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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5화

작가: 장니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성현준은 지금껏 이렇게 비참한 적이 없었다.

결혼 7년 만에 그들은 결국 서로의 체면을 벗어던졌고 더 이상 상대에게 여지를 주지 않았다.

유이안은 이 결혼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에는 상처가 있었고 성현준은 상처 입은 짐승 같았다.

특히, 유이안이 경멸하는 목소리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라고 말했을 때 그는 모욕감을 느꼈다.

성현준은 유이안을 노려보고는 혼자 서재로 가서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내일 중요한 주주총회가 있었기 때문에 이마에 상처가 남아 있으면 보기에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재에서 유리장에 비친 자신의 상처를 살펴보던 성현준은 문득 하얀 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발견했고 오늘 유이안은 화장을 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 냈다. 이 립스틱 자국이 권하윤의 것일까?

성현준의 기분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때, 바깥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큰 짐을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현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 보았고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며 짐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옮기는 건 모두 유이안의 짐이었고 밤늦은 시간이라 복도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고 그의 아내, 유이안은 이미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단정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한 손에 20인치 캐리어를 들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아내를 보자 성현준은 이마의 상처도 잊고 그녀를 쫓아가 물었다.

“이안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유이안은 차갑게 웃으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성현준 씨, 우리 결혼은 끝났으니 더 이상 함께 살 이유가 없어요. 내일 내 변호사가 이혼 서류를 당신 회사로 보낼 거니 시간을 내서 잘 읽어보길 바라요. 이건 우리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자 합리적인 끝이에요.”

그녀는 너무나 이성적이었다.

성현준은 이 말에 매우 불쾌했고 그는 이삿짐을 옮기는 직원들을 피해 가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이혼하자고 한다고 우리가 이혼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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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진은영은 계속 손을 씻으며 담담히 말했다.“이준 씨 생각은 안 나더라고요. 계속 나이 얘기하는 거 보니까 이준 씨도 나이에 신경이 많이 쓰이나 봐요. 왜요, 몸이 안 따라줘서 이제는 돈으로 사야 해요?”유이준은 계속 담배를 피우며 여전히 못된 말만 내뱉는 진은영에 고개를 저었다.연하가 저런 여자를 어떻게 버텨내는지, 아니면 그놈 앞에서는 저런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유이준의 기분은 순식간에 나빠졌다.유이준은 자신과 진은영 사이에 아이가 있으니 소유욕이 더 불타올라 진은영이 결혼을 몇 번을 한대도 그녀는 자신의 여자이고 그녀와 자신만이 어울리는 짝이라고 생각했다.조명은 어두웠고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어 유이준은 진은영의 몸매에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 원피스는 옆이 조금 트여있었고 총 6개의 금색 단추가 달려있는 우아하면서도 섹시하기까지 한 옷이었다.그런데 조진범의 생일파티를 위해 이렇게까지 차려입었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잡친 유이준은 팔을 뻗어 화장실 문을 닫아버렸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미간을 찌푸리는 진은영에 유이준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답했다.“나쁜 짓 하는 거예요.”빠르게 진은영을 세면대에 앉힌 유이준은 진득한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부터 몸 곳곳을 훑어보며 마지막으로 하얀 그녀의 다리에 시선을 고정시켰다.마르긴 했지만 그래도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인 진은영은 햇빛을 싫어해 다리가 하얗다 못해 빛이 나고 있었다.그 탄력 있는 허벅지가 눈에 들어오자 아까 룸에서부터 간질거렸던 유이준은 더는 참지 못하고 진은영의 다리를 주무르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옷은 왜 이렇게 야하게 입었어요, 아까 방에서 다들 은영 씨 다리만 보고 있었어요.”“이준 씨 말고 그렇게 변태 같은 사람은 없을걸요?”“정말 남자를 모르네요.”유이준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진은영은 물론 아무 의도도 없었겠지만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388화

    화려한 룸 안에는 두세 명의 손님뿐이었는데 유이준이 그중 하나였다.진안영은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서 아까부터 돌아다니고 있었고 알아주는 아내 바보인 조진범은 그녀가 힘들까 봐 걱정스레 바라보며 도와주고 있었고 와 있던 남자 손님 셋은 앉아서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그때 진은영이 마침 안으로 들어오자 한 사람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마침 사람 하나가 모자랐는데 은영 씨도 같이해요.”그 말에 유이준이 들고 있던 카드를 내려놓자 그 사람은 빠르게 호칭을 바꾸어보았다.“진 대표님?”그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팔꿈치로 그를 치며 눈치를 주었다.“형수님이라고 불러야지.”그에 유이준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한마디 했다.“재미없어.”그런데 조진범이 또 눈치 없이 진은영에게 머그잔을 건네주며 유이준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말을 꺼냈다.“호칭은 똑바로 해야지, 우리 처형 남자친구 있어, 26살 된 미소년이라고.”조진범이 유이준 들으라고 그러는 걸 알기에 잘못한 것도 없었던 진은영은 굳이 해명을 하지 않고 그의 손에서 머그잔을 받아들며 고맙다는 말만 했다.그에 유이준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조진범을 보고 있었고 조진범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럼 잘 놀다가.”조진범이 나가자 진은영을 바라보고 있던 유이준의 자신의 옆자리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진은영더러 앉으라고 했다.진은영도 거절하지 않고 앉았는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능수능란하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보니 유이준은 또 뭐가 불만인지 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진은영의 상대편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유이준, 오늘 우리 술만 마시는 건데 왜 혼자서 질투를 하고 있어. 그러다가 은영 씨 남자친구가 데리러 오기라도 하면 아주 오늘 상 엎는 거 아니야?”그에 유이준은 낮은 음성으로 차분하게 대꾸했다.“안 올까 봐 이러는 거야.”어이없는 대답에 진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이준 씨, 내 일이 당신이랑 아무 상관없어요.”“그래요?”카드를 내고 진은영을 바라보는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387화

    샤워를 마친 진안영은 젖은 머리를 닦아내고 베란다에 서서 불어오는 밤바람을 만끽했다.진별이가 유이준 집에 가 있으니 전과 달리 자유시간이 많아져서 그 시간에서 카페도 가고 진안영과 함께 쇼핑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하지만 진은영은 딱 거기까지였다.임하민 일이 있고 나서 진은영은 생각이 이리도 다른 사람끼리 함께 있어 봐야 부딪치기만 할 것 같아 유이준과 확실히 선을 긋고 원망을 떨쳐버리고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그래서 2, 3개월 동안 둘 사이에는 사랑을 기반으로 한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었다.진은영이 이런 상황에 만족하고 있을 때 진안영과 조진범이 그에게 남자를 하나 소개해줬는데 유능한 디자이너에 성격도 좋고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나이가 26으로 진은영보다는 한참 어린 나이였다.진은영은 저런 남자를 만나는 건 어린 애한테 못 할 짓인 것 같아 망설였는데 진안영이 남자는 집안도 좋은데 심지어 막내라 가업을 물려받지 않고 회사의 지분 15%만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자꾸 진은영을 부추겼다.진안영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던 진은영은 고개를 숙여 자신을 훑어보았다. 도대체 어디가 매력적이라서 젊고 조건 좋은 남자가 저에게 흔들리는 것인지 진은영은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그때 진은영의 눈에 슬랙스를 입은 채로 검은색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유이준이 들어왔다.어두운 밤하늘과 대비되게 유난히 하얗고 맑은 피부를 가진 유이준이었다.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그가 뱉어낸 담배 연기를 헤집어놓았고 유이준의 머리칼도 바람에 따라 흩날렸다.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모습에 진은영은 저도 몰래 유이준을 주시하고 있었고 때마침 고개를 든 유이준은 그런 진은영과 눈을 맞추었다.유이준은 손을 귓가에 가져다 대며 진은영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진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대화도 못 하고 그저 유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그런 진은영의 뜻을 알아차린 유이준도 아직은 자신에게 다가올 준비가 채 되지 않은 그녀를 다그치지 않고 마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386화

    하지만 임하민은 추태를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참으며 진별이와도 작별인사를 했다.진별이는 통 크게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임하민에게 나누어주었다.그에 임하민은 나지막하게 말했다.“고마워.”임하민의 말을 듣고 난 진별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밥을 입에 욱여넣기 시작했다.밥을 잘 먹어야 빨리 커서 엄마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아서....저택을 나가자 푸르른 잔디와 그 위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들이 눈에 들어왔다.그 옆에는 가지가 무성한 큰 나무도 하나 있었는데 유이준은 그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서른 살 남짓한 나이의 남자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잘생겨 보였다.그런 유이준을 오래도록 원해왔던 임하민은 오늘에서야 모든 건 저의 짝사랑일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유이준도, 유 씨 집안사람들도 자신이라면 치를 떨지만 그냥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뿐이었다.임하민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었기에 모든 걸 명확하게 알게 된 지금은 관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인 것 같았다.임하민이 다가가자 마침 담배를 다 피운 유이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시작했다.“내가 하는 말이 너한테 상처가 될 걸 알지만 그래도 이런 건 확실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나 사실 너 좋아한 적 없어. 그때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 건 별이 때문만은 아니야. 나 은영 씨 좋아해, 그게 아니면 내 조건에 이렇게 오랜 시간 혼자인 게 말이 안 되잖아. 진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겠지.”달빛이 드리워진 임하민의 표정은 나라를 잃은 사람처럼 어두워져 있었다.“그럼 나는 지금까지 은영 씨 대타였던 거네, 그저 네가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임하민의 말에 돌아오는 게 유이준의 침묵이라 그녀의 마음은 더욱더 아파왔다.한동안의 정적 끝에 유이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미안해, 전에는 내가 남녀 사이의 거리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은영 씨한테 상처를 준 것 같아. 앞으로는 우리 거리를 좀 두자.”임하민의 감정이 격해지자 유이준은 기사더러 그녀를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흰색 차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385화

    진은영은 아직 저를 사랑할 텐데 왜 둘 사이의 일이 채 해결되지도 않은 이때 선을 보는 건지 유이준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래서 물어보려고 하는데 하연이 먼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새 인생 시작하고 싶대, 더 이상 혼자 힘들기도 싫고 다른 사람 바라보는 자네한테 매달리기도 싫대.”그 말에 어이가 없어진 유이준의 자신의 코를 만지며 말했다.“아줌마, 은영 씨 말 듣지 마세요, 저 어디 가서 부끄러운 짓 한 적 없어요.”비록 하연이 평소에 유이준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제 딸을 모른 척하고 사위를 감싸고 돌 사람은 아니었다.“그래도 내 딸이잖아.”롤스로이스 뒷좌석에 앉아 사랑을 받을 만큼 받아서 혼자서도 잘 놀던 진별이는 문이 닫히는 소리에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아빠 또 화났어요?”유이준은 바로 몸을 돌리며 제 딸을 향해 떠보듯 물었다.“요즘 엄마 어떤 아저씨랑 자주 연락한 적 있어?”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진별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준식 아저씨가 저번 주에 귀국했다고 엄마한테 밥 사줬어요. 엄마가 엄청 이쁜 옷 입고 향수까지 뿌리고 나갔어요.”또 나타나서 진은영을 만나는 박준식에 유이준은 표정을 굳혔지만 다행히도 그는 이미 재혼을 한 탓에 진은영과는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가 없었다.그러니 유이준이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진은영이 선 자리에서 만났다는 젊고 미혼인 남자였다.그에 블록을 가지고 놀던 진별이가 말했다.“어차피 아빠는 하민 아줌마 있잖아요.”임하민의 이름이 언급되자 유이준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이제는 다른 남자를 찾는 것보다 유이준에게 계속 들이대는 게 더 승산 있다고 여긴 건지 진별이의 존재에도 상관없다는 듯 매일 매일 유이준을 쫓아다니는 임하민이었다.유이준은 이미 임하민의 전화는 완전히 씹고 있었지만 임하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유이준의 집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었다. 유선우와 조은서도 다 아는 사람이라 얼굴을 붉히기는 싫어 여러 번이나 돌려서 말해봤지만 모른 척하는 임하민에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384화

    그러다가 그의 시야에 진은영과 진별이가 들어오자 그는 빠르게 담배를 끄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처럼 도우미에게 아이를 넘기고 계단도 오르지 않은 채 다시 차 문을 열려던 진은영은 갑자기 들려오는 유이준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왜 안 들어와요? 시간도 늦었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요.”사실 유이준도 이미 부모님의 여러 차례나 되는 요청을 거절한 걸 보고 진은영이 정말 저와는 선을 그으려 한다고 확신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유이준은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저택을 보며 말했다.“별이 위해서라도 같이 식사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그에 진은영은 담담히 웃으며 대꾸했다.“별이를 위해서 거리를 두는 거예요. 애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되니까요. 같이 식사도 하고 그러면 우리가 다시 화해했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다시 잘 지내면 안 되는 거예요?”유이준이 코웃음을 치며 물었지만 진은영은 그 질문에는 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유이준의 핸드폰이 울려왔고 발신자가 임하민인 걸 본 유이준은 바로 끊었지만 진은영은 누군지 알 것 같아 자신과 유이준 사이에 남은 건 별이 뿐이라고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이제라도 틀린 건 바로잡아야죠. 유이준 씨 결혼 상대는 애초에 임하민 씨였잖아요.”그 말에 아이를 안고 있던 유이준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진짜 웃기는 사람이네요 은영 씨. 전에 내 목 끌어안으면서 떨어지기 싫다고 키스하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나 보죠? 왜 이제 와서 바로잡자는 건데요?”그 말에 진은영이 표정을 굳히자 진별이는 작은 주먹을 꽉 쥐며 진은영을 응원해주었다.유이준은 정말 진별이가 배신자 같아 보였다.“나는 아빠가 더 좋아요.”바로 제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진별이였지만 유이준은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진은영이 차를 몰고 떠나자 유이준도 그만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여름이라 짧은 면 치마를 입고 있던 진별이는 나비처럼 유선우의 품 안으로 뛰어들더니 이번에는 조은서의 품에 안겨 한참 동안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383화

    유이준이 멍하니 서 있자 진은영은 힘겨워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박준식 씨를 처음 만나는 그날 주차장에서 임하민 씨랑 당신이 같이 있는 걸 봤어요. 임하민 씨가 우니까 당신이 엄청 안쓰러워하며 안아주더라고요.”진은영의 말에 잊고 있던 일을 떠올리던 유이준은 별이 분유를 사러 가던 날 주차장에서 우는 임하민을 마주친 걸 기억해냈다.그날은 그저 지인이니까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해서 위로해준 것인데 그걸 진은영이 봤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하지만 유이준은 제 생각을 그녀에게 똑똑히 전해야만 했기에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나 걔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요.”그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진은영은 내일 아침에 진별이를 데려간다는 말만 남기고는 유이준의 만류에도 호텔 방을 나가버렸다.진은영이 나가고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던 유이준은 셔츠를 벗어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진은영은 자신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고 있었고 유이준은 그녀가 작은 일로 성급히 헤어지길 결정하는 것에 화가 났지만 그보다 더 그를 열 받게 했던 건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꺼내오는 임하민이었다.그 생각만 하면 당장이라도 임하민을 죽여버리고 싶었기에 유이준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이튿날 아침, 유이준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때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러 왔다.유이준은 사실 공적인 일은 다 마무리한 상태여서 진은영과 함께 B 시로 갈 수 있었지만 C 시에서 시간을 더 보내며 사이를 회복하고 싶었지만 진은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돼요.”진은영은 진별이에게 옷을 입혀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회사도 바쁘고 엄마도 퇴원해야 해서 시간 없어요.”가운만 입고 있었던 유이준은 그대로 가운을 벗어 던지고 검은색 슬랙스를 입고는 듬직한 어깨를 드러내자 진별이는 바로 작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말했다.“아빠, 변태예요? 왜 옷을 안 입어요!”어젯밤부터 자신을 무시하며 밤에 자다 깨서도 유이준이 타준 분유는 먹지도 않던 진별이가 드디어 입을 열자 유이준은 기뻐하며 쭈그

  • 이혼은 절대 안돼   제1382화

    검은 먹물처럼 새까만 밤하늘을 등지고 선 유이준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고작 이런 일로 나랑 헤어지겠다고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좋았잖아요 우리.”“좋았죠.”“그때는 내가 누군가한테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준 씨가 하는 말과 행동은 내가 존중받을 가치도 없는 사람인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해요. 우리의 시작이 완벽하지 않아서 나는 유이준 씨의 존중도 못 받는 건가요? 임하민 씨 집안과 유 씨 집안이 좋은 사이라서 임하민 씨는 이준 씨 관심도 받고 실연하면 위로도 해주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임하민 씨에 비해 한참 부족한 나는 무시받아 마땅한 거예요?”...말을 할수록 진은영은 가슴이 먹먹해졌다.처음에는 그녀도 이렇게 말을 길게 할 생각이 없었다.누군가와 비교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또 유이준과도 얼굴을 붉힐 것 같아 둘 사이에 있는 진별이를 위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고 생각했는데 점점 감정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진은영은 뒤로 물러나며 나지막이 말했다.“당신한테도 나한테도 좋은 결정일 거예요. 나는 내가 생각했던 삶을 살고 당신은 앞으로도 자유롭게 살면 돼요.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우리 서로 탓하지 말아요. 그리고 별이는 같이 키워요.”그 말에 유이준은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뭐가 좋은 결정인데요.”“차라리 날 욕하고 때려요, 어떻게 헤어지자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해요? 은영 씨한테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요? 언제든지 마음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냐고요.”진은영이 낮은 목소리로 부정하려 할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김 비서가 따라온 줄로만 알고 문을 열던 유이준은 문밖에 서 있는 임하민에 눈을 크게 떴다.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손에는 예쁜 쇼핑백 같은 걸 들고 있던 임하민이 안쪽을 힐끔거리며 물었다.“은영 씨 화났어? 내가 들어가서 사과할까?”유이준은 그녀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임하민은 미꾸라지처럼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 진은영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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