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안 놓을 거야, 너희 중 누가 나에게 말하든, 온 세상사람들이 나에게 말하든, 나는 놓지 않을 거야.”하서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여미령에게 당신이 그녀의 남편이라고 말할 거예요.”말을 마치고, 하서관이 떠났다.하서관이 가고, 육한정이 왔다.고석근이 고개를 들어 육한정을 바라봤다, “여명의 행방은?”“우리 사람들이 계속 여미령의 행방을 조사했는데, 아직 정보가 없어, 그렇지만…”“그렇지만 뭐?”“그렇지만, 여명이 아직 죽지 않은 것 같아, 소담이가 그와 함께 실종됐거든.”그날 소성이 차를 몰고 여미령을 찾으러 왔을 때, 폭발이 일어났고, 바로 소담이가 사라졌다.육한정은 고석근이 침묵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에 너희 엄마가 여명에게 몹쓸 짓을 했어, 여명이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해도, 소성이 여명이라는 이 사실은 여명에게 좋지 않을 거야, 홍콩에 있는 소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열심히 그의 시체를 찾는다고 해도, 지금 곳곳에서 공포에 떨며 소문이 돌고 있어, 여명이 살아있다고 해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반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소문 말이야, 그래서… 여미령이 너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고석근이 잠시 침묵하고 말했다, “그럼 우리 인원들을 모두 철수시키자.”육한정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무슨 뜻이야?”“만약 여명이 아직 살아 있다면, 그는 우리에게 제일 먼저 연락할 방법을 찾을 거야, 여미령이 그의 여동생이니, 그는 지금 분명 누구보다 미령이의 안위를 걱정할 거야, 만약 그가 우리에게 연락하지 않는다면, 그럼 그가 죽었다는 거야, 아니면 그가 우리에게 연락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거라면, 그럼 우리는 그를 성가시게 하면 안돼, 재주가 좋은 여명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어, 우리가 유일하게 해야 할 것은 기다리는 거야.”육한정은 고석근을 힐끗 봤다, 줄곧 공격하기를 좋아하던 고석근이 지금 뜻밖에도
”장난을 치다니, 흥, 나 화났어!” 여미령이 즉시 여성스러운 말투를 쓰며, 차가워진 작은 얼굴로 자신이 아주 화났다는 뜻을 내비쳤다.고석근은 그녀를 바라봤다, 화가 난 그녀는 부드러운 두 볼이 부풀어 올랐고, 검은색과 흰색이 뚜렷한 큰 두 눈으로 짜증을 내며 떼쓰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그는 그녀의 지금 모습을 좋아했다.“그래, 내가 장난 좀 쳤어, 사과할 게, 여보, 화 풀고 용서해줘.” 그는 그녀의 작은 몸을 다시 돌려 그녀를 껴안으면서 계속 채소를 씻었다.여미령은 중얼거리며 아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남자는 그녀에게 장난치고 싶어하고, 완전히 그녀를 어린아이 취급한다.이것은 완전히 그녀의 지능을 모욕하는 것이다.그녀는 부채 같은 긴 속눈썹을 깜박이며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때 남자의 오른손에 망고가 들려 있었고, 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 무심코 닿은 것 같았다, “먹고 싶어?”여미령은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는 채소를 씻지 않았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큰 망고를 그녀의 입가에 건넸다.몰래 이 망고를 곁눈질 하는 것을 보니, 이것은 그녀가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새콤달콤한 것.“응… 줘.” 여미령이 마지못해 말했다.고석근은 능숙한 동작으로 망고 껍질을 벗겼고, 안에서 하얗고 부드러운 살이 드러났다, 그는 망고 한조각을 집어내, 그녀의 입가에 내밀었다, “먹어.”“고마워.” 그녀가 입을 벌리고 먹었다.“맛있어?” 그가 물었다.“응, 진짜 맛있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망고인 것 같았다, 망고는 단맛과 신맛이 나며, 시원했고, 그녀 같은 임산부의 입맛에 딱 맞았다.그녀가 한 조각 먹자, 입안에 침이 고였다.“더 먹고 싶어?”“응!” 그녀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고, 예쁘고 아름다운 눈으로 그의 손에 있는 망고를 주시하면서, 그가 먹여 주기를 기다렸다.뒤에 있는 남자는 느릿느릿 움직이지 않고, 그녀의 하얗고 작은 귓불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고, 목소리는
그녀에게 임산부의 모습은 없었다, 온몸에 살이 없고, 입맛도 없었다, 국물을 먹은 이정도의 양으로는 아기와 나누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에 대한 걱정이 더 생겼다.“안 먹으면 안돼? 나 정말 먹고 싶지 않아…” 여미령이 그의 목을 껴안으며 고집 부렸다.고석근은 더 이상 그녀에게 강요할 수 없었다, 그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이때 여미령이 속삭였다, “고석근, 말해봐, 내가 정말… 아기를… 무사히 낳을 수 있어?”“쉿, 헛소리하지 마!” 고석근이 곁눈질로, 그녀의 부드럽고 붉은 입술에 마구 뽀뽀했다, “너는 반드시 무사히 아기를 낳을 수 있어, 무슨 일도 생길 수 없고, 항상 내가 있을 거야, 우리 세 식구는 영원히 함께할 거야.”“응.” 여미령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으며 그제야 잠에 들었다.고석근은 그녀를 껴안으면서 잠시 앉았고, 곧이어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 문을 열어, 그녀를 부드러운 침대에 내려놨다, 손을 뻗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줄 때, 그녀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눈물이 천천히 흐르는 것이 보였다.….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여미령은 매일 영화 제작진에 참여했고, 연기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그녀는 대사를 까먹던 어려움을 극복했고, 마침내 모든 촬영을 잘 마치고, 은 빠르게 종영했다.며칠동안 그녀는 고석근이라고 부르는 남자를 매일 볼 수 있었다, 고석근은 자신의 이름을 그녀에게 매일 알려줬지만, 다음날 그녀는 바로 잊어버렸고, 하루하루 매일 잊어버렸다.종영기념식이 열렸지만, 고석근은 오지 않았다.평소에 이럴 때면 그는 매번 왔었는데, 오늘은 오지 않았다.여미령은 떠나지 않았다, 오늘 한 사람을 아직 보지 못해서, 마음속이 허전했다.그녀는 지루함을 느꼈고, 밖으로 나가서 걸으려고 했다.이때 몇몇 여자들이 원을 그리며 그곳에서 액정TV를 보고 있었다.그중 하나는 익숙한 사람이었고, 범아연이었다.여미령이 그쪽을 보니, 액정TV 화면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고
고석근의 검은 두 눈은 그녀 때문에 연민의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마음의 병을 안고 해성에 돌아왔을 때 이렇게 조용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지금 고석근은 어떻게 그녀를 사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가 그녀를 어떻게 사랑해도 부족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고석근은 그녀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속에 집어넣었다, 이 시간동안 그녀는 밥을 먹을 수 있고, 머리카락이 다시 심하게 빠지진 않았지만, 예전에 그녀의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은 이미 많이 빠졌고,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허전해서, 마치 그녀의 가냘픈 몸 같았다.코끝을 그녀의 아름다운 콧방울에 대고, 부드럽게 비볐다, “대체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그는 그녀의 지금 온갖 기분을 다 알고 싶었다, 이 여자아이는 그의 곁에서 이미 10여년의 시간을 함께 보냈고, 한걸음 씩 풋풋함에서 벗어나, 자라면서 그의 여자가 됐다, 그의 아내, 그의 아이의 엄마가 됐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너무 아파서, 숨이 멎을 정도였다.여미령은 머리를 들어, 천천히 작은 손을 뻗었고, 그의 얼굴 옆모습을 만졌다.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름이 뭐야?”왜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지만, 그가 바로 항상 그녀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걸까?고석근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부드러운 손바닥에 갖다 대면서, 사랑스럽게 비볐다, “내 이름은 고석근이야.”“아, 그럼 너 뭐 하러 온 거야?”“내 아내를 찾으러 왔어.”“근데 네 아내는 여기 없어.”고석근은 그녀의 예쁘고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면서,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붉은 입술을 살살 어루만졌고, 그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내 아내가 없다는 거야? 내 아내는 바로 너야.”여미령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그의 엄지손가락에 끌렸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만지면서 천천히 다가가 키스하려 했다.입
범아연은 그의 시선을 따라 소파에 누워있는 여미령을 봤다, 그녀의 몸 위에는 이불이 덮여 있었지만, 작은 얼굴은 마치 꿀에 담겨 있는 듯 불그스름하고 부드러웠다.다른 쪽에 있는 소파에는 여미령의 외투, 스웨터가 놓여 있었고… 여자의 옷 옆에는 남자의 검은색 외투, 조끼가 놓여 있었다…범아연은 멍 해지며, 방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석근을 바라봤다, 방안의 등불은 사방을 어둡게 만들었고, 창문은 멀리 있어서 방안이 더욱 어두워 보였다, 남자는 흰색 셔츠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로 창가에 서있었고, 바깥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그의 셔츠가 불룩해졌다…그는 조금도 추위를 느끼지 않았고,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넣으며, 오른손의 두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 창틀에 서 있었다, 셔츠 단추는 세 개가 풀어져 있어, 그의 건강한 구릿빛 피부가 드러났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를 피웠고, 고개를 들어 연기를 내뱉었다, 그가 고개를 들 때, 남자의 섹시한 목젖과 쇄골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 방금 일어난 일에 만족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범아연은 한동안 제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나른함 속에서 드러나는 남자의 방탕함과 사치스러운 기세가 보였고, 그녀는 남자의 이런 모습을 볼 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작은 얼굴은 하얗고 빨갰다, 하얀 것은 방금 울었기 때문이었고, 빨간 것은 고석근의 이런 모습에 빠져서 변한 것이었다.남자가 거사를 치르고 담배를 피우는 자세는 술처럼 강렬했고, 빠져들게 만들었다.범아연이 멍하니 서있을 때, 남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미 내 뜻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 같은 데, 이해 못 했어?”그는 여미령을 깨울까 봐 목소리를 아주 낮춘 것 같았고, 이렇게 차가운 말투라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온화하고 듣기 좋았다, 범아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해했어요, 하지만 고대표님, 당신이 저를 해성에서 떠나게 하려는 이유를 알려주세요.”고석
“여보, 착하지?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말고...... 나 금방 나을 거니까...... 나으면 당신에게 밥도 차려주고 할게......지금은 그냥 내 곁에 있어......”고석근은 애틋하게 속삭이며 여미령에게 입을 맞추고는 꽉 끌어안았다. 여미령은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고석근과 함께 잠을 청했다. 고석근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서야 여미령은 몸을 일으켰다. 고석근의 몸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여미령은 욕실로 가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와 고석근의 이마에 올려놓았다. 한참을 앉아 있던 여미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고는 별장 문을 나섰다....... 길을 나선 여미령은 한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여러 가지 과일과 야채를 구매하고는 점심에 고석근에게 배도 달여주고 연한 죽도 끓여주려 하였다. 예전 같으면 고석근이 했을 테지만 오늘은 여미령이 해보기로 했다. 약은 먹었으니 열은 내리더라도 체력은 금방 회복되는 것이 아닌데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되겠는가? 비록 여미령은 요리에 소질은 없었지만 이 정도 간단한 것들은 할 수 있었다. 여미령은 카운터 앞으로 가 계산을 마치고는 봉투를 들고 슈퍼 문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여미령은 두 발자국을 내딛고는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여미령은 눈앞의 신호등을 건너보았지만 여전히 익숙한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여미령은 길 한편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혹시......” 여자아이는 통화를 멈추고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혹시 길을 잃으셨나요?” 여미령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길을 잃은 것일까? 그녀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 걸까? 여미령은 집 주소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안색이 너무 창백한데 혹시 몸이 불편하세요? 왜 가족이랑 함께 나오지 않으셨어요? 핸드폰은요, 전화 해보세요.” 그렇다. 여자아이의 말을 듣고 난 여미령은 전화 통화가 가능함을
“저 슈퍼에 가서 뭐 좀 사고 집에 돌아와서 당신에게 맛있는 걸 해주려고 했는데 슈퍼문을 나서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못 찾겠는 거 있죠? 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울 뻔했어요...... 나 너무 멍청하죠?” 여미령은 머리를 들고는 맑고 큰 두 눈으로 고석근을 쳐다보았다. 고석근의 모든 불안과 분노는 여미령의 말들과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달래졌고 마음은 한 가닥의 깃털이 스치고 지난 듯 부드러워지기 그지없었다. 고석근은 엄지를 내밀어 여미령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소리로 그녀를 향해 웃었다. “여보는 안 멍청해. 하나도 안 멍청해. 하지만 나에겐 여보와 아이들이 먹을 것보다도 더 중요해. 그러니 다음부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말고 날 떠나지 마.” “그래요!” 여미령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석근은 손을 내밀어 바닥의 봉투를 줍고는 다른 한 손으로 여미령의 작은 어깨를 감싸고 말했다. “여보, 이젠 집 가자.” 범기명은 고석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고석근은 범기명을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범기명은 고석근이 자신에 대한 멸시를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언제가 됐든 고석근 이 남자는 자신의 연적과 화해할 생각이 없나 보다. 하지만 고석근이라는 남자는 집착이 너무나도 심해 모든 사람을 쫓아내고 여미령을 자신의 곁에 가둬놔야만 했다. 고석근과 여미령은 이미 저 멀리로까지 가버렸지만 범기명은 아직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미령이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요?” 여미령은 일이든 사람이든 자꾸 잊어버렸다. 아까까지도 집으로 간다던 사람이 지금은 또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말이다. 고석근은 인내심이 상당했다. 낮고 갈라졌으나 옅은 기쁨과 만족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집으로 가지. 당신 나에게 맛있는 걸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나 지금 너무 배고파.” “진짜요? 그럼 집에 가서 제가 요리할게요.” “좋지, 여보가 최고야.” ...... 범기명은 제자리에 서서 그들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한참을 울던 여미령은 이불을 들춰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었다. 여미령은 별장 대문을 열고는 걸어 나갔다.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가로등은 어두운 노란색의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색 잠옷을 입고 홀로 외로이 거닐고 있었다. 한 아줌마가 갑자기 우산을 들고 달려왔다. “아가씨, 지금 비 와요. 왜 이렇게 비를 맞고 있어요? 얼른 집에 가요. 이렇게 비 맞으면 감기 걸려요.” 여미령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하여 멍하니 걸었다. 아줌마는 한숨을 내쉬더니 멀리로 사라졌다. 길을 건느던 여미령은 발에 무언가가 걸렸는지 오른쪽 발목을 삐끗했다. 그녀는 길한편의 화단 옆에 앉아 천천히 양손을 올려 얼굴을 감싸고는 조용하게 숨죽여 울었다. 이때 머리 위로 한 검은 우산이 드리우더니 누군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두 손을 거두었다. 시선 속에는 검은색 슬랙스가 안겨왔고 천천히 위로 쳐다보니 깨끗한 흰 셔츠가, 더 위로 쳐다보니 그 낯설면서도 익숙한 멋진 얼굴이 보였다. 그가 왔다. 고석근. 여미령은 작은 소리로 울어댔다. 그녀의 온몸은 젖어있었고 윤기나게 찰랑이던 머리카락은 그녀의 얼굴과 목에 붙어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는 떨리고 있었고 붉어진 눈시울로 고석근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석근이 내려다보고 있는 여미령의 꼴은 이미 불쌍하단 말만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고석근은 마음속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나 누구야?” 고석근은 끈질기게 여미령에게 물었다. 여미령은 울먹이고 있었고 대답하지 못했다. 고석근은 몇 초의 침묵을 지키더니 몸을 돌려 가려 했다. 얼마 가지 못해 고석근의 바지 가랑이는 하나의 하얗고 여린 손에 붙잡혔다. 여미령은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은 고...... 고석근이에요......” 고석근의 손에 쥐어져있던 우산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석근은 몸을 돌려 여미령 앞에 한쪽 무릎을 꿇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