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택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화를 냈다.“최 회장도 너무하네. 네가 죽을뻔했는데, 꿈쩍도 않다니. 야, 이제 네 자살소동에 저쪽에서도 다들 질린 거 아니냐?”“시끄러워.”백지안이 매섭게 노려봤다.“나는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냐? 최 회장이 전화도 안 받고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하준이가 난 육민관 사건과 무관하다는 걸 믿어줘야 한다니까.”“그런데 최 회장은 아무래도 널 의심하는 것 같아.”백윤택이 한숨을 쉬었다.“최 회장은 포기하자. 송 대표도 나름 괜찮잖아?”“걔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 자식은 아직까지도 갇혀서 꼼짝도 못 하잖아.”백지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하준 같은 근사한 남자는 온 나라를 뒤져도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고.그리고 난 하준이를 너무 좋아해. 아니면 3년 동안 내게는 손끝도 대지 않는데 내가 붙어있을 이유가 없지.’이번은 처음으로 백지안이 입원했는데도 하준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경우였다.이튿날이 되자 백지안은 참지 못하고 병실에서 물건을 부수고 비명을 지르며 죽겠다며 난동을 부렸다.밖에 지룡 멤버들이 서 있으니 분명 이 소식을 최하준에게 전할 터였다.다행히 사흘째가 되자 결국 하준이 나타났다.그런데 최하준은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한참 야위어 있었고 온몸에서는 쌀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검은 눈이 가만히 쳐다보자 백지안은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준… 왜 그래?”백지안은 의외라는 듯 하준을 쳐다보았다.“다쳤어?”상혁이 유유히 말했다. “회장님은 이제 막 위천공 수술을 하셨습니다. 의사가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백지안님이 매일 난동을 피운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오신 겁니다.”“미…미안해. 난 몰랐어.”백지안이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눈가에는 은근한 기쁨이 스쳤다.‘나를 신경 안 써서 안 온 게 아니라 수술을 해서 못 온 거구나. 하지만 저 몸을 하고도 날 찾아왔다니 역시 마음속에 내가 있는 거야.’“알았으면 이제 날 좀 놔둬
“친구?”하준이 차갑게 웃었다.“시시때때로 지켜주고 전화 한 통이면 무조건 달려가고, 좀 늦으면 난동을 부리고, 백지안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고, 남은 평생을 백지안의 행복을 책임지는 그런 친구 말입니까?”백지안이 다급히 해명하려고 했다.“아니, 나는 그런….”“대체 언제부터 사람이 이렇게 되었냐?”하준이 짜증스러운 듯 말을 끊었다.“난 너랑 잠깐 사귀었던 것뿐이야. 지금까지 너랑 관계를 가진 것도 아니고 심지어 헤어질 때 너에게 그 많은 현금에 재산까지 나누어 주었잖아. 왜 이렇게 자살 소동까지 벌여가며 날 네 곁에 붙잡아 두려고 안달이야?”하준은 이제 지쳤다.평생을 백지안 하나만 책임지라는 듯한 분위기에 질려버렸다.매번 백지안 때문에 여름에게 상처를 주는 데도 질렸다.백지안은 하준의 날카로운 시선에 놀랐다.“오해야. 난 그냥… 내가 사는 게 너무 고달파서…. 준, 사랑해. 너에 대한 내 사랑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어.”“미안하지만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하준의 말은 너무나 단호하고 더없이 차가웠다.“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여름이는 나와 결혼을 했었고 나 때문에 아이도 잃었어. 하지만 이혼하면서 난 한 푼도 주지 않았어. 여름이에게는 이렇게 매정했던 내가 너에게 그 정도 했으면 할 도리는 충분히 다 한 거야. 심지어 네 쓸모없는 오빠를 죽어라 보호하고 돌보아 주었다고. 네가 내 병을 치료해 준 데 대한 빚은 이미 다 갚았어. 말해 봐. 내가 아직도 너에게 빚지고 있는 부분이 있나?”백지안과 백윤택은 흠칫했다.하준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데도 카리스마에 압도될 지경이었다.한참 만에야 백지안이 고통스럽게 입을 열었다.“육민관 사건을 내가 벌였다고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난 그런 적이 없어. 맹세해….”“네가 계획한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아. 계속 너의 질척거림에 끌려다니다가 나는 평생 다른 사람하고는 결혼하지도 못하게 될 거야.”하준의 눈빛에 짜증 섞인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했다.“너랑 헤어진 것은 곧 공식적으로 선언
다음날.하준은 공식 계정에 발표했다.-최근 저와 백지안 씨가 재결합하여 곧 결혼한다는 헛소문이 퍼지고 있던데 오늘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백지안 씨는 애정이 식어 이미 헤어졌습니다. 앞으로 재결합은 없습니다.소식이 퍼져나가자 온라인에 난리가 났다.-완전 상쓰레기네.-처음으로 인간이 이 정도로 말종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건방져서 뭐라고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다.-전에는 결혼식까지 하려고 하더니 갑자기 애정이 식었다니, 그냥 마음이 변한 거지, 뭐.-역시 마음속에 강여름이 남아 있었던 거 아냐?-곧 강 대표랑 결혼 발표하겠구먼. 대기 중.-완전 가능성 있지. 얼마 전에 여주산에 놀러도 갔잖아?네티즌들은 급기야 강여름의 계정에 가서 댓글을 달았다.-최하준이랑 정식으로 재혼하나요?-공식 발표 언제 해요? 1열 축하 대기 중-최하준 같은 쓰레기랑 재결합하지 말아요. 여름 씨는 훨씬 가치있는 사람이에요.-----화신에서 업무를 보던 강여름은 갑자기 자기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잠시 후 여름도 공식발표를 했다.-저와 최하준 씨는 일전에 잠시 다시 사귀었지만 역시 서로 맞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확실한 애정을 가진 사람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재결합 가능성이 없습니다. 다들 다시는 저와 최하준을 엮지 말아 주십시오. 서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발표 후 공식 발표를 기다리던 네티즌 여론이 폭발했다.-확실한 애정이라는 게 다 무슨 소리야? 최하준이 강여름과 사귀는 동안에도 계속 백지안이랑 바람을 피웠다는 소린가?-강여름이 불쌍해. 우리 강여름은 그것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이니까 다시는 최하준 때문에 마음 아픈 일 만들지 말아요.-며칠 전에 최하준이 백지안 변호를 맡았었다던데. 두 사람이 법정에서 다퉜대.-와, 최하준 완전 인간쓰레기네.이때 사무실에 있던 하준은 여름의 발표를 보고는 심장에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다.‘이렇게 매정하네.공식적으로 재결합을 부인하면서 각자의 길을 간다
하준은 한동안 기다렸는데도 여름에게서 아무런 답이 없었다.하준은 실망감에 어쩔 줄을 몰랐다.자신과 관계를 끊겠다고 했지만 두 사람이 뭔가를 주고받고 있다면 최소한 여름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의미지만 이렇게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은 이제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의미였다.무시당하는 맛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하준은 휴대 전화를 던지고 일어섰다. 상처가 새삼 아팠다.상혁도 울고 싶었다.“아직 다 낫지도 않은 채로 특별히 퇴원을 받으셨는데 조심하셔야죠.”“본가에 가야겠어.”상혁은 한숨을 돌렸다. 강여름을 찾아가겠다는 것만 아니면 지난번처럼 상처가 다시 벌어지고 고열에 시달리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아 참, 여울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좀 사다 줘.”하준이 말했다.상혁은 움찔했지만 곧 끄덕였다. ‘연애에 열을 올리시느니 딸이랑 놀아주시는 게 백 번 낫지.’----오후 5시, 최양하는 유치원에서 여울을 받아 데리고 왔다.여울은 솜사탕을 들고 깡총거리며 들어오다가 휠체어에 앉은 하준을 보고 그대로 멈춰 섰다.“큰아빠, 왜 그래요?”“큰아빠가 수술을 했어. 수술 자리가 아물기 전에는 걸어 다니면 안 된대.”하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큰아빠 불쌍하다.”여울은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친아빠가 아닌가.“여울이가 호~ 불어줄까요?”“괜찮아. 많이 나았단다.”하준의 마음이 따뜻해졌다.“내가 여름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좀 사 왔는데. 상혁이 삼촌이 네 놀이방에 가져다 놨다. 주방놀이, 화장대 놀이 이거저거 사 왔어.”“와, 신난다! 고맙습니다, 큰아빠!”여울은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 그러나 꼬맹이는 곧 멈추었다.“아니, 엄마가 선물 막 받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최양하가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엄마 말씀이 맞지. 사람들이 바라는 거 없이 선물을 해주지는 않거든.”“최양하….”하준의 싸늘한 시선이 최양하를 향했다.“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최양하가 콧방귀를 뀌었다.“이제 후회가 되시죠.? 하
“일전에 외국에서 여름 씨는 수 차례 위험한 일이 있었지만 그 녀석들이 보호해 주었죠. 그리고 육민관이 호신술도 가르쳐주면서 점검 스승이자 가족 같은 관계가 된 겁니다.”“외국에서 무슨 위험한 일을?”하준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여자잖습니까? 그리고 낯선 곳이고. 여자들끼리만 살고 있으니 여러 가지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았겠죠.”최양하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오늘날의 강여름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심지어 애까지 둘 데리고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느라 툭하면 병까지 잘 나곤 했었다.그러나 그 부분은 하준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다.“형님이랑 백지안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외국까지 나가서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말을 하다보니 점점 부아가 치민 최양하는 여울을 데리고 자리를 떠 버렸다.여울은 곧장 자기 놀이방으로 향했다.하준의 본가에 엄마는 없었지만 하준의 가족은 진심으로 여울을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여기며 잘 해주고 온갖 장난감을 사주곤 했다.놀고 있는데 곧 하준이 휠체어를 밀며 들어왔다.“여울아, 큰아빠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하준이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렇게 어린 꼬마에게 자신이 뭔가를 간절하게 부탁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 처량한 기분이 들엇다.“여름이 이모 좀 불러내 줄 수 있어? 네가 같이 놀자고 하면 여름이 이모가 나올 것 같은데?”“전에 여름이 이모 만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여울이 고개를 들더니 일부러 꼭 집어 말했다.“날 납치했으니까 나쁜 사람이라고 했잖아요.”“……”하준은 마른 세수를 했다. 자신이 너무나 한스러웠다.“전에는 큰아빠가 오해를 해서 그랬지. 큰아빠는… 여름이 이모가 너무 좋아. 그래서 여름이 이모가 너무 보고 싶구나. 여울아, 제발 큰아빠 좀 도와주라. 그러면 큰아빠가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게.”“됐어요. 아무것도 안 해줘도 돼요. 나는 그냥 큰아빠 때문에 여름이 이모가 슬프지 않으면 좋겠어요.”여울이 입을 비죽거렸다.
第922章 ‘그러네. 난 늘 여름이가 악랄하다고, 나쁘다고 했어.하지만 좋은 사람에 세상에 그렇게 많은데 착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랑했나? 그건 아닌데.’여울이 입을 비죽거렸다.“큰아빠는 여름이 이모를 왜 좋아해요? 나쁘면 미워하고, 안 나쁘면 또 좋아지고 그래요?”하준은 이상하다는 듯 여울을 바라보았다.“넌… 양하랑 얼굴만 조금 닮았지 성격은 영 딴판이구나. 어쩐지 성격이 나랑 비슷하네. 말솜씨도 날카롭고… 나중에 크면 변호사가 되어도 되겠는걸.”여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원래부터 나는 양하 삼촌의 딸이 아닌걸, 뭐.’“큰아빠 안 닮았어요, 뭐! 할머니가 큰아빠 나쁜 녀석이라던데. 난 나쁜 녀석 안 할 거예요.”“……”하준은 난처한 나머지 코를 문질렀다. 이제 보니 ‘최하준=나쁜 놈’은 이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공식이 된 듯했다.“여울이 말이 맞아. 예전에 나는… 너무 극단적이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좋아. 그런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다. 그러니까 여울이가 큰아빠를 좀 도와….”“싫어요.”여울은 다시 냉정하게 거절했다.“자꾸 여울이 이모를 속이면 이제 다시는 여울이 보러 안 나올지도 모른단 말이야.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해야죠.”“하지만 여름이가 이제는 날 안 보려고 한단 말이야.”하준이 힘없이 말했다.여울은 자신과 사뭇 닮은 그 얼굴을 흘끗 바라보았다. 따로서 역시 그런 아빠의 얼굴을 보고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 엄마가 물방울 바위도 뚫을 수 있다고 했어요. 열심히 해보세요.”그러더니 꼬맹이는 후다닥 도망쳤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에게 연애에 관해서 조언을 듣고 하주은 흠칫했다.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까짓 거 매일매일 끈질리게 매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여름도 용서해주지 않을까 싶었다.저녁 식사를 끝내고 하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바로 기사를 불러 성운빌로 갔다. 상처의 통증을 꾹 참고 하준은 허리를 숙여 단지 내 광장에 초로 글씨를 만
또 하루를 꼬박 새운 채로 아침을 맞았다. 막 옷을 갈아입는데 밖에서 요란스럽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었더니 송영식이 와락 들어왔다. 아직 여기저기 난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본래 강아지 상인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야! 온라인에서 그렇게 대놓고 지안이를 차냐? 게다가, 뭐? 영원히 재결합 예정은 없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지안이가 지금 얼마나 상처투성이인데,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괴롭힐 수가 있어?”하준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다.“드디어 집에서 풀려났냐?”“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방금 지안이 보고 왔는데 너 때문에 손목까지 그었었다며? 오늘 진짜 너 죽고 나 죽자!”송영식은 분노에 타오르는 손가락으로 하준을 가리켰다.“애가 납치된 걸로만은 부족했냐? 내가 집에 잡혀들어갔으면 너라도 지안이를 제대로 보호해 줬어야지. 다른 사람 말만 믿고 애를 의심해? 대가리에 뭐가 들었길래 지안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거야?”“……”그런 영식을 보고 있자니 하준은 너무 화가 나서 어이가 없었다. 여름이 왜 그렇게 예전에 자신에게 눈이 멀었다는 둥 소리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 자신이 송영식을 보면서 답답한 것처럼 여름이도 똑같은 심정이었겠구나 싶었다..“영식아, 이번 사건은 강여름과 육민곤이 벌인 일이 아니….”“결국은 강여름 편을 들고 싶은 거잖아. 아주 강여름 때문에 돌아서 이제는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구먼.”송영식이 외쳤다.하준의 태양혈에서 필줄이 불뚝불뚝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됐어. 네가 아무리 욕을 하고 뭐라고 떠들어도 내 마음은 변함없어. 지안이를 사랑하지 않아. 저도 지안이랑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걔도 걔 인생이 있는데 평생을 지켜줘야 할 이유가 없어. 앞으로 네가 걔랑 만나더라도 날 부를 필요도 없어. 이제는 네가 무릎을 꿇어도 소용없어.”“좋아! 네 말은 내가 반드시 기억해 두마! 앞으로 내게는 너처럼 매정한 형제는 없어! 네가 지안이를 버린다면 앞으로 내가 책임질 거
“당장 꺼져.”민정화가 명령하듯 외쳤다.배용호는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렸지만 지룡의 배후에는 최하준이 있으므로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젠장, 최하준은 손 떼겠다더니 왜 지룡 멤버가 백지안한테 붙어있는 거야?’배용호가 자리를 뜨자 민정화가 바로 백지안을 부축했다.“지안님,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외국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찾느라고 좀 늦었더니 이런….”“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오늘 진짜 큰일날 뻔했는데.”백지안이 민정화를 안고 울었다.“이제 다들 내가 뒷배가 없어졌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고…”그런 말을 들으니 민정화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정말 회장님은 너무 매정하세요. 지안님과 알고 지낸 지가 얼마인데,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그렇게 온 세상에 크게 떠들 일입니까?”“그나저나, 준이 자기가 돌아온 거 알면 가만 두지 않을 텐데.”백지안은 당황해서 민정화의 등을 밀었다.“나한테도 이렇게 매정한데 자기한테는 더 심할 거야.”민정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자신을 아주 지룡에서 내쫓으려고 하지 않았던가!“내 곁에서 얼쩡거리지 말아. 혹시라고 준이랑 강여름이 재결합하게 되면 강여름에게 잘 해야 해. 알겠지?”백지안이 걱정스러운 듯 당부했다.“미안해. 내가 아무 도움이 못 되어서.” 민정화는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남들은 다들 지룡이라면 무서워 벌벌 떨지만 사실 지룡은 그저 FTT의 일개 보디가드이자 개일 뿐이었다‘지안님 만이 나를 친구로 생각해 주었어. 지금도 자기 보다는 내 생각만 해 주시잖아.’“얼른 가!”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백지안이 민정화를 밀어냈다.민정화가 자리를 뜨자 백지안은 누구에겐가로 전화를 걸었다.“갔어요….”----주차장에서 넋이 나간 듯한 민정화가 막 차에 타려는데 갑자기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민정화 씨, 잠깐 얘기 좀 하실까요?”“누구세요? 비키시죠.”민정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선글라스를 쓴 사내는 가볍게 문을 눌러 닫으며 느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