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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5화

Author: 류한나
그녀는 그렇게 공부가 하고 싶으면 학원을 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서우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고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밥 먹을 시간이에요. 건강 잘 챙겨요. 며칠 전에 위약 먹는 것을 봤어요.”

휴대폰 스피커를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전화 저편에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인명진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침묵했다.

은서우는 그 여의사가 떠난 뒤 밥을 잘 챙겨 먹는다고 해명하려고 하자 인명진이 말을 끊었다.

“서우 씨네 구내식당 카드 충전할 수 있어요? 내꺼로 하나 만들어요.”

인명진 명의로 충전하면 사용 내역이 실시간으로 명진한테로 전송되기에 서우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체크 할 수가 있었다.

인명진의 단호함을 느낀 은서우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구내식당 카드를 충전한 후 은서우는 시시각각 식사 여부를 체크하는 인명진이 있으니 밥을 제때 챙겨 먹었다. 혹시나 까먹으면 인명진은 전화로 알려주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은서우의 모습을 지켜보며 남자 친구가 챙겨 주는 건지 다들 궁금해 했다.

“은 선생님, 혹시 남자 친구세요? 아주 세심한 분인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도 맨날 제 끼니 걱정해 주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바쁠 때면 밥은커녕 물 마실 겨를도 없잖아요. 이러다 위병 날 것 같아요.”

“은 선생님, 어떻게 만난 남자 친구예요? 너무 궁금해요. 말해주세요.”

다들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며 서우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남자 친구 아니에요, 예전에 병원 원장님이세요.”

“원장님이라고요? 여자분이세요? 남자분이세요?”

그중 한 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느 원장이 매일 같이 직원 끼니를 챙긴단 말인가?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것이 분명했다.

더는 변명할 여지가 없던 서우는 결국 도시락을 안고 사무실로 피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다. 인명진이 은서우의 병원으로 온 것이었다.

그날, 서우는 금방 수술을 마치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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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연.”무거운 목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고 이내 은서우는 검은색 양복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걸어오는 것을 보게 보였다.꽁꽁 싸매고 있었지만 남자의 하얀 속눈썹과 눈을 보고 은서우는 한눈에 알아봤다. 백색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환자 김민재라는 것을. 김민재도 여기서 인명진과 은서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여긴 어떻게...”인명진도 김민재를 알아보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사과하라고 하세요.”김민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수연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은서우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내가 너무 제멋대로 굴었어요. 용서해 줘요.”그녀가 이렇게 빨리 사과할 줄은 몰랐다. 김민재도 평소 제멋대로 굴던 동생이 이렇게 빨리 사과할 줄은 몰랐다.“용서할게요. 하지만 성격 좀 고쳐요. 누구나 당신을 용서해 주는 건 아니니까. 여기저기서 이렇게 제멋대로 굴지 말고요.”말을 마치고 난 은서우는 바로 자리를 떴다.김민재가 그녀의 환자이긴 하지만 이 일은 김수연과 그녀 사이의 일이었고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니니까 그들과 더 접촉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인명진이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원장님, 감사합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나한테 고맙다고 해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방금 원장님께서 나서서 편들어 주셨잖아요. 다만 오랫동안 적어두었던 노트가 없어졌네요.”그녀는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메모했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노트가 이렇게 허무하게 없어져서 그녀는 화가 났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수심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인명진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노트가 없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서우 씨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니까. 기억나지 않는다면 나한테 문자 해요. 아니면 우리 집에 와요. 내가 따로 가르쳐줄게요.”그 말에 은서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정말이에요?”“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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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게 적어놓은 노트가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니?“나한테 왜 이래요? 그쪽이랑 원수를 진 것도 아닌데.”그녀는 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화가 나기도 했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부자들은 이렇게 돈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자리 하나 때문에 돈을 쓰고 그녀의 성과를 망가뜨려 놓다니. 찾아가서 따지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적은 노트는 이미 사라졌고 이 세상에 똑같은 건 없으니까. 그러나 말로라도 그 여자를 혼내줘야 할 것 같았다. 김수연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김수연도 도망갈 생각이 없었으니까.힘들게 적어두었던 노트가 망가진 것을 보고 화를 벌컥 내는 은서우의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수연을 보고 그녀는 물 한 잔을 들어 김수연을 향해 뿌렸다. “아악.”비명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그곳에는 인명진을 숭배하는 사람들, 업계의 유명 인사들 그리고 강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소리를 들은 인명진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소란을 피우는 주인공이 은서우일 줄은 몰랐다. 김수연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은서우를 향해 달려들었고 바로 그 순간, 인명진이 성큼성큼 다가와 은서우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무슨 일이에요?”그가 품에 안긴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은서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맞은편의 김수연이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여자가 왜 난리를 치는 건지 모르겠네요. 다짜고짜 말도 없이 나한테 물을 뿌렸다고요.”인명진 앞에서 김수연은 애써 자신의 화를 억눌렀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한 남자는 인명진뿐이었다. 특별히 시간 내서 이 강의를 들으러 온 것도 인명진을 보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은서우가 제일 좋은 명당 자리를 차지했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게다가 인명진이 은서우를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02화

    김수연이 막 뭐라고 하려는 찰나, 밖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몸에 걸친 흰 가운이 그의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은서우는 노려보면서 화를 꾹 참으며 다른 자리에 앉았다. 같은 시각, 인명진의 시선이 무대 아래를 스쳐 지나갔다. 은서우는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잠시 멈추는 것 같았지만 또 단지 자신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세포 구조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건 제가 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 썼던 논문입니다. 다들 한번 보시죠.”그가 프로젝터를 켜고 화면을 클릭했다. 그는 의외로 강의에 능숙했다. 심지어 일부 대학의 교수들보다도 더 이해하기 쉽게 강의를 했고 무대 아래에 앉아 있는 은서우는 집중해서 들으며 가끔 펜을 들고 뭔가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혜성은 빼곡한 메모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은서우, 나중에 네가 승진하고 월급이 오르거나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난 절대 널 질투하지 않을 거야. 진심이야.”은서우처럼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 “노트 필요하면 빌려줄게.”그녀가 웃으며 말했다.“됐어. 난 지금도 좋아.”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는 이혜성은 정중히 거절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은서우는 깊은 여운이 남아 있었다. 바로 그때,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간호사가 그녀에게 노트를 빌려달라고 했다.은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은 간호사 아닌가요?”‘간호사의 평가도 이젠 이렇게 어려운 건가?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시대에 뒤처지기라도 한 건지.’간호사는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시선을 슬쩍 피했다. “부탁이에요. 은 선생님. 저한테 빌려주세요. 조금 있다가 돌려드릴게요.”“그래요. 빌려줄게요. 잊지 말고 빨리 돌려줘요.”은서우는 한마디 당부하며 간호사에게 노트를 넘겨주었다. 그 노트는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라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간호사는 눈빛을 반짝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01화

    시간이 거의 다 된 것을 발견하고 은서우는 이혜성에게 얼른 앉으라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여인이 거들먹거리며 은서우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그녀의 자리를 빤히 노려보았다. “일어나 봐요. 이 자리는 내가 앉을 거니까.”은서우는 눈살을 찌푸렸고 눈앞의 여자는 병원에서 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다만 명품 목걸이에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콧대가 높은 부잣집 아가씨인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 자리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다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트집을 잡으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이 자리를 원해서 이러는 것인지 은서우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옆자리를 짚으며 말했다.“저쪽에 빈자리가 있거든요. 앉고 싶으면 저쪽으로 가시죠.”말을 마치고는 더 이상 그 여자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난 꼭 이 자리에 앉아야겠어요. 그러니까 일어나요. 내 말 안 들려요?”말로는 부족한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고 기어코 강제로 자리에서 끌어올렸다.은서우도 화가 치밀어 올라 그 여자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내가 먼저 와서 앉은 자리예요. 주변에 자리가 그렇게 많은데 왜 나한테 이래요?”“난 딱 그쪽 자리가 마음에 들어요. 왜 양보를 안 해주지? 뭐 대단한 의사도 아니면서. 받아요.”그녀는 은서우의 손에 카드를 쥐여주었고 은서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여자는 팔짱을 낀 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 카드에 4천만 원이 있어요. 비밀번호는 없고요. 자리를 뺏지 않고 대신 살게요. 됐죠? 이 정도 금액은 그쪽 연봉만큼은 될 거니까 이거 받고 당장 꺼져요. 앞에서 얼씬거리지 말고.”카드를 쥐고 있던 은서우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차가운 촉감... 그녀가 이전에 가장 원했던 것이었다.예전에 돈이 없던 은서우라면 어쩌면 이 돈 받고 자리를 비켜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누군가 카드를 손에 쥐여주는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전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00화

    서우는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녀가 기억하기에 인명진은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술 안 마시지 않아요?”인명진은 절대적인 이성을 지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평소에 술을 가까이하지 않았고 권유를 받아도 거절하곤 했었다.예전에 경성 중심병원에 있을 적, 사람들이 일을 부탁하면서 술을 보내와도 인명진은 모두 돌려보냈다.인명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차분히 말을 꺼냈다. “새 병원으로 옮기고 난 후 아무 선물도 못 해줬네요.”“저한테 주는 선물이에요?”인명진은 놀란 서우의 표정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하고 다른 것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이터에게 손짓하려는 인명진을 서우는 황급히 막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이 함께 거리르 누비며 쇼핑한다면 커플이 데이트하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도 물론이고 인명진 성격에 이 와인보다 더 싼 선물을 살 리도 없었기에 서우는 선물을 환불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그날 마음에 상처를 입은 후, 서우는 인명진과 거리를 두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그녀는 더 이상 스스로 오해하고 싶지 않았다.인명진은 한참 동안 서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나한테 말해요.”서우는 가슴이 콩닥콩닥했지만 차분한 인명진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혼자 속으로 그저 이직 축하선물일 뿐이니 오바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였다.식사가 끝난 후, 인명진은 서우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 인명진은 문 앞에서 머뭇거리더니 자신 주소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요즘 친구의 집에 살고 있어요. 정원로 10번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요. 전화 걸어도 되고요.”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인명진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온 은서우는 온몸에 힘이 풀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비싼 와인이 담긴 쇼핑백이 놓여있었다.그녀는 와인을 꺼내 와인셀러에 넣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99화

    임명진은 서우랑 눈이 마주쳤고 서우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랐다.인명진은 뒷좌석에 앉으려는 그녀를 제지했다.“조수석에 앉아요, 그게 편해요.”서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괜히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따랐다.보통 조수석은 여자 친구 자리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임명진을 보니 그런 걸 따지는 사람 같지는 않아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다.차에 올라탄 후, 서우가 안전벨트를 하자 갑자기 눈앞에 핸드폰 하나가 나타났다.고개를 든 서우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임명진은 손을 운전대에 올려둔 채, 얼굴을 돌려 서우를 보며 말했다.“아직 식당을 알아보지 않았어요. 난 운전해야 하니까 서우 씨가 뭐 먹고 싶은지 찾아봐요.”서우는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그렇게 임명진은 운전하고, 은서우는 옆에서 핸드폰을 보며 식당을 찾았다.후보 세 곳을 골랐지만 서우는 선택 장애가 있는지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서우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스테이크, 생선구이, 회 중에 뭐가 좋아요?”세 곳 모두 평점이 꽤 높은 식당이어서 더 찾아보지 않았다.서우는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는 스타일이라 웬만한 건 다 잘 먹는 편이었다.임명진은 핸드폰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회는 기생충이 많아서 안 돼요. 그리고 생선구이에 쓰는 생선은 깨끗하지 못해요.”서우는 역시 의사라 그런지 음식을 선택할 때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자신을 반성한 뒤,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럼 스테이크 먹을까요?”임명진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겨우 대답했다.“그래요. 스테이크 먹어요.”서우는 인명진이 왜 뜸 들였는지 묻고 싶었지만 만약 그가 다른 걸 먹자고 했으면 속이 터졌을 것 같았다.그녀가 오랫동안 고민해서 고른 곳이니 거절 받고 싶지 않았기에 괜히 물어봤다가 기분만 상할 것 같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레스토랑은 쇼핑몰 3층에 있었고 인테리어가 꽤 고급스러운 데다가 잔잔한 음악도 흘러나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98화

    서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난 진짜 괜찮아. 너희끼리 가.”혜성은 아쉬운 표정을 거두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사람들이 다 떠난 후, 서우는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시작하려 자료를 꺼내 놓았지만 한참이 지나도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넋 놓고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밖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서우는 방금전의 실수를 떠올리며 혼잣말했다. “혼자 김칫국 마시긴. 착각하고 난리야.”서우는 잠깐이지만 인명진도 자신에게 관심 있다고 생각했다.그나마 이제라도 빨리 깨달았기에 너무 깊이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연애란 감정에 빠지는 건 서우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지금은 커리어에만 집중해야 할 때였다.보통 사람이라면 실연의 아픔을 먹거나 놀러 다니며 풀지만 서우는 가장 고문인 일에 몰두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통스럽기는 했으나 효과만큼은 대단했다.서우는 첫날 강연에 가지 않고 그 대신 메디컬 플랜을 완성했다. 밤샘 작업이었지만 지친 기색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완성 후, 서우는 무의식간에 인명진에게 전화를 걸어 플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통화가 끝난 후, 인명진에게서 돌아온 건 한마디 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밤샘 작업을 했단 말이죠?”인명진의 말투는 아무런 감정 기복 없이 담담했지만 서우는 오히려 자신이 사냥감이 된 듯한 위압감을 느꼈고 긴장하기 시작했다.“빨리 끝내고 싶어서요. 오늘 다른 일이 없으니까 하루 휴가 내고 쉬면 돼요.”“그럼 오늘의 강연은 미루는 걸로 해요.”전화기 너머로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낮은 소리라 서우는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왜요? 왜 연기해요? 삼 일 동안 하기로 했잖아요.”인명진은 평소 다망한 사람이었고 이번 병원 강연에 특별히 삼일 정도의 일정을 비워 두었다. 강연이 끝난 후, 바로 경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었으나 인명진은 스케줄을 바꾸려고 했다. “그렇긴 하지만, 어제 강연에 서우 씨는 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97화

    인명진의 대답을 들은 원장은 씰룩이는 입꼬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곧바로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원장은 감개무량한 듯 말을 이었다.“역시 제가 사람 보는 눈 하난 타고났단 말이죠. 처음부터 저는 인원장님이 우리 병원의 귀인이 될 분이라고 느꼈는데 지금 보니 역시 제 생각이 맞았어요.”인명진은 담담하게 받아쳤다.“원장님께서도 제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줬으니 이건 보답이라고 생각해 주세요."원장은 당황했다.그가 언제 인명진을 도운 적이 있다는 말인가?문득 은서우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이 눈에 들어오자 원장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인원장님도 참, 너무 겸손하시네요! 은 선생님도 전문가이신데 골칫거리라니요. 오히려 저희가 득을 본 셈이죠.”은서우는 두 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명진의 담담한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정말 그녀 때문일까?서우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너무나 달콤한 설렘이었지만 그녀는 이성의 끈을 꼭 붙잡고 있었다.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은서우는 원장실을 나서서야 조심스럽게 물었다.“원장님, 진짜 저 때문인가요?”말을 끝내자마자 후회가 밀려온 서우는 곧바로 덧붙였다.“아, 죄송해요. 제가 깜빡하고 실수했네요. 이젠 원장님이 아니신데...”인명진은 역시나 담담히 대답했다.“원장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하지만... 다른 호칭이 더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방금 서우 씨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맞다고 생각해도 좋아요.”여전히 차가워 보이는 그였지만 그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을 서우는 느낄 수가 있었다.은은하게 다가오는 그의 온기가 은서우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근데... 왜죠?”그 순간 인명진도 멈칫했다.왜일까?인명진 자신도 모르고 있다가 은서우의 그 한마디 물음이 그를 깨닫게 한 것이었다.서우 혼자만의 혼란스러움이 두 사람의 것이 되어버린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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