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이미 최양하와 한 곡을 마쳤다. 곧 훤칠하고 능력 있는 서리 제철 2세가 댄스 신청을 했다.손에 저도 모르게 꽉 힘이 들어갔다.최란은 한숨을 쉬었다.“사람 앞 일이라는 건 정말 모르는 거구나. 안 그러니? 오늘 여기서 사람들은 뒤에서 양하 이야기를 쑥덕거리지 않더라. 다들 네 얘길 하지. 어쩌자고 저런 애를 두고 백지안 같은 애를 만나냐고….걔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니? 백윤택은 재벌가에서는 다들 무시하고, 네가 지탱해주는 게 아니면 아무도 영하와는 손잡고 싶어하지도 않아.”“그만 하시죠.”하준은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더욱 불편해졌다.“지안이가 제 병을 고쳐줬잖습니까? 어렸을 때 병원 입원했을 때도 지안이가 격려해주지 않았더라면 전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도 않아요.”“여름이도 널 잘 보살펴 주고 격려해주지 않았었니? 그때 여름이가 아니었으면 나야 말로 네 손에 죽을 뻔 했었다.”최란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그런 일이 있었습니까?”최란은 어이가 없었다.“백지안이가 치료해줬다는 네 상태가 지금 그 지경인 거니? 뭔 치료를 했길래 여름이가 네게 해줬던 좋은 일은 그렇게 싹 다 잊었다니?”최란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하준은 정신이 멍해졌다. 저도 모르게 옛일을 다시 자세히 떠올려 보려고 했더니 갑자기 두통이 극심해졌다.하준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다가 시선 끝에 저만치에 있는 추동현이 들어왔다. 추동현과 추성호가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보다가 하준이 냉랭하게 말했다.“추동현 화백 보시죠. 입으로는 아니라면서 사실은 추신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정말로 추 화백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최란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더니 안색이 나빠졌다.바로 추동현에게 다가갔다.“동현 씨, 이리 좀 와 보세요.”최란이 한참이나 기다리고 났을 때야 추동현이 느른하게 웃으며 다가왔다.“무슨 일 있어요?”최란이 추동현을 바라보았다. 점점 더 추동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추신하고 거리 두시라고 했잖아
“너 보고 싶어서 그러지. 최란이 너랑 비교가 되나?”추동현이 그 사람의 허리를 감더니 뜨겁게 키스했다.“아저씨, 나 사람 없는 데 봐 놨는데, 거기 가서 놀래요?”그쪽에서 애교를 떨며 말했다.“어디, 가볼까?”추동현이 여전히 허리에 팔을 감고 뒤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걸어가면서 내내 입을 맞추고 있었다.두 사람이 막 자리를 뜨자 여름이 휴대 전화를 들고 향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손에 든 휴대 전화는 아직까지 영상을 찍고 있었다.막 따라가려는데 손 하나가 불쑥 나와 여름의 휴대 전화를 낚아챘다.돌아보니 하준이 휴대 전화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이런 걸 찍다니 부끄럽지도 않나?”잠시 후 하준은 불쾌함이 가득한 얼굴로 여름을 노려보았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양아버지의 바람 현장을 발견하는 바람에 기분이 안 좋으리라고 생각했지 이런 문제를 들고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뭐가 부끄러운데? 아주 핫하고 좋던데. 쉰 넘은 분이 한창 젊은 아가씨 허리에 손도 척척 올리시고. 얼마나 대단해?”여름이 눈을 가늘게 떴다.“잊어버려.”하준은 괜히 울컥했다.“내가 삭제 버튼 하나 누르면 자료가 삭제되는 컴퓨터야?”여름은 다시 휴대 전화를 쏙 뺏더니 가려고 했다.하준이 와락 여름을 잡더니 날카로운 눈을 했다.“영상은 나한테 보내.”여름이 하준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달빛 아래 여름의 손이 하얗게 빛났다. 손목에는 다이아 팔찌를 차고 있었다. 심플하지만 눈처럼 하얀 피부를 더욱 고급스럽게 빛내 보였다.하준의 심장이 두근했다.“뭔데?”“저작권료는 주셔야지.”여름이 당연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추동현 화백이 누군데, FTT의 데릴사위, 추신의 맏아들인데 이런 영상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하준은 얼음처럼 차가운 논으로 여름을 쳐다봤다.“칼만 안 들었지 완전히 강도잖아?”“최하준 회장님, 저도 알 건 다 안다고요. 유명 연예인 추문 뉴스거리만 해도 수천만 원 짜리인데, 저작권료를 안 주시겠다면 그만 두시
하준이 이맛살을 찌푸렸다.“오 씨냐니, 무슨 소리야?”“오지랖 씨냐고. 뭔 오지랖이 이렇게 넒어?”여름이 대꾸했다.하준은 화가 났다.“당신은 내 전처이고 양하는 내 동생이 아닌가? 그런데 둘이 같이 어울리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당신은 안 부끄러운지 몰라도 나는 부끄럽다고.”“최양하 씨를 동생 취급하기는 하나? 회사에서도 형에게 함부로 당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최양하 씨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데.”여름이 언짢은 듯 말을 이었다.“난 당신보다 더 제멋대로 하는 이기적인 인간은 본 적이 없어.”“그러니까 당신이 최양하를 그렇게 아낀다는 말이군.”하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말투에는 한기가 배어있었다.“내 목숨의 은인인데 최양하 씨를 위해서 한 마디쯤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여름이 웃었다.“게다가 우리 둘 다 비혼 상태인데, 만나면 안 될 이유가 뭐 있어? 양하 씨는 인물도 훤하고 좋잖아.”“뭐라고?”하준이 여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우리 집안에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어.”“집안에서 용납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집안에서 제대로 존중받지도 못하는데 나한테 오면 얼마나 좋아. 관리해야 할 회사 볼륨도 커져서 난 마침 손이 필요한 참이거든. 날 제수씨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른다고.”여름이 하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인생은 원래 서프라이즈로 가득한 거잖아.”“……”하준의 옆 이마에서 아플 정도로 힘줄이 불뚝거렸다. 도저히 여름과는 대화가 안 될 것 같았다. 여름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심장에 과부하가 오는 느낌이었다.“강여름, 당신을 내가 부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둘이 사람 망신시키는 꼴은 못 봐.”“뭐,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어쨌거나 날 따라다니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최양하는 그냥 날 추종하는 남자들 무리의 하나일 뿐이라고. 난 아직 사람을 고르지도 않았어.”여름은 그 말을 남기더니 바람처럼 떠나버렸다.하준은 주먹으로 나무를 쳤다.‘이혼을 했는데도 왜 이렇게 난 강여름에게 휘둘리는
최양하가 씩 웃더니 은행 어플 화면을 보여주었다.“저녁에 서리그룹 아들이랑 가야 한다고 나랑 같이 야식 못 먹어 미안하다면서 돈을 이렇게 보내더라고.”“……”순간 하준은 바로 분기탱천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젠장, 나한테 받아간 돈을 바로 최양하에게 나누어 주다니.졸지에 내가 호구가 됐잖아?아, 그리고 뭐? 서인천이랑 데이트를 나간다고?’하준은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시아가 한 곡을 마치고 천천히 일어서더니 피아노 뒤에서 걸어 나와 허리 숙여 인사했다.연회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시아는 뿌듯함에 으쓱한 기분이 되었다.‘이 사람들에게 그간 난 그냥 일개 연예인일 뿐이라 함께 섞이고 싶지 않은 존재였는지 몰라도 오늘 밤 드디어 모두에게 내가 얼마나 실력자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어!’이때 여름이 천천히 시아를 향해 걸어왔다.악기가 놓인 곳에 시아와 여름 두 사람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우아한 강여름에게 떨어지자 시아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가셨다.“여름아, 자리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 여기는 무대야.”시아가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잘못 온 거 아니야. 네 연주 끝난 거 아니니? 나도 주최측이랑 얘기했거든. 한 곡 쳐볼까 싶어서.”여름이 다이아가 박힌 드레스 자락을 펼치며 피아노 앞으로 가서 앉았다.시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돌렸다.“오늘 파티 참석자들은 그냥 보통 사람들이 아니야. 유명한 대중음악 전문가인 강노명 선생님도 계시다고. 네가 함부로 나서서 장난처럼 피아노를 쳐볼 수 있는 데가 아니라고. 피아노는 집에 가서 너 혼자 치도록 해.”“내가 망신당할까 봐 걱정해 주는 거니?”여름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예전 기억에 의하면 음악 분야에서 여름의 천부적인 재능은 대단했었다. 둘이 함께 피아노 레슨을 받던 당시 여름은 뭘 쳐도 단숨에 배워서 선생님에게 늘 칭찬을 받고는 했었다.나중에는 여름이 시아를
연회장 내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가운데 여름은 담담히 웃었다. 손가락으로 ‘딱!’하는 소리를 튕기자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마이크를 조정하더니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새로 쓴 곡입니다. 오늘 첫 연주니 예쁘게 들어주세요.”“미친 거 아냐? 자작곡이래.”“질투가 나서 덤빈다고 쳐도 상대를 보고 덤벼야지. 시아야 말로 이쪽 전문가 아니야?”“요즘은 돈 좀 있다 하는 집안에서 자식들을 오냐오냐 키워놔서 제 깜냥도 모르고 음악을 모욕하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니까.”소곤소곤 뒷담화를 주고 받는 사이에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졌다.“여기서 잠시 멈춰 봐.파란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난 멀리로 날아갈 거야.더 먼 곳으로 날아가겠어.눈물은 가슴에 떨어져.이 사랑은 끝나지 않을 거야.우리 함께 꿈을 향해 날아가자.이건 끝이 아니야. 새로운 시작.……점점 장내가 조용해지더니 진지하게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경쾌하면서도 우수를 지닌 노랫소리가 모두를 꿈을 향해 달리던 스무 살 그 시절의 느낌으로 데려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조금은 슬픈 듯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다.하준은 무대 위에서 빛나는 여인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몸에서 온통 빛을 뿜어내는 듯했다.여름은 항상 그랬었따. 매번 하준에게 신선한 놀라움을 선사했다.어쩐지 그렇게 자신 있는 태도로 무대에 오른다 싶었더니 피아노를 치는 손의 우아함이며 음색이 모두 시아를 압도했다.무대에 오른 여름이 톡톡히 망신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백지안은 빠져든 듯한 하준의 시선에 미쳐버릴 뻔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3년 전 강여름은 그렇게나 하찮은 인간이었는데.3년 만에 온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괄목상대할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이야!’여름의 곁에 서 있던 시아는 백짓장 같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분야에서 시아보다 여름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이건 예전에도 여름이가 제일 잘 하던 작풍이잖아?’곧 한 곡이
“강여름 대표가 표절한 거 아닌가?”추성호가 비웃듯 말했다.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여름에게로 향했다.이때 시아가 환하게 웃으며 나섰다.“잘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게다가 방금 여름이의 곡은 제 ‘꿈꾸던 천국’보다는 곡조가 빨라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데요.”여름은 시아를 흘끗 곁눈질로 보았다.‘그러니까, 실은 간접적으로 내가 자기 곡을 표절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잖아? 그저 곡조를 좀 변형시켰다… 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 자기가 아주 대범한 인간으로 보이게 말을 하네?’하정현이 말을 이었다.“시아 씨는 대범하게 넘어갈 수 있는지 몰라도 이렇게 표절하는 분위기를 대충 뭉개고 넘어가서는 안 되죠. 남의 곡을 가져다가 슬쩍 여기저기 조금 바꿔서 자기가 창작한 곡인 듯 내놓으면 원작자에게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요?”서유인인 곤란한 척했다.“언니, 내가 식구이긴 하지만 이런 문제는 원칙적인 측면에서 말하지 않을 수 없네.”백지안이 막 입을 열려다가 다들 한 마음으로 강여름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통쾌해서는 하준에게 귓속말을 했다.“준, 정말 표절일까?”하준의 얼굴은 한껏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송영식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완전히 다 베낀 건 아니라고 해도 60%는 비슷하네. 창작 능력도 없는 주제에 이제 보니 시아를 표절해 놓고는 무대에 올라서 시아에게 모욕을 주려고 하다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보인 줄 아나?”그 말을 듣자니 백지안은 흐믓한 마음이 들었지만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속에서 피어오르는 폭죽을 감추었다.무대에 대한 지적을 듣자 여름은 담담히 웃더니 서두르지 않고 다른 곡을 한 곡 더 연주했다. 아무도 들어보지 않은 새곡이었다.더욱 부드럽고 편안했다.그 곡에 맞추어 여름은 천상의 목소리로 걸작을 노래했다.한 곡이 끝나자 여름은 다른 곡을 하나 더 연주하며 부르기 시작했다.이번 곡의 풍격은 또 완전히 달랐다. 역시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곡이었다.연주가 끝
시아는 여름의 시선을 받으니 어쩐지 불안했다. “잘 하네. 열심히 해 봐.”여름은 ‘훗!’하더니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며 웃었다.“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는데도 네 ‘꿈꾸던 천국’앨범 속 모든 곡이 내가 작사, 작곡한 거라서 아까 친 첫 곡과 네 ‘꿈꾸던 천국’이 그렇게 비슷하다고 말 한 마디를 안 하네?”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순식간에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해졌다.사람들 시선이 순식간에 이주혁에게로 향했다. 시아가 이주혁의 사랑받는 여자친구인 덕에 연예에게서 보호받으며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주혁은 팔짱을 끼고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시아는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잡아뗐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송영식은 그대로 내질렀다.“무슨 시비를 그렇게 마구잡이로 거나? 시아의 자작곡이 어떻게 갑자기 당신 자작곡 작품을 바뀌어? 사람이 뻔뻔해도 유분수지.”“그러니까 말이에요. 시아가 얼마나 실력이 좋은데 누가 시아에게 곡을 써줘야 할 필요가 있나?”하정현도 맞장구를 쳤다.여름은 그런 비난에도 전혀 흔들리는 기색없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꿈꾸던 천국 앨범의 첫 곡인 ‘세 사람’은 나, 시아, 그리고 다른 한 명, 세 사람의 우정을 노래한 곡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좋은 친구였거든요. 시아는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제 자작곡 노트에서 가장 괜찮은 8곡을 시아에게 선물했습니다. 계약서를 쓰거나 사인을 하지는 않았어요. 방금 쳐드린 두 곡은 제가 최근 만든 곡입니다. 저는 제 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아의 곡을 표절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시아는 얼굴이 하얘진 채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을 했다.“여름아, 너도 가수가 되고 싶니? 그러면 내가 널 다른 PD님들께 소개해 줄게. 굳이 내 명예를 짓밟을 필요는 없어.”여름의 입술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여전히 시선은 시아를 향하지 않았다.“저에 대한 비난은 잠시 접어들 두세요. 다행히도 그 창작노트는 제가
“에이, 설마 그 정도려고?”“뭘 잘 모르네. 아까 연주한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빨려들 그런 곳이라고. 게다가 강 대표 음색은 워낙 맑고 독특한 데가 피아노 연주 실력은 전문 피아니스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시아 정도 실력하고는 급이 달라.”“시아가 그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네.”“뭐 다 그렇지, 뭐. 이 바닥에서는 이익 앞에서 의리를 져버리는 경우는 흔하다고. 몇 년 전에는 강여름 대표는 그저 동성에서도 그렇게 이름난 인물은 아니었나 보던데. 벨레스에서 정식으로 인정을 받았던 것도 아니고. 그러니 시아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테니 충분히 그런 짓을 했을 법도 하지.”“어쩐지.”“……”다들 이제는 멸시의 눈으로 시아를 바라보았다.이슈의 한가운데 있는 시아는 얼굴이 백짓장이 되었다. 이주혁과 사귀고 나서는 누구도 시아를 무시한 적이 없었다.시아는 구세주를 찾듯 이주혁 곁으로 다가갔다.“주혁 씨, 난….”“그 곡이 진짜로 강여름이 써줬던 거였어?”이주혁이 뭔가를 찾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시아를 바라보았다.“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강여름 손에 초고가 있다면 아무리 댓글을 조작하고 알바를 푼다고 해도 여론을 우리가 완전히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시아는 이주혁의 말투에서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행간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쌍한 척하며 울먹였다.“그때는 우리가 좋은 친구였거든. 여름이는 자기는 가업을 이어야 해서 가수가 될 생각이 없다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내 꿈을 이루어 주겠다며 나에게 곡을 주었거든. 난 정말… 여름이가 이제 와서 저렇게 따지고 들 줄 몰랐어. 아마도 애초에 오해를 잘 풀지 않아서 점점 더 날 미워하게 된 것 같아.”다가오던 백지안이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너한테 준 거라면 이제는 저작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낮으니 네 명예에 먹칠하겠다는 뜻이네.”송영식도 맞장구를 쳤다.“강여름이 우리를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여기더니 이제 와서 하나하나씩 잡아서 복수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미친 거 아냐?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