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희는 자신의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가느다란 팔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여기 봐봐, 빨갛게 됐잖다."허진희는 호소하기 시작했다.여명이 살펴 보니 그녀의 피부는 너무 부드러워 살짝만 눌러도 붉은 자국이 생겼다. 그는 분명 자신이 힘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지금 그녀의 가느다란 팔과 그녀의 청아한 눈매를 보니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곳곳이 금기된 유혹인 것만 같았다. 여명은 체내의 피가 들끓고 있는 것을 느끼며 당장이라도 그녀의 몸 곳곳에 그의 흔적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진희야, 어서 이곳을 떠나. 나 지금 몸상태가 안 좋은 것 같으니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내말 들어."허진희는 그가 발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그는 하마터면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었다. 그녀는 한참 생각을 하더니"당신이 발작 증세를 일으킬 때 그들이 끈으로 묶어 뒀잖아. 아니면 나도 여명 씨 묶을까? 그러면 나를 다치게 할 수는 없을 거야."이때 여명은 무슨 말이든 그녀의 말에 따랐다."좋아."허진희는 밧줄을 찾아와 그의 두 손을 침대 머리에 묶어 놓았다. 이렇게 하면 그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됐어."허진희는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진희야, 다 묶었으면 그만 돌아가."여명은 다시 한 번 그녀한테 자신은 상관하지 말고 가라고 재촉했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버텨왔으니 한 두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허진희는 짖궃은 표정으로 눈을 깜빡 거리더니 무고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그냥 여명 씨를 묶어 둔다고 했지 간다고는 안 했는데?""너!"이때 허진희는 또 그의 튼실한 허벅지 위로 올라와 앉아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았다."정말 나를 보낼 수 있겠어?"말을 하며 그녀는 힘껏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어찌나 힘껏 깨물었는지 여명은 자신의 입술이 찢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비릿한 피가 그의 입속으로 흘러들어왔다.이 모든 것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날 밤도 그녀는 그녀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여명은 마치 또 꿈을 꾸는 것
이정은 아직도 단념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방금 허진희의 악랄한 태도에 그녀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주호를 부추겨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이다.여명과 주호는 오래된 친구로 서로 생사를 함께 하면서 주호의 역할이 꽤 컸다. 지금 그녀는 허진희를 이용해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이간질 하려고 한다.이정은 주호가 허진희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며 허진희가 철이 없다고 탓하자 주호의 안색이 구겨졌다."여명아, 너 아직 몸에 상처도 있는데 조심해야지."방에 있던 여명이 품에 안긴 허진희의 표정을 살폈다. 밖에 나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괜찮냐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여명은 자기 여자가 오해를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특히 그의 좋은 친구라면 더욱 그랬다.그녀의 침착하고 뭔가 생각이 있는 듯한 모습에 여명은 더욱 그녀가 무슨 일을 꾸미려는지 궁금해졌다.방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주호의 얼굴은 더욱 구겨졌다. 특히 그들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시시각각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자신을 자제할 줄을 알아야 하는데 허진희를 만나고부터 여명은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았다. 몇 번이나 허진희를 위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이정도 질투심에 손톱이 살을 뚫을 정도로 주먹을 꽈악 쥐었다. 여명과 허진희가 방안에서 뒤엉켜 있는 상상만 해도 질투가 났다."주호 오빠, 그냥 여명 오빠와 허진희 씨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지금 여명 오빠는 허진희 씨 말 외에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야.""허진희 씨도 우리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만약 여명 오빠한테 뭐라고 부추기면 어쩌면 우리와도 멀어질지도 몰라.""주호 오빠, 나는 예전이 그리워. 그때는 생사를 함께 넘나들며 누구보다 사이가 좋았는데 허진희 씨가 나타난 뒤로 여명 오빠도 우리 사이도 모두 변한 것 같아."이정의 매 한 마디 말은 허진희를 겨냥하며 뼈때리는 치명적인 말만 골라했다. 지금 주호의 안색이 얼마나 가관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주호는 굳게 닫힌 방 문
이정의 손발이 차갑기 식어가기 시작했다. 허진희의 말은 마치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마음마저 시려왔다.당시 거짓말을 할 때 이렇게 많은 것들을 고려하지 못했고,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허진희가 주호에게 얘기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주호가 상부에 보고를 올린다면 그녀는 이제 끝장인 셈이다. 그녀는 당장 부대에서 쫓겨날 것이고 치욕의 기둥에 박히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군인을 모함한 죄로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안 돼. 그럴 수는 없어.'"주호 오빠, 그게..."이정이가 말을 하려는 순간 허진희가 이정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오만한 눈빛으로 주호를 보며 그를 도발하기 시작했다."주 부관, 얼마든지 가서 보고를 올리세요. 저랑 내기할래요? 위에서 아무리 압력을 가한다고 해도 여명 씨는 이정 씨와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명 씨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저뿐이거든요. 설마 여명 씨 대신 결혼이라도 해줄 수 있어요?"주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그의 이성마저 불태워 버렸다."지금 당장 여명이를 찾아갈 겁니다!"주호는 한달음에 여명의 방에 찾아갔다."주호 오빠, 일단 흥분하지 말고 기다려!"이정은 혹시 사고라도 날까 봐 서둘러 쫓아갔다.방 안에서 마침 옷을 갈아입고 있던 여명이 주호가 씩씩거리며 뛰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무슨 일이야?""여명, 묻고 싶은 게 있어. 혹시 이정이랑 잤냐? 이정의 첫경험 상대가 너야?""그래."여명이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럼 이정이와 결혼할 거야?""아니."그 물음에 여명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 한 마디에 주호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 여명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이정의 순결까지 가져갔으면서 책임지지 않을 셈이야? 정말 허진희한테 단단히 미쳐서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도 잊어버렸냐? 언젠가 허진희가 너를 망쳐버릴 거야, 정신 좀 차려!"말을 마치고 주호는 단단한 주먹으로 여명의 얼
허진희는 한 마디 한 마디 뼈있는 말로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를 하자 이정은 등골이 싸늘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차디찬 벽에 부딪쳐 이제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주호도 충격에서 벗어나 극도로 실망한 눈빛으로 이정을 바라보았다."이정이 네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 그런 것도 모르고 진심으로 너를 동생으로 여겼는데, 내가 눈이 멀었지.""주호 오빠, 내가 다 설명할게."이정은 변명을 하려 했지만 주호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이제 증거도 확실한데 너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후회나 죄책감도 없고 계속 변명만 하려고 하는구나. 이정, 더 얘기하지 않아도 돼. 난 상부에 보고를 올릴 것이고 넌 오늘부터 군부대에서 퇴출이니 상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어!"이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주호를 바라보던 시선을 여명한테로 옮겼다. 그녀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여명 오빠, 제발 나 한번만 살려줘. 절대 상부에 보고만 하지 말아줘. 안 그러면 내 인생은 끝장이야."그녀의 애원에도 여명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될 줄 몰랐어?""여명 오빠, 내가 오빠를 속인 건 인정해. 다 내 잘못이야. 하지만 정말 오빠를 좋아해서 그랬단 말이야. 오래전부터 오빠를 좋아했어..."이정이 손을 뻗어 여명의 소매를 잡아당겼지만 여명은 차갑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너한테 상부의 처분을 기다려라고 했을 뿐이야.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야."이정은 여명에게 밀려나 바닥에 넘어지면서 큰 낭패를 당한 것 같았다. 그녀는 이제서야 박정하고 싸늘한 여명의 모습을 알게 됐다.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오직 허진희한테만 상냥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허진희가 아니었다.'이제 끝장이야.'이번에 그녀는 정말로 끝장이었다. 그저 이 거짓말을 이용해 여명과 결혼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허진희의 계략에 빠져 본인의 거짓말
한편 여명과 여미령, 그리고 하서관까지 세 사람은 나무그늘 아래에 서서 허진희와 주호의 대화를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여미령은 저도 모르게 엄치를 척 내밀며 영광스럽다는 듯 찬탄하기 시작했다."역시 우리 새언니는 정말 대단하다니까!"하서관이 곁에 있는 여명이 아무 말도 없이 주먹을 꽉 쥔 채 허진희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다 알 것 같았다. 허진희는 다시 한번 여명을 놀라게 만든 것이다."여명 오빠, 진희가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똑똑해. 오빠랑 함께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고 이제는 부하마저 굴복 시키고, 애교도 넘치고 세련되고 외모마저 훌륭하잖아. 3년 전에도 내가 운명의 상대가 바로 오빠 곁에 있다고 얘기했잖아. 허진희와 오빠는 정말 환상의 커플이야. 오빠를 이해해 주지, 마음을 잘 헤아려 주고 또 사랑해 주고 있잖아."하서관이 웃으며 얘기했다.처음에 여명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주호가 무조건 허진희를 찾아갈 거라는 생각에 몰래 따라왔던 것이다.그런데 허진희는 굳이 그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주호를 완벽하게 굴복시켰다.여명은 다시 한번 크게 놀라고 하서관 말대로 그녀와는 손발이 척척 맞으니 그의 소울 메이트나 다름없었다.여명은 긴 다리를 뻗어 허진희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주호는 아마 반성하러 떠난 것 같았다. 주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허진희를 바라보았다."진희야."허진희가 고개를 돌려 맑은 눈으로 그의 얼굴을 담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손을 털고 자리를 떠났다.그를 무시하자 여명은 바로 그녀의 뒤꽁무니를 쫓아가기 시작했다."진희야, 나한테 화났어?""그럴 리가.""진희야, 내가 그날 너를 이정으로 착각했다고 화난 거지? 나는 그날 밤 정말 꿈인 줄만 알고 있었어. 한 번만 용서해줘."허진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눈쌀을 찌푸리며 볼멘 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여자가 한 말이면 다 믿어? 그날 밤 누가 내 목을 졸랐는데?"허진희는 말을 하며 주먹으로 그를 힘껏 때렸다."
'동충하초? 그럼 여명 씨의 마약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거야?'허진희는 그 서적을 건네받고 동충하초를 찾아보았다. '서관 언니는 이 약초로 여명 씨 해독제를 만들려는 건가?'"만약 제가 지금 장백의 산 깊숙한 곳에 들어가 찾는다면 찾을 수 있나요?"허진희의 반짝이는 두 눈에는 기대의 빛이 스쳤다."이 동충하초 약초는 운이 따라줘야 찾을 수 있어요. 지금 산 깊은 곳으로 간다고 해도 꼭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만약 제가 찾는다면요?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하지만 지금 계절엔 가시덤불도 많고 지금 날도 어두워졌으니 내일 다시 찾아보는 게 좋을 거예요.""지금 당장 찾으러 가야겠어요."의사의 권고에도 허진희는 몸을 돌려 당장 떠나려 하자 의사는 그녀를 막으며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우리도 지금까지 동충하초를 본 적이 없어요. 기록에 따르면 동충하초 자체에 맹독이 있어서 그것을 따려면 목숨으로 맞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고려해 보세요."허진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확고하게 대답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해요. 그리고 꼭 동충하초를 가져올 겁니다."허진희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지도를 보며 장백의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기에 그녀는 손전등의 불빛을 빌려 동충하초를 찾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여린 피부는 가시덤불에 몇 번이나 긁혀서 피가 흘렀다.가시덤불의 높이는 그녀의 복부 정도까지 자라났기에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몸에 전해져 오는 통증은 참을 수 있었다. 허진희는 고개를 숙이고 동충하초만 찾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반드시 약초를 찾아 그를 구할 것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했고 날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허진희는 이미 출구에서 점점 멀어진 곳까지 들어왔다.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고 약초를 찾지 못해 마음만 급해져 왔다.'이런 약초는 대체 어떤 곳에서 자라는 걸까?'허진희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갑자기 한 돌틈에서
주호는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급해 죽겠네. 의사 선생님이 동충하초는 보기 드문 약초라 장백의 깊은 산 속에만 자란다고 하는데 어젯밤에 현상금을 걸어 사람들에게 찾아 보라고 했는데도 다들 그런 위험은 무릅쓰려 하지 않아.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산으로 갔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을 보니 못 찾은 게 틀림없어."이때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하 선생님!"주호는 하서관인 줄 알았는데 문가에 서 있는 실루엣은 허진희였다."진희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하 선생님은요?"주호가 다급한 마음으로 물었고 허진희는 어깨 너머로 안을 들여다 보니 여명은 자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또 의자에 묶여 있었다."주 부관, 먼저 나가 계세요."하진희가 입을 열자 주호는 멈칫 했다. 이때 그녀가 자신을 내보내려 하다니 조금 의하했다."네, 그럼 진희 씨가 이곳을 지키고 있어요. 저는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습니다."주호는 장백의 산으로 가볼 생각이었다."주 부관, 동충하초는 제가 캐왔으니 갈 필요 없어요."허진희는 이미 주호의 생각을 꿰뚫어 봤는지 가방에서 동충하초를 꺼냈다.여명이 허진희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아 주호는 이 일을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그는 굳어버린 몸으로 충격에 휩싸여 허진희 손에 들려 있는 동충하초를 바라보았다.주호는 숨을 들이켰다."진희 씨, 이 약초는 어디서 났어요? 설마... 장백의 숲 속에 들어갔어요?""네."허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주호는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여명은 진희 씨한테 맡길게요. 저는 바로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주호는 밖으로 나가서 방문을 닫았다.방 안에서 허진희는 발을 뻗어 여명의 곁으로 다가갔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축축한 앞머리가 그의 벌겋게 충혈된 눈을 가렸고 이마에선 구슬같은 땀이 턱을 따라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의 몸에 있는 셔츠와 양복바지를 흠뻑 적셨다.그녀는 작은 손을 내밀어 천천히 그의 얼굴
"응.""난 나가 있을게."허진희가 다가오자 여명은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허진희가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여명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내 몸에 난 상처를 살펴본다고 하지 않았어? 안 볼 거야?"허진희는 두 눈을 깜빡이며 한없이 순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여명은 입술을 깨물었다."볼래."허진희는 그의 커다란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단추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느릿하고 애교가 섞인듯한 말투로 그를 재촉했다."그럼 왜 멍하니 서 있어? 어서 단추를 풀어야지."여명은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다. 그는 지극히 성숙하고 정상적인 남자였다. 그녀는 마치 그에게 암시를 주는 것 같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여명의 손가락이 그녀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겉옷을 벗기니 안에는 검은색 나시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은 그녀의 살결을 더욱 하얗게 돋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뽀얀 살결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어쩌다가 이렇게 많이 다쳤어?"여명은 눈쌀을 찌푸리며 눈가엔 온통 안타까움이 비쳤다. 자신 때문에 생긴 상처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이 아파왔다."연고는 발랐어?""응, 서관 언니가 발라줬어. 더 심한 상처도 있는데 볼 거야?""봐야지. 어딘데?""바로 여기야."허진희는 그의 커다란 손을 자신의 치마로 잡아끌었다.여명은 멈칫하더니 얼른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허진희는 그를 보며 반달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틀림없이 일부러 그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얌전히 얼른 씻기나 해!"여명은 자신의 손을 거두고 몸을 돌려 나갔다.여명은 긴 다리를 뻗어 방으로 들어간 뒤 유리로 된 미닫이 문을 닫았다.조용한 방안엔 그녀가 부스럭거리며 옷을 벗는 소리와 물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그녀가 나무 욕조에 들어가 반신욕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여명은 마른침을 삼키며 열이 나는 것처럼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십여 분 뒤에 안에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