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양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저도 그 사람이랑 안 어울리는 거 알아요. 매일 그 사람주변을 맴도는 여자가 많을 텐데, 저는 눈에 띄지도 않으니 딱히 기대하지 않았어요.” 온연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런 뜻이 아니에요. 양양씨가 아무리 눈에 안 띄어도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고 제2의 양양씨는 없어요. 모든 사람은 다 특별하고, 그 존재에 의의가 있는데 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잔소리 좀 더 하자면, 양양씨는 집안 배경도 깨끗하고 사람도 순진하고 좋으니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거예요. 당천씨는 비록 각 방면에서 조건이 좋은 남자지만, 사생활 쪽에서는 좀 별로죠. 너무 가벼워요. 안 어울리는 걸로 따지면 그 사람이 양양씨한테 어울리지 못 하는 거예요. 저는 일하러 갈게요. 아마 당천씨가 만나자고 할 거예요.” 서양양이 온연을 보는 눈빛은 더더욱 반짝였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다는 건 좋은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사소한 의식주부터 대학교 전공까지 모두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했지 그녀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졸업을 하고 나서 비록 부모님은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주며 엄격하게 관리하진 않았지만, 오랜시간 감시를 받았던 탓에 그녀는 이제 자신이 주관도 없고 거절할 줄도 모르는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연은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고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며 그녀에게 충분한 확신을 주었다. 어제 일 때문에 서양양은 어떻게 당천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은근슬쩍 그를 피했다. 그녀는 당천과 확실이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무리 어색하고 민망해도 당천은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회사에서 할 일을 하고 여직원들과 자발적으로 어울리며, 늘 거절하지 않고 가끔은 야릇한 주제를 던지기도 했다. 그녀가 자신 것과 함께 온연의 차를 타서 책상 앞으로 걸어가자 당천이 갑자기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괜찮으면 제 것도 한 잔 타주세요.” 서양양은 당천의 눈을
온연은 콩알이를 데리고 놀다가 서양양이 걱정되어 문자를 보내 상황을 물었다. 이내 서양양이 빠르게 답장했다. ‘저한테 예상치 못 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어요.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재요. 저한테 사과도 하고 밥도 사주시면서 앞으로 회사에서 언니랑 같이 저를 챙겨주시겠데요. 잘 된 것 같아요, 서로 부담 갖지 않고요. 안 그래도 안지 얼마 안됐는데 사귀는 것도 적절하지 않잖아요. 아까 집에서 어제 외박한 것 때문에 부모님이랑 싸우고 엄청 욕 먹었어요. 사실 말이 싸운거지 저만 일방적으로 혼난 거예요. 걱정 마세요 언니, 전 괜찮아요.’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 결과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쩌면 최고의 결과이기도 했다. 목정침이 돌아오고 보니 시간은 이미 저녁 11시였다. 온연은 비몽사몽한 채로 잠 들어 있다가 그의 샤워소리에 깼다. 그가 나오자 두 사람은 침대에 기대어 대화를 나눴고, 낮에는 만날 시간이 없으니 이 시간밖에 없었다. 당천 얘기가 나오자 목정침은 의아했다. “당천? 걔가 너네 회사로 갔어? 어떻게 그러지?” 온연은 그의 반응이 이상했다. “회사에서 돈만 잘 주면 안될 것도 없지 않아요?” 목정침은 확신하며 말했다. “그런 작은 회사에서 얼마나 주겠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이상해.” 그녀는 대충 얘기를 꺼낸 거였고 당천 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알겠어요. 신경 안 쓸래요. 난 계속 잘게요, 또 졸려서요.” 무의식적으로 꺼낸 말 이어도 듣는 사람은 달랐다. 목정침은 이 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당천이 온연의 회사에 입사한 시간이 의심스러웠다. 설날에 그가 출장을 갔던 이유가 제시카가 복수심리로 그를 건드려서 해외지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고, 제시카 성격상 이 일은 이렇게 끝내지 않을 것 같았다. 하필 이럴 때 갑자기 당천이 튀어나와서, 고급 디자이너가 수입도 적은 작은 회사에 들어가다니, 웃긴 거 아닌가? 게다가 온연이 약 탄 술을 마신 걸 생각할수록 당천과 제시카가 관련되었다고 생각
회사에서 문서를 챙긴 뒤 서양양은 재빨리 택시를 잡고 당천의 집으로 향했다. 당천의 집을 한 번 가본 적이 있으니 익숙하진 않아도 낯선 건 아니었다. 당천의 집 문 앞에 도착한 뒤 그녀는 심장이 뛰어서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다. 당천의 집은 독채 별장이었다. 그녀가 알기론 그는 집에 가정부 따로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지금은 겨우 오전 10시 정도였고 대문 앞에서 한참동안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당천은 방탕한 야간생활이 있는 사람이니 이 시간에 안 일어나 있는 게 납득이 됐다. 그녀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그가 받은 뒤 그녀가 문 앞에 있는 걸 알고 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역시 잠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서양양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와 당천이 마음대로 대문 비밀번호까지 공유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된 건가? 이 자식은 걱정도 없이 비밀번호를 그녀에게 알려주다니… 대문을 열고 들어가, 집 문 앞에 서서 그녀는 망설이다가 같은 비밀번호를 눌렀고, 정확하게 입력이 됐는지 문이 열렸다. 그녀는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저번에 왔을 땐 어색하고 정신이 없어서 당천의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둘러볼 틈이 없었지만, 오늘 보니 화려한 것 말고도 인테리어가 엄청 특색 있었고 색다른 느낌이 당천과 잘 어울렸다. 당천의 안방 앞까지 걸어와 그녀는 문을 두들겼다. “문서는 어디에 두면 될까요? 매니저님이 직접 전해주라고 하셨는데…” 당천의 비몽사몽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들어와요.” 서양양은 인상을 찌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당천이 보였고, 따뜻한 햇빛이 창문을 너머 그를 비추고 있었다. 금색 빛 줄기가 그를 비추고 있으니 잘 생긴 얼굴이 한층 더 몽환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문서를 그의 침대 옆 서랍 위에 올려놨다. “문서는 여기 둘게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뒤를 돈
그녀는 일반 여자들과 다를 바 없이 그를 존경하고 설렜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보여줄 용기는 없었기에 이렇게 사이가 발전할 줄 몰랐다… 그녀가 반항도 안 하고 아무 말이 없자 당천의 동작이 더 과감해졌다. 서양양은 그제서야 꿈에서 깨어났다. “잠깐…!” 당천은 쉬지 않는 그녀의 입을 막았다. …… 일이 끝나고, 서양양은 정신을 차려 얼른 옷을 입고 도망치려 했지만 뒤에서 당천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이정도면 정식으로 사귀는 거 맞죠?” 온연을 만나러 가는 길, 서양양의 심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당천과 하면 안되는 짓을 한 걸 믿을 수 없었고, 심지어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당천이 그녀와 사귀자고 하다니, 솔직히 그녀는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당천 같이 빛을 뿜어내는 남자에게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고, 머리가 다치는 한이 있어도 그녀는 시도해 보고 싶었다. 당연히 그녀는 연애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도 있었고, 지금 마치 호기심이 많은 아이처럼,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처럼 연애에 대한 기쁨을 기대하고 있었으며, 또 결과가 안 좋을까 봐 걱정도 했다. 온연네 무리와 다시 만난 후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다같이 밥 먹을 식당을 찾고, 모든 게 다 평소와 다름없었다. 온연은 늘 디테일한 사람이었고 그녀는 서양양의 옷이 단추가 잘못 잠긴 걸 보았다. 원래는 멀쩡했던 단추가 풀렸던 게 아니라면 잘못 잠길 일이 없지 않을까? 서양양이 문서를 가져다주던 노선을 생각해보니 시간도 너무 오래걸렸고, 그녀는 무언가 연상이 돼 인상을 찌푸리며 살짝 주의를 주었다. “옷 단추 잘못 잠궜어요.” 서양양은 긴장된 모습으로 다시 단추를 잠궜고, 마치 잘못한 걸 들킨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화장실을 간 틈을 타 온연은 아무 뜻 없이 물었다. “당천씨랑 어떻게 됐어요?” 서양양은 경계심이 낮아서 바로 털어놨다. “사귀자고 했는데 어떻게 거절할지도 모르겠고, 저도… 그 분
서양양은 온연이 자신을 바보 같다고 생각할 줄 알았다. “언니, 저 너무 바보 같고 말도 안되지 않아요? 언니가 저는 그 분이랑 안 어울린다고 했었는데, 정작 저는…”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는 친구이자 동료로써 양양씨 사생활 관련해서는 제가 중립적인 의견을 줄 수는 있지만, 어떻게 할 지는 양양씨의 결정이죠. 연애는 본인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안 들릴 거예요. 본인 생각이 있으니 제가 좌우할 수도 없고, 저는 이미 할 말 다 했어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또 잘 맞을 수도 있잖아요. 저도 당천씨를 잘 모르니까, 내 생각 신경쓰지 말고 시도해보고 싶으면 해 봐요. 그리고 제가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책임지라고 조언한 것도 있으니, 잘 생각해 보고요.” 서양양은 견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제 결정에 책임질 수 있어요. 결과가 안 좋더라도 다 받아드릴 거예요!” 온연은 더 말을 하지 않고 테이블로 돌아와 진몽요와 하람과 수다를 떨었다. 출산 날이 점점다가오면서, 진몽요도 불안해 보였다. 여자가 첫 출산을 하면서 느끼는 통증이기에 온연도 불안했던 적이 있다. 이럴 땐 아무리 위로해도 소용이 없었고, 어차피 낳아야 하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하람은 되려 걱정했다. “몽요야, 걱정하지 마. 아이를 낳는 건 여자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야. 나랑 연이랑 다 경험자잖아, 두려워할 거 없어. 콩알이 귀여운 거 봤지? 그러니까 마음 편히 먹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진몽요는 그래도 인상을 찌푸렸다. “내 자신이 컨트롤이 안돼요. 애 낳을 생각만 하면 무섭고,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마음속에 공포가 억제가 안돼요. 아이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이, 다시는 애 안 낳을 거예요. 너무 괴로워요.” 온연은 웃었다. “너 전에는 만약에 이 애가 아들이면 딸 낳을 때까지 계속 낳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우리 가족이랑 사돈 맺겠다며? 왜? 벌써 쫄은 거야? 너 답지 않아, 예전엔 두
온연은 아이가 수유를 끊으면 힘들어서 매일 저녁 울까 봐 원래는 걱정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아이는 분유를 더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분유병에 이미 익숙해져 하나도 까다롭지 않았고, 전혀 수유를 끊은 것 같은 느낌이 없어서 그녀의 상상과는 달랐다. 그녀는 실망하면서도 안도했다. 목정침도 그녀를 생각해서 이렇게 한거였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그녀와 콩알이는 마지막 연결고리를 끊었고, 이제 더 이상 수유의 통증을 느끼지 않아도 됐으며, 일을 하면서도 집에 담아둔 모유가 있나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오자 다시 긴장된 상태로 일을 했고, 온연은 수유를 끊은 사실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당천은 거의 11시가 다 돼서 출근했고, 그냥 봤을 땐 그와 서양양은 일반적인 동료였지 특별한 건 없었다. 그래서 온연은 더 이상하고 걱정이 되어 몰래 서양양에게 물었고, 서양양은 당천이 회사에서 공개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래야 당천에게 귀찮은 일이 안 생길 테니 말이다. 온연은 서양양이 바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비밀 연애중이라고요? 그게 믿음직스러워요? 그 사람이 정말 양양씨를 좋아하면 아무것도 상관 없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디자이너인 것도 맞고, 유명한 것도 맞지만, 여자 팬들이 몰려드는 연예인도 아닌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사람 말만 듣는 거예요?” 서양양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사실 다 상관없어요… 저도 막 연애 시작했는데 이 일로 그 분이랑 문제 삼고 싶지 않고요. 뒤에서 저한테 잘 해주면 되죠.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어제 그 분이랑 데이트 가서 밥도 먹고 영화도 봤어요. 사실 저한테 되게 괜찮아요…” 온연은 말 문이 막혔다. 지금 서양양은 연애에 빠져 지능이 완전히 떨어졌다. 온연이 자리로 돌아오자 당천은 반쯤 농담식으로 물었다. “목사모님~ 저한테 불만 있으시죠?”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제가 무슨 불만이 있겠어요? 하지만 당부하자면, 양양씨는 제가 회사에서 제일
그녀는 창문을 열고 서양양을 불렀다. “양양씨, 타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 조금 억지스럽긴 해도 서양양은 미소를 지었다. 차 안, 온연은 물었다. “당천씨가 만나자고 안 했어요? 왜 혼자 갔데요?” 서양양은 웃으며 “원래 저녁 같이 먹고 집에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일이 생겼다길래 먼저 갔어요. 일 문제인 거 같은데 제가 붙잡을 수 없잖아요.” 온연은 다른 말없이 당천이 정말 일 문제로 간 것이길 바랐다. 서양양을 데려다 준 뒤 그녀는 진락에게 목가네로 가자고 했고, 말 나온김에 소개팅 얘기를 물었다. “소개팅 어떻게 됐어요? 꽤 오래 있다 온 거 같은데, 좋은 소식 있겠죠?” 진락에 표정엔 봄바람이 가득했다. “나쁘지 않았어요… 일단 만나보기로 했는데, 만나보고 괜찮으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결혼하고, 안 맞으면 계속 소개팅 해 봐야죠. 제가 평소에 일만 하느라 이성을 만날 시간이 없어서 소개팅 밖에 없어요. 당분간은 여자 쪽에서 이쪽에 와 있으면 만나기 편할 것 같다고 해서, 나가서 월세집 얻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목가네에 살기엔 불편하니까요.” 온연은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요, 좋네요. 이렇게 큰 경사인데 당연히 본인이 편한대로 해야죠. 이곳에서 오래 살 생각이에요? 그럼 집 하나 사요, 신혼집이라고 생각하고. 그럼 결혼했을 때도 편하고 월세집은 좀 그렇지 않아요?” 진락은 아직 멀리 내다보지 않았다. “좀 더 지켜보려고요. 집 살 돈은 있는데 여자쪽 의견도 들어봐야죠. 원래 결혼이 복잡하잖아요, 번거롭기도 하고요. 자세한 건 듣기 싫으실 수 있으니 굳이 설명은 안 할게요.” 온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는 진락을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진락은 그녀를 사모님으로만 봤다. 집에 돌아온 뒤 그녀는 목정침이 이미 집에 온 걸 발견했다. 진락이 그녀를 픽업하러 와서 그녀는 목정침이 회사에서 일 때문에 바쁜 줄 알았다. 그녀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목정침이 먼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방으
사태를 이해하고 생각을 정리한 뒤 온연이 물었다. “당신 말은, 당천씨가 제시카가 당신한테 복수하려고 나한테 접근하는 사람이라고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다르게 설명할 수 있어? 예전에 너 회사 다닐 때 아무 일도 없었다가 당천이 가자마자 누가 약을 탔잖아.” 온연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긴 해요. 약 탄 술을 마신 그 날 밤, 나랑 서양양씨만 당천이 선물한 그 샴페인을 마셨고, 서양양씨도 같은 증상이었거든요. 원래는 증거가 없어서 당천씨 짓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고 물어봤을 때도 인정하지 않았어요. 지금 보니까 다 제시카씨 말 듣고 한 거 같네요. 원래 나만 함정에 빠트리려 했는데, 그 날 내가 말도 없이 가 버렸고, 결국 양양씨만 피해를 봤죠… 웃긴 건 둘이 지금 사귀어요. 아마 안 좋은 의도로 그냥 갖고 노는 거겠지만요.” 예전에 그녀는 자신이 당천과 서양양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서양양과 당천 일에는 그녀도 책임이 있었고, 만약 서양양이 속은 거라면 그녀도 관련이 없진 않았다. 당천이 목적을 갖고 왔으니, 언젠간 제시카의 곁으로 멀리 외국으로 갈 텐데, 그럼 서양양과의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한 뒤 그녀는 진정할 수 없었다. “얼른 양양씨한테 똑바로 말 해야겠어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녀는 서양양에게 전화를 걸었고 입을 떼기도 전에 당천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지금 양양씨 씻고 있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이따 다시 전화주라고 할까요?” 온연은 숨을 참았다. 그녀가 방금 집에 데려다 주었는데, 지금 당천이 다시 서양양과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분노를 애써 참고 “당천씨, 적당히 해요. 나 이미 다 알고 있어요.” 당천은 잠시 침묵하다가 웃으며 물었다. “뭘 알고 계신데요?” 그녀는 낮게 소리쳤다. “제시카씨가 얼마를 줬길래 여기까지 와서 이런 바보 같은 일을 하는 거예요? 당천씨, 내가 당신 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