 응원해 줄게!” 조경하는 바늘이 가득 든 작은 상자를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 나는 온몸의 고통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아이는 내 손가락에, 발가락에, 하나씩 바늘을 찔러 넣었다. 나는 극심한 통증에 정신을 잃었다가도, 다시 그 고통으로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살아 있는 것이 더는 의미가 없었다. 내가 울부짖고 애원할수록, 그들은 더욱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눈을 뜬 순간,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바로 남편과 시어머니가 산에 버섯을 따러 간 그날이었다. “미영아, 우리도 정말 최선을 다했어. 절벽 아래까지 다 찾아봤는데, 이것
“제 남편과 시어머니는 아침에 출발했는데, 고작 두 시간 만에 늑대가 두 사람을 통째로 먹어치운 다는 게 말이 돼요?” 내 단호한 태도에 오가현과 조경하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나는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설명했고, 곧 수색이 시작되었다. 1시간쯤 후, 조경하가 갑자기 소리쳤다. “어머! 여기요!” 모두가 몰려가자 큰 바위 뒤에서 두 사람이 발견되었다. 두 사람의 몸에는 피가 얼룩져 있었고, 숨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두 사람을 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실 앞에서 조경하가 나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미영 씨는 여기서 기다려. 내가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살려볼 게.” 내가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며, 오가현은 거짓된 위로를 건넸다. “걱정 마. 우리 경하는 이 병원의 최고 의사거든.” 잠시 후, 조경하가 울먹이며 응급실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한 번 보러 들어가 봐.” 안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은 이미 숨을 거둔 듯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천을 걷어내려 다가갔고, 조경하는 그들의 얼굴만 보이도록 천을 살짝 내렸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숨을 쉬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정말 대단한 연기력이네. 조경하까지 합세해 죽은 척하다니.’ 그렇다면, 나도 그들의 연기에 끝을 내주기로 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더니 두 사람의 얼굴에 힘껏 뺨을 때렸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이 못된 인간아! 왜 하필이면 어머니까지 데려간 거야! 앞으로 나 혼자서 어떡하라고!” 나는 그 말을 하며 남우현의 가슴을 두 번 주먹으로 내리쳤다. 곧이어 송혜정의 가슴에도 같은 방식으로 주먹질을 했다. “안 돼, 난 믿을 수 없어! 당신들 이대로 떠나면 안 돼! 제발, 눈을 떠봐!” 내 울부짖음에 송혜정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마도 강한 진정제와 마취에도 고
옆에 있던 의사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경하를 쳐다보았다. 내가 끝까지 두 사람의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고집하자, 조경하는 마지못해 그들의 일곱 구멍을 봉합하기 시작했다. “조 선생님, 고생 많으셨어요. 나머지 화장 절차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참, 사망진단서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나요?” 내 말에 경하의 입가가 미묘하게 떨렸다. 그때 옆에서 오가현이 재빨리 내 팔을 붙잡았다. “이런 일은 임산부가 할 일이 아니에요. 이웃 사이에 이런 걸 돕는 건 당연한 거죠. 그러니까 걱정 말고 이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괜히 아이한테 피해 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요.”오가현이 내 배를 만지려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두 걸음 물러섰다. ‘지금 이들에게 복수하면 내 아이한테도 영향이 갈 거야. 난 그들이 계획했던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는 걸 똑똑히 보여줄 거야.’“그럼 부탁드릴게요. 저는 사망진단서를 받으러 갈게요.” 말을 마친 뒤, 나는 일부러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송혜정과 남우현의 코가 막힌 상태였기에, 나는 그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미영아, 먼저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어때? 모든 게 끝나면 연락할게.” 오가현이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나는 송혜정과 남우현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렸다가 축 처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만족스럽게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두 사람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모아 마당에 내던졌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한 상 가득한 음식을 차리고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으로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이웃들이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가져올 ‘가짜 유골’을 기다렸다. 오후 3시쯤, 오가현과 조경하가 집으로 찾아왔다. 나는 그들이 두 개의 유골함을 들고 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미영아, 방금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두 사람은 아직 며칠 더 영안실에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걱정하지 마, 내가 다
마을 이장이 내 서류를 받아들고 처리해 줄 거라고 약속하자, 오가현의 표정이 창백해졌다.돌아가는 길 내내, 오가현은 앞서 걸으며 무언가를 궁리하는 듯했다. 아마도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들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생의 나는, 세 가족을 모두 잃고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송혜정과 남우현의 사망진단서조차 보지 못했다. 당시, 두 사람의 장례는 오가현이 직접 맡아주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화장 대신 그녀가 매장으로 바꾸었을 때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이 매장될 때까지 그들의 시신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 철저히 이용당했고,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집 명의 변경을 끝낸 후, 나는 오가현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장례를 성대히 치르고 싶었기 때문이다.지난 생에는 오가현이 각종 이유를 대가며 성대한 장례를 치르는 것은 마을의 관습에 어긋난다며 조용히 매장할 것을 주장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장례조차 치르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슬픔에 빠져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오가현은 지난 생과 똑같은 이유를 들며 말했다. “미영아, 네 시어머니와 남편은 아직 젊잖아. 마을 규칙에 따르면, 젊은 사람은 조용히 묻어야 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먹였다. “그럴 순 없어요. 남편과 시어머니는 제게 너무 잘해주셨는데, 이렇게 보내드릴 수는 없잖아요. 친척과 이웃들을 초대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아주머니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내 말에 오가현은 급히 반대하며 말했다. “안 돼! 그렇게 하면... 혹시라도 두 사람이 원혼이 되어 너를 괴롭히면 어쩌려고 그래? 특히 너는 지금 임신 중이잖아.” 참으로 구차한 변명이다. 매번 아이를 들먹이며 날 막으려 하다니. 나는 속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왜 자꾸 저
“못질은 안 됩니다!” 조경하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일부러 그녀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왜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조경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관 뚜껑에 못질하면, 통풍이 안 되잖아요?” 나는 하마터면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 친척들이 함께 있었기에, 나는 조경하가 자신의 연극을 위해 직업과 명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미 사망진단서가 발급되었고, 이 상황에서 그녀가 더 섣불리 행동한다면 자신과 가족의 체면에 피해 줄 게 분명했다. “통풍이 안 되는 게 더 낫지. 경하 씨도 알다시피, 여긴 병원이 아니잖아. 시체 냉동 시설도 없으니 하루 이틀만 지나도 냄새가 날 텐데, 장례는 사흘 동안 해야 하잖아.” 조경하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렸고, 몸을 휘청거리더니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내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 듯했다. 옆에 있던 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관 뚜껑 못질 안 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주성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꾼들이 바로 못질을 시작했다. 조경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오가현은 그녀의 이상한 반응을 눈치채고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미영아, 너도 피곤할 텐데 오늘은 집에 가서 쉬는 게 어때?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너무 무리하지 마.” 오가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모두들 집에 가서 쉬세요. 오늘 하루 다들 고생하셨어요. 저희 집은 사흘 동안 상주를 지키는 전통이 있으니 제가 그 전통을 깨면 안 되죠.” 오가현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사흘이 지나면, 관 속에 갇힌 남우현과 송혜정은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네 몸이 더 중요해.
조경하는 떨리는 손으로 관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새벽이 되어가자, 관 안의 산소가 모두 사라지고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손톱으로 나무를 긁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그 소리들을 무시했다. 그러나 조경하는 그 소리를 고스란히 들으며 불안과 공포 속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날이 밝아오자 되자, 나는 이어폰을 빼고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조경하의 눈은 이미 초점이 풀린 채,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했다. “두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그 순간, 친척 몇 명이 도착했다. 나는 조경하의 등을 다독이며 그녀를 진정시키는 척했고, 친척들에게 말했다. “경하 씨가 밤새워 상을 지키다 놀랐나 봐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꽤나 충격을 받은 것 같네요.” 그날 이후, 남은 이틀 동안의 상주는 내가 홀로 맡았다. 관 근처에서는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가 점점 심해졌고, 조경하는 집으로 돌아간 뒤 고열에 시달리며 헛소리를 중얼거렸다. 사람들은 그녀가 귀신에 씌였다고 생각하며, 오가현에게 무당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오가현은 누구보다 자신의 딸이 왜 그런 상태인지 잘 알고 있었다.삼일 후, 장례식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송혜정과 남우현의 관이 땅에 묻혔고 조경하는 오가현의 부축을 받으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눈물 범벅이 된 조경하의 모습을 본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경하 씨는 자기 남편이라도 죽은 것처럼 슬프게 우시네요. 제가 더 슬퍼야 할 텐데, 괜히 민망하네요.” 내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오가현은 화가 난 얼굴로 조경하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이 내 반응을 두고 뒷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에 대한 모욕일 테니까. 남우현과 송혜정의 묘지는 오가현 집 옆 농지에 자리 잡았다. 전문가를 불러 돈을 주고 묘지 자리를 선정한 것이다. 그들에게 매번 농사를 지을 때마
송혜정은 생전에 나에게 장난감 딸랑이를 사 주었다. 나는 그게 내 뱃속 아기를 위해 미리 준비한 선물인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녀가 나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내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샀을 리가 없었다.오가현은 내가 한 말을 듣더니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내가 이렇게 겁을 주며 길거리를 떠돌고 있는데도, 용감한 몇몇 이웃들이 몰래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오가현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어갔다.“네가 혜정이라고? 김미영, 헛소리하지 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그때 조경하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 나왔다. 나를 보자마자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경하야, 왜 그렇게 놀라니? 나는 네 미래 시어머니야. 네가 내 아들을 위해 토실토실한 손자를 낳았으니 내 손자에게 장난감을 주러 왔단다.”“싫어! 너, 제발 가버려! 원한이 있다면 차라리 김미영을 찾아가! 나는 절대 두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냥 두 사람이 죽은 척해서 김미영을 속인 후, 우리끼리 잘 살려고 했던 것뿐이야! 나도 김미영이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조경하는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땅에 주저앉아 머리를 연신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빌었다.”우리 아들 좀 보여줘. 경하야, 나야, 남우현! 우리 아들이 보고 싶어졌어. 김미영만 처리되면 우리 셋이서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네가 말했었잖아. 난 약속대로 널 데리러 온 거야.”나는 몸을 떨며 목소리를 굵게 바꾸고 남우현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조경하를 더 겁줬다.“싫어! 내가 우리 아들을 잘 키울 테니 제발 가! 애초에 죽은 척해서 김미영을 속이려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 당신이 김미영을 죽이려 했던 거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지옥에 가야 한다면 당신이 가!”조경하는 두서없이 떠들었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이때 집 밖의 소란스
오가현은 상속권을 잃고 철거 보상금도 받을 수 없게 되자, 결국 자신이 직접 방을 구해 살아야만 했다.이 이야기는 이웃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아니, 원래 남편도 그 집의 일원이었으니 당연히 보상금 일부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네가 뭘 알아! 오가현은 그 남자와 혼인 신고도 안 했대. 혼인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고, 게다가 시동생이 오가현이 바람피운 증거를 찾아냈다더라. 그 일로 집에서 쫓겨났대.”나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며칠 후, 오가현의 시체가 우물에서 발견되었다. 농사일 중에 물을 길으려던 사람이 발견했다고 했다.이 사건은 다시 한번 마을 전체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순식간에 마을 구석구석으로 소문이 퍼졌다.슬쩍 알아보니, 시체가 발견되었을 당시 이미 얼굴이 심각하게 부어올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그녀 손목의 가짜 옥팔찌를 보고서야 오가현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마을의 이장이 조경하에게 연락해 와서 그녀에게 오가현의 장례를 처리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단호히 거절했다.결국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오가현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렀다. 오가현은 돗자리에 싸여 묘지에 묻혔고, 묘비조차 세워지지 않았다.오가현이 매장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경하가 아들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왔다. 그녀는 상복을 입고 마을 이장의 집 앞에 무릎을 꿇었다.조경하는 오가현의 묘를 찾아달라며 부탁했고, 이장이 묘지 방향을 가르쳐 주자 그곳으로 향했다.그러나 도착해 보니, 오가현의 묘지는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진 상태였다. 시체는 벌레에게 갉아먹혀 엉망진창이 되었고, 역한 냄새가 풍겼다.마을 사람들은 이미 철거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주해 있었기 때문에 묘지 부근에는 사람이 없었다.사람들은 이것이 오가현의 원수이거나 원혼이 복수한 것이라고 추측했다.조경하는 오가현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
송혜정은 생전에 나에게 장난감 딸랑이를 사 주었다. 나는 그게 내 뱃속 아기를 위해 미리 준비한 선물인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녀가 나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내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샀을 리가 없었다.오가현은 내가 한 말을 듣더니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내가 이렇게 겁을 주며 길거리를 떠돌고 있는데도, 용감한 몇몇 이웃들이 몰래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오가현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어갔다.“네가 혜정이라고? 김미영, 헛소리하지 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그때 조경하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 나왔다. 나를 보자마자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경하야, 왜 그렇게 놀라니? 나는 네 미래 시어머니야. 네가 내 아들을 위해 토실토실한 손자를 낳았으니 내 손자에게 장난감을 주러 왔단다.”“싫어! 너, 제발 가버려! 원한이 있다면 차라리 김미영을 찾아가! 나는 절대 두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냥 두 사람이 죽은 척해서 김미영을 속인 후, 우리끼리 잘 살려고 했던 것뿐이야! 나도 김미영이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조경하는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땅에 주저앉아 머리를 연신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빌었다.”우리 아들 좀 보여줘. 경하야, 나야, 남우현! 우리 아들이 보고 싶어졌어. 김미영만 처리되면 우리 셋이서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네가 말했었잖아. 난 약속대로 널 데리러 온 거야.”나는 몸을 떨며 목소리를 굵게 바꾸고 남우현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조경하를 더 겁줬다.“싫어! 내가 우리 아들을 잘 키울 테니 제발 가! 애초에 죽은 척해서 김미영을 속이려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 당신이 김미영을 죽이려 했던 거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지옥에 가야 한다면 당신이 가!”조경하는 두서없이 떠들었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이때 집 밖의 소란스
조경하는 떨리는 손으로 관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새벽이 되어가자, 관 안의 산소가 모두 사라지고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손톱으로 나무를 긁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그 소리들을 무시했다. 그러나 조경하는 그 소리를 고스란히 들으며 불안과 공포 속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날이 밝아오자 되자, 나는 이어폰을 빼고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조경하의 눈은 이미 초점이 풀린 채,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했다. “두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그 순간, 친척 몇 명이 도착했다. 나는 조경하의 등을 다독이며 그녀를 진정시키는 척했고, 친척들에게 말했다. “경하 씨가 밤새워 상을 지키다 놀랐나 봐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꽤나 충격을 받은 것 같네요.” 그날 이후, 남은 이틀 동안의 상주는 내가 홀로 맡았다. 관 근처에서는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가 점점 심해졌고, 조경하는 집으로 돌아간 뒤 고열에 시달리며 헛소리를 중얼거렸다. 사람들은 그녀가 귀신에 씌였다고 생각하며, 오가현에게 무당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오가현은 누구보다 자신의 딸이 왜 그런 상태인지 잘 알고 있었다.삼일 후, 장례식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송혜정과 남우현의 관이 땅에 묻혔고 조경하는 오가현의 부축을 받으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눈물 범벅이 된 조경하의 모습을 본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경하 씨는 자기 남편이라도 죽은 것처럼 슬프게 우시네요. 제가 더 슬퍼야 할 텐데, 괜히 민망하네요.” 내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오가현은 화가 난 얼굴로 조경하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이 내 반응을 두고 뒷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에 대한 모욕일 테니까. 남우현과 송혜정의 묘지는 오가현 집 옆 농지에 자리 잡았다. 전문가를 불러 돈을 주고 묘지 자리를 선정한 것이다. 그들에게 매번 농사를 지을 때마
“못질은 안 됩니다!” 조경하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일부러 그녀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왜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조경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관 뚜껑에 못질하면, 통풍이 안 되잖아요?” 나는 하마터면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 친척들이 함께 있었기에, 나는 조경하가 자신의 연극을 위해 직업과 명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미 사망진단서가 발급되었고, 이 상황에서 그녀가 더 섣불리 행동한다면 자신과 가족의 체면에 피해 줄 게 분명했다. “통풍이 안 되는 게 더 낫지. 경하 씨도 알다시피, 여긴 병원이 아니잖아. 시체 냉동 시설도 없으니 하루 이틀만 지나도 냄새가 날 텐데, 장례는 사흘 동안 해야 하잖아.” 조경하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렸고, 몸을 휘청거리더니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내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 듯했다. 옆에 있던 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관 뚜껑 못질 안 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주성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꾼들이 바로 못질을 시작했다. 조경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오가현은 그녀의 이상한 반응을 눈치채고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미영아, 너도 피곤할 텐데 오늘은 집에 가서 쉬는 게 어때?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너무 무리하지 마.” 오가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모두들 집에 가서 쉬세요. 오늘 하루 다들 고생하셨어요. 저희 집은 사흘 동안 상주를 지키는 전통이 있으니 제가 그 전통을 깨면 안 되죠.” 오가현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사흘이 지나면, 관 속에 갇힌 남우현과 송혜정은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네 몸이 더 중요해.
마을 이장이 내 서류를 받아들고 처리해 줄 거라고 약속하자, 오가현의 표정이 창백해졌다.돌아가는 길 내내, 오가현은 앞서 걸으며 무언가를 궁리하는 듯했다. 아마도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들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생의 나는, 세 가족을 모두 잃고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송혜정과 남우현의 사망진단서조차 보지 못했다. 당시, 두 사람의 장례는 오가현이 직접 맡아주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화장 대신 그녀가 매장으로 바꾸었을 때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이 매장될 때까지 그들의 시신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 철저히 이용당했고,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집 명의 변경을 끝낸 후, 나는 오가현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장례를 성대히 치르고 싶었기 때문이다.지난 생에는 오가현이 각종 이유를 대가며 성대한 장례를 치르는 것은 마을의 관습에 어긋난다며 조용히 매장할 것을 주장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장례조차 치르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슬픔에 빠져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오가현은 지난 생과 똑같은 이유를 들며 말했다. “미영아, 네 시어머니와 남편은 아직 젊잖아. 마을 규칙에 따르면, 젊은 사람은 조용히 묻어야 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먹였다. “그럴 순 없어요. 남편과 시어머니는 제게 너무 잘해주셨는데, 이렇게 보내드릴 수는 없잖아요. 친척과 이웃들을 초대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아주머니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내 말에 오가현은 급히 반대하며 말했다. “안 돼! 그렇게 하면... 혹시라도 두 사람이 원혼이 되어 너를 괴롭히면 어쩌려고 그래? 특히 너는 지금 임신 중이잖아.” 참으로 구차한 변명이다. 매번 아이를 들먹이며 날 막으려 하다니. 나는 속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왜 자꾸 저
옆에 있던 의사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경하를 쳐다보았다. 내가 끝까지 두 사람의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고집하자, 조경하는 마지못해 그들의 일곱 구멍을 봉합하기 시작했다. “조 선생님, 고생 많으셨어요. 나머지 화장 절차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참, 사망진단서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나요?” 내 말에 경하의 입가가 미묘하게 떨렸다. 그때 옆에서 오가현이 재빨리 내 팔을 붙잡았다. “이런 일은 임산부가 할 일이 아니에요. 이웃 사이에 이런 걸 돕는 건 당연한 거죠. 그러니까 걱정 말고 이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괜히 아이한테 피해 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요.”오가현이 내 배를 만지려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두 걸음 물러섰다. ‘지금 이들에게 복수하면 내 아이한테도 영향이 갈 거야. 난 그들이 계획했던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는 걸 똑똑히 보여줄 거야.’“그럼 부탁드릴게요. 저는 사망진단서를 받으러 갈게요.” 말을 마친 뒤, 나는 일부러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송혜정과 남우현의 코가 막힌 상태였기에, 나는 그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미영아, 먼저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어때? 모든 게 끝나면 연락할게.” 오가현이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나는 송혜정과 남우현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렸다가 축 처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만족스럽게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두 사람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모아 마당에 내던졌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한 상 가득한 음식을 차리고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으로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이웃들이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가져올 ‘가짜 유골’을 기다렸다. 오후 3시쯤, 오가현과 조경하가 집으로 찾아왔다. 나는 그들이 두 개의 유골함을 들고 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미영아, 방금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두 사람은 아직 며칠 더 영안실에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제 남편과 시어머니는 아침에 출발했는데, 고작 두 시간 만에 늑대가 두 사람을 통째로 먹어치운 다는 게 말이 돼요?” 내 단호한 태도에 오가현과 조경하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나는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설명했고, 곧 수색이 시작되었다. 1시간쯤 후, 조경하가 갑자기 소리쳤다. “어머! 여기요!” 모두가 몰려가자 큰 바위 뒤에서 두 사람이 발견되었다. 두 사람의 몸에는 피가 얼룩져 있었고, 숨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두 사람을 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실 앞에서 조경하가 나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미영 씨는 여기서 기다려. 내가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살려볼 게.” 내가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며, 오가현은 거짓된 위로를 건넸다. “걱정 마. 우리 경하는 이 병원의 최고 의사거든.” 잠시 후, 조경하가 울먹이며 응급실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한 번 보러 들어가 봐.” 안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은 이미 숨을 거둔 듯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천을 걷어내려 다가갔고, 조경하는 그들의 얼굴만 보이도록 천을 살짝 내렸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숨을 쉬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정말 대단한 연기력이네. 조경하까지 합세해 죽은 척하다니.’ 그렇다면, 나도 그들의 연기에 끝을 내주기로 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더니 두 사람의 얼굴에 힘껏 뺨을 때렸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이 못된 인간아! 왜 하필이면 어머니까지 데려간 거야! 앞으로 나 혼자서 어떡하라고!” 나는 그 말을 하며 남우현의 가슴을 두 번 주먹으로 내리쳤다. 곧이어 송혜정의 가슴에도 같은 방식으로 주먹질을 했다. “안 돼, 난 믿을 수 없어! 당신들 이대로 떠나면 안 돼! 제발, 눈을 떠봐!” 내 울부짖음에 송혜정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마도 강한 진정제와 마취에도 고
파라콰트의 독이 온몸을 갉아먹으며,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에 정신이 아득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온몸의 고통을 참고,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고통으로 인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하하, 엄마, 저 여자 곧 죽겠죠? 진짜 꼴좋네요!” 조경하의 아들이 손가락질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옆에 서 있던 내 남편, 아니 내게 칼을 꽂은 배신자, 남우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아들. 저 여자는 우리 집을 차지한 채 나가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죽어야 해.” 그 순간, 아이는 바닥에서 돌을 주워들더니 나를 향해 미친 듯 던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커다란 붉은 벽돌까지 집어 내 머리에 내리쳤다. “나쁜 여자! 죽어버려! 나쁜 여자!” 아이가 던진 돌과 벽돌이 나를 덮쳤고, 나는 온몸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독이 내 장기를 갉아먹으며 점점 더 큰 고통이 몰려왔다. 피가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그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내 비참한 모습을 구경했다. 조경하는 아이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말했다. “우리 아들, 이걸로 저 여자 좀 더 찔러봐. 이제부터 너도 배짱을 키워야지. 그래야 밖에서 괴롭힘 안 당하지. 가서 찔러, 엄마가 응원해 줄게!” 조경하는 바늘이 가득 든 작은 상자를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 나는 온몸의 고통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아이는 내 손가락에, 발가락에, 하나씩 바늘을 찔러 넣었다. 나는 극심한 통증에 정신을 잃었다가도, 다시 그 고통으로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살아 있는 것이 더는 의미가 없었다. 내가 울부짖고 애원할수록, 그들은 더욱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눈을 뜬 순간,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바로 남편과 시어머니가 산에 버섯을 따러 간 그날이었다. “미영아, 우리도 정말 최선을 다했어. 절벽 아래까지 다 찾아봤는데,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