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예흥찬이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지다니! 예씨 가문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소리를 질러댔다. “엄진우! 대체 어르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물건 돌려받은 것뿐이야.”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영감탱이는 워낙 천인오쇄를 앓고 있었어.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그러니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아, 맞다. 참고로 이 영감 말이야. 두 시간은 더 살 수 있어. 그러니 알아서 살리든가.” 엄진우는 뒤돌아 바로 떠나려고 했다. “잠깐만! 엄진우!” 예흥찬은 피를 토하며 엄진우를 불렀지만 엄진우는 홀연히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 저놈 저거 일부러 말 심하게 하는 거예요!” “그래요! 일부러 우릴 겁주려고 저러는 게 분명해요! 아버지 올해 건강검진 결과가 얼마나 좋은데요.” 예씨 형제는 애써 예흥찬을 위로했다. 하지만 예흥찬은 이미 사색이 되어버렸다. 예흥찬의 건강은 예흥찬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연명침이 몸에서 빠지고 나니 그의 몸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이미 죽음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으로 가! 돈이 얼마 들던 가장 비싼 전문의를 찾아 나부터 살려!” 예흥찬은 오직 살자는 생각에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예흥찬의 제어를 잃은 모습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히 대답했다. “예!” 이내 예흥찬은 창해시에서 가장 좋은 사립병원으로 옮겨져 해외 전문가의 진찰을 받기 시작했다. 그 사이 예흥찬은 여러 번 피를 토했다. 심지어 예씨 형제도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설마 정말 이대로 죽는 걸까? “어르신, 건강 상태가 최악입니다.” 해외 전문가가 유창하게 말했다. “신체 각 기관의 쇠약은 거의 놀라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그래서 살릴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예흥찬은 조급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안심하세요. 우리는 프롭니다.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그
예흥찬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소리를 질러댔다. “이제 한 시간 남았어! 엄진우를 찾아서 연명침만 얻는다면 난 살 수 있어!” 예씨 가문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큰 창해시에서 그놈을 어떻게 찾아요?” “상관없다! 땅을 파서라도 찾아! 아니면 난 내 유산을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할지언정 너희들에겐 한 푼도 남기지 않을 거야!” 예흥찬은 유산으로 그들을 압박했다. “그래요. 당장 찾아올게요.” 그제야 예씨 가문 사람들은 덜컥 겁에 질려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진우의 행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예우림이다. 하지만 예우림은 앞으로 24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모든 인맥을 이용해 창해시에서 대대적으로 그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한 시간도 지났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엄진우는 집에도 없고, 회사에도 없고, 그렇다고 길에도 없었다. 엄진우의 동료들도 그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했고 예우림도 회사에 있지 않아 엄진우를 찾는 일은 그야말로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웠다. 예씨 저택. 여태 소식을 받지 못한 예흥찬은 이미 온몸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침대에 누워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절망이 점점 다가왔다. “난 정말 여기까지인가.” 예흥찬은 승복할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저 엄진우의 말을 들어줬을걸, 사과하고 돈을 돌려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체면이 목숨보다 더 중하단 말인가? 죽음을 앞둔 예흥찬은 그제야 돈과 체면은 목숨 앞에서 부질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쉽게도 후회 약은 없어...” 후회하고 있는 그때, 예정국이 다급히 달려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버지, 드디어 엄진우의 행방을 찾았어요!” “예우림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 양명산 정상으로 올라가 엄진우를 찾으라네요!” 그 말에 예흥찬은 기사회생하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빨리! 양명산으로 가자
엄진우는 예흥찬을 무덤덤하게 흘겨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면서요?” 초라할 대로 초라해진 예흥찬은 더는 체면을 차릴 겨를도 없이 자세를 낮추고 말했다.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엄진우, 제발 나에게 연명침을 놓아 줘. 나 곧 죽을 것 같아... 난 죽음이 무서워.” “당신은 안 죽어요. 난 이 산 전체에 결계를 쳤어요. 이 산에 있는 한 당신은 죽지 않아요. 아니면 어떻게 여태 살아있겠어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린 채 싸늘하게 말했다. 예흥찬은 멈칫하더니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하긴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이치대로라면 그는 이미 죽었어야 한다. “요구는 세 가지가 있어요. 하나라도 거절하면 난 당신에게 연명침을 줄 생각이 없어요.”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첫 번째, 돈을 갚은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이 사건을 신문에 올리세요.” 예흥찬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그래, 나와 정명이, 그리고 전체 예씨 가문이 함께 사과할 거야.” “두 번째, 지성그룹에서 빼돌린 돈을 전부 돌려놓으세요.” 여기까지 들은 예씨 가문 사람들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강도짓이나 다름없어!” 어렵게 지성그룹에서 돈을 빼냈는데 도로 뱉으라니, 살을 베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예흥찬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말했다. “그 돈의 대부분은 이미 해외 계좌로 옮겨져서 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어!”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역시 늙은 여우다. 공금을 빼돌린 지 겨우 며칠도 안 됐는데 이미 해외로 옮겼다니.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데요?” “고작 5분의 1도 안 남았어...” “당장 돌려놓으세요!” 엄진우가 명령했다. “그래--” 예흥찬은 잔뜩 풀이 죽어 대답했다. 갑자기 큰돈을 내놓게 생겼으니 예씨 가문은 앞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게 뻔하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 잘 들어요. 예씨 가문은 더는 예우림의 혼사에 개입하지 마세요. 그 여자 평생에 허락된
비담 컴퍼니. “엄 대표님, 전에 소동을 피웠던 노동자들이 회사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기자들까지 함께 왔더라고요. 우리 회사와 엄 대표님의 정의를 제대로 홍보하겠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아, 그리고 수십 개의 패넌트와 꽃바구니, 과일바구니까지 가득해요.” 보안팀장이 흥미진진하게 보고를 올렸다. 그리고 회사 전체 분위기도 아주 즐거웠다. 그들은 그날 그 일이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전에 엄진우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던 몇몇 임원들도 그의 배짱과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엄 대표님 이번에 정말 큰일 하셨네요.” “위기를 극복한 것도 모자라 회사 이미지까지 제대로 빛냈어요. 이건 수억 원을 들여 회사를 홍보하는 것보다 더 효과 있는 일이죠.” 소지안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모두의 상사가 될 수 있었던 거겠죠. 엄 대표님 실력을 이젠 인정할 수 있겠어요? 앞으로 제대로 믿고 따를 건가요?” “네!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늘 그랬듯 덤덤하고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그냥 가라고 하세요. 전 그 어떤 인터뷰도 받을 생각이 없어요. 그들을 도운 건 홍보의 목적이 아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겁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네? 이렇게 좋은 홍보의 기회를 놓치시겠다고요?” 소지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이렇게 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지금 전 국민이 예씨 가문의 사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건의 주도자로 노동자들의 밀린 임금을 받아준 장본인은 정작 뒤로 물러섰죠. 이거야말로 언론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사 소재예요!” 그제야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분분히 엄진우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 회의가 끝난 후. 소지안은 엄진우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에 털썩 앉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번 일 너무 잘 해냈는데요? 나도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은 생각
전화를 받자마자. “엄진우, 나 지금 회사 다 왔으니까 당장 내려와!”헐! 엄진우는 소름이 돋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예우림이 직접 찾아왔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엄진우와 소지안은 예우림을 맞이하기 위해 다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녀는 여느때 처럼 엉덩이를 감싼 오피스룩에 위에는 하얀 오프숄터 민소매를 입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담 컴퍼니 직원들은 하나같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저 여자가 우리 본사 지성그룹의 대표 예우림이야? 명실상부한 미인이네!” “와, 저 몸매, 나 진짜 10년을 봐도 질리지 않겠다.” “10년이 다 뭐야. 한 번만 가질 수 있다면 난 50년을 적게 살아도 좋아.” 직원들이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강렬한 아우라에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대표님!” “우림아!” 엄진우와 소지안이 그녀를 부르자 예우림은 입꼬리를 올린 채 미소를 지었다. “엄진우, 우리 엄 대표 아주 제대로 컸네? 내 호출도 무시해? 이러다 혼자 회사라도 차리겠다?” 엄진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히 말했다. “그럴 리가. 소 비서님한테서 나도 방금 들었어. 지금 막 전화하려던...” “됐어, 내가 널 몰라? 쳇!” 예우림은 눈을 희번덕이더니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 지금 변명 들을 시간 없으니 그냥 입 닫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네가 이겼다. 입 다물게. 그러자 소지안은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역시 우림이가 와야 엄진우 씨 한 방에 다스릴 수 있어.” 예우림이 정색해서 말했다. “할 얘기 있어서 왔으니까 일단 사무실로 가. 나 한 시간 뒤에 출장 가야 하니까 빨리 끝내자고.” “그래. 다른 회사 임원도 소집해?” 엄진우가 엄숙하게 물었다. “필요 없어. 두 사람만 있으면 돼.” 사무실. 예우림은 엄진우의 자리에 앉아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이번 노동자들 임금 사건 조용히 알아봤는데 창해
“별장 한 채를 사려면 적어도 50년 치 월급이야. 만약 뒷돈을 받지 않았다면 그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예우림의 말에 소지안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제야 그녀의 말을 믿게 되었다. “내가 속았네.” 하긴, 요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니 그들을 공격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송광밖에 없었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이용해 지저분한 수단을 썻던 것이다. “이건 송광의 인적 사항인데 여기 놓고 갈게. 어떻게 상대할지는 두 사람이 결정해.” 예우림은 서류를 놓고 한마디 덧붙였다. “특히 너, 엄진우. 막무가내로 굴지 마! 송광은 단순한 건설청 부과장이 아니야. 그 뒤에는 놀라운 배후가 있다고. 그러니 절대 지나친 행동은 하지 마.” “걱정하지 말고 빨리 출장이나 가세요.” 엄진우는 가슴을 치며 활짝 웃었다. 떠나기 전 예우림은 단독으로 소지안에게 분부했다. “지안아, 내가 출장 나가 있는 동안 엄진우 잘 지켜보고 있어.” “걱정하지 마. 다른 여자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할게.” 소지안이 눈을 깜빡이며 말하자 예우림은 단번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여자는 무슨, 나 그거 말한 거 아니거든? 내 말은 엄진우는 당한 대로 꼭 갚아주는 성격이라 너무 일을 크게 벌리지 않게 네가 옆에서 좀 컨트롤하란 얘기야.” 소지안은 혀를 쏙 내밀며 말했다. “됐거든! 나 다 알아! 너 지금 진우 씨가 권력도 생겼으니 다른 여자한테 한눈팔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 예우림은 입을 한 번 오므리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소지안을 노려봤다. “지안이 너! 나한테 이럴 거야? 너 솔직하게 말해. 너도 엄진우 좋아하지?” 그 말에 소지안은 순간 뇌신경을 맞은 듯 우물쭈물해졌다. “내... 내가 언제! 얘는 진짜.” “흥! 내가 널 몰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난 다 알 수 있어.” 예우림은 콧방귀를 뀌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난 그냥 모른 척했을 뿐이야. 하긴 엄진우 괜찮은 남자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을 스타일이야. 그래서 난 다
“지안 씨가 미인계로 사우나 마사지사로 취직해 증거를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엄진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지안 씨 생각은 어때요? 지안 씨 정도면 사우나 하나쯤은 쉽게 접수할 수 있잖아요. 때가 되면 송광은 반드시 지안 씨를 지명할 거예요.” 예우림이 지나치게 하지 말라고 했으니 엄진우는 조용히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소지안이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진우 씨 바보예요? 프라다 스파의 사장이 설마 일반인이겠어요? 듣기론 성안 거물의 직계 가족이라고 하던데, 아마도 바로 날 알아볼걸요? 설사 내가 몰래 마사지사로 들어갔다고 해도 송광은 속일 수 없어요!” 그제야 엄진우는 얼마 전 창해시 비즈니스 파티에서 송광과 소지안이 얼굴을 본 적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소지안이 잠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잠입은 안 되지만 대신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요.” 소지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프라다 스파 말인데요. 여자 마사지사만 모집하는 게 아니던데...” 그녀는 엄진우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180센티미터에 상큼한 비주얼, 게다가 몸매까지 받쳐주니 사모님들이 아주 좋아 죽을걸요?” 엄진우는 흠칫하며 말했다. “헐! 설마 지금 나한테 마사지사로 들어가란 말이에요?” “어머! 빙고! 똑똑해요.” 소지안은 눈을 깜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위대한 미션은 다른 사람이 아닌 엄 대표님이 직접 하셔야겠어요.” 엄진우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결국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래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죠. 내가 갈 게요.” 잠입만 할 수 있다면 송광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긴다. 소지안은 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 “직접 총대를 메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아, 미리 말하는데 프라다 스파 여자 고객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화끈한 아주머니들이에요. 마음 단단히 먹어요.” “...” 엄진우는 마치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본 엄진우는 기세등등한 남자들의 표정에 애써 성질을 억눌렀다. 그래, 난 여기 잠입하러 온 거야. 조용히 있다 나갈 거니까 참아야 해. 결국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첫 출근이라 아는 게 없으니 선배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많이 감싸주십시오!” 말을 끝낸 엄진우는 허리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에 남자들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 낄낄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하고 싶다면 잘 들어. 앞으로 네 수입의 60%는 회사에 바치고 나머지 40%만 가져간다! 하지만 첫 두 달 동안 네가 버는 40%의 돈은 우리한테 적어도 절반은 바쳐야 해. 이건 모든 신입에게 적용되는 룰이야. 우리한테 잘한다면 앞으로 우린 친구다. 알겠나!” 엄진우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그럼요.” 사람이 있는 곳엔 룰이 있고 울타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작은 곳에도 여러 가지 암흑한 룰이 존재하고 심지어 상층부도 묵인하고 있었다. 물론 엄진우는 돈을 신경 쓰지 않기에 다 줘도 상관없다. 게다가 어쨌든 그는 여기서 하룻밤만 지낼 예정이기 때문에 일만 제대로 진행되길 바랐다. “좋아! 아주 쿨하네. 너처럼 쿨한 신입은 오랜만이야. 다들 처음에 우리한테 반항했다가 사흘은 출근하지 못할 정도로 얻어맞았어.” 남자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꽤 똑똑한 놈이라 얻어터질 걸 면했네.” “이젠 바지 내려.” 엄진우는 멈칫하다가 되물었다. “바지를요? 바지는 왜...” “벗으라면 벗어! 말 존나 많네. 처맞고 싶어?” 남자들은 사나운 표정으로 엄진우를 노려보았지만 엄진우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자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소리를 질러댔다. “금방 칭찬했더니 이 새끼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았나? 들어오기 전에 못 들었어? 여기서 바지 벗는 건 일상적인 일이야!”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 “일상적이라고요?” “신입, 그냥 벗어. 이것도 여기 룰이야. 누구나 한번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