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존재하는 한 박연희는 영원히 편치 않을 것이다.그리고 그가 존재하는 한 그의 아내는 영원히 다른 사람의 제약을 받을 것이다.하인우는 CCTV를 통해 그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제발 그를 놓아달라며 애원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바보 같으니라고.대체 그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조은혁은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박연희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했다.결국, 박연희는 고기 죽 반 그릇을 비웠다.옆방에서는 진범이가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그는 밤낮없이 울어댄 탓에 목소리마저 다 쉬어 있었다. 게다가 아이는 계속하여 구슬프게 울어대며 엄마를 찾았다.“엄마, 엄마...”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박연희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조은혁을 익숙한 낯선 사람으로 여기며 그와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았다.그러자 조은혁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 무심코 입을 열었다.“이제 진범이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박연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조은혁은 시선을 돌려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고 옆방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옆방에서는 장씨 아주머니가 진범이를 안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울음을 멈출 기색이 없는 진범이에 아주머니는 계속하여 달래줄 수밖에 없었다.“우리 진범 도련님 계속 병실에만 있어서 답답한가 보네요. 도련님도 놀러 가고 싶으시죠? 도련님 착하죠... 엄마가 건강해지면 제가 진범 도련님을 데리고 매일 아래층으로 내려가 놀아드릴게요.”그때, 문이 열리고 조은혁이 들어왔다.장씨 아주머니는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진범이를 그에게 안기며 기회를 틈타 말했다.“진범 도련님께서 사모님이 보고 싶으신가 봐요. 대표님... 진범이 사모님과 좀 만나게 해주세요.”그러나 조은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진범이를 품에 안았다.그를 알아본 조진범은 그의 어깨에 엎드려 계속 칭얼거렸다.“엄마, 엄마.”그러자 장씨 아주머니가 또 한마디
장씨 아주머니는 기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조은혁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장씨 아주머니는 병상 옆에 앉아 박연희를 달래주었다.“사모님께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으니 진범 도련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잘 살아가세요! 사모님... 인생에는 만약도 없고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도리와 선례도 더더욱 없습니다.”박연희는 침대 끝에 기대어 묵묵히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다.아기공룡 알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진범이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헤벌쭉 웃고 있는데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여러 개의 하얀 이빨은 참으로 귀여웠다... 이러한 사소한 것도 박연희에게는 삶의 버팀목이 되었다.그 광경을 바라보며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훔쳤다.“사모님 건강이 회복되면 대표님께서도 화를 거두실 겁니다. 참, 김 비서한테 들었는데 대표님께서 이미 각막 한 쌍을 찾아주셨다고 합니다. 그분은 지금 미국에 계시는데 수술할 때가 되면 그분도 미리 오실 겁니다. 사모님, 곧 눈이 보일 거예요.”박연희는 별다른 말 없이 가볍게 응했다.사실 그녀의 생사는 결코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그녀는 진범이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두 눈이 회복되면 반드시 진범이를 있는 힘껏 끌어 안아줄 것이다....일주일 뒤 간호사가 보고서를 보내왔다.조은혁은 보고서를 받아들고 소파에 앉아 박연희의 건강 지표를 살펴보았다.김 비서가 미소를 머금고 말을 건넸다.“다음 주면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때 각막이 도착하고 눈 수술까지 같이하면...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돈의 힘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조은혁은 기분이 좋았다.그는 그 보고서를 여러 번 뒤적거리다가 결국 박연희에게 말을 건넸다.“요즘 며칠 동안은 푹 쉬고 체력을 준비해둬... 그러면 수술에도 좋을 거야.”그러나 박연희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기만 할 뿐이었다.바로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닥터가 병실에 들어왔다.닥터 앨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조은혁은 조금 놀란 눈치였고 그는 일어서서 프랑
박연희는 여전히 침대 끝에 기대어 아무런 인기척도 내지 않았다.창문을 꼭 닫지 않은 탓에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가뜩이나 여윈 몸을 차갑게 했다...듣자 하니 그녀의 남편이 원래 그녀에게 주려고 했던 각막 기증자를 독일로 보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진시아도 병이 났기 때문이다.진시아는 심장이 필요하다.닥터 앨런은 그녀가 실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그의 결정을 고수했다.이 얼마나 웃긴가. 이렇게까지 하며 아직도 박연희를 사랑한다고, 그녀와 다시 살겠다고, 이제 모두 행복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박연희의 안색은 여전히 별다른 기색 없이 담담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조은혁은 결국 그녀의 정체를 확실히 조사하지 못했다. 그녀는 18살 때 1년 동안 프랑스에서 여행을 다닌 적이 있기에 일반적인 프랑스어 정도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만약 그녀가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른다면 그녀는 아마 영원히 조은혁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진시아에 대한 그의 사랑은... 확실히 참사랑이다.박연희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들추지는 않았다.어찌 됐든 그들의 결말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그날 밤, 진시아가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인지 조은혁은 계속 잠을 청하지 못했다.그는 창가에 서서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아마 진시아를 걱정하고 있을 테지. 그들이야말로 정말 진정한 참사랑이고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주 좋은 한 쌍의 커플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아이러니하다.박연희는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하지만 그의 전화하는 소리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결국 박연희는 팔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 초점 없는 눈으로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가벼워 당장이라도 어둠에 묻혀버릴 것만 같았다.“이제 병세도 안정되었으니 저와 함께 있어 줄 필요 없어요.”조은혁이 통화를 끊었다.몸을 기울여 박연희를 바라보자 확실히 전보다 많
조은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다.또한 진범이도 품속에 안아주며 그의 말투는 더더욱 보기 드물게 부드러웠다. 그는 박연희에게 앞으로의 생활을 말해주었다.“네 수술이 성공하고 우리는 매년 로티에 스키를 타러 갈 거야. 진범이도 분명 매우 좋아할 테고. 그때는 네가 원하는 곳에 정착해도 상관없고 회사에 대해서는 고급 파트너를 찾거나 원격 근무를 할 수도 있어.”“난 Y국과 노웨가 좋을 것 같은데.”“연희야, 넌 어디가 좋아?”...조은혁이 많은 말을 늘어놓았지만 박연희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녀는 오히려 마음속으로 냉소를 터뜨리며 한편으로는 애인의 병세를 걱정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희망 고문을 하는 조은혁을 대신해 참으로 마음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은혁, 넌 힘들지도 않아?박연희의 침묵에 조은혁은 더 이상 그녀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때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리고 그는 박연희가 걱정되었지만 결국 침대에 누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조은혁입니다.” 전화는 독일 병원에서 걸려온 것이다.전화 건너편에서 짧은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말투가 경쾌한 걸 보니 진시아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모양이다.그러자 곁에 있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조은혁은 박연희에게 이를 알리고 싶지 않아 일어나 자세를 고쳐앉으며 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기분이 매우 좋아진 조은혁은 박연희의 냉담한 태도도 개의치 않았다.그는 박연희를 바라보며 마음이 부드러워져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몸을 기울였다.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엄습해 오자 박연희는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재빨리 얼굴을 돌려 그의 스킨쉽을 피했다.조은혁도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그러나 그는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머지않아 분명히 마음을 열게 되리라고 생각했다.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실망을 감출 수는 없었다......3일 후 박연희는 예정대로 수술을 받았고 조은혁의 간이 그녀의 몸에 삽입되었다.수술은 매우 성공
일방적인 잔소리였을 뿐 조은혁의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조은혁은 짐을 들고 일어나며 박연희에게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었다.“남반구의 한 지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직접 가봐야 돼... 맞다. 박사님께서 네 수술 후 회복은 잘 되고 있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물론 각막도 빨리 찾고 있어. 연희야, 내가 약속할게. 길어야 한 달 안에 꼭 다시 빛을 보게 해줄 테니까.”박연희는 병상에 누워 세상 아련한 그의 말을남반구에 있는 회사...그냥 독일로 가는 것이겠지.아이러니하게도 조은혁은 대체 왜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도 왜 매번 그녀를 속이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의 연기는 치졸하다 못해 함께 연기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박연희의 입가에 어렴풋이 조롱어린 미소가 어렸다.그러자 조은혁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연희야...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그러나 박연희는 조은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밤에 그녀의 망막이 벗겨지고 통증이 심해지자 앨런은 김 비서에게 엄숙하게 말했다.“현재 사모님의 눈 신경은 괴사에 직면해 있습니다. 만약 8시간 안에 사모님께 새로운 각막을 이식할 수 없다면 그녀는 앞으로 영원히 시력을 잃을 겁니다. 김 비서, 빨리 조 대표를 불러 돌아와서 뭐라도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하세요. 사모님께 한쪽 눈 각막을 기부하고 싶어 하지 않았었나요? 한쪽 눈이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그 순간, 김 비서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쉴 새 없이 조은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조은혁은 전용기에서 독일로, 진시아의 곁으로 날아가는 길이었다.김 비서도 결국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닥터 앨런은 더더욱 방법이 없었다.“사모님, 죄송하지만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그러자 장씨 아주머니는 즉시 무릎을 꿇고 닥터 앨런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 눈은 괜찮습니다. 저
...병실에서 소식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그녀는 박연희의 손을 잡으며 흥분 어린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쩜 이렇게 공교롭게도 갑자기 선뜻 각막을 기증하려는 선량한 사람이 나타난단 말입니까. 사모님, 이건 분명 사모님께서 나라라도 구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박연희는 눈에 붕대를 두르고 있어 그녀는 장씨 아주머니의 손을 더듬어 잡으며 속삭였다.“저에게 돈이 조금 있으니까 그분한테 꼭 인사를 건네주세요. 비록 돈이 저열하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요.”그러자 장씨 아주머니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당연하죠! 제가 잘 알아봐서 사모님께서 다시 시력을 회복하시면 우리 함께 문병 가요. 그분도 마음속으로 많이 위로받을 겁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밖에서 우렛소리가 간간이 울렸다.갑자기 비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앨런은 박연희에게 마지막 거즈를 감아 주며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1주일만 지나면 거즈를 풀고 빛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박연희는 병상에 누워 조용히 물었다.“혹시 누가 기증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그러자 앨런이 침묵을 지켰다.“업계 규정상 말할 수 없습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그러나 박연희는 급하지 않았다. 장씨 아주머니가 수소문한다고 했으니 항상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안심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수술 후 그녀는 몸이 불편하여 한밤중까지 밤을 새워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그런데 그녀는 꿈을 꾸게 되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던 것 같은데... 그녀가 깨어났을 때 몸은 무중력 상태였고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다.장씨 아주머니가 인기척을 듣고 와서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왜 그러세요?”박연희는 여전히 끝없는 어둠에 잠겨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답했다.“나 악몽을 꿨어.”그러자 장씨 아주
처량한 외침소리와 함께 전소미는 아이를 안고 아래층으로 빠르게 달려갔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하인우의 이름을 불렀다.“인우야, 인우 씨!”“아아... 인우야, 아니야. 이 사람은 너 아니야. 넌 아닐 거야.”...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눈앞의 이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고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신발은 어디에 던져둔 것인지 그녀는 맨발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는 계속 울어댔다.1층 안뜰, 꽃밭 중앙.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는 남자 한 명이 화단 중앙에 떨어져 시멘트 대 위에 사지를 올려놓은 채 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눈을 잃었고 그의 눈동자에는 한 점의 빛도 없이 공허하기만 했는데 그는 그대로 환히 밝아진 듯한 이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날이 밝았는데도 하인우는 그렇게 영원히 잠들었다.“인우야!”군중 속에서 전소미의 목소리가 더욱 울려 퍼졌다.그녀는 구경꾼들 사이를 헤치고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전소미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게 누워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눈에 이 사람이 바로 그녀의 인우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하인우는 항상 흰 셔츠를 입고 반쯤 낡은 어깨 정장을 즐겨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줄곧 남자는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여윳돈이 있으면 항상 부인과 딸을 챙겼다. 부인과 딸은 예쁘게 치장해야 한다고 말이다.“인우야!”전소미는 그대로 남자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남편의 쓰다듬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이제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고인의 뺨을 내리쳤다...한 방울 또 한 방울.그녀는 못난 미소를 지으며 원성을 터뜨렸다.“왜 이렇게 멍청하게 굴어, 왜! 왜 그랬어! 인우야... 네가 가면 나랑 민희는 어떡하란 말이야? 우리더러 어떡하란 말이야?”“인우야, 내 탓이지?”“내가 그 사람 돈을 가져가 널 속이고 너랑 결혼했다고 원망하는 거지?”“인우야, 왜 굴복하려 하지 않는 거야
“인우야, 우리는 이제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주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장숙자가 뒤늦게 달려왔을 때 사방은 온통 야유 소리뿐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군중을 헤치고 다가간 그녀는 하인우와 전소미가 함께 피 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장숙자는 그 젊은 부부를 주시하며 끊임없이 말했다.“하인우 씨, 여사님! 정말 하인우 씨와 소미 씨야.”어린아이는 끊임없이 작은 손을 휘저으며 울음을 터뜨렸고 그녀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하늘을 진동했다.어린아이를 살짝 안아 올린 장숙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쏟았다.“이 옥 조각은 내가 알아. 이건 하인우 씨와 여사님의 딸이야.”슬픔이 교차하며 그녀는 아기를 안고서 목소리를 떨었다.“착하지, 우리 부모님께 절을 드리자. 앞으로 너는...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을 거야.”주위에 구경꾼들도 너도나도 의론이 분분하다.“불쌍하군. 요즘에도 사랑 때문에 목숨을 끊다니.”“아이를 입양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박연희가 다가오자 김 비서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두 눈에 거즈를 뒤집어쓴 채 더듬거리며 다가오자 주위 사람들은 재빨리 그녀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박연희는 유심히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김 비서, 저 방금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김 비서가 좀 봐줘요. 혹시 소미 씨 아이가 아니에요?”이윽고 김 비서는 하인우 부부의 참상을 보게 되었다.현장은 이미 봉쇄되기 시작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답했다.“여사님의 아이 맞습니다. 지금 장씨 아주머니가 품에 안고 돌보고 있으니 사모님께서는 안심하십시오.”잠시 후, 박연희가 계속하여 물었다.“장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요? 그러면 소미 씨는요? 그리고 인우 씨는 찾았어요?”그 말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박연희의 곁으로 달려가 박연희더러 어린 아기의 따뜻한 손바닥을 만지게 해주었다. 같은 시각, 장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