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어디로 가면 될까?”사실 예천우도 이걸 가장 알고 싶었다. 만약 먼저 상대방의 위치를 알게 되면 미리 사람을 배치해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문수도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그건 상관 말고 단지 내가 말한 대로 해. 그러면 자연히 최종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어. 난 너희 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나거나 너희 뒤를 따라오는 것도 절대 원치 않아. 들키면 이 여자를 바로 죽일 거야. 임 어르신은 내가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야.”“알았어. 걱정하지 마. 절대 다른 사람이 우리 뒤를 따라가지 않을 거야.”예천우가 말했다. 상대방은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으니 그가 직접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만약 몸 상태가 좋았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겠지만 지금은 몸에 연이어 중상을 입었기에 그의 실력에 큰 영향을 끼쳤다.만약 상대방의 실력이 강하고 심지어 종사라면 끝장이었다. 하지만 생각건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종사는 이런 추잡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지금 즉시 차에 타고 내 전화를 기다려. 내가 가라는 곳으로 가면 돼.”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어르신, 돈은 이미 다 준비했죠? 그러면 계좌이체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바로 출발하죠.”“알았어. 이미 다 준비됐어.”임국종은 모든 걸 예천우에게 맡기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사실 그는 유일한 손녀인 임완유를 무척 아꼈다.임국종은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해도 임완유를 구하고 싶었다.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예천우의 차에 올랐고 임국종은 조수석에 앉았다.예천우는 상대방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운전했고 상대방은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었고 무려 20분이 지나서야 예천우는 차를 몰고 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차가 막 멈추자 옆에 있던 검은색 차 한 대가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었다. 예천우와 임국종은 차에서 내려서 상대방의 검은색 차에 탔다.차 번호판은 모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임완유지만 하문수는 그래도 그녀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은근히 감탄했다.‘이 여자는 정말 너무 예쁘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다니.’하문수는 정말 마음이 설렜다.“정말 아름답네.”하문수는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고 임완유의 입을 막고 있던 수건을 뽑았다.“뭐 하려는 거야!”임완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연신 뒷걸음질 쳤다. 욕망에 가득 찬 하문수의 눈을 본 임완유는 정말 너무 놀랐다.‘저 사람에게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임완유의 몸은 오직 한 남자만 만질 수 있었고 바로 남편인 예천우였다.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이곳은 아마 인적이 몹시 드문 곳이었으니 전혀 소용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임완유의 머릿속에는 온통 예천우뿐이었다. 예천우가 이곳에 있다면 훌륭한 무술 실력으로 자신을 반드시 구했겠다고 생각했다.다만 지금은 상대방의 손에 인질로 잡혀 있으니 예천우가 아무리 무술 실력이 좋아도 소용없을 것이다. 게다가 납치범은 임국종보고 혼자만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천우는 어쩌면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것도 모를 수 있어.’“왜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비록 난 나이가 좀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잘 생겼지. 네가 원한다면 널 데리고 우리 진도로 갈게. 그곳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 우리 둘이 오손도손 재밌게 살 수 있을 거야.”하문수는 조금 기대했고 전혀 자기 주제를 모르는 것 같았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고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꿈 깨! 너 같은 놈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쓰레기 같은 너랑 함께 가지 않을 거야.”“뭐라고? 감히 날 쓰레기라고 말해? 난 남들이 날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하문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다가가 한 손으로 임완유의 목을 졸랐다.임완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속으로는 몹시 두려웠지만 절대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상대방이 자신을 죽였으면 했다. 그러면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심지어 임국종이 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임완유는 그들이 절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점점 더 절망에 빠졌다.특히 그들의 무술 실력은 너무 강한 나머지 정말 귀신처럼 느껴졌다. 예천우가 있다고 해도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임완유는 주도현의 무술 실력을 직접 보았다. 그는 심지어 TV에서 나오는 사람들보다도 더 강해 보였다. 순식간에 몸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임국종 혼자서는 절대 자신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예천우가 온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주도현은 임완유의 두려운 시선을 보면서 천천히 다가갔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좀 있으면 자네 할아버지가 올 거야. 순순히 우리 말을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만 비참해질 거라고.”“퉤!”주도현이 하문수를 말렸을 때 임완유는 그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없었지만 주도현이 뒤에 한 말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나서 바로 침을 뱉었다.‘차라리 이 사람들을 도발해서 날 죽이게 하는 것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천우까지 해칠 수 있어.’“죽고 싶어!”하문수는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셋째 사형인 주도현은 매우 음흉한 사람이었고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서 임완유의 뺨을 세게 때렸다.주도현의 힘은 너무 셌기에 임완유는 뺨을 맞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핏자국이 나타났고 얼굴에도 역시 손자국이 선명했다.하문수는 깜짝 놀라서 얼른 임완유의 상황을 확인했다.“괜찮아요. 단지 기절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어쩌면 좋은 일이죠. 이제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겠네요.”주도현은 의외로 화난 기색이 사라졌다.하문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셋째 사형도 예쁜 여자를 보니 마음이 약해지는가 보네.’“수면제 좀 가져와서 이 여자를 좀 더 자게 해. 이따가 우리가 돈을 받을 때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해.”주도현이 말했다.“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하문수가 물었다.“두
그들은 황량한 교외에 간 것이 아니라 버려진 공장에 갔다. 안이 매우 크고 근처에 사람이 없어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임국종은 즉시 눈을 가렸던 검은 천을 풀었고 바로 안의 상황을 확인하고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즉시 말했다.“사람은요? 제 손녀는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하문수는요?”“뭐가 그리 급해요. 왔잖아요.”바로 그때 하문수는 차갑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 그는 심지어 한 사람을 가볍게 잡아끌고 나왔다.비록 인질이지만 그들은 임완유의 목에 비수를 가져다 댄다거나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에는 기회를 줘도 상대방은 임완유를 구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하문수가 나오자 예천우는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예천우는 예리한 눈빛으로 가장 먼저 임완유 얼굴의 상황을 확인했다.빨간 손자국은 매우 선명하게 찍혀져 있었다. 그걸 본 예천우는 마음이 덜컹했고 눈에는 놀라운 분노가 가득했고 몸에서 바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가능하다면 예천우는 정말 상대방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게다가 그는 또 임완유의 입가에 묻은 핏자국과 약간 흐트러진 옷을 발견했다.그 순간 예천우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상대방에게 사형을 선고한 셈이었다.예천우는 자기 몸에 큰 해를 끼치더라도 강제적으로 진기를 끌어올려 반드시 이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맹세했다.임국종은 안색이 나빠졌고 다급하게 물었다.“하문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완유는 어떻게 된 거야?”“어떻게 된 건지 직접 보면 돼.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어.”하문수는 임완유를 잡아서 바로 그들에게 던져버렸다.예천우는 깜짝 놀랐고 재빨리 앞으로 나가서 임완유를 받았다. 그리고 즉시 임완유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스러운 건 얼굴 부상 외에는 괜찮아 보였다.‘지금 혼수상태에 빠진 건 아마도 수면제를 먹은 것 같아.’예천우는 임완유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한 짓을 보면 단 한 명도 살려주고 싶지 않았다.예천우의 정신
상대방이 이렇게 약속을 지키고 바로 임완유를 풀어주자 임국종도 주저하지 않고 즉시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려고 했다.임국종이 순순히 돈을 보내려는 모습을 보자 주도현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록 그도 돈이 많은 편이지만 한꺼번에 1,000억이라는 돈은 엄청난 액수였다.게다가 오늘 돈뿐만 아니라 절세의 여자까지 가질 수 있었다. 만약 큰 사형이 만족스러워한다면 큰 공로를 세우는 것이고 앞으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예천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시만요!”임국종은 그 소리에 깜짝 놀랐고 동작을 멈췄다.주도현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즉시 사악한 어조로 말했다.“이놈아, 사람은 이미 놓아줬는데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야?”“수작을 부리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시에 어떻게 말했던 게 기억 안 나?”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이었고 눈에는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주도현도 예천우의 그런 모습에 깜짝 놀랐고 속으로 이러는 자신을 욕했다.‘왜 이런 거지? 상대방의 눈빛만 보고 깜짝 놀라다니.’그래서 주도현은 차갑게 대답했다.“물론이지.”“그러면 너도 이 여자를 해치지 말았어야지. 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 너희들이 완유를 조금이라도 해치면 돈 일 푼 못 받을 뿐만 아니라 목숨도 잃게 될 거라고 말이야.”“이 자식이 죽고 싶어!”주도현은 더욱 화가 났고 사악한 시선으로 몸에서 살의를 뿜었다. 그는 원래 진도의 킬러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서 목숨을 잃었다.임국종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재빨리 말했다.“천우야, 됐어. 아무튼 완유가 아무 일도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좀 고생만 했을 뿐이지. 저쪽에 누워서 꿈쩍도 안 하는 왕건을 좀 봐. 지금 아마도 죽어버린 것 같아. 목숨만 살릴 수 있다면 나머지는 다 괜찮아.”임국종은 이미 한쪽에 핏자국이 가득한 채로 누워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점차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오랜 부하였던 왕건이라는 알아차렸다.왕건은 려성한과 손을 잡고 임완유와 맞
단지 일이 좀 번거로워질 뿐이다.임국종은 안색이 바로 변했고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돈까지 준다고 했는데 왜 이러는 거야?”“쳇. 그거야 네 손녀가 너무 예뻐서 우리가 다 반했던 거지.”주도현도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말했다.“문수야, 어르신만 남겨두고 저 새끼는 그냥 죽여버려.”어차피 계획이 들켜버린 이상 그도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문수는 그 말을 듣고 혀를 날름거리며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 게다가 네 여자의 뺨은 내가 때렸어. 옷이 헝클어진 것도 내가 강제로 그녀를 끌어당기다가 그렇게 된 거지.”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순식간에 온몸이 차가워졌다.원래 예천우는 천천히 진기를 회복하며 주도현을 상대하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그는 순식간에 힘이 치솟았다. 비록 몸에 분명히 더 큰 상처가 난 것 같았지만 그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하문수, 오늘 내가 너에게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건방진 자식, 너 같은 쓰레기는 몇십 명이 한꺼번에 달려도 안 돼.”하문수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는 걸 느꼈지만 설마 자신이 이런 애송이 한 명을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옆에는 셋째 사형 주도현이라는 초강자가 있었다.두 사람이 싸우려 하자 임국종은 안색이 급변했고 재빨리 말했다.“천우야, 조심해. 완유는 나한테 맡겨.”“괜찮아요. 저 혼자 완유를 돌볼 수 있어요.”예천우는 혼수상태에 빠진 임완유를 한 손으로 껴안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임완유가 다시 상대방의 손에 넘어가 조금이라도 위기를 겪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임국종에게 완유을 맡기지 않았다.임국종은 멍해졌고 다시 예천우를 설득하려 했으나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임국종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서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했다.그러자 하문수는 더욱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이놈아, 감히 날 무시해? 좋아. 그러면 내 진정한 실력을
바로 그때 하문수의 무서운 공격을 맞섰던 예천우는 뜻밖으로 날쌘 몸놀림으로 임완유를 안고 그의 공격을 쉽게 피했고 바로 하문수의 가슴 부위를 공격했다.하문수는 안색이 조금 변했고 그는 심지어 자신이 예천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가슴에서 큰 고통이 안겨 왔고 바로 거꾸로 날아갔다.하문수는 자신이 아무리 강한 공격을 퍼부어도 예천우를 전혀 명중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비록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하문수를 물리쳤지만 예천우는 멈추지 않고 몸을 날리며 바로 하문수의 곁으로 다가가 비수를 바로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예천우의 움직임이 하도 빨라서 심지어 주도현조차도 반응하지 못했고 하문수를 구하러 갈 겨를도 없었다.하문수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이렇게 강한 실력일 줄이야. 아까는 연기하고 있었군.”“연기?”예천우의 눈에는 한기가 스쳤고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약하다고 말했어? 줄곧 너희들이 잘난 척 날뛰고 있었지.”“쳇. 어디서 약한 척하면서 운 좋게 습격에 성공하면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비록 난 실력이 강하지만 사형과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야. 날 바로 놓아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형은 반드시 널 갈기갈기 찢을 거야.”하문수는 여전히 건방졌고 패기가 넘쳤다.주도현도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놈아, 너에게 한번 기회를 주지. 당장 하문수를 놓아줘.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죽음보다도 더 심한 고통을 맛보게 해줄 거야.”“그래. 네가 그렇게 대단해?”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비아냥거렸다.“그러면 이따가 보자. 하지만 지금은 널 먼저 죽여줄게.”하문수는 예천우가 순순히 자신을 놓아주겠다고 생각했고 자신을 놓아주지 않더라도 감히 자기를 해치지 않고 인질로 삼겠다고 생각했다.바로 그때 하문수는 예천우의 무서운 눈빛을 바라보자 저도 모르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예천우는 오른손으로 재빨리 하문수의 몸을 몇 번 쿡쿡 찔렀고 그제야 하문수를 풀어주고 그를 전혀 상관하
“게다가 이 자식이 날 이기지 못하는데 너라고 이길 것 같아?”비록 더없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었지만 하문수는 그래도 셋째 사형이 자신을 구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예천우의 말을 듣고 즉시 완전히 절망했다.고통도 점점 더 강렬해졌고 점점 더 괴로워졌다. 단 2분도 되지 않았으나 그는 바로 극심한 고통 때문에 애원하기 시작했다.“날 죽여. 죽여 달라고.”하문수는 인내력이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빌었다.‘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수법을 쓴 거지?’주도현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도 예천우의 실력을 보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특히 예천우를 데리고 온 운전기사는 더욱 무서웠다. 그는 예천우의 무서운 실력을 몰랐고 심지어 예천우를 깔보았다.킬러인 그들도 지금만큼은 엄청나게 긴장했다.하문수의 모습을 보니 정말 너무 처참해 보였다. 이목구비에서는 이미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고 땅에서 끊임없이 뒹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주도현 앞에 굴러 떨어졌다.“죽여줘요. 사형, 죽여달라고요!”“...”주도현은 안색이 매우 나빠졌고 예천우를 상관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하문수를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을 함께했기에 그들은 서로 돈독한 사이였다.“문수야...”“죽여줘요. 절 죽여줘요.”하문수는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주도현의 손에 있던 무사도을 집어 들어 자기 목을 호되게 베었다.그러자 그는 오히려 몸의 고통이 많이 줄어든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복수... 복수해 줘요!”주도현은 물론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악한 어조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가 받은 고통을 똑같이 저 새끼에게 돌려줄 거야. 단지 난 저 사람을 7일 동안 줄곧 괴롭히다가 죽이겠어.”그리고 주도현은 몸을 일으키며 흉악한 어조로 말했다.“이 녀석아, 넌 정말 날 화나게 했어. 이제 네 악몽이 시작될 거야.”옆에 있던 두 사람도 은근히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