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약사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 “문주 님, 하지만... 만약 저희 약왕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희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이내 대장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찾아 모습을 드러내려는 거야.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황약사는 대장로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네!”황약사의 단호한 태도한 태도에 대장로는 황급히 물러났다. 한편 그 시각, 강우연과 유준혁은 이미 천부성에 도착하였고 제1병원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병실에는 이미 시독에 중독된 환자들이 가득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줘. 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 괴롭다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강우연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 내용 그대로, 환자들은 온몸에 검은 고름이 흐르고 피부와 근육까지 짓무르고 있었다. 너무 참담한 나머지 한 번 보고 나서는 다시는 차마 직시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 사람들 너무 안타까워요. 아니면 저희 먼저 팔극연명단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유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안 되면 다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강우연은 유준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유준혁은 급히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속에서 10여 알의 팔극연명단방을 쏟아내고는, 간호사더러 펄펄 끓는 물을 좀 가져 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팔극연명단방을 끓는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증상이 가장 심한 몇 명의 환자들에게 탕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약효를 증강하기 위해 유준혁은 특별히 또 몇 알의 일반 단약까지 녹여, 환자들을 도와 몸에 발라주었다. 그날 밤, 병세가 위중했던 환자들은 다행히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고름도 나지 않았다. 단 오후의 처치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자, 이 소식은 병원을 떠들썩하게
그는 국가가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 말로, 일을 크게 과장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강우연이 단방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면을 돌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단지 평범한 여자였다면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녀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아내이다. 그렇게 단 한마디로, 강우연은 궁지로 몰리게 됐다. “그래, 낙천우의 말이 맞아. 이건 우리가 너희들더러 단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야! 북양 왕은 줄곧 백성들을 지키느라 애를 썼는데, 설마 강 대표는 이 백성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빤히 보고만 있을 거라는 거야?”이때 나장명과 낙천우의 뒤에 서있던 한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며 흉악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주시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대표, 고작 처방전 하나뿐으로도 백성들을 구해낼 수 있다잖아. 만약 나였다면 진작에 목숨까지 바쳤을 거야?” 또 다른 한 노인이 무리를 비집고는 앞으로 나와 늠름한 척하며 말했다. “고작 처방전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이 팔극연명단방, 실제로 사람의 피가 들어있긴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어르신, 그럼 차라리 흔쾌히 피를 내주시죠!”“본인이 스스로 뱉은 말이니,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싶다면 어디 한번 목숨 바쳐 봐!”유준혁은 이를 갈며 강우연의 몸 앞을 막고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방금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냅다 말을 내뱉은 노인은, 사실 목숨을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 한 방울 바치는 것도 매우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당신들 대체 뭔데? 날 만만하게 보지 마. 설령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들 단방 얻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게다가 강 대표는 엄연히 북양 왕 한지훈의 와이프인데,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건 더 이상 북양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야?”유준혁은 이 틈을 타, 강우연의 정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배후에 북양 왕 한지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유 문주, 이번에 얼마나
젊은 남자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승 사제가 여긴 어쩐 일인가?” 초천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승소천에게 다시 한번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초천서마저도 이렇게나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람이란 건, 훗날 반드시 약종의 미래가 될 거라 확신했다. 비록 승소천의 실력은 단지 일성 사령관뿐이긴 하지만, 약종 사람들은 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처방을 숙달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약종이 무종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약종의 환산 고단 덕에 무종의 문인 제자들이 초기 단계인 1~2년 내에 경지를 빠르게 향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약 영역에서 능력이 출중한 약종 문인일수록, 무종의 추앙을 더욱 많이 받게 되자 무종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설령 그들이 전신계, 심지어 군왕계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게 된다. 만약 약종의 우두 머리한테 미움을 사게 되면, 그건 곧 수많은 종문의 미움을 사는 것과 같게 된다. “초 선배님, 약 10년 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승소천은 초천서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그 말은 즉, 초천서 역시 이전에 항산 약종의 제자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승소천과는 일통상맥하는 형제 사이라니? 뜻밖의 상황에 유준혁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그는 본래 약종 사람이기에, 초천서와 승소천 같은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초천서 한 사람만으로도 약왕파를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승소천마저 등장하게 됐으니, 그 결과는 감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러분, 전 천부성에서 시독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방금 복도에서 강 대표의 손에 해독제인 단방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사실인가요?”승소
승소천의 말은 결코 겁을 주기 위한 위협의 말이 아니었다. 만약 무종 중 60% 이상의 종문이 동시에 무종에 고소를 제기한다면, 한 사람을 용국 밖으로 몰아내는 건 손바닥 뒤집 듯 쉬운 일이었다. “맞아요. 용국 백성들의 생명을 보잘것없게 여기는 사람들은 더 이상 용국에 계속 남아둬서는 안 돼요!”“그래. 그러니 당장 단방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즉시 한지훈을 용국에서 쫓아내라고 무종에 요구를 할 거야!”“한지훈이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인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고작 단방 하나 내놓으면 되는 거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아쉬운 건데!”모두들 너나 할 것 없이 강우연을 향해 야유했다. 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 중, 나장명 외에는 일반인이 하나도 없었다. 비록 약종의 전력은 보편적으로 높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일반인이 전혀 따라갈 수 없는 정도였다. “흥, 이 자리에 한지훈도 없는데 뭐 어떡하겠어? 설령 한지훈이 직접 달려온다 하더라도 뭘 할 수가 있을까?”승소천은 거만한 표정을 한 채, 주위에 있는 수백 명의 약종 문인 제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기세등등한 그의 모습에 나장명조차도 깊이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당신들 정말 대담하네. 감히 함께 힘을 모아 북양 왕을 추방하려 하다니, 나중에 사당이 당신네 약종을 제재할 수도 있는데 두렵지도 않아!”잔뜩 화가 난 유준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술에는 핏기조차 없었다. “하하! 사당이 과연 감히 무종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을까? 더욱이는 백성들의 분노를 무시할 수도 없지!”승소천은 차갑게 웃으며 유준혁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단방 내놓아!”이때 초천서가 앞으로 나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강우연에게로 향했다. 평범한 여자일 뿐인 강우연은, 이 상황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유준혁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초천서와 논쟁을 벌이려는 순간, 강우연이 먼저 손을 내밀어 가로막았다. “유 문주
“흥, 한지훈이 그렇게나 미쳐 날뛰더니 이제 와 보니까 그 와이프도 똑같이 미쳐 날뛰네. 너 지금 네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나 보군!”승소천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하든 나는 절대 손에 든 단방을 내놓지 않을 거야!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이야!”생각보다 강경한 강우연의 태도는, 유준혁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줄곧 여려 보이기만 하던 강우연에게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었다니. 그녀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나장명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무려 천부성 시수가 이 자리에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우연이 감히 이렇게 자신의 뜻을 단호하게 밝히다니? “하하! 정말 웃기네!”초천서는 강우연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도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멋대로 얘기한 적 없었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네. 대체 누가 너한테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준 건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 소리를 하는 건지!”“하지만 나 또한 당당하게 너한테 얘기할 수 있어. 너의 배후가 누구든, 넌 오늘 반드시 단방을 내놓아야 해!”“난 그 어떤 배후의 조력자도 필요 없어! 설령 한지훈이 내 곁에 없다 하더라도 난 결코 너희들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강우연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그 어떤 조력자도 필요 없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는 거지!”이내 초천서는 성큼성큼 강우연에게 다가가 당장이라도 손을 댈 기세였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유준혁은 황급히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았다. 비록 자신이 초천서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강우연을 보호해야만 했다. “어르신, 이런 일은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침 저도 담판 질 게 있으니, 제가 직접 강 대표랑 결론짓겠습니다!”곧이어 낙천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며 강
그의 눈에는, 강우연은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 4성 천급 전신의 전투력이 있다고 해도 뭐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반면 그는 일성 준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주먹 한 방으로도 강우연을 짓밟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유준혁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 저지하려는 순간, 초천서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그를 막고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방금 왜 그렇게까지 오만방자하게 군 거지? 결국 이렇게 끝없는 굴욕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면서. 고작 평범한 일반인 주제에 감히 이렇게나 많은 약종 거물들을 상대로 건방진 발언을 하다니? 승소천은 비웃는 얼굴로 강우연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젠 그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낙천우가 강우연을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때가 되면 단방을 내놓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된다. 바로 이때, 낙천우가 강우연을 향해 돌진하는 동시에 왼쪽 손바닥을 날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고약한 비린내가 코를 찌를 정도로 풍겼다. 이것이 바로 낙씨 집안 특유의 독장이었다. 그들은 평소에 연습하는 과정에 줄곧 독극물로 손바닥 피부를 침식하기 때문에, 손에서는 항상 이러한 비린내가 난다. 그리하여 일단 이 독장에 맞게 되면 즉시 독소가 온몸으로 퍼지게 되어 순식간에 행동 능력을 잃게 된다. 심지어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강우연의 경지는 엄연히 낙천우보다 한 단계 낮았기에, 일단 이 손바닥을 맞게 되면, 강우연은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우연, 이젠 죽어...”“빵!”낙천우가 손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갑자기 강우연이 움직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리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흡인력을 불러일으키며 주위의 공기를 모두 비워냈다. 그리고는 번개 같은 속도로 손바닥을 쳐냈다. 낙천우가 보기에는 그녀의 손바닥이 매우 느리게 보였고
충격적인 눈앞의 장면에,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이... 이럴 리가 없잖아! “너... 진법을 할 줄도 알아?”역시나 초천서는 눈치가 빨랐다. 방금 강우연이 손을 들어 주위의 공기를 비우자마자, 초천서는 예감을 하게 됐다. 뒤이어 강우연이 따귀를 내려치면서 낙천우의 몸을 굳게 만들어버리자, 그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사실 진법은 무종에서 결코 드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법에도 순위가 나뉘게 된다. 보통 무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진법은 대부분 환술 같은 진법이었다. 하지만 강우연이 방금 보여준 진법은 환술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놀랍게도 자연계의 힘까지 동원한 것이다. 초천서조차도 이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사모님! 설마... 진짜 진법을 하실 줄 아시는 겁니까?”유준혁도 옆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줄곧 그렇게 연약해 보기만 했던 강우연이, 숨겨진 강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 권법, 장법 그리고 진법이 결합되게 되면 그 위력이 기하학적인 배수로 증가할 수도 있다. 심하게 얻어맞은 낙천우가 내장까지 토해낸 것을 보아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낙천우는 땅에 쓰러진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꾹 잡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이는 그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단지 우연 그룹의 대표이자 여리여리하기만 한 강우연을 상대로, 허무하게 뺨을 얻어맞고 쓰러지게 됐는데, 설령 그가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더 이상 무도에 발을 디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자신감이 철저히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낙천우, 이번 일은 너희 낙씨 집안과는 무관한 일이길 바라. 아니면 나중에 한지훈이 천부성에 도착하게 되면, 그날이 바로 너희 낙씨 집안이 멸망할 날이 될 거거든!”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아무도 더 이상 감히 비웃지 못하고 감히 경시하지도 못했다. “강... 강우연, 그렇게 벌써 우쭐대지는 마! 내가 설령 네
“난 사실 너 같은 어린 여자애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난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관례를 깨뜨려야 할 것 같아!”초천서는 기세를 몰아 사람을 억압하는 한편, 말은 참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천하의 평화를 위하여? 대체 시독이 어떻게 시내로 번지게 된 건데? 모든 무덤들이 외딴 산간 지역에서 발굴되었는데, 당신은 내가 정말 그걸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내가 보기에 너희들의 목적은 단지 내 손에 있는 단방을 빼앗아내어 날 협박하려는 것 같은데?”강우연은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비꼬았다. 그 말을 들은 초천서의 얼굴은 갑자기 귀밑까지 빨개졌다. 강우연의 예상대로, 그는 확실히 낙씨 집안과 협상을 했었다. 단방만 얻으면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천서도 굳이 멀리 있는 신농파에서 이곳까지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박한 년! 감히 우리를 모독해?”초천서가 나서기도 전에, 무리 속에서 한 백발의 노인이 얼굴을 붉힌 채 강우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우연, 너 우리가 이렇게 세력을 들먹이며 고작 너 한 명을 괴롭히려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생각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단방을 내놓아. 이렇게나 많은 선배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우리가 원한대로만 해주면 적어도 너희 두 사람,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 줄게!”한편 승소천은 뒷짐을 진 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동시에 승소천은 천천히 사령관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나장명조차도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끼고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뭐라고? 우리를 무사히 이곳에서 보내줄 수 있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강우연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솔직히 말해 무종 문주가 와도 감히 우리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해. 그랬다가는 비참한 결말만 맞이하게 될 테니까!”
피비린내 나는 안개가 터져 나왔고, 미륙의 관중석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채 몰살당했다!부상 쪽도 마찬가지였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넘쳤다!오륙에서는 십 대 가문과 안드레가 동시에 무릎을 꿇은 채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비륙 쪽은 아직도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지만, 물통보다도 굵은 천둥번개가 십여 줄기나 쏟아져 내려와 그들을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영륜도 예외는 아니었다!“봤나, 서천술! 네놈이 천 년을 더 산다 해도 이런 경지에는 도달도 못할 것이다! 그런 놈한테 정혈을 바치라고? 하하! 정말 수치를 모르는군!”서천술은 한지훈의 기이한 수법에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한지훈의 말은 틀리지 않았고, 자신에게 천 년이 더 주어진다 해도 일성 준천신 강자가 이런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설마......한지훈이 진정한 천신이란 말인가?!서천술뿐 아니라 소창지개마저 더는 그를 얕보지 못하고 놀란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무언가 이상하다. 이건…… 이건 일성 준천신의 힘이 아니야!”직전신개도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연달아 저었다.“이게 이상하다면…… 너희가 더 놀랄 일이 아직 남았지!”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진왕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웅!”검신의 떨림과 함께 허공에 불쑥 거대한 실루엣이 나타났다.검은 용포를 걸치고, 머리엔 구룡진주관을 쓴 한 사내의 형상이었다!시황……?!아래에 있던 용국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놀라 감탄했고, 국왕마저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그 환영 같은 시황은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고, 몇 줄기의 금빛 찬란한 광채가 한지훈의 전신을 덮었다.“짐을 대신해 천하를 호령하라!”허공에서 울려 퍼진 위엄 있는 음성은 현장의 모든 사람들의 고막을 울려댔다.그 형체가 점차 사라져가자 또 다른 인물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전신에 전갑을 두른 거대한 형상이었다.“무…… 무안군, 백……백기!”아래의 파용이군 장병들이 일제히 백기의 환영을 향해 예를 올렸다!“이 군령을
만 팔천 번이나 베어 죽인다고?!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장세풍조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번 일이 혹여 장씨 가문에까지 연루된다면, 그는 장씨 가문의 죄인이 될 터였다!이리 생각한 장세풍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한지훈을 가리키며 냉소했다.“한지훈! 고작 일성 준천신계 강자 주제에 이렇게 큰소리치다니, 웃기지도 않는군!”“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역외 강자들은 전부 네놈보다 한 경지씩은 높다! 너 따위가 깝죽대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짓이나 다름없다고!”“그래?”한지훈은 팔을 가볍게 휘둘러 서천술을 십여 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서천술은 멍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마치 무언가 압도적인 힘에 의해 몸 안의 기운이 전부 봉쇄된 듯한 감각을 느꼈다!단순히 저항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서천술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한지훈은 단지 일성 준천신계 강자일 뿐이라는 걸 느꼈는데, 어떻게 삼성 천신계 강자인 자신이 저놈에게 꼼짝도 못 하는 거지?! “오늘, 내가 이 손으로 너희 부상 왜적들을 어찌 학살하는지 똑똑히 보게 해주지!”한지훈은 말을 마치고 무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그 모습을 본 국왕은 한지훈이 진왕검을 맞이하던 그날의 장면을 떠올렸고, 순간 고개를 번쩍 들어 외쳤다.“한지훈! 진왕검을 받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왕은 진왕검을 하늘로 던졌다!한지훈이 손을 살짝 내밀자,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진왕검이 단숨에 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이 진왕검으로 우리 용국의 국위를 떨치고 저 무뢰배들을 베어내거라!”국왕은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크게 외쳤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안의 진왕검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그 순간.“윙!”진왕검이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울음을 터트렸다!“흥, 한지훈. 네가 우리 오륙의 천신계 강자 넷을 연달아 죽였을 때부터 본래 전투가 끝난 뒤에 너를
방금 놈들이 제안했다시피, 저항하지만 않으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목숨만은 지킬 수 있었다. 허천지가 보기에도, 북양 왕 한지훈조차도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였다. 일단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용인들도 자칫했다가는 주살당할 수 있었다.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소창지개는 천천히 몸을 돌려 말했다. “흥! 무식한 용국 놈 같으니라고! 건방지게 한 글자만 더 뱉어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용인들 전부 죽게 될 거야!” 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서천술은 어느새 독한 눈빛을 품은 채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무식한 놈아, 얼른 물러나지 못해?”“물러서라고? 국왕도 더 이상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 씨 집안까지 직접 동원했는데, 이 상황에 나더러 물러서라고?”“넌 네 집안만은 지키고 역외로 돌아가 얼마든지 구걸하며 살 수 있겠지만, 남겨진 용국 백성들은 어떡하라고?”“그동안 그렇게 입버릇처럼 용국을 위해 설욕하고 공평한 도리를 되찾을 거라고 떠들더니, 지금 정작 용국이 정말로 어두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넌 도리여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거야?”한지훈은 경멸하는 표정을 보였다. “너... 너 허튼소리를 하지 마! 너도 봤잖아, 우리 몇 명으로는 전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걸! 우리마저도 상대가 안 되는데, 네가 나서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용국 전체가 몰살당하는 것 외에, 네가 과연 용국을 위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이제 서천술은 정말 조급해났다. 게다가 그의 아들은 축대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데, 만약 소창지개가 정말 마음먹고 칼을 휘두르려 하면 그는 물론 서영호도 다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죽어야 된다는 거야? 하하! 가소롭기 그지없네!”한지훈의 눈빛은 현장에 있던 모든 용국인들의 얼굴을 스치고는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중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 있으면 지금이라도 나서!” 바로 이때 주 씨 어르신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한
20만 파룡군이 곧바로 돌격하려는 순간, 천자각에 있던 국왕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역대 선군들의 기념비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는 거듭 세 번 절을 하였다. “오늘날의 저희 용국은 곧 피바람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부디 역대 선군님들의 영혼으로 저희 우리 용국을 지켜주시옵소서!”이내 국왕은 성큼성큼 나아가 이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용칠을 향해 말했다. “용칠! 당장 내가 입을 갑옷이랑 진왕검 가져와!”용칠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국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전에 계획한 대로 일단은 용군을 선발로 파견하고, 그 뒤로는 서효양의 부대를 파견시키는 거로 하죠. 폐하의 육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니 절대 경솔하게 직접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국왕은 고개를 돌려 용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역시 용국 장병으로서 용국을 위해 피를 흘릴 각오가 돼있어. 게다가 난 국왕으로서 더욱 앞장서서 선봉에 나서야지! 쓸데없는 말 말고 얼른 내 갑옷 병기나 내놔!”용칠은 굳건한 국왕의 태도에,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림군 몇 명은, 금색의 갑옷과 진왕검을 들고는 국왕에게 다가왔다. 금색의 갑옷까지 걸치니 그 자태는 위엄이 넘쳤다. 국왕은 진왕검을 손에 쥐고는, 이미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는 어림군을 향해 말했다. “어림군은 모두 내 명령대로 움직인다! 날 따라 돌격하도록!”“네!”그렇게 수천 명의 어림군은 힘찬 발걸음으로 국왕을 따라 진가복으로 진격하였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한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무적천의 방으로 뛰어들어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 “종주님! 큰일 났어요. 역외 강자들이 저희 용국을 몰살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용국 수억 명의 백성들을 학살하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했습니다!”뭐라고? 그 말에 무적천은 두 눈을 부릅뜨고는, 눈썹을 찌푸린 채 큰 소리로 말했다. “무신종 전 부대, 진가복으로 출동해!” 무적천의 명령에 따라 무신종 고수 전체들이 전부 나섰다. 무적천이 국왕의 자리를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