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희는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 사실, 제가 구아람 씨를 처음 봤을 때 반해서 불같이 구애를 했었어요.”이소희는 증오에 이를 갈았다.“뭐? 네가 구씨 가문 아가씨에게 구애를 했어?”이상철은 깜짝 놀라며 호기심에 물었다.“그런데 왜 사귀지 않았어? 네가 여자에게 구애하는 데 능숙하다고 들었었어.”고상아는 말문이 막혔다.“구아람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이유희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너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신에게 시집가려는 거야?”이상철은 화를 냈다.‘그나저나 구아람의 전 남편은 신경주잖아. 그럼 우리 손자가 졌다고 창피한 건 아니네.’“홍영이라는 악당은 30년 전 TS 방송국의 스태프였어요. 몇 편의 드라마에서 당신과 함께 호흡을 맞췄을 뿐만 아니라 한때 옆에서 아부를 하며 오랜 시간 동안 챙겨주었죠. 두 사람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아요. 우리 연서 이모와 TS 방송국의 유명 감독들도 홍영을 아는데, 당신은 모른다고요? 알츠하이머가 아니면 뭐예요?”아람은 차갑게 진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아이큐로는 모를 심는 데만 적합할 것이다. 밑바닥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와 귀족 가문 사모님의 위치에 올라온 건 놀라운 일이다.‘신광구는 아들보다 안목이 없네.’“나는 홍영을 전혀 몰라! 그들이 안다고 해서 나도 알아야 해?”진주는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사모님은 건망증이 심하니 제가 기억을 일깨워줄게요.”아람은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우아하게 신씨 부부에게 다가갔다. 순간 진주는 눈앞에 차가운 빛이 번쩍이는 것을 느꼈다. 은빛 백합꽃 모양의 화이트 골드 펜던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언제라도 목을 베를 수 있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진주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왜, 이게 왜 구아람에게 있어?’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렸다. 품에 있는 진주가 부들부들 떠는 것이 느껴졌다. 진주는 최선을 다해 자제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티가 났다.“뭐야,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다른 한편, 구치소에서.홍영은 사흘 밤낮을 연달아 심문을 받았다. 밝은 빛이 머리를 내리치며 정신적, 육체적 고문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을 모두 견뎌냈다. 진주를 생각하면, 밤낮으로 보고 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딸을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져도 버텨야 했다.이때, 심문실의 문이 열렸다. 구도현은 팔을 흔들며 평온하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용의자와 범죄자들 앞에서 구도현은 여전히 부유하고 고귀한 일곱째 도련님이었다. 엄격하고 카리스마가 넘쳐 깡패들도 구도현을 형님이라고 부른다.“정신이 좋네?”구도현은 하품을 하며 의자를 끌어당겨 긴 다리로 의자에 늠름하게 앉았다.“홍영 씨에게 커피 한 잔을 드려. 정신을 차려야지. 이제 막 밤이 시작됐잖아.”“네, 팀장님.”홍영은 이를 악물고 차갑게 웃었다.“팀장님, 매일 이렇게 심문하는 게 피곤하지 않아요?”“난 젊어서 피곤하지 않아.”구도현은 장난스럽게 웃었다.“이틀 전에 이미 해야 할 말은 다 했어요. 밤새 물어봐도, 천 번을 물어봐도 제 대답은 똑같아요.”구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이전 질문은 지겨워. 새로운 걸 물어볼게.”구도현은 증거 사진을 손에 들고 홍영 앞에 놓았다. 홍영은 눈을 내리깔고 보았다. 사진 속 백합 목걸이를 보더니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억지로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떨리는 근육은 겁먹은 마음을 드러냈다.“이 목걸이를 알아?”구도현은 홍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손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몰라요.”“자기 물건인데 못 알아보겠어?”홍연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렸다. 구도현은 더욱 사납게 웃었다.“고운 비단으로 싸서 값비싼 보석함에 넣었으니, 소중한 물건이겠지. 이런 소중한 물건을 모른다고? 귀신을 속이고 있어?”“제 집을 뒤졌어요?”홍연은 동공이 흔들리며 주먹을 움켜쥐자 수갑에서 날카로운 마찰음이 났다.“넌 범인이고 난 경찰이야. 집을 뒤지는 건 정상이잖아. 이런 마음의 준비도 없었어?”구
구도현의 목소리는 차갑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당신이 말한 사랑 때문에 초연서를 미워했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아.”홍영은 이를 악물며 끔찍한 미소를 지었다.“알아내도 뭐 어때요? 전 진주 팬이 맞아요. 제가 진주를 미친 듯이 좋아해요. 진주를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초연서를 죽이는 것도 할 수 있어요!”구도현은 화가 나서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정말 머리를 내려치고 싶었다.“하지만 저와 진주의 관계를 묻는다면, 허, 없어요. 저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모두 제가 원해서 한 거예요. 진주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죽어도 되고 죽여도 되고. 진주는 이 사실을 전혀 알 필요가 없어요.”홍영은 말을 마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죽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영이 막말을 할 수 있는 건 고의 상해죄를 저질렀고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살인 미수이다. 경주도 괜찮고, 초연서도 다치지 않았다. 그래서 구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잡으려 해도 방법이 없다. 그저 진주가 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구도현은 홍영의 속셈을 알지 못했다.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참 지나더니 구도현은 부하 직원에게 나가라고 명령하고는 일어서서 비디오 녹화기를 껐다.“홍영, 이제 우리 둘뿐이니까 마음을 열고 얘기하자.”구도현은 심문실에서 몇 걸음 천천히 걸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탁자 위에 앉은 채 차갑게 바라보았다.“당신은 기꺼이 살수가 되어 진주를 위해 목숨을 팔고 사람을 죽이는 건 막을 수 없어. 그건 당신 선택이야. 하지만 진주와 특별한 관계라는 사실이 언론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신씨 가문에 들어가고 신 회장님의 귀에 들어가면 진주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때 사람들은 당신이 초연서를 공격한 건 진주의 지시라고 생각할 거야. 신광구도 당신과 진주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당신은 감옥에 가서 피신할 수 있지만, 당신의 오랜 친구는 어떡해? 이미 평판이 안 좋은데, 이 일이 알려지면 살아갈 염치
눈을 내리깔고 차갑게 진주를 주시하던 신광구도 마찬가지이다.“사모님, 혹시 몰래 홍영에게 지시했어요? 우리 연서 이모에게 손을 대라고 해서 지난번 사고가 있었던 거예요?”아람은 갑자기 말을 돌렸다. 진주는 신광구의 옷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광구 오빠, 내가 초연서와 원한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어? 난 신씨 가문 여주인이야, 초연서가 뭔데. 그저 구만복의 첩이야, 내가 왜 첩을 상대하겠어?”“진주야! 그만 말해.”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나지막하게 알려주었다.“진주 씨, 저를 욕해도 되지만 우리 가족을 모욕하지 마세요.”아람의 눈빛은 매섭고 위협적이었다. 손을 들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진주의 울부짖는 얼굴을 가리켰다.“감히 우리 연서 이모를 모욕하면, 저도 뺨을 때릴 수 있어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상철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구만복의 딸이 걸핏하면 뺨을 때리겠다네, 이게 아가씨의 모습이야? 너무 건방지고 예의가 없어!”“어쩔 수 없어요. 다 구아람 씨를 감싸고 있잖아요.”이유희는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했다.“구회장 님도 감싸주고, 집에 있는 오빠들, 언니들, 사모님들까지 감싸주고 경주도 감싸주잖아요. 경주가 평생 여자를 감싸준 적이 없는데, 구아람 씨만 예외예요. 너무 많은 사랑을 주고 있어요.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어요.”이소희는 말의 뜻을 알고 얼굴이 붉어지며 원망에 가슴이 아팠다. 경주는 아람의 살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입꼬리를 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주는 겁에 질려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아람의 행동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뺨을 때리겠다는 건 농담이 아닐 것이다.“구아람, 이건 네 추측이잖아. 넌 날 모함하고 싶을 뿐이야. 증거가 없어!”진주는 증거가 없다는 핑계를 댔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맞아요, 그저 해본 말인데, 왜 화를 내세요? 설마 제 발이 저려요?”진주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람은 웃으며 백금 목걸이를 거두었다.
고상아는 숨이 막혀 기침을 억누르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흥, 네 입담은 진주보다도 못하는데, 감히 나한테 시비를 걸어?’“구아람! 네가 뭔데 우리 엄마를 모욕해? 왜 그렇게 무례하게 굴어? 우리 엄마는 어른이야!”이소희는 이상철을 안고 텃세를 부리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경주가 듣자 눈썹을 찌푸리며 이소희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못했다.“나이 많은 사람을 어른이라고 해? 그럼 나도 너한테 어른이야. 어른한테 그렇게 소리를 질러?”아람은 이소희보다 키가 한 뼘이나 크다. 이 순간 아람을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소희는 입을 부들부들 떨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람의 입에서 더 심한 말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고상아는 이상철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아람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유희에게 눈치를 주며 불면을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암시했다.이유희는 눈빛을 반짝이며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나약하게 입을 열었다.“그, 아람아. 나...”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차갑게 이유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유희가 겁에 질려 말을 바꾸었다.“내, 내가 데려다줄게. 늦었는데 위험해.”“필요 없어, 차 가져왔어.”말을 마치고 아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이힐 솔리와 함께 별장을 나갔다. 이유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은 너무 나약했다. 이상철은 화가 났다.‘세계 마왕인 손자가, 구씨 가문 계집애 앞에서 왜 아무 말도 못해? 너무 창피해!’“가자!”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갔다.“아, 내 머리, 너무 어지러워.”진주는 뼈가 없는 것처럼 신광구에 기대어 약한 신음을 내뱉었다.“풋, 불쌍한 척하고 어지러운 척만 하네. 이런 연기력을 가진 배우인데, 왜 초연서 씨를 이기지 못했을까?”오 씨 아줌마는 진주를 노려보며 경멸하는 듯 중얼거렸다. 그 말들은 모두 진주의 귀에 흘러들어갔다. 화가 나서 오장 육부가 뒤틀릴 것 같았다.안색이 창백한 신광구는 침묵을 하더니 오 씨 아줌마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아줌마, 사모님을
“소희야, 걱정 마. 이 문제는 끝나지 않았어. 엄마가 화풀이해줄게!”고상아는 이소희를 위로해 주면서 눈빛이 차가워졌다.“어떡해? 집안의 모든 것은 오빠가 책임지고 있어. 신경주와 구아람과 친한데. 엄마가 어떻게 할 거야?”고상아는 원망했다.“네 오빠가 신경주와 같이 있는 걸 허락하지 않으면, 신씨 가문 그 저능아와도 함께 있을 수 없어! 할아버지가 있잖아. 어르신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경주의 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그리고 신효정을 우리 이씨 가문에 들여보내지 않을 거야!”“엄마, 오빠가 우리를 경계하고 있어, 우리의 속셈을 모를 것 같아?”이소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을 붉히고 소리를 쳤다.“신효정 그년을 지켜주고 있는데, 우리가 손댈 기회가 있겠어?”“기회는 있을 거야. 진주의 그 바보 딸을 아무리 좋아해도 24시간 동안 데리고 다닐 수 없어. 유희가 챙기지 못할 때도 있어!”고상아는 정말 격분했다. 평소 명예와 재산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딸이 괴롭힘을 당하고 명예를 잃을 것 같으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것이다. 고상아는 이소희를 경주에게 시집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유희에게 내세울 수 있는 며느리를 찾아줄 것이다. 그 여자는 절대 진주의 비천한 딸이 아닐 것이다.아람의 발걸음은 빨랐다. 문밖으로 나가 스포츠카에 올라타더니 관해 정원을 나섰다. 이곳은 마치 독이 있는 것 같았다. 스포츠카가 막 정문을 나서자 핸들을 꼭 잡았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시원한 바람에 파란 스포츠카에 등을 기대고 우아하게 서 있는 윤유성이 보였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모르겠지만 표정에 조급한 흔적이 없다.아람의 차가 나타나자 윤유성의 우울한 눈빛이 밝아졌다. 스포츠카에 등을 떼고 수줍은 소년처럼 아람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스포츠카는 급제동을 하고 윤유성 앞에 멈췄다.“왜 여기에 있어요?”아람은 깜짝 놀라며 차에서 내렸다.“기다리고 있었어요.”윤유성은 입꼬리를 올리고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저를요? 왜
“유성 씨,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아람은 약간 당황한 듯 본능적으로 윤유성의 어깨를 밀었다. 하지만 이 몸부림은 경주의 눈에서 애매하게 보였다.윤유성은 대답하지 않고 포옹을 더욱 깊게 했다. 다시 눈을 들어 경주의 화난 눈과 마주쳤다. 눈빛에서 조롱과 냉소가 숨기지 않고 전해졌다. 아람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윤유성은 놓아주지 않았다.경주의 심장은 만 개의 칼에 찔리는 것처럼 온몸의 신경이 떨려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람과 윤유성이 안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고, 전장에서 총에 맞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경주는 안색이 어두운 채로 뒤돌아섰다. 마치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힘없이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이때, 윤유성은 팔이 느슨해졌고, 아람은 이 틈을 타 격렬하게 몸을 풀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눈시울은 화가 나서 붉어졌다.“윤 도련님, 이러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경고할게요. 그렇지 않으면 친구도 못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람 씨.”윤유성은 바로 억울하고 죄책감 있는 표정으로 바꾸었다. 두 손을 허공에 멈추고 부끄러웠다.“저를 친구로 생각하는 걸 알아요. 저도 필사적으로 절제하고 있는데, 자제력이 부족했어요. 안 그럴게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 아람 씨, 용서해 주세요. 네?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아람은 짜증이 나서 이마를 잡고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오빠들 외에 다른 남자가 저를 만지는 게 정말 싫어요. 이걸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윤유성은 이를 악물고 어색한 두 손을 내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정말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럼 신경주는 뭐야? 심지어 비서인 임수해도 너에게 가까이 가는데. 왜 나만 안 돼?’“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늦었어요. 먼저 갈게요.”아람은 갑자기 익숙하게 설레는 숨소리가 느껴져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러자 마음은 설명할 수없이 허전했다. 아람의 뒤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경주는 납덩이를 묶은 것처럼 무거운
아람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성주의 별장으로 질주했다. 원래는 진주를 목표로 삼고 갔지만, 돌아오는 내내 경주에게 벽에 밀린 장면만 떠올랐다.경주는 불같은 강렬한 시선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둡고 슬펐다. 경주의 무력하고 비참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고, 핸들을 잡은 손은 붉어지며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그 눈빛이 너무 설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 시선이 송곳처럼 아람을 뚫는다고 해도 이소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질 수 없다.아람은 침울한 표정으로 차를 내리자 이미 별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윤, 구도현, 임수해가 보였다.“아람아!”“오빠, 일곱째 오빠, 수해야. 다들 왜 여기 있어?”아람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도현한테 들었어. 너 혼자 신씨 가문으로 갔다고. 수해와도 같이 가지 않았다며. 왜 그러는 거야, 계집애야. 왜 혼자 간 거야?”구윤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며 아람의 어깨를 감쌌다.“하지만 오늘 밤 신경주도 집에 있다고 들어서 마음이 노였어. 신경주가 있으면 네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야.”“왜 신경주가 있으면 내가 괴롭힘을 안 당해?”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오물거렸다.“신경주의 마음속에 네가 있어. 반드시 널 지켜줄 거야.”“허, 웃기지도 않아, 오빠.”아람은 가슴 끝이 떨리며 어조가 더욱 강해졌다.“내가 3년 동안 신경주의 와이프를 했어. 신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손해를 봐도 신경주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낯선 사람보다도 못한데 왜 날 지켜주겠어?”“맞아, 형.”구도현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차갑게 웃었다.“신경주는 양심도 없고 의리도 없어. 그 당시 아람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결혼한 사이고, 아람은 신경주의 와이프야. 그럼 지켜줄 책임이 있어. 근데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잖아. 봐, 이제 아람에게 구애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그 버릇이 나왔어.”“일곱째 도련님, 무슨 버릇이요?”
그건 바로 아람과 경주였다. 명문가 출신으로 항상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억만장자 사장 경주가 자세를 낮추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평소 탄수화물만 먹던 경주가 야식을 정신없이 먹고 있다. 아람이 경주에게 양꼬치를 먹여주며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있다. 누가 봐도 허황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맛있어?”아람은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냅킨을 들고 경주의 입술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경주는 입을 닦자마자 참지 못하고 아람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한다.“맛있어. 너랑 뭘 먹든 다 맛있어.”키스 소리가 매우 커서 아람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라면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마저 그 모습을 보자 흐뭇하게 웃었다. 선남선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쳇, 내 체면을 봐서 맛있다고 하는 것 같아.”아람은 삐진 척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싫다면 말해. 네가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게 싫어. 다음부터 너랑 안 올 거야.”경주의 깃털 같은 속눈썹이 떨리더니 긴 팔로 아람을 가로질러 식탁 맨 왼쪽에서 조미료 병 두 개를 가져왔다. 하나는 후추고 하나는 식초였다. 그리고 아람의 라면에 정성껏 넣고 다시 비벼주며 다정하게 재촉했다.“빨리 먹어봐.”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젓가락을 들고 면을 먹고 숟가락으로 국물까지 마셨다. 순간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며 경주를 바라보았다. 하얗고 작은 손이 허공에서 휘날렸다.“우와, 맛있어. 너무 맛있어. 간단한 조미료만 넣었을 뿐인데 맛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갔어. 너 왜 이렇게 재능이 있어?”경주는 깊이 바라보며 소년처럼 웃었다.“아람아, 내가 널 맞춰주기 위해서 맛있다고 한다고 생각하면, 네 생각이 틀렸어. 내가 신씨 가문에 가기 전에 이런 포장마차들은 나와 엄마한테 고급 레스토랑과 마찬가지였어.”아람은 순간 가슴이 찡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오정숙한테서 경주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에 대해
우 비서는 떠보듯이 물었다.“윤 사장님, 그 미친 여자가 협력할 의향이 있어요?”“내가 나서는데, 어떻게 안 될 수가 있겠어?”유성은 거만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눈엣가시를 하나 더 제거한 것을 미리 축하드려요!”우 비서는 아첨하며 웃었다.“윤진수가 무너지면, 윤성우도 곧 무너질 거예요. 그때 늙은이가 쓸사람이 없으면 사장님께 희망을 걸 수밖에 없어요. 그럼 윤씨 가문 전체가 사장님의 손에 들어올 거예요.”“그러길 바라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들어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회장님은 나에게 새 생명을 준 은인이야. 난 그저 희망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라.”“참, 사장님. 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헬기가 이미 준비되었다고 해요.”“조금 오래 걸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네.”유성은 손끝으로 금테 안경을 부드럽게 올리며 차갑게 바라보았다.“라이언에게 연락해서 알려줘.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언제든 라이언과 형제들을 보낼 준비가 되었다고.”...유성의 리무진은 천세당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유성은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큰 사건들과, 웅장하고 위압적인 미래를 생각하자 은근한 흥분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모든 것이 유성의 통제하에 있다. ‘오직 아람만이 없네.’이 생각을 하자 유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씨 가문을 감시하라고 했잖아. 최근에 무슨 소식이 있어?”우 비서는 이마를 치며 급히 보고했다.“우리의 사람한테서 소식을 받았는데, 구아람 씨가 구씨 가문에서 가출한 것 같아요. 지금 구 회장님께서 사람을 동원하여 구아람 씨를 찾기 위해 주변을 수색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구아람 씨를 찾지 못했어요!”“뭐? 아람이 가출했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유성은 눈을 부릅뜨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사, 사장님, 진정하세요. 구씨 가문의 비밀 조치는 항상 극도로 엄격해요. 우리 사람들은 밤낮으로 잠도 자지 않고 지켜봐서 얻은 소식이에요!”우 비서는 가
윤민주의 표정이 점점 끔찍해지며 유성의 정교하고 악독한 얼굴을 노려보았다.“도와줘, 하하, 저들도 짐승인데, 윤유성 넌 다를 것 같아? 그래, 넌 달라. 넌 악독한 뱀이야. 아빠와 오빠들보다 더 독해!”유성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대신 미소를 지었다.“난 신사로 간주될 수는 없어. 하지만 짐승도 정이 있어. 가족한테는 잔인하게 손을 댈 수 없어. 그래서 누나를 도와주고 싶어.”“게다가 지금 나 말고 누가 누나를 생각해 주고 있어? 빛도 보지 못하는 캄캄한 감옥에 갔는데, 아직도 누나가 윤씨 가문 사람인 것 같아?”윤민주가 유성의 도움에 저항하는 것을 보자 유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누나, 잘 생각해 봐. 누나와 매형이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 건 누구 탓일까?”윤민주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복수하고 있어. 구아람 그 계집애 탓이야!”유성의 창백한 입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가 건드린 건 구만복의 친딸이야. 어르신께서 널 죽이지 않은 것도 두 가문의 몇십 년의 정을 봐서 그런 거야.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윤진수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윤진수.”윤민주의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그동안 구씨 가문만 생각하느라 윤진수를 잊을 뻔했다.“모두 윤진수의 사주를 받아서 구씨 가문에게 보복을 당한 거잖아. 처음부터 쓰레기 짓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누나와 매형은 고귀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을 거야.”“이제 윤진수가 모든 것을 망쳤어. 기자회견부터 누나가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 윤진수가 누나 대신 나선 적이 있어? 그저 범죄를 누나한테 뒤집어씌워 책임을 떠넘겼잖아.”“윤진수는 윤씨 가문의 보호를 받아 무사하게 도련님 생활을 누리고 있어. 이 억울함을 참을 수 있어? 나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누나.”유성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흔들렸다. 윤민주는 조용해졌다. 이미 생각에 잠긴 것 같았지만 원망스러울수록 눈시울이 붉어졌다.“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아람은 경주의 튼튼한 팔에 팔짱을 끼고 자신 있게 말했다.“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자취를 감추면 윤유성은 분명 참지 못하고 온갖 방법을 생각해서 윤진수를 상대할 거야.”...다음 날 주식 시장이 개장했다. 윤씨 그룹 주가는 폭락했다. 마치 성주 사람들에게 큰 빛을 주던 주식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보는 사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윤민주와 주성택의 일이 점점 커져 윤씨 그룹의 명성도 떨어지며 그룹 전체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셋째 날에도 윤정용은 여전히 아파서 입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장님인 윤성우도 검찰에 소환되었다. 넷째 날, 구만복이 회의에 참석했을 때 기자의 취재에 막혔다. 윤씨 그룹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구 선생, 윤 사장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윤씨 가문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구만복의 안색이 차가워지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와 윤 회장님은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에요. 다른 기자들의 말에 오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 생각을 물으면 실수는 인정하고 바로 서기 위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네요. 윤씨 그룹이 이번 교훈을 통해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요.”병원에 입원 중이던 윤정용이 구만복의 인터뷰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의자를 들어 TV를 부숴버렸다....하루하루가 지나고 경주와 아람은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역시 아람의 예상과 같았다. 담담하던 유성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원래 이 기회에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려 했다. 하지만 폭풍이 곧 지나갈 것 같았고, 더 이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오늘 밤 우 비서와 함께 구치소에 와서 윤민주를 만났다. 한때 고귀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던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감옥에 들어간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엉망진창으로 되어 귀신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얼굴도 멍이 들었다. 여성 죄수들도 성매매를 강요하는 악행을 참을
“윤정용이 지금 갑자기 병원에 입원한 건 진짜 아픈 게 아닐 수도 있어. 그냥 위험을 잠시 피하러 갔을 수도 있어.”경주는 깊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검찰이 수사 절차를 시작하면 윤정용을 반드시 소환할 거야. 그럼 아프다는 핑계로 수사를 거부할 수 있어.”“젠장, 이 늙은이가 참 교활하네!”유희는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유희 오빠, 성매매가 뭐야?”효정은 순진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정말 포인트를 잘 잡는 것 같았다. 순간 경주, 아람, 유희 모두 그 질문에 침묵이 흘렀다. 유희는 어색하여 가볍게 기침을 하며 효정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켁, 이제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내가 천천히 말해줄게.”뉴스가 끝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차지했던 윤씨 가문의 문제는 화려하게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만족해 주었다.“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어떻게 감히 여자들에게 그런 짓을 강요할 수 있어!”뉴스를 다 본 효정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경찰 아저씨들은 무조건 저 사람들을 다 체포해야 해.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야 해!”“이미 잡혔어. 자기야, 걱정 마.”유희는 숨을 내쉬며 효정의 허리를 꼭 안았다. 거실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비록 윤민주가 잡혔지만 아린을 괴롭히고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윤진수는 여전히 당당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독뱀 같은 유성도 마음 끝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그래서 현재 윤씨 가문에게 복수를 하는 일은 그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경주는 아람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채고 아람의 긴장된 어깨를 감싸안았다. 큰 손으로 둥근 어깨를 문지르며 다정하게 위로했다.“아람아, 넌 충분히 잘했어. 윤씨 그룹은 4대 가문 중 하나야. 세력이 엄청 커. 하룻밤 사이에 뿌리를 뽑아버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윤진수의 일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 누구도 움직일 필요가 없어.”아람의 눈에는 차가운 눈빛이 반짝이며 교활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누군
그날 밤, 별장에서 아람과 경주는 거실에 앉아 뉴스 채널에 고정된 TV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 후 뉴스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대형 뉴스였다. 바로 윤민주의 체포 소식이다. 뉴스에서 윤민주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코믹한 장면을 다시 반복했다. 그 장면을 보면 여전히 웃음이 터졌다.“응? 이 잘생긴 경찰 오빠가 너무 낯익어요. 어디서 본 것 같아요.”효정은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보더니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아, 생각났어요! 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 때 제 옆에 앉았었어요. 오빠가 저랑 얘기도 나누었어요. 음!”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참지 못하고 효정의 턱을 잡고 카리스마 넘치게 키스를 했다. 유희는 화나고 질투한 것 같았다. 아람과 경주가 뉴스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순간, 경주는 훤칠한 몸을 기울이며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막았다. 그러며 고개를 숙이고 아람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왜, 미성년자 관람 불가야? 왜 못 보게 해?”아람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든 다 목격한 여자야. 그저 키스잖아.”“아니, 네가 어색할까 봐 그랬어.”경주는 아람의 코를 가볍게 잡으며 씁쓸하게 웃었다.“흥, 내가 어색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할 거야.”유희는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효정의 입술을 떠났다. 키스에 효정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호흡마저 흐트러졌다.“여보,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하는 건 일부러 화나게 하려는 거야?”유희는 손끝으로 효정의 입술을 반복해서 만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잘생긴 오빠? 네 남편인 나보다도 잘생겼어? 응?”“음, 다, 다 멋있어.”효정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응? 누가 멋있어??”유희는 효정을 간지럽혔다.“하하하, 유희 오빠가 멋있어, 유희 오빠가 제일 멋있어!”효정은 너무 간지러워 어깨를 움치리고 유희의 품에서 깔깔 웃었다. 아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