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별일 없어요. 권고하는데 다음에 또 저를 죽이고 싶으면 좀 강한 사람을 찾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잖아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 그게 무슨 뜻이에요?”공손진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왕 어르신마저 죽임을 당한 거야?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해! 왕 어르신은 화경 중급의 강자라 하셨는데. 예천우가 무슨 실력으로 왕 어르신을 죽일 수 있어?’사전 조사에 따르면 예천우는 산에서 내려왔고 배후에 그 누구도 없었다. 무술 솜씨가 조금 있었을 뿐이지 다른 건 별로였다.“아무런 뜻도 아니에요. 그럼 이만!”예천우는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공손진은 바로 왕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번을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예천우의 집에서도 나오지 않았다.그 순간 공손진의 안색은 더없이 나빠졌다.공손진은 자신이 줄곧 얕보고 있었고 쉽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예천우가 어쩌면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심지어 지금 약간 두려움까지 느끼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공손진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아버지께서 걸어온 전화였다.그는 안색이 변했고 솔직하게 말했다.“아버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왕 어르신께서 사고를 당한 것 같아요.”“사고가 났다고?”공손진은 아버지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전부 설명했고 예천우의 상황까지 말했다.“그랬구나. 걱정하지 마. 예천우라는 젊은이가 어떻게 왕 어르신과 맞서 싸울 수 있겠어?”공손욱은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공손욱도 여러 해 동안 수련했기에 수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젊은이가 그렇게 강할 리가 없었다.“그런데 왕 어르신이 어떻게?”“내가 사전에 왕 어르신에게 약을 먹였어. 실력이 요 며칠 사이에 서서히 사라졌을 거야. 다만 이렇게 빨리 사라질 줄은 몰랐어. 그래서 예천우가 어부지리로 그를 죽인 거고.”“네? 왜 그러셨어요?”“흥. 왕 어르신은 우리 가문을 배신했으니 죽어도 마땅하지.”
독고살과 양박군은 예천우의 말대로 왕 어르신을 화장실로 끌고 가서 약 가루를 조금 뿌렸다.그러자 곧 신기한 장면이 나타났다.한참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고 눈빛에는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몰라도 킬러에게 매우 유용한 물건이었다.“다 했어?”“네!”독고살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천우 씨, 이게 뭐예요?”“나한테는 더 있으니 그건 네가 가지고 있어. 이게 그렇게 쓸모가 있는 물건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적게 만들었어.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더 만들어 줄게.”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천우 씨, 이걸 직접 만드셨다고요?”“그래. 내가 만든 거야.”독고살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천우의 솜씨는 정말 자신의 상상을 초월했다.두 사람을 떠나보내자 예천우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네가 바로 예천우야?”상대방은 목소리를 바꾸어서 말한 것 같아서 제 목소리를 알 수 없었다.“나야.”“그러면 됐어. 진가인이 지금 우리의 손에 있어.”“그게 무슨 말이야?”예천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고 눈빛에 살기가 배어 있었다.“우리가 진가인을 잡았어. 진가인을 살리고 싶으면 혼자서 보내준 주소로 와.”상대방은 차갑게 입을 열었고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좋아. 지금 바로 갈게. 어디야?”예천우가 물었다.“조급해하지 마. 우리 말대로 오면 돼. 지금 일단 내려와서 차에 올라. 명심해. 반드시 너 혼자와야 해. 누구도 알려줘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진가인은 죽을 거야.”“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예천우는 약속하면서 마음속에 살기가 가득했다.상대가 누구든 진가인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는다면 그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이다.그 당시 보육원의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예천우는 진가인이 다시 상처받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남자는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옆에 있는 진가인을 바라보았다. 보육원에서 살아남은 진가인, 게다가 예천우는 요즘 계속 그 화재를 조사하
상대방이 계속 위치를 바꾸는 바람에 예천우는 무려 한 시간이 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그곳은 도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낡은 공장 건물이었다.중요한 건 주변은 매우 넓고 숨을 곳이 없었기에 다른 준비를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차가 입구에 도착하자 경비원은 예천우보고 즉시 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그리고 한 경비원은 예천우의 소지품을 자세히 검사했고 다른 경비원은 차를 뒤집을 정도로 검사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모든 것을 샅샅이 검사한 후에야 경비원은 예천우를 안으로 안내했고 다른 경비원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잠시 후 예천우는 가면을 쓴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 곁에 있던 남자들도 전부 가면을 썼기 때문에 얼굴 모양새를 알 수 없었다.예천우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진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찾을 필요 없어. 진가인은 여기에 있지 않아.”가장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자 목소리에는 냉랭함이 묻어났다.“넌 도대체 누구야? 왜 진가인을 납치했어?”예천우는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썼고 진가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직접 묻지 않았다. 신경 쓸수록 상대방은 더 날뛸 것만 같았다.“왜일 것 같아? 널 이곳으로 오게 하기 때문이지. 나한테 알려줘. 넌 도대체 누구야?”남자가 차갑게 물었다.예천우는 깜짝 놀랐지만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이름은 알고 있잖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그래? 그러면 넌 그 진가인의 생사에 신경 쓰지 않는가 보군.”“진가인을 이곳으로 데리고 와. 참. 진가인의 옷을 전부 다 벗기고 데리고 와.”남자의 말투는 차갑기 짝이 없었다.“네가 감히!”예천우는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화를 냈다.“그러면 내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해.”“알았어. 내가 대답할 수는 있어. 하지만 먼저 진가인을 만나게 해줘.”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난 한마디도 하지 않을 거야.”“알겠어. 진가인을 데려와.”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 몇 사람의 실력으로 나이가 어린 예천우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그 일은 예천우에게 고통으로 남았기에 그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남자는 관찰력이 아주 예리했다.“내 생각이 맞는다면 넌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을 거야. 예호영, 맞지?”그 말을 듣고 가장 놀란 사람은 진가인이었다.진가인은 갑자기 멍해졌다.‘천우 오빠가 바로 내가 줄곧 찾고 있던 천이 오빠였어? 아니, 아닐 거야. 천우 오빠는 내가 천이 오빠를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정말 천이 오빠였다면 진작에 인정했을 거야.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겠지.’이번에 예천우는 전혀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당시의 진실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내가 예호영이야. 보육원에 큰불이 났을 때 다행히 목숨을 건져서 살아남았어.”그 말을 듣자 진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졌다.‘천우 오빠가 정말로 천이 오빠였어! 정말이야!’그 순간 진가인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터졌다. 비록 예천우가 그전에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진가인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천이 오빠를 찾을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이게 꿈이야. 사실이야?’“역시 너였구나.”남자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니. 정말 운도 지지리 좋네. 하지만 몇 년 더 살았으면 뭐 해. 오늘 넌 여기서 죽게 될 거야.”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일부러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또 날 죽이려고 하는 거야?”“물론이지. 널 죽인다고 돈도 이미 받았어. 하지만 네가 멀쩡하게 살고 있으니 나도 받은 만큼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남자는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눈에는 예천우가 독 안에 든 쥐처럼 보였다. 언제든지 마음대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진가인은 그런 대화를 듣고 안달복달하며 몸부림을 쳤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방법이 없었다.예천우도 진가인에게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좋아. 어차피 난 죽은 목숨이니 왜 죽는지는 알고 죽고 싶어. 도대체 누가 날 죽이려고 하는지 알려
진가인은 멍해졌다. 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예호영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다시 한번 마음이 놓였고 저도 모르게 예천우의 말을 듣고 두 눈을 꼭 감았다.“하하...”“멍청이는 보아도 이런 멍청이는 본 적이 없어.”“흥. 우리가 모두 무술을 익혔다는 걸 저 자식은 모를 거야. 화경 경지의 고수라도 우리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죽을 거야.”“기어이 죽고 싶어 하니 우리가 죽여줄게.”그중 한 남자가 바로 예천우를 향해 덮쳤다. 손에 든 비수가 예천우의 목으로 향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목이 아파져 왔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심지어 한마디도 못 하고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죽을 때까지도 그는 예천우가 어떻게 자신을 죽였는지 알지 못했다.선두에 서 있던 남자는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조심해!”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예천우는 몸을 날려 온몸이 그림자처럼 모든 사람을 뚫고 지나가면서 모든 사람의 목을 베었다.예천우의 손에는 바로 처음으로 그에게 덮쳤던 남자가 들고 있던 비수가 쥐어져 있었다.선두에 선 남자는 매우 빠르게 반응했지만, 빠르게 죽었다. 심지어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남기고 죽었다.예천우의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서웠고 이런 고수는 난생처음 경험했다.예천우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을 죽이고 마지막에 가서야 진가인의 옆에 가서 진가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진가인을 그들의 시체와 등지게 한 후 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됐어. 이제는 눈을 떠도 돼.”진가인은 사실 누군가가 자신을 데리고 갈 때 놀라서 저도 모르게 눈을 떴다. 하지만 옆에 사람이 나쁜 사람들이 아닌 예천우였다.예천우가 무사한 모습을 보자 진가인은 너무 기뻤다.“천우 오빠...”진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힘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방금 그녀는 정말 너무 놀랐지만 꾹 참고 울지 않았다.진가인은 흥분했지만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다.“그 사람들은...”“그들은 내가 다 처리했어. 뒤돌아보지 말고 여기 서
차가 동네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진가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천우 오빠, 방금 말한 게 다 사실이에요?”일이 이렇게 된 이상 예천우는 당연히 숨길 게 없었다.“그래. 가인아, 미안해. 그전에 너한테 미처 말해주지 못했어.”“정말 천이 오빠 맞아요? 절 속인 게 아니에요?”“바보 같은 계집애야. 내가 어떻게 널 속일 수 있겠어. 아직 너한테 바비 인형도 선물하지 못했는데. 자, 이거 받아!”예천우는 마술이라도 부리듯 정말 바비인형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바비인형 이야기를 듣자 진가인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인형을 한 손에 받아 들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요! 정말 천이 오빠가 맞네요. 정말이네요! 저 정말 너무 기뻐요!”그 순간 진가인은 너무 흥분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예천우를 꼭 껴안았다.아까 공장에서 안았을 때보다 더 꽉 껴안았다. 그녀는 예천우를 다시 잃을까 봐 걱정했다.예천우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팔을 벌려 진가인을 끌어안았다. 이 몇 년 동안 진가인도 천이 오빠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애를 썼다.‘어쩌면 진작 가인에게 알려줄 걸 그랬어. 결국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진가인을 찾아냈어.’그 순간 예천우도 옛날 생각이 났다. 그도 당시에 예쁜이를 찾고 있었는데 지금 드디어 찾았다.‘임완유의 마음속에는 그 당시의 어린 소년이 있을까?’“됐어. 날 찾았으면 기뻐해야 할 게 아니야? 왜 울고 있어.”“알았어요.”한참이 지나서야 진가인은 진정을 되찾았다.“천이 오빠, 원장님도 오빠를 줄곧 찾고 있었어요. 오빠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 분명히 아주 기뻐하실 거예요.”“알았어. 돌아가서 바로 연락드릴게.”예천우가 대답했다.“좋아요.”진가인은 예천우가 다시 사실을 숨길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앞으로 날 천우 오빠로 불러. 아니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예천우가 말했다.“방금 그 나쁜 사람들은 왜 오빠를 죽이려고 하는 거죠?”진가인은 걱정이 가득한 말투였다.“아직
“일단 웃옷을 벗어.”진민이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살짝 놀랐지만 그래도 순순히 웃옷을 벗었다.진민은 앞으로 다가가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의 등에 작은 빨간 반점이 있었다. 아주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히 있었다.‘그래. 바로 여기였어.’다른 흉터는 위조가 가능하지만 이건 불가능했다.그리고 진민은 또 몇 시간 동안 예천우에게 질문했고 예천우는 모두 사실대로 말했다.그제야 진민은 예천우의 신분을 확인했다.“천우야, 네 어머니가 널 보육원에 두었을 때 사실 옥패 하나를 남겨두었어. 네 어머니가 말하기를 그 옥패는 귀중한 것이기에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해서 내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어. 원래 네가 어른이 되면 너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그때 보육원에 화재가 난 바람에 우리가 흩어졌지 뭐야. 이제 이걸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겠어.”진민은 말하며 목에서 옥패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예천우에게 주었다.예천우는 옥패를 받아 들고 보았지만 재질이 매우 평범하고 색상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심지어 보통 옥패보다도 퀄리티가 조금 떨어진 것 같았다.“천우야, 이 옥패가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갖고 있으면 정말 몸이 편해져.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이 들어. 그때 화재 이후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회복하는 과정에 옥패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진민이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원장 아주머니.”어머니가 남겨주신 물건만 아니었다면 예천우는 진민에게 옥패를 선물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옥패에는 뭔가 비밀이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옥패를 손에 쥐고 한참을 관찰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자 예천우는 아예 옥패를 목에 걸고 나서 물었다.“제 어머니께서 다른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어요?”“네가 예씨 집안을 원망하지 말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라고 했어.”진민도 예씨 집안이 어느 예씨인지 몰랐지만 아마 대단한 집안이라고 생각했다.“예씨 집안을 원망하지 말라고요? 그들이 제 어머니를 내쫓지 않았다면 어머니께서 어찌 행
“이렇게 이른 아침에 굳이 회사로 오라고 한 건 예의가 있는 거야?”“이른 아침이라니? 매일 밤 뭐 하는 거야. 오전 9시에 전화했는데도 자고 있다니. 설마 매일 밤 밖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건 아니겠지?”임완유는 이 나쁜 자식이 밖에서 함부로 놀고 있을까 봐 걱정했다. 그녀는 정말 예천우를 집에 끌고 가서 함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런 건 아니야. 진짜.”예천우가 마지못해 말했다.“내가 진작에 말했지만 회사 업무에 정말 관심이 없어. 아무튼 내가 적합한 사람을 찾아서 일을 잘 하면 되잖아.”“되기는 뭐가 돼. 내가 왜 널 이사로 임명했는지 모르겠어?”임완유는 화가 났다.“음... 왜 그런 거야?”“너!”임완유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말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넌 자신을 좀 더 훌륭하게 만들 생각도 없는 거야?”“난 이미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예천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네가 훌륭하다고? 그래. 네가 능력이 좀 있다고 치자. 하지만 넌 권력도 세력도 없어. 어떻게 다른 집안 도련님을 상대할래?”“내가 그들과 왜 상대해야 하는데?”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임완유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가지 않았다.“됐어. 화내지 마. 내가 더 노력하면 되잖아.”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명심해. 돌아가서 일 열심히 하라고.”“네! 알겠습니다. 대표님!”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임완유도 어이가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임완유도 자신이 왜 이런 힘도 없고 권력도 없는 남자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상상하던 남자 친구는 반드시 권력이 크고 잘 생겨야 하고 능력이 강해야 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이 바람둥이 생각만 하고 있다. 심지어 그가 잘되게 하려고 전심전력으로 노력했다.하지만 그녀도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오늘 아침에도 할아버지는 언제 예천우와 이혼하는가 물어보셨
손씨 가문 사람들이 떠나자 허성태가 나서려고 했으나 허종우가 먼저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용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까 제가 눈이 멀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러자 허광호도 곧바로 뒤따라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그 모습을 본 허가연은 깜짝 놀라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임선호와 임완유 역시 허씨 가족의 이런 행동에 놀라며 일어섰다.임선호는 그들이 어찌 됐든 자신이 사랑하는 허가연의 가족이기에 더욱 당황스러웠고 임완유도 비슷한 생각이었다.예천우는 그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습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허가연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전혀 따질 생각이 없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감사합니다. 용왕님!”허종우와 허광호는 한숨을 돌리며 안도의 표정으로 일어섰다.두 사람은 속으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가연이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네.’허성태와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예천우에게 더욱 경외심을 품으며 다가와 몸을 낮추고 공손히 인사했다.“용왕님을 직접 뵙게 되어 너무 큰 영광입니다.”“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오늘 제가 여기 온 주된 이유는 선호와 허가연 씨의 일 때문입니다. 허가연 씨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더군요. 물론 여러분도 매우 훌륭하시고요.”허씨 가족 사람들의 조금 전 행동을 통해 그들의 진심을 확인한 예천우는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정말 감사합니다. 용왕님!”허성태는 감동하며 고개를 숙였고 자신의 선택이 이번만큼은 정말 탁월했다는 것을 실감하며 속으로 기뻐했다.예천우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서로 이토록 사랑하는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정식으로 약속하는 게 어떻겠어요? 날짜를 잡아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겠네요.”그 제안에 허성태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입니다. 저
‘정말로 예씨 가문은 이렇게 몰락하게 되는 걸까?’“조상님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말로 하늘이 우리 예씨 가문을 멸하려는 것입니까?”예관희가 혼자서 비통하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방에 나타났다.“어르신,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수십 년간 예관희의 곁을 지킨 검은 옷의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일아, 무슨 일인데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예관희가 물었다.“어르신, 제... 제가 큰 도련님의 아들을 찾았습니다!”예남일은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뭐라고!”예관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고 기쁨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확실해? 잘못 알아본 건 아니고?”“확실합니다. 당시 고아원이 화재로 없어졌지만 그 아이는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이름은 뭐고 어디에 있는 거야?”고아원의 일은 예관희도 알고 있었지만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랐다.“그 아이의 이름은 예천우입니다. 지금은 천해시에 살고 있고 현재 임완유와 함께 동성에 있습니다. 성격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예남일은 예천우가 동성에 있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나 그가 큰 도련님인 예정환의 아들임을 확신했다.“좋아. 정말 너무나 잘 됐어!”예관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곧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예천우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설마 예훈의 단전을 망가뜨렸다는 용문의 용왕도 예천우라고 하지 않았어?”예관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얼굴에 놀라움과 희망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용왕님도 천해시에 있었다고 했었지... 그럼 혹시 둘이 같은 사람이었던 거야?”이런 생각을 한 예관희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했다.“네. 맞아요! 바로 예천우 맞습니다!”예남일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정말이야? 너무 기쁜 일이네! 이제 예씨 가문에 희망이 생겼어!”예관희는 마침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용문 용왕이라... 이토록 전설적이고
이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문가에 숨어서 상황을 엿보던 주성한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그는 도무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도 알고 싶었다.그러나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본 순간 그는 손승우 일가가 모두 무릎 꿇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주성한은 그 순간 온몸이 떨리며 식은땀이 흘렀다.더 이상 볼 필요도 없이 그는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어떻게든 빨리 도망치려고 그는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너무 두려워서 상황의 전말을 더 알고 싶지도 않았다.한편 임선호는 예천우가 자신에게 이 일의 처분을 자신에게 맡기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천우가 이렇게 한 것은 아마 허씨 가문 사람들에게 임선호의 위신을 높여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천우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 임선호는 가슴속 깊이 감동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입을 열려 했다.손승우는 순간 당황했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임선호 씨, 오늘 일은 내가 정말 잘못했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게나! 어떤 요구든 말만 하시면 내가 반드시 따르겠네.”“그래요. 선호 씨, 제가 눈이 멀어 몰라보고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선호 씨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손승우와 손동욱이 다급히 임선호에게 사과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자 허성태는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집사람은 왜 이렇게 눈이 어두웠던 걸까.’허가연 역시 임선호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의 결단력에 감탄했고 마음은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 찼다.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반응에 손승우 가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임선호는 그들 생각과 달리 말했다.“필요 없어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다만 앞으로는 손씨 가문의 실력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임선호는 이번 일이 오로지 예천우 덕분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이상의 보상은 원치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강지혜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손승우가 평소에 자존심 하나는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니 말이다.손승우가 느끼고 있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났다.손승우는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소리쳤다.“너희 둘은 아직도 눈치 못 채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오늘 바로 너희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었기에 용왕님의 미움을 사게 된 거야. 빨리 와서 용왕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그는 속으로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동성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진은수조차 용왕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감히 편하게 서 있는 거야?’강지혜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마지못해 손승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오히려 손동욱은 강지혜보다 빨리 나서서 무릎을 꿇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용왕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식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런데 강지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평소에는 재잘재잘 말 잘하더니 왜 지금 와서 말이 없어? 당장 용왕님께 사죄하지 못해? 정말 우리 손씨 가문이 멸망하길 바라는 거야?”그러자 강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저... 잘못했습니다. 용왕님...죄송합니다.”강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손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고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손승우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서둘러 예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용왕님,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따를 것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손승우의 태
허성태와 조은희의 흥분한 표정과 달리 손승우 일가족은 완전히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승우의 아들인 손동욱은 평소에도 용왕님의 신비로운 강함을 동경해 왔으나 막상 자신이 용왕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었다. 용왕님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스치자 손동욱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강지혜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모습으로 악다구니를 퍼붓던 그녀는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승우는 표정이 더욱 참담했다. 조금 전 주성한의 수상한 행동을 되돌아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동안 그는 분노와 손씨 가문의 실력에 취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눈이 멀었던 자신이 미칠 듯이 후회스러웠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걸 수습하는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님이 화를 내면 손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될 것이다.허종우와 허광호 또한 그동안 예천우에게 무례하게 군 일을 떠올리자 멍해져 있었다.예천우에게 건방지게 굴고 못마땅해하며 험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혼내 주겠다고까지 했다.허성태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을 것이고 지금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저 겁에 질려 예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예천우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해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허가연 또한 멍한 상태로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예천우의 실력과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가연 역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부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일 줄이야. 정말 전혀 예상치도 못했어.’예천우는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은수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손승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순간 멍해졌다.‘내가 언제 용왕님을 무시했단 말이지? 게다가 누가 용왕님이야? 설마 전설적인 용문의 용왕님을 말하는 건가? 내가 무슨 수로 감히 용왕님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고 저러는걸 까? 잠깐만 혹시... 저 젊은이가 용왕님이라는 걸까?’손승우는 아득한 충격에 빠졌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손승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허종우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광호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다가 물어보려는 순간 진은수가 손승우를 꾸짖더니 돌아서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걸 보았다.“용문 4대 사자 진은수가 용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용왕님께서 이곳에 몸소 강림하셨는데도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고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그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전에 예천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진은수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완전히 이해했다.진은수가 용문 4대 사자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그가 용왕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한 예천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진은수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이제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게다가 예천우가 그토록 강력한 위치에 있는 용왕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손승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예천우가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니 말이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 또한 충격에 빠졌다. 진은수의 높은 위치를 알고 나서는 예천우가 인맥으로 도움을 청한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예천우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었고 심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