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육한정에게 보냈다.두 사람은 협상을 했다. 그리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였다. '우리 캐톡 추가할까?' 라고 물었던 게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업계 최고에 위치해 있는 육한정은 이런 어플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지 그저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날 저녁, 육한정은 바로 그녀를 추가하였다.도대체 뭘 한거지?손이 미쳤나?전송된 사진을 취소하려고 하였으나 취소기간은 벌써 지나버렸다.그녀의 멘탈이 붕괴되었다.여미령에게 톡으로 사진 몇 장을 받았다. “너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 변했는지 한번 체크하자. 최근에 빅토리아 스크릿에서 신상 파자마 나왔는거든. 이 참에 육한정 취향도 한 번 알아보고.”“이런 건 어때? 살짝 청순해 보이고.”“이거는 ?”“……”몇만 킬로메터 떨어져 있는 외국의 금융가의 최고가 오피스텔안 VIP회의실에는 파란색 명찰을 달고 있는 회사 간부들이 회의실 양쪽으로 앉아 있었다. 재무총괄 책임자는 이번 연도 매출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모두 숨을 죽이며 열심히 듣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자꾸 메인 센터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향했다.육한정은 핏이 딱 맞는 블랙 정장에 자켓 주머니에는 흰색 손수건이 보였다.앞머리를 위에 올려 그의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신중하게 자료를 읽는 그의 모습은 성공한 상업계 남자의 매력이다. 청아하고 고급스럽고 성숙하고 강인하다. VIP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띵'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울렸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육한정에게 몰렸다. 그의 폰에서 나온 소리였다.육한정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캐톡이 와 있었다.그는 비서에게 부탁해서 캐톡을 다운 받고 하서관 한 명만 추가하였다.바로 하서관에서 온 캐톡이었다.이때 개인 비서 엄의가 다가와 지시를 기다리듯이 허리를 숙였다.육한정은 손짓으로 엄의에게 아무 일 없으니 회의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하였다.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돌
이 얘기를 하자, 와인 잔을 들고 있던 소희의 손이 멈칫했다. 그의 눈매가 차갑게 변했다.해성의 사대가문 중 하나인 소희는 당연히 육씨 집안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인보다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았다.육씨 집안의 도련님, 육한정은 겸손하고 차분한 이미지였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지지 않았다. 소희는 사람 구해서 육한정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지만 알아낸 건 최근에 해성으로 옮겨왔고 그의 홈그라운드는 제도성이라는 것뿐이었다.제도성은 제일 번화로운 금융 도시이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마다 재벌 2세인 경우가 많아 평범한 재벌들은 그 금융 중심에 다가갈 수조차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제도성에서도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재벌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아시아의 경제를 좌우할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있다. 제도성의 최고 상업가도 성이 육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모든 게 그냥 우연의 일치 일가?해성 경제의 뿌리를 잡고 있는 재벌가는 고가네 집안이다. 고씨 집안의 도련님 고석근은 육한정이랑 어릴 때부터 같이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한다.하소정은 소희의 감정 변화를 느꼈다. “소희 오빠, 하서관이 시골에서 낯선 남자랑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낸 일, 벌써 까먹은 거야? 어릴 때부터 남자랑 외박도 하고.”소희는 와인을 들이키더니 하소정을 침대로 밀쳤다.거칠게 밀쳐선지 하소정의 머리가 침대장에 부딪쳤다. 소리가 크게 났다.이때 소희가 그녀의 몸을 덮치더니 빨개진 두 눈을 부릅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낯선 소희의 모습에 하소정은 깜짝 놀랐다. 하서관이 다른 남자랑 같이 있다는 말만 하면 무섭게 돌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소정은 소희를 사랑한다. 그녀는 팔을 뻗어 소희의 목을 감싸 안았다. “소희 오빠, 사랑해. 오빠가 나의 유일한 소중한 남자야.”소희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하서관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파렴치한 여자한테 감정을 소비할 가치가 없다.하서관을 그만 잊을 거야.소희는 하소정 몸에 걸친 잠옷을 벗기자
그 여자는 누구지?육한정은 성숙한 남자로서 그의 개인 폰을 모르는 사람이 받지 못하게 한다. 그럼 둘 사이에 관계가 폰을 대신 받을 만큼 친하다는 뜻인데…도대체 뭐하고 있지?하서관은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육한정이랑은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그가 왜 날 도와야 하지?그녀는 그저 신부 대타이고 둘 사이에 계약이 있을 뿐 밖에서 여자 만나도 그녀랑 아무런 상관도 없다.하서관의 손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9살 때 인생이 180도로 변해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았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은 그녀를 독립적인 여자로 만들었다. 혼자 있는 거에 익숙해지고 정신도 강해졌다. 함부로 진심을 못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한다, 미령이만이 그녀가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다.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그녀를 배신하고 절벽에서 미는 일이 없었으며 한다.하지만 육한정이 나타난 뒤 그녀가 10년 동안 익힌 습관을 까먹게 하고 자기도 모르게 의지하게 만들었다.의지하고 기대기 시작하면 습관이 되고 나약해진다. 그녀의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핸드폰을 꺼내 소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만나러 갈게.”……한편 호텔 로얄 스위트룸에는 총괄이사 화영이 육한정의 폰을 수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엄의가 다가갔다.“화이사님, 누구의 허락으로 대표님 방에 들어오시고 대표님의 전화까지 멋대로 받으시는 거시죠?”화영은 다급하게 서류를 내려 놓았다. “엄 비서님, 대표님이 급하게 요청하신 자료여서 들어왔어요.”“대표님은 외부인이 방에 들어오는 걸 싫어하시고 개인 물품을 만지는 행위는 더더욱 싫어하십니다. 다음에 급한 자료가 있으시면 저한테 전달하시면 됩니다. 이번 한 번은 봐드리지만 다음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알겠습니다, 엄 비서님.”“방금 전화 오신 분은 누구인가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습니다.”엄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들어가세요. 대표님이 출국 시간을
그해 그녀가 구한 남자?하서관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12살 때, 두텁게 쌓긴 눈 사이에서 혼미 상태인 남자를 구했다. 그때 조금만 늦게 구출했다면 남자는 아마 죽었을 수도 있다.그때 눈 때문에 길은 다 막혀 있었고 해가 질 때쯤 이어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남자를 근처 동굴까지 옮겼다. 불을 피워도 추워 남자의 사지가 동사되기 직전이었다.하서관은 옷을 벗어 남자를 꽉 껴안아 체온으로 온도를 유지했다.그렇게 남자는 가까스로 살아났다.지금 생각해 보면 12살 어린아이가 사람 한 명 구하려고 했던 노력이 누구의 눈에는 야릇하고 건전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밖에 안 보였구나…그 사람들은 여미령의 말대로 욕먹어도 응당한 사람들이다.그 남자에 대해서는…“그후로 8년이 지났으니 당연히 그 남자의 얼굴 기억이 안 나.내 눈앞에 서 있어도 난 못 알아볼 거야. 남자가 깨어나서 옥폐를 주고 다시 찾으러 온다고는 했는데.”“옥폐는?”“잃어버리고 못 찾았어.”“연애 소설 읽어본 적 있어? 스토리 흐름대로 보면 네가 살린 그 남자는 재벌가일 가능성이 높아. 네가 목숨을 구해줬으니까 너를 결혼 상대로 모시는 거지.”“……”옥폐를 분명 방안에 서랍에 잠겨 놨는데 다시 열어 보니까 옥폐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폭설 속에서 사람 구할 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그녀, 혼미 상태인 남자, 소희랑 하소정이었다.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왔었다.“서관아, 소희의 폰을 추적해 보니까 전화 건 상대의 GPS 주소는 해성 외곽 쪽에 있는 민박집으로 떠, 임 이모는 아마 거기에 계실 거야.”사실 8206번 방에 가서 만나기 전에 이미 계획을 세웠다. 스스로를 미끼로 활용하여 소희가 임 이모한테 전화하는 틈을 타 여미령이 위치 추적을 하는 거였다.소희는 임 이모를 외곽 쪽 민박집에 숨겨놨다.잘 됐다! 드디어 찾았어!지금은 저녁이기에 움직이기에 편하다고 판단되어 바로 임 이모 찾으러 출발하기로 했다.하소정이 그녀를 모욕한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를
소희가 왔다. 그의 주위에는 보디 가든 분들이 일렬로 서고 있었다.“서관아, 임 이모 데리고 어디를 갈 생각인데.”“내가 여길 올 줄 어떻게 알았어.”“서관아, 네가 여기를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정말 모르겠어. 어릴 때부터 너랑 같이 지내서 네가 어떻게 행동할 지 몰라서 미리 왔는데, 역시나 넌 이미 와있었구나.”“임 이모 방금 피 토했어, 응급 처치는 했지만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해.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자.”소희는 똘망똘망한 그녀의 눈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서관아, 너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밤은 기니까 천천히 하자. 임 이모 병원에 데려가라고 명령하는 대신 너가 남아. 거래 계속 해야 지.”하서관은 지금 그녀에게 선택지가 없는 걸 알고 있다.보디 가드 두 분이 임 이모를 차에 태우고 소희는 그녀의 팔을 잡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닫고 소희는 바로 하서관을 덮쳤다.하서관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반항하지 않았다.“소희, 도망 갈 곳이 없으니까 나 좀 놔줘. 아파.”연약해진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소희는 마음이 약해져 그녀를 놔주고 상의를 탈의했다.“서관아, 나를 속일 생각 하지 마. 너를 해지고 싶지 않아.”서관은 팔을 들어 소희의 옷을 벗는 걸 도와주었다.소희의 눈가가가 빨개졌다. 그의 인식에서는 하서관은 원래 그의 사람이었다. 소희가 결혼해야 할 상대는 하서관이었다.요 몇 년간 소희가 많은 여자를 만나 봤다. 당연히 하소정도 있지만 매번 힘들고 지칠 때 생각난 사람은 하서관이었다.소희는 손을 뻗어 하서관의 마스크를 벗기려는 순간 하서관의 표정이 차가워지고 그의 뒷목을 향해 은침으로 찔렀다.하지만 그걸 눈치 챈 소희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서관아, 난 너를 너무 잘 알. 이런 걸로 나를 속일 생각이었어?”“과연 그럴까?”하서관은 무릎을 굽히고 머리로 소희의 턱을 세게 밀었다.소희가 아파서 식은 땀이 나는 틈을 타 그를 밀치고 도망 나왔다.소희의 잘 생긴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희는 그녀가 그를 속
두 눈이 마주쳤다. 육한정의 눈동자는 조금 차가웠다. 적막한 분위기가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서관은 그의 시선을 피했다. “오늘 밤, 고마웠어요.”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모습에 육한정이 입꼬리를 올렸다. 준수한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차가웠다. “고맙다는 말 말고, 더 할 말 없어요?”하서관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때, 육한정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셔츠 단추에 떨어졌다.하서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신속하게 그의 손을 잡으며 경계 어린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에요?”육한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비웃는 듯 피식거렸다. 그리고는 풀어진 그녀의 단추 두 개를 닫아주었다. “제가 뭘 했을까요?”말로는 그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의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는 걸 하서관은 알아볼 수 있었다. 살기가 등등했다. 육한정은 사람을 모욕할 줄 모르는 게 아니다. 그가 작정하고 입을 여는 모습은 악독하기 그지없다.하서관은 말싸움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조금 껄끄러웠다. 그녀의 하얀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 임이모 만나러 병원에 가고 싶어요.”“그래요. 곧 도착해요.”하서관은 몸을 일으켜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하지만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은 힘 있는 그의 팔이 그녀를 떠나게 두지 않았다. 그녀는 불안함에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행동이 남자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오목한 그녀의 허리를 꼬집었다.밀려오는 아픔에 하서관이 눈썹을 찌푸렸다.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때 고급 승용차 몇 대가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투명한 차창 너머로 비쳐 들어왔다. 불빛이 결점 없는 육한정의 얼굴에 비쳐 들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그는 가슴이 답답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에 그는 넥타이를 두어 번 잡아당겼다. “내가 한 말 아직도 기억해요?”무슨 말?무슨 일 생기면
육한정이 소리를 지르자 하서관이 놀랐는지 모서리로 숨어들었다. 검은색 눈동자가 촉촉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육한정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하서관은 가녀린 손으로 벽을 긁어댔다. "미안해요. 일부러 전화 안 받은 거 인정할게요. 일부러 문자에 답장 안 한 것도요. 앞으로… 저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어떻게 이 신세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당신한테 신세 지고 싶지 않아요."육한정이 입술을 오므렸다. "그렇게 정확하게 나눌 거예요?"하서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죠. 당신은 당신 갈 길 가요. 난 내 길을 갈 테니까."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가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자립심이 또 한 번 박살이 났다.그녀가 실수로 잘못 보낸 사진 한장이 욱한정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더니 그녀가 차갑게 굴며 자신한테 거리를 둔다. 그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너무 짜증이 났다. 통제가 안될 만큼.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까지 영향을 주었지?육한정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매정하게 그녀를 비웃었다. "겁쟁이."하서관이 벽을 세게 밀었다. 맞다. 그녀는 겁쟁이다. 두려워서 그에게 진심도 주지 못하는 겁쟁이다.육한정의 말투가 바뀌더니 그가 눈썹을 들썩였다. "좋아요. 당신이 계산을 그렇게나 정확하게 한다는데… 내가 오늘 당신 살려준 거에 대해서도 보답을 해야하지 않겠어요?"하서관이 기다란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이미 고맙다고 했잖아요?""지금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거예요? 여자가 남자한테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는 거예요? 당신, 가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내 눈에 차는 거라곤…"하서관이 빠르게 그의 입을 막았다. 그가 헛소리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에 서로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눈동자 가득. 육한정이 그녀
다음 날 아침. 하서관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떴다. 어젯밤 숙면을 취했는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이불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옆에 아무도 없었다.육한정은 이미 일어나고 없었다.하서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젯밤 그녀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의 옆에서 잠을 잔 것 같은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육한정이 아니면 누구지?내 착각인가?하서관은 자신의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빠르게 청량한 남자의 향기가 그녀의 코끝에 맴돌았다. 그의 온기가 아직도 이불에 남아있었다.어젯밤, 그는 그녀와 함께 잠이 들었다. 두 사람이 껴안은 채로 잠이 들었다.하서관은 가볍게 눈을 감았다. 선을 긋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는데… 키스에 같이 잠까지 자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하서관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임이모는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녀는 임이모에게 침을 놓은 후 주치의한테 임이모의 상태를 알아보고는 유란원으로 돌아왔다.…유란원.육노인은 하서관의 손을 잡아당겼다. "서관아, 임이모님은 어떠셔? 좀 괜찮아지셨어?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어 보이던데. 눈에 다크서클 생긴 것 좀 봐. 임이모님을 유란원으로 데리고 오는 게 어때? 전문적인 의료진들 불러서 돌보는 거지. 그럼 일석이조잖아."육노인의 말이 하서관을 감동시켰다. 육노인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잘해줬다. 육노인은 다정했고 또 그녀를 아껴주었다.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육노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서 며칠 지켜봐야한데요. 깨어나는 거 보고 판단하신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못 모시고 와요. 감사합니다, 할머니."육노인은 하서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관아, 뭘 그렇게 예의를 차려. 우린 한 가족인데.""알겠어요, 할머니." 하서관이 예쁘게 웃었다.야옹. 야옹.그때 귓가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가 그녀의 발을 비비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쳐다보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