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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7화

Author: 이한나
그러자 소원이 대답했다.

“고마워요, 주 변호사님.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주석훈은 너무나도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소송이 끝나고 나서 다시 고마워하셔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주석훈은 마침 소원네 집 근처에서 다른 의뢰인을 만날 스케줄이 있다며 그녀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마침 임신한 탓에 운전을 피하고 있었던 소원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때,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육경한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우연히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육경한은 주석훈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았다. 법정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변호사 따위는 그의 관심을 끌 대상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새로 온 그의 비서는 달랐다.

눈치가 빠른 그는 이미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얽힌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고 소원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역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마침 주석훈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비서는 육경한에게 말했다.

“육 대표님, 저분은 변호사인 주석훈 씨입니다. 예전에 이선 그룹에서 일했었는데 퇴사하고 해외로 갔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

육경한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보아하니 소원이 새로 고용한 변호사인 듯했다.

전에 그녀가 찾았던 변호사는 육경한의 비서가 협박을 하는 바람에 결국 소송을 포기했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로펌의 세무 조사가 이루어진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육경한은 그런 일을 직접 꾸밀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의 실력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상대측 변호사가 누구든지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이선 그룹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면 이번에 찾은 변호사는 실력이 꽤 괜찮나 보네.’

육경한은 서서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 변호사는 지난번 법정에서 예의 있게 굴면서도 기세를 잃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다소 인상적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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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마시면 각방 써야 될 수도 있어.”이준혁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만해.”김성훈이 가슴을 움켜쥐며 일부러 괴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와이프한테 잡혀서 산다는 거 이제 알겠으니까 여기서 애정 과시하지 마.”이준혁은 그의 농담을 무시해 버리고 육경한을 똑바로 쳐다보며 조금 전의 질문에 답했다.“경한아, 나에게 넌 당연히 좋은 친구지. 하지만 사업에서는 네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나도 이미 잘 알아본 상태야. 분명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이고... 어떤 이유에서든 그 정도로 서현재를 견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그러자 육경한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네가 뭘 안다고!”이준혁은 바로 받아쳤다.“알지 왜 몰라? 너 소원 씨가 혜인이한테 얘기해서 내가 돕기로 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아니야?”육경한은 사실 소원이 그런 부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분이 나빴다.“뭐 하나 물어보자. 소원 씨가 왜 서현재를 돕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이준혁이 조용히 물었다.그러자 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현재가 소원 씨를 좋아하는 건 맞아. 하지만 선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어. 오히려 조용히 소원 씨를 도와주기만 했지... 특히 소원 씨가 아이를 낳고 혼자 키우고 있을 때 말이야. 그때도 서현재는 묵묵히 소원 씨랑 아이를 돌봐 줬어. 소원 씨가 서현재한테 고마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 서현재가 힘들 때,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이준혁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문제는 너야. 난 지금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 이제 정말 소원 씨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계속 소원 씨를 밀어내는 거야?”그는 친구로서 육경한이 걱정되었다.육경한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내가 좋아하든 말든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을 돌릴 수 없는데.”“네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이준혁이 되물었다. 그는 육경한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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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진 속에는 서류뿐만 아니라 소원과 주석훈이 식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육경한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약통이었다.그녀가 몸이 안 좋은 편이라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약은 그녀가 자주 먹던 위장약이 아니었다.육경한은 생각에 잠겼다.옆에서 주석훈이 계속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육경한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제 가보셔도 좋습니다.”주석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육 대표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그러나 육경한은 그가 하는 말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주 변호사님을 잘 배웅해 드려.”그의 지시에 대기 중이던 비서가 사무실로 들어와 주석훈을 안내했다.쫓겨나는 듯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육경한에게 생각해 보라고 설득했다. 극단적이게 소송까지 갈 필요는 없다며 말이다.육경한은 컴퓨터를 켜고 사진 속에서 본 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주석훈이 서류에 초점을 두고 찍은 사진이었기에 약통은 단지 구석에 있다가 우연히 찍힌 것이었다. 그래서 약 이름을 전부 확인할 수는 없었다.그가 기억나는 몇 글자를 입력하자 화면에 검색 결과가 떴다. 임신 초기에 아이를 유산하는 데 쓰이는 약이라고 말이다.‘임신 초기...’육경한은 제자리에 굳어서 모니터를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비서가 조용히 다가와 회의 시간이라고 알렸지만 지금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러자 비서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약속한 회의 시간이 지났습니다만...”그러나 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경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원이 최근 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조사해 봐. 시립 제일 병원도 확인해 보고.”그 말에 비서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럼 회의는...”“취소해.”육경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7화

    그러자 소원이 대답했다.“고마워요, 주 변호사님.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주석훈은 너무나도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소송이 끝나고 나서 다시 고마워하셔도 늦지 않으니까요.”그는 덤덤하게 말했다.식사를 마치고 나서 주석훈은 마침 소원네 집 근처에서 다른 의뢰인을 만날 스케줄이 있다며 그녀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마침 임신한 탓에 운전을 피하고 있었던 소원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그때,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육경한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우연히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육경한은 주석훈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았다. 법정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변호사 따위는 그의 관심을 끌 대상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새로 온 그의 비서는 달랐다.눈치가 빠른 그는 이미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얽힌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고 소원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역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마침 주석훈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비서는 육경한에게 말했다.“육 대표님, 저분은 변호사인 주석훈 씨입니다. 예전에 이선 그룹에서 일했었는데 퇴사하고 해외로 갔던 걸로 알고 있어요.”“그래?”육경한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보아하니 소원이 새로 고용한 변호사인 듯했다.전에 그녀가 찾았던 변호사는 육경한의 비서가 협박을 하는 바람에 결국 소송을 포기했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로펌의 세무 조사가 이루어진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육경한은 그런 일을 직접 꾸밀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의 실력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상대측 변호사가 누구든지 신경 쓸 필요 없었다.‘이선 그룹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면 이번에 찾은 변호사는 실력이 꽤 괜찮나 보네.’육경한은 서서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 변호사는 지난번 법정에서 예의 있게 굴면서도 기세를 잃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다소 인상적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6화

    “저야 당연히 괜찮죠.”소원은 매우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약을 바라보며 몇 초 동안 깊이 생각했다가 다시 약을 가방에 넣었다. 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기면 곤란한 상황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약을 먹을 만한 안전한 시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주석훈과 소원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는 세심하게 카페인이 안 들어간 재스민차를 주문해 주며 말했다.“오후니까 차 마셔요.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잘 거예요.”“고마워요, 주 변호사님.”소원은 처음부터 주석훈에 대한 인상이 좋았었다.그는 깔끔한 인상에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평소엔 항상 검은색이나 회색 정장을 입고 다녔다.성격도 온화하고 얼핏 보면 조용해 보였지만 법정에서는 논리적인 말들로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들과는 또 스타일이 달랐다. 주석훈은 매번 자신의 풍부한 지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상대를 무방비하게 만들고는 그 타이밍에 결정적인 질문을 던져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편이었다.두 사람은 그 사건의 여러 측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자 주석훈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소원 씨, 이번에는 제가 변호사 이석훈의 이름을 걸고 보장하겠습니다. 반드시 면회권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주 변호사님, 너무 심각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냥 함께 최선을 다하면 돼요. 보장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저는 변호사님의 실력을 믿으니까요.”주석훈이 이렇게까지 진지한 표정을 짓자 소원은 오히려 민망해졌다. 육경한과의 소송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게다가 보장까지 하겠다고 하다니...’“소원 씨, 저를 굳이 변호사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요. 너무 딱딱해 보이잖아요.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주석훈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주 변호사님도 존칭 쓰지 마세요. 우리 서로 편하게 말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원은 계속 그를 주 변호사님이라 불렀다. 주석훈은 그녀가 쉽게 말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5화

    소원은 아이를 보호할 자신이 없었고 아이가 고통 속에서 자라는 것보다 차라리 이 세상에 오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생수 한 병을 사서 약을 꺼내 먹으려 했다.이때 갑자기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에 소원의 소송을 도왔던 주석훈 변호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소원 씨, 현재 면회권을 위해 변호사를 찾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주석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소원은 그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변호사들도 그들만의 소셜 서클이 있어서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변호사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미 널리 퍼졌을 것이다.육경한이 그녀의 소송을 맡지 못하도록 명령하는 바람에 현재 많은 변호사가 그녀의 의뢰를 거절한 상황이다.“맞아요, 주 변호사님.”소원은 주 변호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지난번 양육권 소송 때 주석훈 변호사가 그녀를 도와준 후 그가 근무하는 국내 법률사무소가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는 육경한이 한 짓이 틀림없었다.주석훈 변호사는 현재 해외에서 일하고 있어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일로 해외에 있는 주석훈 변호사를 불러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어떻게 되고 있나요, 소원 씨?”주석훈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아직 찾고 있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약 적합한 변호사를 아직 찾지 못했다면 제가 그 사건을 맡아도 될까요?”소원은 잠깐 멈칫하다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주 변호사님, 방금 뭐라고 하셨죠?”“저는 지금 국내에 있습니다. 제가 소원 씨 소송을 맡는 게 어떠신가요?”주석훈은 설명을 이어갔다.“지난번 소송에서 승소하지 못해 너무 죄송했습니다. 이번 면회권 소송이라면 자신 있으니 맡겨주세요. 해외 M그룹의 이혼 및 양육권 사건을 맡았을 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양육권은 좀 어렵지만 면회권은 문제없어요.”소원은 미안함을 느끼며 말했다.“저 때문에 번거로우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4화

    이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였다.서현재는 평생 소원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원이 잘 지내기만 한다면 이대로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괜찮았다. 그녀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서 그녀 곁을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소원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의뢰한 법률사무소의 영업 정지 소식을 들었다.그녀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육경한이 한 짓임을 눈치챘다.이제부터 그녀의 소송을 맡는 법률사무소는 하나도 빠짐없이 육경한의 강렬한 보복을 받을 것이다.그녀는 이 소송을 맡아줄 사람을 더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겨서 머리가 아파 났다. 육경한이 그녀와 유진의 만남을 막으려는 속셈이 분명했다.‘유진이는 내 아이야. 육경한 당신이 뭐가 돼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유진이가 아기였을 때도 내가 곁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만나는 것마저 막는다니.’이 생각에 그녀는 배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속삭였다.“미안해, 엄마가 너무 이기적이라서 널 낳을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미안해.”그녀는 육경한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고 싶었다. 끝까지 함께할 생각이 없다면 더는 얽힐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의 소원은 어린아이를 잘 키울 자신감이 없었다.그녀는 유진이가 무사히 자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어머니와 유진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아버지를 따라 저세상으로 갔을 것이다.소원은 다른 법률사무소에서 그녀의 의뢰를 거절했다고 하여 소송을 접을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육경한과 맞서 싸울 것이다.유명한 법률사무소들을 다시 한번 연락해 보았으나 예외 없이 전부 거절당했다.심지어 어떤 곳은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면담을 거절했으니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그 누구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사람을 위해 미우 그룹의 대표님의 노여움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미우 그룹의 변호사들을 상대할 승산도 없을뿐더러 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3화

    소원은 복잡한 눈빛으로 대답했다.“저는 지금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의사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원하지 않으신다면 다음 달 10일 전까지 약물로 낙태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 이후로는 약물 낙태가 불가능해서 인공 유산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몸에 더 심한 손상을 줄 수 있어요.”의사는 안타까운 듯 말을 이었다.“엄마가 이렇게 아름다우니 분명 아이도 예쁘게 태어날 거예요.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얘기해 보시고 섣불리 결정하지 마세요.”“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볼게요.”소원은 대답을 마치고 진료실 문을 나서자마자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병원 밖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하느님이 왜 그녀에게 이런 어이없는 장난을 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육경한의 아이를 다시 임신하다니.하느님은 정말 그녀를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를 끝까지 괴롭혀서 피를 말리기 전까지는 성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소원 누나?”소원이 고개를 들자 서현재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소원 누나가 왜 병원에 있어요? 몸이 안 좋아요?”“아무것도 아니야.”소원은 손에 들고 있던 검사 결과 보고서를 뒤로 숨기며 말했다.“그냥 요즘 소화가 잘 안돼서.”“검사는 받았어요?”서현재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검사 결과 보고서 제가 한번 봐 드릴까요?”“아니야, 괜찮아.”소원은 보고서를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별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서현재의 상황이 인제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기에 소원은 자기 일로 그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저번에 내가 말했던 그 약 결과 나왔어? 어때?”“네, 나왔어요.”서현재가 대답했다.“그 약은 아주 귀중한 한약이었어요. 희귀한 재료로 만든 거라서 병으로 망가진 몸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유진이의 경우에는 이식 수술을 한 후에 그 약을 복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2화

    다른 건 제쳐두고 서씨 가문이 지금처럼 서서히 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선 그룹의 투자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육경한은 서현재가 출중한 개인 능력으로 이준혁을 설득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오랜 친구로서 육경한은 이준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이 프로젝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설득을 해도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보다도 서현재가 어떻게 이준혁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유일한 가능성은 윤혜인이었다.아마도 소원이 윤혜인을 찾아간 것 같다.육경한은 쌀쌀한 미소를 지었다.‘정말 빠르게 움직이는군. 서현재가 조금이라도 고통받는 걸 보기 싫었나 보지.’“그 일은 잠시 미뤄두자.”육경한은 이준혁과 대립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에게서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캐어낼 생각이었다.책상 위에는 소원이 의뢰한 변호사가 보내온 서류가 놓여 있었다.‘정말 대단한걸. 감히 날 상대할 변호사를 찾아내다니. 그 변호사도 대담하게 이 사건을 수임했다니. 신기하네.’양육권 분쟁? 면접권?육경한은 이미 소원에게 서현재를 선택한다면 양육권을 가져갈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내 아들은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 삼촌이라고 부르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어.’육경한은 서류에 적힌 법률사무소를 가리키며 지시했다.“저 법률사무소가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 해.”곁에 있는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육 대표님.”곧 그 법률사무소는 세무 문제로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한편 그 소식을 들은 소원은 마침 병원에서 몸 상태를 검사받고 있었다.그녀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반복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임신 테스트기로는 임신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소원은 혈액 검사를 받았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한참 동안 기다린 뒤에야 그녀는 자신의 검사 결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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