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식은 소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고모부. 저 정말 진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고모부도 우리를 축복해주실 거죠?"소성은 담배를 입에 물고 기다란 다리를 뻗어 장우식 곁으로 다가왔다. 190cm의 장신인 그가 옆에 서면 무언의 압박이 조여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손을 들어 장우식의 어깨를 툭툭 쳤다."허진희 씨한테 잘해줘."말을 마치고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장우식은 제자리에 서서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고 일그러진 얼굴을 드러냈다. 허진희는 그의 약혼녀인데 소성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한테 잘해줘라마라 하는 건가?장우식은 소성의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짐 몸을 쳐다봤다. 사실 자신의 외모도 어디 빠질데가 없고 몸매도 좋았다. 하지만 매일 운동만 하는 소성에게 비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방금 소성이 그의 어깨를 툭툭 쳤을 때 어깨에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자신은 그저 화가나 으르렁 대는 새끼 사자에 불과하고 소성은 깊은 숲 속에 칩거하고 있는 맹호처럼 느껴졌다. 그가 무엇을 하든 소성에겐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았다.장우식은 이런 느낌이 정말 싫었다.소성과 소주희는 온천에 들어갔다. 소주희는 마치 껌딱지처럼 소성의 곁에 찰싹 붙어있었다."소성 씨, 이 수영복 어때? 예뻐?"온천의 수조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소성의 표정은 나른하고 담담했다. 그는 소주희를 쳐다보지도 않고 얼버무리며 넘겼다."그래, 예쁘네."소주희는 그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화내지 않았다. 그녀는 곁눈질로 부드러운 몸짓으로 다가오는 허진희를 발견했다."소성 씨, 나빠. 어젯밤 얼마나 격렬했는지 여기 목이랑 몸에 남은 흔적들 좀 봐. 수영복을 입으니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잖아!"소주희는 가식적인 애교를 떨기 시작하자 소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심코 입을 열었다."그래서 별로였나?""아이참, 소성 씨, 너무 못됐어."소주희는 소성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이때 장우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희야, 나왔어?"소성은
장우식의 계획은 우선 두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한 다음 자신이 그녀를 독차지하는 것이었다.지금허진희는위로가필요할때이니그가그녀의마음에비집고들어갈수있는가장좋은기회였다. 장우식은 허진희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를 그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하지만허진희는그런그를밀어냈다.“장우식, 약속대로 온천에 함께 와줬으니까 이제 가봐도 되겠지?”“...”허진희는뒤도돌아보지않고떠나갔다. 만약 이곳에 1분이라도더있으면질식할것만같았다. 그녀는 소주희의 그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허진희는 방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아내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몸이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 보니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몸이 너무 뜨거워 옷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몸이 너무 이상했다.'설마... 누가 약을 탓나? 대체 누가?'허진희는 생각할 겨를이 없이 재빨리 휴대폰을 꺼낸 뒤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그러다가 흠칫 놀라며 그대로 멈췄다.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는 소성이라는 이름 두 글자가 보였다.'소성한테 전화를 걸려고 하다니, 전화해서 뭐라고 하려고?'그는 이미 결혼해서 아들도 있고 소주희와도 뜨거운 사이인데 무심코 소성의 번호를 누를 줄이야.이런 위태로운 시점에 그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안 돼. 그에게 전화하면 안 돼.'그녀는 당장 병원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외투를 하나 걸치고 방 문을 열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방문을 열자 밖에는 장우식이 서있었다.장우식은 허진희의 발그레한 얼굴을 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그녀에게 물었다."진희야, 시간도 늦었는데 어디 가려고?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간 거야? 어디 아파?"말을 하며 장우식은 손을 뻗어 허진희의 뜨거운 이마를 만졌다.지금 허진희의 몸은 열기가 뜨겁게 밀려오고 있어 장우식의 손길이 느껴지자 지금 당장
소주희는 장우식이 보낸 영상을 보고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장우식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이런 멍청한 자식!'소성이 어떤 사람인가? 이 동영상 하나로 소성은 바로 장우식을 간파했다."소성 씨, 장우식이... 왜 소성 씨한테 이런 영상을 보내? 나도 모른는 일이야."소주희는 억울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정말 아무것도 몰라?"소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듯 아닌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허진희의 과거의 신분을 네가 장우식한테 얘기한 거지? 이렇게 보면 며칠 전부터 장우식과 함께 둘이 일을 공모했겠네. 소주희, 예전에 내가 한 경고를 잊은 건 아니겠지?"소주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3년 전에 소성은 그녀의 입에서 '소담이'라는 이름 석자를 다시는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소주희도 두려울 게 없었다. 이제 전부 들통난 이상 그녀도 숨길 게 없었다."그래, 내가 장우식한테 얘기해 줬어. 소성 씨는 지금부터 어디도 갈 수 없어.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 지금까지도 허진희를 잊지 못했잖아. 하지만 당신은 나의 남편이고, 허진희는 장우식과 약혼한 사이야. 두 사람이 원해서 함께 뒹굴고 있는데 당신이 왜 끼어들려고 그래!"소주희의 얼굴에는 질투심으로 가득 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소성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 주위에 수많은 남자가 있었지만 한 번도 누군가에게 굽어 들어간 적이 없었다.소성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눈깜짝할 사이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움켜 쥐고 자신의 눈앞으로 끌어온 뒤 그녀따윈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소주희, 내가 너무 사람 대접을 해줬네. 감히 뒤에서 나의 사람을 건드려? 허진희가 누구의 여자인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아?"소주희는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남자의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센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지금 그녀의 얼굴은 남자의 코와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이 있었고 벌겋게 충혈된 그의 눈은 보는 사람마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소성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뭐?"허진희는 입꼬리를 올렸다."소성 씨, 3년을 못 봤더니 왜 이렇게 찌질해 졌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몰라?""나와 장우식 사이는 우리 두 사람의 일인데 왜 이리 급하게 달려온 거야? 소성 씨, 아직도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야? 지난번 술집 밖에서도 그랬잖아 당신 아내인 소주희보다 나랑 잠자리를 하는 게 더 좋았다고.""나는 지금 약에 취해 있으니 마침 당신에게는 좋은 기회 아냐? 왜 모른 척하고 그래?"찬물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소성이 입고 있는 옷에까지 물이 튀었다. 그는 온몸이 흠뻑 젖은 그녀를 보면서 눈가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와 그녀사이에는 얇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일단 그 벽을 뚫으면 일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소성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그러나 허진희는 잔인하게 고개를 돌려 그의 키스를 피했다.소성이 멈칫했다."지금 날 갖고 놀아?""아니, 나는 그저 당신이 어느정도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야. 보아하니 나한테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네. 지금도 나를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상간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소성 씨, 꿈도 꾸지 마!""당신 아내가 아직도 옆 방에 있지? 다 큰 아들도 있잖아.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나이도 적지 않은 36살의 남자가 방금까지도 아내와 뒹굴고 있었으면서 바로 정인의 침대로 오르려 하다니 대단한 정력이네.""진심으로 충고하고 싶은데 성생활도 정도라는 게 있는 거야. 아니면 대머리가 되거나 성병에 걸릴 수 있다고, 아.저.씨!"허진희는 마지막 아저씨라는 세 글자를 힘을 가했고 말투도 싸늘하게 비꼬는 것 같았다.소성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의 성격이 칼같고 제멋대로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주변까지 이렇게 좋아졌을 줄은 몰랐다."쾅쾅쾅!"이때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문밖에서 장우식
점점 다가오는 소성을 보며 차 안에 있는 소주희는 온몸을 떨었다. 그가 바로...어떻게 그가...'어쩐지...''그래, 그런거였어.'소성은 운전석 쪽으로 걸어와 한 손으로 바지주머니에서 담배 한갑을 꺼낸 뒤 몸을 살짝 구부리고 두 손을 모아 바람을 막으며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치익- 소리와 함께 붉은 불빛이 타오르며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배에 불을 붙이는 자세는 여전히 예전처럼 제멋대로였지만 지금 이 순간엔 그는 모든 것을 씻어 내고 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천천히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왔다.소주희는 바짝 얼어버린 상태로 놀라움과 두려움을 금치 못하고 차창 밖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깊이 숨기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는 지금 이런 생활이 좋지 않은가? 그는 거의 혼자서 홍콩을 집어 삼켰다. 권세, 지위, 재력, 여자... 그가 원하는 것은 전부 얻을 수 있는데 이런 신분까지 있을 줄이야. 머리가 언제 날아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신분까지 갖고 있었다.소성은 창문 밖에 서서 미간을 찌푸린채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 차량 루프에 한 손을 걸치고 한 손으로 담배를 낀 채 몸을 숙여 웃음기를 머금은 채 소주희를 바라보았다. 모든 정체를 알고나니 서늘하기 그지없었다."소주희 씨,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도망가려고? 왜, 그럴 용기가 사라졌나?"말을 하며 그는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단단한 가슴이 들썩이기 시작했다.소주희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녀는 조금씩 뒷걸음으로 물러나면서 최대한 이 남자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노력했다."당신... 당신...""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고, 한잠 푹 자. 자고 일어나면 계속 놀아보자고."소성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이때 소주희는 뒷목이 따끔해 나더니 바늘 하나가 그녀의 목을 찔렀다.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 지는 것을 느끼며 바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대장, 방금 소주희가 소씨 어르
소성은 눈을 들어 허진희의 휴대폰을 바라보더니 곧 그 뜨거운 행위를 하고 있는 영상을 보았다.그는 소주희가 그의 뒤에서 이런 짓을 꾸민 줄도 몰랐다. 그는 입술을 깨물더니 손을 뻗어 허진희 손에 있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영상 지워."허진희는 재빨리 휴대폰을 몸 뒤로 숨기자 소성의 커다란 체구가 가까이 다가왔다."숨기긴 뭘 숨겨? 어서 이리내."정말이지 포악하기 그지없었다."소성 씨, 영상 속의 남자 정말 소성 씨야?"허진희의 물음에 소성은 눈쌀을 찌부리더니 대답을 하지 않았다."왜 대답하지 않아? 사실 나 다 알고 있어. 이 영상 속의 남자가 소성 씨가 아니라는 것을 말야."허진희는 확신에 찬 말투로 입을 열었다.소성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더니 허진희의 갸름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3년 동안 한 번도 소주희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 모두 그의 대역이 그를 대신해서 소주의와 잠자리를 가졌던 것이다. 이 대역은 그와 흡사하여 거의 진짜처럼 속일 수 있어 소주희마저 별견하지 못했는데 그녀는 어떻게 발견한 것일까?허진희는 소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파한 것 같았다."3년 전에 나랑 관계를 가졌던 것을 잊은 건 아니겠지? 남자마다 침대 위에서의 취향이나 몸짓이 다 달라. 그래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소성은 그녀가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려서 부터 허진무와 함께 생활했으니 타고난 사고와 추리 능력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하룻밤을 함꼐 보냈으니 대역은 그녀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소성 씨, 이 남자가 소성 씨 대역이야? 소주희와 결혼까지 했으면서 왜 대역을 쓴 거지? 소우도 소성 씨 아들이 아니지?""소성 씨, 대체 이렇게 하는 목적이 뭐야? 아니 정체가 뭐냐고 물어야겠지."허진희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듯한 눈빛으로 소성을 바라보았다. 사실 3년 전부터 그녀는 그의 신분을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꽁꽁 숨기고 있던 탓에 지금까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이것은 기밀이기
'뭐?''방금 뭐라고?'소성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에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뭐라고? 다시 한 번 얘기해 봐."허진희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말해줬다."소성 씨, 좋아해."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성은 그녀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 줄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3년 전 그녀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관계를 가졌고, 또 나중에 장우식과 약혼하려고 했는데 자신을 좋아한다니 믿겨지지 않았다."허진희, 그런 말은 함부로 농담하는 거 아냐. 만약 감히 거짓말로 나를 갖고 논다면 너는 죽어. 알아?"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지만 허진희는 그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그런 그가 좋았다. 벌써 3년 째 그를 짝사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녀의 차가운 성격은 마치 얼음마냥 누구에게나 무관심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확신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녀는 마치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성격이였다.허진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행동으로 그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주위가 조용해졌다.부드러운 큰 침대에 두 사람이 함께 나란히 누워있었다. 소성은 손을 뻗어 허진희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그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허진희는 땀냄새가 전혀 싫지 않았다. 그의 몸은 마치 강철처럼 튼튼하고 단단했다.허진희는 눈을 감은 채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다.소성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웃었다."왜 갑자기 부끄러움을 타는 거야? 아까 그 용기는 어디 갔지?"순간 장미빛처럼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은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앙증맞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때렸다.비록 그가 변태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여전히 그가 얄미운지 작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소성은 그녀의 작은 주먹을 낚아채고 그녀를 자신의 품속에 꽈악 그러안은 채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허
허진희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베개에 묻고 작은 목소리로 그를 탓했다."그럼 왜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어?""...""3년 전에도... 그런 말 없었잖아...""..."소성은 그녀의 말에 할 말을 잃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허진희는 그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 생각됐다. 왜냐하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니 말이다.소성이 말이 없자 허진희는 그를 바라보았다."걱정 마. 지금은 안전기니 임신 될 일은 없어.""안전기까지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허진희는 뿌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물론이지. 3년 전부터... 이미 계산을 했지. 우리는 결혼도 안 했으니 미혼모가 될 수는 없잖아!"소성은 36세로 이제 나이도 적지 않다. 이젠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으니 당연히 결혼해서 아이도 갖고 싶었다. 하지만 허진희의 앳된 얼굴을 보면 그녀는 아직 다른 사람의 보살핌과 사랑이 필요한 어린아이같았다.소성은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했다."오늘밤엔 곁에 있어줄 수 없을 것 같아."허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소씨 어르신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부터 오늘 밤 그와 함께 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알았으니까 일 보러 가. 나도 곧 집에 돌아가야 돼. 어쨌든... 장우식과의 약혼 날짜가 다가오고 있으니까..."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성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왜, 방금까지도 나랑 몸을 섞었으면서 장우식과 약혼할 생각이야?"허진희는 입꼬리를 올렸다."어머, 어디서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어디서 화약 냄새가 난다는 거야?"그녀의 말에 소성은 눈쌀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러자 허진희는 그의 품을 파고들며 코끝으로 마치 새끼 강아지마냥 코끝을 문질렀다."지금 여기서 나고 있잖아. 화약 냄새가 아주 지독하게 풍겨오는 걸? 말투도 퉁명스럽고!"소성은 그제서야 그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그녀를 품에 가두고 남자답게 입을 열었다."장우식과 약혼따위 하지 마!"허진희는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