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의 나른한 몸은 침대에 깊이 파묻혔다. 그녀는 불안감을 느꼈지만, 유선우는 그녀를 부드럽게 누르며 다가왔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젖은 눈에 입맞춤하며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일들을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해. 유 사모님, 나는 당신을 기쁘게 하고 싶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줄 수 있어? 지금 당신은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말하며 그는 조은서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잘생긴 데다가 유혹까지 잘하는 사람이었으니 어떤 여자가 그런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까, 게다가 조은서는 그를 6년 동안 사랑했었다. 조은서는 그의 몸 아래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유선우가 그녀에게 키스할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들어 그의 키스에 떨리는 몸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그는 작게 웃으며 그녀를 피했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원했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며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에게 다가갔는데 유선우는 이런 모습을 보고 기쁜 웃음을 작게 짓고는 그녀와 열정적이고 미친 듯한 키스를 나누며 그녀를 만족시켰다. 벽에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야릇하게 겹쳐져 있었고 그들은 그렇게 밤새도록 타올랐다. ... 서로 눈이 맞아서 하는 정사는 아무래도 다르다. 하룻밤 동안 유선우는 여러 번 즐겼다. 이른 아침, 조은서는 따뜻하게 옷을 입고 설리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유선우는 편안한 잠옷을 입고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어 있었다. 그는 바닥까지 내려오는 유리창을 통해 밖에서 뛰놀고 있는 아내와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은서는 설리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작은 강아지가 눈 속에 빠질 때마다, 조은서는 설리를 들어 올려주고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녀가 만든 작은 눈사람도 설리 모습이었다. 설리는 아마도 그것을 알아차린 듯 유독 기분이 좋아 멍멍 짖으며 눈 위에서 뛰어다니면서 작은 발자국을 남겼다. 그 모습은 보기에 꽤 귀여웠다. 유선우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함은숙한테서
임지혜가 퇴원하는 날이라 조은서는 병원에 그녀를 데리러 갔다.기사가 차를 금방 세웠는데 누군가 차 문을 열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차준호가 하얀 눈을 맞으며 서 있었는데 그 느낌이 매우 쓸쓸했다.조은서는 그가 나타난 데 대해 좀 의외이기도 했고 또 그를 다시 보게 된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그녀는 말하지 않고 가만히 차에 앉아있었는데, 한참의 침묵 끝에 차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서 씨, 우리 얘기 좀 해요.”......길가 커피숍.통창을 사이에 두고 조은서는 조용히 바깥 눈 내리는 광경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스틱으로 커피잔에 든 커피만 기계적으로 휘젓고 있었다.그러다 귓가에 차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걔는 잘 지내요?”흐릿했던 의식을 다시 가다듬으며 시선을 차준호한테 돌렸다.그는 여전히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옷차림과 외모였지만, 손에는 장소 때문에 피지도 못하는 애꿎은 담뱃갑을 꼭 쥐고 있는 것이 왠지 약간 초조해 보였다.조은서는 스틱을 꺼내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눈을 들지 않고 커피만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매번 지혜랑 커피를 마시면 걔는 항상 커피가 쓰다고 투덜댔어요. 그러면서 또 남기지 않고 다 마셨죠. 맛있어서 마신 게 아니라, 단지 돈이 아까워서...”“예전에 준호 씨랑 같이 있으면서 보기에는 흥청망청 씀씀이가 헤픈 된장녀 같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많은 돈을 보육원에 기부했어요.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걔가 원래 그렇게 갈 곳이 없었거든요. 자신의 처지가 우산이 남한테 찢겨 비를 폭삭 맞은 사람 같다고 했어요. 자기는 남들한테 그런 우산이 되고 싶어 했고요.”......조은서의 두 눈은 약간 촉촉해졌고, 목소리는 더욱 울먹이기 시작했다.“준호 씨가 준 100억은 걔가 기부 안 하겠대요! 앞으로 돈을 벌 수도 없을 것 같아서요. 늙어 죽을 때까지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그녀는 그제야 눈을 들어 차준호를 보며 거의 울부짖다시피 말했다.“이제 당신이
임도영은 웃으며 말했다.“시장 반응이 너무 좋아. 어젯밤에 H시에서 판매한 첫 공연 티켓이 전부 매진됐어.”조은서는 그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이내 고민 좀 하더니 물었다.“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건 어때요?”그녀의 반응에 임도영은 저도 모르게 우스갯소리를 몇 마디 건넸다.전화를 끊으니 임지혜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난 이제 괜찮아! 은서야, 가서 네 할 일을 해, 그리고 나 대신 유선우 씨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임지혜는 조은서를 살갑게 껴안고 중얼거렸다.“그 사람이 너한테 잘해주면 옛날 일은 그냥 잊고 잘 살아.”“알아... “조은서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껴안고 있던 둘은 떨어져서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웃는 눈에는 이슬을 머금었다.그들은 마치 옛날 둘이 함께 있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조은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그녀의 기분이 꽤 좋아 보여 운전기사는 그녀에게 몸을 돌리며 물었다.“사모님, 우리 이제 별장으로 돌아가는 겁니까?”뒷좌석 등받이에 기대어 그녀는 휴대전화로 내일 아침 H시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유선우에게 톡을 보냈다.‘저녁에 일찍 돌아와요. 얘기할 게 있어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낸 후 옅은 미소를 지었다.모처럼 달콤한 기분이 든 것이다.기사는 다시 한번 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조은서는 나지막이 말했다.“우진 백화점으로 가주세요. 뭘 좀 살 게 있어요.”모레는 유선우의 생일이다.내일 아침에 그녀는 H시로 가야 하므로 그 사람의 생일을 챙길 수 없어 선물이라도 사줄 생각이었다. 그걸로도 그나마 좀 기뻐하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그녀는 30분을 들여 유선우한테 선물 할 정교한 커프스 한 쌍을 골랐다.가격은 3천2백만, 조금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그리고 별장에 돌아오니 때는 이미 저녁 7시였다.유선우는 돌아오지 않았고, 톡으로 답장이 왔는데, 좀 늦으니 그녀한테 먼저 식사하라는 내용이었다.조은서는 별로 배고픈 감이 없어, 목욕을 한 후 설리
조은서는 눈을 천천히 들어 유선우를 깊숙이 들여다봤다.그의 눈빛은 칠흑 같은 밤보다 더 어두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한참 후,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걸 다 봤어?”조은서는 땅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주체할 수 없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날 정신과 의사한테 의뢰해 연구하고 분석했어요? 선우 씨, 당신은 대체 날 뭐로 본 거예요? 당신한테 난 대체 뭐냐고요. 아내? 아니면 당신의 노리개쯤 되나? 날 좋아한다면서, 그게 결국 날 정신과 의사 10명한테 벗겨놓고 까발려서 연구분석 상대로 만들어놓는 거였어요?”“강아지 한 마리 데려와서 내 기분을 맞춰보려 한 거... 난 그걸로 당신이 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건 다 나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 비롯된 거였네요? 그 강아지도, 그냥 당신의 도구였죠?”“당신이 나한테 했던 모든 것이 사실은 다 당신의 치밀한 계획이었어요. 나랑 언제 자는 것까지 다 정확하게 계산했으니까!”“선우 씨, 난 나의 프라이버시, 나의 존엄까지 다 잃었어요, 당신 때문에! 당신은 날 사랑한 게 아니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날 소유하려는 변태적인 욕망뿐이었잖아요. 유선우 당신은 사람을 사랑할 줄 전혀 몰라!”......말을 마친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너무 역겹고 분노가 차올랐다.매번 겨우 그를 떠나려고 마음먹었을 때마다 그는 항상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또 어쩔 수 없이 한차례 한차례 그의 진정성을 믿게 되고, 사실은 그도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믿어보려 했다. 심지어 이젠 그의 아이까지 낳는 기대를 하였는데...진실의 본모습은 원래 이렇게 추악하고 잔인한 거였다.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아내가 아니라, 그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여자에 불과했다. 그녀가 그걸 매번 사랑이라 믿고 빠져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걸 그는 그저 냉담하게 지켜만 보았을 뿐이다....서재 안은 무서울 만큼 조용했다.유리창에는
가운이 활짝 열려 젖히고, 그녀의 순백의 몸이 불빛 아래 은은한 빛을 발산했다.유선우는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단단히 부여잡고, 수치스럽게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치기까지 하며 차갑게 웃었다.“내가 이제 보여줄게, 여자를 갖고 노는 게 대체 어떤 건지.”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진 조은서는 도망가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밝은 조명 아래에서 그녀는 그한테 맘대로 휘둘리고, 거칠게 다루어졌다. 헐값에 사 온 여자만도 못했다.눈앞의 불빛은 흔들거리며 눈이 부셨다.몸에서 오는 아픔보다 마음이 더 쓰라렸다. 그녀는 책상 가장자리를 꽉 붙들어 잡았고, 전신의 힘으로 그의 분노를 견뎌냈다.손에 꼭 쥔 딱딱하고도 작은 물건이 그녀의 손바닥을 뚫고 나갈세라 아프게 했다.견딜 수 없어지자 그녀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손을 폈고, 땀으로 흠뻑 젖은 손에는 정교한 커프스 한 쌍이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는 눈부신 다이아몬드 빛을 발해야 할 그것들이 지금은 약간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건 그녀 손끝도 마찬가지였다.......바깥의 눈가루는 점점 흩날리기를 멈추었고, 그렇게 새벽 2시 반이 돼서야 유선우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을 서늘하게 쳐다보며 셔츠를 정리해 바지 속에 밀어 넣었다.휴대전화가 울렸고, 그것은 진 비서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유선우는 전화를 받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저편에 대고 말했다.“지금 바로 갈게. 3시 반에 회의 소집해.”그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도 조은서는 책상 위에 누운 채 일어나지 않았다.하얀 살갗에서 연한 핑크빛이 돌고 있었고, 긴 머리는 유선우가 늘 쓰는 문진 위에 여기저기 늘어뜨려져 있었는데, 그대로 누워있는 자태는 매우 관능적이었다.몸에 달은 불을 어느 정도 끈 탓인지, 유선우도 좀 누그러진 표정이었다.그는 옆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고는 그런대로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옷 입고 방에 돌아가서 자!”조은서는 그저 조용히 누워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녀를 흘깃 곁눈질하더니 그는
정오에 가까워졌을 때가 돼서야 조은서는 집안 고용인한테 발견되었다.대낮인데도 서재의 등불은 그대로 켜져 있었고, 조은서는 짙은 색 원목 책상 위에 가로로 누워있었다. 몸 위에는 검은색 가운이 대충 걸쳐진 채, 밤에 있었던 일로 생긴 여러 가지 자국들이 말라붙어있었다.그녀는 눈을 꾹 감고 있고 눈 주변에는 마른 눈물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그렇게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고, 얼굴에는 이상하게 발그스레 달아올라 있었는데, 만져보니 몸은 완전 불덩이 같았다.고용인은 흠칫 놀라며 소리 질렀다.“사모님이 열이 나고 있어요!”나이가 지긋한 데다 보고들은 경험이 많은 고용인은 금세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파악하고 다급하게 유선우의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에서는 아무 감정 없는 연결음 소리만 계속 들려오고 받는 사람이 없었다.그 시각에 유선우는 그룹 내 임원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매우 큰 프로젝트가 걸린 사안인데, 유선우는 개발하기로 결정했지만 임원진과 주주들이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이라, 너무 저돌적으로 덤비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반수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이 문제로 10시간이 넘도록 회의하고 있었던 것이다.고용인은 연결이 안 되자 어쩔 수 없이 기사를 불렀다.사모님의 볼품없는 상황을 고려해서 고용인 둘은 조심스럽게 그녀한테 옷을 입히고 큼직한 외투로 몸을 감싸주었다. 그러는 과정에 그녀들은 사모님의 몸을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너무나 섬뜩하여. 대표님이 너무 했다고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말이다.그녀들한테 부축되며 일어나는 순간, 조은서의 손에서는 어떤 물건이 흘러내렸다.두 개의 커프스가 어두운 카펫에 툭 떨어진 채 눈부시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연인의 눈물처럼 슬픈 빛을 내며.......차에 오른 조은서는 의식이 불분명했다.고용인이 체온을 재어보니 40.2도였다. 그 숫자에 화들짝 놀란 고용인은 연거푸 유선우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연세가 든 고용인은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대표님 부부가
조은서, 네 꼴이 정말 우습구나!......YS그룹 대회의실 내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저조했다.진 비서가 갑자기 문을 열고 다급하게 걸어와 유선우의 귀에 대고 낮게 몇 마디 전했다.유선우는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진 비서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열이 몹시 심하다고 합니다. 몸에 상처도 있고요. 그리고... 입원할 때 약간 시끄러운 일이 있었는데, 아마 백아현 씨가 VVIP 병실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습니다.”유선우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를 이만 마친다고 알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진 비서가 그의 뒤에 종종걸음으로 바짝 붙어 따라가며 물었다.“차량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가시는 거예요, 대표님?”유선우는 답이 없었다.차에 올라타서 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눈을 지그시 감았다.머릿속에는 책상 위에 누워있던 조은서의 모습만 떠올랐다. 그녀가 말한 말도 귓전에서 생생하게 맴돌고 있었다.‘유선우, 당신은 사람을 사랑할 줄 전혀 몰라!’그 말은 그에게 역린과 같은 것이었다. 무참하게 굴었던 것도 그 이유에서 그랬고.조은서한테 그는 정곡을 찔린 것이다.서둘러 병원에 달려갔지만, 임도영이 그녀를 못 보게 병실 앞을 가로막았다.임도영은 시뻘건 눈으로 쏘아보며 복도에서 낮게 울부짖었다.“왜요, 이제야 당신 와이프가 생각났어요? 유선우 씨, 씨발 마음에 없으면 그냥 떠나보내요! 이 떡 저 떡 주무르지 말고!”아무리 안타까워도 임도영이 제삼자의 신분으로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 날 대로 난 그는 서류와 수표를 손에 꺼내 들고 유선우한테 거칠게 내밀었다.“이건 당신과 체결했던 계약서랑 투자받은 400억짜리 수표예요. 다 돌려드릴게요! 내가 여기서 감히 한마디 하는데, 나 임도영이 집이고 뭐고 싹 다 팔아서라도, 재원 선생님한테 있는 돈 싹 다 끌어모아서 길거리에 나 앉는다 해도, 우린 당신한테서 인제 땡전 한푼 안 받을 겁니다! .
조은서는 아직도 고열이 나고 있었다.걸친 옷으로 숨겨지지 않는 군데군데 남아있는 퍼런 멍 자국들은 그녀의 하얀 살결 위에서 더 뚜렷이 보였다.그녀는 그런 몸을 겨우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 약지에 낀 반지와 귀에 걸린 다이아몬드 귀걸이, 그녀가 평소 자주 하고 다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하나하나 빼서 전부 침대 협탁 위에 놓아두었다.그리고 단단한 눈빛으로 유선우를 쳐다보았다.“내가 입고 있는 속옷, 팬티도 다 명품이에요. 당신 돈으로 산 거죠. 그건 내가 당신 집안 문턱을 나설 때 벗어서 돌려드릴게요.”이 말을 듣는 유선우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그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녀와 둘이 한창 사이가 좋았을 때 그녀가 그의 귓전에 대고 속닥였던 그 말.‘선우 씨, 나 좀 야한 란제리 슬립이랑 속옷 여러 벌 샀는데, 나중에 한 벌씩 입어 보여줄까요?’당시 그는 주체하지 못하고 차 안에서 그녀와 키스를 나눴었더랬다.이제 와서 그녀는 그걸 모두 벗어 돌려주겠다고 한다. 그것들이 필요 없다고.무슨 심정인지 자신도 가늠이 안 되는 그가 병상에 있는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두터운 울 카펫 위에서 걸어오는 그의 발걸음은 고요했다.눈에 그녀의 얼굴만 오롯이 들어오는 거리쯤에 서서, 손을 뻗어 그녀의 매끄러운 얼굴을 가볍게 감싸쥐었다.“유 사모님, 그런 얘기 말고, 제일 중요한 걸 얘기해야지.”그의 손길이 다가오자 조은서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피하려 했다.그녀의 목소리는 가냘팠지만 비장했다.“난 이제 더는 유 사모님이 아니에요. 선우 씨, 똑바로 들어요, 난 당신과 이혼할 거예요. 어르고 달래든, 협박하든, 내 생각은 변함없어요. 당신 물건들은 필요 없고, 그저 오빠 소송 관련한 박 변호사 대리 지정 위임서랑 YS그룹의 2퍼센트 지분만 가지고 나갈 거예요.”유선우는 그녀의 갸름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그게 제일 값나가는 건데?!”조은서가 개의치 않는 듯 웃었다.“주기 싫으면 우리 시간 갖고 질질 끌어봐요, 어디.”유선우는 뭐라 말하려고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