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는 예천우를 따라 나왔고 차에 올라타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말했다.“천우야, 려정수의 얼굴에 상처는 네가 때린 거야?”“응. 그놈이 하도 맞을 짓을 너무 많이 해서 내가 혼내줬어.”예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그랬구나. 네가 려정수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거였어.”임완유는 려씨 가문의 무서운 실력이 생각났고 다급하게 말했다.“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면 지금 바로 해외로 도망치자. 려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해외에 가면 안전하지 않을까?”“잠깐만, 왜 도망가야 하는 거야?”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도 내 실력을 못 믿는 거야?”“난 물론 네가 실력이 있다고 믿지. 그렇지 않으면 날 여러 번 도와줄 수도 없었을 거야. 하지만 이번은 그전과 달라. 려씨 가문은 용도에서 큰 가문이기 때문이지. 천해시에서도 려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임완유는 고개를 내저었다. 갑자기 그녀는 한 가지 방법이 떠 올랐다.“어쩌면 이 방법이 통할 지도 몰라!”“무슨 방법이야?”예천우가 궁금해서 물었다.“그러니까...”임완유가 말하려고 할 때 전화가 울렸다. 회사에서 임완유가 검토하고 도장을 찍어야 할 계약서가 있다고 했다.임완유는 전화를 끊고 어쩌면 아까 생각한 방법을 예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은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말을 돌렸다.“천우야,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지금 바로 돌아가서 처리해야 해.”“이렇게 급한 거야? 아직 점심도 안 먹었지?”방금 상황이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게 분명했다.“괜찮아. 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네가 배고프면 뭐라도 좀 먹어. 난 먼저 갈게.”“그러면 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 운전해서 돌아가면 돼.”“알았어.”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러자 임완유는 차를 몰고 떠났다.예천우도 별로 배고 고프지 않았기에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예천우가 차를 차고에 넣자마자 한 중년 남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더니 차갑게 말했다.“네가 예천우지
“네가 이왕 왔으니 나도 너에게 경고할게. 날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거야.”“죽고 싶어! 넌 아마 당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지금 바로 당문 고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느끼게 해줄게.”남자는 버럭 화를 내며 오른손을 내밀어 예천우의 얼굴을 향해 덮쳤다. 그의 손놀림은 엄청났고 스피드도 매우 빨랐다.만약 그에게 잡히면 얼굴이 망가지는 건 물론이고 심하면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돌려 남자의 공격을 피했고 그와 동시에 손을 재빨리 들어서 바로 그의 손목을 덥석 잡고 확 꺾어 버렸다.그리고 예천우는 무서운 기운을 뿜으며 순식간에 상대방의 손목을 부러뜨렸다.남자의 손목뼈는 산산조각이 났다.으악!남자는 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부러진 오른손도 개의치 못한 채 바로 다른 손으로 삼각형 모양의 작은 암기 세 개를 꺼내서 예천우를 향해 던졌다.작은 암기는 바로 예천우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이 작은 암기들은 모두 맹독이 있었기에 예천우의 몸에 닿는 순간 예천우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지었고 심지어 전혀 암기를 막으려 하지 않았고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를 때려서 날려 보냈다.그리고 예찬우가 다시 오른손을 휘두르자, 세 개의 암기는 즉시 방향을 돌아서 남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만약 머리에 맞으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남자는 다급한 나머지 바닥을 뒹굴었다. 비록 꼴이 보기에는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독이 있는 암기는 가까스로 피했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식은땀을 흘렸고 등이 흠뻑 젖었다.화경 고수의 실력이었던 그는 방금 온 힘을 다해서 공격했지만, 예천우는 손쉽게 그의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심지어 그의 손목까지 부러뜨렸다.이것만 봐도 예천우의 실력은 그의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뛰어났다.하지만 이런 실력이라면 적어도 종사일 것이다.‘이 젊은이가 설마 종사란 말인가? 정말 말도 안 돼.‘“넌, 넌 도
예천우는 패기 넘치게 말했다.게다가 예천우의 놀라운 실력 때문에 당문의 남자는 완전히 겁을 먹었다.하지만 그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이놈은 확실히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 하지만 네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 당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거야.’특히 당문의 어르신은 종사 절정의 고수였다.비록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돌파에 성공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종사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이 세상에서 그의 적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10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당문 남자는 예천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당문 어르신을 만나면 반드시 죽겠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예천우는 기껏해야 종사 초급일 것이다.당문의 막강한 실력과 손과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생각하자 남자는 화를 내며 말했다.“넌 정말 건방진 자식이야. 우리 당문은 천년의 역사가 있고 고수들이 엄청 많아. 네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천년 당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천년 당문이기는 개뿔. 감히 나를 화나게 하면 당문마저 멸망시켜 버릴 거야.”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꺼져. 가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당찬성에게 전해.”“알았어.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남자는 몸을 일으키고 돌아갔다. 비록 손과 발이 부러졌지만 당문 남자의 실력으로는 손쉽게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그도 빨리 돌아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남자는 먼저 병원에 갔으나 너무 심하게 다쳤기에 병원에서도 방법이 없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바로 천해시를 떠나 당문으로 향했다.예천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내가 이 정도로 말했으니 당문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어쩌면 다음에 나에게 복수하러 오는 사람은 적어도 종사의 고수일 거야. 정말 골치 아프네. 보아하니 이 일 때문에 또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군. 그래, 도대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당찬성은 아직 양체은 곁을 떠날 수 없고 심지어 양체은이 수련하기를 설득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양체은은 잠시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려문수는 용문의 열여덟 용장 중 한 명으로서 용왕의 신분을 함부로 남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건 반드시 지켜야 할 비밀이었기에 려문수가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어쩌면 려문수는 예천우가 임씨 가문의 사위라는 걸 알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을 수도 있었다.예천우가 말이 없자 임국종은 초조해하며 다급히 말했다.“천우야, 내 말 듣고 있어?”“네. 다만 어르신께서는 지금 저를 혼내는 건가요?”예천우는 좀 화가 났기에 덤덤하게 되물었다.“아니. 아니. 물론 아니지.”임국종은 재빨리 부인했다.“내가 너무 흥분해서 말을 잘못했네. 천우야, 지금 시간 괜찮으면 집으로 와서 밥이나 함께 먹을까?”임국종이 애원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임국종은 예전에 자기가 예천우한테 했던 과분한 일을 생각하니 엄청 후회스러웠다.다만 그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임강과 유은수보다는 침착한 편이었다.“참. 완유도 지금 집에 있어.”임국종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사실 그는 예전에 예천우에게 과분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조심스럽게 예천우를 달랠 필요도 없었다.“네. 그러면 이따가 갈게요.”예천우가 대답했다.“그래. 잘 됐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 그리고 필요한 짐도 함께 가지고 와. 네 방은 이미 다 준비해 두었어.”임국종이 재빨리 말했다.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멍해졌다. 임국종의 말은 예천우와 임씨 저택에서 함께 살자는 뜻이었다.그전에는 그렇게 예천우를 내쫓지 못해 애를 쓰더니 말이다.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가져갈 짐은 없어요.”그리고 예천우는 전화를 끊었다.임국종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도대체 돌아와서 자겠다는 뜻이야? 아니면 아직도 화를 내는 거지?’임국종은 저도 모르게 옆에 있는 임완유를 바라보았다.임완유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국종은 원래 임완유보고 예천우에게 전화하라고 했지만 임완유는 거절했고 반드시 할아버지가 아니면 부모님이 예천우에게 전화하는
같은 시각 예천우를 습격한 당문의 고수가 당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찬성조차 그의 부러진 오른손을 치료할 수 없었다.당찬성은 독을 잘 쓰는 것 외에도 의술도 매우 뛰어났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당찬성이 버럭 화를 냈다.그러자 남자는 즉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말했고 심지어 부상 때문에 없던 말도 보태어 말했다.“정말이야? 감히 우리 천년 당문을 무사하다니. 게다가 순식간에 우리 당문을 멸망시킨다고?”당찬성은 화를 내며 물었다.“네. 그 자식이 바로 그렇게 말했어요. 게다가 도련님보고 즉시 양체은 아가씨를 풀어주라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도련님을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그 새끼가 감히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죽고 싶어 안달이 났네. 난 그 새끼가 무슨 사람인지 상관하지 않아. 반드시 그를 막심한 고통 속에서 천천히 괴롭히다가 죽여버리겠어.”그 순간 당찬성은 화가 나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이를 갈며 말했다.바로 그때 마침 이쪽으로 걸어오던 양체은이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당찬성이 누구를 죽이겠다고 했는지는 몰랐지만 그의 이런 표정만 봐도 엄청 무서웠다.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양체은은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누구 말씀하시는 건가요?”“네가 보기에는 내가 누구를 말할 것 같아?”당찬성은 사악한 눈빛으로 양체은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무술 좀 할 줄 아는 새끼에게 빌붙으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그게 무슨 말이에요?”양체은은 어쩌면 당찬성이 아까 예천우를 두고 했던 말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예천우는 무술 실력이 좋은 건 사실이었지만 양체은은 예천우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천우 오빠가 무술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당문의 상대가 절대 되지 못할 거야. 심지어 쉽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아직도 시치미를 떼고 있어? 방금 예천우가 이미 나한테 경고했어. 나보고 즉시 널 놓아주래. 아니면 날 죽이겠대. 하하... 그 새
이것만 봐도 양체은이 속으로 얼마나 예천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래. 좋아. 양체은, 네가 이럴수록 난 더더욱 그 새끼를 죽여버리겠어. 내가 수련에 성공하면 너에게 이 모든 진실을 알려줄 거야. 그러면 넌 고통 속에서 죽어가겠지.’당찬성은 이런 생각을 하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참았다. 결국 그가 수련하려면 양체은의 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래. 이건 네가 스스로 말한 거야. 정말 순순히 내 말을 듣고 나와 수련할 수 있어?”“네. 전력을 다해 수련을 도와드릴게요.”양체은은 절망이 가득한 어조로 대답했다.‘천우 오빠를 구할 수만 있다면 내가 죽어도 괜찮아.’“알겠어. 그러면 예천우에게 한 번 기회를 주지.”당찬성은 양체은에게 약속하는 척했다. 하지만 양체은이 떠나자마자 그는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이쪽의 상황을 알려줬다.예천우는 어쩌면 종사 초급의 실력일 수 있었고 화경 절정이었던 당찬성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기에 가문에서 고수를 불러야 했다.당찬성이 종사 실력의 고수를 건드렸다는 말에 당문 문주인 당지훈도 살짝 놀랬다.그의 신분으로 종사의 고수가 두렵지는 않았지만 다만 굳이 이런 상대방과 정면으로 싸우지 말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당찬성의 말을 듣고 당지훈은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건방진 자식, 감히 누가 이렇게 간땡이가 부었는지 궁금하네. 하지만 그렇게 젊은 나이에 벌써 종사라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해 봤어?”“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이 새끼는 제가 특별히 조사했어요. 뜬금없이 나타난 자식이고 그의 사부님은 아마 산속에서 사는 이미 은퇴한 고수인 것 같아요.”“그렇다면 오히려 좋아. 누가 됐든 감히 우리 당문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니.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당지훈은 차갑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즉시 당만수 장로님에게 부탁해 볼게. 장로님은 지금 종사 후급의 실력이니 종사 초급인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거야. 그 자식이 아무리 종사라고 해도 이
차는 한참 달려서 임씨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예천우가 차고로 주차한 뒤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유은수가 어느새 달려와 그를 맞이했다. 유은수가 미리 문 앞에서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예천우가 새로운 용왕님이라는 걸 생각하면 유은수는 더없이 흥분했다. 비록 용문이 뭘 하는 곳인 건 잘 몰랐어도 용문은 용도의 대가문과 같은 지위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용도의 4대 가문보다는 못 해도 려씨 가문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천우야...”유은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예천우는 손을 들어 잠시 말하지 말라고 한 후 전화를 받았다.“체은아, 왜?”“날 체은이라고 부르지 마!”맞은편에서 양체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 예전에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줬기에 너한테 공손하게 대한 거야. 하지만 지금 난 당문 도련님에게 시집갈 거니까 우린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앞으로 더 이상 날 찾지 마. 더욱 내 일에 끼어들지도 말고. 난 절대 당찬성과 헤어질 수 없어. 알겠어?”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상대방이 보이지 않았지만 양체은의 목소리는 분명히 떨고 있었다. 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에 입을 열었다.“알겠어.”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아무리 봐도 양체은은 누군가의 협박을 당한 것 같았다. 설령 협박을 받은 게 아니더라도 양체은은 분명히 예천우를 걱정해서 일부러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보아하니 당찬성이 화가 나서 체은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게 확실해.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당문에 가야 했는데.’양체은은 예천우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알겠다고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마음이 아팠다.비록 양체은은 예천우가 걱정되어서 일부러 그렇게 말했지만 예천우는 뜻밖으로 바로 그녀의 말을 믿었고 그녀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즉시 약속했다.사실 양체은이 전화할 때 당찬성은 바로 양체은의 옆에 있었다. 예천우가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자 당찬성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체은아, 이 예천우라는
“물론 그런 건 아니야. 난 단지 해명하고 싶었을 뿐이야.”유은수는 갑자기 다른 핑계가 생각난 듯 즉시 입을 열었다.“사실 전에 내가 그랬던 건 다 널 위해서였지.”“날 위해서였다고요?”예천우는 웃음이 나왔다.“정말이야. 내가 너한테 모질게 굴었던 건 다 널 자극하기 위해서였어. 그래야 너도 자극을 받아 실력이 더 강해지고 완유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하지만 뜻밖에도 네가 용문의 용왕일 줄은 몰랐어. 진작에 나한테 말했다면 나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야.”“그러셨군요. 정말 고맙네요. 아줌마.”“괜찮아. 왜 날 아직도 아줌마라고 부르는 거야. 우린 다 한집 식구이니 날 엄마라고 부르면 돼.”“그건 됐어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유은수가 난처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바로 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들어갔다.유은수는 포기하지 않고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얘야, 왜 그렇게 쑥스러워하는 거니. 하지만 괜찮아. 호칭은 천천히 고치면 돼.”“쑥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는 차마 부르지 못하는 거죠.”“알았어. 다 이해해. 괜찮아. 앞으로 천천히 적응하면 돼. 천우야, 이쪽으로 가자.”유은수는 속으로 엄청 화가 치밀어 올랐고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예전에 예천우에게 하도 욕을 너무 많이 해서 습관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예천우의 무서운 신분을 알고도 차마 욕할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예천우가 화를 내고 임씨 가문에서 떠나버리면 손해를 볼 건 그들이었다.이렇게 완벽한 사위를 지키기 위해 유은수는 더 심한 벌을 내려도 달갑게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에 그녀가 예천우에게 했던 짓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예천우가 이렇게 쓴소리하는 건 너무 정상적인 일이었다.그런 생각을 한 유은수는 이 모든 게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띠고 예천우와 함께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서자 임강도 즉시 마중 나와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 사위가 드디어 왔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