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약간 걱정했다. 하지만 유선우가 스위트룸 문을 열고 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은 여기 자."조은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침실은 적어도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고 거리가 있어서 안심했다. 그녀는 자기 짐을 내려놓고 유선우를 따라 메인 침실로 갔다. 유선우는 소파에 기대어 협력 사례를 검토하면서 그녀가 자기 짐을 정리하도록 했다. 실제로 그녀가 왔을 때도 짐을 정리한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옛날 방식으로 셔츠와 바지 등을 하나씩 걸어놓았다. 이런 정리를 할 때 조은서는 이상하게도 손이 매끄러웠다. 마치 수백 번을 반복해 온 것처럼.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유선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가볍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조은서는 머리를 숙이고 계속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선우가 다시 물었다. "당신의 애인이 그리워?" "아니요!" 조은서는 그의 비웃는 말투를 알아차렸고, 눈시울이 살짝 축축해졌지만 울지 않았다. 모두 성인이고, 한 마디로 울 건 너무나도 연약하다. 유선우는 그녀를 강요하지 않고 손을 놓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날 밤, 그들은 스위트룸에서 함께 잠을 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유선우는 계속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했고, 조은서가 잠드는 동안에도 서재의 불이 켜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그녀를 YS그룹의 지사로 데리고 갔다.유선우는 하루 종일 회의를 했다. 회의가 끝난 후 그의 옆에 앉은 조은서는 허리가 아파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유선우를 보니 여전히 멋있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정돈된 머리카락도 변함없이 보였다. 남자와 여자의 체력은 분명하게 구별된다.조은서는 잠시 쉬다가 문서를 조용히 정리하기 시작했고, 유선우는 탁자를 두드렸다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녁에 모임이 있는데 술을 마실 수 있어?"조은서는 술을 마실 수 없었지만, 지금은 유선우의 비서였다. 비서는 술을 막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말했다.
조은서는 바보가 아니다. 그녀는 마치 어항 속의 작은 물고기라도 된 듯 유선우에 의해 무자비하게 조롱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그는 분명히 고의였다.송연아도 그렇고 오늘 밤의 젊은 여자도 그렇다. 유선우는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다.그는 왜 그녀를 괴롭히려고 하는 걸까?조은서는 그에게 그저 게임일 뿐인 걸까?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그러는 걸까?그때, 거울 속에 문득 누군가의 모습이 비쳤다.유선우다.찬란한 크리스탈조명 아래 말쑥하게 서 있는 그의 몸매는 그 어느 곳도 흠잡을 데 하나 없어 보였고 와인 두 병을 마셨지만 조은서를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그윽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깊이를 품고 있었다.방금 룸 안에서의 눈빛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유선우는 룸안의 그 소녀들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으나 매번 조은서를 볼 때마다 그의 눈빛은 매우 열렬하게 타올랐다. 그의 시선은 마치 그녀를 어루만지며 그녀의 몸에 걸쳐진 모든 옷가지를 벗기고 있는 것 같았다.조은서의 몸이 가볍게 흠칫 떨렸다.그녀는 힘없이 천천히 한쪽 벽에 기대어 이 위험한 남자를 올려다보는데... 한순간 그녀는 당장 그를 피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사직서를 내고 다시 일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선우는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끄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만 내려가. 아래에서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셔.”9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 가려고?조은서는 예상 밖의 상황에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굳이 묻지 않고 순순히 검은색 캠핑카에 올라탔다. 그녀는 차에 앉아서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오히려 유선우가 몸을 기울여 버튼을 눌러 뒷좌석과 앞 좌석의 칸막이를 쳐 운전자의 시선을 막았다.조은서는 계속하여 팔짱을 끼고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녀를 뚫어지라 바라보던 유선우는 검지를 넥타이 매듭에 넣어 풀어헤쳤다. “화난 거야? 그 여자 때문에?”조은서가 얼굴 찡그리며 부정했다.“그런 거 아니에요.”그러자 유선우는 피식 가볍게 웃으며 계속
“넌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순결을 지키고 싶어?”조은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남자의 부드러움을 탐했다. 인생의 타락이 이리도 쉬울 줄 몰랐다.조은서는 얼굴을 유선우의 목덜미에 파묻고 나서야 유선우가 열이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이안이를 위해 골수를 이식하며 고질병이 생긴 데다 지난번 비를 맞고 몸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바람에 결국 앓아눕고 만 것이다...유선우는 계속하여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조은서가 의사를 불러 해열 주사를 놓았는데 다행히 새벽에 열이 좀 내려 39도가 채 되지 않았다.조은서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유선우는 잠옷을 입고 넓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그는 샤워하고 싶었지만 조은서가 끝까지 뜯어말리는 바람에 결국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의사 선생님은 분명 열이 내려야 씻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먼저 누우세요. 제가 죽 좀 가져와 먹여드릴게요.”보기 드물게 참으로 다정했다.유선우는 등불 아래에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새까맣고 매끄러운 긴 생머리, 앙증맞은 브이라인 얼굴, 그리고 깐 달걀과도 같이 희고 보들보들한 피부... 요즘은 살이 조금 더 올라 더욱 귀티가 흘러넘쳤다.무심코 유선우는 문득 그들에게는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조은서는 그를 떠난 적이 없다.그리고 기억을 잃은 적도 없다.그녀는 항상 그의 곁에서 잘 지내왔고 유선우는 이번에도 그저 감기에 걸렸을 뿐인데 조은서는 평소처럼 그를 살뜰히 돌보고 있다... 조은서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냉담함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나지막이 알겠다고 중얼거렸다.조은서는 방에 딸린 주방에 가서 유선우를 위해 죽을 끓여 주었는데 유선우가 결국 말을 듣지 않고 일어나서 샤워를 마쳤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깨끗하고 상쾌하게 몸을 씻고 거실 소파에 기대어 그녀의 죽을 기다리고 있었다.죽을 그의 앞에 가져다주
유선우도 조은서의 마음속 고통을 알고 있다.기억을 잃은 여자가 자신의 상사와 부둥켜안고 이런 다정한 일을 하는데...더구나 그녀의 기억 속에 이런 애정 행각은 없었다.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는 심지어 무서워하고 있다.조은서는 흥분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몰라 결국 참다못해 얇은 셔츠 옷감을 사이에 두고 유선우의 어깨에 엎드려 견갑골을 힘껏 물어뜯었다. 유선우는 조금 아팠지만 이 정도 고통은 조은서를 되찾은 것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었다.그는 눈을 내리깔고 품속에 있는 사람을 주시했다.조은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유선우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귓가에 엎드려 부부간의 친밀한 말을 몇 마리 했다.“아직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이 정도로 흥분한 거야?”조은서는 그의 말에 답해줄 힘도 없었다...모든 것이 다시 평온해지고 유선우는 자신의 욕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기대어 조은서가 먹여주는 고기죽을 마셨다. 아무도 지금 이 순간, 모처럼 찾아온 평화로움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유선우는 죽을 먹고 땀을 흘리니 몸이 많이 상쾌해진 듯 했다.너무 흥분한 탓인지 그는 졸릴 새도 없이 곧바로 소파에 기대어 일을 처리했다. 조은서는 그릇을 깨끗이 치우고 오다가 유선우의 손에 붙잡혀 다시 그의 품에 갇히고 말았다.이번 포옹은 아까와는 달랐다.방금은 남자와 여자의 격정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따뜻하기만 했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품에 안겨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상쾌하고 좋은 냄새를 맡으며 조금 멍을 때렸다...그러자 유선우는 그녀의 마음을 다잡고 나지막이 물었다.“무슨 생각해?”“아무것도 아니에요.”조은서가 무심코 답하자 유선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 문서 따위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조은서를 껴안고 평화로운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그동안, 이 순간만을 위해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가....그로부터 그들의 관계는 미묘하게 바뀌었고 조은서는 유선우의 열정을
조은서에게도 어쨌든 여자의 신중함과 자존심이 있기에 그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유선우의 태도에 조은서도 차마 그에게 자신을 차지하라고 애원할 수 없었다...깊은 밤, 그녀는 유선우의 품에 안겨 조용히 그의 심장 박동을 듣고 있었다.“무슨 생각 해?”유선우는 조은서의 몸을 꽉 끌어안았고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밤공기 속에서 은은히 울려 퍼졌다.“오늘 밤 따라 평소와 매우 다르던데.”그러자 조은서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아쉬웠나 봐요. 이 도시가 좋았는데.”“좋으면 다음에 와서 며칠 더 묵으면 되지... 이안이와 이준이를 데리고 같이 오는 건 어때?”조은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목덜미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그녀는 이미 그를 떠나기로 했다.유선우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지만 유선우와 같이 교만한 남자는 굳이 여자 한 명을 되찾기 위해 진을 빼지 않을 것이다.조은서는 그에게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그녀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유선우의 곁에는 송연아가 남아 그를 기쁘게 해줄 것이다.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었다지만 막상 떠나려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조은서는 그날 밤, 뜬눈으로 밤을 꼴딱 새웠고 날이 밝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B시로 돌아온 후, 조은서는 YS 그룹에 가지 않았다.그녀는 사직서 한 통을 본사에 부쳤고 진 비서가 이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한참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조은서가 퇴사했다.진 비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사색에 잠겼다.어떻게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대표님께서는 은서 씨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지?그대로 사직서를 가지고 대표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사무실 안, 유선우는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 보였다. 조은서가 회사에 나오지 않은 것도 모자라 핸드폰까지 또 꺼져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차 키를 가지고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조은서를 찾으러 나서려는데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진 비서가 들
빗물이 조은서의 얼굴에 흩뿌려지고 눈을 적신다.뭐라고...조은서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유선우는 그녀의 차갑게 식어버린 작은 얼굴을 끌어안고 위험하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다그치기라도 하는 듯 언성을 높였다.“아무도! 나 말고는 아무도 없어! 너의 혼인 관계 증명을 봐봐.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니 넌 나와 함께 하며 도덕적 구속을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고 넌 누구도 배신하지 않았어.”조은서는 그 종이를 쥐고 천천히 눈앞으로 가져왔다.잠깐 그녀의 붉은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그녀는 남편이 없다.그녀는 남편이 없어!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녀가 유선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녀를 대하는 유선우의 마음이 과연 진심인 걸까, 아니면 그저 한동안 가지고 놀 심산인 걸까...그러나 이를 물어볼 겨를도 없이 빗속에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는 유선우의 눈빛은 엄함에 가까울 정도로 금욕적인 섹시함을 자아낸다.이윽고 그는 무어라 할 사이도 없이 그녀의 입술에 거칠게 키스했다.유선우는 조은서를 품에 안고 떨리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내려다보며 속삭였다.“정말 나를 안 좋아한다고? 거짓말. 그때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왜 떠나지 않고 내 옆에 있어 줬어? 정말 그 1500만 원 월급 때문에 그랬어? 정말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조은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모두 그 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조은서는 붉은 입술을 가늘게 떨며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한사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유선우는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그녀에게 키스하고 인제 그만 인정하라고 거듭 강요했다. 여자는 몸이 가장 진실하다고, H시에 있을 때 이미 그녀가 그를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고...“대체 왜 저를 괴롭히려는 거예요?”조은서는 넘쳐흐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진 비서의 말대로 그녀에게 있어 이 감정은 달콤함보다 고통이 더 컸다.유선우는 조은서를 꼭 끌어안고 그녀를 위해 폭풍우를 막아주며 그녀의
바깥에서는 비가 끊임없이 질척질척 내린다.좁은 침실 안, 스프링 침대가 끊임없이 삐걱삐걱 흔들리는 소리에 남자의 숨결과 여자의 교태를 더해... 소리만 들어도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린다.사랑이 점점 깊어지자 조은서가 남자의 예쁜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유선우 같은 신분의 남자가 굳이 이따위 짓을 해가며 그녀를 속일 리가 없다. 그러니 그가 보여준 자료는 진짜다... 그녀의 혼인란은 비어 있고 그녀에게는 남편이 없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유선우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조은서는 그의 목을 껴안고 관계를 멈추도록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벼우면서도 어딘가 머뭇거리고 있었다.“제... 제 아랫배에 튼 살이 있어요.”그녀는 마음속으로 줄곧 이를 놓칠 수가 없다.같은 시각, 유선우의 몸은 이미 뜨겁게 달궈진 상태인데 어떻게 인제 와서 멈출 수 있겠는가. 그러나 유선우는 조은서의 기분을 고려하여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어디 보자.”조은서는 간단히 응해주었지만 불빛이 밝게 비추려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전에는 줄곧 불을 켜지 않았다.침실은 어둑어둑하고 음침해서 그런대로 적응되었지만 지금은 불빛이 밝게 방안을 비춰 그녀는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고 가냘프고 하얀 몸을 움츠리고 손으로 여기저기 가렸다.어두운 침대 시트가 그녀의 희고 고운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그 그림은 매우 충격적이다.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하얀 아랫배를 바라보았다.두 아이를 낳았음에도 조은서의 아랫배는 여전히 부드럽고 평평하지만 절대 마르지 않고 살이 말캉하게 조금 붙어 있어 만지기 매우 좋았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튼 살도 뚜렷하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다.유선우는 한참 동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문득,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기 시작하더니 길쭉한 손가락이 조금 전의 것을 대신하여 그녀를 어루만지면서 그녀에게 키스했다. 한껏 달아오른 기분에 그의 목소리는 뜨겁기 그
유선우는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다.“밥은 내가 할게. 그리고... 앞으로 선우 씨라고 불러.”조은서는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유선우가 그녀를 다시 이불 속에 밀어 넣고는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하며 입을 열었다.“한참 동안 고생했는데 밥이 다 되면 내가 부르러 올게.”조은서는 기억을 잃은 이후로 많은 고생을 했었다.그녀는 단 한 번도 언젠가 이런 다정함을 느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유선우와 같은 높은 신분은 가진 남자로부터 얻게 될 줄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조은서는 유선우를 올려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유선우는 마음이 아팠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꺼풀에 가볍게 뽀뽀하고 다 말린 옷을 입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조은서는 그동안 줄곧 직접 요리를 했었는데 냉장고 안 식재료는 뜻밖에도 완비되어 있다.유선우는 소고기 볶음밥 2인분을 만들고 국물을 만들었다.준비를 마치고 침실에 가보니 조은서는 피곤했는지 곤히 잠들어 있어 유선우는 다시 나가서 연고를 하나 사 왔다.오늘 얼마나 격렬하게 했는지는 유선우가 가장 잘 알고 있다....조은서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짙은 어둠이 깔린 뒤였다.밖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유선우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그는 침실 입구에 도착하여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깼어?”조은서는 몸은 산산이 부서지는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여인의 애교 정도는 갖고 있었기에 어눌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더 자고 싶어요.”유선우는 외투를 벗고 침대 옆에 와서 앉더니 뭔가 찾고 있는 듯한 손을 이불 속에 집어넣어... 조은서는 헉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나지막이 신음소리를 내더니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막았다.“선우 씨, 안 돼요.”조은서를 올려다보는 유선우의 눈매는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깊었다.이어 그는 조은서를 이불 속에서 끌어내 자신의 다리에 올려놓은 뒤 검은 머리카락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