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채는 침착하게 말했다.“미리 말하는데 먼저 뒤에서 수작 부린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죠. 난 똑같이 되돌려주는 것뿐이고. 다시는 나 건드리지 마요. 주도운한테 결혼까지 강요했는데 당신 하나 상대하는 건 더 쉽지 않겠어요?”권은채가 거친 말을 내뱉고 돌아서서 그대로 떠나려는데 문 앞에 훤칠한 실루엣이 알 수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주도운의 얇은 입술이 비웃듯 휘어져 있었고 목소리는 약간 차가웠다.“그렇게 유능한 권은채 씨에게 손뼉이라도 쳐 드릴까?”권은채는 잠시 침묵했다.“그... 됐어요.”재수가 없
엥?“이혼 말이야.”“고맙지만 됐어요.”권은채는 말을 마친 후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문을 나서는 순간 벽을 뚫고 서늘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곧장 걸어갔다.아래층에 내려가서 배정아를 통해 오늘 서예빈이 촬영했던 광고주 측 연락처를 알아내 녹음파일을 보냈다.애초에 좋은 사람도 아니었고 더 이상 서예빈과 시답잖은 입씨름을 할 생각도 없었다.갚아줘야 하는 건 빼놓지 않고 되돌려주는 편이다....보름 후 ‘퍼스트 러브' 시리즈가 정식으로 출시됐고 시장 반응이 너무 좋아 다른 모델도 빨리 출시해달라는 요청
술잔을 들고 있던 주도운이 멈칫하더니 비웃으며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러면 왜 이러는 건데?”“또 그 여자한테 놀아난 것 같아.”며칠 동안 주도운이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권은채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었다.임신했다는 거짓말까지도 그가 화를 낼 거라는 걸 짐작하고 일부러 자극한 거다.권은채는 그를 잘 알았고 원하는 대로 이혼했다.강민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잘됐네. 돈이나 다른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혼이잖아.”주도운이 피식 웃었다.“돈을 원할 때는 어떻게든 나
권은채는 차용증을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서재 문을 두드리며 꼭 돈을 갚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거듭 말했다.그 모든 과정에서 주도운은 시종일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조롱과 조소로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그동안 그녀는 며칠 내내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고 온몸에 그가 남긴 보복이 가득했다.주도운은 그녀에게 잔뜩 비아냥거리며 돈을 건넸다.“갚을 필요 없어. 이러려고 수작 부려서 나랑 결혼한 거 아니야?”권은채는 말이 없었다. 꿈이 없다고 비난하던 자본가 덕분에 갚을 돈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주도운이 갚지 말라고 해도 차용증은
“...”“권은채,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했어?”“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보고 뻔뻔하다는데 이 정도쯤이야.”주도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바로 전화를 끊지 않는 것을 보고 권은채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며 떠보았다.“지금 돈이 조금 있으니까 일단 일부분만 갚고 나머지는 매달 갚으면 안 될까?”“내가 은행이야?”권은채는 그가 쉽지 않을 줄 알았다.“그럼 어떡해?”“일시불로 갚아.”“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도운이 무심하게 말했다.“아니면 갚을 때까지 앞으로 매일 와서 내 방 청소하고 요리하든지
회사에서 누구에게나 주는 선물이라든지 협력업체에서 주는 선물이라는 등등 온갖 그럴듯한 핑계가 오갔다.롤스로이스 안은 잠시 묘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주도운은 눈을 떴고 그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고 적막했다.한 달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종종 잊고 있었다.뼛속 깊이 박힌 습관이라 바꾸기가 쉽지 않았는데 권은채는 미련 없이 발을 뺐다.임남규가 덧붙였다.“대표님, 다음 주에 힐링에서 쇼를 주최하는데 그래도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로서 축하 선물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회사 전체가 아니라 편집장, 사진작가... 디자이너
권은채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그래.”병원 밖 카페에서 권은채와 김경민은 한참 동안 말없이 마주 앉아 있었다.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김경민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꺼냈다.“은채야, 3년 전에...”“3년 전 일은 미안해. 다만 이제라도 이유를 알고 싶으면 지금 말해줄 수 있어.”권은채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상을 받던 날 아버지가 사채업자에게 2억을 빚졌다는 소식을 듣고 파린에 갈 지원금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거절당했어. 그 뒤에 일은 주여진한테서 들은 그대로야.”김경민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런 이유일
김수연이 킥킥 웃으며 김경민을 바라보았다.“아직 어려서 그냥 재미 삼아 노는 걸 수도 있지. 경민이 네 생각은 어때?”김경민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머리가 아팠다.“누나, 난 차 가져올게.”“그래, 알았어, 가. 여기서 기다릴게.”김경민이 떠난 뒤에야 김수연이 말했다.“지희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임지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제가 뭘 어떻게 해요, 감정적인 일은 강요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내 눈 속일 생각 마. 이번에 주도운이 이혼해서 주씨 가문에서 결혼 주선하느라고 난리인데 그것 때문에 이번에 돌아온 거 맞지
주도운은 침묵했다.“됐어.”그는 지금 당장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사생아라는 타이틀을 달고 주씨 가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주도운은 소위 혈연, 혈통이라는 것에 혐오감을 느꼈다.특히 주씨 가문에 들어서자마자 휠체어를 타고 반신불수가 된 채 음침한 눈빛을 드러낸 상대와 온갖 화려한 금은보화로도 감출 수 없는 더러움과 추악함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그러니 권은채가 아이를 협상 카드로 삼았다는 것은 그의 한계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주도운은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이미 지웠다가 다시 추가한 터라 둘만의 채팅창에는 더 이상 권은
하지만 추가하지 않으면 마치 빚을 지고 갚지 않는 것처럼 보여 한참이 지난 후에야 친구 요청을 수락했지만 채팅한 할 수 있게 설정해 놓았다.돈을 갚는 즉시 다시 차단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한편, 주도운은 주씨 가문 부엌에 앉아 있다가 권은채가 자신의 친구목록에 다시 나타난 걸 발견했다.“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쁜 것도 아닌데 시간 나면 집에 자주 들러. 자꾸 재촉하게 하지 말고.”주도운은 무슨 문자를 보내야 이 배은망덕한 여자가 자신에게 와서 애원할지 생각하며 휴대폰을 쳐다보았다.주도운이 듣지도 않고 있는 것을 본 주일섭은
주도운은 눈을 질끈 감고 말을 제지했다.“그만해.”그는 조금 전 권정환이 돈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임남규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제게 알아보라고 하신 다음 날 사모님과 이혼하셨고 그날 오후에 제가 말씀드렸을 땐... 이미 이혼해서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셨잖아요.”당시 주도운은 권은채라는 말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올라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신경 쓰지 못했다.잠시 후 주도운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힐링 측에 이번 쇼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람은 주명그룹에서 후원한다고 해
권은채를 찾아 돈을 구하는 것보다 주도운을 직접 찾아 돈을 요구하기가 훨씬 쉽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부자들은 통이 커서 한 번에 1억씩 턱턱 쥐여주었다.주도운은 눈을 치켜뜨며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번엔 얼마야?”권정환은 손가락을 내밀었다.“헤헤, 얼마 안 돼. 2억이면 돼.”주도운은 큰 소리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자선사업가인 줄 알아?”“사위, 2억 정도야 손해 볼 것 없잖아.”권정환도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주도운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그때 우리 은채가 케이 클럽에 팔려
김수연이 킥킥 웃으며 김경민을 바라보았다.“아직 어려서 그냥 재미 삼아 노는 걸 수도 있지. 경민이 네 생각은 어때?”김경민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머리가 아팠다.“누나, 난 차 가져올게.”“그래, 알았어, 가. 여기서 기다릴게.”김경민이 떠난 뒤에야 김수연이 말했다.“지희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임지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제가 뭘 어떻게 해요, 감정적인 일은 강요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내 눈 속일 생각 마. 이번에 주도운이 이혼해서 주씨 가문에서 결혼 주선하느라고 난리인데 그것 때문에 이번에 돌아온 거 맞지
권은채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그래.”병원 밖 카페에서 권은채와 김경민은 한참 동안 말없이 마주 앉아 있었다.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김경민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꺼냈다.“은채야, 3년 전에...”“3년 전 일은 미안해. 다만 이제라도 이유를 알고 싶으면 지금 말해줄 수 있어.”권은채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상을 받던 날 아버지가 사채업자에게 2억을 빚졌다는 소식을 듣고 파린에 갈 지원금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거절당했어. 그 뒤에 일은 주여진한테서 들은 그대로야.”김경민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런 이유일
회사에서 누구에게나 주는 선물이라든지 협력업체에서 주는 선물이라는 등등 온갖 그럴듯한 핑계가 오갔다.롤스로이스 안은 잠시 묘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주도운은 눈을 떴고 그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고 적막했다.한 달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종종 잊고 있었다.뼛속 깊이 박힌 습관이라 바꾸기가 쉽지 않았는데 권은채는 미련 없이 발을 뺐다.임남규가 덧붙였다.“대표님, 다음 주에 힐링에서 쇼를 주최하는데 그래도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로서 축하 선물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회사 전체가 아니라 편집장, 사진작가... 디자이너
“...”“권은채,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했어?”“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보고 뻔뻔하다는데 이 정도쯤이야.”주도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바로 전화를 끊지 않는 것을 보고 권은채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며 떠보았다.“지금 돈이 조금 있으니까 일단 일부분만 갚고 나머지는 매달 갚으면 안 될까?”“내가 은행이야?”권은채는 그가 쉽지 않을 줄 알았다.“그럼 어떡해?”“일시불로 갚아.”“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도운이 무심하게 말했다.“아니면 갚을 때까지 앞으로 매일 와서 내 방 청소하고 요리하든지
권은채는 차용증을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서재 문을 두드리며 꼭 돈을 갚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거듭 말했다.그 모든 과정에서 주도운은 시종일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조롱과 조소로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그동안 그녀는 며칠 내내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고 온몸에 그가 남긴 보복이 가득했다.주도운은 그녀에게 잔뜩 비아냥거리며 돈을 건넸다.“갚을 필요 없어. 이러려고 수작 부려서 나랑 결혼한 거 아니야?”권은채는 말이 없었다. 꿈이 없다고 비난하던 자본가 덕분에 갚을 돈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주도운이 갚지 말라고 해도 차용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