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희는 앞에 있는 여명을 노려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한 시간 뒤에 고급차는 룸살롱 앞에 도착했다.호화로운 룸에 독갈과 허진희는 가운데 자리에 앉았고 여명은 어두컴컴한 구석에 서 있었다.이때 문이 열리더니 마담이 아가씨들을 데리고 들어왔다."사장님, 우리 가게의 에이스를 전부 데려왔어요. 가격도 합당하니 마음대로 골라보세요."룸살롱의 에이스들은 하나같이 어리고 예뻤다.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선보이며 모두 독갈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사장님, 저는 어때요?""저리 가. 여기 사모님이 앉아있으니까 다들 저쪽에 가서 놀아."독갈은 그 에이스들을 모두 쫓아냈다.에이스들도 비록 모두 예쁜 얼굴들이었지만 허진희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사장님, 우리르 선택하지도 않을 거면서 왜 불렀어요?"독갈은 손을 뻗어 구석에 있는 여명을 가리켰다."오늘 밤엔 저 운전기사가 너희들이 모셔야 할 사장님이니까 그더러 선택하라고 해.""운전기사?"그 에이스들은 곧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모시던 손님들은 전부 직위가 높고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었는데 언제 이런 운전기사를 모셔 본 적이나 있겠는가?그녀들은 동시에 몸을 돌려 구석에 있는 여명에게 시선을 던졌다.온통 위아래로 검은 옷으로 두른 여명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매우 음침하고 우울해보였다.비록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몸매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에이스들의 시선이 모두 그의 몸을 하나도 빠짐없이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190에 달하는 장신에 체격이 좋았고 검은 티셔츠 아래로 근육질의 몸매가 보였다. 완벽한 역삼각형의 몸매는 초콜릿 복근이 있는지 그 티셔츠를 젖혀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방금까지도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던 에이흐들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몸매는 정말이지 코피가 터질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청춘 드라마에서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나 대형 런웨이쇼의 남자 모델들도 모두 그처럼 좋은 몸매는 없을 것이다."사장님."한 여자가 간드
다들 허진희가 독갈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고 독갈에게 축하를 전했다.독갈은 허진희가 임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허진희의 손도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임신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쓸데없이 소란 피우지 말고 저리 가."독갈은 진지한 말투로 사람들한테 뭐라 한마디 했다. 그가 허진희를 금방 만났을 때 경험이 많은 할머니에게 그녀를 보인 적이 있었는데 허진희는 아직 순결한 몸이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이렇게까지 보물다루듯 하지 않았을 것이다.허진희는 연약한 몸짓으로 독갈의 어깨에 기댔다."여기랑 물이 맞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괜찮아졌어.""그럼 됐어."독갈은 손을 뻗어 허진희의 어깨를 껴안았다.여명은 독갈처럼 단순하지 않았고 허진희가 헛구역질을 할때 눈이 커졌다. 여명만이 허진희의 결혼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분명 남편과 부부관계가 있었을 것이니 임신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정말 임신한 걸까?'여명의 시선은 그녀의 아랫배로 향했다. 그녀의 아랫배는 아직 평평해서 아무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여명의 마음은 이미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사장님, 저 다리가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서 사람은 선택하지 않겠습니다."독갈은 그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여 의족을 착용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말에 독갈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대산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면 기력이라도 좀 아껴둬. 이따가 아가씨를 데리고 돌아갔는데 불편하면 안 되지. 안 그래? 다들 여기 에이스니까 두 명만 골라봐."독갈은 그에게 여자를 고르게 하였다.허진희의 눈은 싸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독갈은 의심이 많았기 때문에 만약 여명이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의심을 살 게 분명했고, 만약 여명이 여자를 골라 방으로 데려가 아무짓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독갈의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이제 어쩌지?'아니면 정말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인가?이때 룸살롱 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실루엣이 방으로
"사장님,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여명은 설희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떠나버렸다.허진희는 두 사람이 점점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눈을 드리워 자신의 기분을 숨겼다."사장님, 설희 언니 좀 보세요. 우리가 점찍은 사람을 빼앗아 갔어요!"독갈은 손을 휘휘 저으며 돈다발을 탁자에 던졌다."알아서 나눠들 가져.""감사합니다. "진희야, 야식 먹으러 가자."독갈은 손을 뻗어 허진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독갈은 원래 방탕한 자였다. 지하 유흥주점 같은 한가로운 곳에 곁에는 허진희같은 예쁜 여자까지 있으니 그 기분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허진희는 몸을 비틀더니 갸름한 얼굴을 들어 독갈을 바라보았다."독갈 씨, 이 손 놔. 결혼하기 전까지 내 몸에 손대지 않기로 했잖아. 우리 집이 많이 엄해서 결혼 전에는 남자와 함께 있는 것조차 안 돼."허진희는 자신의 신분을 위조했다. 여전히 진희라고 부르긴 하지만 성을 바꿔 모기업의 회장 딸이라고 얘기했는데 독갈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독갈은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들어 냄새를 맡았다."그렇다면 아직 처녀라는 말이야?"허진희는 독갈의 품에 안겨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였다."맞아. 아직 남자를 사겨본 적이 없거든."독갈은 그녀의 유혹에 두 눈에 불꽃이 이는 것 같아 몸을 숙여 허진희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허진희는 그런 그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독갈 씨, 운전기사가 데리러 와서 이만 집에 돌아가야 돼."말을 마치고 허진희는 룸을 떠났다.돋ㄱ갈은 혼자 소파에 앉아 손을 뻗어 에이스 중의 한 명을 잡아당겨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이 끓어오르는 불길을 발산할 곳이 없으니 우선 너라도 품어야겠다. 진희, 너를 조만간 손에 넣고야 말 거다."독갈은 이미 에이스를 허진희로 여기고 있었다.허진희는 떠나지 않고 복도를 걷다가 여명과 설희의 방을 찾아냈다.그녀는 노크를 하려다가 곧 손잡이를 돌려 바로 문을 열었다.방 안에는 여명이 침대옆에 그녀를 등지고 앉아있어 그저 그의
여명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다른 남자라니, 네... 남편이잖아. 남편 아이를 가진 게 아냐?""..."허진희는 할 말을 잃었다. 조태웅과는 위장 결혼을 한 것인데 어떻게 아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허진희는 그의 손을 밀어냈다."내가 정말 임신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여명은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물어본 상대가 잘못된 거 아니야? 돌아가서 네 남편한테 물어야지. 내 아이도 아닌데!""... 임신 아냐. 그냥 물이 안 맞아서 그래."허진희의 말에 여명은 반신반의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떤 말이 진실이고 어떤 말이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허진희는 두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고 그의 검은 셔츠를 젖혔다. 빨간 실에 걸려 있는 반지는 여전히 그의 목에 걸려 있었다."절단한 곳이 염증이 생겼다며, 내가 봐줄게.""뭐가 볼 게 있다고 그래?""그래도 볼 거야."여명은 그녀를 놓아주고 침대맡에 기다란 다리를 쩍 벌린 채 앉았다. 그녀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그녀에게 눈짓했다."확인해 보겠다며? 꾸물거리지 말고 이리 와."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당겼다.허진희가 그의 다리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이 되자 그는 갑자기 다리에 힘을 주더니 두 다리 사이에 그녀를 끼워버렸다.'변태 같은 자식.'허진희의 얼굴은 순간 붉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지금 이 자세는 너무 야릇했다."바지 벨트를 풀어줘."그가 나지막한 소리로 명령조로 말하자 허진희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 그의 벨트를 향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두 번 정도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누구의 벨트를 풀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그녀가 몸을 웅크리고 낑낑대는 사이에 두 개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받쳐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눈은 남자의 깊고 그윽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왜, 3년 동안 남편한테 해준 적 없어?"처음에 그는 크게 질투하는 내색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끝마다
방금 룸에서 몇몇 에이스가 얘기한 팔굽혀펴기를 여명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마흔이 거의 되는 남자니 모르는 게 없었다. 다만 허진희가 그런 발칙한 요구를 해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녀도 이제 어린 소녀가 아니니 웬만한 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부추기고 있는게 틀림없다3년 동안 허진희는 어렸을 때 하고 비교해 모습이 많이 변했다. 갸름한 얼굴은 더욱 아름다웠고 기질도 많이 여성스러워졌다. 미간은 더욱 매혹적이고 나른한 여성스러움을 띠고 있었고 아름다운 몸매까지 더해져 여명은 아마 이런 유혹에 저항할 수 없는 남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소란 피우지 말고 내려가."여명이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허진희는 분명 원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싫어. 얼른 팔굽혀펴기 해봐. 꾸물대는 것을 보니 그 방면으로는 안 되는 거 아냐?""..."여명은 당장이라도 그가 그 방면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증명해주고 싶었다.!"내가 오른쪽 다리를 잃었지 허리를 다쳤는 줄 알아?""난 몰라. 그러니까 보여줘 봐."허진희는 일부러 모르는 척 하며 그를 자극했다.여명의 귀까지 빨개져서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를 꽉 잡았다."허진희! 이제 보니 3년 동안 정말 많이 컸구나!"잠시 후 방 문이 열리면서 설희가 들어 오더니 침대 위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소성 도련님..."누군가 갑자기 들어오자 허진희는 깜짝 놀라 바로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신발은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양말도 모두 벗겨져 그녀의 백옥같은 발을 드러내고 있었다.지금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은 누가봐도 못된 장난을 하다가 들킨 모습이었다. 허진희는 창피함에 당장이라도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그녀에 비해 여명은 매우 침착했다. 그는 설희쪽엔 눈길도 주지않고 침대에서 내려와 커다란 몸집으로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양말을 주워 그녀에게 신겨주었다."얼른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갔다.허진희는 남자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은 남자의 떡 벌어진 어깨와 노련하고 침착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안정감이 넘쳤다."여명 씨, 3년 전에 왜 나를 떠났어?"허진희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에게 3년 전의 일을 물어보는 것이다.여명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3년 전에 상부의 지시가 있어서 반드시 떠나야 했어. 내가 남으면 너한테 위험만 가져다 줬을 거야.""난 위험한 것 따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걸 잘 알잖아.""내가 겁나서 그래. 허진희, 네가 원하는 미래를 나는 줄 수 없어. 나도 내가 미래에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거든."허진희의 시선은 그의 목에 붉은 실에 매달려 있는 반지로 향했다."반지는... 나를 위해 준비한 거야?"여명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지만 허진희는 계속해서 따지듯 물었다."여명 씨, 나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여명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3년 전에 네가 결혼하고 싶다고 했잖아."역시 그 다이아몬드 반지는 그녀를 위해 산 것이었다. 아마 3년 전에 그는 그녀에게 어떻게 프러포즈할지 이미 생각해 두었을지도 모르겠다."허진희, 미안하다. 너한테 있어서 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일 거야. 그동안 혼자서 어둠 속에서 걷는 것에 익숙해 졌어. 그래서 모든 것을 참고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를 만나고 빛을 만나게 된 거야.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 그 빛을 갈망하기 시작했어.""한 번 또 한 번 너를 갖고 싶었고, 너의 손을 잡고 해빛 속을 거닐고 싶었어. 이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행복이 바로 코 앞에 다가와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앗지만... 현실은 내게 타격만 안겨 줬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너를 버려야 했던 거야.""허진희,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을 1분 1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어. 여
코끝에서 그녀의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가 스쳤다. 그녀의 뽀얗고 매끄러운 피부만 그의 눈에 들어와 여명의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며 다급히 검은 셔츠를 그녀의 머리에 씌워주며 그의 몸을 가려주었다."부끄럽지도 않아? 얼른 옷 입어!"허진희는 그의 셔츠를 껴입었다. 셔츠에는 그의 체온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짙은 향도 배어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은 마치 꿀이라도 먹은 듯 달콤해 졌지만 말투는 그렇지 못했다."그렇게 무섭게 굴지 마!""..."커다란 그의 셔츠는 그녀의 무릎 아래까지 가렸다. 이때 허진희는 짧은 비명을 흘렸다."다리에 쥐가 났나 봐.""정말 번거롭게 하네."여명은 귀찮은 듯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빠르게 커다란 몸을 숙여 반쯤 쪼그리고 앉아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종아리를 주물러 줬다."어디야? 여기?""응, 맞아."여명은 그녀의 다리를 주물러 줬다. 가늘고 부드러운 종아리는 그의 손목보다도 얇았다. 그는 혹시라도 그녀의 다리가 부러질까 조심스럽게 다뤘다."여명 씨, 이제 안 아프니까 그만해도 돼.""정말 괜찮아?""괜찮아."여명은 그제서야 몸을 일으켰다."어서 돌아가."그는 그녀의 손을 끌었다."이봐!"허진희는 재빨리 발끝을 세워 까치발로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은 뒤 수줍게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나를 보내고 싶으면 여기에 뽀뽀해 줘."그녀가 작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드리자 여명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껴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이것 때문에 다시 돌아온 거야?"허진희는 고개를 갸웃하고 한참 생각하더니 웃어 보였다."꼭 그것만은 아니고,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여명 씨가 틀렸어. 지금까지 당신이 나를 배웅해준 게 아니라... 내가 여명 씨를 배웅했던 거야. 지금까지 계속."여명이 멈칫했다."내가 왜 FIU에 들어갔는지 알아?"여명도 나중에서야 그녀가 FIU에 들어간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매우 힘든 길을 선택했다."당신이 걸었던 길을 나도 걷
비록 그녀의 배를 어루만져 주고 있었지만 입은 욕설을 내뱉었다."그 연기 실력이면 연예계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도 남겠네."그는 이미 그녀가 꾀병을 부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허진희는 작은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고 속으로 말을 했다.'말은 그렇게 하면서 계속 배를 문질러 주고 있잖아.'"나 오늘 돌아가고 싶지 않아."허진희의 나지막한 소리에 여명이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어디로 가고 싶어?""여명 씨 방."여명의 얼굴에 그늘이 지면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그저 당신 방에서 잠만 자고 싶을 뿐이야. 아무 짓도 안 해."허진희가 허둥지둥 변명을 하자 여명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가자."그가 동의하자 허진희는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유흥업소의 호화로운 방에서 허진희는 샤워를 하고 부드러운 침대에 누웠다. 고개를 돌리자 여명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두 사람은 따로 잤다."여명 씨, 잘자."허진희는 그에게 잘자라는 말을 하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그리고 곧 여명은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잠이 든 모양이다.그녀가 기어이 그의 방에 오려고 한 이유는 정말 단순히 잠을 자러 온 것이었다.여명은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 곁으로 다가와 손을 뻗어 허진희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하지만 잠버릇이 고약했던 허진희는 몸을 뒤척이더니 다리를 모두 드러냈다.여명은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를 보더니 바로 눈을 떼고 다시 이불을 덮어 주었다.그녀를 자신의 방에서 밤을 보내게 하는 것은 정말 틀린 선택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여명은 밤새 몸을 뒤척이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렴풋이 누군가 그의 몸위로 올라 타는 느낌에 눈을 떴다.지금 시간은 아마 대여섯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아침 햇살이 서서히 수평면 위로 떠오르며 고요한 대지에 부드러운 금빛을 흩뿌렸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방 안에 부드러운 햇빛이 샴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