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중년 남자는 더 이상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얼핏 봐도 방금 전, 지독한 형벌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지훈! 내...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야!”강만용은 한지훈과 용운 두 사람을 보자마자 눈물을 금치 못하고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용경에서 온 한 무리의 문관들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무고하게 산채로 맞아 죽게 되는 상황에서도 강만용은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신한국의 아들인 신국호 또한 몽둥이로 수차례 얻어맞아 두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고, 심지어 피까지 많이 흘리게 되어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다. 그야말로 두 집안이 하룻밤 사이에 풍비박산이 나게 되었다. “누구예요! 대체 누굽니까? 어느 개자식이 감히 이렇게 잔인한 수를...”잔인하게 놈들의 수단에, 용운은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당장이라도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에휴, 됐어. 아마도 이 늙은이가 그동안 사는 동안 죽인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느님이 날 벌하려나보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힘들었겠는데 일단 방에 가서 앉아있어!”신한국은 겨우 눈물을 닦아내며 한지훈과 용운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강로님, 국왕께서는 대체 왜 이러시는 거랍니까? 낙 선생은 대체 또 어떤 구실로 강로 님의 가족을 건들게 된 건가요?”한지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강만용은 결국 탄식하면서 말했다. “내가 30년 전에 물려받은 천 평 넘는 가택이 있는데, 낙 선생은 내가 군비를 횡령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국왕이 직접 장문로까지 파견하여 조사하게 한 거고.”“조사요?”어이없는 상황에 기가 찬 용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조사라는 거지? 사람이 죽게 됐잖아!’ “용운아!”한지훈이 낮은 소리로 호통을 치자 용운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시 조용히 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놈들은 어젯밤, 강로 님을 끌고 가기라도 했나요?”한지훈
험상궂은 얼굴의 중년 남자는 큰 손으로 어린 남자아이의 머리를 꽉 잡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이를 악물고는 절대 울지를 않았다. “장문로! 당시 넌 용국의 여자 아이를 추행했잖아. 그때 그 아이, 겨우 16살이었어. 하지만 넌 아이가 죽기 직전까지 능욕했었지!”“용국의 전관으로서 그런 짓을 벌이면 천벌을 받을 거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그런데 만약 그 당시 내가 너를 해고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들 불공평할 거라고 생각할게 뻔하잖아?”강만용은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그러자 장문로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내 남자아이를 다른 한 집법 대원에게로 밀치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이 걸친 중산복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만용, 너 지금 혹시 나를 질투하는 거야?”“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어쨌든 현명하신 낙 선생이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고, 난 지금 이렇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잖아. 반면 너는 비참한 미래를 앞두고 있고!”“너희들 정말 한통속이었구나! 언젠가는 고통스럽게 벌 받게 될 거야!”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씩씩대며 눈을 부릅 떴지만, 장문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흥!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해. 당장 네 죄나 인정하라고!”이내 장문로는 이미 완벽하게 작성된 진술서 한 장을 강만용에게 던졌다. 위에 적힌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바로 그들 용각 삼로가 한지훈과 함께 군비를 횡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그 진술서를 확인한 강만용은 크게 웃었다. “왕년에 천 평이 넘는 땅을 국가에 순순히 바친 나인데, 내가 굳이 이 몇 조원의 군비를 횡령할 이유가 있을까?” “아휴... 하느님도 참 무심하시네. 이렇게나 간사한 놈이 용권의 정권을 잡게 놔두시다니. 정말 보는 눈도 없으시네!” 강만용이 진술서를 찢으려 하자 장문로는 바로 날카로운 칼을 꺼내 들어 단칼에 남자아이의 옷을 찢어버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만용, 너 잘 생각해. 내
순간 어안이 벙벙 해난 집행 대원은 떨어진 손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점점 손목에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됐다. “아악! 내 손!”이내 집행 대원이 손을 뻗어 상처를 부여잡자, 피가 미친 듯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누구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장문로도 깜짝 놀랐다. “나야!”바로 그때, 한지훈이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손으로 그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아이를 풀어주면 네 목숨만은 부지하게 해 줄게. 그렇지 않으면 넌 오늘 이곳에서 죽게 될 거야.”한지훈의 얼굴을 똑똑히 보아낸 장문로는 순간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한지훈이 더 이상 북양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장문로는 얼굴에 흉악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아, 역시나 너희 사이에 뭔가 결탁이 있긴 하나 보네! 차라리 잘 됐어. 굳이 강중까지 찾아가서 사람 잡을 일은 덜게 됐네!”“여봐라, 당장 한지훈을 치워내!” 곧이어 10여 명의 집법 대원들이 동시에 권총을 꺼내 들어 총구를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겨누었다. 필경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양 왕의 신분을 지니고 있었기에, 누구도 감히 한지훈을 얕잡아 볼 수는 없었다. 십여 자루의 권총을 마주하고도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을 뿐, 그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크흠!”바로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검복을 입은 한 노인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지훈, 낙 선생은 진작에 네가 이렇게 반드시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어!” 노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한지훈 또한 그 노인을 훑어보았는데, 노인은 뜻밖에도 삼성 천왕계의 고수였다. 보아하니 낙 선생이 이번에 제대로 벼른 듯했다. “난 바로 낙 선생의 명령을 받들고 너를 잡으러 온 거야! 내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너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 좀 거칠어질 수도 있거든.” 삼성 지급 천왕계는 역시나
‘허연생? 이 사람은 이미 30년 전에 무종에서 물러난 사람 아니야?’ 사실 허연생에게는 휘황찬란한 과거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무종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수십 개 종문의 장교 문주들을 무너뜨리고는 무신종과도 대결을 겨룬 강자였다. 당시 무적천은 매우 의기양양하게 바로 허연생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2성 현급 천왕계 밖에 다다르지 못한 무적천과는 달리, 허연생은 당시 이미 4성 천급 천왕에 다다르게 됐다. 그러나 허연생은 무적천에 의해 패배하게 되었고, 심지어 중상까지 입어 하마터면 무신종에서 참사할 뻔하기도 했다. 만약 당시 무적천이 조금이라도 힘을 주체하지 못했더라면, 허연생은 진작에 그곳에 무덤으로 남게 됐을 것이다. 그렇게 무적천에게 패한 후로부터 허연생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줄곧 무종에서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동안 그에 대한 소문도 무성했다. 어떤 사람은 그가 자살하여 죽었다고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그가 수치심을 느끼고 자취를 감췄다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오늘 예상치 못한 허연생의 출현은 한지훈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실 그는 허연생을 꺼리는 것보다도, 낙 선생의 배후에 있는 세력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 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아 답답했다. 그동안 30여 년 동안 자취를 감춰온 사람을 이렇게 손쉽게 드러내는 낙 선생의 절대적인 힘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말없이 조용히 있는 한지훈의 모습에 허연생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봐, 청년. 내 명성을 듣게 된 이상 굳이 내가 손을 쓸 필요는 없겠지? 당장 무릎 꿇어!”“한지훈, 어서 비켜. 이 일은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강만용은 급히 앞으로 나가 한지훈을 타일렀다. 그 또한 허연생의 명성에 대해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허연생은 그야말로 모든 경계를 막론하고도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었다. “강로 님은 그동안 용국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각로라는 칭호에 절대 부
만약 이 없었더라면 한용은 지난 20년간, 무적천과 어깨를 겨누며 4성 천급 천신의 경지까지 쉽게 오를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스스로 모색하고 깨달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무적천과는 달리, 한 씨 집안사람들은 태생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까지 손에 넣게 됐으니, 그 무엇보다도 탄탄한 백전백승의 체계를 보유하게 됐다. 능력이 진화하는 속도든, 각종 역량에 대한 장악 정도든 그들은 그 어느 하나 무적천에 뒤쳐지는 게 없었다. “너...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어!”눈치 빠른 허연생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차갑게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난 오늘 반드시 널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곧이어 한지훈은 쏜살같이 앞으로 한걸음 뛰어나와 한 주먹으로 허연생의 급소를 쳤다. 허연생은 비록 한지훈에 비해 얻은 깨달음도 적고 게다가 실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어찌 됐든 한 세대를 장악했던 강자였기에 역시나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가슴을 노리는 한지훈의 주먹을 보아낸 그는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도리여 한지훈의 아랫배를 강하게 내리쳤다. “후!” 순간 한 줄기의 강한 바람과 기운이 한지훈의 급소를 공격하게 됐다. 분명 같은 주먹임에도 불구하고, 허연생이 뻗은 이 주먹은 비록 보기에는 그렇게 큰 기세는 아니었지만 힘이 매우 강했다. 그는 모든 힘을 한 주먹에 집중하여 최대한 기운을 폭발시킬 수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역공격에 당황한 한지훈은 더욱 정신을 다잡고는 급히 주먹을 휘두르며 방어하였다. “팍!”그렇게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게 되었고, 모두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을 통제하고 있긴 했지만 그 충돌 소리는 매우 컸다. 두 강자가 뿜어낸 엄청난 기운에, 마당에 있던 바위마저도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죽어!”허연생은 손에 힘을 더욱 꽉 주었다. 그러자 푸하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의 독기가 그의
한지훈은 여전히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음양존의 공격에, 순간 눈앞이 깜깜 해나면서 끝없는 환각을 느끼게 된 그 순간을. 만약 진작에 적룡심을 융합하지 않았다면, 그날 한지훈은 필연코 음양존의 손에 죽을게 뻔했다. 빛, 불, 그림자! 바로 이 세 가지 자연의 힘은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환상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 한지훈은 이미 금룡심을 융합하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진법을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이내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갑자기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지훈, 더 이상 건방지게 굴지 마! 네가...”허연생이 다시금 손을 들어 한지훈을 향해 공격하려는 순간, 그는 자신의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나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동시에 눈앞에 있던 강만용의 고택은 물론, 주위의 집법 대원들 그리고 장문로도 사라지게 됐다. 심지어 한지훈도 모습을 감추었다. 어안이 벙벙 해난 허연생은 손바닥을 높이 든 채 그저 멀뚱멀뚱하는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는 자신의 다섯 손가락도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갇혀있게 됐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환상은 그 자신만이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연생이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을 향해 돌진하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모습뿐이었다. 그들의 보기에는, 손바닥을 든 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허연생의 행동이 매우 괴이해 보였다. “허 선생님, 뭐 하세요?”장문로는 마치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손바닥을 들고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허연생의 모습에 갑자기 조급 해났다. 그러나 허연생은 장문로의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이때, 한지훈은 허연생의 뒤로 성큼성큼 다가와 손바닥을 들어 그의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그러자 순간 허연생의 눈앞에 펼쳐진 환상은 사라지게 됐고, 그는 마치 끊어진 연처럼 몸이 저 멀리 날아가게 됐다. 이로서 한지훈은 처음으로 금룡심의 진법을 경험하게 됐다. 그러나 이 진법은 단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에너지 소
일곱 살짜리 아이를 고문하고는 아이의 피부까지 벗겨낼 생각을 하는 놈을, 어딜 봐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장문로, 차라리 자결해. 아니면 넌 앞으로 죽는 것보다도 못한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거야!”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장문로를 절대 살아 돌려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강 씨 집안과 신 씨 집안의 원수에게 제대로 복수하고 싶었다. “한지훈! 내가 분명히 말했지. 나는 국왕의 명을 받들어 강만용과 신 한국을 조사하러 온 거라고! 하지만 넌... 더 이상 북양 왕도 아니잖아!”장문로는 여전히 한지훈을 노려보며 굴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 “한지훈, 됐어. 그냥 보내줘. 괜히 죽였다가 국왕이 알기라도 하면...”“강로 님, 만약 정말 국왕이 따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제가 혼자서 다 책임을 질 겁니다! 오늘 전, 반드시 이 놈을 죽일 거예요!”이내 한지훈은 머리를 돌려 용운을 불렀다. “용운!”“네!”잔뜩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용운은, 당장이라도 장문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로 이때, 장문로가 몸을 돌려 도망가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어찌 됐든 그저 일반인이었기에, 제 아무리 빨리 도망가도 용운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채 두 걸음 내딛기도 전에, 그는 용운에게 덥석 잡히게 됐다. “장문로, 너 방금 그랬지? 이 아이 피부를 벗겨버릴 거라고. 그럼 너부터 한번 벗겨볼까?”곧이어 용운은 비수를 뽑아 들고는 장문로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너 뭐 하는 짓이야? 난 엄연히 국왕의 명령대로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것뿐이야! 당장이 거 놔! 젠장, 만약 감히 네가 나를 건드리게 된다면 너희들 모두 몰살당하게 될 거야!”장문로는 목이 쉴 정도로 마지막 힘을 짜내가며 고함을 질렀지만, 이내 그의 고함소리는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소리로 변하게 됐다. 용운은 방금 말한 대로, 정말 단번에 장문로의 피부를 벗겨냈다. 엄청난 고통에 장문로는 기절
이내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남은 집행 대원들더러 이젠 자리를 떠나도 된다고 하였다. 그제야 집행 대원들은 죽음의 절벽에서 돌아온 것 마냥 급히 일어나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들은 장문로의 시체를 수습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집법 대원들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한지훈은 강만용에게 다가와 말했다. “강로 님, 더 이상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신로님과 함께 저를 따라 강중으로 돌아가시죠!”‘강중으로 돌아가자고?’ 강만용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 그는 어디도 갈 수 없었다. 국왕의 명령을 받들고 온 장문로가 이곳에서 죽게 된 이상, 언젠가 다시금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이 상황에 집을 옮기면서 모습을 감추게 된다면, 나중에 잡혔다가는 오히려 더 큰 벌을 받을 것 같았다. “한지훈, 걱정해 준 건 고마워. 하지만 만약 나와 신로 모두 온 가족을 데리고 이사를 가게 된다면, 국왕은 오히려 더욱 의심을 품게 될 거야... 장문로가 이렇게 죽게 된 이상, 내가 보기에 국왕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난 너를 따라 강중으로 돌아갈 수 없어!”“하지만, 나의 이 어린 손자는 네가 대신 잘 돌봐줬으면 좋겠어!”강만용은 이내 그 일곱 살 난 남자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강만용의 허벅지를 꼭 안은 채 무슨 말을 해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자현아, 말 들어!”강만용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지훈은 평소 강만용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그가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 이상, 그 누구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자현을 데리고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신 씨 집안도 마찬가지였다. 신한국은 강만용과 같은 태도를 보였고, 자신의 손자 두 명을 한지훈에게 맡기고는 본인은 계속하여 자리를 지키게 됐다. 그렇게 한지훈은 어쩔 수 없이 세 아이를 데리고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또한 용운에게,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을 안배하여 시시각각 강 씨 집
곧이어 차는 노먼 시내를 벗어나, 한 오래된 장원 앞에 도착하였다. 입구에는 수백 명의 하인과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공손히 서 있었다. 얼핏 보아 노인의 나이는 칠순은 넘어 보였지만 여전히 늠름한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나 두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을 발하기도 했다. 노인을 한 번 쓱 훑은 한지훈은, 그가 적어도 5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한 선생님, 내리시죠!”마르스는 빠른 걸음으로 차 문 앞에 다가가 한지훈을 도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이내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한지훈을 향해 허리 굽혀 절을 하고는 인사하였다.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뒤이어 에밀리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팔을 잡고는 노인에게 다가가 간단한 소개를 해주었다. “한 선생님, 이분이 바로 저의 할아버지입니다.” 그러고는 노인에게도 소개해 주었다. “할아버지, 이 분이 바로 제가 방금 얘기한 한 선생님입니다!”그러자 노인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몸을 굽혀 인사를 했다.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 것만 해도 저희 가문에게 있어 매우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노인은 직접 한지훈을 데리고 장원으로 들어섰다. 곧이어 거실에 도착한 한지훈은, 주위의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대가문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노인은 한지훈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한 선생님, 저는 하이얼 로드라고 합니다. 사실 전부터 한 선생님의 명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매우 영광입니다!”그 말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전 방금 용국에서 오게 됐는데 어르신께서는 누구로부터 저의 얘기를 듣게 된 거죠?” 노인은 대답했다. “공해 사건 당시 에밀리도 그 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손녀는 단지 평범한 인물일 뿐이라 한 선생님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욱!”이내 또 하나의 석궁이 한지훈에게로 날려왔고, 한지훈은 바로 손을 들어 석궁을 잡아냈다. 이내 석궁을 들고는 골목 안으로 걸어갔다. “누구야!”그러자 검은 옷의 한 남자가 머리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매우 무거운 살기가 어려 있었다. 한지훈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석궁을 휘두르며 차갑게 웃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너희들이 알 바 아니야. 중요한 건 너희들이 날린 석궁이 하마터면 나를 다치게 할 뻔했다는 거야.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하지 않겠어?”뭐라고? 그의 말에,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흉악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살기 어린 웃음을 띤 채 말했다. “눈치 없는 놈아, 당장 꺼져! 우리 일을 방해하지나 말고. 괜히 건드렸다가는 너도 죽게 될 거야.”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손을 뿌리치고는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푸! 곧바로 그 검은 옷의 남자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남은 사람들은 크게 놀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설마 놈들의 지원병이 벌써 도착한 건가? 그나저나... 그나저나 이 지원병의 실력은 너무나도 강한데? 한 방에 2성 현급 천왕계 강자를 짓밟아버리다니. “너 대체 누구야!”검은 옷의 무리는, 즉시 두 남녀와의 교전을 멈추고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 경각심을 가진 채 한지훈을 주시하였다. 한지훈이 그들에게 준 위협감은, 확실히 두 남녀보다는 훨씬 강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단호하게 손을 흔들 뿐이었다. “너희들은 내가 누군지 알 필요가 없다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이나 당장 꺼져!”하나같이 칼날을 잡고 있던 검은 옷의 무리는, 단호한 한지훈의 말에 달갑지 않은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방금 눈앞에서 당한 자신들의 동료를 생각하노라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게 됐다. 그렇게 검은 옷 무리가 멀리 도망갈 때까지, 남은 두 남녀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한지훈은 그런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
절망적인 표정의 엘칸트는,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며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이내 그는 또 고개를 돌려 필칸트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 칸트 가문이 이렇게 비참해진 것이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필칸트를 다져버려 진흙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화가 가득했다. 바로 그때, 한지훈이 엘칸트를 흘겨보며 물었다. “왜, 주기 싫은 거야?!”“드릴 겁니다!”엘칸트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는 맥없이 땅에서 일어나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저벅저벅 호텔을 나섰다. 그렇게 칸트 가문은 한지훈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고, 뒤이어 오늘의 생일 주인공은 자리를 떠났고 안드레는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한 선생님, 이젠 일이 다 해결됐으니... 제가 모셔다드릴까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마영리는 고작 흑병대의 일개 소속원일 뿐인데, 대체 그놈이 어떻게 칸트 가문과 얽히게 된 거야?”“대체 누가 그 중개자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해! 설령 광명파와 연관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나한테 보고하고, 용국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야 해!”그 말에 안드레는 골치가 아파놓았다. 한지훈은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사실 이번 일에 얽히게 된 가문에 대해서 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게다가 유럽에서도 매우 유명한 가문이었다. 하지만 그 가문의 정체에 대해서 밝히게 되면 그 결과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안드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필칸트가 서둘러 말했다. “한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희 칸트 가문은 반드시 깔끔하게 이번 일을 해결할 것입니다!”한지훈은 그런 필칸트를 힐끗 훑어보았다. 사람의 태도가 정말 무서운 속도로 빨리 변하게 됐다. 얼마든지 쉽게 굴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놈들이 보증을 한 이상 한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배웅할 필요는 없어. 3일 내에 나한테 명확한 대답을 내놔!”곧이어 한지훈과 진
여인은 순간 주위의 모든 것과 단절된 듯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귀띔을 하고 나서야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따라 무릎을 꿇었다. 지금 이 순간, 유장군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났다. 마치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유럽에서 지내면서 특사라고 불리긴 했지만, 유럽은 줄곧 용국과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결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동안 그가 아부하며 모신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한지훈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줄이야. 그제야 그는 자신의 특사 신분이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지훈은 멍하니 서 있는 유장군을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 특사, 내가 전에 말했지.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그들은 반드시 순순히 우리에게 사람을 넘겨줄 것이라고.”그 말에 유장군은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칸트 가문이든 유럽 천재든, 한지훈 앞에서는 전부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내가 찾는 사람은?”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시선을 엘칸트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엘칸트는 급히 일어서서 말했다. “한... 한 선생님, 그분은 지금 저희 가문 장원에 있습니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죠. 제가 직접 부하들과 함께 그분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죠!” 엘칸트는 고개조치 들지 못할 정도로 겸손하게 몸을 굽혔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굳이 내 앞에 데려다줄 필요 없어. 그냥 사람을 보내서 바로 용국으로 돌려보내. 만약 이틀 안에 용국 흑병대가 사람을 받지 못한다면, 그 후로 유럽에는 더 이상 칸트 가문이 존재하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엘칸트의 머리는 터질 것 같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러한 도발을 했다면, 엘칸트는 분명히 비웃었을 것이다. 필경 칸트 가문은 유럽에서 6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오래된 가문이다. 그만큼 바탕과
안드레는 단단히 화가 났다. 자신조차도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 없는데, 그렇게나 많은 가문과 연합한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단체로 죽게 될 운명뿐이다. 천신에게 있어 그 이하 강자들은 하나같이 땅강아지 같은 존재이기에, 결코 과장은 아니었다. 오성 용급 천왕계이든, 진천왕이든 천신계 강자의 눈에는 그저 한 손바닥으로 끝날 일이었다. 게다가 손바닥 하나만으로도 상대에게 제대로 큰 타격을 날릴 수 있었다. “안드레... 님… 저희 유럽 귀족들이 대체 왜 용인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나요!”필칸트는 피를 토하며 달갑지 않은 듯 소리쳤다. 화가 난 안드레는 얼굴마저 검푸르게 질린 채, 필칸트의 옷깃을 잡아들고는 그의 얼굴에 바짝 붙어 큰 소리로 외쳤다. “왜 고개를 숙여야 하냐고?” “좋아, 그럼 내가 그 이유를 말해줄게. 왜냐면, 난 그들의 적수가 아니기 때문이야. 알겠어?”그 발언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모두 크게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가, 눈앞의 이 용국 젊은이의 적수가 되지도 못한다니. 이는 그야말로 그들 모두의 인식을 깨뜨렸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몽유병에 걸린 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었다. 안드레는 줄곧 유럽의 정신적 지주이자, 더욱이는 유럽 강자들의 상징과도 같았다. 근 몇 년간 유럽이 줄곧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고, 심지어 이국의 일부 중대한 결책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천신계 강자가 존재한 이유 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징과도 같은 거물이 무릎을 꿇게 됐다니? 그의 말에, 필칸트 역시 자신의 정신적 지주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 안드레는 줄곧 그의 마음속에서 유일한 우상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제2의 안드레가 되겠다고 소원을 품고 있었다. 충격적인 이 상황에 필칸트는 미친 듯이 노호하며 말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다 거짓말이야!”“안드레 님, 저를 속이고 있는 거라고 제발 말씀해 주세요
황금 1000톤? 기가 막힌 요구에 필칸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결국 고개를 들어 반박하려는 순간, 안드레로부터 따귀를 맞게 됐다. “팍!”거세게 내리친 따귀는, 필칸트의 얼굴을 찌그러뜨릴 지경이었다. 한지훈이 제기한 요구에 대해서, 안드레는 감히 한 마디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는 결코 한지훈을 건드리고 싶지 않고, 유럽에서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면 필칸트는? 뭣도 모르고 감히 남을 비웃으려 하다니? 한지훈의 말에 반박하려 하다니? 필칸트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힘차게 따귀를 내려쳤다. “쾅!”결국 필칸트의 몸은 7~8미터 밖까지 날아가 돌기둥에 세게 부딪혀 아예 갈라 뜨렸다. 그렇게 그는 힘없이 땅에 쓰러지게 됐다. 연속하여 따귀를 맞게 된 필칸트는, 어느새 머리가 윙윙 울리는 듯했다. 눈앞은 별빛이 번쩍이기만 할 뿐, 더 이상 일어나지도 못했다. “네가 뭔데? 칸트 가문의 미래 샛별? 유럽의 어린 천재?” “사실이든 아니든, 난 반드시 너를 죽일 거야!”안드레는 눈을 부릅뜬 채 필칸트를 노려보았다. 한지훈의 뒤에 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진개국은, 숙연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대체 진우가 보낸 이 특파원, 정체가 뭐지? 어떤 사람이길래 안드레마저 도와서 나서냐고? 게다가 칸트 가문으로부터 미움을 살 위험을 무릅쓰고 필칸트를 반쯤 죽여놨어. 안드레는 누구나 알다시피, 명실상부한 천신계 강자잖아. 무려 세계 대전을 평정한 인물. 그런데 그런 그가, 한지훈 앞에서는 종과 같은 존재가 됐다니.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하는 사람은 유장군이었다. 분명 그는 한지훈을 따라 이곳에 오긴 했지만, 중도에 칸트 가문 쪽으로 이미 넘어가있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편을 들기 위해 한지훈에게 무례하게 굴기까지 했다. 근데 지금은? 자신이 비위를 맞춰줬던 필칸트는 안드레에게 두드려 맞아 일어나지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도,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왔다니? 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공손히 선 채 안드레에게 몸을 굽혀 절을 했다. 필칸트 또한 몸을 곧게 펴고는 안드레에게 곁눈질도 하지 않고 바로 목례를 했다. 유장군은 안드레를 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유럽에서 지내면서, 안드레의 뒷모습을 멀리서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에 순간에 안드레를 직접 만나게 되자, 유장군은 흥분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 “한군림! 너 이젠 죽게 됐어. 설령 진우가 직접 와서 말리게 되더라도 넌 오늘 이곳에서 죽게 될 운명이야! 안드레 님을 보고도 인사를 안 해?”유장군의 한 마디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지훈에게 쏠렸다. 그러나 한지훈은 뒷짐을 짊어진 채 머리를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는 노예를 보는 듯한 일종의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설마 진짜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사람들은 내심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안드레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다. 사실 그는 용국에서 유럽으로 향한 후, 노먼에 머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칸트 가문 족장인 윌칸트가 그를 거듭 초대한 것이다. 그렇게 안드레는 칸트의 체면을 봐서라도, 겸사겸사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방금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방금 그가 한창 커피를 마시고 있을 무렵 귓바퀴에서는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소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심지어 그가 2층 방을 뛰쳐나와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에도, 하마터면 두 다리가 나른해져 무릎을 꿇을 뻔했다. 젠장! 지금으로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한지훈이었다. 그에게 있어 한지훈은 악몽 같은 존재이다. 그나저나 칸트 가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미움을 사더라도 하필 이런 거물을 건드리게 된 거야! “지금 이게 웃겨?”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필칸트를 바라
그 말에 필칸트는 멍해졌다. 눈앞의 한지훈은, 얼핏 봐도 자신의 또래로 보일 뿐인데 과연 용국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기나 할까? 필칸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이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나한테 장난해? 용국이 고작 네 말만 믿고 1천 톤의 황금씩이나 꺼내 들어 사람 한명과 바꾸려 할 거라고?” 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필칸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오해한 것 같네. 내 말은 칸트 가문이 용국의 반역자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받아들였으니 국제관례에 따라 우리 용국에 발생한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거야!”“이 천 톤의 황금이 바로, 당신들 칸트 가문이 프랑스를 대표하여 용국에 배상해야 할 손해 비용이야! 그리고 칸트 가문은 직접 용국에 사죄하고 앞으로 영원히 이런 비슷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게끔 할 거라고 보장해야 해!”그 말에 유장군의 안색은 파랗게 질렸고, 진개국조차도 깜짝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칸트 가문 사람들더러 용국에 황금 1천 톤을 배상하게끔 요구하고, 게다가 용국을 상대로 보증서까지 써야 한다고? 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멍한 표정으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꼴깍!”유장군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군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한군림은 한지훈이 유럽에 도착하기 전에 자신에게 직접 지어준 가명이다. 그동안 한지훈은 모든 증명 서류에 이 가명을 사용하였다. “무슨 말이긴, 똑같이 사람이 한 말이잖아. 필칸트, 설마 내 말 못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콜록… 바로 이때, 홀에서는 한바탕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필칸트가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그가 이를 꽈악 물다 못해 울린 소리였다. 노먼의 수많은 상류층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날 모욕해? 역시 못되기 그지없는 용인들이야. 내가 방금 그 일성 준천신계 용인을 죽인 것도 똑똑히 봤겠는데? 그 순간, 필칸트의 온몸에서는 4
이 충격적인 장면에 깜짝 놀란 유장군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준 천왕계 강자를 상대로, 필칸트가 이렇게 손쉽게 죽일 수 있다고?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상대는 엄연히 무도 학원의 선생이라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일성 준 천왕계 강자를 죽이는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내 유장군은 빠른 걸음으로 필칸트에게 다가가 더없이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 “필칸트 씨,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허리 굽히고 고개를 숙인 유장군의 모습에 진개국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유장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선생님, 이게 대체...”그러자 한지훈은 진개국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일단 따라가죠!”이내 한지훈은 홀 중앙으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진개국도 급히 따라갔다. 유장군은 한지훈과 진개국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허리를 굽힌 채 필칸트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갑작스레 손을 내밀자 필칸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나?” 필칸트의 표정에서는 하찮은 기색을 보아낼 수 있었다. 그는 엄연히 칸트 가문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유럽에서는 줄곧 어린 천재라는 존칭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만큼 그에게 아부하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유장군 같은 사람은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전 용국에서 프랑스에 파견한 특사 유장군이라고 합니다!”유장군은 이를 악문 채 웃음을 보였다. 필칸트의 무시와 경멸을 마주하고도, 그는 조금도 난감해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데?” 필칸트는 뒷짐을 진 채, 유장군이 내민 악수를 받지도 않았다. 유장군은 손을 비비며 머쓱한 웃음을 드러냈다. “아무 일도 아니고요, 사실 제가 데려온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니, 동포라고 할 수 있죠. 멀지 않은 용국에서 온 사람인데...”“용건이 뭔데?” 필칸트는 유장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필칸트 선생님, 사실 그분은 명령을 받고 칸트 가문과 협상하여 마영리를 되찾기 위해 이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