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아람아.”“농담이야, 겁먹은 거 좀 봐.”아람은 경주의 얼굴을 꼬집었다. 수척해진 얼굴은 잘 잡히지도 않아 아람의 가슴이 아파 났다.“너 살이 너무 빠졌어. 일부러 가슴 아프게 하는 거야?”경주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젯밤의 얼룩덜룩한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람과 손깍지를 끼고 잠시 침묵했다. 생각 끝에 경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아람의 입술을 덮치며 달콤하고 깊은 키스를 했다. 그동안의 아람의 억울함과 아픔은 경주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남은 인생 몸을 산산조각 내어 빚을 갚을 것이다....잠에서 깨어난 효정은 경주와 아람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 예쁘고 청순한 얼굴에는 설레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유희가 뒤에서 껴안았다.“우리 예쁜 와이프, 새언니와 둘째 오빠에게 둘만의 시간을 좀 주자. 둘이 힘들게 만나잖아.”“음, 근데 새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효정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대했다.“나는 안 보고 싶어?”유희는 효정을 자신과 마주 보고 돌려놓으며 억울한 표정으로 효정을 바라보았다.“남편이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어. 나는 안 보고 싶어?”“음, 여보는 매일 볼 수 있잖아.”효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희는 씁쓸하게 입을 삐죽 내밀며 속상해했다.‘큰일 났어, 큰일 났어. 난 아직 좋아서 너무 설레는데, 여보는 날 너무 편하게 생각해!’그러자 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큰 손으로 효정의 허리를 잡고 올라탔다. 사납게 효정의 입술에 키스하며 따뜻하게 혀를 얽혔다. 강력한 키스에 효정은 유희의 품에서 녹아내릴 듯했다. 한참 지난 후, 효정의 눈물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두 사람의 입술은 서서히 서로를 떠났다.“말 들어. 나중에 오빠와 새언니를 만나자, 응?”유희는 손끝으로 키스하여 촉촉해진 효정의 입술을 만지며 효정의 수줍어하는 모습과 열정적인 반응에 만족스러워했다.“그, 그래.”키스에 효정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이 나른해지며 얌전해졌다.“
유희는 아람의 넷째 오빠인 신우가 나타나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은 유희를 살아있는 저승사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신우를 만나자 순간 겁쟁이가 되었다. 게다가 아람의 친오빠이기에 건들 수가 없었다.“이 도련님, 죄송해요.”정연은 숨을 헐떡이며 유희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자책감이 가득 들었다. 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함부로 하지 마세요! 구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어떻게 여자를 때리는 것 같은 품위 없는 짓을 해요?”“그래서? 내가 여기 서서 이 여자가 날 때려 죽게 내버려두어야 해?”신우는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내가 그렇게 비천해?”이 말은 유희를 어이없게 했다. 유희는 정연의 성격과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유희을 따른 한 정연의 눈에는 유희만 보일 것이다. 누가 유희를 건드리려고 하면 정연은 무자비하게 끝까지 죽여버릴 것이다.“하지만 네 말이 맞아. 난 여자를 때리지 않아.”신우는 소탈하게 정연의 손을 놓아주며 사악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예쁘니, 네가 여자라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네 손을 부러뜨렸을 테니까.”“나쁜 자식!”천성적으로 강인한 성격을 가진 정연은 이런 굴욕을 참을 수 없었다. 사납게 신우를 바라보며 주먹을 날려 다시 싸우려 했지만 유희는 단호하게 말렸다.“정연아, 함부로 하지 마. 이 사람은 구아람 씨 친오빠야!”정연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치웠다.‘친오빠?’ 이 방탕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야생 늑대처럼 거칠고 버릇이 없는 남자가 구아람 씨의 친오빠야? 구씨 가문의 도련님?’신우는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하는 정연을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뱉었다. 그러나 유희를 보는 눈빛은 엄청 차가웠다.“아람과 신경주가 여기에 있지?”...방은 너무 아늑했다. 아람은 경주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마음이 아파서 얼굴을 잡았다.“누가 감히 널 때려? 빨리 말해!”“널 찾으러 가는 길에 내가 넘어졌어.”경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신우보다 빠르진 않았다. 신우의 손은 문을 맹렬히 움켜쥐고 있었다. 효정은 젖 먹는 힘까지 다 썼지만 문을 완전히 닫을 수 없었다. 항상 자신과 친했었던 아람이 귀신을 본 듯 놀라며 겁에 질려 저항을 한다. 그 모습을 보자 신우는 한숨을 쉬며 씁쓸하게 웃으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날 피하지 마. 난 널 데려가려고 온 게 아니야.”경주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람도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응? 오빠, 오빠가.”“처음부터 너희 둘을 갈라놓을 생각은 없었어.”신우는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함께하지 못하는 눈앞의 두 연인을 바라보자 마음이 매우 아팠다.“너를 찾은 건, 네가 안전한지 확인하려는 거야. 아프고 다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어. 걱정하지 마.”간단한 말들인데 아람의 가슴에 꽂혔다. 경주도 감동하여 목이 막히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아람의 가족 중 여전히 경주의 편에 서려는 사람이 있고, 믿어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다.“오빠!”아람은 신우를 안았다. 신우도 바로 깊고 다정한 포옹으로 응답하며 아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바보야, 넌 정말 바보야. 도망치려고 어떻게 5층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어? 네가 추락해서 다치면 어떡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겠어? 오빠가 차라리 머리를 밀고 스님이 될 거야!”“아람아, 너!”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라 몸이 심하게 떨렸다.“나 괜찮잖아. 5층일 뿐인데.”아람은 콧물을 흘렸다. 그러자 킁킁거리며 콧물을 신우의 블랙 셔츠에 문질렀다. “내가 널 모를 것 같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누가 말릴 수 있겠어? 5층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번 남섬에 갔을 때 생각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잖아!”신우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넥타이를 들고 마치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아람의 코를 풀도록 도와주었다. 신우에게 예쁨을 받을 여자는 아마 아람뿐일 것이다.“헛소리 좀 그만해!”아람은
유희도 따라서 흥분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 효정이가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정연보고 효정을 방으로 데려달라고 하고 혼자 남아서 소식을 들었다. 경주는 아람을 감싸안고 소파에 앉아 신우가 그날 서현과 만났던 모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서현이 무기를 숨기고 미인계로 유혹하려는 했지만 오히려 신우에게 당했다는 사실까지, 모든 일을 다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날 밤, 서현은 신우에게 뜨거운 키스를 해주었다. 마치 감전이 되는 듯했다. 키스는 깊었고 서현은 나지막하게 펑펑 울었다.‘이 여자가 날 죽이러 왔는데, 내가 울기도 전에 왜 먼저 우는 거야?’“대박, 너무 판타지 같아!”유희는 멍한 표정으로 들었다.“이게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왜 무협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지?”신우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유희를 쳐다보았다.“정말 나무가 많으면 마른 가지가 있고, 사람이 많으면 멍청이가 많네.”유희는 이를 악물며 꾹 참았다. 싸움으로 신우를 이기지도 못하고 아람의 친오빠이기도 하며 경주의 형님이다. 그래서 유희는 쉽게 건들지 못했다.“아이고, 미인계로 꼬시는데 안 넘어갔어?”아람의 기분이 좋아져 경주의 품에 기대며 신우에게 장난을 쳤다.“여자랑 하룻밤 보낸 건 오랜만이지? 얼마나 소중한 기회야.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소중한 거잖아.”“내가 여자가 없어? 여자가 꼬시면 내가 다 넘어가야 해?”말을 하며 유희를 비아냥거렸다.“내가 이유희야?”“저, 젠장!”유희는 화를 참아 얼굴이 붉어지며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 여자가 나랑 엄청 닮았잖아. 오빠가 예전에도 자주 말했었잖아. 이제 와이프를 찾으면 나 같은 여자를 찾겠다고. 그 당시 구진 오빠가 오빠를 변태라고 말했잖아. 친동생을 좋아한다고.”이 말을 듣자 경주는 마음속으로 질투했다. 하지만 티를 내지 못해 유희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유희와 경주는 마치 초롱불 같았다.“내가 지금까지 이런 모조품을 본 적이 없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자 신우는 수만 가지 감정이 들며 안도했다. ‘우리 오빠들이 한평생 추구하는 게 우리 아람의 행복이잖아.’그 행복의 기준은 다른 사람이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람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거다. 온갖 곤란을 겪으면서도 주저하지 않게 경주를 선택했다. 만약 아람이 사랑을 강제로 빼앗는다면 정말 인정이 있고 행복을 망치는 짓이다.“윤유성은 몰래 방조하고 이소희를 통제했어. 지난번 연회에서 우리가 이소희를 협박했었어. 하지만 이소희는 여전히 윤유성을 언급하지 않았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제 생각에는 윤유성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에요. 이소희는 그저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을 모르고 있어요. 누가 배후에서 아이디어를 주고 이용하는지 몰라요.”아람도 잠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희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릎에 놓고 있는 두 손은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경주야, 아람아, 미안해. 이소희가 이러는 건 다 내 탓이야. 내가 잘못 가르쳤어. 엄마가 내가 저 계집애를 너무 버릇없이 키웠어. 이젠 인간답지도 않아!”“유희야, 그런 말을 하지 마. 이 일은 너와 상관없어.”경주는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인간답게 살지 않고, 굳이 윤유성 그 자식에게 개가 되어야 해?”유희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러자 테이블에 놓인 찻잔이 깨져버렸다.“저렇게 윤유성을 따르고 싶으면, 윤유성 곁으로 차버려서 마음껏 아부를 떨게 할 거야!”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어떻게 유희를 위로해 줄지 몰랐다. 결국 이렇게 비열하고 뻔뻔한 동생이 있는 건 참으로 가문의 불행이다.“내가 심하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서현 씨의 모습만 봐도 윤유성은 품위가 있고 안목이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신우는 팔짱을 끼고 소파 쪽으로 느긋하게 기대었다.“네 동생의 비주얼로, 윤유성한테 가도 신발짝을 들게 하지도 못할 것 같아. 아부를 떨 기회도 없을 거야.”유희는 말문이 막혔다. 경주와 아람의 안
유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들어도 칭찬하는 말은 아니었다. 예전의 유희는 놀기 너무 좋아했다. 이제 올바른 길에 들어섰지만, 고정 관념은 없앨 수 없었다.“이미 천안 시스템으로 조사해 봤어. 천월당의 사장님이 바로 윤유성이야.”신우는 눈썹을 찌푸렸다.“천월당에 수없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성주의 많은 고위 임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천월당은 공개적으로는 클럽하우스지만 사실 권력과 성을 거래하는 장소야. 관료와 기업이 결탁하는 곳이야. 윤유성이 바로 여리꾼이야.”“천안 시스템? 설마, 이것을 조사하려고 비밀 요원 본부의 시스템까지 동원해서 확인했어?”아람은 눈을 부릅떴다.“대포로 모기를 날려버리는 것과 뭐가 달라? 오빠, 이런 일로 오빠의 사업까지 걸지 마. 그럴 가치가 없어!”“아람아, 너를 위해 하는 일 중에서 가치가 없는 일이 있어?”신우는 검고 촉촉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몸을 기울여 아람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걱정 마, 가끔 한 번씩 쓰는 건 문제가 없어. 그리고 나도 윤유성에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너희들을 도와서 빨리 문제를 해주고 싶어.”‘너가 아니라 너희들이라고 했어.’경주는 감동하여 순간 울컥했다. 아람도 눈시울을 붉히며 손가락을 신우의 손바닥에서 움츠렸다. “오빠, 너무 고마워.”“알아, 신경주가 윤유성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알기를 원하잖아. 아버지한테 신경주 저 자식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잖아. 그렇지 않으면 데릴사위는커녕, 첩도 못 해!”신우는 경주를 힐끗 쳐다보며 코웃음 쳤다. 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오빠!”“아, 우리 경주는 구아람 씨에게 일편단심이에요. 아람 아니면 장가도 안 갈 거예요. 첩을 해도 좋을 거예요, 하하!”유희는 입을 벌려 크게 웃으며 경주의 등을 두드렸다. 순간 조용해지고 어색해서 까마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람은 눈을 내리깔았다.“이유희, 참 분위기를 잘 띄우네, 다음부터는 하지 마.”유희는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
경주는 걱정이 되었다.“저 여자는 지난번에 수작을 부리지 못해서, 신우 도련님을 해칠 기회를 다시 찾을 거야. 윤유성의 손에 있어서 어떤 교활하고 악독한 수단을 쓸지 몰라. 그럼 우리도 피하지 못해.”아람이 입을 열기 전에 신우가 피식 웃었다. 준수한 미간 사이로 사악하고 건방진 미소를 지었다.“흥, 날 죽이려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악!”어둡고 습한 천월당의 지하에서 심장을 찢는 비명이 들려왔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부하들조차도 그 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지하실에서 벌어진 장면은 더욱 끔찍했다. 서현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몸 전체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으며, 버드나무처럼 가늘고 작은 몸에는 투명할 정도로 얇은 레이스 가운만 남았다. 새하얀 새틴은 거의 피가 섞인 비릿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때리다가 지친 유성은 돌아서서 소파에 나른하게 앉았다. 유성은 가죽 채찍을 우 비서에게 무심코 던지고 와인잔을 들고 원샷했다.“윤, 윤 사장님. 저.”우 비서는 채찍을 들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왜, 못 때리겠어?”유성은 잔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금테 안경의 렌즈에는 핏방울이 묻어 있었다. 눈빛에는 끔찍할 정도로 가혹한 기운이 있었다.“아니면 서현과 같은 처지가 되고 싶어?”우 비서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그저 채찍을 들고 이를 악물고 상처 투성으로 된 서현의 앞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서현 씨, 참아주세요. 윤 사장님의 명령은 저도 어쩔 수 없어요.”서현은 힘겹고 허약하게 숨을 쉬며 무거운 눈을 들었다.“저를 봐주지 마세요. 죽도록 때려요. 차라리, 차라리 저를 때려 죽어요. 어차피 제 목숨도 비천해요.”그 말이 유성의 귀에 들어가자 갑자기 용의 비늘을 건드린 것처럼 격렬하게 화를 냈다. 유성은 성큼성큼 다가가 우 비서를 밀어버리고 서현의 목을 잔인하게 졸았다. “백인우에게 감정이 생겼나 보네.”유성은 적대적이고 광포한 눈빛으로 손에 힘을 계속 주었다.“이렇게 부정적인 방식으로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경주는 걱정이 되었다.“저 여자는 지난번에 수작을 부리지 못해서, 신우 도련님을 해칠 기회를 다시 찾을 거야. 윤유성의 손에 있어서 어떤 교활하고 악독한 수단을 쓸지 몰라. 그럼 우리도 피하지 못해.”아람이 입을 열기 전에 신우가 피식 웃었다. 준수한 미간 사이로 사악하고 건방진 미소를 지었다.“흥, 날 죽이려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악!”어둡고 습한 천월당의 지하에서 심장을 찢는 비명이 들려왔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부하들조차도 그 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지하실에서 벌어진 장면은 더욱 끔찍했다. 서현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몸 전체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으며, 버드나무처럼 가늘고 작은 몸에는 투명할 정도로 얇은 레이스 가운만 남았다. 새하얀 새틴은 거의 피가 섞인 비릿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때리다가 지친 유성은 돌아서서 소파에 나른하게 앉았다. 유성은 가죽 채찍을 우 비서에게 무심코 던지고 와인잔을 들고 원샷했다.“윤, 윤 사장님. 저.”우 비서는 채찍을 들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왜, 못 때리겠어?”유성은 잔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금테 안경의 렌즈에는 핏방울이 묻어 있었다. 눈빛에는 끔찍할 정도로 가혹한 기운이 있었다.“아니면 서현과 같은 처지가 되고 싶어?”우 비서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그저 채찍을 들고 이를 악물고 상처 투성으로 된 서현의 앞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서현 씨, 참아주세요. 윤 사장님의 명령은 저도 어쩔 수 없어요.”서현은 힘겹고 허약하게 숨을 쉬며 무거운 눈을 들었다.“저를 봐주지 마세요. 죽도록 때려요. 차라리, 차라리 저를 때려 죽어요. 어차피 제 목숨도 비천해요.”그 말이 유성의 귀에 들어가자 갑자기 용의 비늘을 건드린 것처럼 격렬하게 화를 냈다. 유성은 성큼성큼 다가가 우 비서를 밀어버리고 서현의 목을 잔인하게 졸았다. “백인우에게 감정이 생겼나 보네.”유성은 적대적이고 광포한 눈빛으로 손에 힘을 계속 주었다.“이렇게 부정적인 방식으로
유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들어도 칭찬하는 말은 아니었다. 예전의 유희는 놀기 너무 좋아했다. 이제 올바른 길에 들어섰지만, 고정 관념은 없앨 수 없었다.“이미 천안 시스템으로 조사해 봤어. 천월당의 사장님이 바로 윤유성이야.”신우는 눈썹을 찌푸렸다.“천월당에 수없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성주의 많은 고위 임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천월당은 공개적으로는 클럽하우스지만 사실 권력과 성을 거래하는 장소야. 관료와 기업이 결탁하는 곳이야. 윤유성이 바로 여리꾼이야.”“천안 시스템? 설마, 이것을 조사하려고 비밀 요원 본부의 시스템까지 동원해서 확인했어?”아람은 눈을 부릅떴다.“대포로 모기를 날려버리는 것과 뭐가 달라? 오빠, 이런 일로 오빠의 사업까지 걸지 마. 그럴 가치가 없어!”“아람아, 너를 위해 하는 일 중에서 가치가 없는 일이 있어?”신우는 검고 촉촉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몸을 기울여 아람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걱정 마, 가끔 한 번씩 쓰는 건 문제가 없어. 그리고 나도 윤유성에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너희들을 도와서 빨리 문제를 해주고 싶어.”‘너가 아니라 너희들이라고 했어.’경주는 감동하여 순간 울컥했다. 아람도 눈시울을 붉히며 손가락을 신우의 손바닥에서 움츠렸다. “오빠, 너무 고마워.”“알아, 신경주가 윤유성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알기를 원하잖아. 아버지한테 신경주 저 자식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잖아. 그렇지 않으면 데릴사위는커녕, 첩도 못 해!”신우는 경주를 힐끗 쳐다보며 코웃음 쳤다. 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오빠!”“아, 우리 경주는 구아람 씨에게 일편단심이에요. 아람 아니면 장가도 안 갈 거예요. 첩을 해도 좋을 거예요, 하하!”유희는 입을 벌려 크게 웃으며 경주의 등을 두드렸다. 순간 조용해지고 어색해서 까마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람은 눈을 내리깔았다.“이유희, 참 분위기를 잘 띄우네, 다음부터는 하지 마.”유희는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자 신우는 수만 가지 감정이 들며 안도했다. ‘우리 오빠들이 한평생 추구하는 게 우리 아람의 행복이잖아.’그 행복의 기준은 다른 사람이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람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거다. 온갖 곤란을 겪으면서도 주저하지 않게 경주를 선택했다. 만약 아람이 사랑을 강제로 빼앗는다면 정말 인정이 있고 행복을 망치는 짓이다.“윤유성은 몰래 방조하고 이소희를 통제했어. 지난번 연회에서 우리가 이소희를 협박했었어. 하지만 이소희는 여전히 윤유성을 언급하지 않았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제 생각에는 윤유성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에요. 이소희는 그저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을 모르고 있어요. 누가 배후에서 아이디어를 주고 이용하는지 몰라요.”아람도 잠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희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릎에 놓고 있는 두 손은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경주야, 아람아, 미안해. 이소희가 이러는 건 다 내 탓이야. 내가 잘못 가르쳤어. 엄마가 내가 저 계집애를 너무 버릇없이 키웠어. 이젠 인간답지도 않아!”“유희야, 그런 말을 하지 마. 이 일은 너와 상관없어.”경주는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인간답게 살지 않고, 굳이 윤유성 그 자식에게 개가 되어야 해?”유희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러자 테이블에 놓인 찻잔이 깨져버렸다.“저렇게 윤유성을 따르고 싶으면, 윤유성 곁으로 차버려서 마음껏 아부를 떨게 할 거야!”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어떻게 유희를 위로해 줄지 몰랐다. 결국 이렇게 비열하고 뻔뻔한 동생이 있는 건 참으로 가문의 불행이다.“내가 심하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서현 씨의 모습만 봐도 윤유성은 품위가 있고 안목이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신우는 팔짱을 끼고 소파 쪽으로 느긋하게 기대었다.“네 동생의 비주얼로, 윤유성한테 가도 신발짝을 들게 하지도 못할 것 같아. 아부를 떨 기회도 없을 거야.”유희는 말문이 막혔다. 경주와 아람의 안
유희도 따라서 흥분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 효정이가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정연보고 효정을 방으로 데려달라고 하고 혼자 남아서 소식을 들었다. 경주는 아람을 감싸안고 소파에 앉아 신우가 그날 서현과 만났던 모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서현이 무기를 숨기고 미인계로 유혹하려는 했지만 오히려 신우에게 당했다는 사실까지, 모든 일을 다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날 밤, 서현은 신우에게 뜨거운 키스를 해주었다. 마치 감전이 되는 듯했다. 키스는 깊었고 서현은 나지막하게 펑펑 울었다.‘이 여자가 날 죽이러 왔는데, 내가 울기도 전에 왜 먼저 우는 거야?’“대박, 너무 판타지 같아!”유희는 멍한 표정으로 들었다.“이게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왜 무협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지?”신우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유희를 쳐다보았다.“정말 나무가 많으면 마른 가지가 있고, 사람이 많으면 멍청이가 많네.”유희는 이를 악물며 꾹 참았다. 싸움으로 신우를 이기지도 못하고 아람의 친오빠이기도 하며 경주의 형님이다. 그래서 유희는 쉽게 건들지 못했다.“아이고, 미인계로 꼬시는데 안 넘어갔어?”아람의 기분이 좋아져 경주의 품에 기대며 신우에게 장난을 쳤다.“여자랑 하룻밤 보낸 건 오랜만이지? 얼마나 소중한 기회야.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소중한 거잖아.”“내가 여자가 없어? 여자가 꼬시면 내가 다 넘어가야 해?”말을 하며 유희를 비아냥거렸다.“내가 이유희야?”“저, 젠장!”유희는 화를 참아 얼굴이 붉어지며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 여자가 나랑 엄청 닮았잖아. 오빠가 예전에도 자주 말했었잖아. 이제 와이프를 찾으면 나 같은 여자를 찾겠다고. 그 당시 구진 오빠가 오빠를 변태라고 말했잖아. 친동생을 좋아한다고.”이 말을 듣자 경주는 마음속으로 질투했다. 하지만 티를 내지 못해 유희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유희와 경주는 마치 초롱불 같았다.“내가 지금까지 이런 모조품을 본 적이 없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신우보다 빠르진 않았다. 신우의 손은 문을 맹렬히 움켜쥐고 있었다. 효정은 젖 먹는 힘까지 다 썼지만 문을 완전히 닫을 수 없었다. 항상 자신과 친했었던 아람이 귀신을 본 듯 놀라며 겁에 질려 저항을 한다. 그 모습을 보자 신우는 한숨을 쉬며 씁쓸하게 웃으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날 피하지 마. 난 널 데려가려고 온 게 아니야.”경주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람도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응? 오빠, 오빠가.”“처음부터 너희 둘을 갈라놓을 생각은 없었어.”신우는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함께하지 못하는 눈앞의 두 연인을 바라보자 마음이 매우 아팠다.“너를 찾은 건, 네가 안전한지 확인하려는 거야. 아프고 다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어. 걱정하지 마.”간단한 말들인데 아람의 가슴에 꽂혔다. 경주도 감동하여 목이 막히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아람의 가족 중 여전히 경주의 편에 서려는 사람이 있고, 믿어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다.“오빠!”아람은 신우를 안았다. 신우도 바로 깊고 다정한 포옹으로 응답하며 아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바보야, 넌 정말 바보야. 도망치려고 어떻게 5층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어? 네가 추락해서 다치면 어떡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겠어? 오빠가 차라리 머리를 밀고 스님이 될 거야!”“아람아, 너!”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라 몸이 심하게 떨렸다.“나 괜찮잖아. 5층일 뿐인데.”아람은 콧물을 흘렸다. 그러자 킁킁거리며 콧물을 신우의 블랙 셔츠에 문질렀다. “내가 널 모를 것 같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누가 말릴 수 있겠어? 5층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번 남섬에 갔을 때 생각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잖아!”신우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넥타이를 들고 마치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아람의 코를 풀도록 도와주었다. 신우에게 예쁨을 받을 여자는 아마 아람뿐일 것이다.“헛소리 좀 그만해!”아람은
유희는 아람의 넷째 오빠인 신우가 나타나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은 유희를 살아있는 저승사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신우를 만나자 순간 겁쟁이가 되었다. 게다가 아람의 친오빠이기에 건들 수가 없었다.“이 도련님, 죄송해요.”정연은 숨을 헐떡이며 유희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자책감이 가득 들었다. 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함부로 하지 마세요! 구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어떻게 여자를 때리는 것 같은 품위 없는 짓을 해요?”“그래서? 내가 여기 서서 이 여자가 날 때려 죽게 내버려두어야 해?”신우는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내가 그렇게 비천해?”이 말은 유희를 어이없게 했다. 유희는 정연의 성격과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유희을 따른 한 정연의 눈에는 유희만 보일 것이다. 누가 유희를 건드리려고 하면 정연은 무자비하게 끝까지 죽여버릴 것이다.“하지만 네 말이 맞아. 난 여자를 때리지 않아.”신우는 소탈하게 정연의 손을 놓아주며 사악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예쁘니, 네가 여자라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네 손을 부러뜨렸을 테니까.”“나쁜 자식!”천성적으로 강인한 성격을 가진 정연은 이런 굴욕을 참을 수 없었다. 사납게 신우를 바라보며 주먹을 날려 다시 싸우려 했지만 유희는 단호하게 말렸다.“정연아, 함부로 하지 마. 이 사람은 구아람 씨 친오빠야!”정연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치웠다.‘친오빠?’ 이 방탕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야생 늑대처럼 거칠고 버릇이 없는 남자가 구아람 씨의 친오빠야? 구씨 가문의 도련님?’신우는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하는 정연을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뱉었다. 그러나 유희를 보는 눈빛은 엄청 차가웠다.“아람과 신경주가 여기에 있지?”...방은 너무 아늑했다. 아람은 경주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마음이 아파서 얼굴을 잡았다.“누가 감히 널 때려? 빨리 말해!”“널 찾으러 가는 길에 내가 넘어졌어.”경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경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아람아.”“농담이야, 겁먹은 거 좀 봐.”아람은 경주의 얼굴을 꼬집었다. 수척해진 얼굴은 잘 잡히지도 않아 아람의 가슴이 아파 났다.“너 살이 너무 빠졌어. 일부러 가슴 아프게 하는 거야?”경주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젯밤의 얼룩덜룩한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람과 손깍지를 끼고 잠시 침묵했다. 생각 끝에 경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아람의 입술을 덮치며 달콤하고 깊은 키스를 했다. 그동안의 아람의 억울함과 아픔은 경주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남은 인생 몸을 산산조각 내어 빚을 갚을 것이다....잠에서 깨어난 효정은 경주와 아람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 예쁘고 청순한 얼굴에는 설레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유희가 뒤에서 껴안았다.“우리 예쁜 와이프, 새언니와 둘째 오빠에게 둘만의 시간을 좀 주자. 둘이 힘들게 만나잖아.”“음, 근데 새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효정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대했다.“나는 안 보고 싶어?”유희는 효정을 자신과 마주 보고 돌려놓으며 억울한 표정으로 효정을 바라보았다.“남편이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어. 나는 안 보고 싶어?”“음, 여보는 매일 볼 수 있잖아.”효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희는 씁쓸하게 입을 삐죽 내밀며 속상해했다.‘큰일 났어, 큰일 났어. 난 아직 좋아서 너무 설레는데, 여보는 날 너무 편하게 생각해!’그러자 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큰 손으로 효정의 허리를 잡고 올라탔다. 사납게 효정의 입술에 키스하며 따뜻하게 혀를 얽혔다. 강력한 키스에 효정은 유희의 품에서 녹아내릴 듯했다. 한참 지난 후, 효정의 눈물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두 사람의 입술은 서서히 서로를 떠났다.“말 들어. 나중에 오빠와 새언니를 만나자, 응?”유희는 손끝으로 키스하여 촉촉해진 효정의 입술을 만지며 효정의 수줍어하는 모습과 열정적인 반응에 만족스러워했다.“그, 그래.”키스에 효정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이 나른해지며 얌전해졌다.“
그 순간, 아람의 발은 멍이 들었고 상처투성이었고 피와 마른 오물이 뒤섞여 있었다. 그것을 보자 경주의 가슴이 부서질 듯 아팠다.“아람아,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봐, 내가 도대체 너에게 무엇을 줬어?”경주는 눈을 감고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목구멍에서 억누르기 힘든 신음이 흘러나왔다. 핸드폰이 진동했다. 서 비서가 전화 왔다. 경주는 눈물을 닦고 창문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아저씨, 할아버지는 어때요?”“신 선생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저 구아람 씨를 걱정하셔서 늦게 주무셨어요. 도련님, 구아람 씨를 찾으셨어요? 신 선생은 잠들기 전에도 계속 물어보셨어요.”서 비서는 매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찾았어요. 할아버지가 깨어나시면 알려드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람이 곁에 계속 있을 거예요.”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몰랐다. “도련님, 죄송해요.”서 비서는 마음속 깊이 죄책감을 느끼며 씁쓸하게 말했다.“제 탓이에요. 구아람 씨가 유산한 사실을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예요.”“아저씨와 상관없어요. 오늘의 일은 모두 저 때문이에요.”경주는 침묵하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3년 전의 크리스마스에 경주는 프로젝트 점검을 위해 M 국에 출장 중이었다. 시차가 있어 교통사고가 났을 때 M 국은 낮이어서 전화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아저씨, 전에 아람이 저한테 전화했다고 하셨죠? 하지만 전 받지 못한 것 같아요.”경주는 순간 긴장되었다.“네, 구아람 씨가 바로 도련님께 연락했어요.”서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지금 신 선생도 괜찮으시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때 그룹에서 도련님의 지위가 불안정했어요. 수시로 출장을 다니셨고 매일 너무 바빠서 밥도 챙겨 드시지 못했어요. 일부러 전화를 안 받은 것도 아닐 거예요.”갑자기 경주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으며 어깨가 떨렸다. 기억이 났다. 그날 경주는 신씨 그룹 M국 지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김은주가 소
‘애정 도피.’경주는 아람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한없이 아팠다.“나도 아람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유희야, 난 그렇게 이기적일 수 없어. 아람의 가족은 나와는 달라. 난 아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지만, 아람이 나를 위해 가족에게 등을 돌린다면, 내 마음이 편하겠어? 가족들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곁에 있을 수도 없으면 아람이 정말 즐겁게 살고, 행복할 수 있겠어?”경주는 고통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쉰 목소리고 말을 이어갔다.“나는 이미 아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갔어. 심지어 아람을 망칠 뻔했어. 유희야, 더는 아람을 해칠 수 없어. 더는 아람을 잃게 할 수 없어. 절대 안 돼.”“이 모든 건 네 생각이야. 아람이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지 않아?”유희는 아람의 모습을 보자 짐작이 가서 눈썹을 찌푸렸다.“오늘 밤 밖에 비바람이 휘몰아쳤어. 아람은 너 찾으러 가겠다고 도망쳐서 엄청 많은 고생을 했을 거고 많이 힘들었을 거야. 물론 가족은 중요해. 하지만 지금 아림이는 너를 더 소중히 생각하고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해.”“하지만 네가 아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손을 놓아버리면, 오늘 밤보다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경주,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며 경주의 가슴을 내리쳤다. 경주는 아람이 아이를 언급하며 구해달라고 부탁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열이 나서 횡설수설한 것이지만 그것은 아람이 마음속에 억눌린 것이다. 해맑은 미소 속에 숨겨져 있고, 살짝만 건드려도 아픈 상처이다.‘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구아람. 도대체 어떻게 매일 증오스러운 나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나올 수 있어? 어떻게 여전히 나한테 잘해줄 수 있어?’절친인 유희 앞에서 경주는 마침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악의적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경주야, 뭐 하는 거야!”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손을 붙잡았다.“제발 남자답게 정신 차려! 자해가 소용 있다면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