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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작가: 이한나
방민기는 소원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한 치 앞을 모른 채 발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따가 물뽕 효과가 올라와도 저렇게 바락바락 성질을 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소원은 이제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는지 방민기도 딱히 급해하지 않고 헤벌쭉 웃으며 소원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쪽으로 반응이 전혀 없다면 다른 자극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소원아, 여자들이 왜 육경한을 좋아하는지 말해줄 수 있어?”

방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허심탄회하게 물어봤다.

“나도 그렇게 뒤처지는 건 아닌데 왜 여자들은 하나같이 진심을 내어주지 않고 내 돈만 바라보는 걸까? 젠장. 육경한 그 새끼는 얼음장 같아서 여자한테 어떻게 잘해줘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여자가 많이 꼬이는 거지? 도대체 무슨 비법이 있길래 그런 거야? 설마 그쪽 방면으로... 여자를 훙분하게 하는 건가... 응?”

그 원인이 아니라면 육경한도 왜 여자들이 육경한에게 그렇게 매달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분명 육경한에게 크게 뒤처질 건 없었고 육경한보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적어도 못생기지는 않는데 말이다.

남자에겐 신분과 지위가 제일 좋은 미용이라고 했는데 방민기도 이름있는 재벌 2세였지만 그가 알고 지내는 있는 집 아가씨나 노래방 도우미들은 육경한만 보면 하나같이 걸음을 떼지 못했다. 분명 육경한은 별다른 눈빛이나 암시를 준 적이 없는데 껌뻑 죽는 여자들만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두 사람 다 인간이 아니라서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

소원이 차갑게 말했다.

“후. 역시 너는 보는 눈이 다르단 말이야.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니까 생각나는 게 여자들은 나쁜 남자 좋아하지 않아? 내가 최대한 나빠지면 너도 푹 빠져서 경한은 둘째치고 경로를 못 찾을 수도 있잖아.”

마지막 한마디는 육경한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방민기는 지금 자연스럽게 소원을 육경한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번에 그렇게 호되게 당했으니 잊으려 해도 도무지 잊히지가 않았다.

방민기는 손끝으로 소원의 옷자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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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을 찍으려면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는데 영숙이 룸으로 들어오는 순간 일을 그르치게 될 것 같아 일단 영숙에게 이렇게 귀띔했다.“내가 술병을 깨면 그때 전화해요.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절대 들어오면 안 돼요.”영숙이 말했다.“알았어. 네가 말한 대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소원이 들어간 뒤로 영숙은 너무 불안했고 안에서 들려오는 매질 소리에 가슴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 때마다 소원이 했던 말이 떠올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영숙은 소원이 총명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소진용의 딸이니 무조건 믿고 협조해 줘야겠다고 속으로 되뇌는데 안에서 드디어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영숙은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여러 번 울리자 영숙은 혹시나 육경한이 받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영숙의 능력으로 육경한의 개인 번호 하나 얻어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기에 영숙은 바로 육경한의 개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개인 번호라 해도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거나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육경한이 영숙의 번호를 기억할 리는 없었다.연결음이 일고여덟 번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자 다급해진 영숙은 정말 당장이라도 차를 운전해 육경한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싶었다. 마지막 연결음이 끝나려던 찰나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적어도 소종의 목소리는 아니었기에 붕 떠 있던 영숙의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 천만다행으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육경한이었다.“대표님, 저는 KB 클럽의 유영숙이라고 합니다.”샤워를 마친 육경한은 진한 갈색의 비단 잠옷을 입고 침대에 기대 느긋한 목소리로 물었다.“네.”“갑자기 전화드려 죄송하지만 일단 제 말씀 좀 들어주세요...”영숙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저녁에 육연주 씨와 방민아 씨가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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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전.영숙이 몸을 돌리려는데 소원이 불러세웠다.“언니...”소원이 뭔가 말하려다 말았다.“왜 그래?”영숙이 다시 몸을 돌리더니 소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음... 이따가 복잡한 상황에 휘말릴 수도 있는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소원의 말에 영숙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뭔데?”영숙은 고민에 잠겼다. 이 바닥에서 오래 있었으니 소원이 지금 출근하러 나온 게 이상하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리 손님이 중요하다지만 밥벌이가 급하지도 않은 소원이 몸조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희생정신을 보이는 게 수상했기 때문이다.순간 모든 걸 알아챈 영숙이 얼른 이렇게 물었다.“혹시 룸에 무슨 일 있어?”소원이 침묵으로 대답하자 영숙이 소원의 손을 꼭 잡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면 가지 마. 아직 몸도 채 낫지 않았는데 들어가서 쉬어. 걱정하지 마. 아무리 큰 일이 있어도 내가 다 커버할 수 있어.”소원이 영숙의 손을 도로 잡으며 말했다.“한번은 피할 수 있어도 영원히 피할 수는 없어요. 언니, 유진이도 그렇고 유진이를 돌보는 아줌마도 그렇고 다 내가 필요해요. 내가 일어서서 싸우지 않으면 곧 후회할지도 몰라요.”소원이 영숙을 보며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내겐 언니가 필요해요. 언니만이 나를 도울 수 있어요.”소원은 이상하게 영숙이 믿음직스러웠다. 선의는 숨기려 해도 잘 숨겨지지 않는 법이라 무의식적인 행동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선의가 어디서 온 건지 모르지만 소원은 지금 그 선의가 너무 필요했다.“그래.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소원이 답했다.“지금 저 방에 들어가면 얘기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어요. 만약 내가 술병을 깨트린다면 대신 전화 좀 해줘요...”소원이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어갔다.“육경한에게 전화 좀 해줘요.”깜짝 놀란 영숙이 되물었다.“육경한 대표에게 전화하라고?”“네.”소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육경한에게 전화 좀 해줘요.”영숙은 두 사람 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03화

    날카로운 손톱으로 마음을 할퀴는 것처럼 너무 고통스러웠다. 겪어보고 나니 왜 다들 물뽕을 그렇게 선호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꾸만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게 누군가에게 엉겨 붙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더는 참기 힘들었던 소원은 시야마저 흐릿해지자 얼른 테이블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고 이에 방민기가 소원을 경계하며 뒤로 물러서더니 손사래를 쳤다.“소원아, 우리 배운 사람답게 행동하자. 말로 하면 되는 걸 왜 힘을 쓰려 그래? 너도 알잖아. 네가 나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거. 술병을 들어도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겠어? 지금 온몸이 모기에게 물린 것처럼 간지럽고 힘들지? 그런 몸으로 나를 다치게 하겠다고? 힘 빼지 마.”쨍그랑.부서지는 소리에 방민기가 깜짝 놀라더니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너... 너 정말...”소원은 들었던 술병을 그대로 자기 머리에 내리치더니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부분을 손에 꽉 움켜쥐었다. 검붉은 피가 소원의 머리에서 쏟아져 나와 눈과 속눈썹, 그리고 코가 뒤덮었고 따듯한 불빛 아래 너무 기괴해 보였다. 소원은 피로 물든 예쁜 입술로 이렇게 말했다.“당신을 어떻게 할 수 없을진 몰라도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어요. 정 그렇게 나와 놀고 싶다면 내 시신을 갖고 노는 건 어때요?”방민기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더니 연신 뒷걸음질 치며 이렇게 중얼거렸다.“X발. 이런 미친X을 봤나. 그 미친 X끼랑 다를 게 뭐야.”아무리 여자에 미쳤다 해도 시신을 가지고 노는 건 너무 섬뜩하고 미친 짓이었다.소원이 깨지고 남은 술병을 목에 찔러넣자 핏줄기가 목을 타고 줄줄 흘러내려 너무 위험해 보였다.“놀고 싶다면서요?”소원의 빨간 입술이 움직였다.“그렇게 담이 작아서야 되겠어요? 방민기 씨... 무서운 게 없는 줄 알았는데.”“나도 안 무서워하는데 먼저 발 빼면 되겠어요?”소원의 목소리는 마치 뱀처럼 방민기의 귓가에 빙빙 맴돌았다. 방민기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계속 뒤로 물러나다가 구석으로 몰리고 말았다. 소원이 유리병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02화

    방민기는 소원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한 치 앞을 모른 채 발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따가 물뽕 효과가 올라와도 저렇게 바락바락 성질을 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소원은 이제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는지 방민기도 딱히 급해하지 않고 헤벌쭉 웃으며 소원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쪽으로 반응이 전혀 없다면 다른 자극을 찾아볼 생각이었다.“소원아, 여자들이 왜 육경한을 좋아하는지 말해줄 수 있어?”방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허심탄회하게 물어봤다.“나도 그렇게 뒤처지는 건 아닌데 왜 여자들은 하나같이 진심을 내어주지 않고 내 돈만 바라보는 걸까? 젠장. 육경한 그 새끼는 얼음장 같아서 여자한테 어떻게 잘해줘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여자가 많이 꼬이는 거지? 도대체 무슨 비법이 있길래 그런 거야? 설마 그쪽 방면으로... 여자를 훙분하게 하는 건가... 응?”그 원인이 아니라면 육경한도 왜 여자들이 육경한에게 그렇게 매달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분명 육경한에게 크게 뒤처질 건 없었고 육경한보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적어도 못생기지는 않는데 말이다.남자에겐 신분과 지위가 제일 좋은 미용이라고 했는데 방민기도 이름있는 재벌 2세였지만 그가 알고 지내는 있는 집 아가씨나 노래방 도우미들은 육경한만 보면 하나같이 걸음을 떼지 못했다. 분명 육경한은 별다른 눈빛이나 암시를 준 적이 없는데 껌뻑 죽는 여자들만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두 사람 다 인간이 아니라서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소원이 차갑게 말했다.“후. 역시 너는 보는 눈이 다르단 말이야.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니까 생각나는 게 여자들은 나쁜 남자 좋아하지 않아? 내가 최대한 나빠지면 너도 푹 빠져서 경한은 둘째치고 경로를 못 찾을 수도 있잖아.”마지막 한마디는 육경한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방민기는 지금 자연스럽게 소원을 육경한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번에 그렇게 호되게 당했으니 잊으려 해도 도무지 잊히지가 않았다.방민기는 손끝으로 소원의 옷자락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01화

    “됐어. 민아 너는 얼른 가. 좋은 시간 방해하지 말고.”방민기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단추를 마구 풀어제끼기 시작했다.방민아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정신이 몽롱해서도 억지로 버티는 여자를 보며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이렇게 말했다.“그래.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재밌게 놀아.”방민아는 이 말만 남기고 문을 닫고 나갔다. 옷을 입었을 땐 몰랐는데 윗옷을 벗으니 가려졌던 뽀얀 속살과 볼록한 배가 드러났다. 딱 봐도 운동한 적이 별로 없는, 향락에만 빠져있는 몸 같았다.방민기가 앞으로 다가가 소원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흐트러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음침하게 웃었다.“우리 예쁜이, 재밌는 놀이 좀 해볼까?”소원은 머리가 윙 했고 의식이 끊겼다 이어지는 게 너무 흐리멍덩해서 방민기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지 못한 채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뭐, 뭐 하는 거예요?”소원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챘고 유진을 죽여버리겠다던 그 여자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아니, 절대 안 되지. 누구든 유진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바닥에서 깨진 유리 조각을 주어 손에 꽉 움켜쥔 소원은 피와 고통으로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했다. 방민기가 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민기는 약을 탄 음료수를 소원의 턱을 잡고 억지로 먹이더니 이렇게 말했다.“마셔. 이거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 있다 재밌는 구경 좀 시켜줘.”방민기도 직접 즐기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 여자를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아무 반응이 없는데 놀려고 해도 놀 수가 없었다.소원이 얌전하게 협조할 리가 없었기에 일단 얌전해지게 하려면 ‘뽕’을 먹일 수밖에 없었다. 손을 든 소원이 음료수를 엎지르려는데 이를 눈치챈 방민기가 소원의 손을 잡고 뒤로 꺾는 바람에 손에 힘이 풀려 잡고 있던 유리 조각마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방민기가 대수롭지 않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00화

    방민아는 가벼운 말투로 비웃었다.“어쨌든 오빠는 경한 씨의 매형인데 그 사람이 이런 하찮은 여자 때문에 오빠를 곤란하게 하겠어?”방민기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내가 육 대표님의 매형이니 그분이 날 곤란하게 하면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야겠지.”하지만 방민기는 방민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예전에도 소원 때문에 육경한이 사람을 보내 자신을 협박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로 인해 몸에 문제가 생겼던 방민기는 아무리 육경한 측에서 부정한다고 해도 분명히 그의 짓이라고 확신했다.다른 누가 그런 일을 벌였을 리 없었다.그저 소원을 두어 마디 농담 삼아 희롱했을 뿐인데 육경한이 미친 듯이 사람을 보내 협박한 것이다.만약 이번에 소원을 건드린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그 남자는 진짜 건드려선 안 돼. 이건 내가 겁이 많아서가 아니야.’방민기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육경한 같은 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한눈에 돋보이는 사람이었다.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오랜 배고픔에 시달린 늑대처럼 사람을 단숨에 집어삼킬 것 같은 위협감을 주었다.방민아는 비웃으며 말했다.“오빠, 겁쟁이라더니 진짜로 겁먹었네. 이 여자가 뭔데? 경한 씨가 놀다 버린 여자잖아. 오빠가 진지하게 볼 가치가 있어?”그녀의 말은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육경한이 이 여자를 버렸다는 사실에 방민아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그저 소원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내고 싶을 뿐이었다.그녀는 계속해서 생각했다.‘다 이 여자 때문이야. 이 여자가 없었다면 경한 씨가 아이에 대한 혐오감을 갖지 않았을 거야. 아니면 왜 아이를 싫어해서 정관수술까지 받겠어?’점점 이런 생각에 방민아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곧 방민기가 천천히 말했다.“민아야, 오늘 네가 한 말 기억해둘 거야.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께 네 계획이라고 보고할 거야. 내 비서가 다 듣고 있으니까 발뺌하지 마.”방민아는 방민기의 지나친 신중함에 화가 치밀었다.“오빠, 왜 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9화

    소원은 비록 초췌하고 기진맥진했지만 강한 의지로 벽에 기대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방민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확신에 찬 웃음을 지었다.“보아하니 겁먹은 모양이구나? 아니, 겁먹었을 뿐 아니라 내가 네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는 것 같아.”소원의 평온한 말투는 방민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금씩 무너지던 심리적 방어벽을 드러내게 했다.‘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방민아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소원은 그저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자신을 겁주려는 것뿐이라고.그녀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경한 씨가 저런 여자를 받아들일 리 없어.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고 결혼식에서 난동을 부린 여자를 원한다고? 그렇게 자존심 강한 사람이 그런 수치를 감수할 리 없잖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방민아는 마음을 다잡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속이려고 하지 마. 너 같은 게 그럴 힘이 어디 있겠어.”그러자 소원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내가 허세를 부리는지 아닌지,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내게 그 힘이 있는지 없는지도 네가 더 잘 알 거야.”방민아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그녀의 눈에 육경한은 마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소원 같은 여자에게 계속해서 모욕당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곧 방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원의 손을 힐 신은 발로 짓밟으며 꾹 눌렀다.소원은 손끝에 힘을 줄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소원, 내가 너를 위해 선물 하나 준비했는데, 알아?”고통에 찡그린 얼굴로 소원이 자신을 쳐다보자 방민아는 비웃으며 말했다.“내 오빠가 널 좀 갖고 놀고 싶다더라. 잘 해줘 봐. 오빠 기분만 잘 맞춰주면 네 아들 죽기 전에 한 번쯤 볼 수 있게 해줄게. 어때?”소원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방민아의 이복오빠, 방민기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방민기는 몇 년 전 일이 터진 뒤로 몸이 망가져 본래의 기능을 잃었지만 그럴수록 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쪽으로 빠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8화

    방민아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너무 오래 억눌린 감정이, 희망이 무너지고 절망으로 변하면서 그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방민아는 소리쳤다.“그런 사생아는 세상에 나와선 안 됐어! 가장 큰 잘못은 네 뱃속에서 태어난 거야!”이어 소원의 귀에 대고 하나하나 똑똑히 말했다.“소원, 모든 건 네 잘못이야!”이 순간 육연주는 이미 술에 취해 방민아의 또 다른 면모를 알아챌 여유조차 없었다.그녀의 눈엔 오직 소원만 보였고 그저 소원을 미친 듯이 괴롭히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방민아!”갑자기 소원이 머리에 씌워진 쓰레기봉투를 확 벗어던졌는데 눈은 피로 물든 듯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네가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유진이 건들 생각도 하지 마!”거의 고함치듯 외쳤다.그 말을 듣고 놀란 방민아는 자기도 모르게 술병을 집어 들어 소원의 머리에 세게 내리쳤다.그 순간 소원의 이마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얼굴 위에 핏빛 꽃처럼 퍼졌다.핏자국과 함께 소원의 초췌한 모습은 더욱 처절하면서도 기묘하게 아름다워 보였다.방민아는 손에 든 술병을 천천히 소원의 얼굴에 대고 내렸다. 병 끝이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찌르며 고통을 가했다.소원은 얼굴이 분명 엉망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이미 오래전부터 지쳐 있던 소원은 더는 저항할 힘이 없었고 바닥에 무기력하게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이 모습을 본 방민아는 기고만장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소원, 네가 날 벌하겠다고? 대체 어떻게? 부모도 죽었고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잖아. 돈이 좀 있겠지. 하지만 네 돈이 우리 방씨, 육씨 가문의 재산보다 많을 것 같아? 네가 날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네.”소원은 천천히 말했다.“궁금해?”방민아는 코웃음을 쳤다.“흥미 없어. 너 같은 건 내 눈에 그냥 개미야. 잡아 죽이거나 살려두거나 그건 내 마음이지. 네가 감히 뭘 어쩌겠어?”그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덧붙였다.“내가 경한 씨랑 결혼한 후엔 더 봐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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