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 씨, 오셨네요. 어서 앉으세요.”송미령은 마음이 착잡했지만 얼른 일어나서 예천우를 반겨줬다.그러자 도한영도 바로 일어나 겁에 질린 듯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이번 만남은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송미령을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자리에 걸어가 앉으면서 말했다.“말해봐요. 무슨 일이죠?”그 말을 들은 도한영은 즉시 다가가서 말했다.“예천우 씨, 제가 예천우 씨께 사과드리러 왔어요. 미령이도 어쩔 수 없이 제 부탁을 들어줬고 마지못해 이렇게 예천우 씨를 만나게 해준 것이니 절대 미령이를 탓하지 마세요.”예천우는 그 말을 들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냉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계속해서 말하라는 눈짓을 주었다.“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아버지의 권력을 남용하여 예천우 씨를 해치고 게다가 임연 그룹을 조사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가 생각해 봐도 전 너무 지나쳤어요. 지금 제 잘못을 알았으니 예천우 씨께서 저에게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우리 아버지를 놓아주실 수만 있다면 어떤 요구도 전부 들어주겠어요.”도한영은 한없이 불쌍한 표정으로 애원하고 있었다.그녀도 예천우는 자기가 한 짓거리 때문에 많이 화가 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반드시 성의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어떤 요구도 전부 들어주겠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성의였다.다른 사람들도 그녀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 했으니 스스로 찾아온 이상 도한영은 예천우에게 순정까지 바칠 각오도 하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차갑게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말 다 했어요?”“네. 다 했어요.”도한영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러면 이제는 제가 말할게요. 우선 도한영 씨가 그때 저를 그렇게 미워했다면 한영 씨는 언제든지 저에게 대놓고 복수하면 됐죠. 그러셨다면 저도 이처럼 화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도한영 씨는 절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제 옆에 사람을 건드렸죠. 게다가 저는 도한영 씨의 아버지에게 어떤 수
예천우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는 항상 여자에게 마음이 약했기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도한영 씨, 굳이 이러실 필요가 없어요. 도한영 씨라면 저는 언제든지 용서할 수 있어요. 심지어 저는 도한영 씨의 책임을 묻기 귀찮았다고 말할 수도 있죠. 그래서 도한영 씨와 계속 다투지 않았고 도한영 씨를 건드리지 않았죠. 하지만 도준범 씨의 일이라면 많이 다른 상황입니다. 그건 위에서 한 일이니 저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아니에요. 예천우 씨라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전 이미 김서준이 예천우 씨를 건드렸기에 김씨 가문에서 홀스 그룹 전체를 잃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제 아버지가 예천우 씨를 건드렸기에 시장 자리도 빼앗기고 심지어 잡혀갔어요. 그래서 예천우 씨는 반드시 제 아버지를 구해 줄 방법이 있을 거예요.”“도한영 씨, 그건 틀린 말씀이에요. 만약 도준범 씨가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면 그는 잡혀가지 않았겠죠. 문제가 있으니 제가 그럴 능력이 있다 한들 그를 절대 구해줄 수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도준범 씨와 무엇이 다를 게 있겠어요? 이건 원칙적인 문제이니 도한영 씨 온 가족이 제 앞에 무릎을 꿇어도 소용없어요.”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러자 송미령도 서둘러 말했다.“한영 언니, 그만 해요. 예천우 씨가 하신 말은 전부 사실에요. 비록 예천우 씨는 대단한 실력이 있지만 지킬 건 지키시는 사람이에요.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예요.”“그러면 이제는 어떡해? 우리 아버지가 없으시면 우리 가족들도 다 망할 텐데. 다 내 탓이야. 정말 다 내가 잘못했어. 난 왜 그렇게 무식하고 어리석었을까. 난 정말 죽일 년이야.”도한영은 예천우의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직업이 없었고 도준범이 횡령한 돈은 이미 압수했으니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다.송미령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위로했다.“한영 언니, 이러지 마세요. 이건 한영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언니의 아버지 그 일은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터질 일이에요.
“왜요? 집에 가기 싫어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만약 송미령이 송씨 저택으로 돌아갈 용기조차 없다면 예천우도 그녀를 돕기 싫었다. 이렇게 자신의 사리를 위해 가족의 생사도 돌보지 않는 여자는 살아남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지만 다행히 송미령은 깜짝 놀랐을 뿐이었고 즉시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두려웠을 뿐이죠. 하지만 저는 반드시 돌아가야 해요. 제가 혼자 살겠다고 도망가서 송씨 가문이 망하는 꼴은 절대 보지 못해요.”“좋아요. 만약 송미령 씨가 집에 돌아갈 용기도 없었다면 저도 원래 송씨 가문을 구해주지 않으려고 했어요.”예천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송미령은 깜짝 놀랐다. 방금 말을 잘못했다면 자신은 어쩌면 정말로 유일한 구세주를 잃을 뻔했다.비록 이 구세주가 정말 용도 대가문의 위엄을 꺾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송미령은 도한영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한영 언니, 용도의 려정수가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요. 저는 돌아가서 그를 상대해야 하니 이곳에서 언니와 함께 있을 수 없어요. 언니도 더 이상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언니에게 문제가 또 생기면 어머니께서 얼마나 속상하겠어요?”“그래. 알았어.”갑자기 도한영은 많이 성장한 것 같았다. 적어도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아 보였다.송미령도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임완유 씨만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예천우 씨의 넓은 아량으로 절대 한영 언니에게 보복하지 않았을 거야.’송미령도 처음 예천우를 만났을 때 큰 잘못을 저질렀고 심지어 자기 몸을 바칠 준비까지 해두었지만 나중에 예천우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바로 송미령을 용서해 줬다.10 배의 배상금은 말만 했고 지금까지 아무런 돈도 받지 않았다.예천우가 차에 시동을 걸자 송미령은 바로 그의 차에 탔다. 다만 송미령은 아직 감히 조수석에 앉는 게 거북해서 얌전하게 뒷좌석에 앉았다.송미령은 방금 상황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용서를 빌었다.“예천우 씨, 오늘 일은 정말
“뭐라고? 왜 지금 돌아오려는 거야? 려정수라는 자식은 정말 만만치 않아. 게다가 그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고수들이야. 그가 만약 널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 우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조급해진 송강은 즉시 상황을 설명했다.“괜찮아요. 어차피 예천우 씨가 있잖아요.”“만약 예천우 씨가 계시면 물론 괜찮겠지. 하지만 예천우 씨는 아직 안 오셨고 나도 그가 언제 오실지 잘 모르겠어. 심지어 오실지 안 오실지도 몰라.”“오빠는 예천우 씨를 항상 믿지 않았어요?”“난 당연히 예천우 씨를 믿지. 하지만 네가 더 걱정될 뿐이야. 절대 털끝만큼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우린 정말 후회할 거야.”“하하. 걱정하지 말아요. 오빠, 예천우 씨는 지금 옆에서 운전 중이야. 난 지금 그와 함께 있어. 예천우 씨가 날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어. 게다가 예천우 씨는 우리보고 안심하라고 했어. 예천우 씨에게 있어서 려정수는 벌레 같은 존재지.”말을 마친 송미령은 예천우를 바라보면서 휴대 전화를 그의 귀에 가져다 대면서 물었다.“예천우 씨, 제 말이 맞죠?”‘이 계집애가 방금까지 그렇게 날 두려워하더니. 이제는 나한테 농담까지 던지는 거야? 그런데 단지 농담뿐이 아니겠지. 정말 똑똑한 계집애야.’하지만 예천우는 정말 려정수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용도에 들어가려고 했으니 예천우는 려정수의 일부터 잘 처리하자고 다짐했다.“물론이죠.”간단한 대답이었지만 무한한 자신감이 드러났다.“오빠, 들었지?”송강은 갑자기 쑥스러운 느낌이 들었다.‘이 계집애가 예천우 씨와 함께 있었다면 미리 말했어야지. 예천우 씨가 화를 내시면 어쩌려고.’그래서 송강은 다급하게 해명했다.“예천우 씨, 정말 죄송해요. 방금은 제 동생이 너무 걱정돼서 헛소리했어요. 저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괜찮아요. 먼저 끊어요.”예천우는 쓸데없는 말하기 귀찮았다.“네!”송강은 얼른 먼저 전화를 끊고 낮은 목소리로 송미령을 욕했다.“이 계집애는 정말! 진작
“그런데 네 목소리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이 있어?”예천우는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즉시 물었다.비록 두 사람이 사귄 시간은 짧았지만 예천우의 마음속에는 양체은이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양체은이 당문에서 가장 훌륭한 젊은이와 결혼한 게 아니라면 그는 아마 막아 나섰을 수도 있었다.“아니야.”양체은은 얼른 부인했다.“진심으로 말하는 데 힘든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내 능력으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할 게 없어.”“그래? 난 오빠가 좋은데. 당찬성에게 시집가기 싫어.”“이건...”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왜? 어쩔 방법이 없지? 난 오빠가 허풍을 떨고 있는 걸 진작에 알았어.”양체은은 애교를 부리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착각하지 마. 난 그냥 농담일 뿐이야.”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고 양체은이 한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방금 양체은은 분명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서 예천우는 즉시 말했다.“하지만 난 농담이 아니야. 네가 당찬성을 싫어한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양체은은 살짝 놀랐고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오빠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당문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당문의 무서운 실력을 알게 되자 양체은은 자신은 더 이상 탈출할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당문은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 말 한마디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었다. 심지서 당문이 있는 도시에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전부 당문을 두려워했다.그들뿐만 아니라 용도의 많은 대가문들도 당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양체은은 직접 당찬성의 무술 솜씨를 보았다. 그 실력은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양체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그건 분명히 예천우보다도 더 훌륭한 무술 솜씨였다. 이렇게 무섭고 강한 가문은 아무리 예천우일지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다른 건 상관 말고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봐. 당문에 시집가고 싶지 않은 거야? 그렇다면 오빠가 널 도와서 그
그래서 양체은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순순히 받아들이려고 다짐했다.이 모든 것을 알면 알수록 양체은은 예천우에게 전화하고 싶지 않았고 마음속의 그리움을 참아가며 연락하지 않았다.양체은은 비록 예천우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몰랐지만, 자기에게 일이 생기면 예천우는 반드시 나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오랫동안 그녀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아서 서운한 건 사실이었다.어찌 됐든 양체은은 절대 예천우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당문에 있는 이 기간에 양체은은 당찬성이 얼마나 음흉하고 악랄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심지어 당문의 모든 사람이 그를 두려워했다. 만약 그가 자신이 예천우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그는 아마 예천우를 비참하게 죽여버릴 것이다.예천우의 안전을 생각하니 양체은은 예천우에게 전화하려고 하다가도 몇 번이고 다시 전화를 내려놓았다.하지만 이 모든 건 양체은에게 있어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그래서 오늘에는 웬일인지 그녀 자신도 모르게 참지 못하고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천우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예천우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요즘 양체은은 너무 힘들게 예천우를 그리고 있었다.“체은아, 듣고 있는 거야?”양체은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예천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옆에 있던 송미령도 약간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도대체 어떤 여자가 예천우 씨를 이렇게 걱정시킬 수 있는 걸까. 이런 모습은 처음 보네.’“듣고 있어. 난 괜찮아.”양체은은 웃으며 말했다.“천우 오빠, 정말 괜찮아. 아까는 그냥 장난친 거야.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나중에 또 말하자.”“서두르지 마. 오랜만에 나랑 통화하는데 벌써 끊으려는 거야?”예천우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떠보듯 물었다.“다음번에 또 말하자. 나 지금 바빠.”양체은은 예천우와 너무 오래 통화하고 있으면 문제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통화 기록을 삭제했다.하지만 양체은을 줄곧
송씨 저택.려정수는 거만한 표정과 경멸에 찬 눈빛으로 차갑게 웃고 있었다.“송문복 씨, 기회는 이미 드렸으니 빨리 잡아야죠. 나중에 가서 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지 마시고요.”송문복은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예천우가 오기를 기다리며 계속 시간을 끌었다.“려 도련님, 서두르지 마세요. 이렇게 큰일은 우리에게 좀 상의할 시간을 주세요.”“좋아요. 그러면 이제 딱 20분을 드리죠. 하지만 20분 동안 제가 혼자 앉아 있을 수 없으니 빨리 송미령을 나오라고 하세요.”려정수는 송미령의 몸에 배어있는 청춘의 열기를 매우 좋아했다.이런 여자는 침대에서도 매우 재밌을 것이다.그러자 송문복은 안색이 살짝 변했고 다급하게 말했다.“려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미령이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밖에 나갔고 지금 집에 없어요.”“약속이 있는 거예요? 아니면 숨겨둔 거죠? 송문복 씨, 정말 이렇게 나올 거예요? 제가 일단 손을 쓰면 송씨 가문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려정수는 차갑게 웃으며 경고했다.송문복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급하게 말했다.“제가 어찌 도련님을 속일 수 있겠어요. 미령이는 정말 일이 있어 나갔어요.”송문복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송강이 들어와서 송문복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송문복은 상의한다는 핑계를 대고 송강과 함께 밖으로 나와서 즉시 물었다.“어떻게 됐어? 예천우 씨는 언제 온대?”“지금 오는 중이라 합니다. 미령이가 말하기를 둘이 함께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어요.”송강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정말이야? 예천우 씨가 드디어 오시네.”송문복은 기뻐하다가 또 갑자기 다른 걱정이 생겨서 말했다.“잠깐만, 뭐라고? 미령이도 함께 온다고? 그 계집애는 와서 뭐 하려는 거야?”“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미령은 예천우 씨가 있는 이상 려정수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하더군요.”송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예천우 씨의 실력을 전혀 믿지 않던 미령이가 이제는 우리보다 더 예천우 씨를
팍!뺨을 때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려정수는 일어서서 송문복의 얼굴에 뺨을 후려갈겼다.송문복은 볼이 얼얼한 정도로 아팠다. 려정수는 보통 사람보다 힘이 좀 셌기에 송문복은 아파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송문복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송문복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알아요? 송미령을 봐주라니요. 제가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송미령에게 행운의 기회를 준 거죠. 제가 송미령을 마음에 들어 한 건 하늘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마땅히 감사하게 여겨야 하죠.”려정수는 건방진 표정으로 노기등등하게 말했다.려정수의 태도와 행동을 보자 송씨 가문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록 그들은 거실에 서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도 감히 나서서 말하지 못했다.화가 난 송강은 나서서 목숨 걸고 싸우려고 했지만 송문복은 그를 말렸다. 지금은 절대 충동적인 짓을 할 때가 아니었다.려정수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정말 너무 강한 실력이었다. 방금 려정수 일행이 쳐들어올 때 송문복이 고용한 퇴역 특전사도 그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했다.“송문복 씨, 저는 송씨 가문에게 분명히 기회를 드렸어요. 이제 마지막 10초만 더 줄게요. 10초 안에 송미령이 나타나지 않으면 송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죽을 거예요.”“10, 9, 8...”려정수는 패기 넘치는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송씨 가문 사람들은 벌레처럼 보였다.송문복은 심장이 빨리 뛰었고 안색이 더욱 난감해졌다.‘정말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건가?’송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건방지기 짝이 없는 려정수 앞에서 그들은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셀 필요 없어요. 우리가 왔어요.”이때 송씨 저택으로 온 사람은 바로 예천우였다. 그는 평온한 표정이었고 옆에는 잔뜩 긴장한 송미령이 서 있었다.송미령이 나타날 때 많은 송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심지어
“알겠어.”유은수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속으로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누가 너더러 다시 오라고 했어? 돌아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내 회사를 빼앗으려고? 꿈도 꾸지 마. 임연 그룹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다고.’하지만 유은수는 임완유가 머지않아 천풍 그룹의 글로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며 조만간 조 단위 자산을 가진 대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임강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유은수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예전부터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유은수에게 있었고, 이제는 거의 여황제 수준이었다.그녀가 말하면 곧 법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한편, 예천우는 용미소를 찾아갔다.그녀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따졌다.“예천우,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지난번에 왜 날 속였어?”“내가 널 속였다고?”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하지 마. 넌 분명 용문의 용왕이면서도 나한테 특수 요원이라고 했잖아!”“아, 그거 말이야.”예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용왕이라고 말했는데 네가 안 믿었잖아. 그래서 그냥 네가 듣고 싶은 대로 맞춰준 거지.”“흥! 그런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덕분에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한 줄 알아?”용미소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래.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사과할게.”그녀가 지난번 자신이 예씨 가문과 대립할 때까지도 도와주려고 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예천우는 더 이상 장난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용미소는 가볍게 사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사과만으로는 부족해. 하나 약속해 줘.”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예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겠지?’“뭘 약속해 달라는 건데?”“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
예천우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완유야, 여기 일은 끝난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 아까 용 형사가 나를 찾더라고.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 난 여기 마무리하고 있을게.”그녀는 아까 용미소가 예천우를 따로 부른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예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그가 나가고 난 뒤 임완유와 가족들은 담당 경찰과 대화를 나눴고 마침내 임완유는 서류에 서명했다.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임완유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이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를 꼭 끌어안았다.“완유야, 정말 고맙구나!”그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데도 넌 여전히 날 이렇게 감싸주다니... 넌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해.”너무나도 감성적인 말이었기에 임완유는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이런 말은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완유야, 이제 엄마는 정말로 정신 차렸어.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회사를 잘 이끌고 우리 임씨 가문을 더욱 성장시켜야지.”“네, 믿어요. 엄마가 회사를 잘 운영하면 분명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임완유는 괜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어머니를 칭찬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그래, 그렇지? 엄마를 믿어. 난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유은수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말이야. 그 루루 화장품의 레시피 말인데...”임완유는 순간 굳어졌다.‘결국 여기까지 왔네. 모든 대화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말이야.’그녀는 짧은 순간 고민했다.이 레시피가 그녀의 것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넘겨줬을 것이다.하지만
경찰서 안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임강이 급히 다가왔다.“완유야. 드디어 왔구나. 네가 안 왔으면 네 엄마가 정말 못 버텼을 거야.” 그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지만 린완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예천우 역시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차가운 반응에 임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너무 심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천우와 임완유가 온 덕분에 그도 함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원래는 단순히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경찰의 안내를 받아 임완유와 예천우는 마침내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유은수는 이미 임완유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기에 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완유야! 내 사랑하는 딸아, 네가 왔구나!”유은수의 얼굴은 창백하고 지쳐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한층 더 그녀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은수가 말했던 사랑하는 딸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그동안 가슴속 깊이 쌓아두었던 분노가 터지려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힘이 빠졌고 대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유은수는 평생 편안하게 살아왔고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을 테니 당연히 저렇게 지쳐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이번 일을 통해 뭔가 깨달았기를 바랄 뿐이었다.예천우는 그런 임완유 옆에서 유은수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뭔가 어색했다.‘흠... 너무 작위적이야.’눈물에 젖은 듯한 눈동자, 흔들리는 어깨, 절박하게 보이는 표정은 전형적인 감성 자극 연기였다.하지만 굳이 나서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었고 그저 임완유가 이걸로 마음을 정리할 수
김희자는 백강호의 싸늘한 시선을 받자 얼굴이 굳어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 오빠... 왜 그래?”백강호는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왜 그러냐고? 이 지경까지 온 게 다 누구 때문인데!”그의 얼굴은 어둡게 일그러져 있었다.“이게 다 네가 저 자식한테 괜한 짓을 부추겼기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을 당했겠어?”김희자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했다.“그,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게다가 어차피 절정종이 나서면 저놈은 끝장난다고 했잖아.”“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방금 흑호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놈은... 용문의 용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뭐?”김희자는 경악했다.“그럴 리가 없어! 흑호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흑호가 나한테 거짓말할 리 없어.”백강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에 잠겼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놈이 처음부터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해가 가네. 애초부터 난 희자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어. 그런데 지금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지금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예천우를 어떻게 상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단전이었다.‘정말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 절정종의 종주께서 누군가가 단전 회복에 성공했다는 자가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찌 됐든 단전이 부서졌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회복할 수 없을 거야.’“그, 그러면 이제 돈은 어떻게 해야 해? 줘야 하는 거야?”김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녀도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흑호, 도훈이 그리고 이제는 오빠도 모두 나 때문에 망했어.’“... 돈은 줘야겠지. 만약 우리가 버티면... 백씨 가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백강호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고 순식간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예천우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돈을 안 줄 수가 없었다.‘그래. 일단 돈을 주고 이후에 절정종에 이 일을 넘겨 다시 찾아오면 돼. 나도
백강호는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정교한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는 이 보물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리고 마치 손에서 놓기 싫다는 듯 아쉬운 눈빛을 띠며 예천우에게 상자를 건넸다.이건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칠색연꽃을 재료로 약을 잘 만들면 곧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귀중한 보물이었다.백강호 역시 이걸 보고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지만 절정종의 압박이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들에게 이 보물을 바치는 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그는 절정종의 강자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종사급 고수를 단숨에 살해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그렇다면 저 자식이 절정종을 건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 자식이 감히 절정종을 건드려? 이번에는 반드시 죽을 거야.’예천우는 천천히 상자를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어 확인하자 과연 예상했던 대로 칠색연꽃이 들어 있었다.이 정도의 보물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이었다.이걸 제대로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상자를 닫아 그대로 챙겼다.“이걸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그는 나지막이 말하며 백강호를 내려다봤다.“하지만 기억해 둬. 1조 8,000억은... 하루 안에 입금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야.”그 말을 남긴 채 예천우는 차에 올라탔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유유히 사라졌다.그들이 완전히 떠난 후에야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방금 전까지 예천우가 내뿜던 살기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김희자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헐떡이며 말했다.“오빠, 이제 어쩌면 좋아?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백강호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이를 갈았다.“걱정 마. 당장 위에 보고할 거야.”그의 눈빛에는 강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절정종의 것을 건드린 놈이 멀쩡할 것 같아? 이번엔 확실히 죽을 거야.”김희자는 여전히 불안한
김희자는 흥분한 나머지 곧바로 반박했다.“평범한 보물이라면 당연히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건 칠색연...”“그만해!”그때 백강호가 재빨리 김희자의 말을 끊었다.백강호는 아까 김희자를 미처 제지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눈을 번뜩이며 예천우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지금 당장 우리를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네 마누라보다는 똑똑하네. 적어도 너는 당장 나한테 사죄하고 빌라고는 하지 않잖아.”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똑똑해도 소용없어. 절정종이든 그보다 더 강한 세력이든... 오늘 네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를 살릴 수 없어.”그 말을 들은 백강호는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눈에는 경악과 분노가 뒤섞였다.“너... 감히 절정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냐? 아니면 절정종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거냐?”“그게 그렇게 중요해?”예천우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마지막 기회를 주지. 1조 8,000억... 낼 거야 말 거야?”예천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노려보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고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모두를 압박했다.백강호의 얼굴이 굳어졌고 주변 사람들 역시 숨을 삼켰다.김희자는 아예 식은땀을 흘리며 백강호를 붙잡았다.“오빠, 오빠... 그냥 줘요. 돈은 다시 벌면 되잖아요. 지만 목숨을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그간 수많은 사람을 죽여왔기에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이 자식 정말로 진심이네...’결국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돈을 줄게.”그러나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하지만 1조 8,000억을 한 번에 줄 순 없어.”예천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네 사정이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이 백강호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김희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전신이고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던 남편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모든 건 바로 그녀 자신이 부추긴 결과였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백강호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대체 누구냐...?”예천우는 무심하게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냉혹했다.“중요한 건, 지금 당장 1조 8천억이 내 계좌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지.”예천우는 김희자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네 마누라는 돈이 없다고 하던데 너는 문제없겠지?”백강호는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몸속의 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걸 느끼며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돈은 절대 줄 생각 없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네 아내의 목숨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군.”“오, 오빠...”김희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강호를 붙잡았다.“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목숨은 한 번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이를 악물었고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내가 있으면 저놈이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예천우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이 정도로 당하고도 아직도 자신만만하네.”백강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네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는 모양이군.”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래, 넌 강해. 인정하지. 넌 아마도 종사 경지의 고수겠지. 하지만 알아둬.”백강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 세상에는 종사가 너뿐인 게 아니야.”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래서 뭐?”
그러나 모두가 백강호의 승리를 확신하던 순간 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아주 가볍게 아무런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은 동작으로 손을 뻗었다.그런데 그 순간 백강호의 손목이 그대로 붙잡혔다.“뭐지?”백강호는 아직도 승리에 취해 있었지만 다음 순간 자신이 공격하던 손이 상대에게 완전히 제압당했음을 깨달았다.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순간부터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마치 힘이 뿌리째 뽑힌 듯 완전히 무력해졌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그러나 그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예천우는 손을 잡은 채 가볍게 당겼을 뿐인데 백강호의 몸은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강하게 내동댕이쳐졌다.“크아악!”백강호는 온몸에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그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싸워왔고 웬만한 통증은 견딜 수 있는 강자였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온몸을 관통하는 고통이 그의 신경을 마비시킬 정도였다.김희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백강호의 부하들 또한 충격에 빠졌다.그들에게 백강호는 절대적인 존재였다.그는 언제나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고 이번 칠색연꽃을 차지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줬다.그런 백강호가 단 몇 초 만에 그토록 처참하게 쓰러지다니.그러나 예천우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가볍게 발을 들어 백강호의 오른쪽 다리를 밟았다.“우드둑!”순식간에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으아악!”백강호의 비명은 더욱 처절해졌지만 예천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이번엔 왼쪽 다리까지 짓밟아 버렸다.“우드둑!”또 한 번 끔찍한 소리가 울렸고 백강호는 바닥을 기어가며 몸부림쳤다.그의 고통은 끝이 아니었고 예천우는 마지막으로 가볍게 발을 들어 올리더니 백강호의 가슴을 세게 걷어찼다.
예천우는 사실 별다른 대단한 기술도 쓰지 않았다.고작 명경 절정의 경지였던 세 명이었고 암경조차 돌파하지 못한 약골들이었으니 예천우가 상대하기엔 너무 쉬운 상대였다.몇 초도 지나지 않아, 세 명은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김희자는 얼굴이 잔뜩 굳었다.‘아까부터 봐서 알았지만 저 셋으로는 애초에 안 되는 상대였어!’그녀는 서둘러 백강호를 보며 말했다.“오빠, 저놈이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실력은 꽤 되는 것 같아. 오빠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아.”백강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짧게 대답했다.“알고 있어.”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방금 전 싸움으로 예천우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하려 했으나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예천우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왜? 아직 준비가 덜 됐나? 아니면 전화라도 해서 더 많은 놈들을 불러야겠어?”“건방진 녀석!”백강호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너 같은 애송이를 상대로 무슨 준비가 필요하겠어?”그는 코를 들이켜며 침착하게 말했다.“방금까지는 네 따위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서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제 보니 손 좀 봐줄 필요가 있겠군.”예천우는 한층 더 비웃는 눈빛을 보냈다.“그럼 말이 길어질 필요 없겠네. 얼른 덤벼봐.”그의 도발적인 태도에 백강호는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직접 너를 보내주지.”그는 즉시 자신의 진기를 끌어올렸고 이내 그의 온몸에서 강력한 살기가 퍼져나갔다.그리고 순간, 그는 예천우를 향해 전력을 다해 덮쳤다.그가 쓰는 기술은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고 한 번에 상대를 끝장낼 수 있도록 가장 강한 필살기였다.그는 상대가 흑호와 백도훈을 가볍게 쓰러뜨렸다는 점을 고려했고 비록 자신보다는 약하겠지만 그래도 절대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백강호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하지만 지금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