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아주머니와 목정침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 “왜 다 저만 보고 있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기분 좋게 웃었다. “네 안색도 좋아지고 몸도 건강해진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서 그래. 얼른 많이 먹어.” 목정침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온연은 건강해 보인다는 말에 오히려 입맛이 떨어졌다. 이 느낌은 마치 사육사가 돼지를 살 찌우는 느낌이었다. “안되겠어요, 어제 몸무게 쟀는데 이번달만 벌써 10키로나 쪘어요. 조금이라도 조절해야지 아니면 고혈압 생겨요.” 목정침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이 낳으면 다 빠질 거야. 의사 선생님도 아무 말없으셨으니 고혈압 생길 일은 없어. 더 먹어. 아니면 소경이 음식에 적응돼서 다른 음식 못 먹겠어? 걔 일 처리 다 되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할 게.” 온연은 성질을 부리며 고집을 피웠다. “안 먹어요, 다 그 사람 때문에 살찐 거예요. 안 그래도 튼 살 생겨서 안 예쁜데, 더 살찌면 어떻게 살아요? 아이를 건강하게 낳는 거랑 산모를 돼지처럼 살 찌우는 거랑은 별개예요. 건강하게 먹으면서 살아야죠. 안 먹을애요. 아주머니 저 오렌지 좀 주세요. 과일은 살도 안 찌고 아이 피부도 좋아질 거예요.” 유씨 아주머니와 목정침은 말리지 못 했고, 그저 과일을 깎아주었다. 먹어 주기만 한다면 그게 과일이어도 상관없었다. 한편, 진몽요는 차를 타고 아파트에 오자 예군작의 차를 발견했다. 저번에 식사자리에서 중간에 가버리고, 그녀가 밥을 사기로 했는데 계산도 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의 차로 다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또 내기하러 오신 거예요? 저번에는 정말 미안했어요. 오늘은 좀 늦은 거 같고, 내일 제가 쏘는 거 어때요? 진짜 맛있는 걸로 먹어요. 저번 식당은 엄청 고급스럽진 않아서 그쪽이랑 안 어울렸어요. 미안한 거 갚을 게요.” 예군작은 창문을 내리고 그녀를 보며 “미안한 건 아나보죠? 그렇게 가버리고 문자 한 통 없었잖아요. 오늘 안 늦었
그녀가 거절할까 봐 그는 한 마디 더 했다. ‘안 오면 알아서 해요. 다시는 내가 찾아올 일없을 테니까.’ 그녀는 또 한 번 말문이 막혔지만 아침에 그가 사과도 했으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집으로 가자는 걸 보면… 분명 다른 뜻이 있는 거 같은데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녀는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는 연락을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녀는 아직 그를 자신의 인생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지도 않았고 지워지고 싶지도 않았다. 고민하다가 그녀는 확인 차 말했다. ‘나한테 아무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해요. 난 그냥 앉았다 갈 거니까.’ 경소경은 답장하지 않고 차를 그녀 앞에 세운 뒤 경적을 울렸다. 그는 자신의 차로 같이 가자는 뜻이었다. 차에 탄 그녀가 말했다. “난 아직 밥 안 먹었는데, 당신도 안 먹었죠? 같이 먹어요.”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예군작도 같이 밥 먹자고 온 거예요? 그래도 내가 더 중요하긴 한 가봐요. 그렇게 보내 버린 걸 보면.” 진몽요는 억지로 대답했다. “맞아요, 참 똑똑하시네요… 그러니까 그런 태도로 말 그만 해줄래요? 밥 어디 가서 먹을 거예요?” 그는 흘낏 그녀를 보며 “우리 집에서 먹어요. 내가 요리할 게요.”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이 자식… 정말 그녀랑 재결합할 생각인 건가?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그가 요리를 해준다는 말에 그녀는 싱숭생숭했다. “그…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그냥 밖에서 먹는 거 어때요?” 그는 일부러 차갑게 물었다. “왜요? 내가 독이라도 탈까 봐요?” 그녀는 작게 원망했다. “독 탈까 봐 무서운 게 아니라, 나한테 손댈까 봐…” 그는 그녀의 대답을 잘 듣지 못 했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 사실… 잘못한 거 만회하려고요. 아침에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잖아요…” 진몽요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죠? 잘못 한 거 만회한다고요? 알겠어요. 그럼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밥 먹고 그 성의 받
진몽요는 그가 일부러 피하는 걸 알고 일어나서 가방을 맸다. “지금 데려다 줘요. 벌써 9시가 넘었어요. 집에 일찍 가서 자고 싶어요.” 그는 그녀의 앞에서 와인을 들이켰다. “미안해요, 나 술 마셔서 운전 못 할 거 같아요. 당신도 마셨잖아요.” 진몽요는 벙쪘다. “아니… 설마 미리 계산해둔 거 아니죠? 운전할 거 알면서 술을 마셔요? 그…그럼 이제 어떡해요?” 경소경은 어깨를 들썩였다. “많이 안 마셨어요. 좀 지나면 운전해도 돼요. 기다려요. 내가 요리했으니까 당신이 뒷정리해줘요. 난 샤워 좀 할 게요.” 그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진몽요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또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다. 그녀는 얼른 설거지를 하고 주방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알코올이 다 소화되려면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가 새벽에 그녀를 데려다 주기엔 너무 귀찮은 일 아닌가? 그녀는 대리를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 경소경을 찾으러 올라갔지만 그는 아직 욕실에서 씻고 있었다. 이때 이불 안에 있는 스웨터가 보였고 그녀가 어제 저녁에 입었던 스웨터였다. 분명 그녀는 어제 갈아입고 욕실에 두고 온 기억이 나는데… 욕실 문이 열리고 경소경은 타올을 두르고 나왔다.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어색하게 물었다. “씻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생각해 봤는데 대리부르는 게 좋겠어요. 집에 가봐야 해요.” 경소경은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내려다보자 물방울이 그녀의 콧등 위로 떨어졌다. “왜요? 내가 잡아먹을까 봐 그래요? 당신이 나 보면서 침 삼키는 거 봤는데 조심해야 되는 사람은 나 아니에요?” 그녀는 창피해서 구멍 안으로 숨고 싶었다. “헛소리 그만해요. 나 침 삼킨 적 없거든요! 난 당신 몸매 이미 질렸어요.” 그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렇다면 나도 당신 몸매 질렸어요. 우리 서로 질렸는데 여기서 자고 간다고 무슨 일 생기겠어요? 시간 그만 끌고 그냥 씻고 자요.” 그의 헛된 수작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얼른 욕실로 들어갔다. 하루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진몽요는 그의 포옹을 거부하지 않고 심지어 한 쪽 이어폰을 그의 귀에 끼워주었다. 갑자기, 분위기는 고요하고 아름다워졌다. 언제 잠에 들었는지 다음 날 일어날 때 진몽요는 자신의 이어폰과 핸드폰이 가지런히 서랍위에 놓인 걸 보고 경소경이 정리해준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자면서 음악을 들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어폰이 몸에 칭칭 감겨 있던 기억이 났다… 경소경은 이미 일어나서 침대 위에 없었지만 그의 온기는 남아 있었다.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씻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 저녁 아무 일도 없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고 왠지 모를 응어리가 풀렸다. 10분을 기다렸는데도 그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강제로 그녀에 의해서 나오자 인상을 썼고 진몽요도 들어가서 한참을 씻었다. “얼른 나와요. 안 나오면 치약이 입 안에서 마르겠어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집에 데려다 줘요. 나도 옷 갈아입고 출근해야 돼요. 얼른요, 늦었어요.” 그가 옷을 느릿느릿 갈아입자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 그의 넥타이를 매 주었고, 갑자기 그가 그녀를 끌어안아 입술을 갖다 댔다. 그녀는 격한 입맞춤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질식하기 직전에 그를 밀어냈다. “저리 비켜요! 지금 당신이랑 이럴 시간 없어요.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죠! 그의 동공은 살짝 요동치고 있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이랑 같이 있어야 잘 수 있어요. 앞으로 자주 오면 안돼요?” 그녀의 표정을 살짝 굳었고, 그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서야 그가 헤어지고 난 뒤로 제대로 자지 못 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으며 “당신… 여자친구 있잖아요, 그 사람이랑 같이 자요…” 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래봤는데 달라요, 소용없어요… 아무도 당신을 대체할 수 없어요.”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그가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인정하는 걸 들으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적응되면 괜찮아요
자신이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에 진몽요는 억지로 침착하려 했고, 그녀는 그와 재결합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의 사생활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난 원할 자격이 없어요, 그건 당신 사생활이잖아요. 나 여기 자주 안 올 거예요. 우리가 친구로서 만날 수는 있지만 이젠 내가 없어도 잘 자는 습관을 들여요. 제일 힘들 거 같을 때는 와줄 게요. 예전에 나한테 잘해준 거에 대한 보답이라고 치죠. 쨌든, 이제 가요.” 그녀의 마지막 말에 그는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억지로 삼켰다. 어차피 그는 이제 자존심도없고, 그녀가 만나주기만 한다면 그는 그 기회를 놓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래도 그녀를 다시 꼬실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는 속상한 기분을 접어 두었다. “그래요… 먼저 데려다 줄게요.” 아파트 아래, 진몽요는 경소경에게 먼저 가도 된다고 했다. 회사가 바로 앞에 있으니 그녀는 옷만 갈아입고 충분히 뛰어갈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자 안야는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저녁에 집에도 안 들어오시고, 위에서 다 봤어요. 경소경씨가 데려다 준 거. 두 분 도대체 뭐예요? 다시 잘해 보시려고요?” 진몽요는 털털하게 안야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말해도 넌 몰라, 얼른 출근해야지. 넌 준비 다 했어?” 안야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허리를 응시했다. “네… 다 했어요… 근데 허리에 왜 멍이 드셨어요? 그것도 양쪽다… 안 아프세요? 어쩌다가 그런 거예요?” 진몽요는 놀란 눈으로 허리를 보았고, 정말 안야의 말 대로 양쪽 허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 저번에 그와 실수한 날 경소경이 세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서 생긴 멍이었고, 그때는 아픈 줄 몰랐지만 지금은 살짝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였는데 보기에는 꽤나 심했다. 자세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그녀는 아무 일 없던 척했다. “별 거 아니야… 어디 부딪혔나봐. 괜찮아, 안 아파.” 안야는 그래도 걱정했다.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안 아파요? 이따 퇴근하고 파스라도 사다 드릴까요? 저희 할아버
안야는 정신을 차리고 진몽요에게 물었다. “사장님 오늘 경소경씨 만나러 가세요?”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까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했어.” 안야는 계속 물었다. “왜 안 가세요?” 진몽요는 허리를 두들기며 “양쪽에 파스를 붙여서 70살 할머니 같은 냄새가 나잖아. 아가씨의 달달한 냄새는 하나도 안 나는데, 이러고 어떻게 전 애인을 만나? 그건 안돼, 그래도 난 겉모습이 중요하거든.” 안야는 미안한 눈빛이었다. “죄송해요… 거기까진 생각 못 했어요, 파스 바르면 덜 아플까 해서…” 진몽요는 안야의 기분을 살피지 못 하고 털털하게 대답했다. “내가 안 아프다고 했는데 네가 꼭 붙이겠다고…” 그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안야는 그녀의 옷을 들어올려 파스를 떼 버렸다. 그녀는 피부가 따가워서 투덜대려는 순간 안야는 안 좋은 표정으로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안야가 화가 난 건가? 안야가 돌아오자 그녀는 안야를 잡고 애교를 부렸다. “아이 참, 그런 뜻이 아니었어. 너가 내 생각해서 그런 거 알아. 점심시간에 특별히 나가서 약도 사오고, 너가 최고야. 네 탓한 거 아니야. 어차피 난 경소경씨 만날 생각도 없었고, 언제까지 애매하게 굴 수 없잖아? 됐어, 화 풀어. 내가 집에가서 맛있는 거 해줄 게.” 안야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요, 저 화 안 났어요. 다 제 탓이죠, 냄새나는 파스를 괜히 붙여서… 근데 친구로서 궁금한 건데요, 왜 경소경씨랑 애매하게 지내면서 예군작이랑도 만나세요?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경소경씨는 아직도 사장님 생각하고 화해할 의향이 있어 보이는데, 거절하실 거면 여지를 남기지 말고 확실하게 하셔야죠.” 진몽요는 그녀의 말에 몇 초 동안 멍해졌다. “아니… 너 무슨 뜻이야? 내가 누구한테 여지를 줬는데? 내가 예군작이랑 어떤 상황인지 몰라?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리고 경소경씨는 그 사람이 제 발로 찾아오는 건데 왜 내가 양다리를 걸치는 것처럼 말해?” 안야는 진몽요가
경소경은 답장을 하지 않았고, 문자를 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또’ 라는 단어는 예군작과 진몽요가 이미 여러 번 만났었다는 걸 의미했다. 답장이 오지 않자 안야는 고민 끝에 문자를 보냈다. ‘표절사건은 죄송했어요. 그 ‘묵’이라는 친구가 그쪽 회사에 간묵인 줄 몰랐어요, 그 사람이 그런 일을 벌일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어쨌든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제가 신세를 졌네요. 앞으로 몽요 사장님 관련해서 궁금한 거 있으시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제가 다 알려드릴 게요. 아직도 사장님 좋아하시는 거 알아요. 저도 두 분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문자를 보낸 후, 그녀는 고개 돌려 진몽요를 보다가 핸드폰을 서랍 안에 넣었다. 퇴근시간이 되자 진몽요는 평소처럼 정리를 하고 안야와 같이 퇴근할 준비를 했고 안야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저 기다리실 필요 없어요. 먼저 들어 가세요. 저 립님네 집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이따가 가지러 가려고요.” 진몽요는 더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후 혼자 퇴근했다. 안야는 그제서야 핸드폰을 꺼내서 경소경의 답장을 보았다. ‘그 사건은 이미 지나갔어요. 그쪽 탓 아니고 간묵 때문이었잖아요. 몽요씨 일은 부탁 좀 할 게요.’ 경소경의 너그러운 태도에 그녀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갑자기 임립이 걸어왔다. “물건 두고 갔다면서요? 지금 같이 가요. 아파트에서 사는 건 좀 적응됐죠?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안야는 임립을 향해 웃었다. “아파트 좋아요, 필요한 것도 없고요. 가요.” 회사 아래로 내려온 후, 넓은 도로 맞은편에서 안야는 진몽요가 예군작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예군작의 차는 가로등 아래 비추어져 더 빛이 났고, 당연히 돈 많은 냄새가 나는 차였다. 임립은 그 장면을 목격하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다. “얼른 가요.” 그녀는 대답을 하고 사진을 찍어 경소경에게 보냈다. ‘예군작이 또 왔어요. 저는 립님네 집에 물건을 가지러 가야해서 따라 갈 수가 없어요. 둘이서
한 편, 예군작은 진몽요와 식사약속을 잡으려고 온 게 아니라 비싼 와인을 주러 왔다. “저번에 말했던 와인이에요. 그때 안 왔으니까 그냥 가져왔어요. 오늘은 바빠서 식사는 나중에 해요.” 진몽요는 그가 저번에도 강령이 좋아할 만큼 비싼 와인을 주었던 게 생각나 완곡히 거절했다. ”괜찮아요… 전 이런 술 잘 모르고 저한테 주는 건 낭비예요. 그냥 혼자 드시는 게 좋겠어요. 나중에 그쪽 한가할 때 저도 시간 되면 밥 사드릴 게요.” 예군작은 아택에게 눈치를 주어 와인을 그녀에 품에 안겼다. “거절당하는 거 싫어해요. 내가 줬으니까 이제 그쪽 거예요. 낭비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그럼 먼저 갈 게요. 맞다… 요즘 그 절친 온연씨 보러 자주 좀 가봐요.” 진몽요는 살짝 놀랐다. “진짜 저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네요… 주변에 누가 있고, 어떤 상황인지 다 알고 있잖아요.” 예군작은 단언하지 않았다. “상대를 잘 파악하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누군가를 알아가려면 전부를 알아야죠. 온연씨가 제일 친한 친구인데 당연히 빼놓을 수 없잖아요.” 이번엔 그녀는 왜 자신을 알아가려 하는지 묻지 않았다. 어차피 물어봐도 그는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테니. 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베란다로 나가 예군작이 선물한 화분을 보았다. 화분은 꽤나 많이 자라 있었지만 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무성한 풀들이 마치 식물 같았다. 와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경소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는 아직 숨 돌릴 틈도 없어서 일부러 전화를 받고 심호흡을 했다. 전화 너머 그가 조용하자 그녀는 의심했다. “무슨 일이에요? 전화 해놓고 아무 말도 없고.” 경소경은 차갑게 물었다. “예군작이랑 같이 있어요?” 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아니요, 집이에요. 안야는 임립네 집에 물건 가지러 가서 집에 혼자 있어요. 못 믿겠으면 영상통화로 보여줄게요.” 경소경은 안도했다. “그럼 심호흡은 왜 했어요?” 그녀는 투덜거렸다. “제발 다른 생각 좀 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