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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장

Author: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3-23 16:30:03
그한테 다시 옷을 갈아입으라는 협박을 받지 않기 위해 그녀는 꽁꽁 싸맨 오피스룩을 입었지만 유일한 단점은 덥다는 거였다…

  그녀는 오늘 회사에 갈 생각이 없었다. 오피스룩을 입고 그림을 그리러 나가는 건 불편하고, 그가 좋아하는 걸 하필 맞춰줘야 했기에 그녀는 이 생각만 하면 답답했다.

  문을 나설 때 목정침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내가 안 데려다 줘도 돼?”

  그는 예전에 바로 데려다줬지 언제 그녀에게 데려다 줘야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나? 그녀는 정말 그의 차보다 빠른 다리가 있으니 데려다 주지 않아도 된다고 비꼬며 말하고 싶었다. “됐어요, 오늘 회사 안 가고 그림 그리러 나갈 거예요.”

  그는 더 말하지 않고 진락에게 운전을 맡기고 나갔다.

  그녀는 멀어지는 차를 보며 짜증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일은 이미 넘어간 거 아닌가? 예전에는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잠자리를 갖고 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지만, 왜 이번에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일은 그렇게 안되는 걸까? 대체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이 편할까?

  택시를 잡아서 그녀가 그림을 그릴 때 제일 좋아하는 그 카페에 갔는데, 진몽요로부터 위문전화가 왔다. “연아, 목정침씨랑 어떻게 됐어? 우리 집 그이가 이번엔 둘이 좀 심하게 싸웠다던데.”

  온연은 힘없이 말했다. “너네 집 그이 말이 맞아. 목정침씨가 이혼 얘기까지 꺼냈어.”

  진몽요는 전화 너머 폭발했다. “뭐라고?! 그때 너한테 강제로 결혼시킨 게 그 사람인데,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이혼하겠다고?! 그래, 이혼하면 하는 거지, 아이는 너가 데려가고, 위자료도 엄청 많이 청구해. 매달마다 생활비도 너한테 줘야 하고, 너는 너 자신을 위해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요구해야지. 자존심 때문에 한 푼도 필요 없다고 하면 안돼!”

  온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 했다. “넌 내가 그렇게 이혼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심각하진 않아. 그냥 한번 언급했을 뿐이지, 진짜로 하자고 하진 않았어. 게다가 내가 동의하지 않았으니까 아직까지는 빈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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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개가 이렇게 빨리 돈을 갚게 될 줄은 몰랐어서 그녀는 망설이다 말했다. “알겠어요, 이따가 계좌번호 보낼게요. 사실… 제가 빌려줄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었는데, 목정침씨가 도와준 거예요.”  심개는 망설이다가 웃었지만, 말투엔 씁쓸함이 섞여있었다. “그럼… 나 대신 고맙다고 전해줘요. 그 사람이 잘해줘서 마음이 놓이네요, 마음이 안 놓일 것도 없지만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나까지 나서서 도와주는 걸 보면, 내가 그 사람의 사랑을 과소평가했나 봐요.”  온연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네’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목정침의 계좌번호를 보냈다. 그녀가 이렇게 하는 건 목정침의 비위를 맞추려고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다. 처음엔 그녀가 잘못을 했고, 그녀도 똑같이 목정침이 자신을 향한 사랑을 과소평가했다.  그녀가 멍을 때리고 있을 때, 당천의 그림자가 시야로 들어왔다. “공교롭게 자꾸 여기서 그쪽을 뵙네요.”  온연은 장난을 쳤다. “업무 시간에 나온 거면, 제가 그쪽 월급을 깎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천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책상 위를 두들겼다. “다 같은 디자이너끼리 그렇게 엄격하지 맙시다. 나와서 영감을 찾는 건 좋은 거예요.”  온연은 무언가 생각나서 서양양의 새 핸드폰 번호를 뒤졌다. “양양씨가 지금 친척분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요. 어머님이 원하셔서 회계사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고요. 집에서 맞선도 주선해주고 있어서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하시는 사람이랑 결혼할 건가 봐요. 그런 평범한 인생은 양양씨가 원하는 게 아닌데 말이에요. 아르바이트 하는 식당 주소 보내줄 테니까, 어떻게 할지는 당천씨가 결정하세요. 내가 중매인은 아니라 주선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좀 안타까워서요.”  당천의 눈빛엔 어떤 감정이 스쳐지나갔지만, 너무 빨라서 캐치하지 못 했다. “네, 알겠어요.”  온연은 꿰뚫어보지 않았다. 가끔은, 사람의 표정이 평온할수록 마음속 파도는 더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거의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

    Last Updated : 2023-03-2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96장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잠깐 보다가 말했다. “온연, 잠깐 와 봐.”  온연은 그를 보고 실망한 눈빛을 지었다. 그는 오랫동안 그녀의 이름에 성을 붙여서 부르지 않았고, 거의 늘 ‘연아’ 라고 불러주었다. 감정이라는 건 참 쉽게 변질되는 것 같았다.  콩알이는 먼저 목정침의 품에 안겼고, 온연도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목정침이 물었다. “심개가 돈 돌려줬어?”  그녀는 팔을 들어 귓가에 머리를 넘겼다. “응, 내가 당신 계좌로 보내라고 했어요.”  그는 입술을 문지르며 침묵했고,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웃었다. “저녁 다 됐나 보고 올게요, 콩알이랑 좀 놀고 있어요.”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내려가자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일을 어쩌면 그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는 자신을 억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심개와 온연이 서로 좋아했던 일을 넘어가려고 해봤지만, 그들이 조금이라도 접점이 있으면 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저녁 먹을 때, 온연은 세심하게 콩알이에게 밥을 먹이느라 자신의 밥과 식기는 건들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여름이라 집에 에어컨도 틀어져 있어 음식이 빨리 식었다.  목정침이 말했다. “애가 밥 먹는 거 알아서 배울 수 있게 둬. 손발 잘 움직이는 거 보니까 또래 애들보다 똑똑한 거 같은데.”  온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밥을 몇 년이나 더 먹여줄 수 있겠어요? 겨우 1-2년이잖아요. 나중에 더 크면 먹이고 싶어도 애가 못 먹이게 할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제대로 못 먹어서 이리저리 다 흘리고, 입에 들어 가는 게 더 적어요. 내가 천천히 연습시킬 테니까 걱정 말아요.”  그는 손에 있던 젓가락을 내려놨다. “내 아들인데, 왜 걱정을 안 해?”  온연은 그의 행동에 감정이 들어간 게 느껴졌고, 입술을 움직이다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또 어느 부분에서 기분이 상한건지 알 수 없었고, 아직은 건들이지 않는 게 좋았다. 그가 갱년기라고 생각하자.  유씨 아주머니는 식탁

    Last Updated : 2023-03-2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97장

    온연은 옆에 있는 콩알이를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지금 조용한 곳으로 피한 거예요. 제가 꼴 보기 싫을 수는 있어도, 자기 아들이 꼴 보기 싫지는 않겠죠.” 말을 하면서 그녀는 콩알이를 안고 계단 입구에 왔다. “자, 우리 애기, 저기 서재 문 보이지? 가서 힘껏 두들겨, 아빠가 너랑 놀아줄 때까지. 오늘 밤은 아빠한테 매달려서 샤워시켜 달라고 해야 해. 그리고 앞으로도 아빠가 계속 씻겨줄 거야. 알겠지?”  콩알이는 알아들은 듯 만듯 그녀를 잠시 응시하다가, 그제서야 좋아하는 큐브를 갖고 서재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손에 있던 큐브를 보며 그걸로 문을 두들겼고, 작은 손을 쉴새 없이 움직였다.  빠르게 목정침이 문을 열었고 온연은 바로 숨었다.  목정침은 쭈그려 앉아 콩알이를 보고 물었다. “너 혼자 올라온 거야?”  콩알이는 장난감을 그에게 보여주며 마치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자랑하는 듯했다. 콩알이는 장난감이 많았지만 유독 이 큐브를 매일 갖고 놀았다. 다른 장난감들은 잠깐 놀다가 질려서 더 건들이지 않았다.  목정침이 큐브를 대충 만졌더니 모든 면의 색깔이 다 맞춰졌다. 이건 유아용 초급 큐브라서 난이도가 낮았다.  이때 콩알이는 온연이 방금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빠… 샤워…”  목정침은 약간 머리가 아파왔다. 평소엔 늘 온연이 콩알이에게 샤워를 시켜줬고, 그는 콩알이가 혼자 윗층으로 올라왔는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 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온연이 그에게 자신을 찾으러 오라고 알려준 건가? 그는 사랑스럽게 콩알이를 안았다. “아빠가 아직 할 일이 좀 남아서, 일 다 하고 씻겨주면 안될까? 안에 들어와서 좀 기다리고 있어, 대신 물건 아무거나 건들이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해.”  목정침이 콩알이를 안고 서재에 들어간 걸 확인한 후, 온연은 안도한 뒤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 오늘 낮에 그린 디자인 원고를 내일 회사에서 쓰기 위해 수정을 해야했다.  그녀는 침대에 엎드려서 펜 끝을 깨물고 한참동안 디자인을 고민했고,

    Last Updated : 20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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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나도 그런 쓰레기 같은 말을 내가 뱉을 줄은 몰랐어.”  샤워할 시간이 되자 콩알이는 그들이 감동적이든 말든, 꽉 안고 있는 두 사람은 작은 손으로 떼어내려 했다. “샤워!”  온연과 목정침은 동시에 웃으며 콩알이를 데리고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후, 온연은 침대로 돌아와 다시 엎드려서 디자인을 구상했다…  콩알이가 아직 정신이 멀쩡해서, 목정침도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없었고, 인내심을 갖고 재우려 했다. “착하지, 샤워했으면 자야지. 얼른 자자.”  콩알이는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잠옷 단추를 갖고 놀았고, 몇 분이 지나자 그는 인내심이 없어졌다. “너 오늘 저녁 밥 너무 많이 먹어서 못 자는 거 아니야?”  온연은 ‘피식’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그렇게 인내심이 없어요? 난 매일 30분 정도 안고 있어야 잠 들었으니, 아직은 일러요, 천천히 재워야 해요. 내가 너무 자주 애를 안아줘서 그런지, 팔에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거 같아요.”  목정침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채로 콩알이를 재웠고, 위에서 아래로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 예전보다 단단해진 것 같진 않았고, 여전히 가녀려 보였다.  어렵게 콩알이를 재운 뒤, 그는 급하게 아이를 아기 침대에 눕혔고 온연이 제제했다. “침대 큰 거로 바꾼 거 아니에요? 그럼 우리랑 같이 자면 되잖아요, 어차피 좁은 것도 아닌데.”  두 사람이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콩알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보았고, 약간 화가나 보였다. “엄마… 때리지 마…”   이때 목정침의 모든 인내심은 다 사라졌고, 답답해서 등을 돌리고 이불로 온 몸을 덮은 뒤 얌전히 누웠다. 언젠간 그가 아이를 안방에서 내쫓고 말 테다! 예전에 그의 안방에는 아무도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었고, 그도 조용한 걸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여자가 생기고, 시끄러운 아이까지 생길 줄 누가 알았을까?  온연은 잠옷 원피스를 정리한 뒤 계속해서 아이를 달래주며 재웠고, 그녀는

    Last Updated : 20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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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시간이 일러서 다행이었다. 태양은 점점 뜨고 있었으며, 세상은 아직 시끄러워지지 않았다.  목정침은 기분이 괜찮아서 아침을 먹자마자 콩알이를 데리고 정원에서 놀았고. 온연은 옆에 있는 벤치에서 책을 보았다. 정원엔 바람이 솔솔 불었고, 아직 점심때가 아니라 그렇게 덥진 않았다.  9시가 넘자, 진몽요가 갑자기 찾아왔다. 미리 온연에게 전화도 없었고, 이번에도 여전히 아이를 데려왔다. 경소경은 같이 오지 않았다.  온연은 책을 내려놓고 차에서 그녀가 아이를 안고 나오는 걸 도왔다. “오늘 일찍 왔네, 왜 미리 전화 안 했어?”  진몽요는 급하게 집으로 들어와 물을 한 잔 따른 뒤, 한 모금 마시고 얘기했다. “나 어제 경가네 공관에서 잤거든, 경소경씨는 없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 데리고 나왔어. 그 사람은 오늘 회사에서 추가 근무해야 돼서, 우리 신경 써 줄 겨를이 없길래 그냥 너 만나러 왔지. 오늘 목정침씨는 회사 안 간데?”  온연은 정원에 있는 두 부자를 흘낏 보고 말했다. “아마 안 갈 거 같은데, 왜? 있으면 너 불편해?”  진몽요는 헤벌쭉 웃었다. “아니 아니, 내가 불편할 게 뭐가 있어? 난 철판이 두껍잖아. 집에 있어도 상관없어, 내가 밥 얻어 먹는데엔 지장 없으니까. 내가 아이만 따로 데리고 나오고 싶었는데, 경험이 별로 없어서, 네가 경험이 많으니까 같이 있으면 허둥지둥하지 않을 거 같아서 왔어. 매주 아들이랑 놀 시간이 겨우 이틀밖에 없는데 당연히 소중히 여겨야지. 나 너무 피곤하게 사는 거 같아, 아이도 아껴줘야 하고, 경소경씨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  온연은 되려 진몽요를 부러워했다. “불평 그만 해. 넌 나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고 있어, 경소경씨 봐봐, 너무 잘해줘서 거의 너를 모시고 있잖아. 돈으로 널 먹여 살리고, 밥하고 설거지하는 것 마저도 네가 못 하게 하니까. 매일 밥 먹으면서 누리는 것들이 다 셰프가 직접 너한테 해주는 대우잖아. 너 같이 행복한 운명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지 몰라. 나는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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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00장

    보통 진몽요가 있으면 목정침이 대화를 할 틈이 없었고, 그도 여자들 사이에 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서재로 들어갔다.  콩알이는 온연이 다른 아이를 안지 못하게 계속 온연의 주위를 맴돌았고, 생기가 넘치는 큰 눈을 깜빡이며 유모차 안에 있는 아이를 감시했다. 아이들은 노는 걸 좋아하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와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진몽요의 아들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콩알이와 함께 놀지 못 해서 상황이 어색했다.  처음에 온연은 여전히 콩알이가 어린 아이를 때릴까 봐 두려웠지만, 나중에 보니 콩알이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자 그녀는 마음을 놓고 진몽요와 수다를 떨었다. “너 지금 모유 충분해? 나올 때 분유 같은 거 안 챙긴 것 같아서.”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충분하긴 무슨? 난 이제서야 네가 그때 콩알이한테 순수 모유만 먹인 걸 알았는데, 난 지금 아무리 해도 부족해. 평소에 우리 아들은 거의 분유만 먹고, 저녁에 내가 보러 갈 때만 모유를 먹어. 오늘 데리고 나올 때 모유 잘 나오게 하는 탕까지 마셔서, 오늘은 어느정도 나올 수 있을 거 같아. 정 안되면 너네 집에도 분유 있으니까, 어차피 우리 애도 같은 브랜드 거 먹어서 굶길 일은 없겠지.”  온연은 살짝 부끄러워서 진땀을 흘렸다. “넌 아들이 아직 어린데, 우리 콩알이 분유는 먹이면 안되지. 다 단계별로 나눠져 있는데, 너 바보 아니야? 너 같은 엄마는 또 처음 본다, 너무 세심하지 못 해.”  평소엔 매번 하람이 아이에게 분유를 사다주었기에, 진몽요는 분유에도 단계가 있다는 걸 알리가 있나? 그녀는 순간 억울했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잖아. 뭐든 다 어머님께서 해주시니까, 이런 걸 배울 기회가 없어. 평소에 내가 분유 타는 것도 못 하게 하시고, 내가 젖병을 잡는 순간 뺏기는데, 내가 어떡해?”  이 말은 보기에는 불평 같지만 사실상 자랑에 가까웠다. 온연은 진몽요의 입에 과일 말랭이를 집어넣었다. “너 그냥 조용히 해, 이런 사소한 지식들은 네가 조금만 주의해도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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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정침은 마음 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둘이 설마 애 둘 나한테 맡기고 나갈 건 아니지? 나 돌아버릴 수도 있어! 나가지 마!”  온연은 말을 절대 잘 듣지 않았다. “금방 올게요, 어차피 당신 나가지도 않는데, 좀 봐줄 수 있잖아요? 한 명은 친 자식이고, 한 명은 절친의 자식인데, 수고 좀 해줘요.”  말을 끝내고 그녀는 얼른 도망쳤다. 목정침은 거절하려고 했던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두 명의 아이를 동시에 본 적이 없었고, 만약 두 아이에 동시에 깨어난다면, 그건 상상만 해도 악몽이었다…  나가는 길, 진몽요는 운전을 하면서 신나는 음악을 틀고 몸을 움직였다. “이전에는 차에 애를 태워니까 자유롭지 못 했는데,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워진 느낌이야. 목정침씨한테도 오늘 같은 날이 있구나!”  온연은 웃으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아이들이 깨어났을 때 얼마나 허둥지둥할지 상상했고, 계속 전화로 재촉하며 그녀에게 집에 오라고 할 것 같았다.  그녀들을 놀라게 만든 건, 외출한지 3시간이 지나도 목정침은 아무 소식이 없었고 진몽요는가만히 있지 못 했다. “뭐지? 우리 아들 그렇게 오래 안 자는데. 일어나면 울면서 밥 달라고 할 텐데, 왜 목정침씨는 아무 소식도 없는 거야?”  온연도 상황이 어떤지 몰랐다. “아마… 유씨 아주머니가 달래고 있을 거 같은데, 아님 우리 지금 들어갈까?”  진몽요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쇼핑을 멈췄다.  목가네로 돌아온 후. 1층은 조용했고, 진몽요는 쇼핑에서 얻은 전리품을 내려놓은 뒤, 살짝 뛰어서 위층으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연 순간, 그녀는 소리를 내지 못 했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온연도 따라가서 보니, 목정침이 아기 침대 앞에서 콩알이를 안고 진몽요의 아이를 놀아주고 있었고, 콩알이도 더 이상 친구에게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이의 얼굴을 만지며 신기해하고 또 신나 보였다.  이 장면을 보고 목정침이 정말 최고의 아빠라고 해도 과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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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연은 경계하고 있었다. “뭐야? 설마…?”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거. 내 것도 샀어.”  온연은 불편해졌다. “너나 가져가서 써, 난 필요 없어.”  진몽요는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웃음이 음흉했고 온연은 얼른 그녀를 저 멀리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얼른 가! 갈 때 운전 조심하고.”  해성, 국가네.  아택은 옆에서 캐리어를 정리하고 있었고, 예군작은 국청곡의 화장대 앞에 앉아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국청곡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오라고 재촉하시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요?”  예군작은 담담하게 웃었다. “여기 온지도 좀 됐고, 이정도 같이 있어줬으면 됐잖아요. 아니면 나랑 같이 가든지요.”  국청곡은 망설였고 예군작이 그녀를 향한 태도가 명확하다는 걸 그녀는 알았다. 제도에 가도 그녀는 배가 나와서 불편할 테니 친정에 있는 게 나았다. 그녀는 원래 예군작이 여기서 그녀와 오래 있었으니, 아이를 다 낳은 다음에 같이 제도로 돌아갈 줄 알았으나, 생각지도 못 하게 그는 상의도 없이 오늘 저녁 비행기표를 끊었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남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음이 없는 사람은 붙잡을 수 없었다. 이 원리를 이해한 그녀는 웃었다. “됐어요, 그냥 혼자 가요, 어차피 못 붙잡을 거 알아요.”  예군작 손목시계를 보더니 일어나서 말했다. “시간 거의 다 됐네, 아택, 정리 다 했어? 이제 출발해야지.”  아택은 캐리어를 정리했다. “네, 거의 다 됐습니다.”  국청곡은 창문 앞으로 걸어가 등을 돌렸다. “마중은 안 나갈게요.”  예군작은 망설이다가 그녀의 뒤로 걸어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이 낳을 때 꼭 옆에 있어줄게요. 당신이 여기가 좋으면 여기 남아 있어요.”  국정곡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부드러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늘 구분할 수 없었다.  비행기가 제도에 도착하니 시간이 이미 새벽12시가 넘었고, 누군가 공항에 데리러 나왔다. 아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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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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