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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오렌지 좋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6 19:21:39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안경 쓴 여직원이 갑자기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저예요! 머리끄덩이를 잡은 저 미친년을 얼른 체포해서 조사해보세요.”

나는 피식 웃고 임지혜를 놓아준 다음 경찰 앞으로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울먹였다.

“맞아요! 저는 피해자 거든요.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호텔에 납치당했죠. 임지혜 씨가 직접 봤다고 하고, 안경 쓴 여자도 증인이에요.”

이에 임지혜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리고 경찰의 심문에 횡설수설했다.

“글... 글쎄요. 단지 대표님이랑 같이 출장 갔다는 것만 알고 나머지는 잘 몰라요.”

경찰은 정색하며 안경 쓴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피해자를 어디서 봤어요?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세요.”

말을 아끼는 임지혜 때문에 그녀가 선뜻 나섰다.

“우리도 지혜 씨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아마 지금 겁을 먹어 입을 닫고 있는 것 같아요.”

“지혜 씨! 경찰이 있는데 뭐가 두려워요? 용기 내서 다 밝혀요.”

하지만 내가 몸을 팔고 다닌다고 떠벌리던 임지혜는 안경 쓴 여직원을 노려보더니 더듬더듬 말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죠? 나랑 전혀 상관이 없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할 말이 뭐 있겠어요?”

나는 억울한 척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럴 리가? 증거로 보유한 녹음 파일에서 제가 체크인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고 했잖아요. 설마 출근 시간에 딴짓했다고 대표님의 오해라도 사서 잘릴까 봐 발뺌하는 거예요?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에요. 정 얘기하기 싫다면 대표님도 불러서 삼자대면해요. 어쨌거나 같이 출장 갔다고 확신한 이상 대표님이 가해자 중 한 명일지도 모르잖아요.”

경찰은 내가 제시한 증거를 확인하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임지혜를 훑어보았다.

“당시 출근하지 않고 호텔에 간 이유는 뭐죠? 당신도 공범입니까?”

집요한 추궁에 임지혜는 당황하며 즉시 반박했다.

“아니에요! 그날 휴가 내고 다른 남자랑 호텔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쳤어요. 저 여자가 저지른 더러운 짓거리에 가담한 적이 없어요.”

그러나 부인하기 급급한 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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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이어 문정식의 아내가 사람을 데리고 회사까지 찾아와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팼다.그제야 직원들도 대표님이 고작 데릴사위에 불과할 뿐, 회사 또한 장인어른 소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아내가 돌아가자마자 문정식은 나를 불러 씩씩거리며 말했다.“세린 씨! 이미 누명을 벗겨줬는데 대체 뭘 더 원하는 거야? 회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야 속이 후련해?”나는 콧방귀를 뀌었다.“영상을 도촬한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네가 아니면 누구겠어?”시퍼렇게 멍이 든 얼굴로 노려보는 문정식을 보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그때 탕비실에 직원이 몇 명밖에 없었고, 임지혜와 정시호 부부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지 않을 테니까 범인은 행여나 앙갚음이라도 당할까 봐 조마조마한 너뿐이겠지. 안 그래? 당장 해명 영상을 올려! 네가 나를 유혹하려다가 거절당해서 망신 주려고 가짜로 만들었다고.”나는 사원증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말했다.“이렇게 멍청한 상사는 제가 사양이거든요? 안녕히 계세요!”“품행 불량으로 해고당할 줄 알아! 감히 어떤 회사가 널 채용하는지 두고 보겠어.”뒤에서 길길이 날뛰는 문정식을 무시하고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남편 정오현이 뜬금없이 회사를 찾아왔다.그리고 다짜고짜 내 얼굴에 휴대폰을 던지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안세린! 하음의 담임 선생님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네가 이렇게 더러운 여자인 줄 평생 몰랐을 거야. 엄마가 되었다는 사람이 어쩜 이리 뻔뻔스러울 수 있어?”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자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전생에도 그는 설명 따위 듣지 않고 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유언비어를 완벽하게 대처했는데도 기어코 따지러 회사까지 찾아왔다.아무리 봐도 지능 아니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듯싶었다.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두 눈 크게 뜨고 자초지종을 제대로 검색해 봐. 대표님과 구매팀장이 남남 커플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지? 담임 선생님이랑 바람이라도 났어? 왜 이렇게

  •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   제6화

    “뭐죠? 왜 시호 씨가...”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한동안 잠자코 있던 안경 쓴 여직원이었다.이내 경악을 금치 못한 채 두 남자를 번갈아 보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나를 가리키던 손가락을 내려놓았다.반면, 정시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임지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우리 남편이 여긴 웬일이지? 경찰관님,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끝까지 확인해 봅시다. 안세린 이 여우 같은 년이 숨었다가 나중에 기어 나올 지도 모르잖아요.”그러나 면밀한 조사를 통해 경찰은 CCTV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또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호텔에 연락했고, 프런트 데스크 여직원이 전화를 받자마자 서둘러 말했다.“당시 손님이 여자 신분증을 가지고 와서 부부인 줄 알고 체크인해드렸어요. 그러나 남자 두 명이 같은 방에 들어서는 걸 목격하게 되었죠. 다음날 청소할 때 침대에 똥이 가득했는데 고약한 냄새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어요.”곧이어 임지혜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문정식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짐승 같은 놈아! 감히 내 남편을 건드리다니!”어차피 들통난 김에 문정식은 본모습을 드러냈다.“웃기지 마. 네 남편이 제 발로 찾아왔거든? 만약 내가 뒷바라지해주지 않았더라면 고작 5년 만에 대출 없이 집이랑 차를 살 수 있었을 거로 생각해?”정시호가 젊은 나이에 구매팀장 자리까지 오르게 된 이유가 노력이 아닌 대표님과 말 못할 관계를 유지한 덕분일 줄이야!행여나 오해라도 받을까 봐 문정식은 서둘러 해명했다.“나 때문에 성 취향이 바뀌었다고 오해하지 마. 저놈은 원래 게이였어. 그동안 남자를 얼마나 많이 만났으면 길거리 노점상 할아버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겠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탕비실에 있던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임지혜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여보, 이게 무슨... 사실이야?”정시호는 고개를 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사실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해? 단지 소소한 취

  •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   제5화

    눈물을 쏟아내는 와중에 동료들이 곧바로 문정식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고객사와 협상 중인 그는 상대방이 동의하기 직전 연락을 받게 되었고, 갑자기 아연실색하더니 담당자를 내팽개친 채 서둘러 회사로 복귀했다.탕비실은 어느새 발 디딜 틈이 없었다.비록 문정식은 직원들에게 얼른 돌아가서 일이나 하라고 호통쳤지만 그래도 몰래 다가와 입구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있었다.더군다나 내가 몸을 팔고 다닌다는 소문이 회사에 파다하다고 주장하면서 안경 쓴 여직원처럼 증인도 속출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다들 꿈쩍도 하지 않고 경찰이 자초지종을 밝히기만 잠자코 기다렸다.문정식이 웃으면서 경찰에게 인사를 건넸다.“경찰관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이 계집애가 가슴만 믿고 내 앞에서 설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끝까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성폭행은 더더욱 한 적이 없죠.”그러고 나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으름장을 놓았다.“세린 씨,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라고 월급을 주는 거지 이렇게 헛소리할 거면 해고당해도 내 탓하지 마.”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았는가?전생에도 경찰에 신고했을 때 문정식은 적반하장으로 해고를 운운하며 협박했었다.물론 지금은 직장과 목숨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한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나는 문정식한테 다가가 울먹이며 말했다.“대표님, 거래처 사장님들과 집단 성폭행할 때는 언제이고 지금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해고로 협박하는 거예요? 설마 그동안 회사 실적을 이런 식으로 쌓아 올렸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못마땅하게 훑어보았다.문정식의 얼굴에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몰래 훔쳤다.“아니야, 그런 적 없어.”“거짓말! 대표님 비서 임지혜 씨도 이미 인정했거든요? 대표님이 저를 호텔로 납치해서 사람들을 불러 집단 성폭행했다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고 발뺌하면 되겠어요?”이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문정식은 화들짝 놀랐다.“내가 널 언제 납

  •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   제4화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안경 쓴 여직원이 갑자기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저예요! 머리끄덩이를 잡은 저 미친년을 얼른 체포해서 조사해보세요.”나는 피식 웃고 임지혜를 놓아준 다음 경찰 앞으로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울먹였다.“맞아요! 저는 피해자 거든요.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호텔에 납치당했죠. 임지혜 씨가 직접 봤다고 하고, 안경 쓴 여자도 증인이에요.”이에 임지혜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그리고 경찰의 심문에 횡설수설했다.“글... 글쎄요. 단지 대표님이랑 같이 출장 갔다는 것만 알고 나머지는 잘 몰라요.”경찰은 정색하며 안경 쓴 여직원을 바라보았다.“피해자를 어디서 봤어요?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세요.”말을 아끼는 임지혜 때문에 그녀가 선뜻 나섰다.“우리도 지혜 씨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아마 지금 겁을 먹어 입을 닫고 있는 것 같아요.”“지혜 씨! 경찰이 있는데 뭐가 두려워요? 용기 내서 다 밝혀요.”하지만 내가 몸을 팔고 다닌다고 떠벌리던 임지혜는 안경 쓴 여직원을 노려보더니 더듬더듬 말했다.“그게 무슨 헛소리죠? 나랑 전혀 상관이 없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할 말이 뭐 있겠어요?”나는 억울한 척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럴 리가? 증거로 보유한 녹음 파일에서 제가 체크인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고 했잖아요. 설마 출근 시간에 딴짓했다고 대표님의 오해라도 사서 잘릴까 봐 발뺌하는 거예요?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에요. 정 얘기하기 싫다면 대표님도 불러서 삼자대면해요. 어쨌거나 같이 출장 갔다고 확신한 이상 대표님이 가해자 중 한 명일지도 모르잖아요.”경찰은 내가 제시한 증거를 확인하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임지혜를 훑어보았다.“당시 출근하지 않고 호텔에 간 이유는 뭐죠? 당신도 공범입니까?”집요한 추궁에 임지혜는 당황하며 즉시 반박했다.“아니에요! 그날 휴가 내고 다른 남자랑 호텔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쳤어요. 저 여자가 저지른 더러운 짓거리에 가담한 적이 없어요.”그러나 부인하기 급급한 나머

  •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   제3화

    하지만 난 전생에 대표님과 출장을 같이 간 적이 없었다.오히려 정시호가 사무용품 거래처 찾으러 지방으로 간다고 대표님을 따라갔었다.게다가 책상 위에 올려둔 신분증도 마침 그날에 잃어버렸다.당시 몸이 안 좋아서 병가를 내고 집에 갔다고 입이 아프도록 변명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나중에 회사 단톡방에 올라온 합성된 사진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하지만 대표님이 나를 부르더니 문란한 사생활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해고를 운운했다.비록 누군가 헛소문을 지어냈다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일이 없다는 대답만 들려왔다.“설령 내가 세린 씨를 믿어준다고 한들 어쩌겠어? 사람들이 문제 있다고 하면 그런 거지. 어쨌거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원인을 제공했으니까 소문이 생기지 않겠어? 이참에 다른 회사에 가서 착실하게 일이나 해.”구구절절 나를 위해 하는 소리인 것 같아도 결국에는 해고를 통보한 셈이었기에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하지만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바람에 경찰은 직원들한테서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게다가 급하게 병가를 냈기에 신청서가 따로 없었고 집에서도 혼자 있었다.호텔 체크인 기록에 적힌 내 이름을 보며 결백을 증명할 만한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반면, 남편은 조사하러 집까지 찾아온 경찰을 마주하자 창피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숨을 기세였다.결국 헛소문을 철석같이 믿고 변호사한테 의뢰해서 합의금 없이 즉시 이혼하기를 원했다.한밤중에 집에서 쫓겨난 나는 머릿속으로 낮에 경멸 어린 시선으로 손가락질하던 이웃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정신을 딴 데 팔다가 갑자기 돌진하는 트럭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다시 태어난 다음 날 아침, 빅 사이즈 여성복 택배를 수령하는 정시호를 우연히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임지혜가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말하는 순간 제 발 저린 표정을 짓는 정시호를 보자 비로소

  •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   제2화

    “비밀? 그렇다면 사실이라는 거네요? 호텔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는데 기억이 전혀 없다니... 설마 납치라도 된 건가? 지혜 씨, 혹시 증인으로 경찰서에 같이 가주시면 안 돼요? 범인을 고소할 생각이에요.”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분위기를 살피던 직원들이 갑자기 눈빛이 반짝거렸다.심지어 모니터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몰래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순간 싸해진 분위기에 임지혜는 당황한 듯 진지한 얼굴로 사과하기 시작했다.“세린 씨, 방금 했던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일개 비서의 헛소리는 무시하고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길 바랄게요.”그러고 나서 능청스럽게 따귀를 때리는 시늉까지 하면서 중얼거렸다.“제가 사과도 했는데 굳이 사소한 일로 물고 늘어질 필요는 없잖아요?”남편 정시호가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용서를 유도했다.“맞아요. 지혜는 그저 소소한 가십거리를 얘기하면서 시간 때우기를 좋아할 뿐이지,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빠져나갈 생각인가?하지만 이런 루머를 듣고도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고작 가십거리를 운운하며 내가 받은 상처를 무마시키려 하다니? 어림도 없지!이내 이달의 우수사원 포스터를 떼어내자 사진에 ‘걸레’라는 두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이를 본 임지혜는 제 발이 저린 듯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다.“지혜 씨가 거짓말할 리 없죠. 이제 다들 내가 성폭행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범인을 모조리 잡아낼 때까지 증언해줘야 해요. 아니면 회사의 다른 여직원이 봉변당할지도 몰라요.”“이 주둥아리가 방정이네요. 함부로 헛소문을 퍼뜨려서 미안해요. 지역 담당자로서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굳이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있나요?”정시호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세린 씨, 나중에 낙서한 범인을 찾아내면 제대로 혼쭐 내줄게요. 다들 일해야 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   제1화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대형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본사에서 나를 특별히 지역 담당자로 승진시켜주었다.게다가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선정되어 복도에 사진까지 붙여 놓았다.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한숨 돌리려고 탕비실로 피신했다.“우리 회사에 대단한 사람이 들어왔네요. 벌써 억대 계약을 따내다니.”“그러니까. 영업에 꽤 재능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조언을 좀 구해야겠어요.”문밖에서 동료들의 칭찬 소리를 들은 나는 친목도 다질 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이때, 대표 비서 임지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비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대단하다니? 장난하지 마세요. 몸을 팔아 승진한 걸 눈치 못 챘어요?”옆에 있던 여직원이 못마땅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임지혜 씨,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안세린 씨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헛소문을 퍼뜨려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지혜는 화가 나서 입을 삐쭉이며 씩씩거렸다.“헛소문이라니? 남자랑 호텔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거든요? 심지어 한 명도 아니었어요! 같은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나 더러운 수법으로 출세하는 걸 인정하겠는지, 비서실에서 안세린은 이미 잠자리로 실적을 쌓아 올린 여자라고 알려졌죠.”이에 문을 열려고 했던 손이 움찔하면서 물컵도 바닥에 떨어뜨렸다.“죄송해요. 다친 데는 없죠?”나는 옆에 있던 동료에게 거듭 사과했다.“전 괜찮아요. 오히려 세린 씨가 더 걱정되는데... 임지혜는 비서 실장이라는 타이틀만 믿고 멋대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거예요. 얼른 경찰에 신고해서 본때를 보여줘요.”충고를 아끼지 않는 고참 직원을 바라보자 별안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전생에는 그녀가 임지혜를 상대하려고 나를 이용해서 나중에는 회사까지 쫓아내려는 큰 그림을 그렸다고 오해했었다.하지만 조언을 무시한 탓에 가정이 파탄 나고 길거리를 떠돌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안 돼요. 경찰에 신고하지 마세요.”이때, 뒤에서 임지혜의 남편 정시호가 불쑥 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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