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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Author: 고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28 19:00:00
따스한 숨결이 천천히 귓불을 감싸더니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의 귀에 입김을 불어 넣고 있었다.

부승민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전류가 흐르듯 온몸에 간질간질한 감각이 번졌고 그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열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목소리가 잠기고 몸은 저릿저릿하게 뜨거워졌다.

어느 한 곳은 이미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손이 너무 차가워. 부승민, 따뜻하게 해줘.”

그가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그녀의 차가운 손이 이불 속으로 들어오더니 그의 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셔츠 밑단은 벌써 벨트에서 빠져나왔고 차디찬 손이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허리에 닿았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마음의 준비도 했었지만 예상했던 순간에도 그의 몸은 차가운 손길에 본능적으로 굳어졌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오히려 점점 대담해졌다. 차가운 손가락은 그의 복부를 따라 유회하듯 움직이며 탄탄하게 뻗은 근육의 선을 따라 내려갔다.

부승민은 숨을 꾹 참으며 손으로 침대 시트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녀의 행동을 막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손끝이 천천히 더 아래로 내려가더니 그의 허리띠 바로 위에 닿았다.

부승민은 몸이 굳어지며 팽팽하게 긴장됐다.

‘만약 더 아래로 손을 내리면 내 변화를 눈치채고 내가 깨어 있다는 걸 알아차릴 텐데.’

그녀의 손이 허리띠에 막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부승민은 속으로 안도했지만 마음속에는 이유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바로 그의 심장은 다시 요동쳤다. 그녀가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뭐 하자는 거지?’

부승민의 마음 한구석에는 기묘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허리띠를 찬 채로 자는 건 불편할 거야.”

그녀는 조곤조곤 말하며 허리띠를 빼냈다.

그러다 그녀의 손끝이 그의 민감한 부위에 스쳤다.

부승민은 잠시 숨이 멎을 듯했고 그 순간 그는 목을 꽉 누르며 간신히 신음을 삼켰다.

“바지는 벗겨주고 싶지만 네가 너무 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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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 위태로운 제안   제1263화

    부승민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속이 너무 아파서 네가 보고 싶었어.” “그럼 그냥 나한테 말하면 되잖아. 왜 연 비서를 시켜서 괜히 날 놀라게 하는 건데?” 온하랑은 그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부승민은 허리에서 찌릿한 전율을 느끼며 전기가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에 낮은 신음을 흘리며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온하랑은 손을 빼냈다. 그녀는 손끝에 묻은 뭔가를 보더니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부승민은 천장을 보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왜 따라와?” 온하랑은 그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샤워하려고.” 부승민은 문틀에 기대어 배시시 웃더니 살짝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같이 할래?” “혼자 해.” 온하랑은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다.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너무 피곤해. 먼저 잘게.” “그럼 먼저 자.” “응.” 부승민이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온하랑은 이미 간병용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샤워 소리에도 전혀 깨지 않은 걸 보니 오늘 하루 정말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말이 부승민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는 눈은 가늘게 좁혀졌다. ‘별장에 있지 않고 비서한테 데리러 오라고 했다고?’ ‘정말 단순한 우연일까?’ 경주 국제공항. 임연지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입구에 서서 사람들 사이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자 그녀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가며 손을 흔들었다. “연지야!” 한 키 큰 남성이 캐리어를 들고 마스크를 낀 채 서둘러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나 돌아왔어!” 임연지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생각보다 빠르네” “그럼!” 오재원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불렀는데 내가 안 올 수 있겠어?” “가자.” “호텔부터 가자.”

  • 위태로운 제안   제1262화

    따스한 숨결이 천천히 귓불을 감싸더니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의 귀에 입김을 불어 넣고 있었다. 부승민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전류가 흐르듯 온몸에 간질간질한 감각이 번졌고 그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열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목소리가 잠기고 몸은 저릿저릿하게 뜨거워졌다. 어느 한 곳은 이미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손이 너무 차가워. 부승민, 따뜻하게 해줘.” 그가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그녀의 차가운 손이 이불 속으로 들어오더니 그의 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셔츠 밑단은 벌써 벨트에서 빠져나왔고 차디찬 손이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허리에 닿았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마음의 준비도 했었지만 예상했던 순간에도 그의 몸은 차가운 손길에 본능적으로 굳어졌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오히려 점점 대담해졌다. 차가운 손가락은 그의 복부를 따라 유회하듯 움직이며 탄탄하게 뻗은 근육의 선을 따라 내려갔다. 부승민은 숨을 꾹 참으며 손으로 침대 시트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녀의 행동을 막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손끝이 천천히 더 아래로 내려가더니 그의 허리띠 바로 위에 닿았다. 부승민은 몸이 굳어지며 팽팽하게 긴장됐다. ‘만약 더 아래로 손을 내리면 내 변화를 눈치채고 내가 깨어 있다는 걸 알아차릴 텐데.’ 그녀의 손이 허리띠에 막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부승민은 속으로 안도했지만 마음속에는 이유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바로 그의 심장은 다시 요동쳤다. 그녀가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뭐 하자는 거지?’ 부승민의 마음 한구석에는 기묘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허리띠를 찬 채로 자는 건 불편할 거야.” 그녀는 조곤조곤 말하며 허리띠를 빼냈다. 그러다 그녀의 손끝이 그의 민감한 부위에 스쳤다. 부승민은 잠시 숨이 멎을 듯했고 그 순간 그는 목을 꽉 누르며 간신히 신음을 삼켰다. “바지는 벗겨주고 싶지만 네가 너무 무거

  • 위태로운 제안   제1261화

    연비서는 이를 듣고 잠시 당황했지만 얼굴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게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 대표님, 농담도 참. 부 대표님 아프신데 당연히 제가 좀 더 도와야죠.”말하는 사이 온하랑은 병상으로 다가가 부승민의 이마에 손을 대 보았다. 열은 없었다.“동철 오빠,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들어가 푹 쉬세요.” “그래. 그럼 난 먼저 갈게.” 최동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최 대표님, 벌써 가시나요? 따뜻한 물 한 잔 드시고 가세요.” 연 비서가 물었다.“괜찮아요.” 최동철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온하랑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랑아, 내일 내가 데리러 올게. 메이슨이랑 같이 유치원 보러 가자.” “알겠어요.” 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먼저 갈게.”최동철이 떠나자 연 비서가 말했다. “하랑 아가씨, 많이 늦었으니 저도 먼저 가겠습니다.”“네. 조심히 가세요.”연 비서가 나가고 병실에는 온하랑과 침대에 누워 있는 부승민만 남았다.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부승민이 눈을 살짝 뜨자 온하랑이 소파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연 비서가 따라준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물컵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약통을 들어 살펴보며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때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부승민은 재빨리 눈을 감았다.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아마 지금 온하랑이 자기를 응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온하랑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이마를 세게 두 번 찔렀다.“술 마시지 말라고 했지! 술 마시지 말라고!”“...” 부승민은 어쩔 수 없으면서도 마음속으로 기분이 좋아졌다.‘사랑할수록 더 책망하게 된다더니 하랑이가 나를 좋아하니까 이렇게 걱정하는 거겠지.’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화장실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물소리가 멈췄다.부승민은 눈을 비스듬히 뜨고 화장실 문 쪽을 몰래 바라봤다. 온하랑이 따뜻한 수건을 들고나오고 있었다.그녀가 얼굴을 닦아주

  • 위태로운 제안   제1260화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연비서는 억울한 표정으로 부승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 대표님, 이제 갈까요?”이건 정말 그를 탓할 수 없었다. 하랑 아가씨가 빨리 오게 하려고 살짝 엄중하게 말한 것뿐인데 이렇게 된다니... “위장도 안 좋으시니 이참에 의사에게 검진받는 게 나쁠 건 없잖아요.” 부승민은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소파에서 일어섰다.온하랑은 이미 쉬려고 했지만 전화를 받고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택시를 호출했다. “하랑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는 거야?”계단을 내려가며 온하랑은 최동철의 목소리를 들었다.“동철 오빠, 이제 가는 거예요?”방금 아줌마가 그에게 남아 있으라고 제안했지만 최동철은 거절하고 비서에게 전화해 데리러 오라고 했다.“응. 비서가 이미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어.”“부승민이 위장병이 재발해서 민안 종합병원에 있어요. 가서 한번 보려고요.”“그래? 그럼 내 비서한테 너 데려다주게 할까? 이쪽은 차도 안 잡히고 길이 좀 험하잖아.”“너무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요?” 온하랑은 망설이며 말했다.그녀의 예약은 아직 누구도 받지 않았고 설령 받았다 하더라도 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뭘 귀찮게 해. 민안 종합병원 들렀다 가면 되는 거지. 나도 마침 너랑 같이 가서 그를 좀 보려고 해.” “그럼 동철 오빠 고마워.”“괜찮아.”온하랑은 차량 예약을 취소했다. 차에 오르고 나서 최동철은 비서에게 먼저 민안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는 옆에 앉은 온하랑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문자를 기다리는 듯 핸드폰을 계속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 경주의 의료 시스템은 최고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온하랑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부승민도 진짜! 위장이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술은 왜 마셔요. 자기 몸을 왜 그리 소중히 하지 않는 건지.”최동철은 살짝 웃었고 그의 눈동자에 잠시 깊은 생각이 스쳐 갔다. 그녀는 부승만을 불평하고

  • 위태로운 제안   제1259화

    호텔. 방금 이 팀장과 다른 팀원들과 만나 부승민은 술을 조금 마셨고 그로 인해 다시 위가 뒤틀리는 고통이 찾아왔다.코트는 옷걸이에 걸려 있고 그는 몸에 딱 맞는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 셔츠의 목깃은 약간 열려 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져 있으며 선명한 팔 라인이 드러나 있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자연스럽게 꼬고 가죽 구두는 나무 바닥 위에 놓은 채 손에 든 서류 내용을 집중해서 검토하고 있었다.연 비서는 부승민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 “대표님, 몸 상태 괜찮으세요?” 부승민은 손으로 위를 살짝 누르며 말했다. “늘 그랬던 거야.” 연비서는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 부승민 앞에 놓으며 말했다. “약이라도 사다 드릴까요?” “그래.” 연비서는 부승민이 자주 먹는 약의 이름을 비서에게 메시지로 보낸 뒤 근처 약국에서 사 오라고 지시했다. 서류를 대충 검토한 부승민은 서류 파일을 덮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복사본을 계성진에게 보내. 그쪽에서 이상 없다면 협상에 응해.” “알겠습니다.” 그때 연비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래. 알았어. 계속 지켜보고 있어.” 말이 끝나고 전화를 끊은 뒤 그는 부승민의 좋지 않은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현이 전화왔는데...” “뭔데?” “오후에 최동철 씨가 청림별장에 갔는데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승민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지며 고개를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9시 10분쯤 최동철 씨가 노트북 가방을 들고 별장에서 나왔다고 했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다시 별장에 돌아갔고 이후 2층 하랑 아가씨 방 옆 방에 불이 켜졌다고 합니다.” 온하랑이 청림별장에서 지내기 시작한 이후 부승민은 연 비서한테 사람을 시켜 최동철의 움직임을 감시하라고 했다. 특히 최동철이 청림별장에 갈 때는 더 신경을 쓰라고 지시했다. ‘

  • 위태로운 제안   제1258화

    “저녁은 이미 준비됐어. 우리 먼저 먹고 메이슨이 일어나면 따로 챙겨주면 돼.” 최동철이 말했다. “좋아요.” “오늘 어디서 놀았어? 메이슨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게 아니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지쳐서 잠들진 않았을 터였다. 온하랑은 오늘 하루 메이슨과 함께 보낸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주며 이중언어 유치원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이중언어 유치원?” 최동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피식 웃었다. “역시 네가 생각이 깊어. 난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동철 오빠, 칭찬해 주지 마세요. 사실 저도 매 여사가 얘기하는 걸 듣고 생각난 거예요.” “내일 바로 사람을 시켜 경주의 모든 이중언어 유치원을 조사하라고 할게. 조건이 괜찮은 곳 몇 군데 골라서 직접 가보고 다음에 결정하자.” “무영이도 동언 국제유치원에 다닌다고 하니까 가능하면 그곳부터 먼저 고려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는 친구가 있으면 메이슨도 훨씬 빨리 적응할 테니까요.” 온하랑은 이중언어 유치원이라면 대체로 조건이 좋은 편이라 굳이 지나치게 고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동철의 조건이라면 메이슨을 당연히 가장 좋은 이중언어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했다. “알겠어. 내가 신경 쓸게.”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최동철은 바 테이블 쪽으로 가서 일을 시작했다. 메이슨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날 생각이었다. 온하랑은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꺼내 스튜디오와 재단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저녁 8시 반쯤 메이슨이 잠에서 깨어났다. 온하랑은 옆방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나가서 메이슨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줌마에게 메이슨의 저녁을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최동철도 일을 멈추고 내려와 메이슨과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나가서 놀았는데 재밌었어?” “재밌었어요.” 메이슨은 물컵을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서 놀았는지 아빠한테 말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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