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삽시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경찰청장님 옆에는 무도종사들이 지키고 있는 거 아니였어?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살해당하셨지?” “그 무도종사들 역시 살해당했습니다.” 부하의 떨리는 목소리에 조연설은 눈앞이 어지러워 이마를 짚고 말했다. “혈도가 그렇게 강했어?” “우리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혈도의 두목은 식칼이라고 불리는 자인데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지독한 인물입니다. 게다가 전에 성에서 모셔온 두 대종사를 혼자서 죽일 만큼 실력이 강하다고 합니다.” 노련한 집행청 대원들이 잇달아 말했다. “그렇다면 그자는 지금 어디있지?”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군사위성을 동원해 위치 추적해. 그 놈은 내가 직접 잡는다.” 그녀의 명령에 집행청 대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헐. 다른 집행청 직원들은 식칼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조연설은 오히려 상대를 잡겠다고 나서다니. “청장님, 식칼은 혈도의 두목입니다. 다시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혹은 시청에 도움을 청해서 군사를 움직여달라고 하세요. 아니면 우리끼리는...” 모두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창해시 집행청에는 고작 대원이 수백 명인데 그 중 무도종사가 스무 명을 초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혈도와 식칼에 맞선단 말인가. “하하.” 조연설은 싸늘하게 웃더니 팔짱을 끼고 말했다. “혈도에 겁을 먹은 거야?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생각해? 이번에 난 내 사사로운 힘을 움직일 거야. 조씨 가문의 열 명의 외강종사와 다섯 명의 내력종사, 즉 총 열다섯 명의 무도종사를 동원해서 그들을 상대한다.” 그 말에 대원들은 흥분에 겨워 환호를 질렀다. “열다섯 명이나요? 그렇게 많이 움직이신다면 저희는 두렵지 않습니다. 청장님을 따르겠습니다!” “창해시를 지키겠습니다!” 하지만 조연설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사실 조씨 가문의 무도종사를 움직인다는 건 그녀가 지어낸 말이다. 사실 그들에게 지원군은 없다. “
상대는 엄진우의 말을 무시한 채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잠갔다. 엄진우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하시는 거죠?” “질문이 너무 많아.” 상대는 바로 본색을 드러내고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비수를 꺼냈다. “영원히 입 다물게 해줄게.” 그리고 화장실에서는 잠시 격렬한 충돌 소리가 들려왔다. 3초 후, 엄진우는 화장실 문을 열었고 상대는 피범벅이 된 채 죽어버렸다. “귀찮아 죽겠네. 혈도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했을 뿐인데 굳이 죽으려고 덤비다니.” 감히 나한테 까불어? 누가 사냥감이고, 누가 사냥꾼인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 손을 깨끗이 씻은 후 화장실에서 나온 엄진우는 직원 구역에 찾아가 간식을 먹으며 공연을 감상했다. 이때 김종민이 잔뜩 신나서 그를 불렀다. “진우야, 오랜만이다?” “종민아, 정말 오랜만이네.” 엄진우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러자 상대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너 팀장으로 승진한 후 얼굴 보기 진짜 힘들다. 다들 너와 함께 일했던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어.” 엄진우가 제7팀으로 발령난 후 그는 기존 부서와 거리가 많이 멀어졌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다들 보고 싶어. 그래도 부서만 다를 뿐이니 가끔 모여서 한잔 하자고.”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몇 마디 수다를 떨었다. 이때 하얀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장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시 지기성이야!” 김종민이 감탄했다.“비주얼 좋지, 피아노도 잘 치지, 듣자하니 회사에 지기성을 짝사랑하는 여직원들이 그렇게 많대. 근데 재밌는 건 지기성이 소 비서님을 좋아한다는 거야. 전에 몇 번 고백했었는데 소 비서님이 아예 쌩깠대. 그러니 너 조심해. 너 평소에 소 비서님이랑 친하게 지냈잖아. 어쩌면 이미 널 벼르고 있을 지도 몰라.”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저런 놈이 있었어? 근데 피아노 실력이 너무 젬병이다. 오리 울음소리 같잖아.”
설마 행적을 들킨건가? 깜짝 놀란 식칼은 하마터면 공격을 개시할 뻔했다. 이때 옆에 있던 부하가 다급히 말했다. "보스, 직원들끼리 싸움이 난 것 같아요. 우리와 상관없습니다." 그제야 식칼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작전 개시 전에 이런 쇼도 볼 수 있다니, 재밌군. 가서 구경이나 하자고."엄진우와 지기성의 소란에 직원들은 당황했고 결국 예우림까지 출동했다. 엄진우에게 얻어터진 지기성의 모습에 예우림 옆에 있던 아티스트들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예우림 부대표님, 직원들끼리 치고 박고하는 게 귀사의 문화인가요?방금 전까지도 우리를 위해 나름다운 곡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단요. 피아니스트에게 손가락은 생명이란 걸 모르세요?"오늘 지성그룹에서는 거금을 들여 이 아티스트들을 섭외했고 그들은 지기성의 연주에 극찬을 보냈다. 그런데 잠재력있는 피아니스트가 저런 꼴을 당했다니, 그들은 참을 수 없었다. 예우림은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진우, 어떻게 된 거야."이때 김종민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부대표님, 지기성 씨가 먼저 진우를 모욕해서 얘도 화가 나서 그런 거에요." "말도 안되는 소리! 어찌됐든 먼저 손찌검을 한 사람의 잘못이에요!" 아티스트들은 잔뜩 흥분해서 분노를 표했다. "예우림 부대표님, 이거 제대로 설명하셔야 할 겁니다. 만약 이 손찌검을 한 직원을 감싸준다면 우리는 바로 강남문예계 동인에게 알려 지성그룹이 아티스트들을 무시하는 행위를 고발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지성그룹에서 열리는 그 어떤 이벤트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에도 지성그룹과의 친분을 단절하라고 통보하겠습니다." 예우림은 순간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렸다. 엄진우가 이유없이 사람을 폭행하지 않는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보나마나 지기성이 그의 금기를 건드렸을 것이다. 평소라면 그녀는 상사로서 이 일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하필 오늘 이렇게 많은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내 침을 튀기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건방진 놈, 사람을 다치게한 주제에 어찌나 당당한지.” “예우림 부대표님, 이런 직원을 뭐하러 회사에 둡니까? 귀사의 관리 능력과 직원 채용기준에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은 일제히 분노를 터뜨렸다. 예우림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엄진우를 노려보았다. 이 바보 대체 왜 이래? 이때 지기성도 엄진우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엄진우, 내 실력이 쓰레기라고? 너 지금 우리 문예계 선배님들의 안목을 모욕하는 거야?” “해고하세요!” “반드시 해고해야 합니다!” 그들은 마치 터진 화산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분노를 표출했다. 이때 한 노인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젊은이, 지기성의 연주가 쓰레기라면 자네는 피아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용국에서 절 능가할 수 있는 상대는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겁니다.” 엄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잠시 그대로 굳어지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헐, 다섯 손가락? 이 놈 이거 대낮부터 술을 처먹었나?” “뭐야, 알콜 중독자야?” “취해도 곱게 취할 것이지, 수준 떨어지게.”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건방진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두뇌 회로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이때 지기성은 사악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엄진우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좋아.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가졌다면 어디 한 번 연주해 봐. 모두가 네 실력을 인정한다면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 하지만 사람들이 네 연주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넌 당장 회사에서 꺼져. 그리고 영원히 지성그룹에 나타나지 마. 어때?” 이 계획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엄진우라는 눈엣가시만 쫓아내면 어쩌면 그에게도 소지안을 추구할 기회가 차려질 지도 모른다. 그 아름다운 여인을 곧 자기 침대에 올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기성은 기분이 잔뜩 좋아졌다. 이때 누군가 빈정대며 말했다. “
엄진우의 한마디 말은 모두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뭐하는 놈이기에 저렇게 건방져?” “진정한 실력자들은 저런 큰소리는 치지 않아요. 반대로 하찮은 인간들이 더 개 처럼짖기 좋아하는 거지.” “저 놈이 무엇을 연주하든 무조건 불합격을 외치는 겁니다. 지성그룹이 저런 놈을 반드시 해고해야 우리의 울분을 해소할 수 있어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 그때, 가자기 고급스러운 교향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쿵! 한 음표에 사람들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풍부한 감정, 능숙한 기술, 이건 분명 국제 거장의 스타트 수준이다. 사람들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이... 이건 우연이겠죠?” 심지어 지기성도 그 자리에 굳어져 놀라운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억지를 부렸다. “우연입니다. 저는 십여 년을 피아노를 쳤고 국내외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어요. 그런데도 저렇게 순수하고 고급스러운 스타트는 어렵다고요. 저 자식은 단지 고졸이고 피아노의 ‘피’자도 모르는 문외한인데 어떻게 그걸 마스터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건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이제 저 사원이 어떻게 추태를 부리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도 그의 스타트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있는 아티스트들도 그런 스타트는 절대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준도 없는 엄진우 같은 평사원이 그들을 압도하는 걸 죽어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의 빈정거림에 엄진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두 손으로 순백의 건반을 살짝 쓰다듬었다. 비록 그는 무표정했지만 그의 몸에서는 남다른 아우라가 풍겨져 나왔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느낌대로 연주를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을 스치는 모든 건반은 마치 생명을 불어넣은 듯이 생생하게 살아나 믿을 수 없는 천상의 소리를 표현했다. 사람들은 저도 몰래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경멸의 눈빛은 서서히 의아함과 놀라움으로 변해갔다. 이 교향곡은 그 어떤 거장의 작품에
“문예계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직업윤리를 지켜야 합니다. 만약 체면을 위해 천재의 공연을 부정한다면 이건 양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몇 몇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엄진우가 허세만 가득찬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실속이 꽉 찬 사람이라는 것에 놀라웠다. 이 순간, 그들은 진퇴양난에 놓아게 되었다. 흔들리는 모두의 모습에 지기성은 다급히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선배님들, 전체적인 상황을 우선으로 보세요! 저 놈이 얼마나 건방졌는지 여러분도 직접 보셨잖아요. 저런 놈이 음악계에 진출한다면 반드시 모두의 명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겁니다.” 사람은 항상 체면을 중요시한다. 조기성의 끈질긴 설득끝에 소수의 망설이던 사람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엄진우는 연주를 멈추고 입꼬리를 올렸다. “미안하지만, 방금 연주도 고작 쓰레기였어요. 그건 여러분을 위한 에피타이저같은 연주였죠. 지금부터 메인 요리가 들어가니 똑바로 들으세요.” 엄진우는 고개를 쳐들었는데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의 당당한 목소리에 뭔가 반박하려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아까는 온화하고 우아한 피아노 왕자였다면, 지금은 당당한 위풍을 풍기는 군주의 느낌이다. 천하를 지배하며 세상을 조망하다. 순간 장내는 숙연한 분위기로 가득찼다. 심지어 음악도 모르는 식칼조차도 가슴이 뛰고 온몸에 전율을 느꼈는데 뼛속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엄진우의 손이 다시 건반 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클래식 교향곡이 아니었다. 그의 연주는 품위가 넘치고 자유분방한데 마치 천군만마가 달려오는 것 같았다. 웅장하고 열정적이고 청운을 향해 비상하는 기분은 전장에서 말을 타고 적을 무찌르는 전사를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이 곡조는 설마... 유명한 서양 클래식 음악인 ‘블루 다뉴브 강’인가요?” “아니요. 이건 분명 ‘블루 다뉴브 강’을 베이스로 창조한 겁니다. 이건..
“똑같이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당신은 양심도 없어?” “그러니까. 이 ‘진왕파진곡’은 문외한이 들어도 넋을 잃을 정도야. 그런데 우리더러 바보인 척 하라고? 우습군.” 아티스트들은 마치 광대를 보는 듯한 눈길로 조기성을 바라봤다. 조기성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우물쭈물거렸다. “아까 약속했잖아요. 다들 이렇게 신용이 없는 사람들입니까?” 그러자 아티스트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다. “뭘 약속했나? 조기성 씨, 보는 눈도 많은데 말 조심하지? 아니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아!” “심성이 참 고약한 사람이군. 지성그룹에 당신을 해고하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기쁜 줄 알아야지 감히 어딜 기어올라!” 그 말에 조기성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이 아티스트들에게 완전히 화가 났다. 영감탱이들, 아까만해도 엄진우를 쫓아낸다더니 이제와서 얼굴을 바꿔? 저들에게 바라는 게 아니였어. 게다가 쫓아내기는 커녕 엄진우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이들은 하나같이 우르르 몰려들어 명함을 건넸다. “엄진우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엄진우 씨를 시장 최고 가격으로 우리 센터의 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엄진우 씨, 저는 음악학과 교수입니다. 만약 우리 학과에 오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등록금은 받지 않을 뿐더러 매년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드리겠습니다.” “엄진우 씨, 저는 해외 한 음악 그룹의 회장입니다. 만약 해외에서 오늘 연주하신 ‘진왕파진곡’을 다시 연주해 주신다면 보수는 최저 7자리수로 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달러로요.” 엄진우는 비록 보는 척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꿋꿋히 명함을 엄진우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런 천재와 가까워 질 수 있다면 그들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테니 말이다. 그들을 이용해 엄진우를 대처하라고?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여기까지 생각한 조기성은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예우림에게 다가갔다. “부대표님, 이미 알고계셨겠지만 사실 이사회의 조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시선은 이내 상대 남자에게 쏠렸다. 예우림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당신 누구야? 어느 부서지?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난 식칼.” 말을 끝낸 식칼은 번개같이 손을 써서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조기성의 목을 비틀었는데 순간 빨간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나왔다. “꺄악! 사라믈 죽였어!”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같은 시각, 수백 명의 수상한 검은 그림자가 이곳을 완전히 포위했다. “예우림, 조심해.” 엄진우는 재빨리 예우림을 먼저 감쌌다. “당신들 뭐야? 회사에 어떻게 들어왔어?” 예우림은 너무 놀라 온몸이 덜덜 떨렸다. 아까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눈앞에서 죽었다니, 누구라도 놀랐을 것이다. 조연설 말대로 혈도의 조직원들이 회사에 잠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가장 많이 모였을 때 자전을 개시했다는 건, 나쁜 의도가 분명하다. 만약 회사에서 싸운다면 엄진우는 그들을 막을 여력이 없기에 대규모 사상자가 나오게 될 것이다. “타깃이 나라면 나가서 한 판 붙지. 여기서 영웅 행세를 하는 것 비겁한 짓이야.” 엄진우는 일부러 상대의 정곡을 찌르려고 했지만 식칼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등을 구부린 채 신사답지만 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엄진우, 살인은 당신의 연주처럼 우아한게 아니야. 그런데 비겁하면 좀 어때? 우리 혈도는 원래 많이 비겁해서 말이야.”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식칼은 옆 사람의 머리통을 향해 권총을 쐈다. 순간 상대의 머리통은 풍선이 터지듯 터져버렸다. 모두가 살인 대상이 되자 어떤 사람은 비명을 지르고 또 어떤 사람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뒤늦게 도착한 보안팀도 혈도의 사람을 보고는 다리에 힘이 빠져버렸다. “엄마야! 혈도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에!” “월급쟁이가 굳이 생명을 걸 이유는 없어.” 그들은 하나같이 시체 옆에 살며시 누워버렸다. “죽고 싶구나?” 엄진우의 표정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는데 곧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