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또한 하구천이 섬나라와 노국과 결탁하여 항도 하 씨 가문 안주인의 생일날에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거야. 그러니까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해.”“우린 하구천에게 골칫거리를 만들어 줘야 해. 그래서 그로 하여금 속 시끄러운 마음을 핑계 삼아 항성을 떠나도록 만들어야 한다구.”“매일 집에서 교활한 계책을 연구하는 것도 그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고.”하구천은 너무 철두철미하고 자기 보호에도 빈틈이 없었다.이렇게 그를 몰아붙이고 아주 구역질이 나도록 괴롭히지 않으면 하현 자신도 계속 하구천을 상대할 계책을 연구하느라 힘들어진다.그러니 하구천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해야 하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그래, 알겠어요. 바로 준비할게요.”“하현,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동 씨 집안이 아직은 항성에서 좀 먹히는 가문이잖아요.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어요.”하현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하구천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모든 일을 아주 자연스럽게 꾸며야 한다.너무 뻔하게 보이면 상대에게 들킬 수 있다.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듯한 계획이 종종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하현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동리아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하현에게 다가와 손수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하현, 우리 동 씨 집안에서 이렇게 잘해주는 데 뭐 감사의 뜻으로 내놓을 거 없어요? 당신이 직접 못하겠으면 내가 제안을 해도 될까요?”분명 동리아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실은 간신히 용기를 내어 한 말이었다.이국적인 얼굴에 미소가 가득 들어찼다.하현이 원하기만 한다면 곧장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타오를 것 같았다.“하하하.”하현은 실소를 터뜨리며 오른손을 들어 동리아의 손을 툭툭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동리아, 농담하지 마. 잊었어? 난
허민설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으며 하구천이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그러자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하구천, 처음에 그 두 노인을 등판시킨 건 두 가지 목적 때문이었잖아.”“하나는 이번 기회에 용문의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탐색하여 용문에서 하현에 대해 어디까지 용인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고.”“또 하나는 노국을 끌어들이는 것이었잖아. 지금 섬나라가 하현에게 혼이 난 상태에서 당신은 노국의 힘을 빌려 하현을 처리하려고 했을 뿐이야.”“지금 두 늙은이가 당신이 예상한 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했지만 아직은 당신 손아귀에 있는 셈이잖아?”하구천은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계획은 그랬는데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서 아쉬운 거지.”“어떤 사람은 자신의 지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금이 그가 권력을 잡을 때라고 착각하지.”하구천의 얼굴에 비꼬는 기색이 역력했다.“어떤 사람인데?”허민설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하구천에게 물었다.그때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멍이 든 장남백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하구천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그의 얼굴빛은 말할 수 없이 흉측했고 얼굴에 원망이 가득 서려 있었다.“하구천, 하현 그놈 뭐야?”“그저 용문 대구 지회장에 불과하잖아!”“그런데 어떻게 감히 사람들 앞에서 날 이 지경으로 만들 수가 있어?”“그리고 날 서양놈들의 개라고 했어! 이런 모욕은 난생처음이야!”“당장 죽여 버려! 당신이 내 원한을 갚아 줘야 해. 당장 그를 죽여 줘!”“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 감히 전임 항독의 얼굴을 때려?”“그놈을 죽이지 않고서야 어떻게 항성과 도성에 법이 있다고 할 수 있겠어?”“내가 어찌 노국 황실에 가서 얼굴을 들 수 있겠냔 말이야!”지금 장남백은 하현에 대한 증오와 원한으로 가득 찬 나머지 자신과 하구천의 지위 차이를 잊은 모양이었다.곧이어 그는 자신의 수행원
장남백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입을 열었다.“용오정이 하현을 제압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나?”“용오정은 용문 집법당 부당주야. 용문 서른여섯 지회를 지휘 통솔하는 인물이라구.”“그런데 어찌 하현은 그의 체면을 조금도 봐 주지 않은 거지?”하구천은 장남백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며 담담하게 웃었다.“아주 간단해요. 하현에게 있어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는 신분이 그리 대단한 건 아니거든요. 단지 보너스 같은 것일 뿐이죠!”“그의 신분에 대해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강남 하 세자!”“항성 이 씨 가문 이일해도 수중에 막대한 손해를 봤다더군요.”“그런 사람을 아무나 함부로 대할 수 없어요.”“적어도 용오정이나 어르신 정도의 실력이나 되어야 그를 상대할 수 있죠.”하구천은 가벼운 어조로 툭툭 내뱉으며 동시에 쓴웃음을 지었다.장남백은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하구천을 바라보며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그렇다면 우리가 공격하기 전에 왜 이런 얘기를 해 주지 않았어?”“내가 그의 정체를 말씀드린다고 해도 어르신 성정과 용오정의 급한 성미가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했을까요? 믿을 수 있었을까요?”하구천은 자신의 책임을 슬며시 전가하며 말을 이었다.“어르신과 용오정이 이번에 따끔하게 정신을 차렸으니 천지 모르고 날뛰는 이놈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요.”“이번 일은 두 어르신이 따끔하고 아픈 교훈을 얻었다 생각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앞으로 이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단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걸 아셨을 겁니다!”잔뜩 찡그렸던 장남백의 얼굴이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잠시 후 그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하구천, 당신이 좀 나서 주겠나?”한참을 얘기했건만 결국 장남백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하구천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 늙은이가 정말 성질도 고약하고 체면을 어떻게든 놓지 못한다는 걸 알았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손자가 동 씨 집안과 혼사가 오갔죠.”“명목상이긴 하지만 동리아의 약혼자, 맞죠?”하구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장남백은 잠시 머뭇거리며 지난 일을 떠올렸다.당시 동 씨 집안이 아직 세력을 얻지 못했을 때 혼사가 오가긴 했었다.다만 장남백의 손자도 장남백과 마찬가지로 도도하고 오만한 성격이어서 대하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노국의 황실에 사위로 들어가길 원할 뿐이었다.그래서 노국으로 유학을 떠나 황실 방계의 여자친구를 만났고 그 후로 항성에는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았다.만약 하구천이 옛일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장남백은 정말 까맣게 잊었을 일이었다.하구천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내가 잘못 기억한 건 아닌 모양이군요.”“오늘 동리아가 현장에 있었는데 하현을 건드리면 자신이 먼저 나서서 다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어요!”“그 말이 온 동네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어르신 체면이 도대체 뭐가 되는 겁니까?”“결국 동리아는 손자 며느리가 될 거잖아요? 왜냐하면 아직 약혼을 취소하지 않았으니까요!”“내 말은 그러니까 어르신 손자가 반드시 항성에 돌아와서 동리아를 따끔하게 혼내줘야 한다는 겁니다. 항성에서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 건지 동 씨 집안에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게다가 동 씨 집안을 밟아 버린다면 하현이 무슨 능력이 있겠습니까?”“그는 내륙에서는 힘깨나 쓰는지 몰라도 항성에서는 뿌리가 없는 초목과도 같은 처지예요.”“그와 동 씨 집안의 동맹만 끊어 놓는다면 어르신이 하고 싶은 대로 그를 짓밟아 버릴 수 있을 거 아닙니까?”“게다가 하현이 노국의 황실조차 모욕하고 있는 마당에 어르신 손자가 황실 여자친구마저 데리고 온다면 하현의 얼굴을 더욱더 비참하게 짓밟아 버릴 수 있을 거예요.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이에요, 안 그렇습니까?”장남백은 그제야 하구천의 말이 이해가 가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하구천, 역시 전설적인 인물은 다르긴 다르군
다음 날 삼계호텔 스위트룸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하현은 누군가의 다급한 노크 소리에 잠을 깼다.하현은 졸린 눈을 비비며 시계를 확인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서서 옷을 대충 걸쳐 입고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는 동리아를 본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동리아, 지금 아침 9시야! 나 좀 더 자게 내버려두면 안 돼?”“좀 편히 잠 좀 자려고 했는데!”세련되고 우아하게 꾸민 동리아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동리아는 하현이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그의 손을 잡았다.“나랑 같이 공항에 가서 데려올 사람이 있어요!”하현이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리아의 다급한 모습에 그는 더 물어보지 못하고 잠자코 그녀를 따랐다.동리아의 포르쉐 차량이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며 항성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그들은 곧장 항성 국제공항 대합실로 들어갔다.대합실에는 이미 동 씨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동리아와 하현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레스토랑 위치를 알려주었다.동리아는 난감한 얼굴빛을 하고는 자신의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하현의 마음속에서는 의문의 부표가 떠다녔지만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동리아가 이렇게 당황해하는지 그의 마음속에 궁금증이 커져 갔다.곧이어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이렇게 큰 레스토랑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아마도 오늘 통째로 임대를 한 모양이었다.모든 웨이터들이 한 테이블에만 집중적으로 서빙을 하고 있었다.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남자는 대하 출신의 남자로 키가 크고 언뜻 보아도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점잖은 얼굴에 금빛 안경을 쓴 모습이 귀족 그 자체의 풍모가 느껴졌다.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노국의 황실 방계 출신의 여자가 자리하고 있었다.서양 여자처럼 생긴 외모와 몸매는 둘째치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 특유의 기질
”장묵빈은 어릴 때부터 노국의 황실에서 자랐어요. 그리고 결국 노국의 황실에서 여자친구를 찾았죠.”“저런 알콩달콩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나는 건 얼마든지 괜찮아요. 나랑 아무 상관없어요.”“심지어 그가 우리 동 씨 집안과의 약혼을 미리 앞당겨 파혼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 동 씨 집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하지만 우리 집안과 파혼도 하지 않고 저렇게 버젓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내 체면을 구겨? 그것도 항성에서?”“절대 가만있을 수 없죠!”동리아의 표정은 차갑게 식었다.약혼자인 장묵빈에 대해서는 전혀 개인적인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체면을 구기고 나아가 동 씨 집안의 체면을 깎는 짓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항성과 도성, 이 큰 도시에 이 일이 알려진다면 동 씨 집안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하현은 동리아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지금 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물어볼 거야? 아니면 두 사람 사이의 약혼을 계속 유지할 거야?”“죽어도 싫어요!”동리아가 매몰차게 부정했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해. 이왕 이렇게 왔으니 가서 분명히 말해.”“당신들 쌍방이 아무런 감정이 없으니 장 씨 가문이 자발적으로 이 약혼을 취소하게 만들면 깔끔하게 처리되는 거 아니야?”하현은 장묵빈이 장남백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자신이 나서서 말해 볼까도 생각했었지만 어쨌든 당사자인 동리아가 나서서 조용히 해결하는 편이 깔끔할 것 같았다.어쨌든 동 씨 집안과 장 씨 집안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자신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도리상 동 씨 집안에 가장 피해가 적게 가는 방향으로 흘러가길 하현은 바라고 또 바랐다.자신은 앞으로 항성과 도성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동리아는 여전히 이곳에
노국 황실 여자의 말을 듣고 장묵빈은 천천히 동리아의 표정을 살폈다.동리아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져 갔다.장묵빈은 동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마뜩잖은 표정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던지며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선가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알고 보니 당신한테서 나는 냄새였군!”“그런데 동리아, 마리아가 당신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구! 알기나 알아?”“동 씨 가문도 어찌 보면 그냥 별것 없는 집안일 뿐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집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항성 상류층에 끼려고 그런다니까, 참 꼴사나워서!”“당신 동 씨 집안의 이런 염치없는 모습은 정말 보기 역거워! 구역질 난다구!”“특히 동리아, 당신은 노국 황실의 황녀에 비하면 그야말로 길가에서 굴러먹는 개 같아!”장묵빈은 불쾌한 기색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꺼져! 희멀건 그 얼굴 들고 개집으로나 돌아가!”“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일 없길 바라!”“참, 약혼은 말이야. 할아버지께 취소하라고 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당신의 그 희멀건한 얼굴로 우리 장 씨 가문 앞에서 삼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거야!”“삼일 밤낮으로 우리한테 무릎을 꿇으면 당신은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장묵빈의 빈정거림은 이미 선을 넘어가고 있었고 매서운 기운이 저릿저릿 동리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한겨울 칼바람 같은 눈초리로 장묵빈을 노려보며 말했다.“장 씨, 가짜 외국놈 행세 좀 그만해. 당신이 무슨 노국의 개야?”“잘 들어!”“파혼을 한다고 해도 내가 결정해! 내가 당신과 파혼하는 거라구!”“그러니 삼일 밤낮으로 용서를 빌어도 당신이 우리 가문에 해야 되는 거야! 알겠어?”“그렇지 않으면 눈앞에 있는 이 내연녀랑 합법적으로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을 거야!”“내연녀?”싸늘히 식은 장묵빈의 눈빛이 동리아를 향했다
”자, 우린 어서 삼계호텔 경매장에나 가 보자구.”“여기서 얼씬거리지 말고 어서 썩 꺼져!”장묵빈은 내심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리아의 관능적인 몸을 힐끔 쳐다보다가 결국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 노국의 황실 가족이 되고 심지어 황위 계승권까지 얻을 수 있는 자리가 그의 평생 소원이었던 것이다.설령 그 황위 계승이 실현되기 어려운 요원한 꿈일지라도 장묵빈은 기꺼이 황실 가족의 일원이 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묵빈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어이, 장 씨. 당신 입에서 정말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거 알아?”하현의 말에 장묵빈의 얼굴이 굳어졌다.동리아는 하현의 말소리를 듣고 얼른 하현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그가 이 문제에 휘말려드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하현, 됐어요. 그만해요. 이런 사람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런 뻔뻔한 놈도 나한테 부탁할 때가 있을 거예요.”단호하게 말하는 동리아의 행동을 보고 하현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쨌든 이것은 동리아 개인의 일이니 그도 너무 깊이 개입하기 어려웠다.그러나 ‘하현'이라는 말이 들리자 장묵빈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버르장머리도 없고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모르는 데다 동 씨 집안을 등에 업고 항성에서 위세를 떨친다는 그 물러터진 놈, 당신이 그 하현?”“물러터진 놈?”하현은 이 말을 듣고 장묵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도대체 어디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그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묵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동 씨 가문을 등에 업고 섬나라 귀한 손님을 손댄 것도 모자라 항성의 전임까지 마구 손찌검을 하다니!”“능력도 없는 주제에 어디서 굴러먹던 솜씨 조금 부리고서 허세 부리기는!”“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구만!”“자기가 정말 뭐라도 된 줄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