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이 모든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몰래 계획했던 일들을 어머니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다음 날 아침, 커튼을 뚫고 들어온 따스한 햇살에 임완유가 살며시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예천우는 벌써 일어나 있었다. 어젯밤 일은 꿈이 아니었다.처음 그런 일이 있었을 때는 기억이 흐릿했지만 어젯밤의 순간들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설렘이 가슴속에 가득했다. 어젯밤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예천우가 먼저 다가오긴 했지만 결국 자신도 그 상황에서 꽤나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침대 위에서 함께 뒹굴던 순간이 떠오르자 임완유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내가 어젯밤에 무슨 짓을...’ 부끄러움이 밀려온 임완유는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그러자 예천우가 다가와 코끝을 살짝 건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바보야, 다 깼으면서 왜 자는 척해?”임완유는 계속 눈을 감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분명 내가 깬 줄은 모를 거야...’“무시하는 거야? 그럼 어젯밤이 부족했나 보네.” 예천우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임완유를 끌어안았다.임완유는 깜짝 놀라 얼굴이 더 빨개졌다. 옷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어젯밤처럼 계속하려고. 네가 좋다고 했잖아.” 예천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임완유의 긴 두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걸쳤다.“안 돼! 아...”임완유는 예천우의 품에서 더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두 사람은 다시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한편 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임완유가 집에 돌아오길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만 돌아오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임완유는 연락도 닿지 않고 계속 외부와 단절된 상태였다.그 와중에 임선호가 외출했다가 예쁜 여자 친구와 함께 돌아왔다. 그 여자는 동성시에 있는 허씨 가문의 딸, 허가연이었다. 허씨 가문은 평범한 가문이 아니었다.허씨 가문은 비록 4대 가문에 미치지 못했지만 수천억에 달하는
“그건 아닐걸? 요즘 형부한테 잘해주고 있잖아. 혹시 형부도 이제는 너를 다르게 볼지도 모르지.”“됐어요. 제가 처음 형부한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기억도 안 나세요?”“아이구, 우리도 그때 잠시 눈이 멀어서 네 말을 안 믿었잖니. 그래서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거지.”임국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할아버지, 이제 와서 그 얘기해 봐야 소용없어요. 제가 뭐랬어요? 분명 후회한다고 했잖아요.”임선호는 답답한 듯 말했다. 예천우가 아직 가문에 남아 있었다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았을 텐데, 예천우는 그 용국의 예씨 가문조차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 손씨 가문 쯤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오빠, 안 되면 그냥 돌아가도 괜찮아요. 제가 가서 그 사람들을 어떻게든 설득해 볼게요.”허가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작고 귀여운 인상에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날씬한 몸매까지 갖추고 있어 임씨 가문에서도 그녀의 집안과 외모를 무척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안 돼, 이런 건 남자가 나서야지.”임선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어쩔 수 없으면 형부한테 부탁해 볼게요. 누나 생각해서라도 한 번쯤 도와줄지도 모르니까.”여자친구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생각이었다. 바로 떠날 준비를 하던 그는 문득 무언가 떠올라 물었다.“참, 누나는 어디 있어요?”“그게...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유은수가 어젯밤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일부는 생략했다.“뭐라고요?”임선호는 어제 있었던 일들을 전혀 몰랐기에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결혼까지 한다니!“아직 이런저런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얼른 누나부터 찾아야죠!“임선호는 다급하게 외쳤다.“우리도 찾고 있어, 전화도 안 받아.”임국종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임선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운 좋게도 전화가 바로 연결되었다.임완유는 마침 예천우와 행복한 시간을 마치고 가족들이 걱정할 수도 있다는 생
“엄마!”임선호가 다급하게 외쳤다.“지금 누나까지 귀찮게 할 순 없잖아.”“뭐?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네 누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러면서 가연이를 네가 어떻게 지키겠다는 거야? 평생 고통 속에서 살게 할 생각이야?”유은수는 일부러 큰 소리로 꾸짖었다.임선호는 그 소리를 듣고 바로 임완유에게 말했다.“선호야, 무슨 일인데 그래?”“누나가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말하기가 좀 그래서. 그래도 지금은 정말 방법이 없어.”임선호는 허가연의 집안 문제를 간략히 설명했다.얘기를 다 들은 임완유는 슬쩍 예천우를 바라봤다. 그런데 예천우가 자신의 가슴 쪽을 보고 있는 걸 느끼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뭐 하는 거야.”임선호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자세히 들을 틈은 없었다.“누나, 괜찮아?”“응, 괜찮아. 걱정 말고 이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볼게.”임완유가 말했다.“응, 고마워, 누나!”임선호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 갑자기 허가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큰일 났어요! 오빠가 천해시에서 직접 오고 있어요. 저를 데려가려고!”임선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렇게 빨리 오다니 예상 밖이었다.“걱정하지 마. 일단 숨어.”“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 오빠 성격 알잖아요. 제가 임씨 집안에 있는 걸 알면... 저를 못 찾으면 온 집안을 뒤집어 놓을 텐데.”허가연은 고개를 저었다.그 말을 들은 유은수는 서둘러 말했다.“괜찮아. 우리가 그 사람이랑 말다툼할 필요는 없어. 선호야, 어서 가연이 데리고 나가.”유은수는 미래의 며느리가 마음에 들어 그녀를 지켜주려는 모습이었다.임선호는 잠시 고민했지만 유은수가 상황을 잘 처리할 거라 믿고 말했다.“그럼 부탁할게. 엄마. 가연아, 우리 가자.”어떤 일이 있어도 허가연을 손씨 가문에 보낼 순 없었다.임선호가 그렇게 말하자 허가연은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하지만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는 곳에 숨었다. 일이 커지면 바로 대응할 준비를 하기 위해 근처에 남아 있기로 했다
그런데 예천우가 이렇게까지 이해해 주니 임완유는 오히려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천우야, 예전에 내가 얼마나 철없었는지 몰라. 자꾸 널 의심하고, 심지어 이혼까지 하고... 정말 나한테 화 안 나?”“화났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이혼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라는 거 다 알아.”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지었다.“정말 고마워!”“계속 칭찬해 줘. 난 체력도 정말 좋잖아.”“뭐야? 이런 사람이었어?”“왜? 난 그냥 체력 좋다고 한 건데. 설마 딴생각한 거 아니지?”임완유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했다. 오늘만큼은 회사 대표다운 모습이 아니라 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수줍어 보였다.오해를 풀고 나서 예천우는 외부에 그들의 관계가 노출되지 않도록 당부했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헤어진 사이이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한편, 그 시각 임씨 저택에는 예기치 못한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특히 앞장선 청년은 건장한 체격에 기세가 매서웠다.“임선호! 그 멍청한 놈 당장 끌고 나와!”화가 잔뜩 난 허광이 소리치며 저택으로 들어섰다.임선호를 모욕하는 소리에 유은수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허씨 집안의 권력이 워낙 막강해 섣불리 대응할 수도 없었다.“선호는 지금 집에 없어요. 내가 그의 어머니인데 무슨 일이죠?”“너 같은 사람이 알아서 뭐 하게?”허광은 비웃으며 말했다.“경고하는데 당장 임선호와 허가연을 내놓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둘 거야.”유은수는 모욕을 당하자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지만 아들을 위해 침착하게 말했다.“도련님,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동생분 가연 씨는 여기 없어요.”“가연이가 없다고? 내가 가연이 오빠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그건... 그게... 그냥 추측한 거예요.”“추측? 웃기지 마! 우리 허씨 집안이 강해서 네 아들이 내 동생한테 빌붙은 거 아니야? 하지만 너희 집안 수준으로 그럴 자격이 있을 것 같아?”허광은 조롱 가득한 표정으로 침을 튀기며 유은수를
허씨 가문에서는 허가연이 임선호와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임연 그룹과 임선호를 철저히 조사했다.조사 결과 임선호는 그야말로 무능하고 하찮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물론 임씨 집안이 요즘 조금씩 성장하는 듯 보였지만 허씨 집안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무엇보다 지금 동성의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손씨 집안의 아들이 허가연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 시점에 이런 절호의 기회를 하찮은 임씨 집안 때문에 놓칠 수는 없었다.임국종은 얼굴이 붉어졌고 참기 힘든 굴욕감을 느꼈다. 차라리 나서지 말 걸 그랬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천우를 쫓아낸 이후로부터 이런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잦아져 집안의 위신마저 다 구겨진 것 같았다.임강도 유은수를 변호하려고 나서려 했지만 결국 조용히 서 있었다. 괜히 나섰다가 자기도 함께 모욕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씨 가문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이런 수모를 겪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그 순간, 문득 예천우가 떠올랐다. 만약 그가 여기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당당하게 나서서 이들을 막아냈을 것이다.과거 예천우가 여러 번 나서서 임씨 집안을 위해 소란을 해결해 줬던 기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모두가 예천우가 허풍을 떤다고 여기며 오히려 그를 원망하고 경계했었다.차라리 모욕을 당할지언정 예천우가 무리수를 두는 건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그때를 되짚어보니 예천우가 했던 말과 행동이 전부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그가 자랑할 필요조차 없었던‘용왕’의 신분도 그렇고 그의 능력이라면 과거의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진심을 인제야 알아채고 후회하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이제 예천우는 양체은과 결혼할 것이고 임씨 집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걸 깨닫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고 허탈감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임씨 가문의 위상까지 추락해버렸다는 현실이 더욱 가슴을 짓눌렀다.“뭐야, 아직도 말하지 않을래? 그래, 그럼 네놈들이 자초한 일이니
허가연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그녀가 임선호에게 시선을 돌리자 임선호는 다급하게 말했다.“가연아, 저 말 듣지 마. 난 아무렇지도 않아.”그러자 허광이 비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내가 도와주지.”허광은 꽤 수준 높은 무예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래서 허가연은 더 불안했다. “오빠, 제발 그만둬! 나 오빠랑 같이 갈게.”“가연아...!”“선호 오빠, 괜찮아요. 저 먼저 가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기다릴게요.” 허가연이 간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연아...!”임선호는 뭐라도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허광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며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기세였다.하지만 임선호는 끝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연아, 기다려. 내가 꼭 동성으로 갈게.”“기다릴게요.”허가연은 돌아서며 허광 앞에 서서 단호하게 말했다. “오빠, 선호 오빠한테 손대면... 나 집에 절대 안 돌아갈 거야.”허광은 비웃으며 말했다. “흥, 이런 하찮은 놈한테 내가 굳이 손대줄 필요도 없지. 다만, 이 자식이 동성에 오기라도 하면 그땐 각오해야 할 거야.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그리고 허광은 임씨 집안을 향해 쏘아붙였다. “그리고 너희, 이 녀석 관리 잘해. 감히 허씨 집안의 심기를 건드리면 다 죽게 될 거야.”그러고는 허광은 허가연을 데리고 떠났다.허가연은 돌아가는 내내 발걸음마다 뒤를 돌아보았다. 떠나기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임선호는 굳은 표정으로 두 주먹을 꽉 쥐고 자책에 빠졌다.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해놓은 게 없고 능력도 없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빼앗기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웠다.임선호는 땅에 무릎을 꿇고 주먹을 세게 내리쳤다. 그의 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마음이 아파 얼른 다가왔다. “선호야, 이게 무슨 짓이야! 피 나잖아. 손 줘봐
원래 임완유는 이렇게 빨리 집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지만 임선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돌아왔다. 이 기회에 상황을 좀 더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유은수가 예천우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나무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엄마, 그 말은 틀렸어!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가 매번 얼마나 천우에게 의지했는지 몰라. 이번 일은 우리가 천우를 내쫓은 거잖아. 그를 탓할 수는 없어. 내쫓고 싶을 땐 내쫓고 필요할 때는 꼭 있어야만 해? 우리가 천우를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봐!”임완유는 목소리를 높이며 따졌다.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임완유는 유은수의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러자 유은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말이 없었다.“전화 한 통을 받지 않더니. 왜 갑자기 돌아온 건데?”유은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 아빠와 선호가 허광 그 자식에게 무시당할 때 너는 어디 있었어? 다른 남자가 네 동생 아내를 뺏을 때 너는 어디 있었냐고? 가족을 이렇게 내버려두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해?”유은수의 질문들이 쏟아지자 임완유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제 막 집에 돌아왔을 뿐인데 왜 상황이 이리 복잡하게 얽혔는지. 그리고 옆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임선호의 모습을 보니 더욱 걱정스러웠다.그의 손에 상처가 나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유은수와 논쟁할 여유가 없었다.“선호야, 대체 무슨 일이야? 손은 왜 그래?”“인제야 걱정해? 방금까지 뭐 하고 있었던 거야?”유은수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네가 좀 더 겸손하게 행동하고 예천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우리가 그렇게 무시당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유은수는 또다시 예천우의 핑계를 댔다. 그래서 임완유는 유은수와 말도 더 이상 섞기 싫었다. 그때 임선호가 나서서 말했다.“누나, 괜찮아. 이건 우리 잘못이야. 형부와는 상관없어”“뭐라고? 다 예천우 탓이야! 네가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때 예천우는 어디 있었는데
만약 예천우와 화해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힘들겠지만 여전히 이 일을 잘 해결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천우가 돕기로 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정말이야, 누나? 혹시 형부한테 부탁하려는 거야?”임선호가 바로 물었다. 예천우한테 부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임완유는 잠시 고민하다가 혹시 누가 듣고 있을지 몰라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니야, 다른 방법이 있어. 그러니까 걱정 말고 나에게 시간을 조금만 줘.”“응, 알겠어.”임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임완유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그때 임강이 유은수를 데리고 다가왔다.“완유야, 방금 네 엄마가 너무 흥분했나 봐. 천우에게 그렇게 말한 건 잘못했어.”“그래, 방금은 엄마가 좀 지나쳤어. 미안해.”유은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 하나 없었다.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지나간 일이니까. 하지만 앞으로 천우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그래, 약속할게. 그런데 선호는 네가 꼭 도와줘야 해. 가연이랑 잘될 수 있도록 말이야.”유은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녀는 임완유가 이 일을 해결하려면 예천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알겠어. 방법을 생각해 볼게.”“생각만 할 게 아니라 확실히 도와야지.”“그걸 어떻게 장담해?”임완유는 난감해했다.“왜 장담 못 해? 네가 예천우를 다시 돌아오게만 하면 문제는 거의 해결된 거나 다름없잖아.”유은수가 성에 차지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임완유는 한숨을 쉬며 단호하게 말했다.“천우한테 부탁할 생각 없어. 그럴 가능성도 없고. 게다가 천우에게 부탁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거야.”“그게 왜 소용없어? 가서 제대로 부탁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내가 부탁해 봤는지 안 해봤는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임완유는 차갑게 말을 내뱉고 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남겨진 임강과 유은수는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했다.이게 무슨 일인가? 임완유의 말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
유은수가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들이 곧바로 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경찰은 자기 신분을 제시하며 말했다.“유은수 씨, 당신은...”그 말을 듣는 순간 유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어, 어떻게 된 일이...’‘설마 완유가 나를 경찰에 신고한 건가? 날 잡으라고 한 거라고?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엄마인데 이렇게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하지만 유은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그녀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비록 수갑은 채우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은 금세 큰 화제가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곧 유은수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온라인에서 우리 임 대표님을 험담하던 사람이 그게 유 대표님이라던데?”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유은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도 그녀가 이런 짓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특히, 임완유를 충직하게 따르던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인 하문은 이 사실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서 내가 뭐가 되겠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자 하문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임 대표님은 유 대표님이 화를 내실까 봐 전화기를 끄고 있었던 거겠지.’사실, 임완유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을 뿐이었다.‘차라리 이렇게 안 보는 게 속 편해.’임완유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서은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임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요. 서은씨가
이 상황에 임완유는 조금 갈등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비법을 정말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화장품의 재료 비법을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 지어라는 말은 예천우가 했지만 임완유는 그의 속마음을 잘 이해했다. 사실 예천우는 비법을 지금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완유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임씨 가문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엄마, 그게 무슨 뜻이죠?”“별것 아니야.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천우 말이야,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그런데 비법을 이렇게 꼭 쥐고 놓지 않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런 거 아니겠어?”“난 그렇게 생각해. 천우가 일부러 너를 막고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설령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지 비법을 손에 쥐고 너랑 거래할 것 같아.”유은수의 말에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사실 비법을 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엄마 말대로라면 천우는 분명히 저에게 비법을 주지 않겠죠. 그럼 저를 찾아서 뭐 하겠다는 거죠?”“그게...”유은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이 말한 대로라면 지금은 예천우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걸 알았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그제야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웬만해서는 주지 않겠지만 네가 미인계를 쓰면 통할지도 몰라. 어차피 너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잖아. 임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노력해 봐.”“미안하지만 엄마, 난 그런 걸 잘 못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비법을 원하는 거라면 엄마가 직접 천우에게 전화해서 달라고 하세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죠?”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엄마는 정말 너무해. 천우가 얼마나 엄마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지 알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양대복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하며 상황을 정확히 분석했다.‘만약 용왕님이 진짜로 우리가 임씨 가문을 계속 도와달라고 하셨다면 알아서 하라는 대신에 분명히 하던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을 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고 알아서 하라고 하셨으니 분명히 도와주지 말라는 의미겠지.’하지만 예천우와 임완유의 관계를 생각해 보니 예천우는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간접적인 방식으로 의도를 전달한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예천우는 임씨 가문을 조금 혼내주기를 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양대복의 추측일 뿐 확실한 사실이 아니었기에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임씨 가문에 압박을 가할 수는 없었다. 만약 예천우와 임씨 가문 사람들 사이가 다시 좋아졌는데 압박을 가한 걸로 들통나면 그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올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양대복은 임연 그룹을 해치는 대신에 더 이상 도와주지 않으면 큰 잘못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양대복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임씨 가문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제공하던 모든 자원을 철회하도록 했다.양대복의 명령이 내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양대복의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기에 곧바로 그의 결정을 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결국 그들은 임씨 가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유은수는 임연 그룹에 닥칠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기다린 그녀는 시간이 다 된 것 같았다. 지금쯤이면 임완유는 예천우와 떨어져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전화를 걸었다.임완유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완유야, 천우 아직 옆에 있어?”임완유는 잠시 놀랐다. 유은수는 예천우가 여전히 옆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사실대로 대답했다.“아니요.”“좋아, 잘 됐어.”천우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 유은수는 다급하게
용국에서는 앞으로 이런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왜 그렇게 말하냐면 내 엄마는 굉장히 세속적이고 아주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이 일은 정말 도저히 이해가 안 돼.”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 그녀는 예천우가 말하는 것을 다 믿고 싶었지만 이 사건만큼은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럴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곧 알게 될 거야. 이 일이 공개된 게 첫 번째 단계일 뿐이고 그다음엔 너희 엄마가 조사를 받을 거야. 심지어 감옥에 갈 수도 있어.”“뭐라고!”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걱정스레 물었다.“뭐라고? 감옥에 간다고? 이건...”“조급해하지 마!”예천우는 급하게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정상적으로 보면 감옥에 갈 수도 있지만 만약 네 엄마가 피해자의 용서를 받고 적절한 보상을 하면 문제없이 해결될 수 있어.”“네 말뜻은... 내가 엄마를 용서하면 괜찮다는 거야?”“응. 이미 확인했어. 처음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관대하게 처리될 거고 용서만 받으면 된대.”“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네 엄마가 모든 일을 인정하고 과정과 절차를 스스로 밝히는 거야. 그다음에야 양해서에 네가 서명하는 거지.”예천우는 차근차근 설명했다.“그러니까 네 엄마가 했는지 아닌지는 곧 밝혀질 거야. 만약 네 엄마가 아니라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또 상위 기관에서 관련 증거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증인과 물증은 절대 가짜일 리 없어.”“알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가 조금 우울해 보이자 예천우는 그녀의 기분을 살피며 한참을 함께 있었다. 결국 임완유가 그를 내보낼 때까지 예천우는 먼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괜찮아. 난 계속 일해야 해.”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고 떠나면서 덧붙였다.“루루 화장품 재료의 비법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너희 엄마에게 줄 수 있어.”‘어찌 됐든 임연 그룹은 임 어르신의 평생 노력이 있는 회사니까.”예천우가 떠난 지 얼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