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아주머니와 목정침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 “왜 다 저만 보고 있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기분 좋게 웃었다. “네 안색도 좋아지고 몸도 건강해진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서 그래. 얼른 많이 먹어.” 목정침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온연은 건강해 보인다는 말에 오히려 입맛이 떨어졌다. 이 느낌은 마치 사육사가 돼지를 살 찌우는 느낌이었다. “안되겠어요, 어제 몸무게 쟀는데 이번달만 벌써 10키로나 쪘어요. 조금이라도 조절해야지 아니면 고혈압 생겨요.” 목정침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이 낳으면 다 빠질 거야. 의사 선생님도 아무 말없으셨으니 고혈압 생길 일은 없어. 더 먹어. 아니면 소경이 음식에 적응돼서 다른 음식 못 먹겠어? 걔 일 처리 다 되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할 게.” 온연은 성질을 부리며 고집을 피웠다. “안 먹어요, 다 그 사람 때문에 살찐 거예요. 안 그래도 튼 살 생겨서 안 예쁜데, 더 살찌면 어떻게 살아요? 아이를 건강하게 낳는 거랑 산모를 돼지처럼 살 찌우는 거랑은 별개예요. 건강하게 먹으면서 살아야죠. 안 먹을애요. 아주머니 저 오렌지 좀 주세요. 과일은 살도 안 찌고 아이 피부도 좋아질 거예요.” 유씨 아주머니와 목정침은 말리지 못 했고, 그저 과일을 깎아주었다. 먹어 주기만 한다면 그게 과일이어도 상관없었다. 한편, 진몽요는 차를 타고 아파트에 오자 예군작의 차를 발견했다. 저번에 식사자리에서 중간에 가버리고, 그녀가 밥을 사기로 했는데 계산도 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의 차로 다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또 내기하러 오신 거예요? 저번에는 정말 미안했어요. 오늘은 좀 늦은 거 같고, 내일 제가 쏘는 거 어때요? 진짜 맛있는 걸로 먹어요. 저번 식당은 엄청 고급스럽진 않아서 그쪽이랑 안 어울렸어요. 미안한 거 갚을 게요.” 예군작은 창문을 내리고 그녀를 보며 “미안한 건 아나보죠? 그렇게 가버리고 문자 한 통 없었잖아요. 오늘 안 늦었
그녀가 거절할까 봐 그는 한 마디 더 했다. ‘안 오면 알아서 해요. 다시는 내가 찾아올 일없을 테니까.’ 그녀는 또 한 번 말문이 막혔지만 아침에 그가 사과도 했으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집으로 가자는 걸 보면… 분명 다른 뜻이 있는 거 같은데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녀는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는 연락을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녀는 아직 그를 자신의 인생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지도 않았고 지워지고 싶지도 않았다. 고민하다가 그녀는 확인 차 말했다. ‘나한테 아무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해요. 난 그냥 앉았다 갈 거니까.’ 경소경은 답장하지 않고 차를 그녀 앞에 세운 뒤 경적을 울렸다. 그는 자신의 차로 같이 가자는 뜻이었다. 차에 탄 그녀가 말했다. “난 아직 밥 안 먹었는데, 당신도 안 먹었죠? 같이 먹어요.”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예군작도 같이 밥 먹자고 온 거예요? 그래도 내가 더 중요하긴 한 가봐요. 그렇게 보내 버린 걸 보면.” 진몽요는 억지로 대답했다. “맞아요, 참 똑똑하시네요… 그러니까 그런 태도로 말 그만 해줄래요? 밥 어디 가서 먹을 거예요?” 그는 흘낏 그녀를 보며 “우리 집에서 먹어요. 내가 요리할 게요.”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이 자식… 정말 그녀랑 재결합할 생각인 건가?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그가 요리를 해준다는 말에 그녀는 싱숭생숭했다. “그…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그냥 밖에서 먹는 거 어때요?” 그는 일부러 차갑게 물었다. “왜요? 내가 독이라도 탈까 봐요?” 그녀는 작게 원망했다. “독 탈까 봐 무서운 게 아니라, 나한테 손댈까 봐…” 그는 그녀의 대답을 잘 듣지 못 했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 사실… 잘못한 거 만회하려고요. 아침에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잖아요…” 진몽요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죠? 잘못 한 거 만회한다고요? 알겠어요. 그럼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밥 먹고 그 성의 받
진몽요는 그가 일부러 피하는 걸 알고 일어나서 가방을 맸다. “지금 데려다 줘요. 벌써 9시가 넘었어요. 집에 일찍 가서 자고 싶어요.” 그는 그녀의 앞에서 와인을 들이켰다. “미안해요, 나 술 마셔서 운전 못 할 거 같아요. 당신도 마셨잖아요.” 진몽요는 벙쪘다. “아니… 설마 미리 계산해둔 거 아니죠? 운전할 거 알면서 술을 마셔요? 그…그럼 이제 어떡해요?” 경소경은 어깨를 들썩였다. “많이 안 마셨어요. 좀 지나면 운전해도 돼요. 기다려요. 내가 요리했으니까 당신이 뒷정리해줘요. 난 샤워 좀 할 게요.” 그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진몽요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또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다. 그녀는 얼른 설거지를 하고 주방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알코올이 다 소화되려면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가 새벽에 그녀를 데려다 주기엔 너무 귀찮은 일 아닌가? 그녀는 대리를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 경소경을 찾으러 올라갔지만 그는 아직 욕실에서 씻고 있었다. 이때 이불 안에 있는 스웨터가 보였고 그녀가 어제 저녁에 입었던 스웨터였다. 분명 그녀는 어제 갈아입고 욕실에 두고 온 기억이 나는데… 욕실 문이 열리고 경소경은 타올을 두르고 나왔다.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어색하게 물었다. “씻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생각해 봤는데 대리부르는 게 좋겠어요. 집에 가봐야 해요.” 경소경은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내려다보자 물방울이 그녀의 콧등 위로 떨어졌다. “왜요? 내가 잡아먹을까 봐 그래요? 당신이 나 보면서 침 삼키는 거 봤는데 조심해야 되는 사람은 나 아니에요?” 그녀는 창피해서 구멍 안으로 숨고 싶었다. “헛소리 그만해요. 나 침 삼킨 적 없거든요! 난 당신 몸매 이미 질렸어요.” 그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렇다면 나도 당신 몸매 질렸어요. 우리 서로 질렸는데 여기서 자고 간다고 무슨 일 생기겠어요? 시간 그만 끌고 그냥 씻고 자요.” 그의 헛된 수작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얼른 욕실로 들어갔다. 하루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진몽요는 그의 포옹을 거부하지 않고 심지어 한 쪽 이어폰을 그의 귀에 끼워주었다. 갑자기, 분위기는 고요하고 아름다워졌다. 언제 잠에 들었는지 다음 날 일어날 때 진몽요는 자신의 이어폰과 핸드폰이 가지런히 서랍위에 놓인 걸 보고 경소경이 정리해준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자면서 음악을 들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어폰이 몸에 칭칭 감겨 있던 기억이 났다… 경소경은 이미 일어나서 침대 위에 없었지만 그의 온기는 남아 있었다.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씻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 저녁 아무 일도 없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고 왠지 모를 응어리가 풀렸다. 10분을 기다렸는데도 그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강제로 그녀에 의해서 나오자 인상을 썼고 진몽요도 들어가서 한참을 씻었다. “얼른 나와요. 안 나오면 치약이 입 안에서 마르겠어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집에 데려다 줘요. 나도 옷 갈아입고 출근해야 돼요. 얼른요, 늦었어요.” 그가 옷을 느릿느릿 갈아입자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 그의 넥타이를 매 주었고, 갑자기 그가 그녀를 끌어안아 입술을 갖다 댔다. 그녀는 격한 입맞춤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질식하기 직전에 그를 밀어냈다. “저리 비켜요! 지금 당신이랑 이럴 시간 없어요.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죠! 그의 동공은 살짝 요동치고 있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이랑 같이 있어야 잘 수 있어요. 앞으로 자주 오면 안돼요?” 그녀의 표정을 살짝 굳었고, 그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서야 그가 헤어지고 난 뒤로 제대로 자지 못 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으며 “당신… 여자친구 있잖아요, 그 사람이랑 같이 자요…” 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래봤는데 달라요, 소용없어요… 아무도 당신을 대체할 수 없어요.”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그가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인정하는 걸 들으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적응되면 괜찮아요
자신이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에 진몽요는 억지로 침착하려 했고, 그녀는 그와 재결합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의 사생활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난 원할 자격이 없어요, 그건 당신 사생활이잖아요. 나 여기 자주 안 올 거예요. 우리가 친구로서 만날 수는 있지만 이젠 내가 없어도 잘 자는 습관을 들여요. 제일 힘들 거 같을 때는 와줄 게요. 예전에 나한테 잘해준 거에 대한 보답이라고 치죠. 쨌든, 이제 가요.” 그녀의 마지막 말에 그는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억지로 삼켰다. 어차피 그는 이제 자존심도없고, 그녀가 만나주기만 한다면 그는 그 기회를 놓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래도 그녀를 다시 꼬실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는 속상한 기분을 접어 두었다. “그래요… 먼저 데려다 줄게요.” 아파트 아래, 진몽요는 경소경에게 먼저 가도 된다고 했다. 회사가 바로 앞에 있으니 그녀는 옷만 갈아입고 충분히 뛰어갈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자 안야는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저녁에 집에도 안 들어오시고, 위에서 다 봤어요. 경소경씨가 데려다 준 거. 두 분 도대체 뭐예요? 다시 잘해 보시려고요?” 진몽요는 털털하게 안야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말해도 넌 몰라, 얼른 출근해야지. 넌 준비 다 했어?” 안야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허리를 응시했다. “네… 다 했어요… 근데 허리에 왜 멍이 드셨어요? 그것도 양쪽다… 안 아프세요? 어쩌다가 그런 거예요?” 진몽요는 놀란 눈으로 허리를 보았고, 정말 안야의 말 대로 양쪽 허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 저번에 그와 실수한 날 경소경이 세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서 생긴 멍이었고, 그때는 아픈 줄 몰랐지만 지금은 살짝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였는데 보기에는 꽤나 심했다. 자세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그녀는 아무 일 없던 척했다. “별 거 아니야… 어디 부딪혔나봐. 괜찮아, 안 아파.” 안야는 그래도 걱정했다.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안 아파요? 이따 퇴근하고 파스라도 사다 드릴까요? 저희 할아버
안야는 정신을 차리고 진몽요에게 물었다. “사장님 오늘 경소경씨 만나러 가세요?”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까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했어.” 안야는 계속 물었다. “왜 안 가세요?” 진몽요는 허리를 두들기며 “양쪽에 파스를 붙여서 70살 할머니 같은 냄새가 나잖아. 아가씨의 달달한 냄새는 하나도 안 나는데, 이러고 어떻게 전 애인을 만나? 그건 안돼, 그래도 난 겉모습이 중요하거든.” 안야는 미안한 눈빛이었다. “죄송해요… 거기까진 생각 못 했어요, 파스 바르면 덜 아플까 해서…” 진몽요는 안야의 기분을 살피지 못 하고 털털하게 대답했다. “내가 안 아프다고 했는데 네가 꼭 붙이겠다고…” 그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안야는 그녀의 옷을 들어올려 파스를 떼 버렸다. 그녀는 피부가 따가워서 투덜대려는 순간 안야는 안 좋은 표정으로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안야가 화가 난 건가? 안야가 돌아오자 그녀는 안야를 잡고 애교를 부렸다. “아이 참, 그런 뜻이 아니었어. 너가 내 생각해서 그런 거 알아. 점심시간에 특별히 나가서 약도 사오고, 너가 최고야. 네 탓한 거 아니야. 어차피 난 경소경씨 만날 생각도 없었고, 언제까지 애매하게 굴 수 없잖아? 됐어, 화 풀어. 내가 집에가서 맛있는 거 해줄 게.” 안야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요, 저 화 안 났어요. 다 제 탓이죠, 냄새나는 파스를 괜히 붙여서… 근데 친구로서 궁금한 건데요, 왜 경소경씨랑 애매하게 지내면서 예군작이랑도 만나세요?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경소경씨는 아직도 사장님 생각하고 화해할 의향이 있어 보이는데, 거절하실 거면 여지를 남기지 말고 확실하게 하셔야죠.” 진몽요는 그녀의 말에 몇 초 동안 멍해졌다. “아니… 너 무슨 뜻이야? 내가 누구한테 여지를 줬는데? 내가 예군작이랑 어떤 상황인지 몰라?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리고 경소경씨는 그 사람이 제 발로 찾아오는 건데 왜 내가 양다리를 걸치는 것처럼 말해?” 안야는 진몽요가
경소경은 답장을 하지 않았고, 문자를 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또’ 라는 단어는 예군작과 진몽요가 이미 여러 번 만났었다는 걸 의미했다. 답장이 오지 않자 안야는 고민 끝에 문자를 보냈다. ‘표절사건은 죄송했어요. 그 ‘묵’이라는 친구가 그쪽 회사에 간묵인 줄 몰랐어요, 그 사람이 그런 일을 벌일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어쨌든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제가 신세를 졌네요. 앞으로 몽요 사장님 관련해서 궁금한 거 있으시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제가 다 알려드릴 게요. 아직도 사장님 좋아하시는 거 알아요. 저도 두 분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문자를 보낸 후, 그녀는 고개 돌려 진몽요를 보다가 핸드폰을 서랍 안에 넣었다. 퇴근시간이 되자 진몽요는 평소처럼 정리를 하고 안야와 같이 퇴근할 준비를 했고 안야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저 기다리실 필요 없어요. 먼저 들어 가세요. 저 립님네 집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이따가 가지러 가려고요.” 진몽요는 더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후 혼자 퇴근했다. 안야는 그제서야 핸드폰을 꺼내서 경소경의 답장을 보았다. ‘그 사건은 이미 지나갔어요. 그쪽 탓 아니고 간묵 때문이었잖아요. 몽요씨 일은 부탁 좀 할 게요.’ 경소경의 너그러운 태도에 그녀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갑자기 임립이 걸어왔다. “물건 두고 갔다면서요? 지금 같이 가요. 아파트에서 사는 건 좀 적응됐죠?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안야는 임립을 향해 웃었다. “아파트 좋아요, 필요한 것도 없고요. 가요.” 회사 아래로 내려온 후, 넓은 도로 맞은편에서 안야는 진몽요가 예군작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예군작의 차는 가로등 아래 비추어져 더 빛이 났고, 당연히 돈 많은 냄새가 나는 차였다. 임립은 그 장면을 목격하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다. “얼른 가요.” 그녀는 대답을 하고 사진을 찍어 경소경에게 보냈다. ‘예군작이 또 왔어요. 저는 립님네 집에 물건을 가지러 가야해서 따라 갈 수가 없어요. 둘이서
한 편, 예군작은 진몽요와 식사약속을 잡으려고 온 게 아니라 비싼 와인을 주러 왔다. “저번에 말했던 와인이에요. 그때 안 왔으니까 그냥 가져왔어요. 오늘은 바빠서 식사는 나중에 해요.” 진몽요는 그가 저번에도 강령이 좋아할 만큼 비싼 와인을 주었던 게 생각나 완곡히 거절했다. ”괜찮아요… 전 이런 술 잘 모르고 저한테 주는 건 낭비예요. 그냥 혼자 드시는 게 좋겠어요. 나중에 그쪽 한가할 때 저도 시간 되면 밥 사드릴 게요.” 예군작은 아택에게 눈치를 주어 와인을 그녀에 품에 안겼다. “거절당하는 거 싫어해요. 내가 줬으니까 이제 그쪽 거예요. 낭비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그럼 먼저 갈 게요. 맞다… 요즘 그 절친 온연씨 보러 자주 좀 가봐요.” 진몽요는 살짝 놀랐다. “진짜 저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네요… 주변에 누가 있고, 어떤 상황인지 다 알고 있잖아요.” 예군작은 단언하지 않았다. “상대를 잘 파악하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누군가를 알아가려면 전부를 알아야죠. 온연씨가 제일 친한 친구인데 당연히 빼놓을 수 없잖아요.” 이번엔 그녀는 왜 자신을 알아가려 하는지 묻지 않았다. 어차피 물어봐도 그는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테니. 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베란다로 나가 예군작이 선물한 화분을 보았다. 화분은 꽤나 많이 자라 있었지만 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무성한 풀들이 마치 식물 같았다. 와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경소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는 아직 숨 돌릴 틈도 없어서 일부러 전화를 받고 심호흡을 했다. 전화 너머 그가 조용하자 그녀는 의심했다. “무슨 일이에요? 전화 해놓고 아무 말도 없고.” 경소경은 차갑게 물었다. “예군작이랑 같이 있어요?” 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아니요, 집이에요. 안야는 임립네 집에 물건 가지러 가서 집에 혼자 있어요. 못 믿겠으면 영상통화로 보여줄게요.” 경소경은 안도했다. “그럼 심호흡은 왜 했어요?” 그녀는 투덜거렸다. “제발 다른 생각 좀 할 수 없어요?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