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검은 차 옆에 다가가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차 안에는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는 어깨가 드러난 채로 상의를 느슨하게 입고 있었다. 전체적인 태도는 거만하고 무례했으며 얼굴에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가득했다.“야, 네가 어떤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어?”차 안에 앉아 있던 백지훈이 말을 걸었다. 그의 손에는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고 그 표정에는 악의가 서려 있었다.“모르겠는데.”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무슨 잘못인지 설명하지 않았으니까.“모른다고?”차에서 내린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거냐?”예천우를 불렀던 남자가 차갑게 예천우를 욕했다. 백지훈의 지시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예천우를 쥐어패고 싶었다.그런 그의 태도에 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고 차갑게 대꾸했다.“할 말 있으면 빨리해. 난 여기서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으니까.”“이 자식 봐라. 어디서 감히 이렇게 거만하게 굴어?”그 남자는 화를 내며 예천우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하지만 차 안의 남자가 손을 들어 저지했다. “잠깐 가만히 둬 봐. 저 녀석 표정을 보니 진짜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그러게요. 지훈 도련님도 모르다니. 이 녀석은 정말 겁도 없는 모양입니다.”주변에 있던 다른 남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지훈 도련님?”예천우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설마 동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백씨 가문의 자제란 말인가? 하지만 난 백씨 가문과 원한을 쌓은 적도 없잖아?’그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 남자들은 더욱 크게 웃었다. “봐라! 이 자식은 지훈 도련님이 누군지도 몰라. 그냥 멍청한 놈 아니야?”백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내가 이런 하찮은 놈 때문에 직접 나섰다는 게 웃기네. 이건 완전히 시간 낭비야.’그는 더 이상 설명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듯 차갑게 명령했다.“저 녀석 팔다리를 부러뜨려. 평생
‘잠깐, 혹시 천상 그룹 때문인가?’예천우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자신이 남궁상민과 엮였을 가능성을 떠올렸다.“아직도 생각하는 거야?”백지훈은 비웃으며 말했다. “좋아. 여기까지 말해줬으니 좀 더 명확히 알려주지. 잘 생각해 봐. 네가 방금 뭘 했는지 말이야!”“진나비?”예천우는 문득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혹시 여자 문제 때문인가?’“오. 드디어 조금은 머리가 돌아가네. 하지만 이미 늦었어. 상민 형님께서 오늘 밤에 널 반드시 없애버리라고 말씀하셨어. 이제 넌 후회할 기회도 없을 거야.”백지훈은 손을 들어 차갑게 명령했다. “죽여!”“잠깐만!”예천우는 다시 손을 들어 제지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가 자신에게 이렇게 많은 정보를 흘린 만큼 그도 이번에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남궁 가문을 위해 날 없애겠다고? 그게 정말이야?”“당연하지. 아니면 우리가 여기서 시간 낭비하는 이유가 뭐겠냐?”“내가 충고 하나 하지. 생각을 바꾸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도 그 결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야.”“하하, 웃겨 죽겠네. 네가 누구라고 그런 협박을 하는 거야? 겨우 몇 마디 말로 감히 날 협박을 하다니. 이제 보니 살려둘 필요도 없겠군. 저 새끼를 데려가서 바로 바다에 던져라.”백지훈은 자신의 신분으로 이런 하찮은 인생 하나 제거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태도로 명령을 내렸다.예천우의 눈에 분노가 서렸고 그는 차갑게 그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죽고 싶다면 덤벼봐.”“이 자식이 죽고 싶나 보네!”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격분하며 움직였다. 그중 한 남자는 손에 든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예천우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그가 사용하는 나무 몽둥이는 백지훈이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만약 제대로 한 방 맞는다면 머리가 깨지고 반쯤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예천우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 몽둥이가 머리에 닿기 직전에 손을 뻗어 몽둥이를 붙잡았다.그러자 몽
“쿵, 쿵...”사람들이 예천우한테 흉악하게 달려들자 곧이어 연속적인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자세히 보니 모두가 예천우를 에워싸며 달려들었는데 그들은 모두 땅에 쓰러져 얼굴을 감싸며 비명 지르고 있었다.그 짧은 시간 동안, 예천우는 손에 든 몽둥이로 순식간에 그들을 모두 쓰러뜨린 것이다.몇몇은 다리 두 개가 모두 부러졌고 다른 사람들은 다행히 한 쪽 다리만 부러졌다.그 모습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이렇게 싸움을 잘할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아예 예천우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고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백지훈의 눈에는 놀라움이 묻어 있었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분노와 악의가 담겨 있었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네가 무술 실력이 이렇게 뛰어난 줄은 몰랐어. 그래서 그런 식으로 뻔뻔하게 굴었던 거네!”“내가 뻔뻔하다고? 뻔뻔한 건 너희들이잖아.”예천우는 차분하게 대답하며 손에 들었던 몽둥이를 몇 번 휘둘렀다. 그 덕분에 그는 화가 조금 누그러들었다.“흥. 이렇게 나대는 꼴을 보아하니 네가 무술을 좀 잘하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백양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하지만 넌 너무 순진해. 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 한다고 해도 내가 너를 죽이는 방법은 백 가지가 넘어.”“정말? 그럼 한 번 보여줘. 어떤 백 가지 방법인지 너무 궁금하네.”예천우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백양은 고개를 저으며 비웃었다.“너만 무술을 하는 줄 알아? 아인아, 내려가서 저 자식한테 진짜 무술 고수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 다만 한 번 목숨만 살려둬. 내 사람을 다치게 한 대가를 천천히 갚게 해.”“알겠습니다. 지훈 도련님!”그러자 한 남자가 차량에서 내려왔다. 아인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튼튼한 근육을 자랑하며 위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딱 봐도 대단히 위협적인 무술 고수였다.아인이 다가오자 예천우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이었다.사실 아인은 무
이때 예천우는 비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어디서 튀어나온 병신 새끼들이 감히 내가 눈앞에 있는데도 이따위로 떠들어 대다니. 죽고 싶어?”예천우의 말에 모두가 분노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결국 지금 이 상황에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그런데 그 순간 정말 한 멍청이가 나타났다. 아까 다친 백지훈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건방진 새끼! 넌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백지훈이지. 아까 말했잖아.”예천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답했다.백지훈은 말문이 막혔고 버럭 화를 냈다.“그러면 넌 내가 어느 가문 사람인지도 알겠지? 성이 백씨이면 백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예천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이 자식이 머리를 다쳤나.’백지훈은 자신의 말을 더 명확히 하려고 다시 입을 열었다.“내 말뜻은 백씨 가문은 단순한 집안이 아니라는 거야. 동성 4대 가문 중 하나지. 난 그런 백씨 가문의 후계자라고!”백지훈의 말을 듣고 예천우에게 다리 하나를 부러뜨리고 쓰러져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이건 지훈 도련님한테 아첨할 좋은 기회야.’그래서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맞아. 지훈 도련님은 백 회장님과 사모님의 귀한 아들이야. 네가 감히 도련님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무술을 잘한다고 해도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해. 그러면 아마 지훈 도련님께서 너에게 기회를 줄지도 몰라.”예천우는 잠시 멈칫했다.‘이 자식은 꽤 운이 좋았네. 다리가 하나만 부러졌으니 말이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네.’다른 사람들은 예천우가 잠시 멈칫한 모습을 보고 이제야 백지훈의 신분을 깨달은 것 같아 예천우가 두려워하며 후회하는 줄 알았다.사람들은 백지훈에게 잘 보일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모두 예천우한테 뭐라 하려고 했다.그리고 다음 순간, 한 남자가 처참하게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운 표
“너, 너 뭐 할 거야?”백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두려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뭐 할 거냐고? 방금 내게 뭐라 했는지 안 들었어? 네가 내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했잖아. 난 네 두 다리만 뺏을 뿐인데... 이 정도는 과한 거 아니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안, 안 돼!”백지훈은 급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나를 놔주면 방금 일어난 일은 모두 없던 일로 하고 다 용서해 줄게. 하지만 만약 나를 건드리면 백씨 가문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백씨 가문의 힘으로 네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 죽을 운명이야.”“네가 나를 위협하는 거야?”예천우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말했다.“아니, 위협이 아니라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야.”백지훈은 예천우의 태도에 진심으로 두려워하며 사정없이 구걸했다. 일단 오늘만 넘기면 나중에 어떻게든 그를 죽일 방법은 많다고 생각했다.“이 태도는 괜찮은데 아쉽게도 너무 늦었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다가갔다.“네가 감히!”백지훈은 더욱 급해졌다.“넌 내게 손대면 끝이야! 너 오늘 한 번이라도 날 해치면 백씨 가문은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바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백지훈을 내리쳤다.그 속도는 너무 빨라서 백지훈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쿵!”“으악!”백지훈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땅에 그대로 떨어졌다. 그 통증은 그의 뼈를 찢어버릴 듯이 아팠고 백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굴욕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후회할 거야! 너는 꼭 후회하게 될 거야!”“병신 새끼.”예천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다가가서 백지훈의 다른 무릎에 힘껏 발을 내리쳤다.“으악!”백지훈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이번엔 오른쪽 무릎의 뼈가 완전히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더 무서운 것은 예천우가 발꿈치를 그의 다리 위에서 돌리고 있었다.“너.
“확실히 있기는 있어.”백지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남궁상민이 진나비를 계속 쫓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어. 지금은 매우 화가 난 상태라 아마 진나비가 있는 호텔로 갔을 거야.”“뭐라고?”예천우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백지훈은 예천우가 다시 손을 뻗을까 봐 두려워하며 급히 말했다.“내가 아는 건 다 말했으니까 이제는 날 때리지 마. 게다가 내가 한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야. 호텔 위치도 내가 남궁상민에게 알려줬거든. 지금쯤이면 남궁상민은 아마 호텔에 있을 거야.”백지훈은 예천우가 돌아서지 않기를 바랐고 그의 말을 듣고 그가 격분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백지훈은 예천우를 그저 남궁상민에게 따돌리는 방식으로 이 일을 끝내려 했다.예천우는 얼음 같은 표정으로 백지훈을 바라보았고 곧바로 물었다.“어느 호텔이야? 그리고 방 번호는?”백지훈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 호텔은 마침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진나비가 다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넌 아주 처참하게 죽을 거야.”예천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백지훈에게 한 발을 강하게 차서 그를 밀어냈다. 백지훈은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땅에 쓰러졌다. 그 순간, 그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예천우는 백지훈을 기절시키고는 곧바로 호텔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긴장이 맴돌았다. 그가 진나비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진나비는 그를 몇 번 도와준 일이 있었고 그런 일들이 그에게 무언가 감정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차라리 오늘 야식을 함께 먹자는 나비를 거절하지 말아야 했어. 내가 함께 먹자고만 했다면 적어도 오늘 밤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잖아. 남궁상민도 나비한테 손을 쓸 기회조차 없을 거고.’연습실에서 공연이 끝난 후, 장미나는 예천우를 찾지 못했고 결국 진나비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그녀는 번호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곧바로 동성을 떠나기로 했다. 진나
그러자 남궁상민은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졌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 대표, 이게 무슨 뜻이야? 왜 나를 짐승 취급이라도 하는 거야?” 그 순간 하지원은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급히 말했다.“별말씀을요... 다만 지금 나비가 입고 있는 옷이 너무 격식에 맞지 않아서 남자가 이 방에 들어오는 게 살짝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그래? 어디 한번 보자. 얼마나 격식에 맞지 않은지.”남궁상민은 전혀 하지원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러자 왕철수가 급히 말했다.“상민 도련님, 그러면 저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할 일이 있어서 방해하지 않을게요.”“그래.”남궁상민은 돌아보지도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하지원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고 그녀도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그 뒤의 경호원은 문을 닫고 심지어 바로 문을 잠그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문 앞에서 나는 소리에, 진나비와 장미나는 얼굴이 굳어졌다. 남궁상민이 정말로 이렇게 빨리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비 언니, 이제 어떻게 할까요?”장미나는 급하게 물었다.“급하지 말고 일단 남궁상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봐. 사람도 이렇게 많은데 아무리 남궁상민이라도 함부로 뭘 하겠어?”진나비는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장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남궁상민은 진나비가 옷을 갈아입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진나비와 장미나는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다. 그러자 남궁상민은 웃으며 말했다.“하 대표, 이게 바로 네가 말한 격식에 맞지 않는 모습이야?”그러자 하지원은 급히 다가와 말했다.“아마 이제 옷은 갈아입었겠죠. 그런데 상민 도련님, 여기는 어떤 일로 오셨어요?”“흥!”“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너희들이 모를 리 없겠지?”남궁상민은 차갑게 되물었다.진나비는 입을 열려고 했으나 무언가 말을 하려던 참에 하지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상민 도련님,
“그게 정말 사실이에요?”하지원은 그가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슈퍼 집안의 사람들은 보통 연예인을 아내로 맞이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다.남궁상민은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물론이지!”그는 마음속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단 하지원을 속여서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고 했다.그러자 하지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렇다면 나비는 살짝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남궁 가문이 진짜로 나비를 받아들일까요?”“내가 약속했으니 당연히 문제없을 거야. 나비야, 넌 어떻게 생각해?”남궁상민이 물었다.진나비는 잠시 멈칫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하지원이 입을 열려던 찰나 남궁상민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넌 좀 입 다물고 있어!”그는 하지원과 대화하면서 진나비의 표정을 계속 주의 깊게 살펴봤고 그 표정이 너무 어색하다는 걸 느꼈다.게다가 왕철수에게 들었던 소식도 있고 오늘 진나비가 그 남자와 함께 노래를 부른 상황까지 알고 있었다.진나비는 몹시 당황했다.“저, 저는...”“그럼 방금 하 대표의 말이 전부 나를 속이려고 했던 거야?”남궁상민이 차갑게 묻자 진나비는 얼굴이 굳어졌다.진나비는 더 이상 남궁상민을 속이는 것도 단지 일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현실에 직면할 날이 오기 때문이다.“도련님, 우리는 안 될 것 같아요. 포기하세요. 그리고 저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좋아하는 사람?”남궁상민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고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오늘 너랑 노래를 부른 그 새끼 맞지?”그가 왕철수에게 물어본 결과 오늘 행운의 관객은 사실은 진나비가 미리 지정한 관객이라는 걸 알았다.그리고 그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계속 속삭였고 아주 친밀해 보였다.진나비는 예천우와 함께 있을 때 너무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은 연기가 아닌 한 사람을 좋아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오늘 진나비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남궁상민도 자신이 어쩌면 속았을 수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