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담배를 피우면서 그녀의 낭패한 몰골을 주시하고 있었다.진시아는 곧바로 그의 뜻을 알아맞혔다.아니나 다를까, 그는 담배를 반 개비나 피우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여자가 싫어. 다른 사람이 내 삶을 지배하는 것은 더더욱 싫고. 어젯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부사장의 위치는 너에게 주는 보상이고 우리는 이제 이제는 신체 관계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박연희 때문에 그래요?”조은혁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몸을 기울여 담뱃재를 털고는 더욱 옅은 말투로 담담히 말했다.“정리해. 곧 기사가 너를 호텔에 데려다줄 거야. 항공편이 풀리면 인제 그만 B시로 돌아가.”진시아는 더욱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다.“제가 박연희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요? 외모로, 몸매로, 능력으로도... 제가 그녀보다 못한 게 뭐가 있냐고요?”조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고리를 잡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난 성당에서 연희를 평생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그는 미련 없이 진시아를 떠났다.문이 슬쩍 열리고 또다시 닫히며 진시아는 오랫동안 넋을 잃었다...그녀는 도무지 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정원 밖에는 밝은 햇살 아래 흰 눈이 포슬포슬 내리고 있었고 박연희는 고용인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조은혁을 돌볼 필요도 없고 아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이 정말 소녀처럼 매일매일 살고 있다.진시아는 정말 당장이라도 그녀의 이 순진함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마당에는 이미 운전기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진시아는 아무렇게나 짐을 싸서 트렁크를 끌고 별장 문을 나섰다...박연희를 지나갈 때 진시아는 잠깐 멈췄고 그때 고용인이 마침 공교롭게도 물건을 가지러 집안으로 돌아가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진시아는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박연희에게 USB를 건네며 허심탄회하게 말했다.“난 네가 미치지 않았다는 거 전부 알고 있어. 넌 지금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거지. 내가 너를 적발
박연희는 문을 열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카펫 위에 앉아 더러운 화면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고 노트북의 푸른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으며 그녀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입구의 노크 소리가 더욱 다급해졌다.그러나 그녀는 문을 잠가 버렸다.약 5분 뒤, 서재 문이 폭력으로 열렸고 입구에는 조은혁이 서 있었는데 마침 화가 나서 발작을 일으키려던 중 노트북 화면을 보고는 그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노트북에 담긴 사람은 다름 아닌 그와 진시아였다.진시아가 몰래카메라를 찍은 것이 분명했고 그녀는 심지어 이것을 박연희에게 준 것이다.조은혁은 그녀에게 다가가 노트북을 거칠게 끈 다음 그 작은 USB를 뽑아 그대로 산산조각 내버렸다.그리고 잠시 후에야 다시 박연희를 바라보았다.박연희는 여전히 소파 다리에 기대어 멍하니 있었다.조은혁은 그녀의 몸을 끌어안아 소파 위에 앉혔고 그는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옆에 기대어 앉아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다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눈 장난을 하다 바지가 다 젖었네. 침실로 돌아가서 옷 갈아입어.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거야... 착하지?”그러나 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조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물건은 이미 버렸으니까 잊어버려.”“아니요. 전 머릿속에 이미 박아놨어요.”박연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말을 계속 반복했다.“난 이미 이 일을 뇌리에 박아놨어. 조은혁, 나는 평생 이 일을 잊지 못할 거야.”“잊어!”조은혁의 말투는 갑자기 엄격해졌고 그는 그녀의 뒤통수를 받쳐 들고 격렬하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붉은 입술부터 작고 빨간 코끝, 부드러운 목까지 그의 거친 숨결에는 인정하기 싫은 당황함이 담겨있었다.그렇다. 그는 성공적으로 박연희를 복수했다.그러나 그의 잠재의식에서는 박연희에게 그가 얼마나 비열한 남자인지, 그리고 한때 귀공자로 살던 그가 5년 동안 감옥에서 살았던
박연희는 소파 뒷부분을 계속 더듬거려 마침내 딱딱한 물건을 찾았는데 그것은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벽화였다. 그녀는 어디서 힘이 나온 건지 손을 뻗어 조은혁의 이마를 후려갈겼다...조은혁의 움직임이 멈췄다.검붉은 선혈이 조은혁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며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박연희는 몸을 웅크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얇은 스웨터를 허리춤까지 걷어 올려 가녀린 상반신이 드러났고 바지도 반쯤 벗겨져 그녀의 가녀린 발목에 걸려 있었다.장씨 아주머니가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왔다.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이토록 아찔한 장면을 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무슨 일이에요? 대표님 이마는 왜 그러세요? 그리고 사모님이 입고 있는 옷도... 아이고, 사모님께서 고생이 많으시군요.”조은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연기를 지켜보았다.장씨 아주머니는 박연희를 부축하고는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걱정했다. 그러고는 조은혁의 상처에 대해서는 그저 입으로 붕대로 감싸주겠다고 하고 또 의사를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았다.조은혁이 어떻게 눈치채지 못하겠는가?장씨 아주머니는 지금 그를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상처를 감싸며 담담히 말했다.“연희를 부축해 침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생강물 한 그릇 더 끓여오세요.”장씨 아주머니는 관심 있는 척하며 그의 상처를 물었다.“안 죽습니다.”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조은혁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화장지를 몇 장 뽑아서 간단하게 닦고는 별일 없다는 듯 마무리 지었다. 장씨 아주머니가 박연희를 데리고 떠나자 그는 서재 문을 닫고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짧게 몇 마디 분부했다.같은 시각, 김 비서는 하와이에서 설을 쇠고 있었다.이 전화를 받고 김 비서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 어젯밤에야 진시아가 다음 해에 부사장으로 승진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겨우 하룻밤 지나서 부사장의 자리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매니저 자리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조은혁이 그녀에게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하지만 진시아는 조은혁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조은혁이 사랑의 길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러내리도록 구르길 바라기 때문이다. 진시아는 그의 결말이 그녀보다 천 배는 더 비참하게 끝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비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새해가 다가오며 샹겐에는 대부분 국내 부자들이 거주하며 사방이 폭죽 소리로 시끌벅적했다.하지만 박연희는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종일 물도 안 마시고 침실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렸고 진범이가 옆에서 울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때, 안방 문이 살짝 열리더니 조은혁이 쟁반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하얀 셔츠에 옅은 회색 양복바지를 입은 그는 이마에 큰 상처가 있음에도 훤칠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는 입구에서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사실, 그는 이미 박연희가 정신이 나간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사실 매우 멀쩡하다. 단지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을 뿐... 그래서 미친 척, 바보인 척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조은혁은 그녀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다.굳이 이 사실을 까발리지 않아도 그는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달래고 예뻐할 수 있을 것이다.어두운 조명 아래, 그는 그녀의 곁으로 가서 쟁반을 한쪽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놓고 무릎을 꿇고 웅크려 앉으며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장씨 아주머니가 방금 진범이가 울고 있는데도 네가 가만히 내버려 뒀다고 하셨는데... 연희야, 진범이는 우리 아들이잖아. 기억나?”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쥐고 있는 화필에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진범이는 그녀가 10개월 동안 직접 품어 낳은 아이였는데 그녀가 어찌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가 타협하면 이제 정말로 평생 조은혁의 곁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통한 첩이 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박연희는 여전히 싸늘한 얼굴을 하고 조은혁을 냉담하게 대하며 그와 말도 하지 않았고 그가 보
조은혁은 부인하지 않았다.그는 또박또박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난 지금 너를 협박하는 거야.”그는 그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박연희는 뒤편 소파에 몸을 기대어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결국, 박연희는 그에게 쫓겨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그렇게 사랑했던 이 남자는 모든 위장을 벗겨내니 그녀에게 조금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았다.조진범은 그녀가 낳은 아이이다.하지만 박연희가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조은혁은 박연희가 아이도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말 잔인한 사람이다.박연희의 목구멍에서 비린내가 솟구쳐 올랐다.그녀의 마음은 더욱 비참하기 그지없었다.그런데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연희는 그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맞서 싸웠다.“좋아요. 나를 굶겨 죽이고 진범이도 굶겨 죽이세요... 어쨌든 전 당신이 제 오빠한테 복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잖아요. 어쨌든 당신 마음속에는 진범이에게도 박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을 테니까 우리를 다 굶겨 죽이면... 당신도 이제 화를 풀 수 있겠네요.”지금, 이 순간, 박연희는 정말 미친 것 같았다.지금, 이 순간, 박연희는 온몸이 산산조각이 난 것 같았다.그녀는 소파를 짚고 가느다란 몸을 계속 떨었다.왜냐하면 그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자신이 상대하는 것이 어떤 남자인지. 그는 그녀의 남편이 아니다. 그는 단지 재력과 체력 모두 그녀를 훨씬 능가하는 남자일 뿐이다. 박연희는 조은혁의 손안에 있다. 조금의 여력도 없이 그녀가 가진 것은... 그녀의 목숨일 뿐이다.조은혁이 그녀를 노려보았다.눈앞에 서 있는 박연희는 너무나도 낯설어 보였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소녀에서 갑자기 당장이라도 그를 불에 태우려는 듯한 여인으로 돌변했다.갑자기 그가 가볍게 피식 소리를 냈다.그를 불에 태운다고? 무엇으로?조은혁은 그녀가 견딜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고 또한 그녀가 정말로 진범이를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단지 허세에 불과하다.조은혁은 손을
이 브랜드는 박연준이 즐겨 피우던 담배였다. 지난해 조은혁은 그 회사를 인수해 생산라인을 바꿔 시가 생산을 중단했다.그렇게 그는 조금 넋을 잃었고 장씨 아주머니는 이를 매우 불만스러워했다. 그녀는 진범이를 안고 가볍게 달래면서 박연희의 일을 말해주었다.“사모님께서는 지금 산 채로 이틀을 굶었습니다. 대표님은 진심으로 사모님을 굶겨 죽일 준비를 해야 할 거예요. 혼자 죽으면 속이 시원하질 않으니 차라리 이 작은 아이까지 굶겨 죽이시지 그래요. 그러면 대표님 주위도 깨끗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다시 결혼해도 대표님께 아이가 있었는지 누가 알겠어요. 그러면 대표님은 앞으로도 여전히 소녀들을 속일 수 있겠죠. 진시아인지, 이시아인지 모르겠지만...”장숙자는 입으로는 사납지만 진심으로 박연희 모자를 아끼고 있다.그런 더러운 것을 보고 사모님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표님도 덩달아 화를 낼 줄이야. 이틀이 지났는데도 그는 뜻밖에도 정말 무관심했다.마음도 독하지.그에게 어디 남편이 되고 부모가 될 자격이 있겠는가?조은혁이 그녀를 바라보자 장씨 아주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사모님은 줄곧 응석받이로 자랐습니다. 사모님의 오빠가 아무리 미워도 그녀를 사랑해주고 아껴주셨잖아요... 분풀이하기 위해서라면 인제 그만둬야 합니다. 진범 도련님의 체면을 봐서라도요!”그러자 조은혁이 조용히 물었다.“내가 지금 화풀이를 한다고?”장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진범이를 바라보며 순식간에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그럼 화풀이가 아니면 사모님을 아껴주시기라도 하는 겁니까? 대표님, 저 장숙자는 나이가 좀 많아도 감정적인 일은 그래도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어찌 사랑하는 사람이 고생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있단 말입니까? 하물며 굶어 죽기 직전인데.”“정말 이 세상에서 대표님보다 독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장씨 아주머니는 어찌 됐든 월급쟁이라 말을 여기까지 하고 이제는 입을 열지 못했다.그렇게 조은혁은 저녁
어둠의 막이 내려앉고 음산한 기운이 맴돌았다.그때, 조은혁이 코웃음을 쳤다.“연희야, 설마 내가 널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이어가며 그는 박연희의 귓가에 바짝 다가갔다.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배어 있었다.“우린 그저 아직 잠자리를 끝내지 못한 것뿐이야. 우리가 이혼한 후 발견한 건데 아무리 아름답고 요염한 여인의 몸이 내 앞에 있어도 도무지 흥이 돋질 않더라고... 하지만 내 밑에서 애원하며 울부짖는 너의 모습을 생각하니 바로 남자의 욕구가 생겼잖아. 나는 약간 후회돼. 너와 이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나 이혼은 우리의 잠자리를 방해할 수는 없어. 어쩌면 부부의 신분을 벗어났으니 관계를 맺을 때도 더 편하고 더 재미있을지도 몰라.”그는 일부러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해 더욱 날카롭게 말했다.아니나 다를까, 박연희가 어찌 그런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녀는 즉시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오히려 다시 잡히고 말았다.조은혁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쉽게 잡아챘고 이어서 그녀의 가느다란 팔뚝을 높이 쳐들자 그녀의 몸도 어쩔 수 없이 똑바로 서서 그의 눈빛을 마주해야 했다.조은혁은 또다시 더러운 말을 내뱉었다.“보아하니 너를 그렇게 아껴주지 말았어야 했어.”박연희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그녀는 끝내 헤어나오지 못했다. 보드라운 손목에 핏자국이 생겼지만 조은혁은 조금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는 술을 마시면 쉽게 성이 나기 시작했고 박연희는 다시 이렇게 몸을 곧게 펴고 그의 앞에서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그녀의 허리는 가늘고 윗부분도 출산으로 인해 더 잘 발달하여 매우 매력적이었다.그는 그녀를 자신의 허리에 안아 올려 끝까지 가진 않았지만 옷을 사이에 두고 그녀가 자신을 만족시켜주도록 밀어붙였다.한바탕 광란의 고난을 겪으며 박연희는 머리를 쳐들고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녀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의 어깨에 반쯤 엎드려 어쩔 수 없이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그
그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약해지지 않았다.난 왜 이렇게 멍청할까, 어떻게 저 이가 마음이 약해진 줄 알았을까...박연희, 너 자신과 조은혁을 모두 과대평가했어.그는 인성이 없었다. 그는 짐승이었다!박연희는 눈에 한 줄기 빛도 없이 조용히 누워만 있었다. 그녀는 이제 식욕도 전혀 없고 삶에 절망하고 자신에 대해 절망했다.그녀의 눈가에는 모두 눈물이었고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조은혁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원래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눈가의 눈물을 보고는 그의 마음이 다시 굳어지기 시작했다.의사인 김석호도 오랜 지인으로 조은혁의 성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왕진을 한 번 하면 2천만원을 주는데 어떤 의사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김석호는 박연희를 매우 동정했다.그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젊은 나이여도 몸조심해야죠. 일단 몸부터 챙기셔야 나중의 일을 논할 수 있죠.”박연희는 살며시 눈을 깜박인다.조은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심리의사를 부른게 아닙니다만.”하지만 김석호도 약간의 반골기질이 있던지라 되받아쳤다."부인께 아주 큰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은혁 씨도 아주 큰 심리적 문제가 있어요. 병이 있으면 치료해야 합니다!”조은혁의 표정은 매우 차가웠고 사방의 공기는 마치 모두 얼어붙은 것 같았다.김석호는 감히 경솔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링거를 놓은 후 약 상자를 들고 빨리 달려나갔다.사람이 다 나가자 조은혁이 박연희를 보았다.그녀는 마음을 돌릴 기색도 없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저항했다.그날 밤, 그녀는 욕실에서 꼬박 두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몸을 여러 번 비비고 빨갛게 문질러서 거의 한 겹의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문질렀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깨끗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리고 조은혁이 만진 적이 있는 그녀도 깨끗하지 않다고 느꼈다.그들은 일주일 동안 대치하며 설을 이렇게 저기압에서 보냈다.김석호가 매일 와서 박연희의 손등에 바늘자국이 나도록 링거를 놨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