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리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전화를 한 사람은 바로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인 진태호였다.진태호는 장유리를 매우 좋아했기에 장유리의 말이라고 하면 다 들어줬다. 심지어 두 사람은 지금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었다.예천우는 정말 진씨 가문 도련님과 진씨 가문 사람들이 여자를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씨 가문이 장유리와 같은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장유리가 전화한 지 10분도 안 되어 무려 몇 대의 고급 차가 도착했고 차 문이 열리자 많은 젊은 남자들이 내려왔다.선두에 선 남자는 베르사체 브랜드의 옷차림이었고 손에는 명품 시계에 귀걸이까지 하고 있어서 패기가 넘쳐 보였다.“병욱 오빠, 드디어 오셨군요. 이 사람들이 저를 괴롭혀요.”장유리는 재빨리 다가가 안병욱의 팔짱을 끼면서 애교를 부렸다.“뭐라고요? 누가 감히 우리 형수님을 건드려요? 정말 죽고 싶어 안달이 났네요.”“X발, 어디서 온 병신 새끼가 감히 우리 진 도련님의 여자를 괴롭혀? 죽고 싶어?”“정말 간땡이가 부은 자식들이네. 내 생각에 이따가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것 같아.”젊은 남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진태호는 더욱 건방진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가 발로 예천우의 차를 세게 걷어차면서 차갑게 말했다.“당장 나와. 차 안에 숨어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아?”유이안은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태호가 그렇게 말하자 유이안은 더욱 두려웠다.‘이 사람이 바로 장유리가 말했던 그 4대 가문 중의 진씨 가문 도련님이었어.’하지만 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그리고 예천우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유이안은 잠깐 망설였지만 그래도 예천우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유이안은 그래도 예천우가 곁에 있어야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네가 바로 내 여자를 괴롭힌 새끼야?”진태호가 차갑게 말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저 여성
예천우는 황인수를 구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그가 참고 나서지 않았던 건 단지 사람들에게 눈앞의 자식들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그들이 바로 차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블랙박스에 모든 게 찍혔을 것이다. 게다가 또 다른 교통경찰도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그리고 예천우의 주머니에는 처음부터 켜놓고 있었던 녹음기가 있었다.다만 진태호는 이 모든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는 다른 교통경찰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았음에도 말이다.예천우가 상황을 보면서 손을 쓰려고 할 때 또 다른 경찰차가 도착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은 그 경찰차에 시선을 돌렸다.차 문이 열리자 사람 두 명이 내려왔고 선두에 선 사람은 아마도 직급이 높아 보이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바로 왕선호 경위였고 방금 장유리가 직접 전화한 사람이었다.왕선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태호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재빨리 다가가서 공손하게 인사했다.“진 도련님께서 직접 오신 거예요?”“쳇. 제가 안 왔다면 왕 경위님의 부하들이 더 날뛰고 있을 겁니다.”진태호는 차갑게 말했다.“이런 작은 사고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거예요? 분명히 이 낡은 차가 제 여자의 차를 들이박았잖아요. 제 여자가 지금 놀라서 너무 두려워하고 있는데. 왜 제 여자의 잘못이라고 하는 거예요?”“진 도련님, 분명히 제 부하가 사건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네요. 제가 직접 확인해 보겠어요.”왕선호는 바닥에 누워있는 황인수를 노려보며 욕했다.“어떻게 된 거야? 눈이 멀었어? 왜 이런 작은 사건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거야.”“경위님, 전...”“됐어. 더 이상 말하지 마. 이 사건은 내가 직접 처리할게.”왕선호는 사건 현장을 둘러보는 척하더니 즉시 말했다.“젊은이, 현장으로 봤을 때 이 사고는 확실히 자네 잘못이야. 자네가 골목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지. 그래서 이 사고는 전부 자네 잘못이야. 이 여성분이 청구한 차 수리비, 정신 손해비와
유이안이 이렇게 굽실거리면서 용서를 빌자 장유리는 더욱 득의만면한 표정을 지었고 차갑게 말했다.“이제야 자기 잘못을 깨달은 거야?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그러게 말이야. 미안해. 내가 눈이 멀었던 거야. 동창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번만 봐줘.”유이안은 속으로 몹시 억울했다. 그녀는 여태까지 이처럼 억울한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특히 예전에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장유리 앞에서 이렇게 창피를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퉤! 너 같은 년이랑 동창이라는 게 정말 나의 수치야.”장유리는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애초에 네가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1억을 배상하면 이 일은 아주 간단한 일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래도 동창은 동창이니 한번 기회를 줄게. 2억, 2억만 주고 너희 두 사람이 태호 오빠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면 없던 일로 해줄게.”장유리의 말을 듣자 유이안의 안색은 순식간에 나빠졌다. 절대 무릎 꿇고 다른 남자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갈 수는 없었다. 유이안은 마음속의 분노를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말했다.“유리야...”“닥쳐! 네가 뭐라고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장유리의 표정은 더욱 건방졌다.“그러면... 유리 언니, 제발 부탁인데 한 번만 봐주세요. 제가 2배로 배상할게요. 4억을 줄게요.”유이안은 굴욕을 참으며 말했다.4억은 비록 엄청난 돈이었고 당장 내놓을 수는 없었으나 유이안은 예천우에게 돈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임완유는 임연 그룹의 대표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장유리는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 말을 듣자 하니 돈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돈으로 내 입을 막으려 하는 거야? 좋아. 그러면 40억을 줘. 그러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건 빼줄게. 1푼이라도 차이가 난다면 넌 반드시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야 해.”유이안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변했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노려보았다. 분명히 예천우가 친 사고였지만 그는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
‘너무 막 나가는 게 아니야? 이런 말까지 하다니 말이야. 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지. 정말 내가 형부와 함께 오늘 이곳에서 죽는 걸까? 이제 어쩌면 좋아?’유이안은 전화를 꺼내서 임완유에게 전화하려고 했다. 어쩌면 임완유의 인맥을 동원해 사람을 찾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옆에 서 있던 황인수도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방금 그는 예천우도 어쩌면 용서를 빌 것으로 생각했다.진태호 일행은 너무 난폭했기 때문에 용서를 비는 것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예천우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러면 진태호가 엄청 화를 낼 텐데. 휴... 괜찮은 사람인데 아쉽게 이제 죽게 생겼어.’황인수도 예천우를 돕고 싶었지만 그의 힘으로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왕선호도 놀라서 멍해졌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자식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으니 나도 더 이상 간섭하지 말자. 더 강하게 나오면 일이 시끄러워질 텐데. 됐어. 이건 진 도련님의 일이니 나도 간섭할 수 없어.’장유리와 진태호는 완전히 화가 치밀어 올랐고 특히 진태호는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좋아. 네놈이 간땡이가 부은 모양이군. 하지만 넌 비참하게 죽을 거야. 아주 아주 비참하게 말이야.”“네 실력으로? 됐어.”예천우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감히 태호 형님을 무시해? 죽고 싶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야구 방망이를 들고 예천우를 향해 휘둘렀다.제대로 맞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로 온갖 힘을 다해 내리쳤다.비록 예천우를 몹시 원망했지만 유이안은 그래도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조심해요!”“이제 와서 조심하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지.”진태호와 몇 사람들은 냉소를 지으며 오늘 반드시 예천우를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팍!그때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맞은 사람이 예천우가 아니었다.예천우는 방망이를 가로채서 자신을 공격한 그 남자를 날려 보냈다.으악!그러자 그 남자는 마침내 비명을 지르며 아파서 땅바닥
진태호는 보통 별일이 없으면 아버지는 전혀 그에게 전화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전화가 왔다는 건 그가 한 나쁜 짓이 들켰기에 전화해서 나무라는 것이다.‘그런데 나도 요 며칠 나름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런 나쁜 짓도 안 했잖아?’사람들을 피해 한쪽으로 간 진태호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아버지, 무슨 일이세요?”진태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전화기 너머로 화를 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빌어먹을 놈아. 네가 지금 뭐 하는지 알아?”아버지가 갑자기 욕을 하자 진태호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멍해졌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무슨 말이긴. 넌 네가 누구를 건드렸는지 알고 있어? 그 사람이 바로 내가 너한테 신신당부하면서 건드리지 말라던 사람이야.”진호성이 호통쳤다.“똑바로 말하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분의 화를 풀게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넌 우리 진씨 가문에서 나가. 죽든지 살든지 우리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지금 뭘 하는지 아세요?”진태호는 완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설마 방금 저 남자가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용왕님이야? 하지만 그럴 리가. 저 자식은 아무리 봐도 용왕이 같지 않은데. 게다가 난 이곳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어. 아버지가 어떻게 여기 상황을 알 수 있을까? 어쩌면 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젊은 사람이겠지. 그런데 난 다른 사람을 건드린 적도 없는데...’“왜 이렇게 사고만 치고 다니는 거야. 망할 여자 한 명 때문에 이렇게 무서운 인물을 건드렸다니. 내가 사람을 시켜 너의 뒤를 따라서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일찌감치 알아채지 못했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너 때문에 완전히 망하게 생겼어!”진호성은 큰소리로 욕했다. 전화하고 있던 진호성은 심지어 현장 화면을 보고 있었다.“그럴 리가요!”“네가 그 잘난 년을 데리고 감히 상대방을 때리려고 했어. 그 분께서 널 봐주지 않았다면 넌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진 도련님이 직접 부른 사람이면 실력이 정말 무서운 사람일 거야. 망했어. 이번에는 정말 끝장났어.’지금 이 상황에 아무리 임완유에게 전화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쨌든 유이안은 시도라고 해보고 싶었기에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절망적인 건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뭐야. 설마 회의 중이야?’임완유가 연락되지 않았다.‘망했어. 정말 하늘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네.’장유리는 유이안이 조급해하면서 줄곧 전화하는 모습을 보자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유이안, 이제야 조급해서 전화를 하나 봐? 하지만 모두 헛수고야. 아무런 소용도 없지. 네가 누구를 찾아오든 절대 태호 오빠의 상대가 아닐 거야. 태호 오빠는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라고 나도 진작에 말했어. 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짓이야.”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었고 심지어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장유리는 예천우의 웃음을 보지 못했지만 유이안은 보았다. 원래 유이안은 조급해 죽겠는데 예천우가 웃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서 바로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다.“예천우, 우리가 지금 죽게 생겼는데. 날 도와주지 않는 것도 모자라 거기서 웃고 있는 거예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얼굴에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서두를 필요가 없어요. 아직 누가 죽을지는 아무도 몰라요.”“그게 무슨 말이에요?”비록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유이안은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다.유이안은 아직 젊은 여자이고 창창한 앞날이 있었기에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별 뜻이 아니에요. 일단 저 사람이 돌아오고 말하죠.”“진 도련님이 돌아오면 이제 우리는 죽는다고요.”“어쩌면 돌아와서 우리한테 무릎 꿇고 사과할 수도 있죠.”예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꿈 깨세요.”유이안도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장유리는 더욱 큰소리로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유이안, 네 남자 친구는 정말 웃긴 녀석이야. 놀랍게
사람들은 즉시 빠른 걸음으로 돌아온 진태호를 발견하자 하나같이 얼굴에 야유가 가득했고 진태호가 어떻게 예천우를 혼내줄지 기다리고 있었다.허풍을 떠는 사람을 본 적이 있지만 예천우처럼 이토록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장유리도 더욱 건방진 표정으로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좋아. 이제 태호 오빠도 돌아왔으니 누가 큰 낭패를 보게 되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유이안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예천우를 바라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형부, 이제 우리 어떡해요?”“긴장할 필요가 없어요. 저 사람의 모양새를 보니 우리를 괴롭히려는 마음이 일도 없어요. 오히려 우리한테 용서를 구하는 것 같네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유이안은 멍해졌고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형부가 뭘 믿고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다른 사람들도 예천우를 보면서 큰소리로 비웃었다. 장유리는 진태호가 돌아오자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얼른 말했다.“태호 오빠, 끝내는 돌아오셨군요. 오빠가 없는 동안 이놈은 더욱 날뛰었어요. 오빠가 돌아오면 당장 자기한테 사과할 것이라고 헛소리했어요. 전혀 태호 오빠를 안중에 두지도 않는 것 같아요. 이런 새끼보고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라고 했으니 그 정도면 우리가 마음이 너무 착한 거였어요.”진태호가 돌아와서 어떻게 말할지 고민 중이었으나 장유리의 이런 소리를 듣게 되었다. 예천우를 그렇게 비난하고 조롱하고 있었고 심지어 생각해 보니 오늘 이 일도 죄다 장유리 때문이었다.그 순간 진태호는 완전히 화가 치밀어 올랐고 바로 손을 들어 장유리의 뺨을 내리치며 큰소리로 욕했다.“닥치지 못해!”그러자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 심지어 너무 놀란 나머지 뺨을 맞고 바닥에 넘어진 장유리를 부축하러 가는 사람도 없었다.‘진 도련님이 왜 이러시지? 혹시 사람을 잘못 때린 게 아니야?’이 모든 걸 바라보고 있는 유이안은 더욱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설마 정말 형부 말처럼 우리한테 사과하러 온 거야?
“예천우 씨, 그건 농담이었을 뿐이에요. 어쨌든 오늘은 모두 제 잘못입니다. 예천우 씨께서 어떤 처벌을 내리든 달갑게 받아들일게요. 단지 예천우 씨께서 제 잘못을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진태호는 얼른 연신 용서를 빌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모든 사람은 깜짝 놀랐다. 사람들은 예천우가 정말로 진태호가 사과하게끔 했고 심지어 진태호가 이토록 공손하게 용서를 구하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이건 공손한 게 아니라 약간 비참해 보였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예천우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실력을 갖춘 사람이길래 진 도련님께서 이렇게 태도가 확 바뀔 수 있지?’왕 경위도 멍해졌고 이 모든 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방금 자기가 했던 짓들이 생각난 왕선호는 안색이 매우 나빠졌다.‘그러면 나도 저 예천우라는 사람을 건드린 거네. 젠장! 다 저 빌어먹을 년 탓이야.’장유리는 이때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고 이 모든 걸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태오 오빠, 뭔가 잘못된 게 아니에요? 저런 거지처럼 생긴 자식이 어떻게 오빠가 말한...”“X발 년아, 제발 좀 닥치라고! 가만히 있으면 안 돼?”진태호는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다가가 장유리의 뺨을 때렸다. 이번에는 뺨을 때리고 심지어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장유리는 다시 바닥에 넘어졌다.평소라면 누가 여자를 이렇게 때리면 예천우는 반드시 말리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장유리가 비참하게 처맞는 모습을 못 본 척했다.장유리라는 여자가 정말 예천우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여자를 때리지 않는 예천우마저 가서 몇 대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유이안은 깜짝 놀랐다. 원래 유이안은 단지 진태호가 형부에게 사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랬지만 진태호가 장유리에게 험한 욕을 하면서 그녀를 이렇게 때리자 더욱 놀랐다.‘어쩌면 형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10배 이상 더 강한 실력일 수도 있어.’“예천우 씨, 다 이 년이 여기서 헛소리하는 바람에 제가 잘못 판단했어요.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
임완유를 방에 안정시키고 난 뒤 남궁은서는 예천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이게 뭔가요?”예천우가 책을 받아 살펴보니 표지에 고풍스러운 글씨로 「성마결」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건 성종의 최상급 심법인 성마결이야. 지난번 네가 싸우는 걸 보니까 수라심경을 수련한 것 같더구나. 사실 수라심경은 성마결의 일부일 뿐이고 성마결만큼 완벽하고 고급스럽지 않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이걸 가져왔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예천우는 책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수련했던 수라심경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완벽했으며 특히 영혼에 관한 수련법이 두드러졌다.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혹시 내가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영혼적인 측면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 순간 남궁은서는 다시 또 다른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빛을 뿜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비범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뭔가요?”예천우가 물었다.“성사리라는 물건이야.”“뭐라고요? 성종 역대 종주들의 정신과 수련의 힘이 모인 성사리요? 하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예천우는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성사리에 대한 전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힘을 담지는 못했지만 역대 종주가 자기 힘의 십 분의 일을 남겨놓은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성종 종주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성사리가 흡수되면 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성사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다만 성마결을 극한까지 수련하고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그럼 엄마는 내가 성마결을 수련하고 성사리를 흡수하길 바라는 거군요?”예천우가 물었다.“맞아.”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천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감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천상 그룹이요?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천상 그룹 말인가요?”임완유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비록 천상 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적은 없지만 천상 그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특히 천상 그룹 산하의 천상 투자 회사가 얼마나 막강한지는 소문으로도 알 정도였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의 배경에도 이들의 투자가 있을 만큼 천상 그룹은 거물급 존재였다.더구나 사람들은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신비로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설마 그분이 바로 나의 미래 시어머니였어...?’임완유는 이런 생각에 멍하니 굳어버렸다.“맞아. 너도 그 이름을 들어봤구나?”남궁은서가 물었다.“네. 하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임완유는 감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혹시 그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어머니셨던 건가요?”무영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맞아. 하지만 이 모든 건 천우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애는 성격상 직접 나서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거든. 네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아니요. 안 돼요!”임완유는 당황하며 거절했다. 천상 그룹 최대 주주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었다.그녀가 이런 자산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천상 그룹의 규모는 그녀의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예천우는 그녀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능력이라면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한테 맡긴다는 건 네가 손해를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설령 다 날려버린다 해도 괜찮아. 내가 가진 자산도 어차피 네가 관리해 줘야 하거든.”“...” 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설마 하녀야?’임완유와 유이안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한 미인이 하녀라니. 선우서림도 임완유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임완유가 이곳에 온 거 보니 아마 같이 살려는 거겠지?’ 그녀는 한동안 예천우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기다려 왔다. 예천우가 임국종의 후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임완유가 이곳에 들어오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완유야, 이분은 선우서림 씨, 우리 엄마의 제자야.”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서림 씨, 안녕하세요.”“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서림이라고 불러. 서림아, 이쪽은 완유야. 앞으로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예천우의 한 마디에 임완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는 곧 그녀의 신분을 확실히 한 셈이었다.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아주 억울했지만 남궁은서가 이미 임완유를 인정했기에 마지못해 말했다.“네. 형수님, 안녕하세요.”“그리고 여기는 완유의 사촌 동생 유이안이야.”예천우는 유이안도 가볍게 소개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유이안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방을 하나 배정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임완유는 계속 선우서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가 자신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임완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어쩌면 선우서림도 예천우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그래서 그녀는 예천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천우야, 서림 씨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거야?”“아니. 서림이도 최근에 함께 왔어.”“함께?”“응, 아직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여기 계셔.”“뭐라고? 네 어머니? 그런데 그동안...” “내가 엄마를 찾았어.”예천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임완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인 남궁은서를 찾
유은수는 점점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임씨 그룹의 현재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 최소 수천억은 되고 현재 추세로 봐서 몇 년 안에 2조를 넘는 것도 문제없어.”“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왜 예천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어? 예천우가 설령 수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수백억을 줄 가능성은 없잖아. 게다가 예천우는 절대 수조 원의 자산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예천우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지.”임강은 유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선호는... 그 녀석은 참...”“괜찮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선호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유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지. 이제 선호도 점차 알게 되겠지.”차에 올라타고 난 뒤 임완유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천우야, 우리 엄마가...”“말 안 해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네 엄마한테 손을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내 도움도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예천우가 말을 끊으며 차분히 말했다.임완유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겠지. 제발 할아버지의 유산이라도 잘 지켜주면 좋겠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마도 어려울 거야.”임완유의 표정이 우울해지자 예천우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좀 푹 쉬어. 몸을 좀 추스르고 나면 내 회사 몇 개를 너한테 줄게.”“회사?”임완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몇 군데 있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상태를 잘 모르지만 네가 좀 정리해 주면 좋겠어.”“그 회사들은... 자산이 얼마나 되는 건데? 설마 몇조가 넘는 거 아니야?”임완유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몇조?”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거보다 훨씬 더 많아. 대충 계산해 봐도 200조는 넘을 거야.”수라전 자
“겨우 수천억짜리 자산은 내 손에선 용돈만도 못 돼. 돈은 나한테 그냥 숫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바로 임완유라는 사람이야. 넌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임완유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만약 지금 장소만 적당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몰랐다.“언니, 형부! 두 분은 정말 너무하네요. 솔로인 제 생각은 하지 않나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뒤에서 지켜보던 유이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임완유만 바라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형부가 나한테 저런 말을 해준다면...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텐데.’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짐을 다 챙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거실을 지나면서 멀리서 유은수가 보였지만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문 쪽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가와 말했다.“완유야, 어찌 됐든 여기는 언제든 네 집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도 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조용히 말했다.“엄마, 만약 엄마가 변하기만 한다면 우린 여전히 한 가족일 수 있어요. 난 엄마를 존경하고 효도하고 싶어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를 원망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유은수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주식을 되찾으려는 속셈으로 착각하고 급히 말했다.“완유야, 엄마가 이렇게 한 건 네가 힘들까 봐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려는 거야.”“...”임완유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유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완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완유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잊지 말아라.”“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엄마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임완
지난번 병원에서 예천우에게 뺨을 맞은 유은수는 이번에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주식을 빼앗은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확신했다.‘빌어먹을 년! 완유가 분명 날 대신 예천우에게 잘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잖아. 예천우가 문제 삼지 않게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거야? 내가 이런 년을 딸이라고 키웠어!’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천우야, 이건 오해야!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이건 다 완유가 스스로...” “스스로요? 당신들은 이런 걸 스스로라고 하는 거예요? 완유를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였죠. 그렇지 않았으면 임씨 가문은 이미 없어졌다고요.”예천우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천우가 사라지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투를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 죽일 년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줬나 보네. 이래서 내가 키운 게 헛수고는 아니지.’임완유는 짐을 다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천우를 보고 멍해졌다.“천우야, 무슨 일이야?”“네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되겠냐?” 예천우는 다가가 그녀를 꽉 안아주며 속삭였다.그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임완유의 차가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지의 죽음, 부모의 냉담함과 배신... 모든 것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과 차가움 속에 밀어 넣었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지켜줬다. 자신이 오해하고 몰라줘도 그는 늘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천우야, 고마워.”임완유는 고개를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예천우도 부드럽게 대답했다.“짐 다 챙겼어?”“응.”“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그의 말에 임완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