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임완유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 대화할 의사는 있는 것 같았기에 내일 다시 얘기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다음 날 아침, 예천우는 일찍 일어나 풍성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일어난 임완유는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지만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고 평소와 달리 그렇게 밝지 못했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임완유의 이런 모습을 본 예천우는 가슴이 아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유은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완유야, 어제 일은...”“어제 일은 더 이상 말하지 마. 이미 다 이해했으니까!”임완유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이해했다고? 대체 무슨 생각을 했기에?”예천우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임완유가 예천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알아. 네 능력과 재주를 보고 얼마나 많은 훌륭한 여자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겠어. 내가 너였어도 참지 못했을 거야.”“완유야...”예천우는 그녀가 오해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말하지 마. 우선 내 말부터 들어.”“그래, 먼저 말해봐.”“사실 이번 일만이 아니야. 지난번에도 내가 널 만족시켜주지 못했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왔어.”“그건 농담이었어, 그냥...”예천우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던진 농담일 뿐이라고 말하려 했다.“알아, 농담이었지. 하지만 농담으로 진짜 문제를 말한 거야. 그렇지 않다면 방금 하자마자 그럴 리가 없잖아.”“아니 그게 아니라...”예천우는 어안이 벙벙했다.“변명하지 마. 이제 다 알겠으니까.”“너 같은 남자를 혼자서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순진했어. 능력이 있는 남자들은 여자 여럿을 옆에 두는 게 당연한 거야. 넌 잘생긴 데다가 능력도 뛰어나. 그쪽 부분도 너무 강해서... 나 혼자선 감당할 수 없어.”이 말을 하는 임완유는 가슴이 아팠다.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이 남자 없인 살 수 없게 되어버렸다.이 남자를 위해 그녀는 뭐든 할 수 있
정말로 자신이 오해한 걸까? 하지만 향수 냄새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양체은이 예천우와 가까이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적도 있었다.사실 이런 것들이 떠올랐고 그런 여자들이 하나같이 뛰어난 여자들이라는 걸 생각하니 자신이 계속 막는다면 역효과만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그래서 양보하는 것을 통해서라도 정실부인의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예천우를 쫓아내고 싶어 하던 마음에서 예천우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됐고 오히려 이 남자를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당연히 진짜지!”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응, 하지만 내가 방금 한 말은 여전히 유효해.”임완유는 이렇게 말하며 예천우의 말을 끊었다.“부정하지 마.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의 일까지 누가 알겠어. 게다가 전에 누군가 그랬어. 너는 운명적으로 여자가 많이 붙을 거라고!”“누가 그랬는데? 말해봐, 그 자식 입을 찢어버리고 말겠어!”예천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진짜든 가짜든 난 이제 상관하지 않으니까. 왜냐하면... 네가 다른 여자를 옆에 두는 걸 이제는 신경 쓰지 않을 거야.”임완유는 말을 하면서 오히려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내가 말한 두 가지 조건만은 꼭 지켜줘. 알겠지?”“무슨 조건? 애초에 다른 여자는 없을 텐데.”“그냥 약속해! 두 가지 조건, 지킬 거야, 말 거야!”예천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약속할게. 어차피 다른 여자를 곁에 둘 생각은 한 적도 없으니까.”“그래, 이렇게 정한 거다? 이제 아침 먹으러 가자.”식탁 앞으로 간 임완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예천우는 불안감이 들었다.‘완유가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임완유가 출근한 후에도 예천우는 계속 걱정이 됐다. 한편으로는 부하들에게 임완유를 보호하라고 지시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채운에게 전화를 걸어 임완유의 상태를
예천우가 예씨 가문으로 돌아간 소식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예웅남은 제일 먼저 알았다.예관희가 특별히 그에게 알려주며 일단 비밀로 하며 마음속 앙금을 풀고 예천우를 맞이하라고 당부했다. 왜냐하면 오직 예천우만이 예씨 가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이를 위해 예관희는 꽤 정성을 들여 예웅남을 달래고 설득했다.예웅남은 겉으로는 승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노가 치밀었다.원래부터 예관희에게 매우 불만이 많았던 예웅남은 당장이라도 예관희의 자리를 꿰차서 예씨 가문을 통솔하여 예천우가 돌아오는 것을 막고 싶었다.예관희와 헤어진 후, 즉시 절정종에 연락해 절정종 종주를 용도로 초대해 앞으로의 큰일을 상의했다.원래는 예관희의 팔순 잔치를 기다렸다가 손을 쓸 생각이었지만 지금 보니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이건 예관희가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정우찬은 전화를 받자마자 즉시 예천우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예천우는 특별한 지시 없이 그저 평소대로 진행하라고 했다.가능하면 보육원 방화 사건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찾아보라고 했다.예천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내 필요한 약재들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준비되었다는 말에 예천우의 얼굴에 기쁨이 떠올랐다.비록 칠색 연꽃을 먼저 확보했고 절정 노조의 소장품 중 중요한 약재가 몇 가지 있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모으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이것들을 조합하면 영혼과 육체를 단련하는 약을 만들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영혼의 힘을 극대화해 천지의 기운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었다.자신의 돌파를 통해 예천우는 그들이 육지 신선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혼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런데 이 약이 있으면 돌파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복용자의 실력을 향상시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육지의 신선에 도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문제가 생기는 걸 피하기 위해 예천우는 특별히
게다가 도달했다 해도 오랜 축적 과정이 필요하지만 남궁은서는 그 과정을 건너뛰었다.똑같이 종사 정상이라 해도 대사와 정우찬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러니 이 약물은 대사에게 사용해도 결코 돌파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돌파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아요.”예천우는 100% 확신이 없었다.“어쨌든 희망은 있잖아!”남궁은서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남궁은서가 물었다.“정우찬은 돌아왔어요?”“돌아오는 길이야. 곧 도착할 거다. 정우찬에게 사용할 생각이니?”“네. 정우찬은 종사 정상 경지에 오래 머물렀고 육지의 신선까지 이제 한 발 남았으니 약물 테스트에 가장 적합해요.”예천우가 설명했다.이 약물은 사용해본 적이 없어 과정이 어떨지, 파괴력은 얼마나 되는지, 생명의 위험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이 말을 들은 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돌아온 정우찬은 예천우에게 특별히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는지 물은 뒤 성종에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성종에 왔다.“일은 어떻게 됐어?”예천우가 묻자 정우찬은 즉시 예웅남의 계획을 알려주더니 녹음 파일 하나를 건넸다.잠시 당황한 예천우는 바로 뭔가를 직감했지만 묻지 않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앞부분 내용은 정우찬이 이미 언급한 바 있었다.곧이어 정우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번 우리 협력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바라. 네가 예씨 가문 족장 자리에 오르고 우리는 옥패를 손에 넣는 거야.”“절종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예씨 가문 족장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옥패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예씨 가문 사람인 제가 옥패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당연하지. 예전에 너는 우리 귀왕종과 함께 옥패 주인을 추적했고 심지어 보육원에 불까지 질렀잖아.”이 말에 예웅남의 안색이 변하더니 급히 말했다.“절종주님, 무슨 농담을... 그건 귀왕종이 한 일이고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정우찬은 불만스러운 목소
“너도 꽤 대단하네.”정우찬의 눈에는 살짝 살기가 스쳤지만 주인님의 계획을 망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감췄다.예웅남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큰일을 도모하는 자는 사사로운 감정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법이지. 자식이고, 형제고, 부모고... 다 필요 없어. 예로부터 제왕의 길은 핏줄을 밟고 올라선 자들이 걸어온 길이지.”“그 말도 맞긴 하지. 하하. 그럼 난 여기서 너의 대업이 꼭 이루어지길 미리 축하할게.”이쯤에서 예천우는 녹음기를 멈췄고 그의 얼굴에는 서서히 살기가 차올랐다.그의 표정은 냉랭했고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사실 그는 이미 예웅남을 의심하고 있었다.‘설마... 아닐 수도 있겠지.’하지만 그 의심을 스스로 부정해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끝끝내 예웅남이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라 믿고 싶었다.그러나 이제 예웅남의 입에서 직접 들은 그 말이 모든 것을 증명했다.“정우찬, 이번 일 잘해줬어. 아주 만족스러워.”예천우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너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줄 생각이야.”정우찬은 순간 멍하니 멈췄다가 곧 기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인진 몰라도 주인님께서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틀림없이 엄청난 선물일 터였다.‘혹시... 내 힘이 더 강해질 수도 있는 건가?’ 그의 뇌리를 스친 건 얼마 전 만난 양박군의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이었다.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라도 닿을 수 있다면...“가자. 네 수행 공간으로.”예천우가 조용히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이번 기회만 잘 잡는다면 자신도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우찬은 가슴이 벅차올라서 목소리까지 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정우찬의 비밀 수행 공간에 도착했다.예천우는 공간 반지에서 조그만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며 입을 열었다.“이건 내가 칠색 연꽃을 비롯한 세상에 몇 남지 않은 귀한 약초들로 직접 정제한 약이야.”그 말을 들은 정우찬은 심장이 요동쳤다
“내 손에 영혼 수련법 한 편이 더 있어. 그것도 역시 너에게 전수해 줄게.”“감사합니다. 주인님!”정우찬은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이 영혼 수련법은 바로 예천우가 직접 연마한 ‘신혼결’에서 파생된 것이었고, 수련이 깊어질수록 예천우를 자연스럽게 ‘주인’으로 더욱 강하게 인식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게다가 이 수련법은 구조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익히기 매우 쉬웠다.예천우는 약병을 정우찬에게 건네주며 낮게 말했다.“이걸 일단 마셔. 내가 곁에서 직접 네 안전을 지켜줄 거야.”“감사합니다. 주인님!”정우찬은 감격에 찬 눈빛으로 자리에 앉아 단정히 다리를 꼬고 예천우가 가르쳐준 수련법을 천천히 기운을 운행하며 몸을 가다듬었다.이윽고 그는 약을 꿀꺽 들이켰다.그 순간 강렬한 고통이 뇌를 정통으로 치고 들어왔고 몸 전체가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격렬한 힘이 폭주하며 전신을 휘감았다.“정신을 단단히 붙잡아. 반드시 버텨야 해.”예천우는 조용히 그에게 말하며 눈을 떼지 않았다.정우찬은 악물린 이를 드러낸 채 버텼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은 조금씩 완화되었고 어느 순간 굉음이 들려왔다.‘쾅!’뇌 안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의 존재 자체가 새로운 무대로 도약했다.그 변화의 기류를 바라보며 예천우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효과가... 기대 이상이군.’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고 잠시 뒤 정우환을 불러 세웠다.“주인님!”정우환은 깜짝 놀랐다. 정우찬의 수련실 앞에 있는 예천우를 보고는 곧바로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네가 이 자리를 지켜. 누구도 정우찬의 수련을 방해하지 못하게 해.”예천우는 무심하게 말했다.‘지금 무슨 상황이지?’정우환은 순간 기운의 변화를 느끼고 놀란 눈으로 문을 바라봤다.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위압은 전에 느껴본 적 없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우찬이가 이번 일에서 큰 공을 세웠어. 그래서 내가 직접 약을 줘서 육지신선의 경지
“형님!”“형님, 진짜 돌파한 거야?”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수련실 문을 열고 걸어 나오는 정우찬을 보자 정우환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래. 돌파했어.”정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정말 꿈같아. 내가 이렇게 빨리 육지 신선 경지에 도달할 줄은 몰랐어.”그는 언젠가 자신도 언젠가는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란 희망은 품고 있었지만 수십 년은 더 걸릴 거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이렇게 손쉽게 넘어서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건 전부 다 주인님의 덕분이었다.“잘됐어. 정말 잘됐네.”정우환은 감격에 찬 얼굴로 기뻐했다. 그건 형의 성취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제 자신도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주인님은요?”“가셨어. 형을 지키라고 나한테 맡기고.”정우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정우환, 지금부터 우리 형제의 생명은 오직 주인님의 거야. 앞으로 누가 주인님께 해를 끼치려 하면 우리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해.”“알겠습니다. 형님.”정우환도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이로써 예천우는 이 뛰어난 재능을 지닌 형제를 완전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그날 밤 예천우는 그곳을 떠나 남궁은서를 찾아갔다.정우찬과 비교하면 정우환은 아직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이전에 심한 상처를 입고 다시 회복한 뒤로 한층 성장하긴 했지만 안정화엔 시간이 필요했다.조금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쓰면 딱 좋아질 타이밍이었다.예천우는 남궁은서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녀는 반가운 눈빛으로 맞았다.“어때요?”“성공했어요.”예천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요? 다행이네!”남궁은서가 안도하듯 미소 지었지만 곧 걱정이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근데... 정우찬이 육지 신선의 경지에 올랐고 거기에 절정 노조까지 있잖아. 혹시 그들이...”“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단언했다. “그 사람들은 절대 저를 배신할 수 없어요.”
‘이 녀석은 성장 속도가 나보다 더 빠를 지경이군.’“그러게 말입니다. 도련님. 제가 박군 불러올까요?”당만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냐. 내가 직접 가볼게.”예천우는 안으로 들어섰고 그 안에서 칼날처럼 예리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이내 그 앞에 선 인물인 독고살을 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도련님!”독고살은 곧장 다가와 공손히 인사했지만 그 눈빛엔 어딘가 말 못 할 흔들림이 비쳤다.“좋아. 벌써 종사 후급의 경지에 도달했군.”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하지만 독고살은 그 모든 것이 도련님의 은혜였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는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이 모든 게 도련님 덕분입니다. 도련님의 지도가 없었다면 전 아직도 바닥을 기고 있었을 겁니다.”“그래. 계속 노력해.”예천우는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독고살이 그를 붙잡았다.“도련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단둘이서요.”예천우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이를 눈치챈 당만수가 재빠르게 말했다.“마침 제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도련님, 저는 이만...”“그래.”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당만수가 자리를 뜨자 오른손을 가볍게 휘둘렀다.강력한 방음 장막이 사방을 감쌌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이제 누구도 들을 수 없으니 말해 봐.”그 말을 들은 독고살은 갑자기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깊이 머리를 숙였다.“도련님... 죄송합니다. 저를 믿어주셨는데... 저, 저 도련님을 배신했습니다. 도련님의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예천우는 감정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갑자기 고백하는 거지?”독고살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제 양심이 견디질 못했습니다. 밤마다 죄책감에 시달렸어요.”예천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좋아. 그럼 누가 너를 보낸 건데?”독고살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정확한 신원은 저도 모릅니다. 언제나 가면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