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이어 총소리와 함께 여명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부두에 쓰러지고 말았다."여명!"병원 병실 안.허진희가 깨어났다. 이번 골수 이식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녀는 지금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하지만 여명이 다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허진희는 그가 감옥으로 다시 돌아갔는지 아니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중요한 임무가 있으니 줄곧 그녀 곁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이때 양금희가 병실로 들어오더니 보온병을 열고 삼계탕을 그릇에 담았다."진희야, 엄마가 직접 끓였으니까 따뜻할 때 얼른 먹어. 요즘 야윈 것 좀 봐. 살 좀 쪄야지."모녀 사이의 응어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양금희는 빠르게 호전되고 있었고 우울증마저 호전되고 있었다. 지금 허진희가 입원하고 있으니 그녀는 매사에 직접 정성껏 돌보며 딸을 아끼고 있었다.허진희는 주변의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느끼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뭔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느꼈다.그런 느낌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지금 당장 급한 건 그녀가 자신의 몸을 잘 회복시키는 것이다. 여명이 나왔을 때 건강한 몸으로 그의 앞에 서고 싶었다."엄마, 제가 할게요."허진희는 삼계탕도 다 먹고 밥도 한 그릇 다 먹었다.또 며칠이 지나고 여미령이 병실에 왔을 때 허진희는 참지 못하고 여미령에게 물었다."미령 언니, 여명 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여미령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뻗어 허진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오빠가 오늘 너 보러 올 거야."여미령의 말에 허진희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진짜요?"허미령이 고개를 끄덕였다.허진희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명이 그녀를 보러 온다고 하니 허진희는 바로 환자복을 벗어던지고 베이지색의 롱 원피스를 입었다. 슬림한 원피스는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라인을 그대로 드러냈다.허진희는 세면대 앞에 서서 한 바퀴 돌았다. 긴 생머리와 갸름한 얼굴은 마치 한 떨기 련꽃처럼 생기발랄하였다.'여명 씨 마음에 들겠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마구 헝클어져 그녀의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시선은 오랫동안 TV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양금희는 허진희의 체온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진희야..."양금희는 그녀가 너무 걱정됐다."엄마, 나 피곤해요. 먼저 올라가서 잘게요."이때 허진희는 천천히 TV에서 시선을 거두고 가벼운 목소리로 입을 열더니 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양금희는 자신의 딸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는 허진희가 무척 걱정됐다. 소성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허진희의 반응이 너무 조용했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이다.양금희는 차라리 허진희가 울며불며 소란을 피우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지도 않았고 마치 허진희의 인생에서 여명이라는 사람이 나타난 적이 없는 듯 너무 평온했다.양금희는 오랫동안 걱정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그녀의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허진희는 마치 소성의 죽음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말을 잘 들었다.허진희는 순조롭게 졸업을 마치고 모교에 남았다. 그녀의 졸업 논문은 상당히 출중했고 사람들의 갈채를 받으며 그 명성을 널리 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허진희는 새로운 연애도 시작했다. 이번에 사귄 남자친구는 홍구시에서 제일가는 거상인 조씨 가문의 아들인 조태웅이었다. 조태웅은 나이가 젊고 유망한 청년이었다.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았는데 성격이 침착하고 부드러웠으며 허진희를 보물처럼 아꼈다.양금희도 조태웅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아마 그녀가 원하는 사위에 대한 모든 환상을 만족시키는 그런 사람이었다.두 달 후 허진히와 조태웅은 결혼을 약속하였고 두 집안은 급히 결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이날 저녁 허진희는 조태웅을 집으로 초대했고 양금희가 직접 요리를 만들 세 사람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조태웅은 새우를 까서 허진희의 그릇에 놓아준 뒤 또
진희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태웅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서 있는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져가는 것을 보고 방금 자신의 말투가 너무 심했다는 것을 의식했다."진희야 미안. 일부러 화내려던 게 아니라 방금 너무 급한 마음에...""괜찮아요."허진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더 바래다드릴 수 없겠네요. 조금 피곤하니 먼저 돌아갈게요."허진희는 몸을 돌려 떠나버렸고 조태웅은 그 자리에 서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허진희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한밤중에 갑자기 잠에서 깬 양금희는 목이 말라 물 마시러 방문을 나섰다.허진희 방문 앞을 지날 때 방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벌써 새벽 2,3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안 자고 있는지 양금희는 손을 뻗어 방 문을 열었다.방안은 너무 조용했다. 안에는 어슴푸레한 불빛이 하나 있었고 허진희는 베란다에 기댄채 가느다란 팔로 자신을 안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진희야."양금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허진희는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양금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소성이 죽은 뒤로 허진희는 너무 조용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침묵을 지켰고, 양금희는 그런 침묵 속에서 언젠가 그녀가 폭주할 거라 생각했다."진희야."양금희가 앞으로 다가가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허진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돌려 양금희를 바라보았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진희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새벽인데 안 자고 뭐해?"양금희는 긴장한 마음으로 그녀를 관심했다."엄마, 저 잠이 안와서 그래요. 전 괜찮으니까 얼른 가서 주무세요."그녀가 그렇게 말할 수록 양금희는 더욱 불안해졌다."진희야, 혹시 곧 조태웅이랑 결혼하니까 긴장돼서 그러는 거야?"허진희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내밀어 양금희를 안았다."엄마."엄마를 부르는 그녀는 마치 응석을부리는 것 같았다.양금희는 자신의 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이런 식으로 누
3년 뒤.오늘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오늘 저녁에 있을 화려한 파티의 시작을 막지는 못했다. 상류층 귀족의 거의 절반이 오늘 초대를 받았다. 오늘 육씨 집안에서 작은 공주님 육화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었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상류층 인사들은 모두 자신의 가족들을 거느리고 참석했다.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인 작은 공주님 육화가 자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공주님이 어떻게 활짝 피어나 아버지의 자리를 잇게 될지 기대를 하고 있었다.오늘은 육화의 10살 생일이었다.이때 리무진 한대가 빗길에 질주하였고 육화는 공주님 원피스를 입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폭포와 같은 검은 머릿결이 사이로 백옥같이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비록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완성된 미모를 뽐내고 있으며 나무랄 데 없는 우아함마저 엿보였다.육한정은 직접 운전을 하여 어린 딸을 픽업하러 갔었는데 그동안 그는 딸바보가 되었다.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육화는 차창을 통해 어두운 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행색이 남루한 남자 아이를 발견하였다. 남자아이의 앞에는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저를 팝니다.'라는 글이 쓰여져있었다.육화는 차창을 내려 그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때 남자아이도 고개를 들었다. 남자아아의 얼굴은 지저분했지만 검은 눈동자만큼은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아빠."육화가 부드럽고 앳된 소리로 육한정을 불렀다."저 남자아이 너무 불쌍한 것 같은데 우리가 도와주면 안 돼?"육한정은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내려 남자아이한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너의 어머니는 어디 계시니? 내가 전화를 해서 잘 처리하라고 전해줄게."남자아이는 고개를 들어 육한정을 바라보았다. 장기간 영양실조로 인해 조금 야위었지만 권력자인 육한정을 마주하면서도 남자아이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태도를 보여줬다."감사합니다, 아저씨.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주시면 저를 판다고 했으니 아저씨께서 저를 도와주시면 저를 사게 되는
고여림의 말에 육화가 웃었다."여림아, 내가 어릴 때부터 귀한 보물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이 야명주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거야. 이번에 율손 왕실에서 천년 야명주를 얻었다고 하던데 내 짐작이 맞다면 율손 왕자가 내게 선물한 야명주일 거야. 그것만으로도 왕실과 율손 왕자가 나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알 수 있잖아."고여림은 육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육화 언니는 율손 왕자를 좋아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좋아하는 남자가 선물한 게 아니라면 나는 받지 않을 거야."육화는 어린 고여림의 예쁘고 순진한 모습에 약간 부러움을 느꼈다. 고씨 집안에서는 어린 딸을 아주 애지중지하게 키우고 있었다. 장차 누가 그녀에게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하라고 하면 그의 부모님인 고석근과 여미령이 제일 먼저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달랐다.그녀는 난루의 공주님이다.육화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오늘 밤 밤하늘엔 유난히 별들이 반짝이고 있어 너무 아름다웠다."여림아, 너는 아직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는 싫어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고 좋아하는 것을 원할 수 없어. 좋아한다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서 너무 큰 사치거든."'왜?'어린 고여림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육화 언니를 보았다. 육화 언니는 정말 예뻤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귀하게 태어났고 한 나라의 공주님으로 모두의 사랑을 한껏 받는 사람으로 밤하늘마저 그녀만큼 빛나지 않았다.기억 속의 육화 언니는 어려서부터 가장 정통적인 교육을 받았다. 음악과 바둑, 시와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 더욱 고귀하고 우아하며 똑똑하고 도량도 넓은 완벽 그자체였다.하지만 어린 고여림조차 육화 언니의 얼굴에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육화 언니는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일까?위층에 있던 하서관도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육화가 비록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했지만 우리 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모든 사람은 각자 본인이 가야할 길이 있는 거야.
육화의 생일 파티가 끝나고 허진희와 조태웅은 어린 민정을 데리고 돌아갔다. 민정은 할머니인 양금희가 직접 돌봐줬기 때문에 민정은 할머니를 무척 따랐다.어린 민정을 외할머니 댁에 맡기고 허진희와 조태웅은 집을 나섰다. 조태웅은 허진희의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였다."진희야, 이제 집에 가자."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허진희에게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한 뒤 미안한 표정으로 조태웅을 바라보았다."오늘은 같이 집에 갈 수 없겠네요."조태웅은 이미 습관됐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의 아내는 대표인 자신보다도 더 바쁜 사람이었다."또 임무야?""응, 이제 가봐야겠어요."조태웅은 한숨을 쉬며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가봐. 당신 남편과 딸은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으니까.""그럼 갈게요."허진희가 떠나려는 순간 조태웅이 허진희를 잡았다."잠깐만."허진희는 의아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또 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물음에 조태웅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무슨 일이 있어야 부를 수 있어? 허진희 당신은 이제 나의 아내야. 그러니까 아내로서의 자각성이 있어야지."조태웅은 손을 뻗어 허진희를 껴안았다.허진희는 번화한 거리에서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이때 편의점 앞에 일반 승합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뒷문이 열리고 대여섯 명의 산에서 내려온 듯한 아이들이 짐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운전석에 있는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삼촌, 저희 이제 대학교에 가요."승합차의 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검은색 티셔츠에 캡모자를 꾸욱 눌러쓰고 있었다.모자를 깊이 눌러 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고 다만 그의 조각같은 아랙턱만 어렴풋이 보였다.그의 커다란 두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는데 일 년 내내 노동을 해온 손이라 매우 거칠어 보였다. 얇은 티셔츠 아래로 비치는 그의 단단한 근육과 라인들은 거친 남성미는 여자들이 볼 때마다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이때 스쿨버스 한 대가
여명은 차를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이에 길에 있던 자가용마저 그를 주목했고 어떤 이들은 비웃기 시작했다."어느 집 자식인지 정말 대단하네. 폐차 수준의 승합 차로 로켓 속도를 내다니 말이야.""아마 좋아하는 여자를 쫓아가려는 거겠지. 뭐 여자는 이미 고급차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만."빠르게 승합 차는 길가에 멈춰 섰다. 여명이 길가에서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실루엣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이때 허진희는 조태웅과 함께 있었고 조태웅이 그녀를 품에 안으려 했다. 두 사람은 밤 거리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꽉 쥐고 있던 운전대의 손이 느슨하게 힘이 빠지고 여명의 시선은 허진희 몸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사실 여명도 그녀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몰래 돌아온 적이 있었다.지금 그녀 곁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남자는 허진희를 아주 잘 대해주고 무척 아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행복해 보였다.세월은 돌아올 수 없고 정이 깊다고 해서 꼭 끝까지 함께 할 수는 없는 법이다.여명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큰길 건너편에 있는 허진희는 조태웅의 포옹을 거절하지 않았지만 옆에 늘어져 있던 손으로 조태웅을 껴안지도 않고 그저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다."태웅 씨, 그만 돌아가요.""내가 차로 데려다 줄게.""그럴 필요 없어요.""그래 알았어."허진희가 거절하자 조태웅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몸을 돌려 떠났다.허진희는 제자리에서 잠시 서 있다가 길을 건너 검은색 승합차로 향했다.차 안에 있던 여명은 허진희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3년 이래 그녀와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여명은 몸을 일으키고 느슨해진 손으로 다시 운전대를 꽉 잡았다. 그녀는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3년 만에 마주한 24살 된 여자는 더욱 우아하고 아름답게 변해있었다.여명의
허진희가 차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여명은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그는 모자를 더욱 깊이 눌러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진희는 손을 뻗어 승합차의 뒷문을 열고 차안으로 뛰어들었다.그저 평범한 승합차였는데 운전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허진희는 뒷좌석에 앉아 내부를 힐끗 둘러본 뒤 고개를 들어 운전자를 바라보았다."방금 수상한 사람 못 봤어요?"여명은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입을 다물고 있었고 차안엔 불빛이 없어 눈앞은 캄캄했다. 허진희는 눈을 반짝이며 운전자를 수상한 사람이라 의심하기 시작했다."왜 말이 없어요?"허진희가 물었다.여명은 방금 손을 쓰자마자 허진희의 시선을 끌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는 그저 손을 뻗어 바람막이 유리 앞에 있는 증서를 가리켰는데 위에는 장애인이라고 쓰여있었다.'장애인? 벙어리인가?'허진희가 그를 힐끔 쳐다보자 건장한 몸매에 약간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오른쪽 바짓가랑이가 텅 비어 있었고 조수석에는 의족이 놓여 있었다.그는 오른쪽 다리가 없었고 정말 장애인이었다!허진희는 미간을 찌푸렸다."저 좀 태워주세요."여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동을 걸었다.승합차는 부드럽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여명은 살짝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통해 뒤에 앉은 허진희를 바라보았다.허진희는 나른하게 뒷좌석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검은색 바람막이 외투를 입고 있었고 외투의 지퍼는 끝까지 올려져 있었다. 긴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은 그녀는 다소 세련되고 깔끔함이 돋보였다.3년 동안 그녀는 더욱 여성스럽게 변했다.여명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마른침을 삼켰다.3년만에 보는 그녀는 작은 손짓에도 여성스러운 나긋함과 냉담한 성격이 배어있어 그녀의 몸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그녀는 지금 24살로 가장 아름다운 나이였다.여명은 빠르게 달리지 않았고 오히려 천천히 달렸다. 이 순간 그녀가 그의 차에 앉자 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