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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13 19:00:00
“카이사르, 갑자기 이런 건 왜 조사하는 거야?”

연도진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명주로 제분소가 어딘지 알려줘.”

“그러니까 그게 왜 알고 싶은데? 이유라도 알려줘야지.”

“사람 구하려고.”

그 말에 재빨리 명주로 제분소의 상세 위치를 알아낸 크리스틴은 호들갑 떨며 말했다.

“카이사르, 지도에 나온 사진을 보면 건물이 엄청 낡았어. 꽤 오래전부터 방치되었던 곳인 것 같은데 조심해.”

“응.”

“그리고...”

크리스틴이 말을 하려는 찰나 연도진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건 연결음뿐이었다.

‘X발...’

연고진은 액셀을 밟아 속도를 내며 제분소를 향해 돌진했다.

도시에서 벗어난 외곽에 이르자 오가는 차량이 현저히 적어졌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연도진은 신호등 3개를 연속으로 뚫고 질주하더니 바퀴에 불꽃을 일으키며 불과 10여 분 만에 제분소에 도착했다.

크리스틴의 말대로 제분소는 폐업한 지 오래였다. 활짝 열린 대문이 녹이 슬었고 내부의 벽이 금이 간 건 물론 심지어 천장 일부가 무너져 있었다. 바닥은 나뭇가지, 낙엽, 벽돌, 깨진 시멘트 블록들로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공장 바로 앞에 은색의 봉고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영상 속에서 봤던 차량번호랑 일치했다.

역시 이곳이 맞았다.

연도진은 곧장 운전해서 안으로 들어갔고 트렁크에서 쇠파이프를 꺼내더니 공장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입구를 가로막는 문이 없어서 멀리서도 한눈에 상황 파악이 되었다. 팔에 문신을 한 남자가 어떤 여자한테 성추행하고 있었고 여자는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쳤다.

어렴풋이 연두색 블라우스가 보였는데 이는 연도진이 불과 한 시간 전에 봤던 그 옷이랑 동일했다.

순간 눈이 뒤집혀 이성을 잃은 연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살기를 내뿜었다. 그는 안경을 벗어 던지고 쇠파이프를 든 채 안으로 들어갔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옆에서 갑자기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남자는 막대기를 들고 이리저리 휘둘렀으나 이미 예상했던 연도진은 몸을 숙이며 홱 피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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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현실은 이미 엉망이 되었고 만에 하나 이대로 경찰에 잡힌다면 돈을 받지 못하는 건 물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상황이 된다.그들은 부랴부랴 밖으로 도망치는 와중에도 용수를 잊지 않고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불렀다.“용수야, 어차피 이 일은 꼬였으니까 얼른 튀어. 괜히 우리한테 불똥이 떨어지면 안 되잖아.”용수는 굴욕감이 밀려왔지만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듯 원망의 눈빛으로 연도진을 째려보고선 황급히 도망쳤다.연도진은 바로 다가가서 김시연을 품에 껴안았다. 행여나 또다시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온몸으로 꽉 껴안았다.마음속의 팽팽했던 끈이 풀리자 본능적으로 안도의 한숨이 나오며 힘이 풀렸다.“다행이야...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엉엉...”연도진은 김시연의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뜯어냈다.“연도진, 사랑해.”입을 열게 된 김시연이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그녀는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으로 연도진을 바라보더니 방금 양아치들을 혼내는 박력 넘치는 모습에 반한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납치당한 사람치고는 너무 해맑았지만 창백하게 질린 안색을 보니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는지 감히 상상이 안 갔다.연도진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바보.”“너도 바보같이 굴지 말고 얼른 이것 좀 풀어줘.”연도진은 바닥에 있는 칼을 주워 김시연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을 자른 후 천천히 그녀를 부축하며 일어섰다.“몸은 좀 어때? 어디 아픈 곳은 없어?”“괜찮아. 그 사람들이 무슨짓 하기 전에 네가 왔거든.”김시연은 찢겨진 옷을 태연하게 정리하며 최대한 아무 일 아닌척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고 긴장감이 풀려서 그런지 연도진의 품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엉엉... 네가 와서 정말 다행이야.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저 사람들한테 끌려왔어. 마음속으로는 네가 알아차리길 바랐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니까 나중에는 포기하게 되더라고.”“괜찮아.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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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83화

    연도진이 막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김시연이 고개를 돌리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내가 납치된 건 어떻게 알았어? 여긴 또 어떻게 찾은 거야?”방금 경찰이 그런 질문을 했다는 건 경찰로부터 정보를 얻은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하랑 씨가 알려줬어.”“연도진.”“응?”“안경 놓고 왔어?”김시연은 유심히 연도진을 바라보더니 안경 하나가 사람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심지어 안경 쓴 모습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안경 쓰지 않은 연도진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안경이 없으니 눈썹은 더욱 짙어졌고 날카롭고 공격적인 눈빛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응.”공장을 떠나기 직전에 잊지 않고 안경을 주웠으나 이미 차에 짓밟혀 렌즈가 산산조각이 났다.“운전해도 괜찮아? 이러다가 사람 치면 어떡해.”“괜찮아. 그럼 배상하지 뭐.”“그래도 조심해서 운전해.”김시연은 곧이어 화제를 돌렸다.“하랑이는 어떻게 안 거지?”“몰라.”연도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하랑 씨도 어디서 전해 들은 게 아닐까? 아참, 어떻게 여기를 찾았냐고 물어봤지?”“응.”“하랑 씨가 이엘리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엘리아 핸드폰을 해킹했어. 가장 최근에 통화한 사람 위주로 위치 추적하니까 여기가 나오더라.”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이엘리아는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이를 악문 채 간신히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 모든 게 이엘리아 씨가 지시한 일이라는 거야?”“응.”“X발.”김시연은 숨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에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사건의 진상을 알았지만 이엘리아에게는 삼촌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었고, 설령 증거가 명백한들 정작 이엘리아가 받을 처벌은 전혀 없었다.“짜증 나. 너무 억울해.”자기가 대단한 사람인양 자랑하며 과시할 이엘리아의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무도 짜증 나는 상황에 입맛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속만 부글부글 끓었다.연도진은 김시연을 힐끗 보더니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화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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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생일.”연도진은 앞을 주시하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아... 그래?”김시연은 순간 마음에 파도가 일렁인 듯 흠칫 놀랐다. 그 후 고개를 숙여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뒤이어 나타난 배경 화면을 보고선 그대로 얼어붙었다.사진에는 어두운 달빛 속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수줍게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다. 남자는 흰색 티셔츠에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반바지를 입었고 여자는 노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가로등 아래의 두 사람은 너무 아름다웠다.오랜 시간이 흘러 화질이 흐릿했지만 그 사진을 본 순간 김시연의 추억이 되살아났다.이 사진은 수능 끝난 그날 밤에 찍은 것이다.수능을 마친 후 김시연은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간다는 핑계로 엄마를 따돌린 후 미리 약속한 밀크티 가게에 가서 연도진을 만났다.엄마인 김연자는 딸의 성적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면 해외로 유학을 보낼 거라고 여러 번 얘기했었다. 당시 김시연은 연도진과 함께 국내에 있고 싶었으나 김연자의 강력한 반대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많이 곤란했지만 행여나 연도진이 걱정할까 봐 조금도 난처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늦게까지 밖에서 놀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호텔을 잡았고 그렇게 잊지 못할 하룻밤을 보냈다.연도진은 성적이 좋았기에 경주에 있는 명문대 두 곳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자주 얘기했었다.연도진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김시연은 성적이 나온 후 그를 따라 경주에 있는 전문대를 지원했다.연도진은 여러 학교에서 러브콜을 보내올 정도로 성적이 뛰어난 인재였기에 김시연은 틈날 때마다 어느 학교에 지원했는지 물어봤다. 그러나 연도진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처음에는 그저 고민 중이라고 생각했으나 다음 날부터 갑자기 연락두절되었고 달랑 메시지 하나만 남겨놓고 김시연의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시간은 점점 흘러 어느덧 개강이 되었다. 어느 날, 쥐 죽은 듯 조용하던 고등학교 단톡방에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름 아닌 펜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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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85화

    “말하자면 긴데, 너 지금 어디야?”“경찰서 가는 길.”“나도 그쪽으로 갈게.”온하랑이 말했다.“알겠어. 만나서 얘기하자.”전화를 끊은 후 김시연은 핸드폰을 다시 연도진의 주머니에 넣었다.경찰서.김시연과 연도진은 조서 작성을 마쳤고 경찰은 의아한 눈빛으로 연도진을 바라봤다.“그럼 먼저 어떻게 제분소를 찾게 되었는지 말해볼까요?”연도진은 사건의 경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온하랑 씨였나? 친구인가요?”“네.”“그분은 어떻게 알게 된 거죠?”“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나중에 직접 물어보시죠.”심문하던 경찰은 그들의 증언은 기록하고 있던 경찰과 눈빛을 주고받고선 고개를 끄덕였다.“이엘리아... 이분은 또 누구시죠?”김시연은 차분하게 답했다.“풀네임은 이엘리아 윌슨이고 서 의원님 조카예요.”경찰은 물 한 모금 마시고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서 의원님이라는 게...”김시연은 두말없이 손가락을 치켜들고 천장을 가리켰다.그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단번에 깨달은 경찰은 하마터면 사레에 들릴 정도로 당황했다.“시연 씨와는 어떤 원한이 있는 거죠?”“원한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데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에요.”시테니부터 강남까지 김시연은 그동안 이엘리아와 벌어졌던 ‘갈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지난번에 하랑이랑 같이 이엘리아 씨의 차를 박살 냈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복수가 하고 싶겠죠. 아마 꽤 오랫동안 기회를 엿봤을 텐데 하랑이한테 접근하기 어려우니까 절 타깃으로 삼고 이런 일을 벌인 게 틀림없어요.”경찰은 김시연의 말을 귀담아듣는 듯했지만 이미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있었다.아니나 다를까 김시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분은 일단 이곳에서 대기하세요.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그가 떠난 후 옆에서 증언을 기록하던 경찰도 뒤따라 나갔다.그렇게 취조실에는 김시연과 연도진 두 사람만 남았고 김시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위에 보고하러 가는 거겠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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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86화

    “알겠어.”...“우리 오빠 아직 안 잡혔을 거야...”이엘리아가 손에 휴대폰을 꼭 쥔 채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투로 중얼거렸다.“근데 만에 하나 정말 잡히기라도 하면 어떡하지?”그녀는 순간 겁이 났다.앨리스가 이엘리아를 위로하며 말했다.“잡힌다고 해도 뭐 어때? 너희 외삼촌이 계시는데 경찰이 감히 널 어떻게 잡아가?”“내가 지금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야.”이엘리아는 경찰이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난 지금 외삼촌이랑 오빠가 나 때문에 열 받아서 내가 강제로 강남에서 추방이라도 될까, 그게 무서운 거야...”한 번 떠나면 단기간 내에는 절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엘리아가 이때까지 했던 모든 게 다 말짱 도루묵 아니겠나?“아마 그러진 않을걸. 김시연한테도 아무 일 없었고, 그냥 겁만 줄 생각이었다고 얘기하면 되는 거 아니야?”앨리스가 마음속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말했다.김시연이 예상외로 위기를 모면하다니, 아쉽게 된 일이었다.이엘리아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짜증 나네, 이 정도로 저 세 명이 쓸모없을 줄 알았으면 애초에 고용을 안 하는 건데.”이엘리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거실의 유리 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검은색 승용차가 문 앞에 멈추더니 연도진이 안에서 문을 열고 내려 여유롭고도 큰 보폭으로 들어왔다.이엘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온몸이 긴장감으로 꽉 차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걱정하지 마.”앨리스가 이엘리아에게 속삭였다.거실에 들어선 연도진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고정되었다.“오빠, 왔어요?”이엘리아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평소처럼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연도진은 아무 말 없이 깊은 눈빛으로 이엘리아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안 그래도 불안하던 이엘리아의 마음이 연도진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더니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녀는 다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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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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