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은 울먹이며 말했다.“엄마, 아파요...?”수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차가운 얼굴로 긴 치마를 잡아당겨 의족을 가렸다.아무리 아파도 그가 나더러 나가라고 한 그 순간보다는 아프지 않았다.나는 몸을 가누고 땅에서 급하게 일어나 재혁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나 구해줘서 고마워, 나...!”“하윤아, 내가 널 구하지 못한 걸 탓하는 거 알아. 하지만 당신이 침실에 있는 줄도 몰랐고, 불이 워낙 강해서 우리가 끝까지 구조하려다가는 무고한 소방대원이 희생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그래서 내가 죽었어야 한다고?’나는 재혁을 노려보았다.“그래서 그날 왜 침실 문을 잠그고 내가 살길을 하나 남겨두지 않았는데?”재혁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잠갔다고? 난 모르는 일이야, 그날 너랑 자희만 집에 있었고 난 전혀...!”재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에 의해 잘렸다.“네가 심하윤이야? 너 안 죽었어?”3년 만에 다시 만난 자희는 3년 전보다 더 요염해졌다. 그녀는 가식적으로 재혁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요염한 눈빛으로 애교를 부렸다.“재혁아, 하윤 아직 살아 있다는 거 왜 안 알려줬어? 하윤이 죽었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잖아.”“그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했어, 심장병이 갑자기 발작하지 않았다면 하윤 혼자 방에서 죽기를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자희의 손에서 빼냈다. “자희는 확실히 심장병이 있고, 그때의 일은 정말 내 탓이야.”“내가 너에게 좀 더 관심을 두고, 네가 나랑 이혼하자고 해서 화가 나서 수안을 데리고 놀러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지도 모르겠네.”“다행히 네가 지금 잘 살아 있어서 내가 처음에 약속했던 것처럼, 앞으로 널 사랑할게.”처음에 재혁과 결혼할 때, 평생 나를 사랑하고 보살펴주고 나를 믿어주고, 영원히 나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러나 재혁은 자희를 위해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공항에 마중 나가 나를 레스토랑에 혼
나는 막판에 화재 현장으로 돌아와 나를 구해준 또 다른 소방관과 결혼했다.그 사람은 내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계속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내가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필사적으로 가린 얼굴 말고는 괜찮은 피부가 없었다.게다가 다리 전체가 부러져 마취가 사라진 후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고 한쪽 다리를 잃은 고통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나는 몇 번이나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했지만, 그 사람에게 계속 붙잡혔다.그 사람은 나와 함께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날들을 헤쳐 나왔고 내가 정상인처럼 보일 때까지 의족을 장착하고 재활치료를 함께 해주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최민식의 품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딸을 안았다. 불안하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딸의 통통하고 작은 손이 내 목덜미를 감싸안았고 쪽하고 얼굴에 뽀뽀하며 말했다.“엄마, 저랑 아빠가 엄마 보고 싶어 했어요.”내가 딸의 작은 얼굴을 톡톡 치자 마음이 따듯해졌다.“집 가자.”수안은 두 손을 벌리고 우리 앞을 막았다.수안은 내 딸을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우리 엄마야, 엄마 품에서 나와!”“엄마한테 아이는 나 하나뿐이고 곧 나랑 함께 집에 갈 거야.”딸은 입을 삐죽거리며 수안을 쳐다보았다.“우리 엄마는 진작에 너 버렸어, 지금은 내 엄마라고!”수안은 얼굴이 빨개서 반박했다.“거짓말하지 마, 우리 엄마는 날 버리지 않아, 그저 잘못해서 나와 아빠를 떠났을 뿐이야.”“이제 아빠와 나도 엄마를 용서했으니, 우리랑 함께 집에 가야 해.”수안의 얼굴을 보고 나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고 민식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오늘 좀 피곤하네, 다시는 그들과 얽히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 가자.”민식은 딸을 부드럽게 품에 안으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최민식, 네가 이렇게 간사한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네?”재혁이 갑자기 민식을 향해 돌진해 왔고 민식이 반격하지 못하는 틈을 타서 주먹으로 그의 코를 때렸다.그러자 민식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나왔다.나는 당황하여 가방에서 휴지를
‘추자희가 살인범이라고?’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자, 자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곧이어 자희는 민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심하윤을 위해 나를 끌어들여? 그 폭발에서 나도 피해자라고!”자희가 소매를 잡아당기자, 흉터가 팔에 드러났다.자희는 흉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나도 그 폭발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내가 범인이었다면 왜 미리 숨지 않았겠어.”자희의 팔뚝에 난 화상을 보니 나는 심장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내가 이혼 서류를 재혁에게 줬던 그날 아침, 그는 나와 크게 싸웠다.재혁은 내 앞에서 이혼 서류를 찢었다. “심하윤, 왜 그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와 자희는 친구 사이일 뿐이고, 거의 가족이라고. 요즘 왜 난리야, 너랑 따지지도 않았는데 이혼까지 하려 하다니.”“내 말 잘 들어, 꿈도 꾸지 마.”재혁은 갈기갈기 찢은 종이조각을 바닥에 뿌리고 수안을 데리고 화를 내며 집을 나섰다.그가 떠난 뒤 자희는 레이스 파자마를 입고 침실 문 앞에 요염하게 기대며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재혁은 너랑 이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건 단지 내가 남들의 구설에 오를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너도 알다시피 걔는 체면을 중요시해, 수안도 마찬가지고. 지난번 학부모 회의 때 왜 못 가게 했는지 알잖아, 네가 촌스럽고 창피하니까 나한테 대신 가달라고 부탁한 거야.”“네가 이 집에서 무슨 역할을 하니? 그냥 도우미일 뿐이야. 내가 너라면, 나는 정말 1분도 이 집에 있지 않았을 텐데, 너 정말 거추장스러워.”나는 화가 나서 자희를 노려보다가 화장대에 놓인 면도칼을 움켜쥐고 정신을 잃은 듯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자희는 내가 갑자기 이럴 줄은 몰라 무의식적으로 내 손의 면도칼을 힘껏 가로챘다.그런데 너무 힘을 줘 바닥에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면도칼에 팔이 딱 눌렸고 그녀는 피가 멈추지 않는 팔을 감싸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심하윤, 네가 감히 나를? 너 죽일 거야!”나는 마음에 찔려서 뒤쫓아가서 따지지도 못했고 방
영상에서 수안은 가루 한 봉지를 매일 밤 내가 마시는 약에 부었다.내가 수안을 낳았을 때, 출혈이 심해서 수술실에서 죽을 뻔했었다.퇴원한 뒤, 줄곧 몸이 좋지 않고 기혈이 약해서 일 년 내내 피를 보충하는 약을 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지럽고 메스껍고 심할 경우 빈혈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가 나 몰래 약을 탈 줄은 몰랐다.수안은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얼굴은 세게 부어올랐다.그는 울면서 변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자희 이모가 엄마 물컵에 이걸 부으면 엄마가 돼준다고 해서 그랬어요.”이 말을 들은 재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희를 보았다.“수안의 말이 사실이야?”자희의 얼굴색이 확 변했고 얼굴을 찌푸리며 수안을 욕했다.“수안아, 그동안 이모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니? 어린 나이에 공부는 안 하고 거짓말하는 것만 배웠어?”“네가 뭘 들고 있는지 이모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빠한테 이모가 시켰다고 할 수 있어?”수안은 놀라서 자희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당신이 시켰잖아...!”자희는 무서운 표정을 하고 수안을 보며 말했다.“너 계속 거짓말하면 이모가 아빠한테 너 기숙사 있는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하고 주말에도 집에 안 데려올 거야.”수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그는 흐느끼며 나를 향해 걸어와 나에게서위로를 받으려고 했지만, 딸에게 밀렸다. “우리 엄마야, 엄마는 너를 안고 위로하지 않을 거야.”수안은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딸을 품에 꼭 껴안고 그녀의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 딸 말이 맞아.”수안은 그 말을 듣고 더욱 서럽게 울었고 그 모습을 본 재혁은 짜증이 난다는 듯이 또 때렸다.“우는 것밖에 할 줄 몰라?”수안은 입을 꾹 다물고 억울한 듯 자희를 쳐다보았다.그러나 자희는 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돌려 수안을 보기조차 귀찮아했다.내가 보물처럼 아끼던 수안이 모두가 싫어하는 잡초로 변한 것을 보니 마음이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다.하지만 이 모
재혁은 자희를 경찰서에 보냈고, 그녀는 3년 전 자신이 한 모든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자희는 내가 방 안에서 열고 나올까 봐 몰래 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밖에서 여러 개의 작은 자물쇠를 추가했다.내가 침실에서 나갈 수 없다고 확신하자, 그녀는 몰래 부엌으로 달려가 가스가 새어나오게 하고 라이터를 집어던졌다.자희는 가스가 폭발하는 소리를 상상했지만 가스 폭발이 그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고 했다.곧바로 불이 거실을 가득 메웠고 자희는 당황해서 입구를 향해 달려갔지만, 재혁이 떠날 때 밖에서 방범 문을 걸어 잠근 것을 발견하였다.자희는 겁에 질려 계속 재혁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재혁이 급히 달려왔을 때, 재혁이 나의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을까 봐 심장병이 발작해서 쓰러진 척했다.자희는 재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반드시 제일 먼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갈 것으로 생각했고 나를 구하는 시간을 지체하면 내가 불에 타 죽을 것으로 생각했다.자희의 생각이 맞았다. 재혁은 나를 구하지 않고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자희는 자기가 확실히 죄가 있다고 말했지만, 틀린 행동은 하지 않았다.자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이런 미친 짓을 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틀린 사람을 사랑한 것을 후회했고 그녀의 남은 인생을 망친 재혁을 원망할 뿐이었다.자희는 고의 살인, 공공 안전 파괴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사형 집행 전, 자희가 형사에게 부탁해 나를 만나는 것이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고 내가 그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나는 자희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두 주일 만에 자희가 몰라보게 초췌해질 줄은 몰랐다.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아 참담하게 웃었고 팔뚝의 흉터를 일부러 드러냈다.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자희가 말했다.“이런 방법으로 증거를 모두 없앨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빠져나갈 빈틈이 없었어.”“이 몇 년 동안 내가 널 죽였다는 증거를 찾아왔었지? 이제 내가 곧 죽을
불과 두 주일 만에 수안은 살이 쭉 빠졌고 나를 보자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머리를 내 품속으로 밀어 넣었다.어렸을 때, 수안은 머리카락으로 내 품에 들어와 문지르는 것을 가장 좋아했는데, 나는 간지러워서 수안이를 간지럽히곤 했었다.매번 우리는 이런 게임을 하고 땀을 흘리면서 웃었다.그때에도 수안은 내 품에 안겨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엄마, 앞으로 수안이는 최고의 사나이가 될 거야, 아빠와 함께 엄마를 지켜줄게.”그때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느꼈고, 온 마음을 다해 재욱과 수안을 보살폈다.하지만 결국 그들은 나의 정성에 나를 미워하고 싫어했다.나는 두 손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수안을 껴안으려 하지 않았다.수안은 내 품에 잠시 엎드려 있다가 조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 싫어해요?”이 말을 들은 나는 코가 찡해져서 유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싫어.”수안은 고개를 번쩍 들며 눈물을 흘렸다. “전에는 정말 수안이가 잘못했어요. 엄마 제발 용서해 주세요. 아빠랑 제가 다 고칠게요. 우리가 엄마 잘 지켜줄게요, 다시는 엄마를 슬프게 하지 않을게요.”나는 손을 들고 머뭇거리다가 수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런데 엄마 마음이 찢어져서 다시 못 붙여.”수안은 고개를 숙이고 끊임없이 울었고, 재혁은 나를 노려보면서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최민식이 너한테 잘해주니?”나는 아래를 보며 대답했다.“응.”“나랑 비교하면?”나는 고개를 들고 재혁을 바라보았다.“민식의 마음속에는 오직 나뿐이어서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죽이려는 사람이 나타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재혁아, 넌 항상 너와 추자희가 선을 지켰다고 말했었지. 넌 걔를 친구로 대하고 가족처럼 대하고 핑계를 대면서 내 선에 도전했잖아.”“사실, 너는 추자희가 너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하지도 않고, 걔가 네 곁에 머물도록 내버려두었지. 사실 가장 나쁜 사람은 너고 지옥에 가야 할 사람도 너야.
재혁의 시점.하윤이 불에 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은 하얘졌고,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진 자희를 버리고 다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폐허가 된 집을 보며 미친 듯이 침실로 뛰어갔고, 그 안에서 하윤이 떨어뜨린 팔찌를 발견했는데, 팔찌 옆에는 검게 그을린 뼈가 있었다.나는 몸을 떨며 그 뼈를 주웠고, 검사 결과 뼈의 주인이 바로 하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나는 폐허에서 무릎을 꿇고 밤새도록 있었다.하윤이 죽은 후, 나는 내 삶이 완전히 변했다고 느꼈다.나의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렸고 자희를 돌보기 위해 수안을 돌볼 도우미를 구했는데, 그 도우미는 내가 없는 틈을 타서 일부러 수안을 굶기거나 불량 식품을 먹였다.두 주일 만에 수안은 2킬로그램이나 쪘다.자희가 퇴원한 후 집안은 더욱 통제 불능으로 변했다.자희는 다른 사람의 챙김을 받는 것이 익숙해 집에서 쉴 때도 매일 적어도 나에게 10번 넘게 전화를 걸었다. 중요한 일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문제로 말이다.하윤은 이런 일들은 절대 날 귀찮게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집 수도가 고장 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았었다.이런 문제들은 그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것은 수안이었다.그가 아팠을 때, 나는 막 새 임무를 맡은 상황이었고 자희보고 며칠 동안 돌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수안이 폐염 때문에 열이 너무 났고, 수안이 라면을 끓이다가 손을 다쳐서, 병원에서 꼬박 한 달을 보냈다.그러고 나서 자희는 나에게 수안이 돌보기 힘들다고 불평했다.수안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계속 엄마를 찾았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했으며 다시는 엄마를 함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윤이 돌아오길 바랐다.사실 나도 하윤이 돌아오게 하고 싶었다. 그녀가 없어진 후에야 나는 나의 평온했던 나날들이 모두 그녀의 고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나는 자희와 싸우기 시작했고 사이가 틀어져 자희를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하지만 자희는 병이 났고 화재의 후유증이라고 했다.매일
이재혁이 내 손을 덥석 잡았는데, 힘이 너무 세서 내 손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나를 노려보던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안 죽었는데 왜 집에 안 돌아왔어? 이 3년 동안 나랑 아들이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재혁은 이수안을 힘껏 내 앞으로 밀었다.수안은 약간 멍하니 나를 쳐다보다가 곧 내 품에 안겨 펑펑 울기 시작했다. “엄마, 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수안이 얼마나 엄마를 그리워했는지 아세요?”많이 자란 수안을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수안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내가 이혼을 결심하기 전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힘껏 밀어내면서 나가라고 소리쳤다.수안은 추자희에게 엄마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수안은 자희가 더 좋다며 내가 그들 세 식구가 함께 있는 것을 방해했다고 했다.나는 수안을 힘껏 밀어내고, 힘겹게 손을 재혁의 손아귀에서 빼냈다. 나는 그들 부자의 기대하는 얼굴을 매몰차게 쳐다보았다.“사람 잘못 봤어요.”수안은 눈물을 힘껏 문지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요, 당신이 바로 우리 엄마잖아요. 손등에 점이 하나 있는 것을 기억하는데, 보여주세요.”수안은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꽉 잡았다. 상처투성이인 손에 점이 전혀 없는 손등을 보자 수안이 말했다.“엄마, 손이 왜 이렇게 됐어요?”살이 쭈글쭈글하고 피부 톤이 불균형한 손등을 보며 나는 재혁에게로 눈을 돌렸다.그날 나는 침실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나는 당황해서 밖으로 뛰어가려고 했지만, 침실 문이 밖으로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나는 필사적으로 방문을 두드리며 신고했지만, 밖에 불이 너무 세서 곧 침실로 번졌다.침실에 가연물이 많아 불꽃이 튀어 들어오는 순간 온 집안의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나는 겁에 질려 화장실 욕조에 쭈그리고 앉아 언제 나를 삼킬지 모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두 손을 부르르 떨며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재혁은 계속 통화
재혁의 시점.하윤이 불에 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은 하얘졌고,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진 자희를 버리고 다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폐허가 된 집을 보며 미친 듯이 침실로 뛰어갔고, 그 안에서 하윤이 떨어뜨린 팔찌를 발견했는데, 팔찌 옆에는 검게 그을린 뼈가 있었다.나는 몸을 떨며 그 뼈를 주웠고, 검사 결과 뼈의 주인이 바로 하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나는 폐허에서 무릎을 꿇고 밤새도록 있었다.하윤이 죽은 후, 나는 내 삶이 완전히 변했다고 느꼈다.나의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렸고 자희를 돌보기 위해 수안을 돌볼 도우미를 구했는데, 그 도우미는 내가 없는 틈을 타서 일부러 수안을 굶기거나 불량 식품을 먹였다.두 주일 만에 수안은 2킬로그램이나 쪘다.자희가 퇴원한 후 집안은 더욱 통제 불능으로 변했다.자희는 다른 사람의 챙김을 받는 것이 익숙해 집에서 쉴 때도 매일 적어도 나에게 10번 넘게 전화를 걸었다. 중요한 일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문제로 말이다.하윤은 이런 일들은 절대 날 귀찮게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집 수도가 고장 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았었다.이런 문제들은 그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것은 수안이었다.그가 아팠을 때, 나는 막 새 임무를 맡은 상황이었고 자희보고 며칠 동안 돌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수안이 폐염 때문에 열이 너무 났고, 수안이 라면을 끓이다가 손을 다쳐서, 병원에서 꼬박 한 달을 보냈다.그러고 나서 자희는 나에게 수안이 돌보기 힘들다고 불평했다.수안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계속 엄마를 찾았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했으며 다시는 엄마를 함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윤이 돌아오길 바랐다.사실 나도 하윤이 돌아오게 하고 싶었다. 그녀가 없어진 후에야 나는 나의 평온했던 나날들이 모두 그녀의 고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나는 자희와 싸우기 시작했고 사이가 틀어져 자희를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하지만 자희는 병이 났고 화재의 후유증이라고 했다.매일
불과 두 주일 만에 수안은 살이 쭉 빠졌고 나를 보자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머리를 내 품속으로 밀어 넣었다.어렸을 때, 수안은 머리카락으로 내 품에 들어와 문지르는 것을 가장 좋아했는데, 나는 간지러워서 수안이를 간지럽히곤 했었다.매번 우리는 이런 게임을 하고 땀을 흘리면서 웃었다.그때에도 수안은 내 품에 안겨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엄마, 앞으로 수안이는 최고의 사나이가 될 거야, 아빠와 함께 엄마를 지켜줄게.”그때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느꼈고, 온 마음을 다해 재욱과 수안을 보살폈다.하지만 결국 그들은 나의 정성에 나를 미워하고 싫어했다.나는 두 손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수안을 껴안으려 하지 않았다.수안은 내 품에 잠시 엎드려 있다가 조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 싫어해요?”이 말을 들은 나는 코가 찡해져서 유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싫어.”수안은 고개를 번쩍 들며 눈물을 흘렸다. “전에는 정말 수안이가 잘못했어요. 엄마 제발 용서해 주세요. 아빠랑 제가 다 고칠게요. 우리가 엄마 잘 지켜줄게요, 다시는 엄마를 슬프게 하지 않을게요.”나는 손을 들고 머뭇거리다가 수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런데 엄마 마음이 찢어져서 다시 못 붙여.”수안은 고개를 숙이고 끊임없이 울었고, 재혁은 나를 노려보면서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최민식이 너한테 잘해주니?”나는 아래를 보며 대답했다.“응.”“나랑 비교하면?”나는 고개를 들고 재혁을 바라보았다.“민식의 마음속에는 오직 나뿐이어서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죽이려는 사람이 나타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재혁아, 넌 항상 너와 추자희가 선을 지켰다고 말했었지. 넌 걔를 친구로 대하고 가족처럼 대하고 핑계를 대면서 내 선에 도전했잖아.”“사실, 너는 추자희가 너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하지도 않고, 걔가 네 곁에 머물도록 내버려두었지. 사실 가장 나쁜 사람은 너고 지옥에 가야 할 사람도 너야.
재혁은 자희를 경찰서에 보냈고, 그녀는 3년 전 자신이 한 모든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자희는 내가 방 안에서 열고 나올까 봐 몰래 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밖에서 여러 개의 작은 자물쇠를 추가했다.내가 침실에서 나갈 수 없다고 확신하자, 그녀는 몰래 부엌으로 달려가 가스가 새어나오게 하고 라이터를 집어던졌다.자희는 가스가 폭발하는 소리를 상상했지만 가스 폭발이 그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고 했다.곧바로 불이 거실을 가득 메웠고 자희는 당황해서 입구를 향해 달려갔지만, 재혁이 떠날 때 밖에서 방범 문을 걸어 잠근 것을 발견하였다.자희는 겁에 질려 계속 재혁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재혁이 급히 달려왔을 때, 재혁이 나의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을까 봐 심장병이 발작해서 쓰러진 척했다.자희는 재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반드시 제일 먼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갈 것으로 생각했고 나를 구하는 시간을 지체하면 내가 불에 타 죽을 것으로 생각했다.자희의 생각이 맞았다. 재혁은 나를 구하지 않고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자희는 자기가 확실히 죄가 있다고 말했지만, 틀린 행동은 하지 않았다.자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이런 미친 짓을 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틀린 사람을 사랑한 것을 후회했고 그녀의 남은 인생을 망친 재혁을 원망할 뿐이었다.자희는 고의 살인, 공공 안전 파괴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사형 집행 전, 자희가 형사에게 부탁해 나를 만나는 것이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고 내가 그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나는 자희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두 주일 만에 자희가 몰라보게 초췌해질 줄은 몰랐다.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아 참담하게 웃었고 팔뚝의 흉터를 일부러 드러냈다.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자희가 말했다.“이런 방법으로 증거를 모두 없앨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빠져나갈 빈틈이 없었어.”“이 몇 년 동안 내가 널 죽였다는 증거를 찾아왔었지? 이제 내가 곧 죽을
영상에서 수안은 가루 한 봉지를 매일 밤 내가 마시는 약에 부었다.내가 수안을 낳았을 때, 출혈이 심해서 수술실에서 죽을 뻔했었다.퇴원한 뒤, 줄곧 몸이 좋지 않고 기혈이 약해서 일 년 내내 피를 보충하는 약을 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지럽고 메스껍고 심할 경우 빈혈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가 나 몰래 약을 탈 줄은 몰랐다.수안은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얼굴은 세게 부어올랐다.그는 울면서 변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자희 이모가 엄마 물컵에 이걸 부으면 엄마가 돼준다고 해서 그랬어요.”이 말을 들은 재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희를 보았다.“수안의 말이 사실이야?”자희의 얼굴색이 확 변했고 얼굴을 찌푸리며 수안을 욕했다.“수안아, 그동안 이모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니? 어린 나이에 공부는 안 하고 거짓말하는 것만 배웠어?”“네가 뭘 들고 있는지 이모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빠한테 이모가 시켰다고 할 수 있어?”수안은 놀라서 자희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당신이 시켰잖아...!”자희는 무서운 표정을 하고 수안을 보며 말했다.“너 계속 거짓말하면 이모가 아빠한테 너 기숙사 있는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하고 주말에도 집에 안 데려올 거야.”수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그는 흐느끼며 나를 향해 걸어와 나에게서위로를 받으려고 했지만, 딸에게 밀렸다. “우리 엄마야, 엄마는 너를 안고 위로하지 않을 거야.”수안은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딸을 품에 꼭 껴안고 그녀의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 딸 말이 맞아.”수안은 그 말을 듣고 더욱 서럽게 울었고 그 모습을 본 재혁은 짜증이 난다는 듯이 또 때렸다.“우는 것밖에 할 줄 몰라?”수안은 입을 꾹 다물고 억울한 듯 자희를 쳐다보았다.그러나 자희는 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돌려 수안을 보기조차 귀찮아했다.내가 보물처럼 아끼던 수안이 모두가 싫어하는 잡초로 변한 것을 보니 마음이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다.하지만 이 모
‘추자희가 살인범이라고?’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자, 자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곧이어 자희는 민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심하윤을 위해 나를 끌어들여? 그 폭발에서 나도 피해자라고!”자희가 소매를 잡아당기자, 흉터가 팔에 드러났다.자희는 흉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나도 그 폭발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내가 범인이었다면 왜 미리 숨지 않았겠어.”자희의 팔뚝에 난 화상을 보니 나는 심장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내가 이혼 서류를 재혁에게 줬던 그날 아침, 그는 나와 크게 싸웠다.재혁은 내 앞에서 이혼 서류를 찢었다. “심하윤, 왜 그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와 자희는 친구 사이일 뿐이고, 거의 가족이라고. 요즘 왜 난리야, 너랑 따지지도 않았는데 이혼까지 하려 하다니.”“내 말 잘 들어, 꿈도 꾸지 마.”재혁은 갈기갈기 찢은 종이조각을 바닥에 뿌리고 수안을 데리고 화를 내며 집을 나섰다.그가 떠난 뒤 자희는 레이스 파자마를 입고 침실 문 앞에 요염하게 기대며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재혁은 너랑 이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건 단지 내가 남들의 구설에 오를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너도 알다시피 걔는 체면을 중요시해, 수안도 마찬가지고. 지난번 학부모 회의 때 왜 못 가게 했는지 알잖아, 네가 촌스럽고 창피하니까 나한테 대신 가달라고 부탁한 거야.”“네가 이 집에서 무슨 역할을 하니? 그냥 도우미일 뿐이야. 내가 너라면, 나는 정말 1분도 이 집에 있지 않았을 텐데, 너 정말 거추장스러워.”나는 화가 나서 자희를 노려보다가 화장대에 놓인 면도칼을 움켜쥐고 정신을 잃은 듯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자희는 내가 갑자기 이럴 줄은 몰라 무의식적으로 내 손의 면도칼을 힘껏 가로챘다.그런데 너무 힘을 줘 바닥에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면도칼에 팔이 딱 눌렸고 그녀는 피가 멈추지 않는 팔을 감싸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심하윤, 네가 감히 나를? 너 죽일 거야!”나는 마음에 찔려서 뒤쫓아가서 따지지도 못했고 방
나는 막판에 화재 현장으로 돌아와 나를 구해준 또 다른 소방관과 결혼했다.그 사람은 내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계속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내가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필사적으로 가린 얼굴 말고는 괜찮은 피부가 없었다.게다가 다리 전체가 부러져 마취가 사라진 후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고 한쪽 다리를 잃은 고통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나는 몇 번이나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했지만, 그 사람에게 계속 붙잡혔다.그 사람은 나와 함께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날들을 헤쳐 나왔고 내가 정상인처럼 보일 때까지 의족을 장착하고 재활치료를 함께 해주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최민식의 품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딸을 안았다. 불안하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딸의 통통하고 작은 손이 내 목덜미를 감싸안았고 쪽하고 얼굴에 뽀뽀하며 말했다.“엄마, 저랑 아빠가 엄마 보고 싶어 했어요.”내가 딸의 작은 얼굴을 톡톡 치자 마음이 따듯해졌다.“집 가자.”수안은 두 손을 벌리고 우리 앞을 막았다.수안은 내 딸을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우리 엄마야, 엄마 품에서 나와!”“엄마한테 아이는 나 하나뿐이고 곧 나랑 함께 집에 갈 거야.”딸은 입을 삐죽거리며 수안을 쳐다보았다.“우리 엄마는 진작에 너 버렸어, 지금은 내 엄마라고!”수안은 얼굴이 빨개서 반박했다.“거짓말하지 마, 우리 엄마는 날 버리지 않아, 그저 잘못해서 나와 아빠를 떠났을 뿐이야.”“이제 아빠와 나도 엄마를 용서했으니, 우리랑 함께 집에 가야 해.”수안의 얼굴을 보고 나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고 민식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오늘 좀 피곤하네, 다시는 그들과 얽히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 가자.”민식은 딸을 부드럽게 품에 안으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최민식, 네가 이렇게 간사한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네?”재혁이 갑자기 민식을 향해 돌진해 왔고 민식이 반격하지 못하는 틈을 타서 주먹으로 그의 코를 때렸다.그러자 민식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나왔다.나는 당황하여 가방에서 휴지를
수안은 울먹이며 말했다.“엄마, 아파요...?”수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차가운 얼굴로 긴 치마를 잡아당겨 의족을 가렸다.아무리 아파도 그가 나더러 나가라고 한 그 순간보다는 아프지 않았다.나는 몸을 가누고 땅에서 급하게 일어나 재혁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나 구해줘서 고마워, 나...!”“하윤아, 내가 널 구하지 못한 걸 탓하는 거 알아. 하지만 당신이 침실에 있는 줄도 몰랐고, 불이 워낙 강해서 우리가 끝까지 구조하려다가는 무고한 소방대원이 희생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그래서 내가 죽었어야 한다고?’나는 재혁을 노려보았다.“그래서 그날 왜 침실 문을 잠그고 내가 살길을 하나 남겨두지 않았는데?”재혁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잠갔다고? 난 모르는 일이야, 그날 너랑 자희만 집에 있었고 난 전혀...!”재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에 의해 잘렸다.“네가 심하윤이야? 너 안 죽었어?”3년 만에 다시 만난 자희는 3년 전보다 더 요염해졌다. 그녀는 가식적으로 재혁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요염한 눈빛으로 애교를 부렸다.“재혁아, 하윤 아직 살아 있다는 거 왜 안 알려줬어? 하윤이 죽었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잖아.”“그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했어, 심장병이 갑자기 발작하지 않았다면 하윤 혼자 방에서 죽기를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자희의 손에서 빼냈다. “자희는 확실히 심장병이 있고, 그때의 일은 정말 내 탓이야.”“내가 너에게 좀 더 관심을 두고, 네가 나랑 이혼하자고 해서 화가 나서 수안을 데리고 놀러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지도 모르겠네.”“다행히 네가 지금 잘 살아 있어서 내가 처음에 약속했던 것처럼, 앞으로 널 사랑할게.”처음에 재혁과 결혼할 때, 평생 나를 사랑하고 보살펴주고 나를 믿어주고, 영원히 나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러나 재혁은 자희를 위해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공항에 마중 나가 나를 레스토랑에 혼
재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있어?”수안은 재혁의 말을 듣고 내 앞으로 달려와 고개를 들고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저랑 아빠 싫어요? 왜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요? 왜 우리를 배신하는데요?”‘내가 그들을 배신했다고?’그때 재혁과 수안이 나에게 말도 없이 자희를 집으로 데려왔었다.나는 아직 자희가 우리 집으로 이사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재혁이 나에게 안방을 그녀에게 양보하라고 했다.내가 동의하지 않자, 재혁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비난했다. “너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자희가 예전에 재벌과 결혼해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사람인데, 우리 집에 와서 객실에서 재울 수는 없잖아.”“안방은 객실이나 다름없는데, 자희에게 양보하면 뭐 어떤데?”그래서 자희는 아무렇지 않게 안방에 들어갔고, 나는 객실로 쫓기었다.자희는 내 방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나를 도우미 취급했다.매일 아침 나보고 자기가 먹을 아침밥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녀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녀가 입을 열지 않아도 수안이 달려와 나를 꾸짖었다. “엄마, 엄마가 우리 집에서의 지위는 요리사보다 조금 높아요. 만약 엄마가 자희 이모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저랑 아빠가 다 화낼 거예요.”자희를 둘러싸고 개처럼 빙빙 도는 재혁과 수안을 보고 나는 화가 나 부엌을 통째로 부쉈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희를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지만, 재혁과 수안이 오히려 나를 보고 화를 냈다.자희라는 외부인을 위해 내 남편과 내 친아들이 나보고 문을 가리키며 나가라고 소리쳤다.분명히 그들이 먼저 나를 배신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다시 오라고 한다.나는 그들의 어리석은 질문에 차갑게 웃고 대답하지 않고 길 건너편으로 가려 했다.“당신이 결혼해도 상관없어, 이혼하고 온다면 받아줄게, 어쨌든 당신이 수안의 친엄마니까.”나는 재혁을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내가 싫어.”
이재혁이 내 손을 덥석 잡았는데, 힘이 너무 세서 내 손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나를 노려보던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안 죽었는데 왜 집에 안 돌아왔어? 이 3년 동안 나랑 아들이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재혁은 이수안을 힘껏 내 앞으로 밀었다.수안은 약간 멍하니 나를 쳐다보다가 곧 내 품에 안겨 펑펑 울기 시작했다. “엄마, 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수안이 얼마나 엄마를 그리워했는지 아세요?”많이 자란 수안을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수안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내가 이혼을 결심하기 전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힘껏 밀어내면서 나가라고 소리쳤다.수안은 추자희에게 엄마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수안은 자희가 더 좋다며 내가 그들 세 식구가 함께 있는 것을 방해했다고 했다.나는 수안을 힘껏 밀어내고, 힘겹게 손을 재혁의 손아귀에서 빼냈다. 나는 그들 부자의 기대하는 얼굴을 매몰차게 쳐다보았다.“사람 잘못 봤어요.”수안은 눈물을 힘껏 문지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요, 당신이 바로 우리 엄마잖아요. 손등에 점이 하나 있는 것을 기억하는데, 보여주세요.”수안은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꽉 잡았다. 상처투성이인 손에 점이 전혀 없는 손등을 보자 수안이 말했다.“엄마, 손이 왜 이렇게 됐어요?”살이 쭈글쭈글하고 피부 톤이 불균형한 손등을 보며 나는 재혁에게로 눈을 돌렸다.그날 나는 침실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나는 당황해서 밖으로 뛰어가려고 했지만, 침실 문이 밖으로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나는 필사적으로 방문을 두드리며 신고했지만, 밖에 불이 너무 세서 곧 침실로 번졌다.침실에 가연물이 많아 불꽃이 튀어 들어오는 순간 온 집안의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나는 겁에 질려 화장실 욕조에 쭈그리고 앉아 언제 나를 삼킬지 모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두 손을 부르르 떨며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재혁은 계속 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