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들여보내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멀리서 온 손님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으니까요!”강우연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유준혁에게 문자를 보냈다.최근 유준혁은 새로운 항암제를 연구 중이었으나, 진전이 매우 더뎠다.이는 최상의 약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기도 했고, 또 다른 점은 청운종의 단방이 상당히 제한적이라 새로운 약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강우연의 문자를 받은 유준혁은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팔극속명단”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팔극속명단의 단방이라면 무종뿐만 아니라, 약종과 의종에서도 모두 꿈에도 그리던 것이 아닌가!“문주님! 혹시 그 처방전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신 겁니까?”옆에 있던 청운종의 제자들이 유준혁의 반응을 보고 급히 물었다.“흥! 해결 방법? 팔극속명단이 있는데 무슨 처방전을 연구하겠어?! 다들 여기서 기다려! 난 당장 가봐야겠어!”더 이상의 설명 없이, 유준혁은 즉시 한지훈의 저택으로 향했다.한편, 도청전인은 이미 대장로를 거실로 안내했고, 강우연을 보자마자 대장로는 급히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강 대표님, 제가 무례했습니다. 이전까지 저희 약왕파가 여러모로 실례를 범했으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그는 공손히 팔극속명단의 단방이 담긴 상자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이것은 저희 약왕파에서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팔극속명단의 단방입니다. 곡주 황약사의 명으로 이를 직접 바치러 왔으니, 부디 기쁘게 받아주십시오!”도청전인은 나무 상자를 받아 바로 강우연에게 건넸다.그러나 강우연은 상자 안의 단방을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저희 우연 그룹은 처음부터 누구를 적대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약왕파가 줄곧 우리 그룹을 견제하고 방해해 왔죠.”“이제 와서 약왕파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면, 저희도 그 손을 뿌리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강
이 광경을 본 강우연은 문득 도청전인을 흘깃 바라보았다.약왕파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그녀는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모님, 제 생각에는 대장로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팔극속명단의 단방을 가지고 올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가능하다면, 약왕파에 조금의 생명줄을 남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니까요.”도청전인은 잠시 생각한 후,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약왕파가 진정으로 마음을 바꾼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동을 봐야 알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강우연에게는 상당한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도청전인이 계속 눈짓을 보내자, 강우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대장로께서 이토록 성의를 보이시니, 그 예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강중 제약 기업의 이익 일부를 약왕파에 양보하여,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이 말을 듣자, 대장로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더 이상 볼일이 없다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강우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대장로는 노련한 사람이었기에, 강우연이 여전히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게다가 도청전인의 말도 애매한 부분이 많았기에, 이런 상황에서 강우연이 그를 오래 머물게 할 리 없었다.“강 대표님,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저는 먼저 물러가겠으니,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약왕파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대장로는 강우연에게 예를 갖춘 후, 천천히 대청을 나섰다.그가 완전히 떠난 후, 강우연은 작은 나무 상자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폈다.“어르신, 약왕파의 의도가 대체 무엇일까요?”강우연은 황약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좀처럼 알아낼 수 없었다.도청전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제 오후 장씨 가문에서 전국 언론을 통해 주상께 공개적으로 사죄를 했습니다. 아마 그 사건이 황약사의 마음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아직까지 약왕파를 완전히 신뢰해선
“우선 먼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임상을 해보고, 과연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적어도 암이나 백혈병 같은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는 진짜 팔극수명단이 꽤 좋은 효능을 보일 거니까요!”“제가 알기로는, 예전에 용각의 한 장로가 집안에 먼 친척이 암에 걸렸었는데 황약사가 팔극수명단을 가지고 가서 그를 살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유준혁이 진지하게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이 일은 어르신께서 처리해 주세요. 이번 기회에 약왕파의 진짜 속마음을 시험할 수 있을 것 같네요!”강우연이 단방을 도청전인에게 건넸다.이 중 약왕파에 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도청전인밖에 없었다.유준혁의 청운종은 약종의 순위에서 그리 높지 않았고, 명실상부한 제1대 약왕파와는 대화할 자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도청전인이 단방을 받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제가 다녀오겠습니다!”도청전인이 떠난 후, 유준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만약 그들이 준 단방이 진짜라면, 저희 항암 신약은 더 이상 개발할 필요가 없겠군요. 팔극수명단이 이 부분에 효과가 있으면, 저희는 영향력을 두 배로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그러자 강우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당장은 기뻐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쪽이 팔극수명단을 미끼로 다른 속셈이 있다면, 저희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커요!”약왕파에 대해서 강우연은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했고, 유준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모님 말씀도 맞습니다. 그럼 도청 형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도록 하지요! 약재만 준비되면 저희는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니, 진위 여부는 만들어보면 알겠지요!”강우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 몇 마디 당부한 후 유준혁을 떠나보냈다.표면적으로는 평화로운 강중과 용국 무종이지만, 사실 그 뒤에는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한편, 창릉산에서 한지훈이 구만리를 물리친 소식은 이미 퍼졌고, 근 백 년 동안 은거하던 예충기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한지훈을 지지한 소식이
낙천택은 고개를 숙여 깊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둘째 어르신, 한지훈에게 신미향을 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 때처럼 효과가 있을까요?”천신종의 신미향은 무종 내에서도 매우 유명했고, 천신계 강자도 이 향기를 맡으면 전투력이 모두 사라진다고 전해졌다. “물론이지, 천신계 강자라도 신미향을 피할 수는 없다!”노인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낙천택은 이를 악물었고, 팔극수명단의 단방을 얻기 위해 낙씨 가문은 이를 시도할 가치가 있으며, 천신종도 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다.“우리가 예전에 합의했던 대로, 약종의 성회를 열어 강우연을 속여서 오게 한다면 한지훈도 반드시 참석할 거다. 단방이 누구 손에 있든지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할 수 있지!”노인의 말을 들은 낙천택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잠깐, 가는 길에 한지훈에게 좋은 정보를 조금 흘려주도록 해.”노인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둘째 어르신, 그게 무슨 뜻인가요?!”낙천택은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만일을 대비하자는 소리다!”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낙천택은 말을 마친 후, 곧장 마당을 나섰다.같은 시각, 창릉에 있던 한지훈은 막 창릉산을 떠나고 있었다.산길을 따라 오전 내내 걸어가던 한지훈은 앞에 있는 작은 찻집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찻집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주인이 끓이고 있는 차에서 나는 향기가 매우 진하게 퍼져 나왔다.한지훈은 신기해하며 다가가 물었다.“어르신, 이건 무슨 차길래 이렇게 향이 좋습니까?”그러자 찻집 주인이 친절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운무모봉이라는 겁니다! 운무산에서 채취한 거지요. 향이 좋지 않습니까?!”주인은 자랑스러운 듯 한 모금 마시고는 한지훈에게 작은 컵을 하나 더 따라줬다.한지훈은 그 차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향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렇게 좋은 차가 있다니요, 얼마입니까?”한지훈
또한 신경 마취제의 약효는 보통 매우 느리게 발현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독이 퍼져 갑자기 발작을 하게 된다. 며칠 후, 한지훈이 독에 의해 죽게 되면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그 자식이 눈을 감을 때까지 기다리자고!”찻집 주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어 보였다. 사실, 한지훈은 그 차를 마신 직후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그의 체내 자기장이 조금만 변해도 바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함을 바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한지훈은 조금 더 걷자, 체내 자기장이 갑자기 혼란을 일으키며 눈앞이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혹시 독차인가?!한지훈은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다.이곳은 사람도 없고, 만약 중독이 되거나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역시 한지훈이 예상한 대로, 백 미터도 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한지훈의 앞길을 막았다.“한지훈, 너는 이미 중독되었다. 나 낙청풍이 네 시체를 수습하러 왔으니 만약 네가 스스로 두 다리를 자르면, 널 살려는 주도록 하지!”낙청풍은 거만하게 말하며 너그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말은 마치 낙청풍이 매우 강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한지훈이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는 자신의 체면뿐만 아니라 천신종의 체면과도 관련이 있었다.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괜찮지만, 만약 종문의 체면을 구긴다면 집사나 법 집행당의 사람이 바로 그의 가문을 몰살할 것이었다. 지금 낙청풍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은 한지훈과 싸우는 것이다.낙청풍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한지훈이 죽은 후 그에 대한 명성을 얻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도 말하지. 너와 그 사람이 같이 다리를 부러뜨린다면 너희 생명을 보장해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넌 목숨을 잃고, 온몸의 경락이 끊어질 거다!”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오?”낙청풍은 얼굴을 찡그리며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낙청풍은 그가 지금까지 들었던 말 중 가장 웃기는 농담이었다
낙청풍은 한지훈을 향해 돌진하며, 손끝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한지훈을 죽이는 것!하지만 이 순간, 한지훈은 자신의 힘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심지어 체내의 자기장조차 흐트러져 있었다.그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낙청풍의 공격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지훈이 물러날수록 그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숨을 들이쉬는 찰나의 순간, 낙청풍은 이미 한지훈의 코앞까지 접근했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한 걸음도 채 되지 않았다!그때, 낙청풍의 단검이 허공을 가르며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쉭!”한 줄기 차가운 섬광이 스쳤고, 한지훈은 간신히 낙청풍의 일격을 피하며 다섯 걸음 더 물러섰다!“한지훈, 어떠냐? 전혀 힘을 쓸 수 없지 않나? 우리 낙씨 가문의 독은 아무나 해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괜히 저항하다간 비참하게 죽게 될 거다!”낙청풍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의 수법이야말로 더럽기 짝이 없군. 하지만, 아무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는 웬만한 독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한지훈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지금 그는 겨우 체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한 상태였다.그나마도 체내의 자기장이 작용하여 일부 독기를 억제해 준 덕이었다.“용급 천왕계? 하, 대단하군 그래! 하지만 난 고작 일성 준천왕일 뿐이지만, 너 따위 하나쯤 죽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말을 끝내자마자, 낙청풍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다시금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쉭!”또다시 번뜩이는 칼끝이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낙청풍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한지훈이 중독되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해도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의 육체는 금강석처럼 단단했다.웬만한 칼이나 창으로는 그의 몸에 상처조차 낼 수 없었기에, 한지훈을 죽이려면 오직 목을 베는 방법뿐이었다!한지훈을 죽이든, 아니면 심각하게 부상을 입히든, 어떻게든 그를 무
강우연은 전화기 너머로 초조하게 외쳤다.“괜찮아... 그냥... 몸에 힘이 빠져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도청전인을 보내 나를 데려가게 해 줘.”한지훈이 힘겹게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보낼게요!”전화를 끊자마자, 강우연은 급히 도청전인을 불러 말했다.“어르신, 지훈 씨가 뭔가 이상해요. 빨리 공항으로 가서 그를 데려와 주세요. 절대 다른 일에 휘말리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해요!”“알겠습니다!”도청전인은 강우연의 표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읽고는, 제자 두 명을 데리고 신속히 공항으로 향했다.“한지훈 선생님!”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지훈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빨리! 한지훈 선생님을 차에 태우고, 즉시 돌아간다!”도청전인은 두 명의 제자와 함께 한지훈을 조심스럽게 들어 차에 태운 후, 전속력으로 별장으로 돌아갔다.마침, 이때 유준혁은 팔극수명단을 만들고 있었고 도청전인이 한지훈을 막 별장 안으로 옮겼을 때 곁에 있던 제자에게 말했다. “어서 유 문주를 모셔 와라! 당장!”얼마 지나지 않아, 유준혁과 강우연이 급히 거실로 들어왔다.유준혁은 소파에 누워 있는 한지훈의 얼굴을 보더니, 즉시 눈썹을 찌푸렸다.“흠... 이건 보통 독이 아니군. 이런 독을 제조할 수 있는 문파는 단 세 곳뿐입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맥을 짚어 보더니,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그게 무슨 뜻이죠? 한지훈 선생님이 도대체 어떤 독에 중독된 겁니까?!”도청전인이 다급히 물었다.“이건 일종의 지독한 만성 독약입니다. 원래라면 한 달 후에야 발작해야 하지만, 한지훈 선생님의 무공이 강한 탓에 혈류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빨라졌죠. 결과적으로 독이 짧은 시간 안에 온몸에 퍼져 버린 겁니다!”“하지만, 이 독은 제가 해독할 수 없습니다.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독을 만든 자이거나, 아니면 약왕파의 황약사뿐입니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의식을 잃고 있으니, 즉시 약왕파에 연락해야 할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알려라! 강우연 부인께서 직접 방문하여 황약사를 뵙기를 청한다고 전하라!”도청전인은 엄중한 표정으로 지시했다.문을 지키던 약왕파의 제자 두 명은 놀란 표정으로 강우연을 몇 번 훑어보더니, 그중 한 명이 재빨리 몸을 돌려 안쪽으로 달려갔다.“보… 보고합니다! 강... 강우연이 왔습니다!”그 제자는 숨을 헐떡이며 대청으로 뛰어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이때 황약사는 대장로를 비롯한 고위층들과 함께, 향후 어떻게 한지훈을 방심하게 하여 약왕파의 세력을 키울 것인지 논의하고 있었다.그러나 제자의 외침을 듣자, 모두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뭐라고? 강우연이 왔다고?”대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네! 그리고 조금 전에 저희 약초를 가져갔던 도청이라는 노인도 함께 왔습니다! 그들이 문주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제자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오호? 강우연이 나를 직접 찾아왔다고?”황약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문주님, 어떻게 할까요?”대장로가 고개를 돌려 황약사의 의중을 떠보았다.“들여보내라! 전원 소집해서 강우연 부인을 정중히 맞이한다!”황약사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네!”제자는 급히 대청을 나가 지시에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약왕파의 거대한 정문이 좌우로 열렸다.황약사는 직접 일곱 명의 대장로와 문하 제자들을 이끌고 문 앞에 나와 강우연을 맞이했다.“약왕파의 문주, 황약사가 강우연 부인을 뵈옵니다!”황약사는 강우연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쥐어 예를 갖추었다.“황 문주님,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과거의 일들은 뒤로하고, 황문주님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드리러 왔습니다!”강우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디 안으로 들어와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요.”황약사는 안으로 청하는 손짓을 취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금 지훈 씨가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황 문주님뿐입니다. 황 문주
피비린내 나는 안개가 터져 나왔고, 미륙의 관중석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채 몰살당했다!부상 쪽도 마찬가지였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넘쳤다!오륙에서는 십 대 가문과 안드레가 동시에 무릎을 꿇은 채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비륙 쪽은 아직도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지만, 물통보다도 굵은 천둥번개가 십여 줄기나 쏟아져 내려와 그들을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영륜도 예외는 아니었다!“봤나, 서천술! 네놈이 천 년을 더 산다 해도 이런 경지에는 도달도 못할 것이다! 그런 놈한테 정혈을 바치라고? 하하! 정말 수치를 모르는군!”서천술은 한지훈의 기이한 수법에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한지훈의 말은 틀리지 않았고, 자신에게 천 년이 더 주어진다 해도 일성 준천신 강자가 이런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설마......한지훈이 진정한 천신이란 말인가?!서천술뿐 아니라 소창지개마저 더는 그를 얕보지 못하고 놀란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무언가 이상하다. 이건…… 이건 일성 준천신의 힘이 아니야!”직전신개도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연달아 저었다.“이게 이상하다면…… 너희가 더 놀랄 일이 아직 남았지!”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진왕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웅!”검신의 떨림과 함께 허공에 불쑥 거대한 실루엣이 나타났다.검은 용포를 걸치고, 머리엔 구룡진주관을 쓴 한 사내의 형상이었다!시황……?!아래에 있던 용국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놀라 감탄했고, 국왕마저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그 환영 같은 시황은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고, 몇 줄기의 금빛 찬란한 광채가 한지훈의 전신을 덮었다.“짐을 대신해 천하를 호령하라!”허공에서 울려 퍼진 위엄 있는 음성은 현장의 모든 사람들의 고막을 울려댔다.그 형체가 점차 사라져가자 또 다른 인물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전신에 전갑을 두른 거대한 형상이었다.“무…… 무안군, 백……백기!”아래의 파용이군 장병들이 일제히 백기의 환영을 향해 예를 올렸다!“이 군령을
만 팔천 번이나 베어 죽인다고?!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장세풍조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번 일이 혹여 장씨 가문에까지 연루된다면, 그는 장씨 가문의 죄인이 될 터였다!이리 생각한 장세풍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한지훈을 가리키며 냉소했다.“한지훈! 고작 일성 준천신계 강자 주제에 이렇게 큰소리치다니, 웃기지도 않는군!”“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역외 강자들은 전부 네놈보다 한 경지씩은 높다! 너 따위가 깝죽대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짓이나 다름없다고!”“그래?”한지훈은 팔을 가볍게 휘둘러 서천술을 십여 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서천술은 멍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마치 무언가 압도적인 힘에 의해 몸 안의 기운이 전부 봉쇄된 듯한 감각을 느꼈다!단순히 저항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서천술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한지훈은 단지 일성 준천신계 강자일 뿐이라는 걸 느꼈는데, 어떻게 삼성 천신계 강자인 자신이 저놈에게 꼼짝도 못 하는 거지?! “오늘, 내가 이 손으로 너희 부상 왜적들을 어찌 학살하는지 똑똑히 보게 해주지!”한지훈은 말을 마치고 무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그 모습을 본 국왕은 한지훈이 진왕검을 맞이하던 그날의 장면을 떠올렸고, 순간 고개를 번쩍 들어 외쳤다.“한지훈! 진왕검을 받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왕은 진왕검을 하늘로 던졌다!한지훈이 손을 살짝 내밀자,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진왕검이 단숨에 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이 진왕검으로 우리 용국의 국위를 떨치고 저 무뢰배들을 베어내거라!”국왕은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크게 외쳤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안의 진왕검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그 순간.“윙!”진왕검이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울음을 터트렸다!“흥, 한지훈. 네가 우리 오륙의 천신계 강자 넷을 연달아 죽였을 때부터 본래 전투가 끝난 뒤에 너를
방금 놈들이 제안했다시피, 저항하지만 않으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목숨만은 지킬 수 있었다. 허천지가 보기에도, 북양 왕 한지훈조차도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였다. 일단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용인들도 자칫했다가는 주살당할 수 있었다.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소창지개는 천천히 몸을 돌려 말했다. “흥! 무식한 용국 놈 같으니라고! 건방지게 한 글자만 더 뱉어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용인들 전부 죽게 될 거야!” 그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서천술은 어느새 독한 눈빛을 품은 채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무식한 놈아, 얼른 물러나지 못해?”“물러서라고? 국왕도 더 이상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 씨 집안까지 직접 동원했는데, 이 상황에 나더러 물러서라고?”“넌 네 집안만은 지키고 역외로 돌아가 얼마든지 구걸하며 살 수 있겠지만, 남겨진 용국 백성들은 어떡하라고?”“그동안 그렇게 입버릇처럼 용국을 위해 설욕하고 공평한 도리를 되찾을 거라고 떠들더니, 지금 정작 용국이 정말로 어두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넌 도리여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거야?”한지훈은 경멸하는 표정을 보였다. “너... 너 허튼소리를 하지 마! 너도 봤잖아, 우리 몇 명으로는 전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걸! 우리마저도 상대가 안 되는데, 네가 나서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용국 전체가 몰살당하는 것 외에, 네가 과연 용국을 위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이제 서천술은 정말 조급해났다. 게다가 그의 아들은 축대 위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데, 만약 소창지개가 정말 마음먹고 칼을 휘두르려 하면 그는 물론 서영호도 다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죽어야 된다는 거야? 하하! 가소롭기 그지없네!”한지훈의 눈빛은 현장에 있던 모든 용국인들의 얼굴을 스치고는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중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 있으면 지금이라도 나서!” 바로 이때 주 씨 어르신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한
20만 파룡군이 곧바로 돌격하려는 순간, 천자각에 있던 국왕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역대 선군들의 기념비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는 거듭 세 번 절을 하였다. “오늘날의 저희 용국은 곧 피바람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부디 역대 선군님들의 영혼으로 저희 우리 용국을 지켜주시옵소서!”이내 국왕은 성큼성큼 나아가 이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용칠을 향해 말했다. “용칠! 당장 내가 입을 갑옷이랑 진왕검 가져와!”용칠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국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전에 계획한 대로 일단은 용군을 선발로 파견하고, 그 뒤로는 서효양의 부대를 파견시키는 거로 하죠. 폐하의 육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니 절대 경솔하게 직접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국왕은 고개를 돌려 용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역시 용국 장병으로서 용국을 위해 피를 흘릴 각오가 돼있어. 게다가 난 국왕으로서 더욱 앞장서서 선봉에 나서야지! 쓸데없는 말 말고 얼른 내 갑옷 병기나 내놔!”용칠은 굳건한 국왕의 태도에,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림군 몇 명은, 금색의 갑옷과 진왕검을 들고는 국왕에게 다가왔다. 금색의 갑옷까지 걸치니 그 자태는 위엄이 넘쳤다. 국왕은 진왕검을 손에 쥐고는, 이미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는 어림군을 향해 말했다. “어림군은 모두 내 명령대로 움직인다! 날 따라 돌격하도록!”“네!”그렇게 수천 명의 어림군은 힘찬 발걸음으로 국왕을 따라 진가복으로 진격하였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한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무적천의 방으로 뛰어들어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 “종주님! 큰일 났어요. 역외 강자들이 저희 용국을 몰살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용국 수억 명의 백성들을 학살하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했습니다!”뭐라고? 그 말에 무적천은 두 눈을 부릅뜨고는, 눈썹을 찌푸린 채 큰 소리로 말했다. “무신종 전 부대, 진가복으로 출동해!” 무적천의 명령에 따라 무신종 고수 전체들이 전부 나섰다. 무적천이 국왕의 자리를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