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13화

Author: 류한나
그러나 협회의 사람들한테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명진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들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어떻게든 되겠죠 뭐.”

그녀의 모습을 보니 예상대로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어요. 내가 이미 생각해 둔 게 있거든요. 추천서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내가 써줄게요.”

“정말요?”

그녀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인명진을 찾아오려고 했었다. 그의 실력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것이었고 협회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도 인명진 한 사람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한테 너무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많이 도와준 사람한테 추천서까지 써달라고 한다면 너무 뻔뻔스러울 것 같았다.

그녀는 기뻐하다가 이내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요?”

그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한때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으니 우리도 친구 아닌가요? 이런 사소한 일은 별거 아니에요.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제야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추천서를 써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남아서 인명진을 돌봤고 가사 도우미의 일도 발 벗고 나서서 했다.

주방 밖, 가사 도우미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가려는 그녀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직접 하시게요?”

은서우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인명진이 아직 아프고 위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그녀 또한 함부로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은서우의 가는 손가락을 보면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은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한마디 한 것이었다.

“제가 할게요. 아가씨처럼 젊은 사람은 기름기가 많은 주방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은서우는 머리를 묶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이런 일에 익숙하거든요.”

그 말 한마디에 어린 시절의 억울함과 수많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 일들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말해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4화

    인명진은 눈 깜짝할 사이 죽 두 그릇을 먹었다. 배가 부르고 나서야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았다.“죽 맛있네요.”가사 도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서우 씨가 만든 거예요. 전 영양사라는 사람이 이런 방법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오늘은 서우 씨가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은서우는 어색하게 웃었다.“이건 그저 보통 가정집에서 먹는 방법이에요.”“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별로였거든요. 입맛이 없으면 이런 죽을 만들어 먹었죠. 그래서 한번 만들어 본 건데 뜻밖에도 입맛에 잘 맞았나 보네요.”가사 도우미는 겸손하다고 연신 그녀를 칭찬했다.인명진은 테이블 위에 놓은 음식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5성급 호텔의 요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만들어준 사람의 마음이 잔뜩 들어있는 음식들이었다. 은서우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고마워요.”그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그녀가 급히 입을 열었다.“별거 아니니까 고마워할 것 없어요.”인명진이 자신을 도와준 데에 비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일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대학원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이틀 후, 몸이 괜찮아진 인명진은 경성으로 돌아갔다.경성 쪽에는 아직 많은 일들이 그가 처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떠나기 전에 그는 자신의 노트를 은서우에게 건넸다. “이건 그동안 내가 적어두었던 노트예요. 내 생각들도 적어두었으니 시간 되면 한번 봐 봐요.”의사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내어주면서도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깃털처럼 가벼운 물건도 아닌데 말이다. 은서우는 깜짝 놀랐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렇게 중요한 걸 나한테 그냥 주는 거예요? 안 돼요. 이건 받을 수가 없어요.”말을 하면서 그녀는 노트를 돌려주려고 했다.그러나 인명진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막아섰다.“대학원에 들어가겠다면서요? 그냥 해본 소리입니까? 아니라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5화

    무슨 이유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문 앞에 있다고 하니 한 번은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은서우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준서는 사무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은서우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창턱에 있는 화분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박사님, 그건 제가 키우고 있는 화분이에요. 떨어뜨리지 마세요.”그러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화분이 창턱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은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도 실내 쪽으로 떨어졌고 창문 밖으로 떨어진 게 아니었다. 아니면 화분이 떨어져서 사람을 다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화가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박사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은서우는 벌컥 화를 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화분이 떨어졌으니 이건 일부러 그런 것이 틀림없다.이준서는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얼마예요? 내가 배상해 줄게요. 원하는 만큼 배상해 줄 테니까 말만 해요.”은서우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어쩐지 성격이 차분한 인명진도 싫은 티를 팍팍 내더라니. 정말 꼴 보기 싫은 인간이야.’“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살 거예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더 이상 긴말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방금 당신을 찾아간 사람이 이미 명확하게 말했을 거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이준서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를 내밀었고 검은색 귀걸이가 살짝 빛을 반짝였다.은서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신 선생님께서 저를요? 왜죠?”그녀는 자신이 신석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고 이준서와도 몇 마디 얘기를 나눈 게 다였다고 생각했다. 이준서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별일은 아니고요. 그냥 단순히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어쨌든 엄청난 수술을 성공시켰고 이제는 유명인이 되었잖아요. 안 그래요?”그의 입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 같아 은서우는 그냥 포기하고 솔직하게 말했다.“그럼 돌아가서 전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6화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인명진을 향해 환하게 웃던 모습, 얼마나 순수하고 밝았는지 모른다.그러나 이준서 그를 향한 그녀의 얼굴은 차갑기만 했다. 차 키를 누르던 그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쳐다보았다.“좀 웃으면 안 됩니까? 무뚝뚝한 얼굴이 얼마나 보기 흉한지 모르죠?”은서우는 그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전 의사이지 웃음을 파는 여자가 아니에요. 웃는 여자가 보고 싶다면 술집에 가서 찾아봐요. 돈 주면 실컷 볼 수 있을 테니까.”말문이 막힌 그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인명진을 제외하고 그를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사람은 은서우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아마 자신이 이준서의 마음속에 이미 인명진과 같은 혐오스러운 사람이 되었다는 걸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아도 상관없었다. 전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니까. 다만 서로에게 싫은 사람 일뿐. 협회는 생각한 것과 거의 비슷했다.딱 봐도 일반인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전문적으로 접대하는 고급 클럽처럼 보였다. 인테리어는 거의 대리석으로 되어있었고 으리으리했다. 프런트 데스크에는 사무직처럼 정장 차림을 한 여성이 있었고 이준서가 건네준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 박사님, 어서 오세요.”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은서우는 온몸이 불편할 정도였다. 이준서가 잠시 잡담을 나누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재촉하기 시작했다.“신 선생님은 어디 계시나요?”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신석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녀의 말투에 다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은서우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냥 빨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끝내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이준서는 그게 습관이 되었는지 화를 내지 않았다.“뭐가 그리 급합니까?”은서우의 눈빛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직원과 이야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고급스러운 곳은 엘리베이터도 으리으리했다. 엘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7화

    그녀는 신석림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 인명진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를 폄하할 가능성이 더 컸으니까. 다행히 은서우는 남들보다 침착하고 잘 참는 성격이었다.“절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병원에 할 일이 남아서요. 빨리 말씀해 주시죠.”신석림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드는가 보군.”“네. 전 제가 하는 일이 좋거든요.”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주먹을 하도 꽉 쥐고 있어서 손바닥에 손톱이 박혀 있었다.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했다. 이 상황에서는 참아야 했으니까. 인명진도 자리에 없고 이 사람들은 그녀가 감히 미움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준서한테는 차갑게 대할 수 있지만 신석림 같이 신분이 높은 자에게는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신석림이 미심쩍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이렇게 보니까 낯이 익은데...”순간 멈칫했다.그녀가 묻기도 전에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어.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가 한 그 수술 나도 알고 있네. 잘했어. 인명진이 자네를 신경 써서 잘 가르쳤다는 생각이 드네.”“협회에서는 그 어떠한 인재도 낭비하지 않아. 특히 자네 같이 젊은 사람은 더더욱 말일세.”협회에 들어오라는 그의 뜻은 명확했다. 은서우는 한껏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풀었다. 그가 이렇게 말을 하니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오면서 그가 왜 자신을 만나자고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녀의 추측으로도 자신을 그의 사람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추측이 사실이 되자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녀는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었다.“신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만...”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예상대로라면 은서우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전 협회에 들어올 생각이 없습니다. 전 직업도 있고 그렇게 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8화

    그의 말을 들었지만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에게 저항하는 인명진이 있다고 생각하니 전혀 외롭지가 않았다. 돌아온 후, 이혜성은 협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은서우는 일부분을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혜성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세상에. 그래서 정말 거절했단 말이야? 너 진짜 대단하다. 존경심이 막 생겨.”그녀는 이혜성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그만해. 그만 놀려. 나 정말 긴장돼 죽는 줄 알았어.”은서우는 한숨을 내쉬며 겉옷을 벗더니 의자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 “왜 그래? 조금 전까지 내가 그렇게 칭찬했는데. 왜 갑자기 김이 빠진 거야? 들어올 때 그 패기는 다 어디 갔냐?”“패기는 무슨.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어.”은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자신을 비웃었다. 옛날 사람들이 툭 하면 무릎을 꿇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긴장이 안 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돌이켜 보니 아까 겉으로는 괜찮은 척 보였지만 사실은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날 저녁, 인명진은 이미 소식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퇴근 시간에 맞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도 별일 없었죠?”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서우는 전화를 받으며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했다.“뭐 늘 똑같죠. 당신도 병원에서 근무하니까 잘 알 거 아니에요?”매일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특히 이 병원에는 외과의사가 몇 명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교대로 당직을 설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툭하면 그녀를 외과로 불렀다. 그녀는 혼자 내과와 외과 사이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전화기 너머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잘못 들은 줄 알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누가 웃었어요?”웃은 사람이 인명진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서 주변에 있는 누군가 웃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19화

    인명진의 말에 은서우는 잠시 멍해 있다가 곰곰이 생각한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그냥 여기 있을래요.”이번에는 인명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건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그 당시 경성을 떠나온 건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 사람들이 날 뭐 어찌하겠어요? 죽이기라도 하겠어요? 그저 내가 귀찮아서 도망쳐 온 거예요.”가정은 한 사람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소씨 가문에 자란 그녀는 늘 일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귀찮아했다. 그러나 많은 일을 겪고 나니 이젠 두렵지가 않다. 귀찮은 게 뭐가 어때서?결국은 다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것인데.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침묵이 흘렸다.잠시 후,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당신의 마음을 저버린 건가요?”“아니요.”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웃음소리가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봄날의 바람처럼 따뜻하고 연인의 목소리처럼 다정했다.“그렇게 생각하다니 나도 기뻐서요.”이 일은 그렇게 지나갔고 인명진은 더 이상 전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얼마 후, 그녀는 시험을 마쳤다. 시험 당일 인명진은 추천서를 메일로 보냈다.성적이 나오기 전에 뭐 하러 이리 급히 보냈냐고 했더니 그가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르긴요. 언젠가는 쓰게 될 텐데.”그녀는 살짝 혀를 내둘렀다.왠지 모르게 인명진이 그녀보다 더 자신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가 다시 말길을 돌렸다.“요즘 많이 바빠요?”“왜 갑자기 그걸 물어요?”“그냥... 오랜만에 통화하는 거 같아서요.”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예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통화했었다. 두 사람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고 익숙하다 못해 그가 옆에 없어도 항상 곁을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게 점점 더 익숙해졌다. 그래서 연락을 안 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적응이 잘 안됐다. 오늘 이 전화도 그녀가 먼저 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20화

    한껏 조롱하고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은서우는 그제야 원장이 자리를 옮긴 뒤 병원에 자리가 하나 비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말인 즉 누군가 이 병원으로 온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펜을 깨물며 중얼거렸다.“누구일까?”그러나 이혜성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다. 이혜성은 병원의 소식통이었다. 병원의 소식이라면 그녀가 모르는 것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슴을 치며 내기를 걸었다. “내가 장담하는 데 분명 배경이 있는 사람일 거야. 그것도 엄청난 배경을 가진 사람.”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알아내지 못할 리가 없다. 은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가십거리에 대해 그녀는 대충 흘려듣고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오든 그게 그녀랑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윗사람들이니 누가 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니고.그런데 뜻밖에도 정말로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익숙히 알고 있는 사람.원장 취임식 날, 은서우는 원장 사무실에 물건을 건네주러 갔다. 마침 새로 온 원장의 얼굴이라도 좀 볼까 하고 문을 열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인명진 씨, 당신이 여긴 어떻게?”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너무 우스꽝스러웠던 건지 그가 환하게 웃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앞에서 이렇게 활짝 웃었고 얼굴의 차가움도 싹 사라져 버렸다. “놀랐어요? 서프라이즈해 주고 싶었는데. 당신 표정을 보니까 왜 경악하는 것 같지?”은서우는 손을 뻗어 가슴을 누를 뻔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던 그녀는 그의 말에 속으로 중얼거렸다.‘당연히 놀라지 어떻게 안 놀랄 수가 있겠어요?’정말 놀라서 죽을 지경이었다. “왜 여기로 온 거예요? 경성에 잘 지내고 있었잖아요. 왜 갑자기...”병원 사람들은 새로 온 원장이 분명 배경도 있고 실력도 있다고 추측했지만 그녀는 그 사람이 인명진일 줄 전혀 몰랐다.알았다면 분명히 그를 막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21화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정리 좀 하고 나서요.”그녀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그의 집에 도착해서 보니 그곳은 지난번에 그가 임시로 살던 집이었고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여긴 친구네 집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잠깐 빌려 쓴 거라고 하더니 왜 아직도 여기 살아요?”“친구한테서 샀어요.”그는 말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시선이 향했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인명진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녀 또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지난번 그 가사 도우미의 모습이 보였다. 두 번째 만남이라 가사 도우미는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다만 중간에 가스가 끊겼고 냉장고 안의 야채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가사 도우미는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아이고, 이를 어째요? 장 보는 것을 깜빡했어요. 죄송해요. 지금 바로 가서 사 올게요.”“아닙니다. 저희가 갔다 올게요.”이때, 인명진이 한마디 내뱉었다. 그 말에 가사 도우미는 물론 은서우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싫은 것은 아니었다. 장을 보는 것뿐이었고 예전에도 많이 했던 일이다. 다만 인명진과는 단둘이 장을 본 적이 없었다. 함께 장을 보고 식사를 하는 건 그녀의 기준에서 매우 사적인 일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심장이 저도 모르게 쿵쾅거렸다. 그녀의 표정 변화를 한눈에 알아본 가사 도우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얼른 갔다 오세요.”인명진은 외투와 차 키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마트로 가서 야채와 고기 그리고 과일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시간이 늦은 편이 아니라 아직은 세일을 하지 않아 가격이 좀 비쌌다.은서우는 혼자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조금 더 늦게 올걸.”인명진이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옆에서 할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대게를 판매하고 있었다

Pinakabagong kabanata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2화

    하지만 감동보다는 오히려 속이 울렁거렸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문지원은 당장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석훈도 뒤따라 들어오며 물었다.“속이 안 좋아?”“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세 끼 식사도 꽤 규칙적으로 하고 날것 이거나 차갑거나 매운 음식도 먹지 않았는데...”문지원은 배를 움켜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지석훈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방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가져왔다.문지원은 놀라며 물었다.“언제 산 거예요?”지석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문지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5분 후,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한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올려져 있었고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임신한 것이다!그녀와 지석훈이 결혼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임신하다니.지석훈은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하지만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면 그 역시 겉모습처럼 평온하지 않고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정말 임신한 거예요?”문지원은 아직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번 달 초에 생리가 끝났기 때문이다.“아마 생리가 끝난 후 며칠 사이일 거야.”지석훈의 목소리는 문지원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니 그녀의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가끔 틀릴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은 직접 검사를 받아보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검사지를 보고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의사는 마침 지석훈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축하합니다, 지 원장님. 부인께서 임신 2주 차입니다.”“감사합니다.”지석훈은 침착하게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병원 진료실을 막 나오자마자 지석훈은 문지원을 품에 안았다.“너무 좋아. 우리 아이가 생겼어.”문지원은 남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며 멍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1화

    물론 손에 있는 일을 무턱대고 모두 남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과한 부담을 주는 일이다.문지원은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올해 25살이죠?”비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나이는 모두가 다 아는데 문지원 회장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혹시 소개팅을 시켜주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비서는 고마웠지만 거절하며 말했다.“문 사장님, 저는 아직 젊어서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전 당신더러 결혼하라고 하는게 아니에요.”문지원은 펜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냥 평소에 잡다한 일들을 맡기고 싶어서요.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은 평소에 굳이 내게 제출하지 않아도 돼요.”비서는 그 뜻을 이해했다.이건 곧 그녀에게 승진과 급여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문지원이 그녀의 의견을 확인한 후 급여를 조금 올려줬고 비서에게 몇 명의 적합한 인재를 추가로 모집해서 예비 인력으로 두라고 지시했다.“평소에 내가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보고하면 돼요.”비서는 한숨을 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일정이 정리되자 문지원은 업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었다.예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되어도 일이 끝나지 않고 긴급 통지가 오면 또 회의를 위해 야근을 해야 했다.이제는 오후 4시 반쯤이면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비서가 몇 명을 더 찾아서 양성해 두었기에 업무가 적절히 분배되어 모두 바빠 죽을 정도가 아니라 적당히 딱 맞는 분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 덕에 문지원은 지석훈과 함께 결혼 후의 삶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지석훈도 이에 매우 만족해했다.“널 주려고 선물을 챙겨왔어. 들어가서 한번 봐.”그가 집 문 앞에 다가서더니 걸음을 멈췄다.문지원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어두컴컴했다.“뭐 숨겨놨어요? 아직 불도 켜지 않았네요, 수상하게.”탁! 하며 불이 켜지자 거실의 모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0화

    문지원은 이 주제가 다소 위험하다고 느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배석훈이 결혼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돼지가 뛰어다니 것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문지원은 그러면서도 반쯤 빚어놓은 만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에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희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아이를 가져야지. 평소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단다.”문지원은 잔소리를 듣고 나서 나오니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시어머니는 문지원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거의 마음을 쏟아붓는 수준이었다. 비록 문지원의 집안 사정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혼수 때 오랜 세월 모은 돈으로 집 한 채를 사서 선물해 주었다. 사실 지석훈도 자기 집이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희 집도 너희의 것이지만, 이건 내가 어른으로서 선물하는 거란다.”게다가 그 집에는 문지원의 이름도 함께 올려져 있었다.그래서 시어머니의 출산 독촉에도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만 했다. 다행히도 시어머니는 어린 이들에게 엄격하게 구는 편은 아니었다. 만두를 빚을 때 한 번 그런 말을 했고 또 떠나면서도 지석훈을 불러 몇 마디 잔소리했다. 문지원은 그 모자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돌아가는 길에 문지원은 약간 궁금해져 지석훈에게 물었다.“나갈 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요?”“정말 알고 싶어?”“네.”그러자 지석훈은 문지원의 머리를 숙이게 한 후 그녀의 흩어진 머리칼을 살며시 넘겨주며 귀 옆에서 낮게 속삭였다.“우리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하셨어.”남자의 낮고 진한 목소리는 얼굴을 붉히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해 문지원의 귀가 금세 붉어지고 말았다.저녁이 되자 지석훈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문지원의 머리를 받치고 이마를 맞대며 낮은 숨소리를 내쉬었다. 문지원은 마치 파도 속에 잠긴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9화

    그 눈빛 속에서 조용히 터져 나오는 그 소유욕. 마치 옛 시대의 군벌과 그의 부인 같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운 없는 사람이 되어 몰래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상상에 자극받아 목소리가 떨렸다.“지석훈 씨,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봐주세요.”지석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진작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진작가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그들은 여러 세트의 사진을 찍었고 찍은 사진들은 모두 문지원에게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문지원은 모든 사진에 다 만족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었다.“대략 며칠 안에 나오나요?” 그녀가 물었다.사진작가는 답했다.“빠르면 이삼 일정도 걸릴 겁니다. 그때 완성된 사진들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두 분께서 응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바로 아까 찍은 사진 중 몇 장이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사진관 벽에 걸어두고 싶습니다.”문지원은 사진관에 들어올 때 봤던 사진 벽이 생각났다.“그 벽에 걸어두시겠다는 건가요?”“네.”사진작가는 그 벽은 사진관의 특별한 기념 및 홍보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잘 나온 사진들은 사진 주인에게 동의를 구한 뒤 동의하면 벽에 전시한다고 한다..문지원은 옆에 있던 지석훈을 바라봤다. “저는 괜찮은데, 당신은요?” 지석훈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마음대로 하도록 해.”며칠 후 문지원은 사진작가가 보내온 사진을 받아 소중히 간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 사진관 벽에 전시된 사진들이 곧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간 것이다.잘생긴 남성과 아름다운 여인의 조합과 최상의 촬영 기술 덕분에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네티즌들은 저마다 아아 소리를 냈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마치 옛 시대의 군벌 부인 같다.”“완전 대박이다.”“3분 안에 그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싶다.” 하지만 이 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8화

    문지원은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하지만 웨딩 촬영은 이미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섬에서 몇 세트 찍었고 그 후 결혼식 현장에서 또 몇 세트 찍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이번 촬영은 개인 예약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사진관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물론 사진관 이름에 걸맞게 예약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이 정도면 지석훈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 예약을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웨딩사진만 찍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하지만 문지원 역시 이런 곳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랐다.“한번 보세요. 이건 저희가 예전부터 선보였던 스타일들이에요.”사진작가는 친절하게 앨범 한 권을 꺼내 보였다.앨범에는 이전 고객들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고 모두 아름다웠다.이 사진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말 최고였다.문지원은 그중에서도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요?”사진작가는 그녀가 가리키는 사진을 한 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됩니다. 먼저 메이크업하고 옷을 갈아입으세요. 직원들이 촬영 스튜디오를 설치할게요.”옷은 사진관에서 준비한 것으로 하고 지석훈의 요구에 따라 전부 새 옷이었다.사실 문지원은 소품용 옷을 입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입었다가 나중에 벗으면 되는 거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안에 옷을 받쳐 입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석훈은 직업병이 발동했고 그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급히 새 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원래 걸리던 시간에서 15분이 더 추가되었고 메이크업 등 기타 과정도 진행해야 했다.문지원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러나 결과는 확실했다.곧은 치파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쌌고 문지원은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마치 지난 옛 시대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7화

    결혼 후 문지원은 휴가를 내서 신혼여행을 갈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요즘 지석훈이 거의 계속 병원에 머무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본의 아니게 한숨이 나왔다. 비록 이미 익숙해졌긴 했지만 실망을 감추기는 어려웠다.비서도 그녀에게 물었다.“문 사장님, 신혼여행 가고 싶지 않으세요? 제 동창 중 한 명이 며칠 전에 결혼했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신혼여행 정보를 알아보며 준비 중이에요. 신혼여행이 없는 결혼은 반은 실패한 거랑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제대로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비서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문 사장님, 지 의사님이 일하시는 곳에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그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쨌든 문지원은 요즘 정신이 산만하여 업무에 집중할 기색도 없었다.문지원은 비서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와도 지석훈을 보지 못해 한참 혼란스러워했던 자신을 깨달으며 약간 부끄러워졌다.“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기획서 한 부 복사해 가져다주세요.”점심 무렵, 문지원은 막 일을 끝내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찰나, 핸드폰에 지석훈의 메시지가 떴다. 같이 밥을 먹자는 메시지에 문지원은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문지원은 재빨리 열쇠를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석훈은 그녀를 새로 오픈한 가게로 데려갔다.식사를 마친 후 문지원은 지석훈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병원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응?”지석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고의적으로 물었다. “내가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녀는 지석훈이 자신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길 바랐는데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업무에만 매달려 밤에야 겨우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지석훈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6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석훈은 항상 선을 지켰지만 오늘 밤엔 조금 달랐다. 그는 그녀를 침실에서 욕실로 다시 침대로 옮겨가며 몸 곳곳에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문지원은 여전히 몸속 깊이 스며든 감각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예상대로 휴가를 냈고 이틀이 지나서야 회사에 다시 나왔다.회사 사람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문지원이 출근하자 하나같이 말했다.“문 사장님, 결혼 축하드려요.’문지원은 무려 사흘이나 결근했지만 다들 그 사흘 동안 무얼 했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이 갔다.분명 부부 생활이 아주 좋았겠지, 아니었으면 일까지 내팽개치고 안 나왔을 리가 없다.문지원은 직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얼굴을 들 수도 없어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지난번에 당한 적이 있었던 터라 문지원은 이제 출근 전에 거울 앞에서 꼼꼼히 점검했다.몸에 키스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회사를 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흔적들을 들켰을 경우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문지원이 예상치 못했던 건 며칠 지나지 않아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이 회사로 배달됐다는 것이다.문지원은 처음에 여울이 보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물어보니 아니었다.택배 상자의 외관을 살펴봐도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아 더욱 수상했다.“이거 가져온 사람이 누가 보낸 건지 말했어요?”문지원이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로비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두고 바로 가버렸어요.”문지원은 뭔가 직감적으로 찜찜한 마음이 들어 그 택배를 챙겼고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브로치 하나와 축하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문지원은 축하 카드를 집어 들어보니 카드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결혼 축하해요.”글씨체는 아주 정갈하고 예뻐 여성의 필체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짐작이 갔다.문지원은 그 브로치를 지석훈에게 보여주자 그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브로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5화

    여울은 아직 최주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주하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문지원이 알기로 여울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일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괜히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게다가 얼마 전 지석훈이 슬쩍 귀띔하듯 말했다.“며칠 전에 여울 씨가 병원에 재검진받으러 왔는데 주하가 데리고 왔었어.”그 말을 듣고 문지원은 혀를 끌끌 찼다.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하던 여울이 은근히 비밀 많은 타입이었던 모양이었다.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다음 달 중순이 되었다.지석훈은 아예 와인 농장을 통째로 빌려 며칠에 걸쳐 그곳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놓았다.결혼식을 올릴 장소는 바로 거기였다.그 와인 농장은 웬만한 호텔 못지않게 컸고 내부에는 수년간 숙성된 고급 와인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고 결혼식 날 손님들이 오면 바로 꺼내어 대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들은 결혼 소식을 널리 알리진 않았다.이건 문지원이 원한 방식이었다.그녀는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그런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 초대해서 조용히 축하받는 걸 선호했다.행복은 굳이 남들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그런데 결혼식이 한창일 때 지석훈이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프러포즈했다.해변에서 했던 프러포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진중한 분위기였다.“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예전엔 내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렸던 순간이 많아. 이제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남은 인생... 너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그의 말이 끝나자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문지원은 무대 위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식이 끝날 무렵, 문지원은 멀리서 검은색 카이엔 SUV가 그녀의 친구 여울을 데리러 오는 걸 보았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예상대로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최주하였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4화

    문지원은 문득 자신이 계획에 철저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처음부터 계획한 거죠?”“응.”지석훈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실, 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오래전부터 숨겨온 것이었다....해변에서의 프러포즈 이후 문지원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가 생겼다는 점이었다.이 반지는 지석훈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의 휴대폰을 보다가 두 달 전에 이미 주문이 들어가 있었다는 구매 기록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지석훈의 부모님은 곧바로 혼인신고부터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지원은 우연히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를 붙잡고 타이르는 말을 듣게 되었다.“네 아빠랑 난 애초에 너한테 기대도 안 했어. 하루가 멀다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니 너 같은 애한테 누가 시집오겠나 싶었거든. 그런데 다행히 네가 능력 있어서 지원이 같은 좋은 아이를 데려왔으니 얼른 확실히 붙잡아야지. 빨리 혼인신고부터 해. 나중에 그 아이가 너 버리고 떠나버리면 그땐 어디 가서 울어도 소용없어!”문지원은 그 대화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신기한 건 지석훈이 워낙 점잖고 진지한 사람이어서 집안 분위기도 매우 조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퇴직해 한가로운 성격으로 매일 독서나 산책을 즐기는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호탕한 성격으로 남편에게 엄격하면서도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었다.두 분 모두 차분한 듯하면서도 내면에 장난기를 숨기고 있는 아들을 낳을 것 같진 않았는데 이게 바로 유전자의 신비인가 싶었다.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그녀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문지원도 안심했다. 확실히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문지원의 아버지는 지석훈과 따로 대화를 나눈 이후부터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