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문빈의 부인은 자신을 향해 이렇게 당당하게 대드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이렇게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건가?!그 결과 어떻게 되리라는 걸 모르나?지금까지 그녀가 만나 본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하나같이 개처럼 굽신거렸다.하현은 수표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차만 마시며 냉랭하게 내뱉었다.“꺼지라고요! 여기 당신을 반기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뭐?!”왕문빈의 부인은 하현의 말에 뒷골이 당겼다.그녀의 얼굴은 험악하게 변하며 냉기가 가득했다.“하 씨! 날 이렇게 거절했다가 나중에 어떤 꼴을 볼지 알기나 해?”“내 말 한마디면 금정에 발도 못 붙이게 될 거야! 알어?!”“심지어 전화 한 통으로 당신과 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어!”왕문빈의 부인은 거만하기 그지없었고 기세가 하늘을 치솟았다.하현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냉담하게 말했다.“은둔가 왕 씨 가문이니까?”“아마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뭐라고? 이놈이...”거침없는 하현의 말에 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굽신거렸다고 생각했는데 새파란 놈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아주 죽으려고 작정한 것이 틀림없다!“이봐! 이놈의 다리를 부러뜨려!”“사람을 살리기 싫으면 두 손이라도 작살나 봐야지!”“내 딸이 죽으면 이놈을 관 밑에 깔아 버릴 거야!”왕문빈의 부인 말에 양복을 입은 두 명의 경호원들은 낯빛이 차가워졌고 목을 좌우로 비틀며 앞으로 걸어왔다.그들의 관자놀이가 성난 황소의 뿔처럼 불뚝 솟아올랐고 눈동자에선 살벌한 기운이 넘실거렸다.한눈에 봐도 고수임이 분명했다.“퍽!”그들이 손을 쓴 순간 하현에게 닿을 것도 없이 하현의 손은 이미 그들의 몸을 날려 버렸다.두 명의 경호원들은 갑자기 날아든 주먹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가 이내 온몸이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사람들
주 서장님?!주향무?!왕문빈의 부인은 속으로는 심장이 덜컹했지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냉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이 주 씨 가문 은인이라도 돼?”수사팀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하 대사는 주 씨 집안의 은인입니다!”“부인, 은둔가 주 씨 가문이 능력이 있는 집안이라는 거 나도 잘 알죠!”“하지만 경고하는데 우리 하 대사님을 좀 존중해 주는 게 좋을 겁니다!”“안 그러면 누가 와도 왕 씨 가문 체면 따위 봐주지 않을 겁니다. 당신 남편이 온다고 해도 말이죠!”수사팀장의 말은 매우 단호하고 날카로웠다.하현은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다음 차 한 잔을 따라 마셨다.화이영이 옆에서 설명을 덧붙였다.“어제 하현이 주광록 서장의 목숨을 구했습니다.”뭐?의술에 대해선 어디서 귀동냥이나 한 녀석 아니었던가?무도를 조금 할 줄 아는 놈이 아니었던가?그런데 그가 어떻게 주광록의 목숨을 구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은둔가 주 씨 가문의 귀빈이 되었다고?지금껏 기세등등하고 안하무인했던 왕문빈의 부인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수사팀장이 이렇게 말한 거라면 이는 주향무의 절대적인 의지를 대표하는 것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은둔가 왕 씨 가문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은둔가 주 씨 가문을 이길 수는 없다.결국 돈이 아무리 많아도 권력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은 법이다.왕문빈의 부인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불쾌한 심정에 하현을 씹어 죽이고 싶었지만 딸의 목숨이 이놈의 손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하현! 제법이군!”“대단해!”“당신한테 돈이 부족하지 않다면, 그럼 다른 부족한 거라도 있겠지!”“개의치 말고 어서 말해 봐!”“어떻게 하면 내 딸을 살릴 수 있겠어?!”하현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다.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왕문빈의 부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부인, 당신이 돈도 많고 지위도 상당하다는 거
남편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것을 보고 왕문빈의 부인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남편이 이미 나섰으니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기세등등하던 왕문빈의 부인은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하현, 미안해. 내가 좀 심했어! 잘못했어!”그녀는 남편이 평소 자신을 총애하고 아끼는 걸 알지만 남편이 옳다고 생각한 일에 자신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못마땅해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잘못을 인정하는 아내의 태도에도 왕문빈은 약간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리고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조금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내가 평소에 뭐라고 했어?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왕문빈의 부인은 온몸을 파르르 떨다가 왕문빈 앞에 털썩 무릎을 꿇은 뒤 자신의 뺨을 두 대 때렸다.“하현, 내가 정말 잘못했어!”“용서해 줘!”하현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왕문빈은 하현에게 다가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미안해.”“아까는 우리가 정말 몰라봤어.”“당신은 분명히 호의로 우리한테 그랬던 건데 우리는 사리분별도 하지 못하고 몰아붙였어!”“당신이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뭐라고 해도 다 받아들이겠어!”“우리 은둔가 왕 씨 가문의 조상들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앞으로는 절대 당신한테 맞서지 않을 것이고 어떤 불만의 말도 입에 담지 않겠어!”“그저 이렇게 부탁할 뿐이야! 제발 내 딸 좀 살려 줘!”“내 딸은 아무 죄가 없으니 잘 좀 부탁해.”왕문빈의 태도를 보고 하현은 이것이 노련한 비즈니스맨의 계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 정도 태도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게다가 하현은 이런 사소한 일로 은둔가 왕 씨 가문과 완전히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그러자 하현은 왕문빈의 어깨를 부축하며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자, 왕자혜를 보러 가시죠.”하현은 왕문빈 일행의 극진한 에스코트 아래 특수 병동에 도착했다.하현이 방에 들어서는 순간 기
화이영은 서양 의학을 전공했지만 전통 한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왕자혜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도 고수들이 먼저 환자 체내의 혼란스러운 내부 바이탈을 안정시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왕자혜의 내부 흐름이 안정되고 혈맥이 진정되어야 수술을 할 수 있다.그렇지 않으면 칼을 들이대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려 결국 환자를 살릴 수 없게 된다.그 정도가 되면 신선이 와도 절대 환자를 살려낼 수 없다.화이영은 하현에게 또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예로부터 의술과 무술을 겸비한 사람은 나이가 많든 적든 그 명성을 널리 떨칠 수 있다.하지만 하현은 금정에서 전혀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도대체 얼마나 겸손하면 이럴 수가 있는가?정말로 평범한 데릴사위가 맞을까?하현은 화이영이 충격과 감탄에 빠진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왕자혜의 내부 바이탈을 잡는 데 집중한 뒤 왕자혜의 큰 혈을 몇 군데 더 눌렀다.“으윽!”하현이 지그시 누른 손가락을 떼자 왕자혜의 몸이 살짝 떨리면서 강물이 녹듯 긴장된 몸이 풀어지고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왕문빈의 부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내 딸 어떻게 된 거야?”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황자혜가 깨어났고 얼굴에 생기가 조금씩 돌고 있었다.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왕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들 기뻐하며 몰려들었다.화이영은 자신도 모르게 얼른 기기들을 쳐다보았다.수치들이 모두 정상 범위로 들어와 있었다.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화이영은 입을 떡 벌리고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이렇게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줄은 몰랐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왕 사장님, 이제 환자가 깨어났습니다.”“이제부터 두 가지 사항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첫째, 그녀의 미간에 있는 피는
10분 후, VIP 라운지에 도착한 하현은 손을 씻고 마시기 딱 좋은 온도의 보이차 한 잔을 마시기 시작했다.떫은맛이 낫지만 감미로운 향이 감돌아 코끝에 온화하게 스며들었다.좋은 차는 역시 달랐다.화이영이 아끼는 차이니만큼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좋군!”“당신이 넉넉히 가지고 있으면 내일 나한테 좀 보내라고 할 텐데. 그런다고 공짜로 얻으려는 건 절대 아니에요. 이거 한 근에 얼마예요? 가격을 두 배 쳐 줄게요!”하현은 우스갯소리를 하며 입을 열었다.화이영은 눈을 찡긋 치켜들었다 내려놓으며 말했다.“이거 보이차 중에서도 최고의 보이차예요. 1년에 많아야 세 근도 생산하지 않죠. 나도 인맥을 통해서 겨우 조금 얻은 건데 당신한테 다 줄게요.”“주는 김에 몇 근 더 주면 안 돼요?”“꿈도 꾸지 마세요!”화이영은 부동산 증서와 카드키를 꺼내 하현 앞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왕 사장님이 당신한테 양도하라고 한 집이에요.”“휘룡만에 있는 집이에요.”“금정 전체에서 관청 최고 책임자가 사는 저택 외에는 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곳은 없을 거예요!”“이곳은 풍수고 좋아요. 뒤에는 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앞에는 유유한 물이 흐르죠.”“들어가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해지며 일이 술술 풀리는 곳이라고요.”하현은 지금 금정개발의 1대 주주였기 때문에 휘룡만의 저택이 얼마의 가치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이백억짜리 대저택이에요.”“수많은 귀족들도 인맥을 통해 왕문빈한테 이 집을 팔라고 권했지만 왕문빈은 절대 팔지 않았어요.”“그런데 지금 그걸 나한테 주겠다고요?”은둔가 왕 씨 가문은 금정 귀족 중 하나였고 휘룡만은 왕 씨 가문에서 개발한 곳이었다.그 안에서도 손꼽히는 아홉 채의 대저택은 그 가치를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작은 집이라고 하더라도 돈만 많다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이런 대저택을 하현에게 주다니!왕문빈이 얼마나 그를 소중히 여기는지 충분히 알 수
화이영이 자신에게 옴팍 뒤집어씌울 듯한 모습을 보이자 하현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됐어요! 됐어! 알았어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왕 사장님께 고맙다고 전해 줘요!”“알겠어요!”화이영이 활짝 웃었다.“참, 하현. 당신 실력이 너무 출중해 그냥 썩히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우리 병원에 고문으로 초빙할까 하는데 어때요?”“연봉 십억. 평소에는 털끝만큼도 방해하지 않을게요.”“특별히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만 SOS를 칠게요!”“게다가 십억 연봉은 기본급일 뿐, 환자를 치료한 수익금은 전부 당신한테 줄게요, 어때요?”화이영은 이런 기발한 생각이 병원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높은 연봉으로 하현을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다.하현은 화이영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결국 그는 고개를 저었다.“호의는 너무 고마워요.”“하지만 말했다시피 난 의사가 아닙니다.”“내가 아는 것은 살인술뿐이에요. 사람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두 번 다 뜻밖의 사고였고 마침 내가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만약 난치병을 맞닥뜨렸다면 난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내 본업은 사람들의 풍수를 살피고 관상을 보는 것입니다.”“그리고 참, 잊지 마세요. 내일부터 매일 집복당에 와서 바닥을 닦아야 해요!”“혹시라도 오지 않을 시엔 날 원망하는 일 없길 바라요!”말을 마친 후 하현은 부동산 등기 서류를 들고 떠났다.화이영은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개자식! 어떻게 저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VIP 라운지를 떠난 하현은 시간을 확인한 뒤 맞은편 입원 병동으로 걸어갔다.설은아가 아직 여기에 입원해 있으니 당연히 발걸음을 했다.게다가 온전히 하루라는 시간이 흘렀으므로 이시운이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을 것이다.하현은 최희정이 자신에게 퍼부을 불평 가득 섞인 말도 두렵지 않았다.설은아의 병실
”당신을 평생 지켜줄 뿐만 아니라 한평생 최선을 다할 거예요!”“은아, 나랑 결혼해 줄래요?”“결혼까진 못 하겠으면 그럼 우선 여자친구라도 되어 줄래요? 네?”김탁우의 진지한 표정과 성형으로 빚은 그의 반들반들한 얼굴은 애틋함으로 가득 들어찼다.영화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하지만 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왜 갑자기 돌변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김탁우, 미안해요.”“내 마음속엔 여전히 하현이 자리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어 줄 자리가 없어요.”“그동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협업하면서 당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절대 당신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할 거예요.”“이양표에게서 절 구해 주신 일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그러나 고마움과 감정은 별개예요!”“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반드시 보답할게요!”설은아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렇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억지로 어떻게 할 순 없어요...”“억지로 딴 참외는 결코 달지 않아요.”설은아의 말을 듣고 김탁우의 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는 설은아아게 복수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설은아 뒤에 있는 대구 정 씨 가문이 탐이 났다.그래서 항상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던 김탁우가 요즘은 점잖은 척 신사인 척 행동해 왔던 것이다.사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설은아를 침대 위에 때려눕히고 싶었다.공식적으로 거절을 당한 김탁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바로 그 순간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바로 설은아를 침대에 눕히려고 했다!설은아 같은 금지옥엽이 정조를 잃으면 스스로 운명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이렇게 해야 자신이 출세할 길이 열릴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선 하현에게 복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김탁우의 눈동자에는 당장 설은아를 잡아먹을 듯한 야수의 탐욕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하현이 험악한 표정으로 들이닥쳤다.“김탁우! 당신 지금 이 사람 남편 앞에서 그게 할 소리야? 그런 말을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는 거 알아?”“하현, 그러지 마...”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설은아는 당황하며 얼른 입을 열었다.그녀는 ‘생명의 은인’인 김탁우에게 하현이 충동적으로 손을 쓸까 봐 두려웠다.걱정스러워하는 설은아의 모습에 하현은 김탁우에게 시선을 돌린 뒤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아한테 실질적인 해를 끼친 건 아니라서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두는 거야.”“하지만 다음은 절대 이런 일 없어!”“다음은 없다고?”김탁우는 하현의 말에 조금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감히 이런 곳에서 함부로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 김탁우는 하현 앞에 다가가 위아래로 훑어본 뒤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하 씨! 유람선에 있을 때 당신은 하고 싶은 대로 다했잖아?”“그런데 왜 난 당신 아내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왜 난 당신 건드리면 안 되냐고?”“왜? 또 한 번 날 건드려 봐! 그러면 당신 아내가 불쌍히 여겨 날 사랑하게 될지 누가 알아?”“걱정하지 마!”“난 어떻게든 해내고 말 거야!”“당신 아내를 내 침대에 눕힐 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의 마음까지 싹 다 훔쳐 버릴 거야!”“그때가 되면 사는 게 죽느니 보다 더 괴롭다는 걸 알게 될 거야!”차갑게 내뱉은 뒤 김탁우는 한껏 도발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다 한 걸음 물러서며 큰소리로 말했다.“하현, 그럼 우리 설은아 잘 부탁해. 그리고 딱 기다려! 설은아는 나와 결혼하게 될 테니까!”“설은아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다 당신 잘못이야! 내가 절대 가만 안 둬!”“퍽!”하현은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김탁우를 더 이상 참고 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와 얼른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내가 정말로 당신한테 손을 못 쓸 줄 알았어?”“내 아내가
사하담처럼 멋대로 풍수를 바꾸면 금정 전체의 풍수 방향을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에 의해 풍수가 바뀐 가문은 한동안은 번창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반드시 재난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장부를 한참 들여다본 하현은 갑자기 이건군이 왜 그렇게 여러 번 사기를 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그가 자주 산책을 하는 공원은 명문가의 주택 외곽이었다.그리고 이 명문가는 이미 사하담에 의해 풍수가 바뀌었고 음기가 밖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허약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빼곡한 장부를 보며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고 펜을 들어 뒤에 각각 메모를 해 두었다.사하담의 욕심은 풍수의 지맥을 바꾸었을 뿐이지만 미치는 효과는 눈덩이처럼 커져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하현은 몰랐으면 몰랐지, 알게 된 다음에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닥치는 대로 해결하기로 했다.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 다른 것들은 장용호에게 분부해 혼란스러워진 풍수를 바로잡으라고 했다.그러나 장부를 무심코 뒤적거리던 하현은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최희정, 설재석.두 이름을 보았을 때 하현은 갑자기 머리가 쭈뼛 섰다.장인과 장모조차 사하담에게 와서 풍수를 봤을 줄은 몰랐다.어쩐지 설은아가 금정에 처음 왔을 때 자꾸 사업과 계약이 꼬이더라니!지금 이 사업들 중 제대로 돌아가는 사업장이 하나도 없었다.쉽게 말해 설은아 일가의 풍수도 완전히 어질러진 것이다.원래 자연스럽게 흘러 움직여야 할 재물과 권세가 완전히 일그러진 것이다.지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은아 가족을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떠나게 하거나, 아니면 장용호가 그들 집안 풍수의 맥을 완전히 깨뜨리는 것이었다.하지만 하현은 최희정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감히 그들의 집 풍수를 깨뜨리는 자는 평생의 원수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하현은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꺼냈지만 결국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자신은
주광록은 하현에게 주 씨 가문 저택의 풍수를 봐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그래서 부리나케 찾아온 것이다.다만 그가 무턱대고 찾아온 것이 사하담과 하현의 결말을 결정지었을 뿐이다.한 시간 후, 사하담은 음양관을 하현의 이름으로 이전했다.이후 그는 어쩔 수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금정을 떠났다.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자신의 딸까지 하현에게 얻어맞은 마당에 무엇을 망설이겠는가?그가 만약 진퇴를 모른다면 더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어쩌면 그의 딸 앞날까지도 완전히 망쳐 놓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사가연은 원래 면직 처리되어 조사를 받을 몸이었지만 하현이 특별히 사정을 한 결과 3일 동안 반성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하현에게 있어 이런 일은 그다지 큰일도 아니었다.한편으론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사람들을 더 많이 심어 놓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어쨌든 자신은 지금 집복당을 열었고 항상 사람들과 교류할 것이다.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주광록을 내세워 사사건건 해결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아무리 인정으로 하는 일이라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하현의 깊은 뜻을 알아차리고 사가연 일행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기어서 떠날 때는 하현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하현,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분부하십시오. 바닷속이건 불구덩이든 뛰어들겠습니다!”모두가 떠나고 음양관도 평온을 되찾았다.하지만 하현은 아직 영업을 할 만한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서 장용호에게 음양관을 원래대로 유지하라고 했지만 간판만은 철거했다.이곳은 평일에 자신이 쉬는 곳으로 삼을 생각이었다.영악한 토끼는 토끼굴을 세 개는 가지고 있는 법이다.금정에서 쉴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있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장용호는 명령을 받고 만세당으로 가서 일손을 재배치했다.음양관의 물자를 점검하고 청소하고 꾸미는 일에 힘을 쏟기 위함이었다.다음 날 오후, 장용호는 의아한 눈빛으
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주 부장님, 그런데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입니다. 좀 쉬셔야 하는데 이곳까지 뭐 하러 오셨어요?”주광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요. 내 일이니 몫을 해야죠.”“하지만 회사에 가기 전에 꼭 들려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과거의 원한 따위 따지지 않고 날 두 번씩이나 구해 주었으니까요.”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이게 다 우리 두 사람의 인연 아니겠습니까? 아무 일도 아니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하현과 주광록의 대화를 들은 사가연 일행은 가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방금 자신이 하현에게 큰소리치던 것이 생각나서 머리를 땅에 처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참, 제 동생도 많이 도와주셨다면서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주 서장님께 한마디 당부해 주십시오. 그러면 안 된다고요. 이미 그 일은 우리 둘 사이의 비밀로 해 두자고 약속했었는데 말이에요!”“아, 알겠습니다. 이제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하현과 주광록이 주향무를 언급하며 하현과 주향무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처럼 말하자 사가연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이 개자식이 은둔가 주 씨 가문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였단 말이야?주 씨 가문 두 형제와 이렇게 막역한 사이라고?망했다!완전히 망했다!주광록가 화가 나면 기껏해야 관복을 벗는 것으로 끝난다.하지만 주향무가 화가 나면 그녀가 과거에 저지른 일까지 모두 찾아내어 바로 감옥에 넣을 수 있다.순간 사가연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노려보았다.만약 아버지가 누굴 좀 밟아 달라고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여기 와서 이런 일을 했겠는가?자신의 위치도 더는 지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것이다!그때 그녀가 데리고 온 무리들은 이 광경을 쳐다보며 완전히 넋을 잃었다.모두 정신이 혼미해졌다.실력 없는 풍수쟁이인 줄로만 알았던 하현이 이런 거물들과 막역한 사이일
사가연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잘 들어!”“난 말이야. 금정 주택건걸부 제1팀장이야!”“주로 풍수관을 담당하고 있지!”“어때? 이제 순순히 무릎을 꿇을 거야?”“하현이 왜 무릎을 꿇어야 하지?”냉엄한 목소리로 군중들 사이를 헤치고 좌중을 압도했다.“당신은 오늘부로 해고야!”사하담은 누군가 자신의 딸한테 함부로 말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험악한 표정으로 변했다.“어느 개자식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그 입을 찢어 버려야겠어!”“나야, 주광록.”“자, 찢어 보시지!”주광록?!그의 이름을 듣고 사가연은 자신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와 그녀 뒤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는 즉시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몇 사람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휠체어를 탄 사람은 위엄을 가득 품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주광록?!금정 주택건설부 부장?!순간 넋이 나간 사가연이 사색이 되며 말했다.“주 부장님!”“퍽!”주광록은 바로 손바닥을 날렸다.“내 입을 찢을 텐가?”“어서 해 봐!”“기회 줄 때 어서 해 보라고!”사가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쩔 줄을 몰라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부, 부장님. 어찌 감히... 제가...”“뭘 그렇게 꾸물거려! 어서 무릎 꿇고 말해!”주광록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사가연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자신이 큰 물의를 빚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비아냥 가득한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풀썩 무릎을 꿇었다.그녀 뒤에 서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이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주광록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무릎을 꿇은 채로 이리 와.”주광록은 냉담하게 입을 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사가연은 부들부들 떨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퍽!”주광록은 아무 말도 없이 손바닥을 휘갈겼다.“관청의 공무원 신
”풍수술은 대하 오천 년 동안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야!”“사람들과 인류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지!”“싸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게다가 다른 사람의 가게를 부순다거나 하는 데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되지!”“아무에게나 주술을 부리는 것은 범죄 행위야!”“이봐, 당신 어느 풍수관에서 왔어? 이름을 대 봐!”“난 오늘 법을 대표해서 당신을 처벌하고 당신의 풍수관을 폐쇄할 거야!”“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하는 건 풍수지리사로서 전혀 적절하지 않아!”“오늘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내일은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해칠지도 몰라!”순간 사가연은 정의를 지키는 사도의 표정을 자아냈다.누구보다 정의롭고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마치 여기서 그녀는 절대적인 여왕처럼 군림했고 그녀가 행하는 모든 일을 사람들이 무조건 실행해야 할 것처럼 행동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누군가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가게를 닫고 구경하러 오라고 부추겼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떻게 이래? 아버지도 뻔뻔하다 했더니 그 딸도 똑같이 뻔뻔해?!”“뭐라고? 이 자식이! 뻔뻔하다고?”하현의 표정과 비아냥이 섞인 말을 듣고 사가연은 발끈하며 소리쳤다.그녀는 자신의 높은 권위에 큰 도전을 받았다고 느꼈고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하현 앞에 다가왔다.“이봐, 당신은 이미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공무 방해죄, 공무원 모욕죄에 해당해!”“이것만으로도 당신을 충분히 감옥에 넣을 수 있어, 알아?”“당신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떤 승부가 났든 그건 당신이나 여기 구경하던 사람들이 판단할 게 아니야!”“오직 내가 판단해! 알았어?”사가연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야말로 현장의 최고 주도자 같은 자세를 보였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아버지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더
충격 그 자체였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풍수지리술로 이런 일을 꾸밀 줄은 몰랐다!순간 많은 사람들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대사님, 정말 대단하십니다!”장용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구경하던 사람들조차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하 대사님! 하 대사님!”장내는 흥분한 사람들의 물결로 떠들썩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꼼꼼히 닦고 나서야 장용호에게 시선을 던졌다.“점포, 이제 우리가 접수해야지. 어서 간판 바꿔...”“네!”장용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음양관의 간판을 떼려고 움직였다.“퍽!”바로 그때 군중들 사이를 헤치고 제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장용호를 발로 차 넘어뜨린 뒤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누가 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아버지 가게 간판을 떼겠다고? 이 가게를 접수해?”장용호를 넘어뜨린 사람은 단발머리 여자였다.서른 살이 좀 넘어 보이고 가냘픈 몸매를 가진 그녀는 제복을 입고 있었고 그 모습이 유별나게 매혹적이었다.그녀는 여성스러움 외에도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딱 봐도 무리의 우두머리 같았다.그녀의 뒤를 따르는 십여 명의 남녀들은 제복을 입은 사람이나 입지 않은 사람이나 하나같이 거만하고 안하무인한 태도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한눈에 보아도 오랫동안 사람들 위에 군림해 온 무리 같았다.음양관 제자들은 이 사람들이 나타나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마중을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사님!”사하담은 얼굴 전체가 완전히 벌겋게 상기되었다.마치 소중한 딸의 등장이 자신에게 절대적인 위엄을 유지할 수 있게 용기를 준 것 같았다. 단발머리 여자는 주위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하담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사하담은 억울한 표정으로 하현을 가리켰다.“저 자식이 우리 음양관이 개업한 걸 보고 행패를 부리려고 왔지
”난...”사하담은 말문이 막혔다.하현의 말이 맞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현은 이미 그의 부적을 풀었다.그가 어떻게 사하담의 부적을 풀었든 이번 판은 사하담의 패배였다.사하담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억지로 몸을 지탱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운이 좋아 내 필사주를 풀었다 치자고!”“그런데 당신이 쓴 이 부적,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난 이미 당신의 부적을 알아보았는데 어떻게 풀리지 않은 거지?”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세심하게 그린 부적은 확실히 내 주술을 풀 수 있었어.”“하지만 당신은 한 가지를 간과했어. 바로 당신의 부적이 문제였던 거지. 마침 내 부적과 약간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말하자면 당신의 부적은 기괴하고 요상한 내 부적들을 다 풀어낸 후에도 여전히 기운이 남아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내 부적 속의 기운과 섞여 백병부를 형성한 거지.”“백병부는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는 없지만 당신이 쓴 술법을 당신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해.”하현은 더욱 험악해지는 사하담의 얼굴을 보며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발버둥치지 말고 어서 패배를 인정해.”“그런 거였군! 그렇게 된 거였어!”사하담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뭔가 큰 깨달은 듯 눈동자가 동그래졌다.하현은 그가 어떻게 부적을 풀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함정을 파 놓았던 것이다.정말 뛰어난 통찰력이 아닐 수 없었다!상대의 수를 앞서 꿰뚫어 보다니!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그러나 사하담은 속내를 감추고 이를 악문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렇다고 당신이 이긴 건 아니야!”“애초에 정한 대로라면 당신이 나한테 부린 주술을 당신 스스로도 풀어낼 수 있어야 해!”“백병부는 절대 풀리지 않는 부적이야! 당신도 절대 풀 수 없었다고!”“그러니 이번 판은 무승부야!”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못 풀 거라니,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백병부는 주술을 내린 사람이 당신의 뺨을 한
”하 씨! 똑똑히 들어! 설령 당신이 내 사정을 봐준다고 해도 난 당신 사정 따위 봐주지 않을 거야!”“결국 당신의 이런 사소한 수법은 나한테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거야!”말을 하면서 사하담은 손을 흔들며 책상 옆으로 다가가 하현의 부적들을 풀이하기 시작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당신이 나한테 쓴 부적이 먼저 먹힐지, 아니면 상대의 사정을 봐주며 쓴 내 부적이 먹힐지 한번 보자고.”자신을 둘러싸고 어두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현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중년의 풍수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대사님, 이 자식을 봐준 겁니까?”“이치대로라면 이놈은 이미 죽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히 서 있는 거죠?”말을 마치며 중년의 풍수사는 사하담이 주문을 걸어 놓은 허수아비를 집어 들어 보려고 했다.순간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았고 입에서는 쉴 새 없이 거품이 뿜어져 나왔으며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중년 풍수사도 어느 정도 내공이 있는 사람인데 단지 허수아비를 건드렸다고 이렇게 흉측하게 변할 수가 있는가?사람들은 너무나 큰 충격에 빠졌다.사하담의 주술이 얼마나 음험한지를 충분히 보여 준 셈이 되었다.“형님! 형님!”그의 제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없이 그에게 달려들었고 몸에 붙은 부적을 모두 꺼내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그제야 증상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하지만 사하담은 제자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하현의 부적을 풀지 못한 이 시점에 어디 다른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있겠는가?5분이 지났다.사하담은 세심한 손길로 정성을 다해 부적을 썼다.그런 다음 종이 부적 한 모서리에 불을 붙인 후 재를 사발에 넣은 뒤 물을 부었다.이때 그의 몸이 갑자기 나른해지고 속에서 불편한 기운이 느껴졌다.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사하담은 여
눈앞의 광경에 사람들은 심장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계속 이렇게 되면 하현은 정말 현장에서 소리도 없이 죽을 것만 같았다.사하담은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하현이 뒷짐을 지고 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하 씨! 얼른 빨리 해결해야지?”“음기에 빙의되면 나도 정말 손을 쓸 수가 없어. 당신을 구할 수 없게 된다고!”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주위에 감돌고 있는 음기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마치 재미있는 광경을 기대하는 사람 같았다.“대사님! 대사님! 어서 빨리 움직이십시오!”잠자코 서 있는 하현의 모습을 보고 장용호는 초조해졌다.“보는 것만으로 너무 흉측합니다. 정 안 되겠으면 그냥 패배를 인정하세요!”“창피한 일이 아니에요!”장용호는 하현이 져도 상관없고, 창피해도 상관없었다.설령 집복당을 잃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것이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만약 하현이 여기서 죽는다면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하 대사님! 얼른요! 얼른 움직이세요! 지금 허세를 부리며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에요!”“맞아요! 이 주술을 풀 수 있다면 대사님이 이기는 거지만!”“지금 그렇게 허세 부릴 때가 아니에요!”구경하던 사람들은 하현의 성격을 알아봤고 순간 극도로 불안해졌다.그들은 하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빨리 패배를 인정하라고 조언했다.하현 같은 젊은 인재가 이대로 허망하게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이때 중년의 풍수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당신들, 이 사람 말리지 마!”“하 씨 저놈이 확실히 능력이 좀 있긴 하지만 우리 대사님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저놈은 이미 자기가 졌다고 생각해서 바로 포기한 거야! 뭘 해결할 생각도 할 수 없는 거지!”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듣고 사하담도 냉소를 흘렸다.“하현,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야?”“더 이상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