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자의 눈에는 진나비가 예천우의 여자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나비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설령 애인이 아니더라도 관계는 분명 깊을 것이며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자신의 복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흑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사모님이 상황을 완전히 오해하셨네. 방금도 말했는데 난 이 사람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말이야. 지금 나보고 저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라고? 그런데 목숨만 살려두라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흑호가 전혀 미동도 없자 김희자가 흑호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흑호, 왜 가만히 서 있어? 네가 이 어린놈 하나 제대로 상대하지 못할 만큼 겁쟁이가 된 거야?”흑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이건 무서운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강한 거라고!’“좋아. 넌 이제 내 명령도 무시하려 드는군. 정말 못 써먹겠어!”김희자는 흑호를 향해 노골적으로 화를 냈다. 가장 원망하는 원수가 코앞에 있는데 부하가 자기 명령을 거역하자 김희자는 자신의 체면이 깎인 것 같아서 몹시 화를 냈다.“사모님, 제가 손을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정말로...”“내가 마지막 기회를 줄게. 당장 저놈을 쓰러뜨려. 그렇지 않으면 너도 그 후과를 잘 알겠지.”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하는 김희자의 말에 흑호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었다.‘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냥 저 자식의 실력이 생각보다 약했으면 좋겠어. 그럴 수도 있겠지.’그는 희미한 기대를 품고 예천우를 향해 몸을 날렸다.하지만 예천우는 더 이상 기다릴 마음이 없었고 흑호가 움직이기도 전에 예천우의 발길질이 먼저 날아들었다.김희자를 보호하던 흑호도 사실 수련자였기에 즉시 내공을 운행하며 예천우한테 맞섰다.쾅!예천우의 한 번의 발차기는 흑호의 방어를 순식간에 뚫었고 흑호는 신음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비틀다가
이른 아침, 예천우가 잠에서 깼다.오른손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자기도 모르게 계속 주무르고 있었다.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피부는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톡 터질 듯 탱탱하고 부드러웠다.“아.......”그의 손길에 임완유도 잠에서 깼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발가벗은 자신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며 예천우를 밀쳐냈다.그리고 한 손으로는 이불을 잡아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베개를 들고 세게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꺄아아악!! 이 변태 색마 새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그게, 여러 가지 자세로 다 한 것 같아!”“뻔뻔하기까지! 양아치냐?”임완유는 화가 났고 수치스러웠다.“말은 똑바로 해야지. 어제 네가 더 적극적이었어.”예천우가 억울한 듯 말했다.“헛소리 하지 마. 분명히....”임완유는 반박하려 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어젯밤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어젯밤에 거액의 빚을 받으려 하다가 누군가가 그녀에게 약을 탔고, 그녀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예천우는 그녀를 호텔 방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녀가 먼저 그를 끌어당기고 그를 덮쳤다.“엉엉...”임완유는 몸에 이불을 돌돌 감은 채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녀가 서럽게 우는 모습에 예천우는 약간 쑥스러워하며 말했다.“내가 책임질 수 있어.”“네가 책임진다고?”“내가 누군지 알아? 네가 책임질 수 있어?”임완유가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아마 그럴 수 있을 거야. 나도 꽤 능력자거든. 많은 대단한 사람들도 날 보면 공손하게 변해.”“꺼져!”“꺼지라고!”임완유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자신의 처음을 이런 허풍이나 부는 별 볼 일 없는 놈한테 뺏기게 되다니.그래도 그녀는 임유그룹의 대표인지라 아주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었다. 한바탕 화를 낸 뒤, 바로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어젯밤 일은 없었던 걸로 해. 네가 만약 밖에서 함부
“이건 용등 블랙카드입니다. 한도는 2000억이예요. 천해 시 용등상회소속 모든 매장에서 쓸 수 있어요!”“그리고 처음 오셨으니, 아직 지낼 곳 없으시죠? 이것은 천궐1호 별장 출입문 카드에요. 부디 받아주십시오.”“이렇게 큰돈을, 무슨 일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예천우는 그 깊은 눈으로 모든 걸 꿰뚤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용왕님, 제 딸 양체은이 최근 반년 동안 온몸에 오한이 와서, 많은 명의를 찾아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양대복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별 일 아니네. 내가 내일 짬을 내서 해결해 줄게.”“정말요? 감사드립니다. 용왕님!”양대복이 흥분하며 말했다. 여러 방법을 수소문한 끝에도 마침내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 셈이다.새로운 젊은 용왕이 자신이 고된 노력 끝에 찾아내지 못한, 신룡처럼 신비하고 의로운 의사였다니.정말 믿을 수 없었다. 전설의 의선이 이렇게 젊은 데다 용문용왕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그의 대답에 양대복은 매우 기뻐했다.“용왕님, 무슨 분부하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해주십시오. 천해 시에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을 겁니다.”“어린 여자애 한 명 찾아 줘.”예천우는 양대복에게 대략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네, 제가 최선을 다해 찾아드리겠습니다!”“아, 참! 그리고 제가 오늘 저녁 많은 유명 인사들을 초대하여 파티를 열 예정이니, 용왕님도 꼭 참석하시길 바랍니다.”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난 그런 자리는 싫어. 파티는 그만둬.”“하지만 이미 다 초대장을 보냈어요.”“취소해.”“알겠습니다.”“더 볼 일 없으면 나 먼저 내릴게. 그리고, 앞으로 용왕이라고 부르지 말고 예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돼.”예천우는 너무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네!”양대복은 예천우가 조용히 있기를 원한다는 뜻을 알아듣고 즉시 공손히 알겠다고 했다.비록 짧은 시간의 교류였지만, 그가 상위에 오른 이후 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긴장감과 압박감을 준 적이 없었다.예천우는 차에서 내린
“천우야, 노신의의 전화를 받은 뒤, 줄곧 널 기다리고 있었어. 드디어 이렇게 만나는구나... 헌데 문 앞에서 뭐 하는 거냐?”임 씨 어르신은 그가 온다는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 참을 기다려도 그가 들어오지 않자, 직접 입구로 나온 것이다.그러자 예천우가 재빨리 웃으며 외쳤다.“할아버지!”“둘이 아는 사이야?” 임 씨 할아버지는 옆에 서 있는 손녀를 쳐다보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임완유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낮에 만난 적이 있어요.”그러자 예천우가 재빨리 둘러대며 말했다.“그래, 정말 우연이구나. 어쩌면 이것이 하늘이 정해준 좋은 인연일지도 모르겠구나! 마침 오늘 결혼하기에도 알맞은 날이니, 점심 먹고 바로 가서 혼인신고를 하거라.”임 씨 할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노신의의 의술이 신통하니, 그의 제자도 우수한 인물일거라 생각했다.예천우는 어리둥절했다. 이 여자가 자신의 약혼녀 임완유였다니.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특히 중요 부위를 말이다.임완유 역시 예천우의 굶주린 늑대 같은 눈빛을 알아차린 듯, 머릿속에 어젯밤 일이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이 자식, 어젯밤 일만으로도 역겨운데. 이런 놈이 미래의 약혼자라니.그녀는 언제가 꼭 어젯밤 일과 오늘 일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임 씨 할아버지는 매우 기뻐했지만,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중년 남녀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매우 불만스러워했다.그들은 임완유의 아빠, 엄마다. 그들은 이토록 아름다운 외모에, 회사 대표이기도 한데다 수많은 재벌의 사랑을 받는 자기 딸을, 이런 촌놈에게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임완유의 엄마 유은수가 나서서 말했다.“아버님, 정말 완유를 이런 놈한테 시집보낼 생각은 아니시죠?”“이 옷차림을 봐요, 촌뜨기가 따로 없잖아요.”“우리 딸이 이런 놈에게 시집가면, 제가 얼굴을 들고 나가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어요?”“그러게요. 이건 우리 임씨 집안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이라고요.”그녀의
“꿈도 꾸지 마! 내가 돼지 한 마리를 좋아해도 널 좋아할 일은 없어!”임완유는 어이가 없었다. 너보다 잘나고 뛰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널 좋아하겠어?“완유야!”그때, 화끈한 옷차림의 아름다운 여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숏팬츠, 타이트한 크롭티, 가녀린 다리, 날씬한 허리를 그대로 드러낸, 눈에 띄는 차림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그녀의 눈에 예천우는 평범한 옷차림에, 얼굴은 꽤 봐줄 만한, 산속에서 온, 완유와 어울리지도 않는 촌놈이었다. 그야말로 두꺼비가 백조고기를 먹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라 생각했다.헛된 망상에 빠진 놈이라 생각했다.“왔어?”임완유는 가볍게 인사하고, 예천우에게 소개해 주며 말했다.“여긴 내 절친 소정이야.”그러자 예천우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그러나 소정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임완유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가자, 유걸이랑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천우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너도 따라 와!”소정을 부른 이유도 그를 한바탕 정신 차리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스스로 어려움을 알고 물러나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다시는 곁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세 사람은 임완유의 차에 앉아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이곳은 펜싱 클럽이다. 시설이 호화로워서 많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놀러 오기를 좋아한다.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그녀들에게 인사했다.“오~ 이쁜이들 드디어 왔네. 유걸은 이미 경기하러 올라갔어.”그들은 옆에 있는 예천우는 아예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예천우는 그거에 대해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편한 느낌이었다.경기를 하고 있는 유걸의 동작은 멋지고 자유로워 보였다. 검을 다루는 그의 모습이 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멋있어. 동작이 너무 완벽해!”소정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러게, 말이야, 펜싱은 유걸을 절대 못 따라가.”그녀들이 말하는 사
그가 정말로 올라가자, 모든 사람이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하하, 웃겨 죽겠네. 당신 같은 촌놈이 뭘 믿고 큰소리야.”“......”예천우는 그들을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아무 검이나 들고 재촉했다.“빨리 안 합니까?”유걸은 어리둥절했다.“마스크 안 써요?”“필요 없어요.”그러자 유걸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이따가 다치면 내 탓하지 마요.”유걸은 심지어 이 기회에 제대로 그를 혼내주고 싶었다.“쓸데없는 소리가 정말 많네요.”예천우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의 태도에 유걸은 제대로 화가 났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도 예천우를 어이없게 생각했다.검을 든 자세만 봐도 아마추어임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러면서 큰소리를 치다니, 아주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 아닌가.임완유도 덩달아 긴장됐다. 비록 예천우가 너무 싫고, 그를 당장이라도 내쳐버리고 싶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다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소정이 그런 그녀를 위로하듯 말했다.“완유야, 걱정하지 마. 괜찮아. 유걸은 프로야. 알아서 잘할 거니까 큰일 안 날 거야.”임완유도 그렇게 생각했다.순간, 유걸은 이미 발을 들고 빠른 속도로 예천우를 향해 돌진해, 그를 향해 찔렀다.“멋있어, 아주 깔끔한 동작이었어. 진짜 프로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근데 저 촌뜨기 자세 좀 봐, 완전 힘이 하나도 없어 보여.”“계속 이 방법으로 하면, 쟤는 끝이야.”“하하, 저런 주제에 큰소리는, 어떻게 당하나 지켜나 보자....”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걸의 비참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손에 쥐었던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어?이럴 수가!이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모두 멍해졌다.눈앞에 일어난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임완유는 경악하며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웠다.사실 좀 전에 예천우가 다친 줄 알고 깜짝 놀란 거지만.예천우는 손에 든 장검을 내려놓고 담담히 걸어 내려왔다.“말도 안 돼. 분명히 무슨 꼼
“응?”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너희들 모르지? 오늘 밤 용등상회 양 회장이 직접 파티를 열어 거물급 인사를 대접할 거야.” “그래? 어떤 인물이길래 양 회장이 직접 나서?”“당연히 고위층 인물이지. 아마 상회에 가입한 명문 가문들만 초대받았을거야.”유걸이 웃으며 말했다.“완유야, 너희 집안에서 그동안 계속 용등상회 가입을 신청하고 있었잖아. 오늘 밤이 그 기회야.”“뭐라고?”임완유는 마음이 흔들렸다.비록 이미 지원해서 명단에 오르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인원수가 3개 정도로 제한적이어서,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간단해. 오늘 나랑 같이 그 파티에 가. 나랑 같이 들어가면 내가 상회 고위층들 소개해 줄게. 그러면 상회에 가입하는 건 시간문제지.”“그렇긴 하네, 그러면,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겠어.”임완유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 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준비할 필요 없어. 오늘, 이 파티는 개최되지 않을 거야.”그의 말에 모든 사람이 그를 쳐다봤다. 임완유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예천우,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는 알기나 해?”“정말이야. 양대복이 오늘 환영회를 열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예천우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피식.....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하나같이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예천우를 쳐다봤다. 자기가 승낙하지 않았다고?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임완유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창피한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양대복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입에 올리다니, 만일 소문이라도 나면 무슨 봉변을 당할 줄 알고.양대복이 어떤 인물인데, 그에 비하면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개미에 불과했다.그러니, 지금 예천우의 모습이 정말 무지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유걸은 더욱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봐, 당신이 무슨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충격을 받았다.임완유도 놀라서 멍해졌다. 설마 이 촌스러운 놈이, 그 어마어마한 인물이라고?그런데 이때, 유걸이 또 다른 소식을 받았다.“양씨 가문 딸이 갑자기 심각한 병에 걸렸대.”“뭐야, 이거 큰일이야!”“그래, 양 회장이 손녀를 그렇게 아끼는데, 심지어 친척이나 친구들 외에는 그 손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른다잖아.”“그러니까. 난 진짜 엄청 아름답다는 얘기밖에 못 들었어.”“아, 알겠다!”이때, 유걸이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이번 파티를 취소한 건 분명히 손녀 때문일 거야.”“맞아, 맞아. 양 회장이 손녀를 그렇게 아끼는데, 틀림없이 그래서일 거야!’“그러니까, 이 놈이 어떻게 양 회장의 파티를 취소해.”“그러게, 말이야, 우연일 뿐이야.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정말 뻔뻔하네.”예천우도 이때 전화를 받았는데, 양대복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그는 주소를 물어보고는 바로 갈 준비를 했다.임완유는 예천우같은 사람이 어떻게 양대복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가, 유걸의 말을 듣고서야 모든 퍼즐이 맞혀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이 하마터면 그의 허튼소리를 믿을 뻔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예천우를 노려보았다.“남자는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괜찮아. 하지만 현실적이어야 해. 그러니까 거짓말이나 하고, 허풍이나 불면서 살지 마.”예천우는 그녀를 상대할 틈도 없었다.“나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가긴 어딜가, 한마디 했다고 그걸 못 견뎌? 완유가 뭐 틀린 말 했어?”소정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정말 일이 있어서 그래.”“거짓말, 이제 막 천해 시에 왔으면서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야. 괜히 창피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창피한 거 알면 완유한테서 떨어져.”“됐어, 혼자 놀러 가게 내버려둬.”임완유는 말하면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냈다.“이 카드에 한 200만 원 정도 있을 거야. 놀고먹고, 지낼 데를 찾는 데는 충분할 거야.”“필요 없어. 나 지낼 곳 있어.”예천우도
김희자의 눈에는 진나비가 예천우의 여자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나비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설령 애인이 아니더라도 관계는 분명 깊을 것이며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자신의 복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흑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사모님이 상황을 완전히 오해하셨네. 방금도 말했는데 난 이 사람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말이야. 지금 나보고 저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라고? 그런데 목숨만 살려두라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흑호가 전혀 미동도 없자 김희자가 흑호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흑호, 왜 가만히 서 있어? 네가 이 어린놈 하나 제대로 상대하지 못할 만큼 겁쟁이가 된 거야?”흑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이건 무서운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강한 거라고!’“좋아. 넌 이제 내 명령도 무시하려 드는군. 정말 못 써먹겠어!”김희자는 흑호를 향해 노골적으로 화를 냈다. 가장 원망하는 원수가 코앞에 있는데 부하가 자기 명령을 거역하자 김희자는 자신의 체면이 깎인 것 같아서 몹시 화를 냈다.“사모님, 제가 손을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정말로...”“내가 마지막 기회를 줄게. 당장 저놈을 쓰러뜨려. 그렇지 않으면 너도 그 후과를 잘 알겠지.”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하는 김희자의 말에 흑호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었다.‘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냥 저 자식의 실력이 생각보다 약했으면 좋겠어. 그럴 수도 있겠지.’그는 희미한 기대를 품고 예천우를 향해 몸을 날렸다.하지만 예천우는 더 이상 기다릴 마음이 없었고 흑호가 움직이기도 전에 예천우의 발길질이 먼저 날아들었다.김희자를 보호하던 흑호도 사실 수련자였기에 즉시 내공을 운행하며 예천우한테 맞섰다.쾅!예천우의 한 번의 발차기는 흑호의 방어를 순식간에 뚫었고 흑호는 신음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비틀다가
가장 중요한 건 예천우가 부하들을 손쉽게 처리하면서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즉, 예천우의 실력은 자신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이걸 어쩌지!’흑호는 긴장하며 황급히 김희자의 앞으로 나서서 그녀를 보호하려 했고 자신도 섣불리 나서서 예천우를 자극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 순간, 진나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조금 전까지 그녀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찬 채 하지원과 장미나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무력감과 절망 속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그때 예천우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에 진나비는 간신히 일어나 눈물을 쏟으며 외쳤다.“천우 오빠!”“흑흑, 드디어 오셨군요!”“어서요. 어서 언니랑 미나를 좀 봐줘요!”진나비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본래 강인한 사람이 아니었고 단지 의지할 곳이 없었기에 강한 척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예천우가 나타나자 억눌렸던 연약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걱정하지 마. 괜찮아질 거야.”예천우는 진나비에게 다가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며 자신의 진기를 그녀의 몸속으로 흘려보냈다. 그녀의 몸에 남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마음이었다.비록 예천우는 진나비에게 자기 여자가 되겠다는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만은 확고했다.그가 2조 원이라는 거금을 그녀를 위해 투자한 이유도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하지원과 장미나 역시 심각한 상처를 입었지만 예천우는 이미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둘은 얼굴에 멍이 들고 몇 군데 내상을 입었지만 예천우의 실력으로는 간단히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원 씨와 미나는 두세 번 정도 침을 놓으면 바로 몸이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겠지.’하지원과 장미나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녀들은 평범한 여성이
“쾅!”김희자는 날카로운 굽의 하이힐로 하지원의 몸을 세게 걷어차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네년이 뭔데 감히 진나비 저년을 대신해 막아? 너를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그렇게 소리치며 다시 한번 발길질했다.진나비가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그 대가로 그녀와 함께 있던 이들은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하지원은 이 광경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진나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 위에 몸을 덮어 공격을 대신 막아냈다.흑호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김희자는 젊었을 때부터 이렇게나 무자비하고 포악했는데, 나이를 먹고 더 악랄해졌네. 같은 편이라서 다행이야.’그는 속으로 안도했지만 진나비 일행이 김희자를 건드린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말을 초래할지 깨닫고 있었다.‘차라리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하필 백씨 가문을 건드리다니. 이 여자들도 정말 끝장이겠군.’김희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아들 백지훈은 어릴 적부터 그녀의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고 아들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사주고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 나무라지 않았고 대신 이렇게 말하곤 했다.“괜찮아. 네가 무슨 일을 해도 엄마가 다 해결해 줄게.”김희자는 지금까지 아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든 그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에 항상 자신만만했다.그녀는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아직 지훈이는 어리니까 지금은 그냥 아낌없이 사랑해 주면 돼.’무슨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건 백지훈이 크면 자연히 알게 될 거라고 여겼다.그녀는 설령 알지 못한다고 해도 어른이 된 후에 차근차근 대화하며 가르치면 늦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지금 그녀의 아들은 한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앞으로 지팡이 없으면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했기에 그 생각을 하면 김희자는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그녀는 이 모든 것이 진나비 탓이라 확신하며 분노로 치를 떨었다.김희자는 세 여성을 자기 아들 앞에 무릎 꿇게 하려고 끝없는 분노를 참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이곳에서 세 명의
식당 밖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놀란 눈빛으로 속삭였다.“저 여자는... 가수 진나비 아냐?”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자신에게 불똥이 튈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호텔 로비 매니저도 진나비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전날 밤에도 진나비가 묵던 방에 문제가 생겼던 것을 기억하며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왜 이렇게 시끄러운 일이 끊이지 않는 거야.’진나비는 김희자의 말을 듣자 화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거짓말하지 마세요. 난 당신 아들이 누군지도 몰라요.”김희자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네가 내 아들을 모른다고? 네가 아니었다면 내 아들이 다리 두 개가 부러지고 지금 혼수상태에 빠질 일이 있었겠어?”그녀는 진나비를 향해 매섭게 외쳤다.“여봐라. 당장 이 년을 끌고 가서 내 아들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만들어!”김희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부하들은 진나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잠깐만요!”하지원이 다급히 외쳤다.‘나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예천우 씨가 엄청 화를 내실 거야.’“당신들은 이 여자가 누군지 알기나 해요? 감히 우리 나비한테 왜 이러시는 거죠?”김희자는 하지원을 비웃으며 말했다.“누군데? 그냥 연예인일 뿐이잖아. 우리 백씨 가문 안중에는 연예인의 신분은 단지 벌레일 뿐이야.”그러자 하지원은 단호하게 말했다.“나비는 용왕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고요. 용왕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용문의 용왕이에요!”잔뜩 화가 난 김희자는 비웃으며 말했다.“난 용왕이고 뭐고 관심 없어. 내 아들을 다치게 했다면 누구든 죽여버릴 거야. 그놈이 용왕이라도 마찬가지야!”하지만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흑호는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흑호는 김희자와 달리 용왕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말했다.“사모님, 용왕이라면...”“용왕이 뭐가 어때서? 너까지 겁먹는 거야? 용왕이라는 사람이 정말로 대단하다면 이런 사람들과 엮일 리 없잖아!”김희자는 차가운
김희자가 일행과 함께 식당에 도착했을 때 진나비 일행은 이미 그들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희자의 말을 들은 순간 세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위압감 넘치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공포를 느꼈다.하지원은 급히 말했다.“나비야, 빨리 예천우 씨한테 연락해!”“근데 바로 천우 오빠 이름을 먼저 말해볼까? 괜히 오빠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진나비는 예천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안 돼! 빨리 전화해. 저 여자를 좀 봐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이잖아. 단순히 이름만으로 안 통할 수도 있어. 게다가 만약 저 사람들이 용왕이라는 이름을 모른다면 어떻게 할 거야? 저 정도로 흉악한 사람들이라면 큰일 날 수도 있다고.”하지원은 서둘러 말했고 진나비도 그 말에 동의했다. 예천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진나비는 곧바로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예천우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듣지 못했다.왜냐하면 임완유가 아침에 어제와 같은 면 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예천우는 임완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재빨리 요리를 하고 있었다.임완유는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식당 근처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예천우가 면 요리를 완성하고 나서야 전화가 울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전화를 확인한 그는 바로 받았다.“천우 오빠, 지금 호텔 3층 식당에 있어요! 갑자기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식당을 비우고 우리만 남겨두고 있어요. 뭔가 위험할 것 같아요.”진나비는 다급히 말했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짝하고 뺨을 치는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렸다.김희자는 거칠게 진나비의 뺨을 내리치자 진나비는 순간 멍해졌고 얼굴 한쪽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그녀가 들고 있던 휴대폰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당신 뭐 하는 거예요! 왜 사람을 때려요!”장미나와 하지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들어보니 어떤 여자 연예인 때문이라고 했다.‘비록 무슨 상황인지 잘 몰라도 이 진나비라하는 년은 이제 죽었어. 아무리 인기 있는 스타라도 우리 백가의 몇십조 자산 앞에서는 먼지에 불과해.’화가 난 김희자는 이를 악물며 휴대폰을 꺼내 들고 명령을 내렸다.“흑호야, 지금 바로 조사에 들어가. 내일 아침까지 진나비가 어디에 사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네 놈들도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이어 김희자는 영상을 하나 전송하며 말했다.“그리고 이 영상을 확인해.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야 해.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나비의 위치를 알아내는 거야!”‘진나비를 찾아내야만 우리 지훈이를 해친 그 자식을 잡을 수 있겠지.’흑호는 명령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김희자가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렇게 사람을 찾는 건 드문 일이었기에 그는 즉시 명령을 실행에 옮겼다.흑호는 동성에서 악명 높은 흑호파의 두목이었다. 흑호파가 동성 지하세력 중에서 막강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뒤에서 백씨 가문이라는 대단한 세력이 받쳐줬기 때문이었다.진나비라는 이름까지 알았기에 그녀가 사는 곳을 찾는 건 흑호파에게 있어서 식은죽 먹기였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진나비가 묵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 번호까지 알아냈다.다음 날 아침, 김희자는 흑호와 그의 부하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호텔로 향했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내 아들을 다치게 한 자들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겠다.”이때 진나비, 하지원, 장미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회사 설립을 위해 일찍 일어나 있었다.특히 하지원은 회사 설립에 대한 모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동분서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아침 7시쯤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해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며 일정을 논의했다.“나비야, 넌 밖에 잘 나다니지 말고 회사에 대한 비전 같은 걸 준비하는 데 집중해.” “알겠어.”하지만 이때, 레스토랑 문이 열리며 김희자와 흑호 일당이 들어섰다. 김희자는 화려한
“왜 그래? 맛없어?”임완유의 이상한 반응에 예천우가 살짝 당황했다. ‘설마 내 요리 실력이 이렇게 퇴보했을 리는 없는데... 울 정도로 맛이 없는 거야?’“아니야! 맛있어. 너무 맛있어서 그래.”임완유가 울먹이며 말하자 예천우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맛있으면 천천히 먹어. 그렇게 급하게 먹을 필요 없어. 난 네가 맛없어서 우는 줄 알았잖아.”그 말에 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지 마. 먹다가 뿜을 뻔했잖아.”임완유가 웃자 마치 방 안에 꽃이 만개하는 듯 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예천우는 그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왜 멍하니 보고 있어?”“널 보고 있지.”“쳇. 거짓말쟁이.”임완유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다시 몇 가닥 국수를 집어 먹다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예전에도 자주 면 요리했어?”“자주까진 아니야. 다른 요리도 했지.”“다른 요리도 할 줄 알아?”“당연하지. 난 요리뿐만 아니라 레이싱, 서예, 점술도 할 줄 알아.”“진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걸 다 배웠어?”예전 같으면 임완유는 절대 그의 말을 믿지 않겠지만 지금은 아예 달랐다.“하하. 농담이야.”비록 사실이었지만 예천우는 자신이 너무 완벽해 보이면 임완유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가볍게 넘겼다.“또 날 속이는 거야? 정말 못됐어.”임완유는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었지만 면 요리를 먹으며 입가에는 달콤한 미소가 떠올랐다.식사를 마친 후 예천우는 웃으며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배도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일을 해볼까?”임완유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이번에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오늘 밤에는... 뭐든 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해줄게.” “뭐든 다 해준다고? 정말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되는 거야?”예천우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들은 아직 다른 많은 자세를 시도해 보지 못했다.“왜 알면서도 묻는 거야. 싫으면 관둬.”임완유는 그의 품을 살짝 벗어
“늦게까지 일했는데... 배고프지 않아?”예천우가 물었다. “괜찮아. 아직 별로 배고프지 않아.”하지만 임완유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안 배고프다니. 거짓말 하지 마. 자, 나랑 야식 먹으러 가자.”“너무 늦었어. 그냥 배달 음식을 시켜 먹자.”임완유는 이 근처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음식을 먹으려면 멀리 가야 하거나 차를 타야 하는데 그러면 내일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신경이 쓰였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배달 음식도 괜찮긴 하지만 자주 먹는 건 별로야. 밖에 나가기 시끄럽다면 잠시만 기다려. 내가 금방 다녀올게.”예천우는 말하면서 바로 집을 나섰다.집 근처에 작은 마트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서 면 같은 걸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빠르게 움직인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에 도착했고 예천우는 필요한 것들을 금방 골랐다.계란, 면, 조미료, 간장만 샀다. 하지만 마트 주인은 예천우의 잘생긴 외모에 눈이 반짝였고 서비스로 신선한 채소를 조금 건네줬다.임완유는 예천우가 물건을 들고 집에 돌아오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뭐야? 설마 직접 요리하겠다는 거야?”“맞아. 내 요리 실력을 한번 보여줄게.”예천우는 싱크대를 살펴봤고 낮에 가스가 연결된 걸 확인한 기억이 났다.“너 요리할 줄도 알아?”임완유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면 요리 정도는 간단하니까 별로 어려울 건 없겠지. 설령 맛이 없어도 참고 맛있게 먹어야겠네.’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예천우 지금의 신분으로 직접 면을 끓여주겠다는 것 만으로도 임완유는 몹시 행복했다.“조금만 기다려 보면 알거야.”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요리를 시작했고 그의 동작은 매끄럽고 능숙했다. 계란를 손쉽게 풀어 면발에 고르게 섞고 빠르게 준비한 재료를 넣어 조리했다.그가 만든 건 채소와 계란을 넣은 간단한 국수였다.시작부터 요리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
장미나는 얼굴 가득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앞으로는 더 이상 누구도 나비 언니를 괴롭힐 수 없어. 우리도 이제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돈도 이미 계좌로 입금되었으니 이제 모든 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좋은 회사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하지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 비천 엔터테인먼트 어때?”“비천?”진나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하필 비천이에요?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이야?”하지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하늘로 날아오르겠다는 뜻도 있지. 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뜻도 있어.”진나비는 살짝 멍해졌지만 즉시 하지원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지었다.“이제 알겠네요. 비는 나비 언니 이름 중의 비자네요. 천은 예천우 씨의 천에서 따온 거네요. 언니와 예천우 씨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거네요. 게다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도 담겨 있어서 의미가 두 배로 좋네요!”진나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와, 정말 멋진 이름이네! 우리 이름이 합쳐졌다는 게 너무 좋아! 이 이름으로 회사를 만드는 일은 지원 언니한테 맡길게요.”“걱정하지 마. 이런 시끄러운 일은 내가 다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안아도 돼. 미나야, 네가 도와줘야 할 일도 좀 있을 거야.”하지원은 진나비의 믿음을 느꼈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비가 이렇게 날 믿고 있으니 난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만약 흑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바로 이 돈을 가지고 사라졌을 것이지만 하지원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원은 진나비와 장미나와 각별한 사이였기에 절대 그녀들을 배신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예천우의 위엄을 직접 목격한 그녀는 그가 자신의 투자금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예천우 씨는 내가 감히 돈을 손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비가 돈을 나에게 맡길 거라는 것도 이미 예상했을 테지.’하지원은 마음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