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이 느끼기에 오늘따라 유이준은 과묵했고 평소보다 더욱 흥분해 있었다. 한 차례 치러진 “전쟁”에서 유이준은 진은영에게 자신을 “여보”라는 호칭으로 부르라고 강박했다. 유이준은 원하는 것을 꼭 이뤄내고야 마는 고집 있는 남자였기에 진은영같이 자존심이 센 여자도 손쉽게 다뤘다. 관계를 끝낸 진은영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유이준의 체온을 느꼈다.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욕망을 꾹 참은 유이준이 오늘 날을 잡았으니 적어도 몇 번은 연속해서 할 줄 알았지만 딱 한 번의 관계를 끝으로 다른 요구는 하지 않았다. 진은영은 당연하게도 한 번의 관계로도 이미 기진맥진해졌고 샤워를 마친 유이준은 테라스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는 진은영에게 옷을 입혀주려고 했다. “저 혼자 입을 수 있어요.” 진은영은 빨개진 얼굴로 유이준에게 말했다. 오늘따라 평소답지 않은 유이준을 본 진은영은 만약 남자로 생리를 한다면 유이준는 요즘이 생리 기간이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말이에요. 남자도 가끔 여자처럼 생리를 하나요?” 진은영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유이준을 놀리자 그가 대답했다. “그럼 방금 전 그 행위들은 뭡니까? 부상 투혼? 아니면 피 터지는 전쟁?” 유이준의 대답에 진은영은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지금 속으로 만약 자기가 이렇게 바쁘지 않았다면 꼭 시간을 비워 유이준의 옆에 있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속상해 보이는 유이준이 너무 안쓰러웠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두 번 이나 T시에 다녀왔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오늘 그쪽에서 담당자가 B시에 찾아오기로 약속한 상황이라 진은영은 기필코 끝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지금 진은영은 유이준에 대한 사랑을 잠시 뒤로 미뤄야만 했다. 그렇지만 유이준이 이미 그런 진은영의 속내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그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 늦은 밤, B시에 있는 제일 호화로운 비즈니스 클럽. 입구에는 고급 진 차 한 대가 멈춰 섰고 진은영이 천천히 내렸다. 불안한 마음에 그녀의 뒤를 따라오던 비서가
진은영은 유이준의 말에 더 멍해졌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진은영과는 달리 차 선생은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며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진별이가 아빠를 조금 더 많이 닮은 모양입니다.” 차 선생의 조수가 다가와 아주 공손하게 자리에 앉으라고 안내해 줬지만 진은영과 함께 온 비서에게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를 풍겼다. 진은영의 비서는 티 내지 않고 속으로 계속 감탄을 했고 기뻐했다. 오랜 시간 동안 차 선생이라는 분을 만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그녀이기에 꼭 잘 보여야만 했다. 상대는 좋은 “패”를 많이 소유하고 있었지만 유씨와 조씨 가문 같은 큰 부자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차 선생의 태도는 평소보다 더 공손하고 정중했다. 비록 유이준은 차 선생보다 훨씬 더 어리지만 늙은 여우와도 같은 그를 노련하게 대해 아무런 거리감과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고작 몇 마디만으로 유이준은 진은영이 해결해야 했던 문제를 다 처리했고 기뻐하는 진은영의 비서와는 달리 진은영은 조금 우울해 보였다. 진은영은 유이준과의 사이가 또 예전처럼 변해 서로 도와주고 이익을 챙기다 전과 같은 불공평한 관계로 변할까 봐 두려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은영은 이미 유이준이라는 사람을 잃기가 싫었고 그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진은영은 누구보다 더 자신의 감정을 확신했고 이미 유이준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안해했다. 그녀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유이준은 아무도 몰래 상 밑으로 손을 뻗어 진은영의 손을 꼭 잡아줬다. 진은영은 자기 손을 살포시 잡은 유이준의 행동에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유이준에게 모든 일을 넘겼고 그는 진은영의 기대에 맞물리게 차 선생과의 대화에서 완벽하게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진짜 잘하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밤 10시가 되자 차 선생은 정중하게 유이준에게 말했다. “정말 우연인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유이준은 진은영의 귓가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붙이며 애교를 부렸다. 진은영은 순간적으로 자기를 안고 있는 유이준을 진별이처럼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그가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였다. “은영 씨.” 유이준은 목소리가 심하게 잠긴 채로 입을 열었고 진은영에게 살짝 뽀뽀했지만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 머리가 어지러워 힘들었다. 처음으로 진은영의 이름을 이렇게 불러본 유이준이지만 이상하게도 원래 불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만나야 했던 두 사람이자 유이준은 진즉에 진은영의 남편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가야 했다. 유이준은 진은영을 홀로 남겨두어 스스로 곤란을 마주하게 해서는 안 됐고 행여나 감정이 변할까 봐 두려워하는 그녀를 무시한 채 아무런 도움도 안 주면 안 됐었다. 사업에 관한 일들에 대해 유이준은 지난 것은 지나간 대로 놔두는 스타일이었다. 오늘 밤 만약 진은영 혼자서 차 선생을 만났다면 술을 거하게 마셔야 했을 테고 그러다 보면 병원 신세를 피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유이준은 그 자리에서 진은영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게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유이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진은영에게 더 좋은 미래를 선사해 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혹시나 싫어하고 거부할까 두려웠다. 그는 진은영을 꼭 끌어안고는 입으로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팔다리가 다 저리기 시작해서야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진은영 씨, 저랑 결혼합시다. 저는 당신의 합법적인 보호자이자 남편, 그리고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위험이 들이닥치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당당하게 나서서 도와주고 싶고 늘 옆에 있어 주고 싶습니다. 남편이라는 신분과 명분을 이용해 은영 씨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호되게 혼낼 자신도 있고요.” “진은영 씨, 이제부터는 제가 책임지고 챙겨드리겠습니다!” ... 유이준이 진은영에게 청혼을 하는 이유는 진별이나 고작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진
유이준은 반지가 끼워지는 순간부터 숨조차 편히 쉬지 못했고 진은영과 반지를 번갈아 보며 멍해 있었다. 차 안의 어두운 조명에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백금 반지를 보며 두 사람은 속으로 서로에 대한 약속을 했다. 유이준은 한참 동안 움직임을 보이지 않더니 자신의 무명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가만히 쳐다보다 천천히 불안하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는 지금 진은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이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 기뻤고 자신의 위치가 조진범이나 박준식보다 높아졌음에 만족했다. 하늘이 아무리 높고 땅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진은영의 애인은 오직 자신뿐이자 다른 사람은 대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순식간에 피가 끓어오른 유이준은 진은영의 손을 꼭 잡고는 어서 빨리 애정 표현을 많이 해달라고 재촉했고 사랑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했다. 진은영은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 덩치 큰 성인 남성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 떼를 쓰는 모습을 보니 내심 흐뭇하고 이 상황이 웃겼다. 그녀는 자리에 똑바로 앉더니 목걸이로 만들어 끼고 다니던 반지를 빼며 유이준에게 말했다. “아직 저한테 안 끼워주셨어요. 그럼 이 프러포즈는 절반만 하고 끝인 건가?” 유이준은 진은영의 말에 당황하더니 떼를 쓰던 것을 뚝 멈췄다. 그리고는 반지를 손에 들고 아주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진은영의 손에 끼워주며 뽀뽀했고 천천히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진은영 씨, 제가 많이 사랑했고 사랑하는 거 아시죠?” 유이준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은영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늘 고백하지 못했었다. 그의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진은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고 있어요. 이준 씨.” 유이준은 조용히 진은영을 바라보며 무언의 재촉을 했고 그녀는 유이준의 볼에 뽀뽀를 하고는 함께 밤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진은영의 말에 유이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바로 유이준의 입술에 키스했고 평소 그가 하던 대로 열심히 따라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저번에 갔던
유이준과 진은영의 결혼식은 낙엽마저 무르익는 낭만적인 계절, 10월의 가을로 정해졌다. 추석 며칠 전, 유선우와 조은서는 직접 진씨네 저택으로 향해 약혼식을 치렀고 혼수로 10대나 되는 차를 선물했다. 하연은 손님맞이를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진수성찬을 차렸는데 약간의 사심이 담겨있었다. 몸보신에 좋은 삼계탕을 끓인 하연은 특별히 사위가 될 유이준의 그릇에 큼지막한 닭 다리를 집어주었다. 조씨와 유씨 두 가문 다 유이준이 닭 다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유이준은 환하게 웃으며 닭 다리를 맛있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어머님, 삼계탕 정말 맛있게 하셨습니다. 완전 제 입맛에 딱 맞는데요?” 유이준은 아주 자연스럽게 하연을 “어머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고 그 자리에는 조진범과 진안영도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는가 싶더니 조진범은 자신의 그릇에 있던 또 다른 닭 다리를 유이준에게 집어주며 말했다. “형님도 이젠 몸보신 제대로 하셔야죠.” 유이준은 조진범을 살짝 째려보았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옛 사위가 좋다고 한들 새로 들어온 사위보다는 못하기에 하연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조은서는 예전부터 사교성이 좋기로 유명했기에 하연은 그녀와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만약 나중에 조은서가 몸을 담그고 있는 업계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면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오후, 진별이는 진아현의 손을 꼭 잡고 잔디밭을 뛰놀고 있었다. 아이들의 뒤에는 점박이 강아지 한 마리도 따르고 있었는데 그 강아지의 주인은 바로 옆집에 살던 장윤호였다. 강아지는 집을 아마 잘 못 들어왔는지 아이들이 있던 집 안으로 들어왔고 진아현은 예쁜 치마를 입은 채로 강아지에게 뭐라 말을 했다. 그러자 진별이는 강아지를 번쩍 안아 진아현에게 보여주었다. 진안영은 멀리서 자신의 딸과 조카를 번갈아 보다가
진은영은 유이준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물 상자를 열자 안에는 초록색을 띠는 옥팔찌가 있었는데 족히는 10억이 넘는 귀한 액세서리였다. 팔찌와 함께 들어있는 한 장의 쪽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박준식.] 쪽지 내용을 확인한 진은영은 당황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은영의 옆에 앉아 있던 유이준은 질투가 폭발한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요! 그 박준식 씨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주는 선물일 줄 알았다고요! 이제 어쩔 거예요? 말해 봐요.” 진은영은 선물을 보는 순간 조금 슬퍼지려 했지만 유이준이 옆에서 질투가 나 날뛰니 슬픈 감정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유이준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준 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남자는 운전을 하고 있는 탓에 앞만 주시하고 있었지만 몇 가지 요구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 요구들은 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뻔뻔하고 선을 넘는 것들이었다. 유이준은 살짝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진은영을 보더니 물었다. “어떠십니까?” 그는 자신의 말에 진은영이 무조건 불같이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경 그녀는 아주 보수적인 사람이자 정직한 여자니까 말이다. 하지만 진은영은 오히려 아주 침착한 태도를 보이며 대답했다. “신혼 첫날 밤에는 가능해요.” 유이준은 그녀가 동의할 줄 몰랐기에 깜짝 놀랐고 앞으로 잘 달리는 차마저 한 번 삐끗했다. ‘결혼이라는 게 너무 좋은 거구나.’ ... 두 사람이 탄 차는 달리고 달려 유씨 저택에 도착했다. 그들은 저택에 있는 진별이를 데리고 새로 계약한 집에 갈 계획이었다. 700평이 넘는 커다란 별장에 6명의 도우미와 4명의 요리사, 그리고 2명의 정원관리사와 보안요안까지 고용했다. 그리고 유이준은 또 특별히 진별이를 위해 아이의 개인 가정교사도 고용했으니 그들의 월급만 합해도 수천이 넘는다. 진은영은 별장을 하나하나 둘러보고는
유이안은 작게 미소 지었다.“그래요, 5개월이에요. 음력설 즈음이면 태어날 거예요.”성현준이 생각해보니 음력설쯤이면 해외에 있을 것 같았다.그러니 유이안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용돈을 쥐여주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강원영만 괜찮다면 성현준은 정말 아이의 제2의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었다.하지만 강윤은... 강윤은 명의상의 친아빠다.강윤도 성현준을 아주 좋아해서 아저씨라고 불렀다.성현준은 강윤의 머리를 매만지고 주머니에서 사탕을 두 알 건네주었다. 그건 마침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갖고 온 것이었다. 강윤은 그것을 받자마자 바로 까서 입에 넣었다.성현준은 참지 못하고 그를 껴안았다.강윤은 유이안과 성현준 명의의 아이였다.성현준은 천천히 강윤을 내려주었다. 그런 성현준 옆에는 그의 새 아내가 서 있었다. 성현준의 사업 파트너가 소개한 사람이었는데 이름은 전윤희로, 두 사람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결혼하던 날, 성현준은 만취하여 전윤희와 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유이안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전윤희는 그 이름을 듣고 묵묵히 성현준을 안아주었다.지금도 전윤희는 담담하게 유이안과 성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현준과 결혼해서 생활은 풍요로워졌으니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전윤희는 화를 내지도 않고 오히려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성현준이 얘기했다.“됐어, 이제 돌아가자.”전윤희는 유이안과 강원영을 향해 미소를 짓고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강윤도 그녀를 향해 손을 저었다.두 사람은 호텔에서 나갔다. 차에 앉은 전윤희가 얘기했다.“강원영 씨와 유이안 씨, 아주 행복해 보여요.”성현준은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하지만 전윤희가 곁에 있으니 담배에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잘 지내는 것 같아요.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문도 있던데...”전윤희는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럼 좋죠.”전윤희의 말투는 아주 가벼웠고 부러워 보였다. 성현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면서 얘기했다.
오랜만의 만남에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만이 흘렀다.조우현은 검게 물든 눈동자로 창백해진 얼굴의 유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조우현을 보면서 좋았던 과거를 회상했다.‘우현아, 네가 돈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내가 돈이 많아도 되고.’‘우현아, 만약 내가 돈이 엄청 많아진다면 난 너한테 아주 큰 회사를 차려줄 거야. 그러면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돼. 너는 대표님이 되고 나는 너 뒤에서 놀고먹을 거야.’‘우현아, 자꾸만 꿈만 꾸는 것 같아. 돈을 버는 게 너무 어려워.’...겨울의 오두막 안.두 젊은 남녀가 담요 안에서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여자는 남자의 넓은 어깨에 기대서 작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에는 슬픈 감정이 담겨있었지만 남자는 그걸 볼 수가 없었다.오늘이 지나면 그녀는 떠난다. 2억을 들고 해외로 가서 스타가 되기 위한 훈련을 한다. 그녀에게는 돈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조우현에게 회사를 차려줘야 했다. 그때가 되면 조우현에게 진실을 말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방유설은 돈이 가장 무서웠다.그녀는 농촌 출신이었는데 아버지는 도박에 미쳐있어 어머니가 번 돈으로 도박을 하곤 했다. 그래서 방유설은 그런 시궁창에서 살면서 온갖 더러운 꼴을 보면서 자랐다.14살이 되던 해, 그녀의 부모는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눴고 결국 둘 다 사망했다.방유설은 할머니랑 살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일진들과 함께 다니며 담배도 피고 싸움도 했다. 할머니는 항상 그녀에게 고기반찬이 있는 도시락을 챙겨주곤 했다.방유설은 퇴학하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녔다. 다행히 학비는 면제였으니까 말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도 없이 방유설은 그럭저럭 일진 무리에 섞여서 학교생활을 했다. 예쁜 외모를 가진 방유설은 연예인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어 할머니의 눈을 치료해주고 싶었다.그녀가 16살이 되던 해에 할머니의 눈은 멀어버렸다.조우현은 방유설의 인생 속에서 유일한 빛이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살던 그녀는 조우현 같은 사람을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