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아주 볼만한 아가씨 5명이 문을 두드렸다.임윤서는 돈을 건네더니 룰루랄라 자리를 떴다.성운빌에 돌아온 후 윤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스캔들 전문 기자 있나요? 폭로할 건이 있는데요….”----다음날 6시.여전히 술이 덜 깬 송영식은 진한 향수냄새에 잠을 깼다. 당장 토할 지경으로 견디기 힘들었다.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천장을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웬 손이 송영식이 가슴에 놓이더니 교태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깼어?”송영식은 온몸이 굳어서 고개를 돌렸다. 웬 입이 큰 여자가 자신을 향해서 입을 한껏 벌리고 웃는 게 보였다.
송영식은 무슨 악몽이라도 꾸고 있나 싶었다. 옆에서 다른 사람이 깨어났다.“오빠, 더 자지 왜?”송영식은 입을 뻐끔거리며 뒤로 물러났는데 뭔가 물컹한 것이 닿았다.이어서 침대에 누워있던 다른 사람들이 모두 깨서 이쪽을 바라보는데 꿈에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송영식은 자기 뺨을 찰싹찰싹 있는 힘껏 때렸다.그리고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깜짝 놀라서 얼른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 얼굴이 얼얼하지만 않았으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누구세요? 왜들 여기 있는 거예요?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했어요?”“오빠, 왜 이래요? 어제 오빠가 우리들 불렀잖아요? 그래서 와 봤더니 자고 있던데? 그래서 우리도 다같이 잤지.”“돈은 어제 다 받았는데, 어떻게? 지금부터 놀아볼까?”여자들이 달려들었다.“가까이 오지 마!”송영식이 놀라서 발버둥을 치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다.이때 호텔 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기자들 한 무리가 들어왔다.“와, 진짜 송 대표잖아?”“대단하시네요, 하룻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부르시다니.”“취향이 꽤 독특하시네요?”“……”플래시가 번쩍번쩍 터졌다. 송영식은 그저 이게 무슨 악몽인가 싶고, 그저 죽고 싶었다.‘대체 내가 누구한테 이렇게 죽을죄를 지었다고 이러는 건지 누가 말 좀 해줘어어어어!’----성운빌.임윤서가 휴대 전화를 보더니 배를 잡고 웃었다.‘아오, 상쾌해!’막 일어난 여름은 지나가다가 임윤서의 웃음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임윤서는 침대에 엎드려서 눈물까지 쏟아가며 웃고 있었다.“대체 뭐가 그렇게 웃기냐?”“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임윤서가 휴대 전화를 내밀었다.새벽부터 포털이 난리가 났다. 여름은 최하준과 백지안이 결혼 문제로 난리가 난 줄 알았더니 ‘송영식, 하룻밤에 다섯 명과!’라는 제목이 보였다.열어보니 송영식이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은 상태로 호텔 바닥에
강여름은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었다.“네가 한 짓이야?”여름은 휴대 전화를 윤서에게 넘겨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름은 알았다.‘백지안에 대한 일편단심을 완전히 꺾어주고 싶었던 거겠지.’“하하! 맞아. 어젯밤에 술집에서 부딪혔거든. 얼마나 마셨는지 내가 장난 좀 쳤지.”임윤서가 눈웃음을 쳤다.여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임윤서를 흘겨봤다.“장난까지야 칠 수 있지만 기자까지 부르다니 너무했어. 송영식 삼촌이 대선 후보라던데 이 일이 커지면 그 집에 영향이 있을 거야.”“…아…”그 말을 들으니 조금 후회가 되었다.“… 설마, 쿠베라 쪽 사람들 그렇게 쩨쩨하다는 말 없던데?”“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송영식의 명예는 땅바닥에 떨어졌어.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여름은 임윤서를 흘겨보고는 나갔다.안절부절 못하며 여름을 따라 나가던 임윤서는 테이블에서 청첩장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최하준과 백지안의 청첩장이었다.“누가 보냈어?”“백지안.”“진짜 뻔뻔하네. 와서 네 눈으로 똑똑이 봐라 이거야 뭐야? 너 갈 거야?”“당연히 가야지. 우리 아버지도 초대했더라? 모시고 가야지.”여름은 담담히 웃었다.“어쨌든… 그 결혼식이 순조롭게 끝날 것 같지는 않거든.”“그건 그렇네.”임윤서가 하품을 했다.“난 이제 가서 한숨 좀 자야겠다.”----호텔.송영식은 어렵사리 기자와 여자 무리를 몰아내고 휴대 전화를 열었다. 온갖 비난의 댓글을 보고 나니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누구야?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벌였을까?’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은 기억이 났다.‘몽롱한 가운데 꿈을 꾼 것 같은데. 되게 예쁜 여자가 엄청 보드랍고 향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그 여자가 내 혼을 쏙 빼놓은 것 같단 말이야.그리고 나서 깨어 보니 그… 괴물이 있었지.’생각하니 다시 속이 뒤집혀서 화장실로 들어가 한바탕 토하고 말았다.그러고 나서 송영식은 바로 호텔에 연락해서 CCTV를 확보해 달라고 했다.어젯밤부터 새벽까지의 CCTV를 돌려보니
“들러리는 다른 사람 찾아봐라. 난 좀 늦을 것 같아. 아무래도 가서 임윤서랑 한 판 해야겠어. 도망가기 전에.”송영식은 망설이다가 결국 그렇게 말했다.“…알겠다. 하여간 너무 늦지는 마라.”통화를 끝내고 송영식은 바로 사람을 풀어 임윤서의 주소를 알아내고는 즉시 미친 듯이 차를 몰았다.성운빌에 도착했는데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집안에서는 임윤서가 보안경으로 문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다시 자기 시작했다.‘내가 안 열어주는데 무슨 수로 들어올 거야?’임윤서는 남자의 분노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이었다.----곧 송영식이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들어가서 보니 침대 위의 윤서는 쿨쿨 잠이 들어 있었다. 송영식의 화는 뱃속에서 시작해 정수리 끝을 뚫고 나갈 지경이었다.“임윤서, 잠이 오나?”송영식이 이불을 확 젖혔다. 핑크색 슬립만 입고 자던 윤서는 몸을 뒤척였던 탓에 슬립이 반쯤 걷어 올려져 있었다.하얀 피부가 송영식의 눈에 들어왔다.헉 하는 소리가 나왔다.아침에 그 여자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허리에 긴 다리, 가슴은 또….화려한 이목구비의 송영식의 얼굴이 온통 확 달아올랐다.임윤서는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손에 잡히는 니트로 간신히 상반신을 가렸다.“뭐 이런 게 다 있어!”임윤서는 얼른 베개를 잡아 송영식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졸지에 베개에 맞은 송영식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나한테 베개를 던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어젯밤에 당신이 그 사람들 불러들였지? 기자들에게 연락한 것도 당신이고? 이제 내 명예는 땅바닥에 떨어졌어. 내가 널 손봐주지 못하면 성을 간다!”“내가 이럴 줄 알고 증거를 남겨놨지!”임윤서가 얼른 휴대 전화를 꺼냈다.“당신이 하고 싶다고 그랬다고!”그러더니 녹음을 틀었다. 송영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응, 하고 싶어….”“좋아. 그렇게 좋다니 어쩔 수가 없네. 나중에 후회하지 마.”“… 그럴 리가 있나?
“좋아. 현금으로 줄 테니까 가져다 실컷 써라!”송영식이 임윤서의 다리를 잡고 확 끌어당기려는데 전화가 울렸다.임윤서는 그 틈에 송영식의 얼굴을 발로 차주고는 후다닥 도망쳤다.“거기 서!”송영식은 쫓아가려고 했지만 전화가 계속 울렸다.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뭐야! 지금 좀 바빠!”“아하, 어젯밤에 그 사람들로는 부족해서 더 놀고 계신가 보지? 낮에도?”싸늘한 조롱이 울려퍼졌다.송영식이 전화기를 보니 ‘송근영’이라는 석 자가 보였다. 놀란 나머지 말을 다 더듬었다.“아, 누, 누나인지 몰랐지.”“시끄럽고, 당장 기어들어와. 할아버지께서 찾으셔.”송근영이 싸늘하게 뱉었다.송영식은 울고 싶었다.“아니, 어젯밤 일은….”“할아버지 지금 엄청 화 나셨다.”송근영이 근엄하게 말했다.송영식이 우물쭈물 답했다.“지금 갈게.”“똑바로 해라.”송근영이 전화를 끊었다.울고 싶었다. 이번에는 정말 임윤서 때문에 죽게 생겼다.----1시간 뒤.송영식이 본가에 들어섰다.들어서자마자 거실에 할아버지 송우재, 아버지 송윤구, 누나 근영, 동생 신홍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그래도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는, 숙모, 이모는 안 계셔서 다행이야. 죄다 모였으면 난 그냥 죽고 싶었을 거야.’“다녀왔어, 형?”송신홍이 웃었다.“몸이 허해졌을 텐데… 뭐, 해구신이라도 좀 꺼내야 하나?”송영식이 신홍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얼른 할아버지께 물을 따라드렸다. 일단 제 말씀을 좀 들어보세요. 제가 함정에 빠진 거예요.”“꿇어라.”송우재가 엄숙하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송윤구가 말을 이었다.“할아버지께서 꿇으라면 꿇어.”송영식은 바로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송우재가 탁하고 찻잔을 내려놓았다.“우리 집안에서 어쩌다가 너 같은 부끄러운 물건이 태어났는지 모르겠구나. 네 삼촌이 내년에 대선에 출마하는데 네 놈이 아침부터 아주 전국에 망신을 뿌리면서 삼촌 다리를 척하고 걸고넘어지는구나.”어머니 전유미도 한숨을 쉬었다
송우재가 버럭했다.“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백지안이가 오늘 결혼하는 것 때문에 그러고 취하도록 마시지 않았느냐? 우리 집안에서 어쩌다가 너 같은 못난이가 태어났는고? 어디 사람이 없어서 죽자 사자 그런 물건을 따라다니면서 어장에 물고기 노릇을 하고 있어? 부끄럽지도 않으냐? 나도, 네 에미 애비도 죄다 망신살이 뻗쳤다.”“아니 왜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어장에 물고기라니요? 저랑 지안이는 친구예요.”송영식이 불쾌한 듯 변명했다.어머니인 전유미도 한숨을 쉬었다“친구라는 게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사람을 아무 데나 불러내고 그런다니? 학교 다닐 때 일기에도 온통 그 물건 이름뿐이더니.”“아 정말 너무 하시네요. 제 일기까지 훔쳐보신 거예요?”부끄러움이 한도를 넘은 송영식은 화를 냈다.“내 아들에 어디 나가서 남들에게 바보 소리는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전유미가 흥분해서 말했다.“여지껏 내가 보고도 못 본 채 했다만 하준이도 결혼하는 판에 너도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은데 그런 짓을 벌이고 다니다니, 내가 이제 어디 얼굴 들고 다니겠니? 다들 내가 아들 잘못 가르쳤다고 손가락질할 거 아니냐?”송우재가 혀를 찼다.“임윤서라는 아이에 대해서 내가 하나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3년 전에 오슬란 조제사였는데 백지안이랑 원한 관계가 있다고 누명을 씌워서 업계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려 버렸잖느냐? 내가 늙었다고 바보는 아니다. 어젯밤에 그 복수를 당한 게지. 자업자득인 게야.”“아니….”송영식은 답답했다. 식구들까지 임윤서의 편을 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손자한테 너무하신 거 아녜요?”“나 송우재가 평생을 남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데 어쩌다가 너 같은 손자가 나왔는지 정말 알 수가 없구나.”송우재는 테이블을 탕 치며 벌떡 일어섰다.“네 삼촌들부터 고모, 사촌 형제 자매들까지 누구 하나 너 같은 게 있나 네가 둘러봐라.”“아버지 고정하세요. 몸 상하세요.”송윤구가 송우재의 등을 두드렸다.“망신도, 망신도, 이
해변가 7성급 호텔.성대한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여름과 서경주가 같이 나타났을 때는 11시 48분이었다.“어머나, 강여름이랑 서경주잖아? 강여름 부녀가 어쩐 일이지?”“벨레스랑 FTT는 전에도 왕래가 있었으니 서경주가 오는 건 이상하지 않지. 그런데 강여름까지 올 줄은 몰랐네. 최하준 전 처잖아?”“전남편 결혼식에 참석하는 전처라….”“……”하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잔디밭에서 하객을 맞던 하준의 귀에도 그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돌아보니 여름이 우아하게 차려입고 서 있었다.햇살이 여름의 스커트에 비치면서 황금빛으로 빛났다. 여름의 의상은 몸매를 근사하게 드러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디자인이었다.하준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여름이 아름다운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입혀 놓으니 아름다움이 배가되는 듯했다.옆에서 신랑 들러리인 주혁이 헛기침을 할 때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강여름이 왔네?”“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서경주는 어른이니 신랑으로서 가서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안녕하십니까?”“응.”서경주는 담담히 하준을 바라보았다.“자네 할아버지와 할머니 체면 생각해서 온 걸세.”여름이 손에 든 청첩장을 흔들어 보였다.“나도 그쪽 초대 받고 온 거야. 전처에게까지 청첩장을 보낼 줄이야?”하준이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하준은 여름에게 청첩장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러면 대체 누가 보냈겠는가?여름과 서경주는 곧 잔디밭 저쪽으로 이동했다. 하준의 식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여울이도 공주처럼 차려입고 최양하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여름이 이모!”여울은 기쁜 듯 오도도 뛰어왔다.여름은 그대로 여울이를 안아 올렸다. 화동 드레스를 입은 여울은 너무나 귀여웠다.여름은 자기가 낳은 딸이 하준과 백지안이 결혼식에서 화동 노릇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인생이 정말 시트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여름이 오랜만이구나.”장춘자가 침착하게 인사를 건넸다.“할버니, 할아버지 안녕하셨어요?
서경주가 웃으며 설명했다.“저랑 인천이 아버지랑 얘기가 되어서 둘이 종종 만납니다.”하준의 식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리 그룹의 규모가 FTT보다 훨씬 작다고 하지만 워낙 학자 집안인데 지금은 여름의 신분이 예전과 달라져서 서리 그룹에서 탐낼 만했다.최민은 끽소리도 못 했다. 자기네 집에서는 내쳐진 강여름의 몸값이 이렇게 오른 것을 보니 속이 쓰렸다.----한편 하준은 하객을 맞으면서도 시선은 강여름을 향해 있었다. 서인천이 다가가는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술잔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얘들아, 나 왔다.”이때 송영식이 갑자기 나타났다. 어제 입었던 옷에 술냄새를 잔뜩 풍기고 있었다. 셔츠도 꽤 구깃구깃했다.이주혁은 마음에 안 든다는 시선으로 흘겨봤다.“꼴이 이게 뭐야?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올 것이지.”“내가 옷 갈아입을 정신이 어디 있겠냐? 지금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라고.”송영식이 기운 없이 말했다.“나….”“예식 준비하러 가셔야 해요. 신부님 모시고 나오세요.”예식 도우미가 와서 말을 끊었다.송영식이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지만 이미 자신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알겠어요.”하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짓으로 주혁과 영식에게 백지안을 불러와 달라고 부탁했다.----11시 18분예식 준비가 시작되었다.백지안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풍성한 핑크 계열의 부케를 들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머리에는 무수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왕관을 하고 있어 결혼식에 참석한 수많은 아가씨의 부러움을 샀다.하얀 정자에 도착해 하준과 마주 보고 섰다. 하준은 하얀 맞춤 수트를 입어 태양신처럼 환하게 빛났다.백지안의 심장 속에서는 아기 사슴이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오늘을 너무 오래 기다려 왔어.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백지안의 눈이 저도 모르게 잔디밭에 있는 여름을 훑었다.‘훗, 결국 하준이는 나랑 결혼하는 거야.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하준이의 모든 것은 이제 내 것이 된다.’“하준아….”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