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둘 다 약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특히 희정은 오늘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은아가 최소 10년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최가 할머니가 건너와서는 희정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말했다. “희정아, 엄마는 원래 너랑 네 남편이랑 두 사람 다 들어가야 하는 줄 알고 걱정했어!”“너희 둘이 피해자 가족에게 돈을 찔러줬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감옥에 가야 해!”“너희 둘은 아무 일이 없어서 다행이야!”최가 할머니는 위로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뱉는 말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아직도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원했다!누가 감옥에 들어가기를 원하겠는가?이때 희정은 자리도 모르게 말했다. “엄마, 제발 은아 좀 살려 주세요. 우리 좀 살려 줘요.”“아이구, 한 가족인데 뭐 그리 남의 집 사람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예의를 차리고 그래?”“도와줄 수 있으면 엄마가 도와줘야지.” “근데 내가 네 오빠한테 이 일에 대해 물었더니 조금 곤란할 것 같다고 하던데?”말을 마치고 최가 할머니는 최준을 한번 힐끗 쳐다보았다. 최준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희정아, 이런 일은 오빠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사실 이번에 은아가 엄청나게 큰 사고를 친 거야!”“너 알아? 연경의 적지 않은 귀인들이 대모산 리조트 별장을 사거나 암암리에 부탁했다는 거?”“이 사람들 중 대화하기 쉬운 사람이 어디 있어?”“부실공사를 그들에게 떠넘기는 데 그들이 가만히 있겠어?”“큰 오빠인 나도 너희들을 돕고 싶지만 나도 내 감투를 지키지 못할지도 몰라!”“최준은 마치 은아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척하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의 말을 듣고 희정과 재석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절망적인 얼굴이었다. 그들은 남원에 인맥이 없었다. 있다 해도 연경의 귀인들과 맞설 수 있겠는가?정말 바보 같은 꿈이다! 이때 혜정이 때마침
희정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엄마, 우리 사이에 무슨 장사를 얘기해요?”“당연히 백운회사에 관한 일이지! 엄마가 너희 가족의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상금을 꺼내 은아가 가지고 있는 백운회사의 모든 주식을 2억에 인수하기로 결심을 했어.”최가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2억!?”재석과 희정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비록 그들이 회사 경영은 잘 모르지만, 백운회사는 몇 백억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2억으로 주식을 다 팔 수 있겠는가?두 사람의 복잡한 표정을 보고 최가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너희 둘이 분명 한동안 이 일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너희들은 전혀 몰라.”“자, 방원준, 너 아저씨 아주머니한테 지금 상황을 설명해드려.”이때 방원준은 빙그레 웃으며 앞으로 나서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제호그룹 프로젝트 부서의 부국장 입니다. 남원 부동산에서 10년동안 일했어요.”재석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제호그룹? 부동산 업계에서 소씨 가문과 유일하게 비길 수 있다는 제호그룹 말인가요?”“맞습니다. 저희 제호그룹 뒤에도 큰 보스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남원에서 재물운이 일지는 않았을 겁니다!”방원준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자, 제가 먼저 아저씨 아주머니께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지금 백운회사에게 닥친 문제를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재석과 희정은 알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원준도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엘리트니 그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나쁠 것이 없었다. 방원준은 웃으며 말했다. “백운회사는 사실 부동산 업계의 신규 회사일 뿐이고, 게다가 프로젝트도 대모산 리조트 하나뿐입니다.”“장북산 선생님 때문에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며칠 만에 70%가 팔렸고, 회사 측에서는 30%를 계약금으로 받았습니다.”“잘된 일이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망설였다. 2억으로 은아가 가진 모든 주식을 팔면 그들은 어떻게 해도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 팔자니 지금 방원준이 설명한 말을 들었을 때 또 더없이 두려웠다. 이때 방원준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되세요?”“비록 아직 눈 앞에서 대규모로 집을 반환하겠다고 하진 않았지만 제 예상으로는 2, 3일 안에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예요!”“계속 머뭇거리면 2억은 고사하고 아마 엄청난 빚까지 지게 될지도 몰라요!”“그리고 최가에게 회사를 팔고 난 이후에도 은아씨를 계속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게요. 약속합니다.”“이렇게 하면 아저씨, 아주머니가 손해 볼 것은 없어요!”재석과 희정은 여전히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이때 최가 할머니는 갑자기 기침을 하며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희정아, 너 이 방원준 부국장이 어떻다고 생각해?”희정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성공한 사람이요!”“맞아!”최가 할머니가 웃었다. “방원준씨는 이 업계에서 오래 일했고 경험도 비할 데 없이 풍부하기 때문에 최가가 백운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다음에는 그 중의 10%를 그에게 주고 회사 운영을 맡길 예정이야.”재석과 희정은 실의에 빠진 얼굴이었다. 이게 그들과 무슨 관계지?최가 할머니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방원준이 은아와 결혼하고 싶대.”“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때가 돼서 너희들이 그 폐물 데릴사위를 걷어 차고 은아를 방원준에게 시집만 보내면 돼! 그러면 백운회사의 주식은 여전히 누릴 수 있게 되는 거야!”“게다가 최가 쪽에서 주주의 권리를 확보하고 나면 분명 인맥을 동원해서 회사의 이번 위기를 해결할 수 있어!”“엄마가 이렇게 너희들을 생각해 주는데, 너희들 안 할 거야?”최가 할머니가 이렇게 성의를 가지고 하는 말을 듣고 희정과 재석은 마음이 움직였다. 관건은 그들이 하현을 너무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현은 뭘
유아는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가장 아끼는 이모인데, 이런 일로 자기를 때리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퍽!”바로 이때 뒤에서 지켜보던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더니 모두 아무 반응이 없을 때 최혜정의 뺨을 내리쳤고 그녀는 맞고 멍해졌다. 사실 최혜정만 멍해진 것이 아니었다. 이때 여민철도 멍해졌다. 최준도 멍해졌다. 최가 할머니도 멍해졌다!모두들 다 멍해졌다. 그들은 당연히 하현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들 눈에 하현은 쓸모없는 데릴사위일 뿐이라 그는 아무 것도 아닌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 이 쓰레기가 뜻밖에도 혜정의 뺨을 때리다니!?여민철이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나 하현을 가리키며 욕을 해댔다.“반역이야! 반역! 너 이 데릴사위가 감히 우리 최씨 집안 사람을 때려?”“너 완전 끝장이야!”“이번에 설은아만 감옥에 가지는 않을 거야!”“너도 감옥에 가서 썩어라!”“시끄러워!”하현은 자기 앞에서 펄쩍펄쩍 날뛰는 여민철을 보고 짜증 섞인 얼굴로 또 뺨을 내리쳤다. 이번에 그는 더 심하게 손을 대서 여민철의 이를 몇 개 부러뜨렸다. 여민철은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얼굴을 대고 뒹굴었다. 그는 어쨌든 엘리트인데 언제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있겠는가?혜정은 이 장면을 보고 난 후, 만약 방금 하현이 조금 더 세게 때렸더라면 아마 그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을 것 같아 두려웠다. 이때 최준도 화가 났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이 자식, 너 건방지다! 이게 무슨 경우야? 네가 이렇게 사람을 때리다니 이게 뭐 하는 짓이야!”“최희정! 설재석! 너희들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내가 경고하는데 오늘 우리에게 만족스런 답을 주지 않으면 너희들은 2억도 가지고 갈 수 없어!”방원준은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공, 당신이 어떤 신분입니까? 굳이 이런 정신병자랑 말 섞
이때 최준은 차갑게 말했다. “하현, 내키지는 않지만 우리가 한 집안 사람인 셈이니 네가 우리를 때린 일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을게!”“하지만 너 함부로 굴지는 마. 장인 장모를 못살게 굴지는 말라고!”“못살게 굴어? 내가 어떻게 못살게 굴 수 있겠어?”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최준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회사 주식을 우리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게 못살게 구는 거지!”“일단 그 거물들이 전부 집을 반환하면 거액의 빚을 지게 될 텐데, 너는 장인 장모에게 그 빚을 다 갚게 하려고?”하현은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듣기로 외삼촌의 스승이 연경의 큰 인물이라고 들었는데, 외삼촌이 나서서 각 방면의 큰 거물들을 만나기만 하면 큰 일도 작은 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아요?”하현의 말을 듣고 재석과 희정은 모두 눈이 번쩍 뜨였다. 희정은 서둘러 말했다. “맞네요. 큰 오빠. 우리가 어떻게 이걸 잊어 버렸죠?”“주식을 꼭 넘길 필요는 없겠네요. 오빠가 나서주기만 하면 분명 체면을 세워 줄 거예요. 그때 제가 은아에게 별장 한 채 선물 하라고 할게요!” 희정은 파산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회사 주식을 팔고 싶지 않았다. 재석은 공처가라 희정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뜻밖에도 최준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희정아, 너 그렇게 순진하게 굴지 마. 나보고 널 도우러 나서라고? 무슨 명목으로?”“너 군대를 출동시키려면 명분이 필요하다는 말도 몰라? 명분이 정당해야 말도 이치에 맞는 거야!”“만약 백운회사가 최가 거면 내가 나설 수 있지. 그럼 거물들이 내 체면을 세워주는 건 당연하고!”“하지만 내가 너희 대신 나선다고 해도 너희들이 거물들 앞에서 뭔데?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들이 어떻게 너희 체면을 세워주겠어!?”“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 내가 너희들에게 하루 동안 생각할 시간을 줄게. 은아한테 가서 상의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만약 내일 이맘때까지 결정하지 못하면 우리 최가가 너
저녁에 최가 사람들은 사무실에 모여 들었다. 최준은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방군, 네 계획은 정말 좋은 거 같아. 내가 방금 벌써 몇몇 시스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어!”“내일 그들은 백운회사에 압력을 가할 거야. 나는 재석과 희정이 버틸 수 있다고 믿지 않아!”“내일 이맘때면 우리는 백운회사의 주식을 갖게 될 거야!”“우리 최가도 탑 패밀리가 될 수 있겠어!”방원준은 술잔을 들며 말했다. “최공을 도울 수 있도록 소인에게 기회를 주시니, 소인은 반드시 앞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저는 앞으로 최가의 돈 주머니가 될 겁니다!”방원준이 이렇게 꾀에 넘어가는 말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때 여민철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형님, 일이 끝난 후에 우리는 반드시 하현 그 폐물을 잘 혼내 줘야 합니다!”“확실히 폐물입니다. 감히 저를 때리다니요! 그야말로 반역입니다!”혜정도 이를 악물고 말했다.“맞아요. 이런 사람은 반드시 남은 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도록 해야 해요!”방원준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최공, 이 데릴사위는 확실히 불안정한 요소예요. 모든 것이 다 마무리 된 후에 어떻게 해서든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최준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나도 속셈이 있어.”최가 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아이고, 사실 걔도 좋은 아이인 셈이야. 안타깝게도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그렇지. 됐어. 감옥에 보내지 말고 그때 가서 통쾌하게 혼내줄 방법을 생각해 보자!”할머니는 분명 불쌍히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내뱉는 말은 오히려 잔인했다. 그녀는 뜻밖에도 하현을 직접 해치우려고 한 것이다. 방원준의 안색이 살짝 변했는데, 최가의 성격을 파악한 셈이었다. 최가 사람의 눈에는 단지 이익만 있었을 뿐, 소위 가족애라는 것은 전혀 없었다. 충분한 이익을 얻기 위해 그들은 누구든지 희생시킬 수 있었다! 보아하
최준의 얼굴만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진 것이 아니다. 다른 최가 사람들도 하나같이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최가 할머니가 재빨리 반응하며 이때 웃으며 말했다. “탁 팀장님, 저번에 제 생일을 축하하러 오셨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계속 찾아 뵙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네요.:“초대한 것 보다 오늘 우연히 만나니 더 좋네요. 탁 팀장님, 앉아서 술이나 한 잔 하시는 게 어때요?”최가 사람들은 탁명선을 쳐다보았고 그가 갑자기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입만 열면 무슨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한다고 하니 설마 뭔가 알아낸 건 아니겠지?탁명선이 차갑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오늘 이곳에 온 것은 사람을 잡으러 온 것뿐이니 최공께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어? 누구를 잡겠다고?”최준과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는 얼굴이었다. “제호그룹 방원준씨, 당신은 여러 가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증거가 확실하니 체포하겠습니다!”탁명선은 냉랭한 얼굴로 무정하게 입을 열었다. “어? 뭐? 나를 체포하겠다고? 당신들 증거 있어?”방원준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사실대로 말씀 드리자면 대모산 리조트 공사 현장은 저희가 이미 복구해 놓았습니다!”“밤새 퇴사한 노동자들도 다 찾아냈습니다!”“그들이 이미 당신에 대해 자백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당신이 주범이라고요!”“방원준씨, 당신은 이미 끝났습니다. 항복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은 지금 말할 필요가 없고, 법정에서 모든 말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탁명선은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 “체포해!”최가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방원준은 그대로 몇몇 수사반장들에 의해 끌려갔다. 그 사람들이 떠나자 그곳에 있던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고 극도로 안색이 안 좋아졌다. 비록 이번 계획을 실행한 사람은 방원준이지만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종한 사람은 최씨 집안 사람들이다. 만약 그가 최가라
한편 장북산 선생도 기뻐했다. 원래 그를 탓하던 부상자 가족들이 과일을 들고 직접 찾아와 사과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장북산은 한 평생 명예와 권세, 부를 추구하지 않았고 자신의 환자가 회복되는 것을 가장 기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운회사에서 집을 반환하려던 사람들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장북산 선생이 함부로 대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모산 리조트의 건축 품질은 아주 좋았다. 게다가 이런 소동이 있었기에 백운회사 측에서는 분명 대모산 리조트의 전반적인 품질과 시설을 더 좋게 많을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 집을 내 줄 수 있겠는가?곧 백운회사의 업무가 회복되었는데 나중에 호의를 베풀 목적으로 은아가 소장하고 있던 우수한 별장을 제외하고 다른 별장들은 전부 팔렸다. 은아가 원래 최가에게 팔려고 준비해둔 별장은 모두 회수했다. 그럴 만도 했다. 최가는 원래 말로만 했을 뿐 돈도 전혀 보내지 않았고 계약서에 서명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최가는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졌으니 설은아를 화나게 하지 않았겠는가?……최가. 이번에 최가는 부인도 잃고 병사도 잃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들은 금전적인 손실은 적었지만 최준은 이번 일로 적지 않은 인맥과 힘을 동원했었다. 그러나 최종 결말이 이러했기에 지금 이 사람들은 조금 두려워 최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최가의 인맥과 힘은 어느새 많이 줄어들었다. 이번에 최가의 원기가 크게 상해 가문의 힘이 최소 30% 정도 줄어든 셈이었다. 하지만 최준이라는 강남 3인자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번에 혹 떼러 갔다 혹을 붙이게 된 것은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다행히 최가에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전에 최준이 그의 스승과의 관계를 통해 강남 병부의 새로운 1인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것이다. 원경천, 원래 이남 병부의 2인자였지만 이번에 수비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
”난 부모님의 친아들이 아니라 양아들에 불과해.”“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어. 우린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만족스럽게 해 드릴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는 걸.”“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며 전 재산을 다 부어서라도 기꺼이 웃게 만들어야 해!”“하지만 당신들은 친자식이라는 이유로 대충대충 해도 마음만 전하면 된다?”“그래? 결국 난 남이라는 거지?”“부모님께 아무리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당신들의 흙 묻은 무보다도 못하다는 거지?”이영산은 억울한 듯 눈썹을 일그러뜨렸다.이윽고 그는 어지러운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옆에서 장리나가 그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그러게 내가 당신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당신이 아무리 친자식처럼 효도한다고 해도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혈육의 정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영산을 바라보았다.“맞아. 요새 이영산처럼 저렇게 효도하는 아들도 드물어.”“최희정과 설재석이 늘그막에 이렇게 효도하는 양아들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야.”“무엇보다 이영산이 친딸보다 더 효도한다는 게 관건이야.”“오천만 원짜리 이 서화를 준비했다는 건 부모님을 위한 무한한 마음을 대변하는 거지.”“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하는데 출가도 안 한 딸이 양아들 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니!”“내가 보기엔 최 여사 부부가 이영산한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봐!”“저런 배은망덕한 것들한텐 절대 한 푼도 줘선 안 돼!”“당신들 정말...”사람들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설은아의 표정도 차갑게 식었다.이 손님들이 이미 이영산 부부에게 매수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이영산은 그녀의 미색을 탐낼 뿐만 아니라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의 발언권이 설재석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설은아, 설유아. 그렇게 화내지 마.”“이 흙 묻은 무는
”하하하, 선물 가져왔어요?”이영산은 씩 웃으며 하현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 시선을 던졌다.“설마 이거 말하는 건 아니겠지?”“금정에 와서 부모님을 만나 뵙고 재결합하려고 하는데 비닐봉지라니? 부끄럽지도 않아?”설은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영산은 이미 하현이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빼앗아 자기 마음대로 열어 보았다.싹이 난 무같이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무? 조금 전 어디 밭에서 뽑아 왔어?”“포장도 따로 없이 검은 비닐봉지에?!”“이거 천 원은 하나?”“어쩐지 부모님이 당신을 두고 쓸모없다, 쓸모없다 하시더라니!”“재결합 선물에 이런 걸 선물이라고?”“천 원도 안 되는 것을! 염치가 없어도 원!”“썩 꺼져!”“우리 설 씨 가문에서 당신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최희정과 설재석이 금정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영산의 말을 듣고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의 시선에는 혐오감과 경멸함이 가득 들어 있었고 하현의 존재가 그들의 모임의 격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느꼈다.하현은 이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저 그 사람들 중 아무도 이 백두산 산삼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아무런 동요도 없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데릴사위가 창피한 줄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렸다.“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이영산은 하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자, 자, 자. 이번에 부모님을 위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좀 보시죠. 이것은 명나라 당인의 서화입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화 한 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맹호하산도!”“당나라 말기 출세작이죠!”“이 물건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수집가들과 주먹다짐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결국 거금 오천만 원을 주고 손에 넣었죠!”“아마 진정한 가치는 그 열 배도 넘을 거예요!”이영산은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사람을 구해내지 않으면 양심에 걸려서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고 온화한 미소로 설유아를 안심시켰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자기가 형부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이 아니었던가?이런 생각이 들자 설유아는 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을 수 없었다.결국 설유아가 그의 손을 놓자 그가 한 걸음 내디디며 부리나케 벤츠 차량으로 뛰어들었다.“저기, 우리 할아버지 구해 주시려고요?”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다소 여윈 하현의 몸을 보고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죽은 사람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다.그녀에겐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할아버지를 구해 주신다면 일억을 드릴게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구해 주세요!”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벤츠로 발걸음을 재촉했다.엄청난 디젤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벤츠 차량은 이미 완전히 변형되었다.노인의 하반신은 안쪽에 꽉 끼어 있었고 고통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으며 내장의 압박이 심한 듯했다.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왼손으로 천천히 벤츠 차량의 철골을 받친 후 오른손으로 노인의 옷을 잡아당겨 그를 직접 끌어내려고 했다.“잠깐만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하현이 강제로 사람을 끌어내리려고 하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사람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아는 거예요? 지금 우리 할아버지를 죽일 셈이에요?”“이렇게 억지로 할아버지를 빼내려고 하다가 대동맥이라도 다처서 피를 흘리게 되면 어떻게 해요?”“사람을 구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죽이려는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벤츠 차량의 골격이 다시금 흔들리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앉았다.왈칵!의식을 잃은 노인은 거대한 철골 덩어리에 몸이 눌려 본능적으로 피를 토해내었다.하현은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여기 누구 좀 도와주시겠어요?”“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노인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고 벤츠의 구겨진 철골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주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뿐이었다.트럭이 폭발하기도 전에 철골이 누르는 압력을 구겨진 벤츠가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그러면 노인은 구조되기도 전에 압사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119가 와도 아무 소용이 없다.울먹이는 여자를 보고 주변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던 사람들도 어느새 카메라를 끈 채 불안하고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몇 명은 앞으로 나서려다 끝내 망설이며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그들도 모두 잘 안다. 부자인 것 같은 이 노인을 구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하지만 상황이 너무나 위급했다.만약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같이 압사된다면 그야말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아니 모두를 잃는 것이었다.삐걱삐걱!바로 그때 벤츠의 철골이 다시 거친 소리를 내며 무너질 듯 주저앉으려고 했다.의식을 잃은 노인은 고통스럽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가에는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이를 본 여자는 더욱 일그러진 얼굴로 안타까워했다.그녀는 주위에 있는 건장한 남자들을 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도와주신다면 천만 원씩 드릴게요!”“아니, 일인당 일억씩 드릴게요!”보헤미안 옷차림을 한 여자의 말에 사람들은 이들이 정말 부자라는 생각에 더욱 주저하는 내색을 비췄다.하지만 그럴수록 아무도 감히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감히 나섰다가 사람을 살리지 못하면 괜히 역정만 듣게 되고 안 좋은 일이 엮이기만 할 뿐 아닌가?만약 이 사건에 명문가들의 원한이 뒤섞여 있다면 그야말로 괜히 나섰다가 된통 당하게 되는 것이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설유아는 재빨리 그를 끌어당겼다.“형부, 왜 그러세요?”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설유아, 날 믿어. 이 차도, 그리고 이 목걸이도 어쩌다 그냥 들어온 것뿐이야.”“다른 사람이 나한테 사과의 의미로 준 거야.”“알았어요, 알았다구요. 형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형부가 언니를 위해 이런 걸 준비했다고 해서 화낼 사람 아무도 없어요.”“이제 곧 결혼기념일이잖아요.”“큰 선물을 준비해서 이참에 당연히 재결합까지 가야죠!”이 말을 한 순간 갑자기 설유아의 마음 저 깊은 곳이 아려왔다.그리고는 목에 걸려 있던 까르띠에 목걸이를 풀었고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며 선물 상자 속에 넣었다.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뭐해?”“뭘 하긴요?”설유아는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언니 물건이니까 돌려줘야죠. 그런데 형부, 가끔은 좀 빌려 쓸 수도 있어요.”“나도 이건 탐이 나지만 언니 마음을 상하게 할 순 없어요.”말을 하면서 설유아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 물건이 정말 하현이 자신에게 주는 것이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주인공이 아니라 단지 여주인공 뒤에 있는 어린 소녀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니 유리 구두는 반드시 여주인공에게 돌려줘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불경한 죄를 얻게 된다.하현은 이 모습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처제한테 주는 거라고 말했잖아. 정말로 처제한테 주는 거야.”“어서 집어넣어. 언니도 절대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결혼기념일엔 내가 따로 준비하면 돼!”설유아는 하현의 말이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까르띠에 목걸이에 미련이 남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단호하게 선물 상자를 닫았다.“오늘 형부가 나 때문에 진홍헌의 얼굴을 때린 일은 비밀로 할게요.”“아마 언니가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언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세요!”설유아는 주먹을 쥐며 위협적인 자세로 말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절대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