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백지안이 화를 내기 전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윤서! 당장 지안이에게 사과해.”송영식이 돌계단을 밟으며 성큼성큼 올라오고 있었다.사실 꽤나 매력적인 얼굴인데, 그 얼굴에 한기가 서려 있었다.백윤택은 송영식을 보더니 구세주라도 만난 듯 후다닥 뛰어갔다.“나 좀 살려줘. 저게 얼마나 못됐는지 몰라. 얼굴을 보자마자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니까. 내 동생도 때리려고 했어. 자네가 빨리 와 줘서 다행이야.”“영식아, 와줬구나.”백지안이 눈시울을 붉히며 한껏 불쌍한 척을 했다.송영식은 그런 백지안을 보더니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임윤서를 잡을 듯이 노려봤다.“뭔 잘난 척을 하고 앉아 있어? 오늘 내가 너희 둘에게서 사과받기 전에는 여기서 뜰 생각하지도 마.”임윤서는 어이가 없었다.“이상하네. 당신이랑 백지안은 무슨 사이길래 최하준을 찾지 않고 당신을 불렀대? 둘이 뒤에서 몰래 사귀는 거 아니야?”“헛소리하지 마, 난 친구라고.”송영식의 태양혈에 시퍼런 힘줄이 솟았다. 송영식은 이상하게 임윤서와 얽힐 때마다 점점 더 임윤서가 마음에 안 들었다.“거 친구 사이 되게 좋네. 아무 때나 막 불러낼 수도 있고.”임윤서가 부럽다는 듯 백지안을 쳐다봤다.“부럽네. 돈 많은 남친도 있고 아무 때나 불러내면 기사처럼 나타나 보호해 줄 남사친도 있고. 그런데 정말 송영식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건가?”“무슨 헛소리를 자꾸 지껄이는 거야?”송영식이 당황해서 임윤서를 밀어냈다.“입 다물지 못해!”백지안이라고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송영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임윤서는 거침없이 뱉어서 백지안과 송영식을 완전히 난처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윤서 말이 맞지. 당신이 백지안을 좋아한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요.”여름이 유유히 덧붙였다.“전에 나더러 최하준과 이혼하라고 종용하기도 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 몰래 뒤에서 힘쓰는 모습은 그야
“나도 다 당신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 백지안은 이제 곧 결혼하는데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한 번 부딪혀 보지 않으면 당신의 사랑은 이제 날아간단 말이야. 뭐,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난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이어지길 바랄 뿐이니까.”임윤서는 손을 흔들더니 여름에게 얼른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송영식은 멍하니 있다가 여름의 차가 일으키는 흙먼지 속에 서 있었다.미쳐버릴 지경이었다.임윤서가 한 말이 정말 정확하게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을 푹 찔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바로 내일 백지안이 결혼을 한다는 사실이었다.송영식이 백지안을 14년 동안 사랑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16살 그때부터 품어온 사랑을 도저히 한 번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그때는 지안과 하준이 사귀고 있어서 송영식은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준은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였기 때문에 송영식은 하준의 행복을 빌며 지안을 지키는 오빠 역할을 할 뿐이었다.이제는 그렇게 짝사랑해 온 여자가 마침내 결혼을 한다.지안을 생각하면 기뻤지만 자신을 생각하면 서글펐다.서서히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백지안과 백윤택이 내려오고 있었다.송역식의 눈이 백지안과 마주치자 지안은 씁쓰레한 웃음을 지었다.“걔들 잡았어?”“아니. 차 타고 그대로 도망쳐 버렸어.”송역식이 낮은 소리로 답했다.백윤택은 불만스럽게 구시렁거렸다. 안 그래도 부은 얼굴이 더욱 흉해 보였다.“내가 고것을 잡아서 아주 잡아 죽일 거야.”송영식은 백윤택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노려봤다. 눈에 혐오감이 그득했다.오늘은 임윤서가 때렸다고는 하지만 예전에 백윤택이 임윤서에게 심각하게 상해를 입혔던 것은 사실인데 그렇게 엄청나게 흉악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그 일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이 없는 것이 거슬렸다.“오빠, 차 가져와.”백지안이 송영식의 기분을 눈치채고 얼른 말했다.“그래.”백윤택이 자리를 떴다.백지안은 미안한 듯 사과했다.“미안해. 우리 오빠가… 나도 진짜 뭐라고 해야
백윤택이 혀를 끌끌 찼다.“지금 저 송 대표를 보니까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겠다. 야, 너도 참 대단하다. 그 오랜 세월을 최하준은 남자친구로 삼고 한편으로 송 대표를 어장에 넣어두고 관리했다니.”쿠베라가 FTT보다는 못하다고 해도 국내에서 손에 꼽는 대기업이었다. 게다가 쿠베라의 자제들은 정계와 경제계에 골고루 포진해 있었다. FTT는 규모가 어마어마하긴 해도 대부분 최하준 1인의 힘에 기대어 있는 모양새였다.송영식의 삼촌은 내년 새 대통령 후보일 뿐 아니라 가장 당선이 유력한 후보였다.여러 대기업 가문에서 송영식을 탐냈지만 영식은 내내 자기 여동생만 싸고 돌 뿐 밖에서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사람이라는 건 항상 자신을 위해서 길 하나는 남겨줘야 하는 거야.”백지안이 깊이 한숨을 쉬었다.“혹시라도 하준이가 날 버리면 송영식을 택할 수 있어야지.”“뭔 소릴. 내일 결혼식이잖아?”백윤택은 생각할수록 우쭐했다.“역시 최하준이 낫지. 능력으로 치자면 송 대표는 영 최하준만 못하잖아?”“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영식이를 버릴 수는 없어. 언제든 날 도와줄 수 있는 뒷배로 남겨둬야 해.”백지안은 손톱을 만지작거렸다.‘영식이는 단순해서 하준이보다 후리기 좋지. 날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할 타입이라고.’----깊은 밤. 술집.송영식은 혼자서 바에 엎어져 독한 술을 꿀꺽꿀꺽 넘기고 있었다.낮에 백지안이 떠나고 나서 송영식은 혼자서 공원묘지에 1시간은 족히 멍하니 서 있었다.너무나 마음이 괴로웠다.톡이 울렸다. 이주혁이 보낸 톡이었다.-야, 어디냐? 내일 하준이 결혼식인데 한 번 모여야지. 내일 그 자식이 결혼의 무덤으로 들어가는 걸 축하해 줘야 할 거 아니냐?”송영식은 고개를 숙이고 답장을 보냈다.-일이 좀 있어서 못 가겠다. 어쨌든 걔가 결혼이라는 무덤에 처음 걸어 들어가는 것도 아니잖아?그러고 나서 송영식은 바를 탕 내리쳤다.“몇 병 더 줘!”마시다 보니 곧 1시였다.비틀비틀 걸어 나가던 영식은 맞은 편에서 오던 사람과 쿵 하
잠시 후 아주 볼만한 아가씨 5명이 문을 두드렸다.임윤서는 돈을 건네더니 룰루랄라 자리를 떴다.성운빌에 돌아온 후 윤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스캔들 전문 기자 있나요? 폭로할 건이 있는데요….”----다음날 6시.여전히 술이 덜 깬 송영식은 진한 향수냄새에 잠을 깼다. 당장 토할 지경으로 견디기 힘들었다.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천장을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웬 손이 송영식이 가슴에 놓이더니 교태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깼어?”송영식은 온몸이 굳어서 고개를 돌렸다. 웬 입이 큰 여자가 자신을 향해서 입을 한껏 벌리고 웃는 게 보였다.
송영식은 무슨 악몽이라도 꾸고 있나 싶었다. 옆에서 다른 사람이 깨어났다.“오빠, 더 자지 왜?”송영식은 입을 뻐끔거리며 뒤로 물러났는데 뭔가 물컹한 것이 닿았다.이어서 침대에 누워있던 다른 사람들이 모두 깨서 이쪽을 바라보는데 꿈에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송영식은 자기 뺨을 찰싹찰싹 있는 힘껏 때렸다.그리고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깜짝 놀라서 얼른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 얼굴이 얼얼하지만 않았으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누구세요? 왜들 여기 있는 거예요?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했어요?”“오빠, 왜 이래요? 어제 오빠가 우리들 불렀잖아요? 그래서 와 봤더니 자고 있던데? 그래서 우리도 다같이 잤지.”“돈은 어제 다 받았는데, 어떻게? 지금부터 놀아볼까?”여자들이 달려들었다.“가까이 오지 마!”송영식이 놀라서 발버둥을 치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다.이때 호텔 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기자들 한 무리가 들어왔다.“와, 진짜 송 대표잖아?”“대단하시네요, 하룻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부르시다니.”“취향이 꽤 독특하시네요?”“……”플래시가 번쩍번쩍 터졌다. 송영식은 그저 이게 무슨 악몽인가 싶고, 그저 죽고 싶었다.‘대체 내가 누구한테 이렇게 죽을죄를 지었다고 이러는 건지 누가 말 좀 해줘어어어어!’----성운빌.임윤서가 휴대 전화를 보더니 배를 잡고 웃었다.‘아오, 상쾌해!’막 일어난 여름은 지나가다가 임윤서의 웃음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임윤서는 침대에 엎드려서 눈물까지 쏟아가며 웃고 있었다.“대체 뭐가 그렇게 웃기냐?”“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임윤서가 휴대 전화를 내밀었다.새벽부터 포털이 난리가 났다. 여름은 최하준과 백지안이 결혼 문제로 난리가 난 줄 알았더니 ‘송영식, 하룻밤에 다섯 명과!’라는 제목이 보였다.열어보니 송영식이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은 상태로 호텔 바닥에
강여름은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었다.“네가 한 짓이야?”여름은 휴대 전화를 윤서에게 넘겨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름은 알았다.‘백지안에 대한 일편단심을 완전히 꺾어주고 싶었던 거겠지.’“하하! 맞아. 어젯밤에 술집에서 부딪혔거든. 얼마나 마셨는지 내가 장난 좀 쳤지.”임윤서가 눈웃음을 쳤다.여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임윤서를 흘겨봤다.“장난까지야 칠 수 있지만 기자까지 부르다니 너무했어. 송영식 삼촌이 대선 후보라던데 이 일이 커지면 그 집에 영향이 있을 거야.”“…아…”그 말을 들으니 조금 후회가 되었다.“… 설마, 쿠베라 쪽 사람들 그렇게 쩨쩨하다는 말 없던데?”“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송영식의 명예는 땅바닥에 떨어졌어.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여름은 임윤서를 흘겨보고는 나갔다.안절부절 못하며 여름을 따라 나가던 임윤서는 테이블에서 청첩장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최하준과 백지안의 청첩장이었다.“누가 보냈어?”“백지안.”“진짜 뻔뻔하네. 와서 네 눈으로 똑똑이 봐라 이거야 뭐야? 너 갈 거야?”“당연히 가야지. 우리 아버지도 초대했더라? 모시고 가야지.”여름은 담담히 웃었다.“어쨌든… 그 결혼식이 순조롭게 끝날 것 같지는 않거든.”“그건 그렇네.”임윤서가 하품을 했다.“난 이제 가서 한숨 좀 자야겠다.”----호텔.송영식은 어렵사리 기자와 여자 무리를 몰아내고 휴대 전화를 열었다. 온갖 비난의 댓글을 보고 나니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누구야?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벌였을까?’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은 기억이 났다.‘몽롱한 가운데 꿈을 꾼 것 같은데. 되게 예쁜 여자가 엄청 보드랍고 향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그 여자가 내 혼을 쏙 빼놓은 것 같단 말이야.그리고 나서 깨어 보니 그… 괴물이 있었지.’생각하니 다시 속이 뒤집혀서 화장실로 들어가 한바탕 토하고 말았다.그러고 나서 송영식은 바로 호텔에 연락해서 CCTV를 확보해 달라고 했다.어젯밤부터 새벽까지의 CCTV를 돌려보니
“들러리는 다른 사람 찾아봐라. 난 좀 늦을 것 같아. 아무래도 가서 임윤서랑 한 판 해야겠어. 도망가기 전에.”송영식은 망설이다가 결국 그렇게 말했다.“…알겠다. 하여간 너무 늦지는 마라.”통화를 끝내고 송영식은 바로 사람을 풀어 임윤서의 주소를 알아내고는 즉시 미친 듯이 차를 몰았다.성운빌에 도착했는데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집안에서는 임윤서가 보안경으로 문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다시 자기 시작했다.‘내가 안 열어주는데 무슨 수로 들어올 거야?’임윤서는 남자의 분노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이었다.----곧 송영식이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들어가서 보니 침대 위의 윤서는 쿨쿨 잠이 들어 있었다. 송영식의 화는 뱃속에서 시작해 정수리 끝을 뚫고 나갈 지경이었다.“임윤서, 잠이 오나?”송영식이 이불을 확 젖혔다. 핑크색 슬립만 입고 자던 윤서는 몸을 뒤척였던 탓에 슬립이 반쯤 걷어 올려져 있었다.하얀 피부가 송영식의 눈에 들어왔다.헉 하는 소리가 나왔다.아침에 그 여자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허리에 긴 다리, 가슴은 또….화려한 이목구비의 송영식의 얼굴이 온통 확 달아올랐다.임윤서는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손에 잡히는 니트로 간신히 상반신을 가렸다.“뭐 이런 게 다 있어!”임윤서는 얼른 베개를 잡아 송영식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졸지에 베개에 맞은 송영식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나한테 베개를 던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어젯밤에 당신이 그 사람들 불러들였지? 기자들에게 연락한 것도 당신이고? 이제 내 명예는 땅바닥에 떨어졌어. 내가 널 손봐주지 못하면 성을 간다!”“내가 이럴 줄 알고 증거를 남겨놨지!”임윤서가 얼른 휴대 전화를 꺼냈다.“당신이 하고 싶다고 그랬다고!”그러더니 녹음을 틀었다. 송영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응, 하고 싶어….”“좋아. 그렇게 좋다니 어쩔 수가 없네. 나중에 후회하지 마.”“… 그럴 리가 있나?
“좋아. 현금으로 줄 테니까 가져다 실컷 써라!”송영식이 임윤서의 다리를 잡고 확 끌어당기려는데 전화가 울렸다.임윤서는 그 틈에 송영식의 얼굴을 발로 차주고는 후다닥 도망쳤다.“거기 서!”송영식은 쫓아가려고 했지만 전화가 계속 울렸다.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뭐야! 지금 좀 바빠!”“아하, 어젯밤에 그 사람들로는 부족해서 더 놀고 계신가 보지? 낮에도?”싸늘한 조롱이 울려퍼졌다.송영식이 전화기를 보니 ‘송근영’이라는 석 자가 보였다. 놀란 나머지 말을 다 더듬었다.“아, 누, 누나인지 몰랐지.”“시끄럽고, 당장 기어들어와. 할아버지께서 찾으셔.”송근영이 싸늘하게 뱉었다.송영식은 울고 싶었다.“아니, 어젯밤 일은….”“할아버지 지금 엄청 화 나셨다.”송근영이 근엄하게 말했다.송영식이 우물쭈물 답했다.“지금 갈게.”“똑바로 해라.”송근영이 전화를 끊었다.울고 싶었다. 이번에는 정말 임윤서 때문에 죽게 생겼다.----1시간 뒤.송영식이 본가에 들어섰다.들어서자마자 거실에 할아버지 송우재, 아버지 송윤구, 누나 근영, 동생 신홍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그래도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는, 숙모, 이모는 안 계셔서 다행이야. 죄다 모였으면 난 그냥 죽고 싶었을 거야.’“다녀왔어, 형?”송신홍이 웃었다.“몸이 허해졌을 텐데… 뭐, 해구신이라도 좀 꺼내야 하나?”송영식이 신홍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얼른 할아버지께 물을 따라드렸다. 일단 제 말씀을 좀 들어보세요. 제가 함정에 빠진 거예요.”“꿇어라.”송우재가 엄숙하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송윤구가 말을 이었다.“할아버지께서 꿇으라면 꿇어.”송영식은 바로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송우재가 탁하고 찻잔을 내려놓았다.“우리 집안에서 어쩌다가 너 같은 부끄러운 물건이 태어났는지 모르겠구나. 네 삼촌이 내년에 대선에 출마하는데 네 놈이 아침부터 아주 전국에 망신을 뿌리면서 삼촌 다리를 척하고 걸고넘어지는구나.”어머니 전유미도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