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는 별장으로 돌아갔다.심정희와 아이들은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 이안이는 진지하게 등불 밑에 앉아 숙제하고 있었고 이준이는 블록을 쌓으며 놀고 있었고 심정희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현관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유선우가 들어왔다.그는 평소처럼 신발을 먼저 갈아신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와 이준이를 껴안아 주고는 이안이의 곁으로 다가왔다.“누나가 숙제하는 모습 좀 볼까?”그러자 심정희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그럼. 우리 이안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방금 바이올린 연습도 좀 했지.”할머니의 칭찬에 이안이는 눈을 들어 겸연쩍게 웃었다.유선우는 그녀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먼저 밥 먹자. 다 먹고 계속하자.”그들이 말하는 사이에 고용인은 이미 요리를 시작했다.오늘은 조은서의 생일이기에 심정희는 혹여나 유선우가 슬퍼할까 봐 걱정했지만 뜻밖에도 유선우는 기분이 좋은지 가끔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고 아이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오늘따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평소였다면 항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식사만 했을 텐데.심정희는 묻고 싶었지만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입을 꾹 닫았다.영리한 이안이는 곧바로 아빠의 차이를 느끼고 제육볶음을 입에 조금씩 넣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엄마 소식을 들었어요?”“응.”유선우는 짧고 굵게 한 글자로 긍정의 표식을 내비쳤다.이 짧고 간단한 콧소리에 심정희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좋은 날에 울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등을 돌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그러자 유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휴지를 건넸다.심정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선우야, 너무 기쁘다. 정말 너무 기뻐. 그럼 은서는 어디 있는지, 지금은 어떤지 빨리... 은서는 그동안 잘 지냈어?”이안이 역시 유선우를 간절히 바라보았다.이준이도 나이는 어리지만 엄마가 돌아온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유선우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조은서의
유선우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에게는 아버지의 자부심도 있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조은서는 분명 그들의 엄마인데도 그들에게 조은서를 모른 척하라고 가르쳐야 한다.하지만 이안이는 오히려 기뻤다.이안이는 그동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동안 1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그녀는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하여 그날 밤, 이안이는 입꼬리가 잔뜩 올라간 채 잠자리에 들었고 그녀의 꿈도 매우 달콤했다.유선우는 침대 옆에 앉아 아이의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침실로 돌아온 그는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때마침 진 비서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형사가 조은서를 따라다니며 찍은 사진, 그리고 그녀의 목적지까지... 일반 여관이었다.그 사진을 바라보는 유선우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듯한 기분이었다.하룻밤에 만 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 호스텔의 환경이 좋을 리 없다. 그의 은이는 어릴 적부터 응석받이로 자랐기 때문에 이전에는 자전거도 타려고 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이상한 사람들이 가득 섞인 여관이라니.그렇게 한참이 지나 그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깊은 밤에 집을 나섰다.20분 뒤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허름한 골목에 멈춰 섰다.이윽고 유선우가 차 문을 열고 땅에 발을 디뎠다.그는 거무스름한 벽 쪽에 기대어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의 검은 옷 점점 어두운 밤 속으로 녹아들었고 약간 희고 훤칠한 손가락에는 담배를 끼고 가슴에 점차 기복을 일으키며 담배 연기를 토해냈다...매우 귀중한 그의 옷차림은 전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그는 주위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보고도 못 본 체하며 그저 그 “청년 호스텔”이라는 여관을 주시하고 있었다.여관의 외관은 보기에 정말 낡았다.그윽한 눈빛으로 담배를 힘껏 피운 유선우의 야윈 볼은 이 동작으로 인해 안쪽으로 푹 빠져들며 유난히 남자다웠다....조은서는 3평도 채 되지 않는 방에 서서 지갑을 보며 멍을 때렸다.그녀의 지갑에는
하지만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볼일이 있기에 결국 용기를 내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남자 앞에 서서야 조은서는 그의 키가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은서는 겨우 그의 어깨에 닿는 수준이었고 그와 얘기를 나누려면 심지어 작은 얼굴을 치켜들어야 했다. 이윽고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제 지갑에 있는 돈, 혹시 그쪽이 넣은 거예요?”“맞아요. 빚진 걸 조금 갚는 셈이죠.”“하지만 당신은 저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전 그 돈을 받을 수 없어요. 지금 바로 돌아가서 가져다줄게요.”유선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기억을 잃었지만 조은서의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의 덕을 보기 싫어하고 남에게 빚지기 싫어했다... 그녀는 자세하게 계산하고 따지는 것을 좋아한다.그는 그 돈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위축된 모습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프런트 데스크에서는 조은서가 금빛이 번쩍번쩍 눈부시게 빛나는 남자를 데리고 오자 깜짝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하얗고 말쑥한 여자아이가 이런 장사를 하는 줄 몰랐네. 게다가 능력도 대단해. 누가 봐도 엄청난 부자인듯한데.’‘입구에 세워진 차도 남자의 것이겠지. 몇십억은 훌쩍 넘겠는걸.’조은서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정말 너무 노골적이다.곧바로 그녀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조은서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고 그저 유선우에게 복도에서 기다리라고만 말했다.“저 혼자 살고 있는 곳이니 그쪽을 데리고 들어가기에는 불편해서요.”유선우는 알겠다는 듯 그녀에게 손짓을 해 보였고 그 모습마저도 자세가 늠름했다.조은서의 뾰족한 귀가 조금 붉어졌다. 그녀는 줄곧 눈앞에 있는 남자는 호의를 품고 있지 않다고 여겨 다소 경계심을 가지고 그를 대했다...여관은 오랫동안 수리를 하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갑자기 조명이 고장 나며 불이 꺼져버렸다.순식간에 복도 전체가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조은서는 어둠을 무서워한다.숨길
“그럼 얼마나 드릴까요? 400만 원? 아니면 4000만 원?”조은서는 너무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남자의 뺨을 한 대 때렸다.그러나 때리자마자 후회되었다. 이런 남자는 조은서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다. 만약 남자가 보복이라도 하면 어떡하지?사실 심하게 때린 것도 아니었고 유선우는 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반문했다.“그럼 40만 원으로 키스하게 해줘요. 어때요?”그게 무슨...조은서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유선우는 뒤로 물러서며 벽에 기대어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여 천천히 두 모금 피운 후, 눈을 들어 그녀를 다시 바라보며 가볍게 피식 웃었다.“안 들어가요? 아니면 내가 계속하기를 바라요?”조은서는 속으로 그를 극도로 미워했다.그녀는 더 이상 그를 건드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문짝에 등을 바짝 기대었다.아직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남자가 그녀에게 키스하던 그 장면이 여전히 뇌리에서 아른거렸다. 그는 그녀의 몸을 꽉 껴안았고 남자의 몸에서는 은은한 면도 물 냄새가 났던 것 같았다... 그녀의 몸을 만질 때 남자는 손끝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을 좋아한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은서가 문득 얼굴을 가렸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방금은 분명히 남자가 그녀에게 강요한 것인데 어떻게 그에게 현혹될 수 있단 말인가? 아마 예전부터 이런 방법으로 수많은 여자를 꼬셨을 것이다.결국, 조은서는 내일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다.그녀는 빵을 사러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혹여나 남자가 아직 떠나지 않았을까 봐 좁은 침대 옆에 앉아서 말없이 굶주린 배를 부여잡았다...약 30분 후 프런트 데스크에서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조은서가 문을 열자 그녀를 바라보는 프런트 데스크의 표정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그녀는 손에 쥐어진 잘 포장된 도시락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방금 그 부자가 준거예요. 괜히 심부름시킨 것도 아
문이 열리고 인사 주임이 안으로 들어왔다.40대 정도 되는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조은서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이력서를 펼쳐 보더니 고개를 들고 물었다."외국어 할 줄 아세요?"조은서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조금 할 줄 압니다."그러자 주임이 서류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며 덤덤하게 말했다."여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3가지 언어로 된 자료인데, 한 번 읽어 보세요."조은서는 한 번 쓱 훑어보더니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며 줄줄 읽어 내렸다.주임이 그런 그녀를 깜짝 놀라서 쳐다보다가 제자리에서 일어서며 조은서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5분 정도 지난 뒤 다시 방으로 들어온 그녀가 아까보다 좀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따라오세요."조은서가 약간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자 주임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대표님한테 지금 비서 한명이 필요하셔서 진 비서님한테 당신을 소개해줬어요. 지금 면접 보러 가는 중이고요. 대표님은 순종적인 부하직원을 선호하니까 알아 두세요."조은서가 말했다."저는 그저 일반 직원 면접 보러 온 건데요."그러자 주임이 그녀를 답답한 듯 한번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대표실에서 일하면 받는 월급이 여기보다 훨씬 많아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시려고요?"조은서는 지금 당장 일자리가 필요했기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두 사람이 대표실 문 앞에 도착하자 주임이 노크를 했고,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주임이 문을 열면서 조은서에게 들어가라고 눈짓했다."대표님은 다른 사람이 방해하는 걸 싫어하세요."조은서가 혼자 대표실 안으로 들어와서 문 앞에 섰다.깔끔하게 장식된 사무실은 곳곳에서 사치스러운 느낌이 풍겼는데 원목 책상 앞에 앉아 있는 YS 그룹의 대표는 젊고 잘 생겼고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그래 바로 저 사람이었다. 그때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던 그 남자.그 남자가 YS그룹에 대표였다니. 조은서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면서
그러자 조은서는 방금 자신이 유선우를 오해했다고 생각하며 다급하게 말했다."대표님, 방금..."그러나 유선우가 소파에 기대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설명 할 필요 없어요. 일하기 싫으면 그냥 나가세요. 저는 이만 휴식 해야 되니까."그가 엄격한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리자 조은서는 그제야 자신이 지금 발 딛고 있는 곳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회사이고 이 남자는 수만 명을 이끄는 YS 그룹의 대표라는 걸 깨달았다.그는 더 이상 그때 호텔에서 그녀에게 키스하고 스킨십 하려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유선우에게서 멀어지자 압박감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했다.같은 시각, 유선우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눈가가 촉촉해졌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임이 조은서에게 다가오더니 질책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그렇게 날려요. 지금 일 찾기가 얼마나 바쁜지 알아요? 얼마나 많은 아가씨들이 대표님 곁에서 일하고 싶어서 안달 났는지 모르세요?"그러자 조은서가 말했다."저는 아가씨 아니에요."그녀는 자신의 과거도 잊고 자기가 누구였는지도 잊었지만 배에 있는 옅은 자국을 보고 자신에게 남편이 있었고 그리고 아이도 낳은 적이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주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은서를 엘리베이터에 데려다 주었고, 그녀가 내려가는 걸 확인한 후 대표실로 돌아가 지시를 기다렸다.유선우가 창문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입을 열었다."헤드헌터 쪽에는 다 연락해 놨겠죠?"그러자 주님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반 달 동안 사모... 아니, 조은서 씨는 꼭 다시 돌아올 겁니다. 그때면 대표님 곁에 자의적으로 머무르려고 할 거예요."유선우가 유리창에 손을 가져다 댔다.딱 떨어지는 흰 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벨트까지 맨 채 꼿꼿하게 서 있는 그는 금욕적이고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뒷모습,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었다.유선우가 웃으며 말했다."꽤나 진지하시네요. 알겠으니까 이만 나
다음 날 조은서가 YS 그룹에 도착하자 진유라가 그녀를 데리러 나왔다.조은서는 오고 가는 사람들마다 진유라에게 인사하는 걸 보고는 진유라 라는 사람이 회사에서 입지가 꽤 높다는 걸 눈치챘다.진유라가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면서 조은서에게 친절하게 말했다."대표님은 제 선배님이세요. 제가 대표님 곁에서 일 한지도 십 년이 넘었네요."조은서가 고개를 끄덕였고 진유라가 그녀를 데리고 한 곳으로 가더니 유니폼을 주었다.대표 비서실에서는 모두 유니폼을 입어야 했는데 깔끔한 셔츠와 무릎까지 오는 치마가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조은서가 유니폼으로 갈아입자 진유라가 감탄했다."너무 잘 어울리네요."그러고는 시간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조금 있다가 회의하러 가야 되니까 대표님한테 가서 인사드리세요. 그러면 대표님께서 해야 할 일을 알려 주실 거예요. 오늘부터 바로 일하는 겁니다."조은서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YS 그룹 같은 큰 회사에서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유라가 그 마음을 눈치채고는 담백하게 웃으며 설명해 줬다."대표님께서 직접 면접 보셨기 때문에 오늘부터 바로 일하셔도 됩니다."조은서가 약간 의문을 품었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진유라가 조은서를 대표 사무실에 데려다주고는 그녀에게 격려의 말을 남기고 떠났다."그럼 잘 부탁합니다. 잘 해내실 거라고 믿어요."조은서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1번 둘러 보았다.그러다가 휴식실 쪽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가 그 자리에 굳고 말았다.휴식실에는 방금 낮잠에서 깨어난 듯한 유선우가 침대 옆에 옷을 입고 있었다.그는 검은색 속옷 한 장만 입고 있었다.잠깐 본 것 만으로도 길고 늘씬한 몸매와 탄탄한 복근, 그리고 얇은 면에 싸인 물건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자리에 굳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대기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 봤어?"조은서가 다급하게 뒷걸음질 쳤고 잠시 후
운전하는 건 기사가 해야 될 일 아닌가? 하지만 조은서가 입을 열기 전에 유선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기 싫으면..."그러자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조은서가 차키를 받았다.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으로 내려와서 나란히 걷고 있자 그 모습을 본 다른 직원들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조은서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고는 유선우의 뒤로 가서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걸었다.유선우도 별말 하지 않았다.차에 올라탄 유선우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의 옆모습이 어두운 불빛에 비쳐 근사한 느낌을 자아냈다. 조은서가 말했다."대표님, 뒤에 앉으시지 않으세요?"그가 길쭉한 눈을 천천히 뜨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냥 여기 앉으면 돼. 그리고 앞으로는 유선우 씨 라고 불러."조은서가 속으로 참 요구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유선우가 자신의 핸드폰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목적지는 여기야. 가서 내 가족들도 1번 만나 봐야지. 앞으로 일하면서 자주 보게 될 테니까. 조은서가 별말 없이 엑셀을 밟았다."잠시 후 그녀는 자신이 이런 비싼 차를 운전하는데도 꽤 능숙하게 운전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러나 너무 긴장을 풀어서인지 운전하던 도중 앞에 있던 차를 약간 스칠 뻔했는데 바로 그때유선우가 그녀의 손을 덮으며 핸들을 약간 돌렸고, 덕분에 두 사람은 안전하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검은색이 롤스로이스가 길가에 멈췄고 두 사람은 가쁜 호흡을 내뱉었다.조은서가 자신이 이제 곧 해고될 줄 알고 긴장해 있을 때 유선우가 몸을 돌려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내가 몰 게.""유선우 씨 죄송합니다. 아까는..."조은서가 다급하게 말했지만 유선우는 대꾸하지 않고 차에서 내리더니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조은서가 뒷좌석에 타려고 하자 그가 약간 기분이 상한 듯 말했다."조 비서, 난 당신 기사가 아니야."유선우가 그렇게 말하자 조은서는 할 수 없이 조수석에 앉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